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명절 스트레스해소법]남편-시댁 거들면 큰도움

  • 입력 1997년 9월 13일 08시 22분


▼ 남편-시댁식구가 풀어주자 ▼ 명절 스트레스로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 낀 아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위태로운 것은 물론이고 남편 마음도 불편하다. 아내가 환한 웃음으로 추석을 맞이하고 자신도 여유롭게 추석을 보낼 방법은 없을까. 경기 수원에 사는 이규원씨(34·출판사 기획부장). 결혼 첫해였던 5년전 서울 홍제동 본가에서 차례를 지낸 뒤 설거지를 몽땅 해주었다가 형제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추석이 거듭되면서 집안 분위기는 바뀌었다. 『작년 추석때는 형제들이 모두 송편을 빚었습니다. 송편을 빚으면서 「수다」를 떨면 분위기도 좋아져요』 지난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선정 평등부부상을 수상한 기승준씨(30·동양증권사원). 그는 『「15분만 투자하면 아내가 편한데…」하는 생각으로 설거지에 적극 나선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부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아내의 마음을 녹일 방법은 있다. 회사원 김정훈씨(42·서울 방배동)는 『친척끼리 모여 얘기할 때 은근히 아내칭찬을 해 기분을 풀어준다』며 『어머니와 조카들에게 주는 용돈은 꼭 아내에게 맡겨 「생색」을 내도록 한다』고 말했다. 시어머니 입장인 박정숙씨(63·경기 안성군)는 스스로 팔을 걷어붙여 며느리와 「화기애애」하게 명절을 맞는다. 추석음식 장만은 혼자서 하고 서울에 사는 외아들 부부에게는 추석 당일 새벽에 내려오라고 한다. 그는 『며느리는 내가 늙거나 죽은 뒤 추석마다 지겹도록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업주부 이은아씨(33·서울 반포동)는 『음식장만이 서투른데도 시어머니가 「주방기구가 손에 안익어서 그렇구나」라고 말씀해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고 말했다. 서울 여성의 전화 이상덕회장(41)은 다른 동서 3명과 함께 추석음식을 나눠 맡고 차례상도 네집이 돌아가며 차린다. 시어머니(81·경기 안산시)가 이런 원칙을 정해 며느리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있는 것. 부모를 일찍 여읜 이명천씨(48·한국체육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도 3형제가 번갈아 추석음식을 준비한다. 이씨가 「담당」이 되면 아내는 음식을 만들고 자신은 집을 청소한다. 아내의 스트레스는 아랑곳하지 않는 「벽창호」남편을 둔 주부경력 13년의 김미숙씨(37·서울 군자동). 그는 『명절 스트레스요, 조금만 「나쁜 여자」가 되면 받지 않아요』라며 자신만만해한다. 그는 『처음에 너무 좋은 며느리가 되려한 것이 문제였다』며 『5년 전부터 「나쁜 여자」가 되기로 작정하니 스트레스를 덜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동서나 시집 안 간 시누이에게 꼭 선물을 마련한다. 특히 동서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에 『형님밖에 없어요』라고 부추기자 「원군」이 됐다고 귀띔했다. 〈김진경기자〉 ▼ 주부자신이 이겨내자 ▼ 주부가 「명절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이겨내려면 주부 본인과 남편 시댁식구 등 주위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양창순박사는 『다가올 명절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미리 짜증내거나 불안을 느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심화시킨다』면서 『일이 너무 많아 힘겹다면 혼자 다 할 생각을 말고 적절히 나눠 맡기라』고 조언했다. 동서나 시누이에게 일을 시키면 싫어할 거라고 지레짐작해 부탁조차 않다가 일과 스트레스를 모두 떠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 때 『지난해에는 나혼자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라는 푸념조보다는 『지난해 동서가 이러저러하게 도와주니까 참 좋더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주위사람들에게 호소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시댁식구들 틈에서는 남편의 도움이 무엇보다 큰 원군. 양박사는 남편들에게 『명절 전에는 「당신 또 힘들겠구나. 도와줄 일 뭐 없을까」, 끝난 뒤에는 「당신 정말 고생 많았어」라고 따뜻한 말을 건넬 것』을 당부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물어본 뒤 아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내가 시댁 식구들과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댁에 머무는 시간이나 추석차례비용 등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미리 확실히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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