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동식물도 「문화재」인가

  • 입력 1997년 7월 11일 08시 04분


크낙새 수달 반달가슴곰 소쩍새…. 천연기념물(국가지정문화재)인 이 동물들은 문화재인가 아닌가. 지난해부터 이를 둘러싸고 계속돼온 환경부와 문화재관리국간의 논란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문화재관리국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은 현행대로 문화재의 지위를 누리고 보호관리도 문화재관리국이 계속 맡게 된다. 그러나 환경부가 멸종위기 동식물 관리권을 얻어내기 위해 법규개정 및 업무조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어서 논란 재발 가능성이 농후하다. 논란의 출발점은 「식물이나 움직이는 동물이 문화재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 환경부는 『남대문이나 석굴암처럼 고정된 인공적 무생물만이 문화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에 천연기념물 특히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존대책을 추가하고 관리권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전문부서인 환경부가 전체적인 생태계 보호체계 안에서 동식물을 관리해야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문화재관리국의 의견은 다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연물(동식물 광물 천연보호구역)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정신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들어있는 엄연한 문화유산이라는 견해다. 돌 하나, 나무 한그루, 새 한마리에도 종교 전설 등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부여해온 것이 우리의 전통이다. 속리산 정2품송의 경우, 하나의 생물체 종(種)으로만 이해했다면 지금까지 그 문화적 의미가 이어져 왔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한다. 문화재관리국은 또 『천연기념물의 훼손 멸종이 문화재관리국의 관리능력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환경부의 지적에 대해 『수질오염 농약살포 도로건설 산림훼손 등 천연기념물보호구역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훼손을 방치해온 관련부처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반박한다. 전문가들은 정말 중요한 문제는 문화재냐 아니냐가 아니라 부처간의 업무협조 부재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야생동식물의 훼손 멸종을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인 것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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