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통상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응전략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05분


국내 통상전문가들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수입제한조치가 이미 예상된 일이었던 만큼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수입제한조치가 한국에 절실한 도하라운드(뉴라운드)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민주당 행정부와 달리 부시의 공화당 행정부가 다자간 협상체제보다 해당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통상압력을 선택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은 작년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를 넘어섰기 때문에 자국산업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최근 대(對) 테러전쟁에서 얻은 자신감을 경제 부문에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공조체제를 갖춰 국제적 공식 채널을 통한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

미국의 현 정부는 작년말 출범한 도하라운드에 크게 얽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가 다자간무역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경제문제를 기초로 한 ‘예방외교’ 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철강 등 일부 산업분야에는 피해가 크겠지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금융을 통해 세계 경제체제에 영향력을 미칠 때보다 오히려 피해가 적을 수도 있다.

▽안덕근(安德根)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세이프가드 조치를 미국 철강업계가 아닌 행정부가 주도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미 행정부가 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앞장서 내림으로서 업체들이 주도하는 반덤핑 조사의 과도한 파장을 막아줄 수도 있다.

미국 내에도 한국, 일본의 값싸고 품질 좋은 철강제품을 쓸 수 없게 되면 자동차 업계 등이 극심한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따라서 세이프가드 조치를 반대하는 미국 내의 세력과 공조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민경선(閔慶善) 무역협회 국제통상팀장=반덤핑 규제를 받는 부분이 이미 많은 상태에서 관세 규제까지 추가로 받게돼 철강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무역마찰이 심한 선진국 외에 개발수요가 많은 국가에 대한 수출 등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최낙균(崔洛均)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실장=미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면서 철강 수입제품에 대한 최고관세율을 30%로 한 것은 미국의 철강 생산기업과 철강 소비기업의 입장을 절충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각국이 경쟁적인 보호주의 무역조치를 취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이 자국의 철강산업 경쟁력 약화 때문에 시작된 문제를 대외적인 압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세이프가드 발동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 수입급증과 자국산업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 등 미국의 이번 조치가 국제기준에 합치하는지 면밀히 검토해 대처해야 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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