[TV IN&OUT]이병헌vs 류시원, 누가 더 멋있지?

  • 입력 2001년 4월 13일 19시 05분


아줌마가 되고 가장 서글픈 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 아무리 멋진 남자를 봐도 ‘이미 임자있는 몸’...군침만 꿀꺽 삼키고 돌아서야 하는 게 아줌마의 운명. 이런 아줌마의 슬픔을 달래주는 드라마가 바로 <아름다운 날들>이다.

친구들 중엔 <아름다운 날들>을 '유치찬란하다' '뻔하다'고 혹평하는 애들도 있다. 남편을 죽인 사람인 줄도 모르고 재혼한 연약한 엄마, 남남인데 한 가족으로 살아야하는 잘난 형제, 형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청순한 미대생, 가수가 되기 위해 용쓰는 고아 등 인물들의 면면은 드라마틱하지만 “우와~ 정말 탄탄한 스토리의 드라마야~”라고 입이 쩍 벌어질 정도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음악이냐? 음반회사가 배경인지라 50분 내내 귀를 촉촉히 적셔주는 뮤직비디오 같은 드라마지만, 음악이 좋으면 차라리 CD를 사 들을 일이다. 게다가 한밤에 듣는 이정현의 노래는 좀 소름끼친다.

아줌마인 내가 남편을 재워놓고 <아름다운 날들>을 보는 이유는 이글이글 카리스마의 이병헌과 부드러운 눈웃음의 류시원을 보기 위해서다.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줌마지만 매력이 철철 넘치는 두 남자를 번갈아 보는 맛에 난 수, 목요일 밤 50분을 미련없이 바친다.

이병헌과 류시원은 여자를 “혹!”하게 만든다는 것만 빼면 극과 극이다. 차가운 남자와 따뜻한 남자, 과묵한 남자와 자상한 남자, 정장을 입는 남자와 캐주얼을 입는 남자, 벤츠를 타는 남자와 오토바이를 타는 남자, 사랑을 말하지 않는 남자와 사랑을 말하는 남자...이렇게 다르니 이 아줌마,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 말씀. (앗, 하나 빼먹었다. 한 명은 장남이요 다른 한 명은 차남이다! 이게 얼마나 극과 극인데...)

먼저 카리스마 리 씨는 그야말로 드라마 속에나 있을 법한 남자다. 있는 집안 출신에 출중한 실력과 머리가 멍할 정도의 외모를 갖춘 남자가 극중 이민철 실장처럼 말도 없고 과묵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보통 이런 남자들은 자기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조금씩 질질 흘리고 다니기 마련인데 카리스마 리 씨는 행동거지까지 깔끔하니 내가 최지우라도 ‘좋아하지 않기 위해 애 쓸’ 것 같다. 카메라가 최지우를 스치는 카리스마 리의 손가락만 잡아도 가슴이 “찌르르~”할 정도다.

그런가 하면 눈웃음 류 씨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부드러운 남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역시 있는 집안 출신에 아직도 약발이 남아있는 의대생이란 타이틀, 종일 헬APT을 쓰고 돌아다녀도 늘 찰랑거리는 헤어스타일이 유지되는 왕자님 같은 외모. 이런 남자가 자기가 만든 노래라고 헤드폰을 끼워주면 또 어떤 여자가 안 넘어가랴. 게다가 별로 안 웃긴 얘기에도 늘 만들어주시는 환상의 눈웃음. 참 최지우라도 헷갈릴 만 하다.

난 <아름다운 날들>을 꼭 챙겨보지만 최지우가 누구랑 연결될 것이냐, 이정현이 가수로 뜰 수 있을 것인가, 류시원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것인가엔 별 관심없다. 내 관심은 오로지 카리스마 리 씨와 눈웃음 류 씨가 나오는 환상적인 장면들 뿐. 그러다 보니 드라마의 극적

전개보다는 두 남자의 얼굴에만 빠져들게 된다. 이젠 드라마도 스토리보다는 이미지 시대인가?

입으로는 내용이 충실하고 탄탄한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눈은 벌써 멋진 장면으로 꽉 채워진 ‘아름다운’ 드라마에 빼앗겨버린 나. 나 같은 시청자들 때문에 한동안은 이미지로 승부하는 ‘스타 영상 화보집’ 같은 드라마의 전성시대가 될 것 같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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