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연死로 몰아가나” 유족들 분통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43분


27일 오전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뒤편 기슭에는 경찰의 현장감식을 앞두고 유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7시부터 해발 150m의 현장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40여명의 유족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체념한 모습이었다.

흰색 비닐장판으로 가려진 아들 우철원(禹哲元)군의 유골 앞에서 아버지 우종우(禹鍾宇·53)씨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듯 오히려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침묵이 깨진 것은 오전 11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북대 법의학팀 등 감식반이 도착하면서부터.

“사고로 인한 자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찰 보고가 계속되자 유족들은 “수색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사로 몰아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종식(金種植)군의 삼촌 김재규(金在圭·42)씨는 “산이 곧 놀이터인 아이들이 동네 뒷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마을 불빛이 지척에 보이는 곳에서 추위를 피하려고 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분노한 유족들의 모습과는 달리 경찰의 현장감식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감식반이 약 2시간 만에 완전한 모습의 탄두 1개와 실탄 1발을 발견하자 유족들과 경찰 사이에 다시 긴장이 감돌았다.

유족들은 “당시 인근에 군부대와 사격훈련장이 있었고 실종 당일 유골이 발견된 지점 부근에서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경찰 수사가 완전히 엉터리였던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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