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음식값-옷값 『뚝』…高물가시대, 되레 低물가행진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생필품 값이 다투어 오르고 있지만 요즘 값이 내리는 것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밀어닥치기 이전인 11월에비해 밀가루값은 65.7%, 설탕은62.0%,식용유는 42.9% 오르는 등 각종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그러나 턱없이 높았던 술값 옷값과 음식값 등은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 서울 G백화점 직원 이선희씨(25·여)는 최근 회사 부근의 C단란주점에 갔다가 예상보다 훨씬 싼 술값 계산서를 보고 놀랐다. 손님이 줄자 주인이 술과 안주값을 지난달보다 30∼50% 내렸던 것. 맥주 세 병에 안주 하나인 ‘테이블 기본요금’은 5만원에서 3만5천원, 4만∼8만원짜리 안주는 2만∼5만원으로 내렸다. 주인은 “싸게 받아야 손님이 오기 때문에 값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근 회사들이 접대비와 판공비를 크게 줄였고 직원의 월급을 깎은 곳도 많다. 사회 분위기 탓에 단란주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문을 닫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것. 고급술집 중엔 간판을 ‘IMF형 주점’으로 바꾸고 종전 최소 10만원대였던 프리미엄급 양주 3백60㎖ 한 병을 3만∼5만원, 8만∼15만원이었던 안주를 2만원대에 파는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 웨이터 서비스료나 음료수값을 안받는 곳도 늘고 있다. 회사원 서모씨(29·여)는 지난주 단란주점에서 고객과 술을 마셨다. 그는 “한달 전에 56만원이던 것과 똑같은 술과 안주를 시켰는데 38만원 밖에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옷값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은 예년에는 계절이 끝날 무렵에 한번씩 옷값을 내렸으나 올 겨울에만 벌써 두 번이나 내렸다. 지난해 말에 30% 내렸고 1월에 다시 20∼30%를 내린 것. 마이스트로 맨스타 등의 남성복, 베스띠벨리 씨 시슬리 등의 여성복, 012베네통 니노세루치 등 아동복 브랜드가 재가격인하를 했다. 올 겨울정기세일 때는 노세일 브랜드였던 오조크 막스앤코 엘르스포츠 등의 옷값도 30% 정도 내렸다. 음식값도 거품이 빠지고 있다. 서울의 롯데 아미가 르네상스서울 등 대부분의 호텔은 최근 양식과 일식 한식당 등에서 1만원대의 ‘IMF형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내의 고급음식점들도 1만∼2만원대의 정식이나 세트메뉴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서울 근교나 휴양지의 숙박비도 내렸다. 경기 포천이나 강원 용평 등 스키장 부근의 여관에서는 지난해까지는 성수기 주말에 3만∼7만원의 숙박료를 받았으나 올해엔 2만∼3만원으로 내렸다. 이밖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사료값 폭등으로 축산을 포기하면서 무더기로 도축을 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 지난해에 비해 값이 15∼20% 내렸다. 그러나 주부들은 기쁜 소식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주부 이윤정씨(30·서울 상계동)는 “고기값이 내리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 같고 술값 호텔 음식값 등은 내려봐야 남편이 더 자주 이용해 오히려 지출이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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