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도스토예프스키 완역판 전집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03분


▼'도스토예프스키 완역판 전집' 열린책들 펴냄▼

‘인간은 지고한 사상을 가짐으로서 타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는가?’

‘세계가 불합리하게 창조되었을진대, 조화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

평생 ‘인간이라는 존재와 모순된 세계의 비밀’을 규명하려 노력했던 ‘죄와 벌’ ‘카마라조프가의 형제들’ 의 작가, 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1821∼1881). 그의 작품 전체를 담은 국내 최초의 러시아어 완역판 전집이 ‘열린책들’에서 전 25권으로 선을 보였다.

1933년 첫 우리말 번역이 시도된 이래 그의 작품은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쳐왔지만 그 대부분은 일본어판이나 영어판을 통한 중역본이었다. 이번 전집은 석영중 (고려대 교수) 박종소 (서울대 교수) 김연경 (작가·서울대 박사과정) 등 21명의 전문 러시아문학 연구가에 의해 6년동안의 번역작업을 거쳐 빛을 보게 됐다.

1845년작 ‘가난한 사람들’부터 최후의 걸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전 3권까지 연대기순으로 정리됐다. 출판사 관계자는 “한번 교정을 볼 때마다 교정지만 6m에 달했지만 각권 7회 이상 교정작업을 거쳤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유난히 격동많았던 삶의 굴곡을 예리한 문체와 치열한 인물 형상화로 작품에 담아낸 대작가로 꼽힌다. 간질병, 사형 집행 직전에 특사로 풀려난 ‘삶의 종말’ 체험, 기나긴 시베리아 유형 등 끝없는 고난 속에서 그는 선과 악, 성(聖)과 속(俗), 형이상학과 합리의 대립 등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펼쳤다.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다”라고 토로한 니체로부터 앙드레 지드, 헤르만 헤세, 장 폴 사르트르, 윌리엄 포크너에 이르는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들이 자신의 영혼에 침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강력한 영향력을 고백해왔다. 구 소비에트 당국은 50년 이상이나 ‘반동적’인 그의 작품을 대중들과 차단하려 헛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출판사 ‘열린 책들’은 완역판 전집 발간을 계기로, 5권의 관련서적을 올해 중 순차적으로 내놓아 독자와 연구자의 이해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인명과 제도, 작품 주인공 등을 수록한 ‘도스토예프스키 읽기 사전’, 국내 문인과 비평가들이 쓰는 에세이집 ‘나의 사상은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나왔다’, 작가의 일기와 서한 등을 담은 자료집, 전기서, 세계 사상가들이 말하는 도스토예프스키론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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