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오페라 「97라보엠」,30일부터 내한공연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목석같은 주인공들, 흐릿한 조명, 막이 바뀌어도 마냥 비슷한 무대세트…. 오페라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이같은 생각들을 바꿀 기회가 왔다. 러시아 스타니슬라프스키 오페라극장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원작으로 30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97 라보엠」(동아일보 주최). 지휘 연출 조명 등 대부분의 스태프와 전 솔로진이 모스크바의 스타니슬라프스키 오페라극장에서 온다. 스타니슬라프스키 가극장은 1919년 연극연출가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창설한 오페라 스튜디오가 모태. 러시아의 다른 대표적 가극장 볼쇼이와 마린스키(키로프)가 정통적이고 관습적인 오페라 재현에 초점을 맞춘다면 스타니슬라프스키는 다분히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연출에 초점을 맞춰왔다. 프로코피예프 「세개의 오렌지에의 사랑」 등 역대 주요작품은 러시아 오페라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로 꼽힌다. 이 극장의 지난 시즌 대표작인 「97 라보엠」은 정밀한 연기와 연출이 가장 큰 특징. 『모든 출연진이 음악에 맞춰 영화를 보듯 세밀한 움직임으로 연기한다』 연출을 맡은 알렉산드르 티텔의 이야기다. 몸짓과 발걸음 하나에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 사실성에 바탕을 둔 그의 연출은 치밀한 연기지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축제를 그린 2막에서는 합창단과 내외국인 「엑스트라」를 포함한 수백명이 무대 위에 쏟아져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풍경을 연출한다. 방종한 여인 무제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동차 위에 도발적인 포즈로 누운 채 유명한 「왈츠」를 부른다. 심지어 1막이 열리면 비둘기떼가 무대와 객석을 가로질러 날면서 시인의 이상을 표현하게 된다. 5백여 가지로 바뀌며 분위기를 전달하는 조명도 관심거리. 연출자 티텔은 이같은 정밀한 연출효과를 낳은 공로를 인정받아 올시즌 전 러시아에서 공연된 가극작품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황금가면상」 연출부문을 수상했다. 내한하는 성악가들의 면면도 스타니슬라프스키 자체의 명성에 못지않다. 미미역의 올가 구리아코바는 96년 림스키 코르사코프 성악콩쿠르 최우수상 수상자이자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주역가수. 무제타역 히블라 게르츠마바는 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그랑프리 수상자다. 이밖에 로돌포역으로 출연하는 아하메드 아가디 등 러시아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14명의 명가수가 더블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다. 전공연 오후7시반. 볼프 고렐릭이 지휘하고 코리아 콘서트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02―587―1950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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