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서지원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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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wish@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사회일반39%
사건·범죄20%
교육13%
검찰-법원판결10%
산업3%
사고3%
인사일반3%
교통3%
정치일반3%
행정3%
  • 정부 조사중에… 쿠팡 “노트북 하천에 버려, 3자 유출 안돼” 주장

    쿠팡은 25일 고객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 쿠팡 소속 직원을 특정하고, 해당 범행에 쓰인 노트북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고객 정보 중 제3자에게 유출된 정보는 일절 없다”고 강조했지만, 정부는 즉각 설명 자료를 내고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당국과 사전 공유하지 않고 휴일에 기습적으로 공표한 것을 두고 여러 보안 전문가는 “정보 유출 당사자의 자체 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며 “쿠팡의 주장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쿠팡, 증거는 공개 안 해 이날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최상위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인 맨디언트, 팔로알토 네트웍스, 언스트앤영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유출자는 재직 중 취득한 내부 보안 키를 탈취해 3300만 개의 고객 정보에 접근했으나 이 중 약 3000개의 고객 정보만 저장했다. 여기에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일부 주문정보, 2609개의 공동현관 출입 번호가 포함됐다. 공격에 사용된 장비는 개인용 데스크톱 PC 1대와 맥북 에어 노트북 1대였다. 쿠팡은 유출자가 언론을 통해 정보 유출 사태를 접하고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져 증거의 은폐, 파기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노트북을 물리적으로 파손한 뒤 쿠팡 로고가 있는 에코백에 넣고 벽돌을 채워 인근 하천에 던졌는데, 쿠팡은 이 진술을 토대로 잠수부를 투입해 해당 노트북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쿠팡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 등의 증거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은 해당 유출자나 하천 정보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향후 진행될 조사 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안내를 할 예정으로, 이번 사태로 인한 고객 보상 방안을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조사를 받는 대상이 발표한 결과를 믿을 수도 없을뿐더러 비상식적인 행태”라며 “향후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와 다르게 나올 경우 상당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쿠팡이 주장한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실제로 유출된 개인정보의 종류나 수 등에 대해 객관적인 로그 데이터와 포렌식 분석을 통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탈취가 5개월 동안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0명분만 저장했다는 설명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전체 유출의 일부를 시험 삼아 확보한 이른바 ‘샘플 데이터’를 별도로 가공, 활용하기 위해 선별해 추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세지는 압박에 책임 회피 노렸나쿠팡은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와 자료를 확보하고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출 사고를 조사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은 물론이고 유출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도 쿠팡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관들은 이날 쿠팡의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조사 결과 발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쿠팡을 상대로 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쿠팡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쿠팡이 이날 입장문에서 3370만 개의 개인정보 중 실제 저장된 것은 3000여 개라고 주장한 것이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발표 내용을 보면 유출자가 3000여 개만 저장했다는 점이 강조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중요한 건 저장 규모가 아니라 외부에서 침입해 실제 접근이 발생했는지 여부”라며 “저장 규모가 작다는 점만 앞세운 설명은 자칫 보안 관리 책임이나 형사적 책임을 낮추려는 의도로 비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도 “권한이 없는 자가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법률상 위반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쿠팡이 회수했다고 밝힌 장비를 임의제출 형태로 넘겨받아 분석을 이어갈 방침이다. 탈취된 정보가 외부로 전송되지 않았다거나,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만 저장했다가 삭제했다는 등 쿠팡 측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수사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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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인근 상인들 “상권 숨통 기대, 집회소음은 우려”

    대통령 집무실이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로 복귀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삼청동·효자동 일대 주민과 상인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청와대 근무 인력 복귀로 침체됐던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집회·시위 증가에 따른 소음과 교통 혼잡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2일 오전 11시 30분에 찾은 청와대 인근 삼청동·효자동 일대는 점심 식사를 앞둔 시간이었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한때 청와대 직원들로 붐비던 식당가도 현재는 오가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청와대 복귀가 침체한 상권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효자동에서 5년째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광재 씨(62)는 최근 ‘청와대 근무자 할인’ 안내문을 가게 앞에 내걸었다. 김 씨는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근무자들을 위한 아침 식사 메뉴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강연복 씨(60)도 “청와대 직원들이 떠난 뒤 단골이 끊기면서 문을 닫은 가게가 적지 않았다”며 “노포 등 생활형 상권부터 다시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치안과 생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주민 김효선 씨(39)는 “관광객과 관광버스로 인한 불법 주정차 때문에 불편이 컸다”며 “청와대 복귀로 동네가 조금 더 정리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삼청동에서 50여 년간 거주한 조 모 씨(83)도 “예전처럼 경비 인력이 늘어나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반면 집회·시위가 재개될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 김예은 씨(30)는 “청와대 이전 이후 사랑채 앞 시위가 눈에 띄게 줄어 조용했는데 다시 예전처럼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청와대 일대 집회·시위 신고 건수는 2021년 4666건에서 2023년 4167건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주민 이순영 씨(60)는 “여긴 동네가 조용해서 청와대에서 1km 떨어진 경복궁 인근 시위 소리도 들린다”며 “다시 집회가 시작되면 소음뿐 아니라 대규모 시위로 인한 교통 통제도 주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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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복귀 앞두고…상인들 “상권 부활 기대” 주민들 “집회 우려”

