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語못낸 조계종…月下종정 종단에 불만 석달째 업무안봐

  • 입력 1997년 5월 11일 08시 58분


14일은 부처님 오신날. 이날을 앞두고 해마다 발표되는 종정들의 법어는 고도의 비유와 상징,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혼탁한 사회에 진리를 설파해 왔다. 이는 불교신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지향과 활력을 주는 마음의 청량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처음으로 조계종 종정의 법어가 없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게 될 전망이다. 月下(월하)조계종 종정은 지난 3월10일 宋月珠(송월주)조계종 총무원장의 종단 운영에 불만을 품고 원로회의에 사표를 전격 제출한 뒤 종정직과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보지 않고 있다. 원로스님들과 종회의장단이 몇차례 양산 통도사를 찾아 사퇴번의를 간곡히 요청했다. 지난 4월29일에는 慧菴(혜암)원로회의 의장과 송총무원장이 마음을 돌려줄 것을 간청했으나 묵묵부답인 상태다. 종정의 사의가 확고한 것을 확인한 조계종은 지난 7일 총무원장 명의로 『중생의 고통을 함께 하는 일이 바로 부처님이 오신 뜻을 달성하는 일』이라는 내용의 봉축사를 발표했다. 80년대 종정이었던 性徹(성철)스님이 입적하기 몇 해 전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부처님 오신 날에는 법어를 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종단이 아무리 어려워도 종정 법어가 없는 경우는 없었다』며 『법어의 부재는 한국 불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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