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레터 1]변화하는 블라디보스토크

  • 입력 2002년 7월 16일 19시 10분


독립운동 기념비 참배 - 블라디보스토크 연합
독립운동 기념비 참배 - 블라디보스토크 연합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장장 1만㎞를 달리는 ‘한-러 친선특급’ 열차가 16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했다. 이재춘(李在春) 전 주러시아 대사를 단장으로 대학생 중소기업 사물놀이패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 250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90년 한-러 수교 이후 규모로는 최대인 이 친선사절단은 16박17일간 TSR 연도의 주요도시들을 돌며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다진다. 이 여정을 나누어 소개한다. 》

“모스크바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비행기로 8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울까지는 2시간. 철로로 친다면 각각 9300㎞와 750㎞다.”

한-러 친선특급 대표단을 맞은 연방정부 및 연해주정부의 관리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말이다. 이는 한국과 연해주간 거리가 그만큼 가깝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연해주가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최근 크게 변했다. 극동의 부동항으로 미국과 겨루던 태평양 함대가 쇠퇴하면서 활력을 잃어가던 예전의 군사도시가 아니다. 시내 곳곳에 대형 크레인이 들어서 있고 낡은 건물들에 새로운 페인트가 칠해지고 있다. 바닷가 주변 전망 좋은 곳에는 붉은 색 벽돌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들과 빌라들이 늘어서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활력은 해외자본이 들어오면서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티에르스키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4억달러 이상의 해외자본이 들어왔으며 지난해만 1억1000만달러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들 자본은 기계 장비제작 등 공업분야에 투자됐으나 요즘 들어서는 호텔 등 인프라 부문의 투자협상도 늘고 있다. 한국은 LG의 냉장고 생산라인(연산 1만대 수준)을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투자해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연해주와 외국의 교역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교역상대국은 80개국에 이르고 이 중 미국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알렉산드르 자르노프 연해주 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연간 교역량은 10억100만달러지만 현 추세를 감안할 때 5년간 2.5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가 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최대 중계기착지가 될 가능성이 예견되면서 그만큼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해상물동량도 많지만 철도가 연결되면 훨씬 많은 철도화물로 더 많은 중계이익이 연해주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해주는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를 무역과 관광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the pearl of Golden Horn Bay’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머지 않아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포럼’을 계기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아태지역 국가에 널리 블라디보스토크를 알려 성장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고리 이바노프 부지사는 “연해주는 90년대 초반부터 몇개 프로젝트를 제안한 ‘열린 경제’의 모델”이라며 “요즘에는 연방정부 차원의 관심도 높아졌으며 올리가르히(재벌)의 연해주 투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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