    대통령 집무실이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로 복귀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삼청동·효자동 일대 주민과 상인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청와대 근무 인력 복귀로 침체됐던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집회·시위 증가에 따른 소음과 교통 혼잡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22일 오전 11시 30분 찾은 청와대 인근 삼청동·효자동 일대는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이었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한때 청와대 직원들로 붐비던 식당가도 현재는 오가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청와대 복귀가 침체한 상권의 회복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효자동에서 5년째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광재 씨(62)는 최근 ‘청와대 근무자 할인’ 안내문을 가게 앞에 내걸었다. 김 씨는 “이전 이후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근무자들을 위한 아침 식사 메뉴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강연복 씨(60)도 “청와대 직원들이 떠난 뒤 단골이 끊기면서 문을 닫은 가게가 적지 않았다”며 “노포 등 생활형 상권부터 다시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주민들 사이에서는 치안과 생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주민 김효선 씨(39)는 “관광객과 관광버스로 인한 불법 주정차 때문에 불편이 컸다”며 “청와대 복귀로 동네가 조금 더 정리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삼청동에서 50여 년간 거주한 조모 씨(83)도 “예전처럼 경비 인력이 늘어나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반면 집회·시위 재개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 김예은 씨(30)는 “청와대 이전 이후 사랑채 앞 시위가 눈에 띄게 줄어 조용해졌는데 다시 예전처럼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청와대 일대 집회·시위 신고 건수는 2021년 4666건에서 2023년 4167건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주민 이순영 씨(60)는 “여긴 동네가 조용해서 청와대에서 1km 떨어진 경복궁 인근 시위 소리도 들리는 동네”라며 “다시 집회가 시작되면 소음뿐 아니라 대규모 시위로 인한 교통 통제도 주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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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 두 잔이라 괜찮다”던 여성, 빨대 불자 10초 만에 ‘운전 포기’

    “맥주 딱 두 잔 마셨는데, 운전하면 큰일날 뻔했네요.” 지난달 20일 오후 9시(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시내의 한 식당. 식사를 마친 루이즈 씨(32)가 키오스크 형태의 ‘플라인박스(Fline Box)’에 빨대를 꽂고 약 10초 동안 숨을 불어넣자 곧바로 붉은 경고 문구가 떴다. ‘혈중 알코올 농도 높음. 운전 불가.’ 이어 화면에는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운전 시 1260유로(약 220만 원) 이상의 벌금과 15일간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경고가 뒤따랐다. 루이즈 씨는 “취기가 거의 없어 방심했는데, 자칫 운전대를 잡았다면 사고를 낼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식당 매니저 장피에르 씨(28)는 “올 초 키오스크 설치 이후 측정 결과를 보고는 ‘내가 이렇게 취한 줄 몰랐다’며 택시를 부르는 손님이 적지 않다”고 했다.● 브뤼셀 밤거리 지키는 ‘음주측정기’ 플라인박스는 브뤼셀 교통청이 지난해 1월부터 시내 곳곳에 설치한 ‘상시 음주측정기’다. 성인 키 높이 본체에 터치스크린과 일회용 빨대를 꽂아 숨을 불어넣는 음주측정 장치가 연결된 형태다. 유럽연합(EU) 경찰이 사용하는 장비와 동일한 기준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해 보여준다. 기준 초과 시 ‘언제쯤 운전이 안전한지’와 위반 시 벌금 액수까지 알려준다. 주로 식당과 술집, 축제장, 대형 콘서트장 등 음주가 잦은 곳에 설치돼 있다. 브뤼셀 교통청이 이런 프로젝트에 나선 이유는 심각한 도시 내 음주운전 문제 때문이다. 브뤼셀 교통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의 8%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자벨 얀선스 브뤼셀 교통청 교통안전팀장은 “식사에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는 벨기에 문화 특성상 각종 축제가 이어지는 여름과 겨울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지난해 1월부터 올 11월까지 플라인박스 음주측정 데이터 약 6만5000건을 분석한 결과, 이용자의 80% 이상이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고, 이 가운데 54%는 ‘운전 불가’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19∼34세 청년층의 평균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0.03%) 수준이 넘는 0.034%로 집계됐다. 고무적인 것은 ‘행동 변화’다. 운전 불가를 판정받은 이용자 중 59%는 실제로 운전을 포기하고 도보나 대중교통, 택시 등 다른 이동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얀선스 팀장은 “본인의 상태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보여 주고, 처벌 가능성을 함께 제시해 경각심을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속은 연 2회, 예방은 365일”지난달 18일 오전 와브르 지역의 플라인 본사 공장. 이곳에서는 벨기에 전역 크리스마스 축제 현장에 설치할 부스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들랭 자크 드 딕스뮈드 플라인 대표는 “술을 마시면 인지 능력이 떨어져 본인의 운전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 시절 친할머니를 음주운전 사고로 잃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창업했다. 그는 “음주 상태에서 운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체감하게 만드는 기기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의 음주운전 단속은 보통 연 2차례 집중단속 기간에 맞춰 이뤄진다. 하지만 자크 대표는 “단속이 없는 날에도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며 “단속 중심의 ‘사후 대처’만으로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1년 내내 눈앞에 보이는 습관 교정 장치’를 만들고 싶었다”며 “술을 마시는 공간마다 이런 장치가 비치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술 마신 뒤 운전은 안 된다’는 습관을 다시 깊이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괜찮다” 착각이 부르는 참사음주운전자는 자기가 마신 술의 양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아일랜드 도로안전청(RSA)과 플라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올해 플라인박스에서 ‘운전 불가’ 판정을 받은 5447명 중 4169명(76.5%)은 측정 직전 ‘나는 운전이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절반 이상인 3480명(63.9%)은 ‘측정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곧 운전할 예정이었다’고 답했다. 크리스티 헤거티 RSA 도로안전교육팀장은 “많은 사람이 실제로는 기준치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운전해도 되는 상태’라고 오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특히 18∼34세 남성이 자신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가장 과소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3월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수강한 1518명 중 309명(20.4%)은 ‘술이 깼을 것으로 판단해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밝혔다. ‘술을 몇 잔 안 마셔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답한 이도 184명(12.1%)에 달했다. ‘주관적 판단’이 음주운전의 주원인인 셈이다. 10월에는 친구들과 소주 10병을 나눠 마신 뒤 시속 118km로 차를 몰다가 고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0.08%)을 크게 웃도는 0.155%였던 그는 재판에서 “술은 마신 것은 인정하지만 당시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가수 김호중 씨 또한 음주운전 뺑소니 재판 과정에서 “정상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의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바 있다. 얀선스 팀장은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라며 “플라인박스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다른 이동 수단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브뤼셀 교통청은 연내 기기를 추가로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술 취하면 킥보드 시동 안 걸려… 음주운전 고삐 죄는 벨기에GPS로 유흥가 심야 운전 막고앱 내 테스트 통과해야 대여음주운전의 그늘은 승용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킥보드 음주운전’이 도로 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벨기에 브뤼셀 교통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브뤼셀 내 음주로 인한 모든 사고 중 8.4%가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이었다. 자동차 음주운전(4.3%)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자벨 얀선스 교통청 교통안전팀장은 “차량뿐만 아니라 PM 음주운전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벨기에는 차량뿐만 아니라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민관 협력에 나섰다. 2022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게도 자동차 운전자와 동일한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을 적용하고, 전동 킥보드를 일반적인 음주운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전까지는 경찰의 단속에서 전동 킥보드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음주·약물운전 실태가 과소 파악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리적 차단책도 논의 중이다. 