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렇게 읽었다-'거지성자'外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4분


◇"버릴때 자유로워진다"…무소유의 희열◇

‘거지성자’(전재성·선재·1999년)

유일한 재산인 당나귀를 잃어버린 나스루딘이 콧노래를 부르자 한 이웃이 물었다. “아까운 당나귀를 잃었는데 뭐가 그리 신이 나오?” 그의 대답, “만약 내가 당나귀를 타고 있었다면, 나도 함께 잃어버렸을 것 아닌가.” 이 구절에서 난 무릎을 치며 탄복했다. 40여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부질없는 욕망에 집착하지 않았는가. ‘거지 성자’ 페터 노이야르의 삶의 지혜는 이런 집착에서 벗어나 정신의 자유를 안겨준다. 책을 덮는 순간 이제껏 가져보지 못한 희열에 젖었다. “왜 물을 찾아 방황하는가? 이미 내 안에 바다가 있는 것을…”

서영숙(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세원홍실아파트)

◇갓 태어난 아기에 대한 배려 가슴 뭉클◇

‘폭력없는 탄생’(프레드릭 르봐이예·샘터·1993년)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 산모와 의사가 기쁨으로 가득차는 이유는 엄마로서 무사히 아기를 낳은 것에 대한 대견함에서 오는 것이며, 아무탈 없이 의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한 것에 대한 안도감에서 오는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이다. 강렬한 조명빛과 태줄을 자르는 날카로운 가위, 그리고 억지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매서운 손…. 지상에 도착한 아이에게 이 곳은 낯선 세상이라는 것을 어른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미래의 나의 아기에게 현명한 엄마, 아빠가 되는 일은 아기에 대한 이러한 세심한 배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김진양(가톨릭대 국문학과 3)

◇세상의 딸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세지◇

‘사랑하는 싱싱’(다이호우잉 외·청아출판사·2001년)

‘사람아, 아! 사람아’로 알려진 작가, 그리고 안타깝게 피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 다이호우잉. 그래서 딸과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사랑하는 싱싱’은 더 진한 감동을 주었다. 책을 통해 딸 싱싱에게 보여준 사랑은 결국엔 모든 세상의 딸들에게 보내고 싶었던 그녀의 마지막 사랑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가까이 있기에 살다보면 문득문득 잊고 사는 익숙한 대상들, 쉽게 소홀해지게 되는 사랑의 대상을 이 작품은 조용히 뒤돌아 보게 만든다.

하정희(inyourar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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