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평당 2000만원대 호가하는 '빅3' 아파트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48분


◇왜'빅3'인가

수도권에서 가장 값비싼 아파트는 어디일까? 업계에서는 통상 압구정동 구 현대, 잠실 아시아 선수촌, 대치동 우성과 미도아파트를 ‘빅 3’로 꼽는다. 이들은 매매가가 최고 10억원 이상을 호가해 주식으로 치자면 ‘황제주’나 다름없다.새 것이 곧 좋은 것으로 통하는 시대에 이들 아파트는 지은 지 20년을 헤아리는 데다 층수도 높아 재건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매매가는 평당 2000만원 선으로 주변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 보다 3억∼4억원이나 비싸다. 안방 하나만 팔면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이들 ‘빅 3’ 아파트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일까?

◇낡고 재건축 힘들어도 인기

▽입지 여건은 기본〓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앞 그레부동산. 입주한 지 23년이 지난 80평형 한 채가 매물로 나와 있다. 집주인이 부른 값은 18억원. 평당 2250만원이다.

그레부동산 김윤배 사장은 “교육, 쇼핑, 교통 등 아파트가 갖춰야 할 세 박자가 맞아 떨어져 높은 시세를 이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강과 압구정로 사이 압구정 1동은 현대아파트와 학교, 백화점으로만 구성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 단지 안에 압구정초등학교, 구정초중고교, 현대 갤러리아백화점 등 교육 쇼핑시설이 갖춰져 있다.

대치동 우성, 미도아파트의 최대 강점은 학군. 대치초등학교 대청중이 단지 내에 있고 숙명여고 경기여고 휘문고 등도 가깝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온 사람들이 많다.

아시아선수촌은 2만평 짜리 아시아공원을 ‘앞뜰’로 갖고 있다. 시세의 20% 정도는 공원 덕이라는 게 중개업계의 평가. 가구당 2대꼴인 주차공간도 오래된 아파트로서는 돋보이는 장점이다. 3곳 아파트 모두 지하철역을 끼고 있고 도로교통 여건도 나무랄 데 없다.

◇'그들만의 공간'끼리끼리

▽배타적 문화공동체〓그러나 이 같은 이유만으로 ‘평당 2000만원’을 풀어내기에는 군색하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 가장 유력한 주장은 배타적 문화공동체론.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한 부류가 찾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비슷한 교육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다소 배타적인 주거 형태를 구성하면 나름의 소속감과 구별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대치동 우성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65평형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법조계나 의료계 종사자들”이라고 귀띔. 변호사 O씨, 전직장관 K씨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이다.

‘빅 3’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최근에는 30대 벤처기업가들도 ‘안정적’인 강남주거지를 찾아 이곳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생활수준-연령층 안정

▽특별한 거래 관행〓집을 사고 팔 때도 일반 아파트와 다른 점들이 많다. 우선 거래가 뜸하다. 생활수준이나 연령층이 안정돼 있어 굳이 이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같은 평형의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특징. 압구정 구현대 80평형은 12억원에서 18억원까지 다양하다. 내부수리 여부와 층에 따라 6억원이나 차이난다. 이에 따라 10억원대 아파트는 리모델링 비용으로 1억5000만원 정도는 들이는 게 보통이다.

한 중개업자는 “수요자들이 층과 내부상태가 마음에 들면 1억∼2억원씩 돈을 더 얹어 주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며 “임자만 제대로 만나면 아파트 값이 몇 억원씩 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변찬사

서울에 처음 단지형태의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62년 완공된 마포아파트. 홀리데이 인 호텔 뒤편으로 지금은 삼성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강남지역의 첫 아파트는 73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잠실 주공아파트다. 입주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명문’아파트 개념은 없었다.

‘무슨 아파트에 산다’는 것만으로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가 최초. 78년 완공한 80평형대에는 당시 내로라하는 재계 관계의 고위 인사들이 입주했다. 다음으로 부상한 곳이 83년 완공된 강남구 대치동 우성, 미도아파트. 학군덕을 많이 본 아파트로 꼽힌다.

80년대 중반 이후 명문아파트의 첫 번째 조건은 환경이다. 86년 완공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대표적. 2만평의 아시아공원이 단지와 접해있기 때문. 서울 강남에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만큼 넓은 녹지를 끼고 있는 곳은 드물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아파트도 비슷하다. 올림픽공원과 그린벨트에 둘러싸여 가격이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모산 앞 일원동 샘터마을도 환경프리미엄 덕분에 평당 1500만원을 넘는 명문아파트 지역으로 자리잡았다.

전통의 명문아파트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삼성동 I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최근 분양된 고급 주상복합. 평당 분양가격이 2000만원대에 육박하고 내부시설도 좋다. 그러나 이들이 기존 ‘빅3’ 아파트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개업계의 분석. 그레부동산 김윤배사장은 “기존 ‘빅3’ 아파트는 나름대로 하나의 ‘안정된 부유층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새로운 건물과 고급자재만으로 하루아침에 명문단지가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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