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변인은 논평에서 “퍼줄 만큼 퍼줘도 때마다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이 정권에 국민의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들에게는 ‘얼마만큼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받아내느냐’만이 관심사일 뿐이다. 수없이 퍼줘도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것을 요구하는 ‘빈 자루’였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그리고 이어 “도대체 이 정권은 북한이 달라면 주고, 때리면 맞아주는 ‘봉’이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여덟 차례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애걸해 얻은 대가가 이것이냐. 미소만으로는 안되고 때론 몽둥이가 제일일 때도 있다”며 김 대통령의 강경한 대처를 요구했다.

당3역 회의에서도 강경 발언이 꼬리를 이었다. “북의 조치는 국민적 여망을 여지없이 짓밟은 모욕적 행위다”,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마저 정략적으로 악용하는데 김 대통령은 인내심만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긍정 검토 의사를 밝힌 대북 쌀 지원 문제도 사실상 백지화되는 분위기였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쌀 지원은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을 위한 북한측의 적절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한 것인데, 이번 북한의 조치로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쌀 지원은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마저 파탄으로 몰고 간 만큼 현 정권의 국적 불명의 대북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