브뤼셀시는 각 자치구와 협의해 유흥가와 주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심야 시간대 공유 킥보드 운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술이나 마약에 취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시간·장소에서 기기 작동을 아예 막겠다는 취지다. 민간 기업은 ‘기술적 예방’에 나섰다. 유럽 최대 공유 킥보드 업체 ‘볼트(Bolt)’는 연말 연휴 기간 벨기에 주요 도시에서 ‘음주 테스트’를 대폭 강화한다. 앱상에서 인지 반응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킥보드 시동이 걸리는 기능인데, 평소 심야(오후 7시∼오전 5시)에 적용하던 것을 축제 기간에는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로 4시간 연장했다. 테스트에 실패하면 이용을 차단하고 택시 호출 등 대체 수단을 안내한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서울에서 적발된 PM 관련 법규 위반 15만5449건 중 음주운전은 4621건(3.0%)에 달했다. 경찰은 연말을 맞아 이륜차와 PM의 음주운전, 인도 주행 등 고위험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서울 전역에서 불시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브뤼셀·와브르=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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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백해룡 ‘세관 등 압수수색’ 영장 기각… 백해룡, 영장-기각 처분서 함께 공개하며 반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반발해 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 실무자가 영장 반려에 불복해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17일 백 경정은 “합수단 구성 후 첫 영장 신청이었고 여러 증거를 분석해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함부로 기각했다”며 영장 청구서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의 기각 처분서를 공개했다. 그는 “채수양 합수단장이 수사가 아닌 재판을 하려 한다”며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뒤에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백 경정 팀은 관세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합수단은 “혐의에 대한 객관적 자료 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동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의심이 충족돼야 하는데,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세관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과 중복되는 수사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일축했다. 또 백 경정이 영장 청구서와 기각 처분서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유포한 수사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 경정이 입장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정인 측은 백 경정이 지난달 5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연가 사용 내역과 가족사진, 주거지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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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관 마약수사’ 막장…백해룡 “함부로 기각” 압색영장 공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반발해 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 실무자가 영장 반려에 불복해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17일 백 경정은 “합수단 구성 후 첫 영장 신청이었고 여러 증거를 분석해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함부로 기각했다”며 영장 청구서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의 기각 처분서를 공개했다. 그는 “채수양 합수단장이 수사가 아닌 재판을 하려 한다”며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뒤에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백 경정 팀은 관세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합수단은 “혐의에 대한 객관적 자료 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동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의심이 충족돼야 하는데,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세관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과 중복되는 수사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일축했다.또 백 경정이 영장 청구서와 기각 처분서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유포한 수사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백 경정이 입장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경찰관의 수사 중 취득한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침해’라는 제목의 진정이 접수됐다. 진정인 측은 백 경정이 지난달 5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연가 사용 내역과 가족사진, 주거지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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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세 여중생” 띄우자 1분만에 “월500-스폰”… 채팅앱은 방치

    “스폰 가능. 월 4번 500(만 원).” 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5세 여중생’이라고 글을 올리자 1분 만에 날아온 메시지다. 상대는 30대 회사원이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중딩(중학생)도 만남하나?’ ‘얼마예요?’ 같은 메시지 14건이 줄줄이 도착했다. 카카오톡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 놀아줄 사람?’ ‘전화할 오빠 구해요’ 등 대화방에 별다른 인증 없이 바로 들어가 익명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방패 뒤에 숨은 오픈채팅 3일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여중생 김모 양(15) 등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표모 씨(26)가 피해자를 유인한 ‘덫’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이었다. 그는 2016년과 2019년에도 채팅 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성년자를 꼬드겨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전력이 있었다. 누구나 접속 가능한 익명 채팅방이 성범죄자의 ‘안전한 사냥터’로 방치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아동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카카오톡마저 성인의 무분별한 접근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선 한 남성이 ‘심심한데 전화할 사람’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뒤 13세 여학생을 유인해 강제추행했다. 카카오톡의 경우 성범죄 관련 신조어 등 금칙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채팅방 이름이나 닉네임에 유해한 단어가 노출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있다. 또한 오픈채팅에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법정대리인의 요청 또는 만 19세 미만 이용자 본인의 요청 있는 경우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보호조치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대화 및 오락을 표방하는 채팅방을 개설한 뒤 들어오는 미성년 이용자를 노리거나, 채팅방 이름에 유해 단어를 노출하지 않았지만 ‘여중딩’ 같은 키워드를 통해 미성년자 채팅방에 성인이 접근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성을 악용해 미성년자 방에 침입한 뒤 ‘한 명만 걸려라’ 식으로 시도하는 디지털 그루밍(길들이기)은 신고 전까지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조건만남’ 등 금지어나 이를 우회하는 채팅방 제목을 적발하도록 모니터링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채팅방 내 대화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 이용자 신고가 들어올 때만 한다”고 밝혔다.● 중소 앱은 ‘조 건 만 남’ 띄어 쓰면 못 잡아내 중소 채팅 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취재팀이 다운로드 10만 회 이상인 앱 10개를 점검해 보니, 전부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부모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라면 다른 절차 없이 성인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다. 10개 중 6개는 ‘조건만남’ ‘15세’ 같은 부적절한 키워드조차 검열하지 않았다. 