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철학교실 4년째 참가 한동훈군

  • 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13분


◇"토론 재미에 발표력 쑥쑥"

“친구들과 토론하다 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이야기를 듣고 한 수 배울 때가 많아요. 또 틀렸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듣고 논박할 때도 무척 신나요.”

4년째 철학교실을 다니고 있다는 한동훈군(12·서울 시흥초등학교 5년·사진)은 철학수업의 장점을 묻자 ‘토론의 재미’를 꼽았다.

“제가 외아들이다 보니 친구들에게 말도 잘 못 붙이고 내성적이었는데 토론하면서 재미를 느끼니까 발표력이 좋아지고 친구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한군이 좋아하는 수업은 ‘이야기 짓기’. 교사가 상황을 설정하는 짧은 이야기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각자 뒷이야기를 완성하는 놀이형태의 학습이다.

한군은 ‘어떤 부인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데 한 소년이 노려보고 있다가 계속 쫓아온다’는 이야기짓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자신은 그냥 소년을 가게 점원으로 가정해 지갑을 놓고 간 부인에게 돌려주려고 했다고 얘기했는데 옆자리 친구가 톨스토이의 작품에 등장하는 천사로 설명하면서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해 놀랐다는 것.

한군은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걸 이해하는 학교 수업보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익히는 재미가 더 좋다”고 말했다.

토론이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한군은 “토론이 학교 공부에 곧바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속셈학원에 다니지만 철학교실에 더 마음이 끌린다는 한군은 “중고교 때 다른 친구들의 성적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한군의 장래 희망은 ‘책을 읽어주고 인간과 대화도 하는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매일 동화책을 읽어주신 게 지금도 기억에 남고 토론을 하면서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란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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