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새음반]물기 머금은 「로맨틱 벨칸토」

  • 입력 1997년 7월 18일 08시 12분


어딘가 다소 낯설다. 로시니「탄크레디」, 도니체티 「샤무니의 린다」, 벨리니「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 19세기 중반 이탈리아를 수놓았던 작곡가들의 명성이야 어찌됐든, 음반에 실린 곡 대부분은 쉽게 들어볼 수 없었던 오페라의 아리아들. 그러나 어색한 첫 만남은 잠시. 열곡의 아리아들은 깎아낸듯 정밀한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요구하는 화려한 노래들이며 또한 조수미의 경묘한 음성과 치밀한 해석에 가장 잘 들어맞는 레퍼토리임이 드러난다. 「그리운 목소리가 나를」의 뒷부분, 흐르는듯 내려떨어지는 반음계에 귀기울여보자. 돋보기를 들이대더라도 사소한 울퉁불퉁함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냉전과 「거대담론」이 사라진 90년대의 세계가 시나브로 투명함과 매끈함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버라 보니는 지극한 세공이 깃든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으로 전세계의 갈채를 이끌어냈고 던 업쇼는 더없이 애달프면서도 곱고 순진무구한 표현으로 구레츠키의 교향곡3번을 일약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조수미가 정상의 별중 하나에 오른 것도 스스로의 천부적 재능외에 시대의 요구가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오늘날 바그너를 가장 잘 노래한다는 셰릴 스튜더조차 지난 60년대의 거장 소프라노들과 사뭇 다른, 투명하고 집중적인 공명과 파르르 떠는 듯한 음성의 광채를 무기로 삼고 있지 않던가. 조수미의 새음반 「로맨틱 벨칸토」(텔덱)로 돌아가자. 평범한 성악팬의 눈길은 당연히 마지막에 수록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중 1막 끝장면에 쏠린다. 물기 머금은 조수미의 음성은 한시절을 풍미했던 조안 서덜랜드의 「초월적인」음성에 비해 한층 현세로 내려와 있다. 가사그대로 「혼자이고, 버림받은」 슬픈 여주인공의 처지이기에 한층 더 호소력을 지닌다. 그러나 단 하나, 최후의 끝맺음에서는한층더 강렬하게 뿜어낼 수 없었는가.사실은 이 음반 이 부분에서 되물어본 질문이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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