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상-서양철학 『만남』…신일철교수 「현대사회…」펴내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이광표 기자] 원로철학자 신일철 고려대교수(66)가 이달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현대사회철학과 한국사상」(문예출판사 발행)을 펴냈다. 그동안 서양철학과 우리 전통철학의 행복한 만남을 추구해온 신교수는 북한 주체철학의 권위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세기 후반의 철학은 탈냉전시대와 맞물려 인문학의 본령에서 벗어나 위기에 봉착했다』고 현재의 철학 현실을 진단한 신교수는 『앞으로의 철학은 인생과 사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책에서 신교수가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우리의 근대 민족주의 사상과 서양의 자유주의 철학. 『한국의 철학도가 우리 전통사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요』 지난 60년대부터 한국의 민족주의를 연구해온 신교수의 주된 관심 분야는 신채호 안창호의 민족주의 사상과 최제우의 인내천 사상 등. 신교수는 또 북한의 주체철학 연구에도 일가를 이루고 있다. 『주체사상이 우리 민족의 일부인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신교수가 주체사상을 연구하게 된 이유. 그러나 주체사상이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으로 발전하길 기대했지만 결론은 개인 우상화였다고 비판했다. 신교수의 또 다른 관심 분야는 3.1운동 사상. 우리에게 있어 근대적 개념의 국가가 탄생한 것은 3.1운동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이 신교수의 기본 견해다. 『3.1운동을 바탕으로 민주공화제의 상해(上海)임시정부가 탄생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3.1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근대국가 출현의 기초가 됐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대학원 시절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을 공부하면서 서양철학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신교수는 최근 형이상학보다는 자유주의적 철학에 매력을 느낀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자유지상주의와 최소한의 국가론을 주장한 로버트 노직, 정의론과 복지국가형 자유주의론을 추구한 롤스 등서양철학의 자유주의철학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도 자유주의철학에 대한 매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양철학의 올바른 수용 방법과 관련, 『서양철학을 무조건 배척하고 우리 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서양철학의 어설픈 이해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서양철학을 철저하게 공부해야만 우리 사상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교수는 정년퇴직을 해도 당분간 대학원 강의는 계속하며 그동안의 연구성과와 저술을 종합 정리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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