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벌이주부]중국서 태어나 美유학 김연옥씨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0분


「金昇煥기자」 『아내가 밥을 했으면 남편이 설거지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한국 루슨트테크놀로지의 프로덕트 매니저 김연옥씨(33)는 한국생활 3년이 넘었지만 맞벌이주부를 힘들게 하는 「분위기」를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국 북경에서 조선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김씨. 부부중 먼저 퇴근한 사람이 저녁준비를 하고 청소나 빨래도 함께 하는 부모와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자랐다. 미국 유학중 한국 남자를 만나 87년 결혼했다. 유학생 부부시절 남편은 설거지도 해주었다. 아이 둘과 남편나라를 찾은 것은 지난 94년 여름. 어쩌다 한번 부엌에 들르던 남편의 발걸음이 뜸하다싶더니 어느덧 끊겼다. 김씨는 맞벌이가정의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결심보다는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고 느낀다. 『미국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집안일을 나눠서 하던 남편이 한국에서는 「집안일은 여자 것」이라는 상식 뒤로 편하게 숨어버리는 것을 종종 발견해요』 다른 직장인들처럼 남편도 저녁 회식이나 약속이 많다보니 가정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육아문제를 전적으로 여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을 김씨는 한국에서 처음 접했단다. 『직장 여성들에게 생기는 가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비용도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3∼4배 높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하루종일 아이를 맡기는데는 한달 평균 20만원선. 중국에도 모든 직장에 탁아방이 있어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 그녀는 『한국도 사회제도가 바뀌면 일하는 여성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이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아내가 가장 의지하고 도움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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