키워드 필터링이 있는 나머지 4곳도 ‘ㅈㄱㅁㄴ’(조건만남) ‘용돈 만남’ 같은 변형어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한 앱에서는 44세 남성이라는 이용자가 ‘조건만남’이라는 단어가 검열되자 “띄어 써야지. ‘조 건 만 남’”이라며 훈수까지 뒀다.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랜덤 채팅 앱 내 성매매 암시 정보 등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2021년 6653건에서 지난해 1만7377건으로 2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9148건에 달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1187건 중 960건이 채팅 앱과 SNS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플랫폼에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플랫폼이 아동 성착취 정황을 인지하고도 ‘아동성착취중앙신고센터’에 신고하지 않으면 민사 제재는 물론이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플랫폼이 강제적으로 ‘1차 보호막’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성년자 채팅방에 성인 접근을 막는 등 강력한 사전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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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만남’ 못 거르는 채팅앱, 미성년 성착취 방치

    “오래 연락할 아저씨 구함” “애정결핍 여중딩”. 8일 취재팀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여중생)을 검색하자 이런 제목의 대화방 수십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뒤덮었다. 몸매를 드러낸 여성 사진도 게재돼 있었다. 대화방에 입장할 땐 프로필과 대화명을 익명으로 설정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3일 경남 창원시 모텔에서 중학생 2명을 살해한 아동 성범죄자 표모 씨(26)가 피해 여중생들을 유인한 곳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종결됐지만 제2, 제3의 표 씨가 활보하는 ‘사냥터’는 여전히 성업 중인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8일 10만 회 이상 내려받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10개를 점검한 결과 6개는 ‘조건만남’ 등 부적절한 키워드를 검열조차 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도 ‘용돈’이나 ‘ㅈㄱㅁㄴ’(조건만남) 등 초보적인 변형어로 손쉽게 필터링을 피해 미성년자와 성인 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마저도 같은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대화방을 개설할 때 노골적인 성착취 제목은 제재하지만, 입장 후 대화엔 관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성착취 위협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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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호 교수, 美원자력학회 선정… ‘40세 이하 우수 학자 40인’에 뽑혀

    서울대는 이유호 원자핵공학과 교수(39·사진)가 미국원자력학회(ANS)로부터 ‘40세 이하 우수 학자 40인(40 Under 40)’에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미국 외 기관 소속으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 교수가 유일하다. 이 교수는 핵연료 개발, 농축우라늄 수급, 사용후핵연료 저장 등 원자력 발전의 핵심 현안을 폭넓게 다루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차세대 경수로 핵연료 안전 기준 수립에 기여한 연구 실적 등이 이번 선정 배경으로 평가된다. ANS는 “이 교수가 이끄는 핵연료 재료 및 안전 연구 프로그램과 크롬 코팅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연구, 원자력 재료-시스템 통합 연구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서울대의 뛰어난 학생들과 연구자들 덕분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핵연료 재료 연구실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3년 창립된 ANS는 지난해부터 원자력 분야에서 혁신을 이끄는 40세 이하 젊은 과학자 40인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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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기습 폭설, 도로에 갇혀”… 오늘 영하 출근길 빙판 주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기습적인 폭설이 쏟아진 4일 저녁 퇴근길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 지옥’으로 변했다. 짧은 시간에 시간당 1∼3cm의 강한 눈이 내리며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이 됐고,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되거나 차량이 뒤엉키며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전후로 눈발이 굵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시야가 가려질 만큼 쏟아진 눈과 미끄러운 노면 탓에 차들은 비상등을 켠 채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고,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 차량들이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며 아수라장이 빚어졌다.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1터널(신림 방향) 안에서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구로구 작동터널 인근에서는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반 바퀴를 회전해 멈춰 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 포천과 부천 등의 언덕길에서는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수십 대가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이날 폭설로 내부순환로와 강변북로, 북부간선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6시 59분부터 내부순환로 성산 방향 정릉 램프를 시작으로 통제를 시작했다. 7시 20분경에는 북부간선도로를, 7시 42분에는 강변북로 청담대교∼잠실대교 구간을 통제했다. 오후 9시 30분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된 시내 주요 도로는 16곳이다. 시민들은 ‘귀가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자영업자 이모 씨(40)는 “동작구 총신대입구 인근에서 2.9km를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귀가했다”고 했다. 한 회사원은 “평소 40분이면 갈 거리를 오늘은 하염없이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도로가 빙판으로 변해 바퀴가 헛도는 차들을 수없이 목격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달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하자 운행을 중단하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도보로 배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이날 하루에만 교통 불편 신고가 400건 넘게 폭주했다. 경찰은 ‘교통 비상’을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눈이 그친 뒤에도 기온 급강하로 인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가 우려되는 만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5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내외로 떨어지며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밤사이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5일 출근길 역시 극심한 혼잡과 미끄럼 사고가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면도로나 골목길, 경사로 등 제설이 취약한 구간은 빙판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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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습 폭설에 수도권 퇴근길 마비…오늘 출근길도 비상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기습적인 폭설이 쏟아진 4일 저녁 퇴근길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 지옥’으로 변했다. 짧은 시간에 시간당 1~3cm의 강한 눈이 내리며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이 됐고,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되거나 차량이 뒤엉키며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전후로 눈발이 굵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시야가 가려질 만큼 쏟아진 눈과 미끄러운 노면 탓에 차들은 비상등을 켠 채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고,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 차량들이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며 아수라장이 빚어졌다.