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서지원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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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wish@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사회일반42%
사건·범죄13%
교육13%
검찰-법원판결10%
사고10%
교통3%
정치일반3%
행정3%
인사일반3%
  • “퇴근길 기습 폭설, 도로에 갇혀”… 오늘 영하 출근길 빙판 주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기습적인 폭설이 쏟아진 4일 저녁 퇴근길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 지옥’으로 변했다. 짧은 시간에 시간당 1∼3cm의 강한 눈이 내리며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이 됐고,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되거나 차량이 뒤엉키며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전후로 눈발이 굵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시야가 가려질 만큼 쏟아진 눈과 미끄러운 노면 탓에 차들은 비상등을 켠 채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고,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 차량들이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며 아수라장이 빚어졌다.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1터널(신림 방향) 안에서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구로구 작동터널 인근에서는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반 바퀴를 회전해 멈춰 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 포천과 부천 등의 언덕길에서는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수십 대가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이날 폭설로 내부순환로와 강변북로, 북부간선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6시 59분부터 내부순환로 성산 방향 정릉 램프를 시작으로 통제를 시작했다. 7시 20분경에는 북부간선도로를, 7시 42분에는 강변북로 청담대교∼잠실대교 구간을 통제했다. 오후 9시 30분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된 시내 주요 도로는 16곳이다. 시민들은 ‘귀가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자영업자 이모 씨(40)는 “동작구 총신대입구 인근에서 2.9km를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귀가했다”고 했다. 한 회사원은 “평소 40분이면 갈 거리를 오늘은 하염없이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도로가 빙판으로 변해 바퀴가 헛도는 차들을 수없이 목격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달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하자 운행을 중단하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도보로 배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이날 하루에만 교통 불편 신고가 400건 넘게 폭주했다. 경찰은 ‘교통 비상’을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눈이 그친 뒤에도 기온 급강하로 인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가 우려되는 만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5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내외로 떨어지며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밤사이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5일 출근길 역시 극심한 혼잡과 미끄럼 사고가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면도로나 골목길, 경사로 등 제설이 취약한 구간은 빙판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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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습 폭설에 수도권 퇴근길 마비…오늘 출근길도 비상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기습적인 폭설이 쏟아진 4일 저녁 퇴근길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 지옥’으로 변했다. 짧은 시간에 시간당 1~3cm의 강한 눈이 내리며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이 됐고,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되거나 차량이 뒤엉키며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특히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전후로 눈발이 굵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시야가 가려질 만큼 쏟아진 눈과 미끄러운 노면 탓에 차들은 비상등을 켠 채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고,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 차량들이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며 아수라장이 빚어졌다.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1터널(신림 방향) 내에서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구로구 작동터널 인근에서는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반 바퀴를 회전해 멈춰 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 포천과 부천 등의 언덕길에서는 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수십 대가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되는 사태가 속출했다.내부순환로와 강변북로, 북부간선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6시 59분부터 내부순환로 성산방향 정릉 램프를 시작으로 통제를 시작했다. 7시 20분경에는 북부간선도로를, 7시 42분에는 강변북로 청담대교~잠실대교 구간을 통제했다. 오후 9시 30분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된 시내 주요 도로는 16곳이다.시민들은 ‘귀가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자영업자 이모 씨(40)는 “동작구 총신대입구 인근에서 2.9km를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귀가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평소 30분 거리인 퇴근길이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도로가 순식간에 빙상장처럼 변해 바퀴가 헛도는 차들을 수없이 목격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달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하자 운행을 중단하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도보로 배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이날 하루에만 교통 불편 신고가 400여 건 넘게 폭주했다.경찰은 ‘교통 비상’을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눈이 그친 뒤에도 기온 급강하로 인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가 우려되는 만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기상청은 5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내외로 떨어지며 강력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밤사이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5일 출근길 역시 극심한 혼잡과 미끄럼 사고가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면도로나 골목길, 경사로 등 제설이 취약한 구간은 빙판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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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려도, 유서 쓰며 국회 달려가… 그날 잊으면 미래 민주주의 없어”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가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은 같았다. 