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카탈로그 『튀어야 산다』…신세대겨냥 아이디어경쟁

  • 입력 1997년 9월 25일 07시 26분


쓰레기봉투에 담긴 카탈로그, 스티커로 만든 카탈로그, 예전 초등학교 교과서를 본뜬 카탈로그…. 요즘 패션 카탈로그는 옷의 디자인과 색상을 명확히 보여주기보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예술적인 감성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신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들의 아이디어 싸움은 치열하다. 스티커 형식은 「오즈세컨드(O'2nd)」의 카탈로그.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곳에 붙여 놓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닉스」의 카탈로그는 의상사진 사이에 신문기사 광고 낙서가 군데군데 섞여 있고 인쇄도 「제멋대로」다. 매장에서는 이 카탈로그를 쓰레기봉투처럼 만든 비닐봉투에 담아 고객들이 들고가도록 해 놓았다. 「개그」가 선보인 가을겨울 카탈로그의 제목은 옛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개그생활」. 제1과 애국가, 제2과 인사 등의 「단원」으로 돼 있으며 초등학교 시절 낯익은 그림처럼 옷을 입은 모델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변화에 민감한 10대들에게는 옷은 잘 안 보이더라도 재미있고 특이한 카탈로그가 먹혀 들어간다』는 것이 「닉스」 유예리홍보팀장의 말. 이미지 위주의 사진을 강조하다 보니 사진을 찍을 때 슬로셔터를 사용하거나 조명을 역광으로 처리해 옷의 디자인과 색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에 대해 「윈」의 박미라판촉과장은 『고객들은 옷의 색상이나 스타일을 정확히 아는 것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알기 원한다』고 잘라 말했다. 카탈로그 형식면에서의 파격도 만만찮다. 「여」처럼 엽서 형식으로 만들거나 「샐리」처럼 두꺼운 표지를 대어 시집처럼 만들기도 한다. 「EnC」카탈로그는 아예 사진이 담긴 면보다 백지를 더 많이 넣어 두꺼운 연습장처럼 만들어 놓았다. 올가을에는 패션의 복고경향에 따라 카탈로그도 복고풍의 디자인이 특히 눈에 띈다. 「나인식스뉴욕」은 50년대 할리우드 영화세트를 재현해 영화의 한 장면을 찍듯 카탈로그를 제작했고 「까슈」도 카탈로그 표지 디자인에 미국의 시사화보「라이프」지 1960년 10월호를 배경에 담았다. 「까슈」의 손형기홍보실장은 『패션 카탈로그를 파격적으로 만드는 경향은 다른 브랜드보다 튀어야 하는 패션업계 특유의 생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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