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1터널(신림 방향) 내에서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구로구 작동터널 인근에서는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반 바퀴를 회전해 멈춰 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 포천과 부천 등의 언덕길에서는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수십 대가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되는 사태가 속출했다.내부순환로와 강변북로, 북부간선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6시 59분부터 내부순환로 성산방향 정릉 램프를 시작으로 통제를 시작했다. 7시 20분경에는 북부간선도로를, 7시 42분에는 강변북로 청담대교~잠실대교 구간을 통제했다. 오후 9시 30분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된 시내 주요 도로는 16곳이다.시민들은 ‘귀가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자영업자 이모 씨(40)는 “동작구 총신대입구 인근에서 2.9km를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귀가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평소 30분 거리인 퇴근길이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도로가 순식간에 빙상장처럼 변해 바퀴가 헛도는 차들을 수없이 목격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달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하자 운행을 중단하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도보로 배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이날 하루에만 교통 불편 신고가 400여 건 넘게 폭주했다.경찰은 ‘교통 비상’을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눈이 그친 뒤에도 기온 급강하로 인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가 우려되는 만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기상청은 5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내외로 떨어지며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밤사이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5일 출근길 역시 극심한 혼잡과 미끄럼 사고가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면도로나 골목길, 경사로 등 제설이 취약한 구간은 빙판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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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려도, 유서 쓰며 국회 달려가… 그날 잊으면 미래 민주주의 없어”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가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은 같았다. 동아일보는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이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계엄을 막은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날의 염원이 잊혀지면 다음 위기에서는 민주주의가 버티지 못한다”는 경고였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 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뛰어나와 국회로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 불안과 혼란 속에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군경과 마주한 시민들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집을 나서며 혹시 구금될 상황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 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담장 앞에서 겁이 밀려왔지만,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부부는 그 ‘즉석 사다리’를 붙잡고 담을 넘었다.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33)는 처음에는 ‘혹시라도 표결이 무산돼 잡혀가는 건 아닐까’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서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용기가 났다고 했다.● 본회의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 시스템을 가동할 기술 인력이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는 그 역할을 맡았다. 가까스로 국회에 도착했을 때 그를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그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말을 거는 등 시선을 돌려 도움을 줬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39) 김영완 주무관(51)은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본관 1층으로 달려갔다. 진압군이 깨진 유리를 군홧발로 밟으며 들어서고 있었다. 박 주무관은 군인이 든 소총 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모였던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수백 명이 따라 불렀다. 박민상 씨(25)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이었다”고 했다. 한광섭 행정사(56)는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상식 있는 사람들 덕분에 권력의 오작동을 멈출 수 있었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남았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계엄 해제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때 희생된 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며 국회를 지킨 배경을 설명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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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엄군 장교 “국회 진입 명령 안따르려 생수 사는 등 시간 끌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에 ‘국회로 가서 시민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군인과 경찰은 “지난 1년을 고통과 후회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지시에 맞선 이도, 혼란 속에 따르게 된 이도 있었지만 남은 건 비슷한 죄책감과 무기력감이었다. 계엄 해제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일선 장병들의 ‘항명’이 있었다. 진압 명령을 거부한 장교 박호준(가명) 씨는 그날 비상소집 직후 부대가 순식간에 ‘전시 체제’로 전환되는 걸 목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TV로 흘러나오자 지휘부는 “합법적 명령”이라며 국회로 출동하라고 했다. 박 씨와 동료들은 떠밀리듯 부대를 나섰지만 ‘이건 옳지 않다’는 생각으로 국회 진입을 거부했다.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명령을 내린) 사령관을 체포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국군 방첩사령부 병력은 국회 주변 수백 m 밖에서 대기하며 ‘진입 불응’ 상태를 유지했다. 9월 법정에서 이들은 “국회로부터 네 블록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고,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마시며 시간을 끌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방첩사 인원 중 국회나 선관위에 발을 들인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출동 지시에 그대로 휘말린 이도 있었다. 국회 봉쇄를 지휘한 경찰 간부 중 한 명이었던 김정원(가명) 씨는 그날 밤 혼란한 가운데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국회로 향했다. ‘가서 무얼 하느냐’고 묻는 부하에게 할 말이 없었다. 국회 출입문 앞에서 시민과 경찰이 충돌하자 김 씨는 ‘일단 안전사고부터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집회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하듯 시민을 통제했다. 계엄이 해제된 뒤 경찰 내에는 오랫동안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는 “처음 몇 달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날 했던 판단 하나하나가 지금도 후회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와 국회 봉쇄를 결정한 체계는 모두 ‘위’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 징계·심의 대상이 된 다수는 당시 현장에서 버티던 실무자들이다. 박 씨 등 그날 용기를 냈던 장병들도 국방부 징계 논의와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박 씨는 허무함과 무기력함을 토로했다. 