동아일보는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이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계엄을 막은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날의 염원이 잊혀지면 다음 위기에서는 민주주의가 버티지 못한다”는 경고였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 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뛰어나와 국회로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 불안과 혼란 속에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군경과 마주한 시민들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집을 나서며 혹시 구금될 상황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 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담장 앞에서 겁이 밀려왔지만,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부부는 그 ‘즉석 사다리’를 붙잡고 담을 넘었다.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33)는 처음에는 ‘혹시라도 표결이 무산돼 잡혀가는 건 아닐까’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서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용기가 났다고 했다.● 본회의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 시스템을 가동할 기술 인력이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는 그 역할을 맡았다. 가까스로 국회에 도착했을 때 그를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그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말을 거는 등 시선을 돌려 도움을 줬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39) 김영완 주무관(51)은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본관 1층으로 달려갔다. 진압군이 깨진 유리를 군홧발로 밟으며 들어서고 있었다. 박 주무관은 군인이 든 소총 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모였던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수백 명이 따라 불렀다. 박민상 씨(25)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이었다”고 했다. 한광섭 행정사(56)는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상식 있는 사람들 덕분에 권력의 오작동을 멈출 수 있었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남았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계엄 해제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때 희생된 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며 국회를 지킨 배경을 설명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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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엄군 장교 “국회 진입 명령 안따르려 생수 사는 등 시간 끌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에 ‘국회로 가서 시민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군인과 경찰은 “지난 1년을 고통과 후회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지시에 맞선 이도, 혼란 속에 따르게 된 이도 있었지만 남은 건 비슷한 죄책감과 무기력감이었다. 계엄 해제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일선 장병들의 ‘항명’이 있었다. 진압 명령을 거부한 장교 박호준(가명) 씨는 그날 비상소집 직후 부대가 순식간에 ‘전시 체제’로 전환되는 걸 목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TV로 흘러나오자 지휘부는 “합법적 명령”이라며 국회로 출동하라고 했다. 박 씨와 동료들은 떠밀리듯 부대를 나섰지만 ‘이건 옳지 않다’는 생각으로 국회 진입을 거부했다.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명령을 내린) 사령관을 체포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국군 방첩사령부 병력은 국회 주변 수백 m 밖에서 대기하며 ‘진입 불응’ 상태를 유지했다. 9월 법정에서 이들은 “국회로부터 네 블록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고,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마시며 시간을 끌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방첩사 인원 중 국회나 선관위에 발을 들인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출동 지시에 그대로 휘말린 이도 있었다. 국회 봉쇄를 지휘한 경찰 간부 중 한 명이었던 김정원(가명) 씨는 그날 밤 혼란한 가운데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국회로 향했다. ‘가서 무얼 하느냐’고 묻는 부하에게 할 말이 없었다. 국회 출입문 앞에서 시민과 경찰이 충돌하자 김 씨는 ‘일단 안전사고부터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집회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하듯 시민을 통제했다. 계엄이 해제된 뒤 경찰 내에는 오랫동안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는 “처음 몇 달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날 했던 판단 하나하나가 지금도 후회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와 국회 봉쇄를 결정한 체계는 모두 ‘위’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 징계·심의 대상이 된 다수는 당시 현장에서 버티던 실무자들이다. 박 씨 등 그날 용기를 냈던 장병들도 국방부 징계 논의와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박 씨는 허무함과 무기력함을 토로했다. 그는 “탄핵 정국 초기 정치인들이 ‘항명한 군인은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걸 설명해도 ‘출동했다’는 이유 하나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어느 군인이 진심으로 나라를 지키겠느냐”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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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行 위험하다 말리는 딸에게 “우리 군경은 그럴 사람 아니야”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누군가는 가족과 집에 있다가, 또 누군가는 국회에서 근무하다가 그곳으로 향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는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 하나로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뛰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시민들은 처음엔 믿기 힘든 ‘당혹’을, 이후엔 모여든 사람 속에서 ‘연대’를, 그리고 계엄 해제 순간에는 ‘안도와 벅참’을 떠올렸다고 공통으로 증언했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섰던 군·경은 ‘고통’과 ‘후회’를 털어놨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평범한 화요일 밤을 보내던 중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신발을 챙겼다. 강남구 자택에서 국회까지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기 낸 이들도 있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암울한 미래가 머리에 그려졌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게 할 순 없었다.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가서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한 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심했다. ‘어차피 잠 자긴 글렀는데, 머릿수라도 보태는 게 낫겠지.’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뒤숭숭하다. 어디 나가지 말아라.” 김 씨는 “네”라고 대답하면서 길을 나섰다.마포구에 살던 이석찬 씨(33)는 국회를 향해 무작정 달렸다. 