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 관세 부과 결정 왜 내렸나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4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수입 철강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은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복잡한 국내 정치적 이해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경쟁력을 잃고 사양길로 접어든 미 철강산업에 구조조정 등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미 철강업계는 과다 투자와 비효율적 경영 등으로 인해 98년 이후 30%가 파산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철강업계는 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수입 철강 때문에 이 같은 위기에 몰렸다며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 대통령으로선 철강업계의 이런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0년 대선 때도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어 철강이 기간산업인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자동차 업계 등 철강을 많이 소비하는 업종에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철강 수입가가 인상돼 결국 철강 사용 제품의 가격이 오르게 되고 따라서 소비 지출이 줄어 경기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미 철강 수출국들로부터 강력한 무역 보복을 초래해 다른 업종에서 실직 및 해고자가 속출하는 등 미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주장도 많다.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도 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우방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한 국제연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토연구소 무역정책연구센터의 브린크 린지는 “(이번 결정은) 원칙과 정책에 대한 정치의 승리”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 “부시 대통령이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 재선 가능성을 높이려고 모험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 사안을 솜씨 좋게 풀어간다 해도 그가 바라는 바를 얻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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