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한나라당 지부 압수수색]공무원 野줄대기 봉쇄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48분


野 '수색 규탄'
野 '수색 규탄'
경찰이 22일 전격적으로 한나라당 제주도지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단순히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제주도 여행과 관련한 동향보고서 작성 및 유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 차원의 결정도 아닌 듯하다.

즉 이번 압수수색은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의혹 공세를 차단함과 동시에 집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두드러지게 이완되고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고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목적 조치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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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권이 문건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의원이 모 기업체 스포츠단 정학모(鄭學模) 사장과 동행한 사실은 처음부터 한나라당측이 문건을 유출한 제주경찰서 임모 경사에게 제공한 정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극한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한 야당의 무차별 의혹 공세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시 말해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은 김홍일 의원’이라는 폭로전은 시작일 뿐이라는 게 여권 핵심인사들의 판단이다.

여권 내에서는 특히 이번 조치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 방지와 공직자의 야당 줄대기에 대한 일벌백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역대 정권의 예로 보더라도 대통령 임기말 공직정보의 야당 유출 현상은 일반화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97년 대선 때도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회의의 핵심부가 국가안전기획부 내부회의 내용을 몇 시간 뒤 입수, 안기부의 정치공작기도를 막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공직자들의 정보유출을 일벌백계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임 경사 사건’이 터져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임 경사 사건이 터진 뒤 사정당국이 곧바로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한 것도 같은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더구나 우리는 소수파 정권이라 임기말 정보유출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지만 내년 대선정국을 생각한다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이른바 ‘국가혁신위원회’를 가동하면서 특정고교와 특정지역 출신의 공직자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다”며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선은 고사하고 아직도 1년 이상 남은 정부 자체가 ‘식물정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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