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최면술]「최면화술」,권태-짜증 벗는다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내가 다 해줄게.”

결혼 4년째인 박형식씨(31·K대학병원 수련의)가 아내 최연희씨(30·고교교사)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 엊그제도 시험문제를 내고 있던 아내에게 박씨는 ‘내가 해줄게’라며 다가갔다.

“시험출제에 사실 남편이 무슨 일을 하겠어요. 하지만 이상한 거 있죠. 설거지나 밥상차리는 거나 계속 똑같은 얘길 듣다보면 남편이 다 해주는 것같아 행복해요. 실제 도와주는 일은 많지 않은데….”(최씨)

다음은 술과 노름에 빠진 남편을 3년만에 ‘인간’ 만드는데 성공한 주부 문모씨(39·서울 일원동).

“이혼할까 고심하던 어느 날 남편에게 요란한 넥타이를 사다 매어줬어요. 사나흘에 한번 귀가하는 남편의 넥타이만 쳐다보며 ‘넥타이가 멋있는 남자다, 넥타이가 멋있는 남자다’하며 자기최면을 걸었죠. 신기하게 남편이 정말 괜찮은 남자로 보이더니 실제로 변하더라고요.”

‘부부 최면술.’

▼ 아내는 최면술사 ▼

프랑스 약제사 에밀 쿠에의 실험. 주사위를 들고 원하는 숫자가 나오기를 3시간 이상 간절히 원하면 특정 숫자가 나올 확률이 무심코 던질 때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부부의 사랑도 일종의 유사최면. 부부관계는 격렬한 감정과 심리적 무방비상태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과 배우자를 ‘최면’에 빠뜨리기 쉽다. 부부관계는 ‘인내’의 문제가 아닌 끊임없는 ‘자기암시’의 문제다.”(한국심리상담연구소 김인자소장)

최면. 보통 가수면(假睡眠) 상태에 빠진 몽롱한 눈빛을 연상하지만 오히려 모든 의식이 한곳에 집중된 상태. 시계추를 눈앞에 왔다갔다하게 하는 것도 의식을 한곳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만큼 특정한 자기암시나 기분을 반복하면 최면을 통해 권태없는 부부생활이 가능하다는 주장.

“외도한 배우자에게도 ‘혈서 써라’‘너죽고 나죽자’식보다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당신을 믿는다’를 주문처럼 반복하면 배우자나 자신도 더 빨리 제자리를 찾는다.”(대한최면연구소 김영국고문)

라폴현상. 최면에 걸리면 도덕성에 반하지 않는 한 무엇이든 암시대로 하려는 기분이 되는 것. 지나치면 최면을 건 사람에게만 반응한다.

▼ 유치할수록 좋다 ▼

남편의 기를 대번에 꺾어버리는 독수(毒手). 잠자리가 끝나자마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창회에 가서 들어보니 당신처럼 약한 남편이 없더라.” 단순한 말이 가장 효과적으로 치명타를 가한다.

심리작용인 최면에서도 마찬가지. “너무 행복해” “자기 끝내줘” 등 입 밖에 내기 부끄러울 정도로 ‘단순 유치한 말’이 부부최면용으론 효과적이란 분석.

서울 은평구 홍제동 박민영주부(28). “배가 나오고 뚱뚱한 남편이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가더군요. 처음에는 ‘지적으로 보인다’ ‘눈빛이 멋있다’는 식으로 달랬지만 신통치 않았어요. 그런데 ‘뒤뚱뒤뚱한 게 귀엽다,귀엽다’고 반복하니까 남편도 애처럼 좋아하고 내 눈에도 정말 귀엽게 보이더라고요.”

최면시엔 마음의 하의식 부분이 발달, 아동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므로 비유적이고 장황한 내용보다는 유치 단순 직접적인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최면학에서 말하는 ‘연령퇴행(年齡退行) 현상’.

“고마울 땐 ‘너무 고맙다’, 즐거울 땐 ‘너무 즐겁다’, 뜨거운 섹스 뒤엔 ‘정말 짜릿했다’고 직접 말해 그 말 자체를 배우자와 공유해야 한다.”(국제능력개발원 서근석원장)

그럼에도 아내의 주먹코를 보고 ‘높다, 높다’ 아무리 외쳐도 높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최면은 반드시 사실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 입에 발린 칭찬이나 거짓말은 금물이다. 정말 그렇다고 인정되는 특징을 찾아내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뇌어야 하는 것이다.”(청구성심병원 오동재신경정신과장)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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