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이 개입됐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이날 “5월5일 한화 김연배 사장이 독일에 체류 중인 김승연(金昇淵) 회장에게 전화해 대생 인수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회장은 ‘민주당 한 대표와 노 후보를 접촉해 협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에게는 협조 요청 대가로 미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워싱턴 정가에 존재하는 노 후보에 대한 우려를 씻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정 의원은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은 또 한화가 98년까지 소유했던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김모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 9월4일 전화를 걸어 ‘박지원 비서실장이 (한화그룹의 인수작업에) 나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부탁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박 실장이 같은 날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생 매각은 대통령 관심사항인 만큼 내일(9월5일) 열리는 회의에서 한화에 매각하도록 결정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이런 내용을 5분가량 발언한 뒤 “폭로한 내용은 (정보기관이) 도청한 것을 입수했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이를 문제삼았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누가 어떤 경위로 누구를 도청했는지 밝혀라”고 요구했고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정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사안이지만 정 의원이 입증 못한다면 사죄하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정 의원의 주장과 달리 김 회장은 5월 독일을 방문한 사실이 없으며 김 사장은 민주당 노 후보, 한 대표를 전혀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실장도 “한화측으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은 적도 없고 관련 부처에 압력을 가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 대표와 노 후보도 “정 의원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