빌릴 수 있는 따릉이가 한 대도 없었고, 택시도 안 잡혔다. 박민상 씨(25)는 연인과 저녁을 먹고 귀가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누구에게 설명할 정신도 없이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상공에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잠든 임산부 아내에게 차마 ‘국회로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차를 끌고 나왔다. 그는 “장갑차가 진입한다면 내 차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향했다”고 했다.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밤중 4시간 동안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담 넘고 3겹 스크럼… 연대가 솟았다”혼란한 마음을 안은 이들이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시민들은 군·경이 마주 선 자리에서 긴장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강동구 자택을 나서며 혹시 모를 구금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국회 담에 걸린,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는 순간 불안감이 사라졌다. 김 씨 부부는 그렇게 ‘즉석 사다리’를 붙들고 담을 넘었다.국회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는 처음에는 다들 ‘혹시라도 표결이 실패해 우리가 잡혀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같은 두려움을 안고 나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는 ‘잡혀가면 잡혀가는 거지. 설마 죽이기까지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스크럼에 섰다.군·경과의 충돌을 막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강영수 노무사는 “격해지는 순간마다 오히려 시민들이 경찰을 말렸다”고 했다. “이분들도 갑자기 끌려나온 거라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본회의 시스템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국회에는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도 있었다. 본회의를 열어도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도 그중 한 명이었다.3일 오후 11시 40분경 이 이사가 국회에 도착했을 때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눈짓을 줬다. ‘내가 막을 테니 들어가라’는 의미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이 이사는 바리케이드를 디딤돌 삼아 담장을 넘었고, 본관까지 전력 질주했다. 가까스로 도착해 투표 시스템을 열었는데, 투표 단말기가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작동했다. 천운이었다.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 주무관(39)은 의원회관에서 당직을 서던 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 본관 1층으로 달려가니 군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깨진 유리조각이 군화에 밟히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군인이 든 소총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가결 후 환호보다 컸던 안도의 한숨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벅찬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석찬 씨는 “가결 직후 환호성보다 ‘휴’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더 컸다”고 했다. 이내 국회 밖에서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수백 명의 시민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박민상 씨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하지만 계엄 해제 직후에도 사람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국회 앞에 있었던 한광섭 행정사(56)는 “돌아보면 ‘우리가 이겼다’는 승리감도 분명 있었지만, 그땐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훨씬 컸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시민은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과거가 현재를 붙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을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을 직접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날 희생된 이들을 떠올리며 살아왔다”며 “그때 누군가가 지키지 못했다면, 이번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18 때 어른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계엄 1년. 그날 국회를 지킨 시민 15명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들이 계엄을 막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국회 앞에 켜졌던 불빛과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야, 다음 비상 상황에서도 민주주의가 버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스스로에게 자긍심…인간에 대한 신뢰 생겨”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 당시 국회로 달려와 군 병력에 맞섰던 시민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성하는 내밀한 기억으로 남았다. 국회 앞에서 뛰고, 붙잡고, 밀치며 서로를 확인했던 순간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를 되살린 시간이었고, 동시에 ‘그날 그곳에 있었던 나’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김영완 주무관(51)은 지금도 국회를 지킨다. 언성을 높이는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늦은 밤에 불 꺼진 국회를 순찰하는 일상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예전에 국회는 직장으로서 의미가 더 컸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공간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대학원생 김규리 씨는 최근 졸업 논문 심사를 앞두고 부쩍 바빠졌다. 김 씨는 비상계엄 이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지만, 계엄 당일 이후 꾸준히 집회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예비 심사를 앞두고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때였는데, 시민들과 연대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며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순간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최영신 씨는 “계엄 직후 한동안 군 헬기가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렸다”면서도 “현장에서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던 경찰과 군인을 목격하며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한일환 씨는 “1년 전 비상계엄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이젠 교단에 서야 하는 동력이 되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그는 “그날 현장에 있던 내가 잡혀갔다면 똑같이 말하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전엔 사회생활에서 튈까 조심했지만, 이제는 해야 할 말은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박유수 주무관은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말을 더듬게 된다고 한다. 13년간 방호 업무를 해왔지만, 그날만큼 급박한 순간은 없었다. 본 회의장 2층에서 수십 명의 군인을 마주한 순간은 큰 충격으로 남았다.시민들은 계엄 이후 양극화된 사회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씨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취약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계엄 속보를 접한 순간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망설임 없이 국회로 향한 직장인 류호성 씨(34)는 “계엄은 시민들의 힘으로 하루 만에 끝났지만, 군부독재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중대한 사안이었다”며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황인수 신부는 지금의 상황을 ‘솔로몬의 재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계속 서로를 적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반쪽짜리 아기라도 차지하겠다는 식으로 자기 이익만 앞세우면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서로를 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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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사 폰’ 반칙 年1만건 징계… 금지시간 어기고 보안장면 ‘찰칵’

