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대 올 신입생 특성]계층 편차·지역별 격차 뚜렷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6분


올해 서울대 신입생의 아버지의 직업분포는 관리 전문직이 49.8%로 생산직 노동자 9.3%에 비해 5.4배, 일반 사무직 16.9%에 비해 3.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정 형편이 넉넉해야 공부를 잘한다’는 속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른바 명문대 입학생 수가 지역 계층 직업집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서울대가 최근 공개한 ‘2000학년도 신입생 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분포는 ‘관리직(26.6%)―전문직(23.2%)―사무직(16.9%)―판매 서비스직(15.8%)―생산직(9.3%)―미취업자(4.7%)―농어민(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리직의 비중은 98년 38.6%, 99년 27.4%, 2000년 26.6%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아버지의 직업이 관리직이나 전문직인 비율이 더 높았다.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경제활동 인구의 직업 분포는 관리직 3.6%, 전문직 5.5%에 불과해 서울대 신입생의 아버지의 직업분포와 비교할 때 관리 전문직 부모가 자녀를 서울대에 보낼 확률이 다른 직종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전국 직업분포 비율을 서울대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분포 비율로 나누면 다른 직종에 비해 관리직은 7.38배, 전문직은 4.22배나 더 많이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나타난 생산직의 직업 분포는 38.6%지만 서울대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분포상 생산직은 9.3%에 불과해 약 4분의 1정도밖에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서울대 신입생 아버지의 연령은 40대 이상이며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보고서는 10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활동 인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이 같은 추정은 무리지만 사회추세를 짐작할 수는 있다.

서울대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을 단과대별로 살펴보면 전문직의 경우 인기학과인 의예과는 35.8%, 레슨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 음대는 34.8%였다. 관리직의 경우 수의대 35.7%, 경영대 35.0%, 의예과 34.9%, 약대 31.0% 등 이른바 인기 학과와 음대 38.4%, 미대 34.9% 등 예능계 학과에서 두드러졌다.

서울대생을 출신 지역별로 분류하면 서울이 45.2%, 6대 광역시가 31.0%, 중소도시 읍면이 23.8%로 나타났다. 지역별 고교생의 비율은 서울이 22.9%, 6대 광역시가 28.5%, 중소도시 읍면이 48.6%로 나타나 서울지역 고교생이 서울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91년 이후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서울 출신자 비율은 △91년 41.4% △92년 43.1% △93년 44.3% △94년 44.7% △95년 42.8% △97년 42.3% △98년 40.6% △99년 43.1%로 매년 다소 차이는 있지만 40.6∼45.2% 사이에서 변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지역별 서울대 입학생의 불균형이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9학년도 서울출신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 고교 소재지를 본보가 입수해 자체 분석한 결과 강남구가 16개교 239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10개교 152명 △송파구 11개교 83명 △관악구 11개교 58명 △양천구 9개교 46명 등이며 △성동 강북구 각각 5개교 24명 △도봉구 8개교 23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내에서도 구별로 서울대 합격생 수의 격차가 매우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에게 ‘스스로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계층의식을 물은 결과 △상류 0.5% △중상류 16.5% △중류 59.3% △중하류 20.5% △하류 2.7%로 나타났다. 반면 통계청이 조사한 전 국민의 계층의식은 △상류 1.1% △중류 54.9% △하류 44.0%로 집계됐다.

서울대 신입생의 의식은 전 국민과 비교해 볼 때 하류층에 속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크게 적었다. 이는 대부분의 서울대생의 가정이 중류 이상으로 국민 평균을 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울대 김신일(金信一)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입학생 학부모의 학력은 대학 중퇴 이상이 75년 39.6%에서 95년 54.3%로 크게 늘어나는 등 서울대 학부모의 학력도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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