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중스님,高僧일화집 「배 고프면…」펴내

  • 입력 1996년 12월 19일 11시 55분


「사형수의 대부」 「재소자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朴三中 스님(부산 자비사 주지)이 역대 고승의 일화를 모아 최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三中 스님이 이번에 낸 책은 「배 고프면 먹고 졸리우면 자고」(태일출판사).「삼중 스님이 들려주는 고승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사를 빛낸 스님 1백명의 일화가 수록돼 있다. 국내는 일체무애행으로 널리 알려진 元曉대사를 비롯해 솥을 아홉 번 걸고 스님이 된 九鼎선사, 석가여래의 화신으로 불리는 震默스님, 판사를 그만 두고 엿장수가 된 曉峰선사, 인욕제일로 일컬어지는 靑潭스님 등 44명의 고승들이 소개돼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중 하나인 蓮潭스님의 일화는 지배자의 오만과 스님의 번득이는 재치가 맞부딪치며 읽는 이에게 통렬함을 안겨준다. 화순 만연사라는 절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짓궂은 원님이 만연사 음식솜씨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백(百)가지 찬을 만들어 일시에 바치라고 명을 내렸다. 주지가 당황함은 물론이고 공양을 짓는 보살들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때마침 이 절에 들른 蓮潭스님은 주지스님의 하소연을 듣고난 뒤 "걱정말라"고 한마디 해놓고는 태연자약했다. 약속한 날, 蓮潭스님은 하얀 종이에 싼 작은 그릇 하나를 가지고 원님에게 갔다. 그리고 시치미 뚝 떼며 이렇게 말했다. "원님이 말씀하신 백(白)가지 나물을 여기에 가져왔습니다. 좋은 음식을 놔두고 하필이면 백가지 나물을 좋아하십니까" 말문이 막힌 원님이 들여다본 그릇 속에는 하얀 가지나물이 들어 있었다. 이 책에는 또 중국 선불교 시조인 達磨대사와 一日不作이면 一日不食이라는 말을 남긴 百丈선사, 「배 고프면 자고 졸리면 잔다」는 大珠선사 등 37명의 중국스님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와 함께 단무지를 만든 다쿠안(澤庵)스님, 강도에게도 선을 가르친 시치리(七里恒順)선사 등 19명의 일본 스님 일화도 곁들여져 있다. 三中 스님은 "선사들의 목숨을 건 수행과 피울음보다 더한 구도심에서 나온 禪語를 통해 자아를 상실하고 물질에 매달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욕심의 그물을 벗겨내고 참된 삶을 사는 지혜의 등불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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