    《병사 폰 사용 징계 年 1만건군 복무 중 병사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지 5년, 사용 수칙 위반으로 인한 징계가 연 1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징계를 둘러싼 항고·이의신청도 늘고 있어 관리·감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올해 7월 군 복무 중이던 한 병장은 영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투폰’(두 번째 휴대전화)을 사용하다 적발돼 군기교육(영창 대체) 10일 징계를 받았다. 휴대전화를 군 내에서 사용하려면 보안 애플리케이션(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사용 시간 제한이 있다. 그는 휴대전화를 제약 없이 쓰기 위해 몰래 하나 더 가지고 있다가 적발된 것이다. 장병 대상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사용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사례는 해마다 1만 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가 늘면서 변호사·행정사를 찾아 이의신청 등을 제기하는 병사마저 생기고 있어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 내 휴대전화 사용 위반 연 1만 건 정부는 2020년 7월 병영의 폐쇄성을 완화하고 장병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현행 군 인권 지침은 휴대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대신 △군사기밀 유출 △부적절한 촬영·유포 △불법 도박 및 금전 거래 △군 질서 문란 행위 등 일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그러나 허용 이후 위반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휴대전화 사용 위반으로 내려진 징계는 총 4만7357건에 달해, 매년 1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만55건이 적발됐고,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이미 4063건이 발생했다.위반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지정 시간 외 사용 등 기본 수칙 위반’(3만6688건)이었다. 이어 카메라 오남용 등 보안규정 위반(1만2343건), 사이버 도박(1708건), 동료 장병 촬영·유포 등 타인 권리 침해(182건), 온라인 이적 활동(7건) 순이었다. 실제 2023년에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모인 700여 명의 현역·예비역이 부대 안에서 병사들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을 돌려본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에는 육군의 한 병사가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700여 회 접속해 7000만 원을 베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관련 징계도 급증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위반으로 계급을 한 단계 낮추는 중징계인 ‘강등’은 2020년 52건에서 지난해 3.5배가 넘는 184건으로 늘었다. 급여 일부를 삭감하는 ‘감봉’ 역시 66건에서 11배가 넘는 758건으로 증가했다. 영창을 대체한 군기교육도 2020년 610건에서 2023년 888건으로 늘었다.● 군 기강 해이 우려… “예방 중심 전환해야” 위반 증가와 징계 확대로 법적 분쟁도 늘면서 군 기강 확립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욱 마일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상담을 요청하는 병사 10명 중 5명이 휴대전화 관련 징계 문제”라고 전했다. 법적 분쟁 사례도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올 하반기에도 보안 앱을 임의로 해제했다가 강등 처분을 받은 병사가 항고 끝에 군기교육 11일로 감경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장병들 사이에서는 규정의 세부 기준이 까다로운 반면 충분한 설명과 예방 교육은 미흡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병사는 “보안 앱만 해제했을 뿐 사진도 찍지 않았고 사용 시간도 지켰는데 강등 처분을 받은 것은 지나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는 “군기교육 대상자는 인권 담당 군법무관이 적법성 심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대별 지침 해석과 징계 기준이 들쑥날쑥해 장병들이 ‘불확실성’을 호소하는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징계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군 검사 출신인 김태룡 법률사무소 태룡 대표변호사는 “장병들이 징계가 합리적으로 내려진다고 믿지 못하면 항고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며 “징계 결정 단계에서 군법무관의 법률 검토가 제대로 작동해야 과도한 처분을 줄일 수 있고, 별도로 교육·관리 체계를 강화해 위반을 예방하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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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 몰랐다” 주장 돈 수거책 징역 2년6개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사실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한 ‘현금 수거책’들이 잇달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동식)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9세 남성에게 최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피해자 4명으로부터 1억6000만 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본 ‘아파트 매물 촬영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단순 촬영 업무로 알고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현금을 받아 전달하면 일당 15만 원을 주겠다”는 요구를 수락해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피고인은 “범죄인지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20대 정모 씨와 박모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남모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정 씨 등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 수억 원을 받아 조직 지시에 따라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은 “보험회사·컨설팅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알았다”며 범죄 인식을 부인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대면 채용 방식과 거액 현금 전달 등 업무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통상적 근로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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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무실 ‘정보보호 국가 인증’… 쿠팡, 두번 받고도 털려

