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치는 정당한가 =국내 철강업계는 미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올 것이 왔다” 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 조치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이프가드 발동요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입이지만 그 양이 너무 늘어 자국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 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조치는 불법적인 덤핑수출 등에 대한 ‘슈퍼 301 조’ 발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상대국과 협의는 거쳐야 하며 관세율 역시 지나치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미국에 철강을 팔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한국은 EU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5번째 수출국. 그러나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두 나라는 미국 철강산업 피해를 조사할 때는 포함됐지만 보복조치 대상에는 빠져 WTO의 대원칙인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피해와 대응=고율의 관세를 적용 받을 품목은 △냉열연 강판 △표면처리강 △후판 △석도강판 반제품 등 판재류와 철근 용접강관 봉강 등 모두 14개. 이중 주력 수출품인 판재류에는 가장 높은 30%의 관세가 부과됐다. 일부 판재류 제품은 고율 관세와 함께 수입량 할당제까지 적용받는다.

한국은 전체 철강수출의 15% 정도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이번 조치대상 품목이 대미수출품의 60%(금액 기준)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철강협회는 50만t 이상의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 정부가 제시한 120일 동안의 항목제외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이 관세부과 품목 가운데 제외를 원하는 품목을 놓고 각국과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이와 함께 WTO ‘세이프가드 협정’ 에 따른 양자 협의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EU 일본 등과 공조해 WTO에 공동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 업계의 강력한 요구를 감안할 때 행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 결국 WTO 제소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 2월에도 2년전 한국산 탄소강관 제품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 적용이 WTO 규정위반이라는 상소기구의 판정을 받아냈다. 당시에도 미 철강산업의 피해가 수입산 제품 때문에 발생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보복조치 파급 가능성= 철강에 이어 자동차 등 다른 산업도 미국의 보복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는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한해 60만대 이상을 미국에 팔고 있는 반면 미국차는 한국에서 2000여대 밖에 팔리지 않는다” 며 “미국 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직전” 이라고 우려했다.

통상전문가들은 지난해 WTO에 가입한 중국의 움직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4건의 반덤핑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올해에도 2건의 반덤핑 판정을 내렸다.

태평양 법무법인의 김종길 변호사는 “마늘분쟁을 일으켰던 중국은 WTO 가입이 성사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산 유화제품에 세이프가드나 반덤핑 판정 등을 시도하고 있다” 고 우려했다.

박래정·김동원·구자룡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