그는 “탄핵 정국 초기 정치인들이 ‘항명한 군인은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걸 설명해도 ‘출동했다’는 이유 하나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어느 군인이 진심으로 나라를 지키겠느냐”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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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行 위험하다 말리는 딸에게 “우리 군경은 그럴 사람 아니야”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누군가는 가족과 집에 있다가, 또 누군가는 국회에서 근무하다가 그곳으로 향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는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 하나로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뛰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시민들은 처음엔 믿기 힘든 ‘당혹’을, 이후엔 모여든 사람 속에서 ‘연대’를, 그리고 계엄 해제 순간에는 ‘안도와 벅참’을 떠올렸다고 공통으로 증언했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섰던 군·경은 ‘고통’과 ‘후회’를 털어놨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평범한 화요일 밤을 보내던 중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신발을 챙겼다. 강남구 자택에서 국회까지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기 낸 이들도 있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암울한 미래가 머리에 그려졌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게 할 순 없었다.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가서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한 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심했다. ‘어차피 잠 자긴 글렀는데, 머릿수라도 보태는 게 낫겠지.’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뒤숭숭하다. 어디 나가지 말아라.” 김 씨는 “네”라고 대답하면서 길을 나섰다.마포구에 살던 이석찬 씨(33)는 국회를 향해 무작정 달렸다. 빌릴 수 있는 따릉이가 한 대도 없었고, 택시도 안 잡혔다. 박민상 씨(25)는 연인과 저녁을 먹고 귀가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누구에게 설명할 정신도 없이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상공에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잠든 임산부 아내에게 차마 ‘국회로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차를 끌고 나왔다. 그는 “장갑차가 진입한다면 내 차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향했다”고 했다.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밤중 4시간 동안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담 넘고 3겹 스크럼… 연대가 솟았다”혼란한 마음을 안은 이들이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시민들은 군·경이 마주 선 자리에서 긴장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강동구 자택을 나서며 혹시 모를 구금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국회 담에 걸린,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는 순간 불안감이 사라졌다. 김 씨 부부는 그렇게 ‘즉석 사다리’를 붙들고 담을 넘었다.국회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는 처음에는 다들 ‘혹시라도 표결이 실패해 우리가 잡혀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같은 두려움을 안고 나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는 ‘잡혀가면 잡혀가는 거지. 설마 죽이기까지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스크럼에 섰다.군·경과의 충돌을 막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강영수 노무사는 “격해지는 순간마다 오히려 시민들이 경찰을 말렸다”고 했다. “이분들도 갑자기 끌려나온 거라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본회의 시스템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국회에는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도 있었다. 본회의를 열어도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도 그중 한 명이었다.3일 오후 11시 40분경 이 이사가 국회에 도착했을 때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눈짓을 줬다. ‘내가 막을 테니 들어가라’는 의미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이 이사는 바리케이드를 디딤돌 삼아 담장을 넘었고, 본관까지 전력 질주했다. 가까스로 도착해 투표 시스템을 열었는데, 투표 단말기가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작동했다. 천운이었다.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 주무관(39)은 의원회관에서 당직을 서던 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 본관 1층으로 달려가니 군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깨진 유리조각이 군화에 밟히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군인이 든 소총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가결 후 환호보다 컸던 안도의 한숨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벅찬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석찬 씨는 “가결 직후 환호성보다 ‘휴’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더 컸다”고 했다. 이내 국회 밖에서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수백 명의 시민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박민상 씨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하지만 계엄 해제 직후에도 사람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국회 앞에 있었던 한광섭 행정사(56)는 “돌아보면 ‘우리가 이겼다’는 승리감도 분명 있었지만, 그땐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훨씬 컸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시민은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과거가 현재를 붙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을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을 직접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날 희생된 이들을 떠올리며 살아왔다”며 “그때 누군가가 지키지 못했다면, 이번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18 때 어른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계엄 1년. 그날 국회를 지킨 시민 15명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들이 계엄을 막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국회 앞에 켜졌던 불빛과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야, 다음 비상 상황에서도 민주주의가 버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스스로에게 자긍심…인간에 대한 신뢰 생겨”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 당시 국회로 달려와 군 병력에 맞섰던 시민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성하는 내밀한 기억으로 남았다. 국회 앞에서 뛰고, 붙잡고, 밀치며 서로를 확인했던 순간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를 되살린 시간이었고, 동시에 ‘그날 그곳에 있었던 나’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김영완 주무관(51)은 지금도 국회를 지킨다. 언성을 높이는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늦은 밤에 불 꺼진 국회를 순찰하는 일상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예전에 국회는 직장으로서 의미가 더 컸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공간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대학원생 김규리 씨는 최근 졸업 논문 심사를 앞두고 부쩍 바빠졌다. 김 씨는 비상계엄 이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지만, 계엄 당일 이후 꾸준히 집회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예비 심사를 앞두고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때였는데, 시민들과 연대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며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순간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최영신 씨는 “계엄 직후 한동안 군 헬기가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렸다”면서도 “현장에서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던 경찰과 군인을 목격하며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한일환 씨는 “1년 전 비상계엄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이젠 교단에 서야 하는 동력이 되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그는 “그날 현장에 있던 내가 잡혀갔다면 똑같이 말하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전엔 사회생활에서 튈까 조심했지만, 이제는 해야 할 말은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박유수 주무관은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말을 더듬게 된다고 한다. 13년간 방호 업무를 해왔지만, 그날만큼 급박한 순간은 없었다. 