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대담]서정선-김환석교수「바이오테크시대」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6분


인류사에 일대 혁명의 회오리가 불어닥칠 서기 2000년3월. ‘인간게놈(유전체)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기다. 유전자 조작, 생명 복제 등 생명공학의 기술도 급격히 발전할 것이다. 바야흐로 바이오테크(생명공학)의 시대.

그러나 찬반도 만만치 않다. 유전자 정보 확인을 통해 인류의 질병을 극복하는데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라는 찬성론. 생명과 환경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윤리적 기술이라는 비판론.

생명공학은 인류의 희망인가 재앙인가. 때맞춰 생명공학의 흐름과 그 미래를 심도있게 고찰한 ‘바이오테크 시대’가 나왔다. 서정선 서울대의대교수(한국유전체학술협의회 집행위원장)와 김환석 국민대사회학과교수(유네스코한국위원회 생명윤리안전에 관한 합의회의 책임자)의 대담을 통해 생명공학의 실체를 살펴본다.

▽서정선〓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 30억개의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이 밝혀진다. 인류는 자신의 몸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유전자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생명공학은 인간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생명공학의 혁명 전야와 같다.

▽김환석〓맞다. 지금은 인류 역사의 고비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엄청난 변화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생명공학이 가져올 잠재적 이익과 위험을 알아야 한다.

▽서〓동의한다. 인간복제든 유전자조작이든 그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투명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전자정보를 완벽히 알아야 그 위험성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김〓유전자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정보를 어떻게 유익하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유전자정보 확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개인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열등 유전자는 차별받거나 도태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서〓생명공학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생명의 비밀을 푸는 것은 과학의 본질적이고도 순수한 영역이다.

▽김〓생명공학은 아카데믹한 차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갔다. 생명공학은 빅 사이언스(big science)가 되었고 개인적 연구 차원을 넘어섰다. 상업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엄청난 연구비를 대주겠는가.

▽서〓과학은 빅 사이언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를 이해할 수 없다. 엄청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방향은 옳다. 생명과학은 장기이식 등 질병을 치료하는 실용적인 기능이 강하다. 2010년 45만명의 장기환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

▽김〓빅사이언스는 과학자 개인의 차원이 아니다. 그 거대한 조직의 의사결정은 관료적이다. 생명공학에 있어서의 방향 결정이 국가나 대기업의 힘있는 소수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서〓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통해 생명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

▽김〓유전자를 갈아치운다고 병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유전자는 그것을 둘러싼 세포 몸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유전자 하나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중요한 지적이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 질병을 고치려면 급소를 공략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 수준이나 인력 모두 열악하다. 이래선 21세기 바이오테크시대에 진입할 수 없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도 걱정해야 하지만 전문가 부족도 걱정해야 한다.

▽김〓그 말에 이해는 간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다. 너무 산업화 국제경쟁력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가. 과학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없다. 이익만 보고 위험은 외면한다. 과학의 윤리,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알아야 한다. 균형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막연한 낙관이나 불안도 곤란하다.

▽서〓사회적인 토론과 교육이 있어야 한다. 쉽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문제에 접근하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바이오테크시대」제레미 레프킨 지음 전영택 전병기 옮김 민음사 427쪽 1만2000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생명 조작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 생명공학 혁명이 가져올 이익과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를 치밀하게 고찰한 책.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통해 생명공학의 흐름과 미래를 전망했다.

저자는 특히 생명공학의 잠재적 위험이나 윤리적 문제 등에 주목, 생명공학 기술도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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