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검사 ‘몰카’지시 왜 했나]李씨수사 막히자 물증확보 ‘무리수’

  • 입력 2003년 8월 20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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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몰래카메라 촬영과 관련해 긴급 체포된 김도훈 검사가 청주지검에 출두하고 있다.청주=연합
20일 오후 몰래카메라 촬영과 관련해 긴급 체포된 김도훈 검사가 청주지검에 출두하고 있다.청주=연합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몰래카메라 촬영사건의 전모가 마침내 드러났다.

특히 몰래카메라 촬영의 ‘총감독’이 문제의 청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 사건을 담당했던 김도훈(金度勳) 검사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일고 있다. 또 이번 몰래카메라 사건이 검사의 ‘탈선’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조직의 도덕성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김 검사 혐의=검찰은 김 검사가 이씨와 사업상 불화를 겪고 있던 J볼링장 업주 홍모씨(43)와 부인 장모씨(29) 등에게 몰래카메라 촬영을 지시하고, 언론사에 제보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청주지검 추유엽(秋有燁) 차장검사는 “김 검사도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김 검사가 자신의 정보원으로 활용한 박모씨(44·여)에게서 2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은 직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위증혐의로 고소된 사건의 항고 사건을 김 검사가 맡았는데, 김 검사가 6월 이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직후 박씨에게서 돈을 건네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김 검사가 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사건 당사자에게서 뇌물까지 받은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해졌다.

추 차장검사는 “양 전 실장의 6월 28일 행적 등을 휴대전화로 김 검사에게 알려준 박씨와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금품 수수 부분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왔다”며 의도적인 ‘뒷조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왜?=김 검사는 이씨의 각종 비위 사실을 포착했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어 고심하다 양 전 실장과 이씨의 술자리 정보를 전해 듣고 몰래카메라를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평소 이씨에 대한 수사에 ‘외압’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고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공명심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어떤 동기에서건 몰래카메라를 동원했음에도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씨에 대한 수사도 순조롭지 못하자 이를 언론에 고의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가 ‘검찰 내 비호세력’ 의혹을 폭로한 것도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포위망이 좁혀지자 이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었느냐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 검사가 주장했던 의혹 제기는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게 됐으며 대검 특별감찰팀의 감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양 전 실장의 금품 수수 여부나 이씨에 대한 검찰 및 경찰의 비호 의혹 등 수사의 본질이 흐지부지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양 전 실장이 이씨에게서 청탁을 받고 이를 실행에 옮겼는지, 이씨에 대한 각종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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