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방생 반성론 대두…『이웃사랑등 본래 뜻 살려야』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39분


[김경달기자] 불교계의 방생(放生)법회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월삼짇날(4월9일)의 팔당호 행사를 앞둔 논란이다. 문화체육부는 최근 조계종 불교종단협의회 등 28개 종단 및 70여개 불교법인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재래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수입물고기의 방생을 자제해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환경문제와 관련해 방생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80년대후반부터 종교계 내외에서 꾸준히 이어졌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불교계내부에서는 이와함께 방생의 본래적 정신을 되살려 이웃을 사랑하고 베푸는 실천적이고 생활화한 방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방생은 잡혀있거나 죽어가는 물고기와 새를 풀어줌으로써 부처의 자비정신을 실천하는 불교의식의 하나. 매년 정월 대보름과 삼월삼짇날 부처님오신날 추석 등의 명절에 주로 행해진다. 올해도 4월9일 오전11시경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한 팔당호인근에서 약1만명의 신도가 참여하는 삼짇날 방생법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를 준비중인 조계종 총무원은 『참가 개인 모두가 방생하기보다 스님과 신도대표 혹은 사찰대표 등이 상징적인 방생을 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무원은 또 『지난해 사회복지재단내에 발대시킨 해난구조자원봉사단에서 수중탐사장비와 인력을 동원, 수중 청소를 실시하는 등 환경을 우선한 생명공동체운동으로 이 법회를 전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방생은 「살아있는 중생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불살생(不殺生)의 계율과 맞닿아 있으면서 「생명을 살리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중국 대만 등 외국 수입물고기가 부쩍 늘어나면서 방생 본래의 뜻이 바래기 시작했다. 방생된 물고기들이 수질이 맞지 않아 금세 죽으면서 물을 오염시키거나 살아남더라도 다른 토종물고기들을 잡아먹는 등 오히려 방생의 뜻에 반대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 특히 최근 들어서는 불교계내부에서 『특정한 날을 정해 자기의 복을 빌며 벌이는 대규모의 획일적 기복적인 방생은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쳐있다』는 지적과 함께 폐지론도 대두되어 왔다. 최근 정월 대보름 방생법회를 다녀온 한 신도는 『의미없이 돈만 버리고 괜히 물고기만 고통스럽게 죽어가도록 놓아주었다는 생각에 뒷맛이 더욱 개운치 않았다』고 말했다. 방생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방생법회는 단지 「물고기를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생활화된 환경실천운동으로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행사로 변모해야 한다는 게 종교계의 일반적 지적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