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관련 학술대회 『시민 나서야 부패 뿌리 뽑힌다』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인가? 대책은 없는가?”

최근 잇따라 열린 부패관련 학술대회에서 학자 변호사들이 던지는 강도높은 질문이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체념의 경지에 이르렀을 정도다. 그 ‘부패’를 놓고 또다시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19일 도산아카데미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부패, 그 치유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도 30일 ‘신뢰사회와 21세기 한국’을 주제로 한 개원 21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부패추방과 신뢰사회 건설’을 중점 논의한다.

학계의 이같은 관심은 부패 앞에선 학문의 발전은 물론 한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

주제발표에 나선 학자와 시민단체 지도자들은 ‘한국의 부패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으며 좀더 구체적이고 시급한 부패 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금까지의 부정부패 추방 운동엔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정신문화연구원 학술대회에서 ‘부패추방과 신뢰사회의 구축’을 발표하는 박원순변호사(참여연대 사무처장)는 “위로부터의 운동, 정권의 선전용 운동이었기 때문에 일과성으로 끝나고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었다”고 말한다.

현재로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직자의 부정부패 추방. 이에 대해 이은영 한국외국어대교수(법학)는 우선 공직자 생활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정신문화연구원 학술대회 발표논문 ‘부패추방을 위한 환경개선’에서 “회식과 경조사부조금에 관한 규제 등을 포함하는 공직자 표준 행동강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노력만으로 부패는 척결되지 않는다.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이교수는 △시민의 원칙 준수와 고발 정신 △행정기관과 기업의 정보 공개 및 시민의 행정 참여 보장 △공공업무의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민 옴부즈맨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영종 숭실대교수(행정학)도 지난 19일 세미나에서 △비현실적인 행정 규제와 기준의 정비 및 애매모호한 규정과 기준의 현실화 △부패 행위에 대한 확실한 처벌 △부패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활용 △복잡하고 다양한 부패 관련 법규의 일원화 등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학자들은 “부패 중에서도 권력형 부패가 가장 문제가 심각하고 영향이 크다. 정치지도자들의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이를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노력이 전제돼야 공직사회의 부패추방을 위한 제도개선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