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배심원 평결]남편 대학원 등록

  • 입력 1998년 2월 11일 21시 02분


▼ 아내생각 ▼ 김은숙(29.주부·서울 관악구 신림동) 지난해 봄 남편이 연세대 경영대학원(야간)에 다니기 시작했어요.오는 학기에 등록하면 3학기째가 되네요. 며칠전 남편이 불쑥 “휴학하겠다”는 얘기를 꺼내잖아요. 16∼18일이 등록기간이거든요.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한학기 2백50만원의 등록금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거였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 물러서선 안될 것 같아요. 한학기가 지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요. 2학기 연속 휴학은 금지돼 있어 나중에 한번더 휴학하면 입학금 3백만원등 그간 들어간 8백만원이 물거품이 되거든요. 책값 빼고. 회사의 보조 없이 시작한 만큼 저도 감당하기 힘든 건 맞아요. 당장 쓸 현금도 1백50만원 정도라 등록하려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거나 시부모님 신세라도 져야겠죠. 그래서 요즘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힘들더라도 젊을 때 해두는 공부만큼 확실한 ‘투자’가 어디 있겠어요. 경영대학원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여기서 넓힌 교분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들었어요. 기왕 시작했으니 확실하게 매듭지어야죠. 여유있을 때 하는 투자보다 어려움을 이겨낸 투자가 더 값진 게 아닐까요. ▼ 남편생각 ▼ 강동식(33.현대자동차써비스 대리) 정말 고민입니다. ‘뻔한’ 월급봉투 갖다주면서 아내에게 등록금 달라기가 민망해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정이 지금 같지는 않았거든요. 대학원 친구들의 고민도 한결 같아요. 저야 회사지원 없이 시작했으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학비보조를 받던 금융업체 등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 그만두겠다고 난리입니다. 직장 상사나 동료의 시선도 마음에 걸립니다. 사정이 좋을 때는 “수업 들으러 간다”며 회식에 빠져도 곱게 봐줬죠. 요즘은 ‘칼퇴근’하던 신세대 직장인도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때 아닙니까. 아버지가 “한학기 등록금쯤은 도와주겠다”고 하시지만 가장이 부모에게 손벌리기는 정말 싫습니다.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요즘 얼마라도 현금을 쥐고 있어야죠. 막내 여동생이 4월에 결혼하는데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모른척 할 수도 없고요. 생후 16개월째인 외동아들 성훈이의 미래를 위해 교육보험이라도 들어야 할 때거든요. 배워두지 않으면 당장 도태되는 ‘밥줄’걸린 공부도 아닌 만큼 나중에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지금은 중단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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