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우리 아이 이렇게 키워요]영어도사 박영복씨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이성주기자] 외무부 서기관 출신의 박영복씨(45·경기 부천시 성곡동)는 중국어 힌두어 라틴어 등 20여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바스크어 그루지야어 알바니아어 등 30여개 외국어는 번역과 해석이 가능하다. 외무부에서는 「영어 도사」로 소문이 났었다. 영화광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본 영화 2만여편의 주요표현을 정리해 「생생영어」란 영어학습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딸 선형(원종초등4년)과 선희(〃3년)에게는 영어를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원에도 안 보낸다. 『우리말을 잘 할수록 외국어 배우기가 더 쉽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말로 민주주의에 대해 잘아는 사람은 「데모크라시(Democracy)는 민주주의」라는 것만 배우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몇 시간씩 설명을 들어도 모른다는 것. 그는 초등학교때까지 우리말로 다양한 공부를 하고 영어 공부는 만13세인 중학 1년때부터 시작해도 늦지않다고 주장한다. 「14세 이전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 자신도 중학교때부터 영어에 빠져 들었다. 영화를 한글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반복해 보면서 영어 실력이 「쑥쑥」 늘었다. 고등학교때는 프랑스어 일어 독어 등을 독학했다. 한가지 말을 익히면 비슷한 말은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화장실에 갈때나 다방에서 누구를 기다릴 때 얇은 외국어책을 본다. 박씨는 최근 일부 학부모들의 조기영어 열기에 대해 『그렇다면 다른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되묻는다. 우리말로 다양하게 생각하는 아이가 일사일의(一辭一義)식으로 영어단어 공부만 한 아이보다 더 빨리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일기를 빠뜨리지 않고 쓰는지 신경을 쓴다. 자신의 일을 반성하면서 우리말 공부를 저절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둘째딸 선희가 어느날 55점 맞은 수학 시험지를 들고 왔을때 그의 첫마디는 『야, 틀린 것보다 맞은 것이 더 많구나』였다. 그러나 남에게 욕을 한다든지 남의 집 어른에게 버릇없이 굴때는 무서운 아빠가 되기도 한다. 똑똑한 아이보다도 착한 아이를 원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나라에 교재가 나오지 않은 30여개 외국어의 어학교재를 발간하는 것이 꿈이다. 지난 95년 8월 건강상 이유와 함께 이 목표를 이루기위해 외무부에 사표를 냈다. 그는 『아이들에게 조기영어교육으로 짐을 지우는 것은 60년 이상을 뛰어야 하는 삶이라는 마라톤에서 처음부터 오버페이스를 시키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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