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요지경人事'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56분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재수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검찰의 1차 수사 책임자가 재수사 여파로 공석이 된 자리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발령받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17일 신광옥(辛光玉) 전 차관의 후임에 김승규(金昇圭) 광주고검장을 임명하고 이기배(李棋培) 검사장을 광주고검 차장에 기용했다. 이 검사장은 고검 차장이지만 고검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사실상 광주고검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문제는 이 검사장이 지난해 서울지검 3차장으로 ‘진승현 게이트’와 ‘정현준(鄭炫埈) 게이트’ 1차 수사를 직접 지휘했고 수사가 부실했다는 사실이 재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

신 전 차관과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의 금품수수 혐의가 새롭게 밝혀졌고 검찰이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에게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도 장기간 수사를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일선 검사들은 이 검사장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수사는 결국 장기간 중단됐었다.

또 당시 이 부회장에게서 “김은성(金銀星) 국정원 2차장에게 1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만큼 이 검사장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재수사의 여파로 옷을 벗은 신 전 차관의 후속 인사에서 재수사의 원인 제공자가 득을 본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이 검사장의 인사는 좌천은 아니지만 영전도 아니다”라며 “이 검사장 외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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