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또 꿈틀…세기말 틈타 광신교집단 기승

  • 입력 1999년 1월 6일 18시 59분


‘종말론 조심.’ 말세(末世)를 외치는 소리가 다시 시끄럽다.

새로운 천년(밀레니엄)의 시작이 얘기되는 요즘 일부 유사종교 집단을 중심으로 종말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종말론은 한 세기를 접는다는 ‘세기말’ 분위기에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등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각종 종말예언들이 겹쳐지는 시기여서 더욱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종교학자와 과학자들은 “종말론이란 세기말이나 사회가 어지러울 때 으레 나타나는 현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혹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씨(38)의 아내 김모씨(36)가 아이들과 함께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해 9월쯤.

김씨가 수소문해 2개월만에 찾아낸 아내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내는 인근 산기슭에 위치한 한 교회에 들어가 ‘종말론’에 빠져든 것. 김씨의 설득은 아내에겐 이미 ‘쇠귀에 경읽기’. 결국 김씨는 아이들만 데리고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현재 김씨는 아내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바람에 전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이비종교 단체를 추적하는 국제종교문제연구소(02―434―9683)의 탁지원(卓志元·31)소장은 “최근 매일 들어오는 50여건의 상담건수 중 대부분이 시한부 종말론과 관련된 것이며 피해사례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탁소장은 “종말론이 가장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6,7월경이면 집단자살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5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조산리 남대천 둑에서 영생교회 신도 7명이 집단자살한 것도 시한부 종말론의 한 피해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시한부 종말론 단체들은 현재 50개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도수도 수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과거 종말론 종교단체에서 갈라져 나온 것들. 그러나 시한부 종말론을 교리의 일부로 삼고 있는 일부 종교단체까지 포함하면 종말론을 신봉하는 단체는 무려 2백여개에 이른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종말론 단체들의 특징은 예전과 달리 매우 폐쇄적이라는 것. 세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포교활동’을 폈던 과거와 달리 소수의 신도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외딴 시골에서 6∼8명씩 모여 군대식 생활을 하는 집단이 많다. 또 유부녀와 무학자들이 대다수였던 이전의 종말론자들과 달리 IMF사태로 좌절에 빠진 중산층과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는 게 종교전문가들의 얘기.

한편 PC통신과 인터넷 등에서도 최근 들어 ‘죽음’ ‘공포’ ‘예언모음’ 등 종말론을 다루는 사이트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김동완(金東完)총무는 “성경에서 말하는 종말은 현실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완성해 나가는 것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며 “현실극복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쉽게 시한부 종말론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록 현실이 힘들더라도 체념하지 말고 이를 극복하려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선대인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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