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91〉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넷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정말 형은 불운한 사내였습니다. 그 심한 매질을 당하고 조리돌림을 당한 뒤 형은 다시 그 도시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형의 그 불행한 처지가 마침내 저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되었고, 그래서 저는 형을 찾아내기 위해 먼 길을 떠났습니다. 무수히 수소문을 한 끝에야 마침내 형을 찾아낼 수 있었고, 형을 찾아낸 뒤 저는 형의 여러가지 사정을 물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의 사정 이야기를 다 들은 저는 남몰래 도성으로 데리고 와 먹을 것을 대어주고 있습니다』
수다쟁이 이발사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일단 입을 다물었다. 듣고 있던 왕은 이발사 넷째 형의 그 기구한 운명에 혀를 찼다. 그때 이발사는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임금님, 제 다섯번째 형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지 않는다면 제가 얼마나 입이 무겁고 주제넘게 남의 일에 간섭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가 하는 걸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말했다.
『그대의 다섯번째 형의 이야기도 들어보기로 하자』
그리하여 이발사는 자신의 다섯번째 형 이야기를 시작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저의 다섯번째 형, 허풍선이 알 나슈샤르로 말할 것 같으면 양 귀가 모두 떨어져나간 사나이인데, 밤이면 밤마다 구걸을 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그러나 그 형도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칠백 디르함의 유산을 남겼으므로 우리 형제들은 각기 몇 닢씩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런데 다섯째 형은 자기 몫의 유산을 받기는 했지만 그 돈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 얼떨떨해 했습니다.
며칠을 두고 궁리한 끝에 형은 갖가지 유리그릇을 사들였습니다. 그것을 팔아 이익을 보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백 디르함 어치의 유리그릇을 사 커다란 쟁반에 담아가지고는 어느 집 벽 밑에 늘어놓고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물건을 앞에 놓고 앉아 형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말을 하였습니다.
「이 그릇을 사느라고 내가 투자한 돈은 고작 백 디르함이야. 그러나 이것을 다 팔면 나한테는 적어도 이백 디르함의 돈이 손에 들어올거야. 그렇게 되면 그 돈을 모두 투자하여 다시 그릇을 사들이고 그것들을 다 팔고 나면 사백 디르함이 되겠지. 이런 식으로 장사를 계속하게 되면 사천 디르함은 문제 없이 생길 것인데 사천 디르함이라면 큰 돈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돈으로 나는 다시 보석이며 향료 같은 걸 사들일 거야. 그렇게 되면 굉장한 돈벌이가 되지. 그때는 백인노예와 내시가 있는 근사한 저택을 마련하리라. 멋대로 먹고 마시고 놀 수 있게 되지. 가수와 가희들을 모조리 집으로 불러 내 앞에서 노래부르게 해야지」
이렇게 형이 공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백 디르함 어치의 유리그릇들은 여전히 눈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형은 그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공상에 빠져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