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위기 의지로 이겨낸 오승우화백,작품전준비『구슬땀』

  • 입력 1997년 10월 27일 06시 58분


서양화가 오승우씨(67·예술원회원)는 눈이 나쁘다. 한때 실명(失明)위기까지 겪었던 그는 요즘도 2년에 한 번씩 독일에서 눈수술을 받고 있다. 화가에게 눈이 나쁜 것은 악운(惡運). 하지만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의욕,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95년 가을 오화백은 한국의 산을 그린 작품을 모아 「한국1백산」전을 열었다. 13년 동안 1백30여개의 산을 오르면서 그린 대작들이다. 친구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우종씨는 그때 『치열한 작가정신이 이룬 인간승리』라며 『산을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경지』라고 표현했다. 그후 2년. 오화백은 또다른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 티베트 네팔 인도 미얀마 등 아시아의 역사적인 고건축물을 그린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는 계획. 목표연도는 2001년. 1백점을 그려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네 곳을 순회할 예정. 이를 위해 1년간을 중국에서 보냈다. 지난해 4월 베이징으로 건너간 그는 아파트를 얻어 올 3월까지 살았다. 사이사이 몽골과 티베트도 다녀왔다. 『실크로드 만리장성 자금성 등 여기저기를 돌며 중국의 옛 문화유적을 그렸지요. 내년 5월에는 아직 돌아보지 못한 중국 남방도 돌아볼 계획이에요』 중국의 미술전문지 「미술」(97년4월호)은 오화백의 중국활동을 8점의 작품사진을 곁들여 소개하면서 『강렬한 색채를 기조로 삼는 그의 작품들은 화려하면서도 호쾌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고 평했다. 오화백은 현재 서울 홍은동 자택 작업실에서 중국체류 때 그린 40점에 대한 마무리완성작업을 하고 있다. 이중 「태화전」 「천하제일문」 등 두 작품은 현재 지방순회중인 대한민국예술원미술전에 전시되고 있다. 그는 몇년만에, 때로는 10년 이상의 터울을 두고 일정한 주제를 정해 작업을 해왔다. 절과 고궁(초창기∼60년대중반) 요정(60년대후반∼70년대초반) 민속놀이(70년대) 전국 곳곳의 산(80년대∼90년대중반)에 이어 지금은 아시아 각국의 고건축물. 그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야 관심을 모으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한국 근 현대회화사의 거목인 서양화가 오지호화백(82년작고)의 장남인 그는 선친의 뒤를 이어 서정적 자연주의 풍경화가로 뚜렷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조선대를 졸업한 그는 국전에서 내리 4회 특선을 차지했으며 이후 국전 추천작가 초대작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83년부터 10년간은 목우회회장을 맡았다. 오승윤화백이 친동생. 요즘도 그는 새벽마다 집 뒤 홍은산 등산과 수영을 거르지 않는다. 그다음엔 종일 작업실에 묻혀 있다. 〈송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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