본 회의장 2층에서 수십 명의 군인을 마주한 순간은 큰 충격으로 남았다.시민들은 계엄 이후 양극화된 사회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씨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취약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계엄 속보를 접한 순간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망설임 없이 국회로 향한 직장인 류호성 씨(34)는 “계엄은 시민들의 힘으로 하루 만에 끝났지만, 군부독재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중대한 사안이었다”며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황인수 신부는 지금의 상황을 ‘솔로몬의 재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계속 서로를 적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반쪽짜리 아기라도 차지하겠다는 식으로 자기 이익만 앞세우면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서로를 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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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사 폰’ 반칙 年1만건 징계… 금지시간 어기고 보안장면 ‘찰칵’

    《병사 폰 사용 징계 年 1만건군 복무 중 병사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지 5년, 사용 수칙 위반으로 인한 징계가 연 1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징계를 둘러싼 항고·이의신청도 늘고 있어 관리·감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올해 7월 군 복무 중이던 한 병장은 영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투폰’(두 번째 휴대전화)을 사용하다 적발돼 군기교육(영창 대체) 10일 징계를 받았다. 휴대전화를 군 내에서 사용하려면 보안 애플리케이션(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사용 시간 제한이 있다. 그는 휴대전화를 제약 없이 쓰기 위해 몰래 하나 더 가지고 있다가 적발된 것이다. 장병 대상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사용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사례는 해마다 1만 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가 늘면서 변호사·행정사를 찾아 이의신청 등을 제기하는 병사마저 생기고 있어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 내 휴대전화 사용 위반 연 1만 건 정부는 2020년 7월 병영의 폐쇄성을 완화하고 장병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현행 군 인권 지침은 휴대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대신 △군사기밀 유출 △부적절한 촬영·유포 △불법 도박 및 금전 거래 △군 질서 문란 행위 등 일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그러나 허용 이후 위반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휴대전화 사용 위반으로 내려진 징계는 총 4만7357건에 달해, 매년 1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만55건이 적발됐고,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이미 4063건이 발생했다.위반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지정 시간 외 사용 등 기본 수칙 위반’(3만6688건)이었다. 이어 카메라 오남용 등 보안규정 위반(1만2343건), 사이버 도박(1708건), 동료 장병 촬영·유포 등 타인 권리 침해(182건), 온라인 이적 활동(7건) 순이었다. 실제 2023년에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모인 700여 명의 현역·예비역이 부대 안에서 병사들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을 돌려본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에는 육군의 한 병사가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700여 회 접속해 7000만 원을 베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관련 징계도 급증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위반으로 계급을 한 단계 낮추는 중징계인 ‘강등’은 2020년 52건에서 지난해 3.5배가 넘는 184건으로 늘었다. 급여 일부를 삭감하는 ‘감봉’ 역시 66건에서 11배가 넘는 758건으로 증가했다. 영창을 대체한 군기교육도 2020년 610건에서 2023년 888건으로 늘었다.● 군 기강 해이 우려… “예방 중심 전환해야” 위반 증가와 징계 확대로 법적 분쟁도 늘면서 군 기강 확립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욱 마일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상담을 요청하는 병사 10명 중 5명이 휴대전화 관련 징계 문제”라고 전했다. 법적 분쟁 사례도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올 하반기에도 보안 앱을 임의로 해제했다가 강등 처분을 받은 병사가 항고 끝에 군기교육 11일로 감경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장병들 사이에서는 규정의 세부 기준이 까다로운 반면 충분한 설명과 예방 교육은 미흡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병사는 “보안 앱만 해제했을 뿐 사진도 찍지 않았고 사용 시간도 지켰는데 강등 처분을 받은 것은 지나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는 “군기교육 대상자는 인권 담당 군법무관이 적법성 심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대별 지침 해석과 징계 기준이 들쑥날쑥해 장병들이 ‘불확실성’을 호소하는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징계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군 검사 출신인 김태룡 법률사무소 태룡 대표변호사는 “장병들이 징계가 합리적으로 내려진다고 믿지 못하면 항고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며 “징계 결정 단계에서 군법무관의 법률 검토가 제대로 작동해야 과도한 처분을 줄일 수 있고, 별도로 교육·관리 체계를 강화해 위반을 예방하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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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 몰랐다” 주장 돈 수거책 징역 2년6개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사실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한 ‘현금 수거책’들이 잇달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동식)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9세 남성에게 최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피해자 4명으로부터 1억6000만 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본 ‘아파트 매물 촬영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단순 촬영 업무로 알고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현금을 받아 전달하면 일당 15만 원을 주겠다”는 요구를 수락해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피고인은 “범죄인지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20대 정모 씨와 박모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남모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정 씨 등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 수억 원을 받아 조직 지시에 따라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은 “보험회사·컨설팅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알았다”며 범죄 인식을 부인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대면 채용 방식과 거액 현금 전달 등 업무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통상적 근로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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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무실 ‘정보보호 국가 인증’… 쿠팡, 두번 받고도 털려

