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미 FTA 재협상 득실 파악 미흡… 안철수, 통상 컨트롤타워 역할 모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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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7/대선 D-20/후보 공약 검증]<1> 외교안보
美, 한미FTA 개정 요구 목소리에 5人 모두 “국익 수호”… 각론은 부족
문재인 전작권 조기전환, 안철수 조건부 전환… 전제로 내건 ‘국방력 강화’ 추상적

《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한반도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을 향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압박하자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하겠다”고 맞받아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하게 될 차기 대통령은 대선일 바로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당선 뒤 정책을 점검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을 미리 세심하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급변하는 대외 정세에 대응하지 못한 채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모두 ‘안보 대통령’을 자처하며 잇달아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속에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은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 실종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한국정책학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외교·안보 공약 검증을 시작으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한다. 한국정책학회(회장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20명의 분야별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해 일자리 정책, 정부조직 개편 등 각 후보의 공약을 △가치 △목표 △실현 가능성 △효과 등 4가지 기준으로 검증했다.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가 가시화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 FTA 전면 개정 시 5년간 수출 피해가 259억 달러(약 30조 원)에 이르고 일자리가 24만 개가량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한미 FTA 재협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국익 우선 외교’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책학회 대선 정책공약 평가단은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치고 있을 뿐 각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한미 FTA 재협상 전략 미흡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8일 “전반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아주 시급하다”며 “대통령에 취임하면 가장 먼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부탁해 미국과 (한미 간 현안에 대한) 정지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대기업들이 선제적인 미국 투자에 나서도록 해 한미 FTA가 미국에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국이 새로운 (한미 FTA) 협상을 하자고 요구할 수 있지만 국익을 지키는 당당한 협상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협상에 응한다”는 태도다.

반면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재협상 요구의 부당성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겠다”며 재협상에 부정적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재협상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평가단은 문 후보에 대해 “한미 FTA 재협상 시 발생할 지역별, 산업별 유불리에 따른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을 친미 대 반미 프레임으로 끌고 갈 경우 ‘광우병 파동’ 때처럼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양국에 호혜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존 통상정책과 차별화된 공약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안 후보가 통상정책 컨트롤타워로 통상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통상정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두 조직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과거 통상 관련 정부조직의 장단점을 평가한 뒤 새로운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文 “전작권 조기전환”, 安 “조건부 전환”

한미 간의 핵심 외교현안 가운데 하나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문 후보와 홍 후보, 심 후보가 조기 전환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과 같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자주 국방력을 강화해 전작권을 조기 환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심 후보가 2020년을 전작권 환수 시점으로 밝힌 데 반해 문 후보는 명확한 환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조건부 전환을 내걸었다. 안 후보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한반도 안보 환경 안정화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구비 △대북 대응 능력 확보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는 북한 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단은 “문 후보가 전작권 환수와 연계한 자주 국방력 강화는 모호하다”며 “안 후보 역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어떻게 충족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한중, 한일 공약 국내 이슈에 매몰”

한중, 한일 관계 분야에선 문 후보가 ‘동북아책임공동체’ 구축을 통한 안보 및 경제협력 제도화, 한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를 통한 경제적 협력 파트너십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안 후보는 “대화를 통한 한중관계 경색 해결”을 약속했지만 미래비전을 제시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단은 홍 후보의 경우 한중관계에 대해 북핵 공조에만 치중했다고 진단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가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홍 후보와 심 후보는 합의 파기를 주장했다.

구 교수는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격랑에 휩싸인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국내 이슈에만 매몰돼 있어 우려된다”며 “기존 FTA의 업그레이드 등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대전·대구=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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