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차이나 리포트③]'敎辨기업'의 힘

  • 입력 2002년 1월 10일 18시 23분


중국의 대학을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곳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대학이 출자하고 경영하는 ‘쟈오반(敎辦)기업’이라는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게 일반적 상황.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의 유명 컴퓨터 제조업체인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은 베이징대가 출자했고, 중국 스캐너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칭화즈광(淸華紫光)은 칭화대 부속 기업이다. 베이징대는 베이다팡정 외에도 베이다칭다오(靑島), 베이다웨이밍(未名), 베이다즈위안(資源) 등 4개 그룹에 회사가 100여개나 된다.

칭화대와 상하이(上海) 명문대학인 푸단(復旦)대, 쟈오퉁(交通)대학 등도 쟈오반기업이 각기 100여개씩이다. 칭화대는 중관춘에 인텔리전트빌딩인 즈광빌딩, 화예(華業)빌딩 등을 지어 건물임대업도 한다. 베이징대도 2000년 베이다과기원이란 회사를 차려 부동산에서부터 벤처인큐베이터까지 손을 뻗쳤다.

중국 정부가 대학의 쟈오반기업 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모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산학일체’를 통해 첨단 정보기술(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 인력만을 제공했을 뿐 학교가 직접 경영하는 기업을 만들지 않았다.

중국이 쟈오반기업이라는 산학일체 모델을 구상한 것은 대학이 정부 지원금이나 외부 기부금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껏 연구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 때문. 칭화대가 지난해 투자한 5억위안의 연구개발비 중 70%는 부속기업이 댔다.

연구 개발을 바로 제품으로 연결시킬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대학마다 대학생 창업스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출자를 망설이지 않는다.

황유성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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