    쿠팡이 정부의 ‘정보보호·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을 두 차례 취득하고도 네 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ISMS-P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운영하는 국가 인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최초 인증을 받고 2024년 3월 갱신 인증까지 획득했다. 하지만 2021년 앱 업데이트 오류로 14건의 고객정보, 같은 해 시스템 안전조치 미비로 배달원 13만5000여 명 정보, 2023년 판매자 시스템 오류로 2만2440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위 집계에서도 2020년 이후 ISMS-P 인증 기업 27곳에서 34건의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신청한 일부 시스템만 인증 범위에 포함되는 구조라 실질적 예방 장치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0일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열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안전조치 의무인 접근 통제, 접근 권한 관리, 암호화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쿠팡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유출 경로와 침입 방식을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아직까지 악성코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후속 피해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가안보실이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와 정부 대응 지연, 국가 보안체계 전반의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라고 비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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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지자체 재산 매각 전문기관 만들고 5년마다 총조사”

    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재산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한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 재산의 상당액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팔리고, 매각 대금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본보 17, 18일자 A1면)에 대책을 낸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8일 “지자체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기관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원화된 체계로 매각·관리한다. 하지만 지자체 재산(공유재산)은 직원 1, 2명이 전담하는 구조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황을 5년마다 정밀히 조사하는 등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해 첫 전국 총조사에서 토지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 건에 달했다. 인공지능(AI)과 항공사진을 활용해 무단 점유지와 비정상 거래 패턴 등 ‘이상 징후’를 상시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이런 내용의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지자체 유휴재산 데이터베이스(DB)도 통합 플랫폼 ‘공유재산 포털’로 일원화한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로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토지·건축물대장·등기부 정보를 자동 비교해 잘못을 솎아내기로 했다. 매각 대금도 단기 재정 보전이 아닌 장기 성장 동력에 쓰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재산을 팔아 얻은 수입을 별도 기금 없이 일반회계로 흡수해 현금 지원 등 단기 소모성 사업에 쓰는 관행이 잦았다. 행안부는 매각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재산을 ‘잘 팔고 잘 쓴’ 지자체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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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지자체 재산 부실매각 손본다…전문기관 지정하고 5년마다 총조사

    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재산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해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 재산의 상당액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팔리고, 매각 대금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본보 17, 18일 자 A1면)에 대책을 낸 것이다.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8일 “지자체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전문기관의 지정 근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원화된 체계로 매각·관리하지만, 지자체는 직원 1, 2명이 전담하는 구조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행안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문가 풀(pool)을 두고 자문하는 한편, 지자체 요청 시 직접 돕는 ‘찾아가는 컨설팅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현황을 5년마다 정밀히 조사하는 등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해 첫 전국 총조사에서 토지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 건에 달하고 대장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유령 재산’도 약 20조 원 규모로 확인되자 기초자료부터 다시 세우기로 한 것. 인공지능(AI)과 항공사진을 활용해 무단 점유지와 비정상 거래 패턴 등 ‘이상 징후’를 상시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이런 내용의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행안부는 지자체별로 제각기 운영해 온 유휴재산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 플랫폼 ‘공유재산 포털’로 일원화한다. 현재는 지자체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로 흩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한곳에 모으고 토지·건축물대장·등기부 정보를 자동 비교해 잘못을 솎아내는 기능까지 탑재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유재산 정보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6년 예산 2억 원가량 반영했다.매각 대금도 단기 재정 보전이 아닌 장기 성장 동력에 쓰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재산을 팔아 얻은 수입을 별도 기금 없이 일반회계로 흡수해 현금 지원 등 단기 소모성 사업에 쓰는 관행이 잦았다. 행안부는 매각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재산을 ‘잘 팔고 잘 쓴’ 지자체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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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재산 매각-사용처 심의 강화… 검증 전문기관 둬야”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복지 지출 확대로 지방재정에 부담이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지방자치단체 재산 관리에 대한 원칙을 확립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재산은 세대 간에 나눠 써야 할 자산인 만큼 지금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매각 절차의 정당성뿐 아니라 대금의 사용처까지 심의하는 절차의 필요성이 지적된다. 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은 “오랫동안 관리의 변두리에 놓여 있었던 지자체 재산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산의 가격과 매각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전문기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봉 한국공유재산학회장은 “각 지자체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땅과 건물을 관리하는 구조 자체가 전문성·일관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별 재산 관리 전담 조직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미래 가치 산정을 위해 지자체 재산의 현황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부동산의 지목과 위치뿐 아니라 활용도와 미래 가치까지 포함한 정교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공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실장은 “현행 토지대장의 지적 현황 자체가 오래돼 불완전하다”며 “데이터 기반 관리가 공유재산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재산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토지·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간 불일치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자체별 유휴재산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각 과정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검증 기능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 확인 시 감사실 등에 자동 통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재산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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