    쿠팡이 정부의 ‘정보보호·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을 두 차례 취득하고도 네 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ISMS-P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운영하는 국가 인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최초 인증을 받고 2024년 3월 갱신 인증까지 획득했다. 하지만 2021년 앱 업데이트 오류로 14건의 고객정보, 같은 해 시스템 안전조치 미비로 배달원 13만5000여 명 정보, 2023년 판매자 시스템 오류로 2만2440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위 집계에서도 2020년 이후 ISMS-P 인증 기업 27곳에서 34건의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신청한 일부 시스템만 인증 범위에 포함되는 구조라 실질적 예방 장치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0일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열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안전조치 의무인 접근 통제, 접근 권한 관리, 암호화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쿠팡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유출 경로와 침입 방식을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아직까지 악성코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후속 피해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가안보실이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와 정부 대응 지연, 국가 보안체계 전반의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라고 비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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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지자체 재산 매각 전문기관 만들고 5년마다 총조사”

    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재산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한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 재산의 상당액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팔리고, 매각 대금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본보 17, 18일자 A1면)에 대책을 낸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8일 “지자체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기관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원화된 체계로 매각·관리한다. 하지만 지자체 재산(공유재산)은 직원 1, 2명이 전담하는 구조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황을 5년마다 정밀히 조사하는 등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해 첫 전국 총조사에서 토지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 건에 달했다. 인공지능(AI)과 항공사진을 활용해 무단 점유지와 비정상 거래 패턴 등 ‘이상 징후’를 상시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이런 내용의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지자체 유휴재산 데이터베이스(DB)도 통합 플랫폼 ‘공유재산 포털’로 일원화한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로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토지·건축물대장·등기부 정보를 자동 비교해 잘못을 솎아내기로 했다. 매각 대금도 단기 재정 보전이 아닌 장기 성장 동력에 쓰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재산을 팔아 얻은 수입을 별도 기금 없이 일반회계로 흡수해 현금 지원 등 단기 소모성 사업에 쓰는 관행이 잦았다. 행안부는 매각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재산을 ‘잘 팔고 잘 쓴’ 지자체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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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지자체 재산 부실매각 손본다…전문기관 지정하고 5년마다 총조사

    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재산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해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 재산의 상당액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팔리고, 매각 대금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본보 17, 18일 자 A1면)에 대책을 낸 것이다.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8일 “지자체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전문기관의 지정 근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원화된 체계로 매각·관리하지만, 지자체는 직원 1, 2명이 전담하는 구조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행안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문가 풀(pool)을 두고 자문하는 한편, 지자체 요청 시 직접 돕는 ‘찾아가는 컨설팅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현황을 5년마다 정밀히 조사하는 등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해 첫 전국 총조사에서 토지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 건에 달하고 대장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유령 재산’도 약 20조 원 규모로 확인되자 기초자료부터 다시 세우기로 한 것. 인공지능(AI)과 항공사진을 활용해 무단 점유지와 비정상 거래 패턴 등 ‘이상 징후’를 상시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이런 내용의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행안부는 지자체별로 제각기 운영해 온 유휴재산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 플랫폼 ‘공유재산 포털’로 일원화한다. 현재는 지자체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로 흩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한곳에 모으고 토지·건축물대장·등기부 정보를 자동 비교해 잘못을 솎아내는 기능까지 탑재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유재산 정보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6년 예산 2억 원가량 반영했다.매각 대금도 단기 재정 보전이 아닌 장기 성장 동력에 쓰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재산을 팔아 얻은 수입을 별도 기금 없이 일반회계로 흡수해 현금 지원 등 단기 소모성 사업에 쓰는 관행이 잦았다. 행안부는 매각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재산을 ‘잘 팔고 잘 쓴’ 지자체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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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재산 매각-사용처 심의 강화… 검증 전문기관 둬야”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복지 지출 확대로 지방재정에 부담이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지방자치단체 재산 관리에 대한 원칙을 확립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재산은 세대 간에 나눠 써야 할 자산인 만큼 지금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매각 절차의 정당성뿐 아니라 대금의 사용처까지 심의하는 절차의 필요성이 지적된다. 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은 “오랫동안 관리의 변두리에 놓여 있었던 지자체 재산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산의 가격과 매각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전문기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봉 한국공유재산학회장은 “각 지자체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땅과 건물을 관리하는 구조 자체가 전문성·일관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별 재산 관리 전담 조직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미래 가치 산정을 위해 지자체 재산의 현황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부동산의 지목과 위치뿐 아니라 활용도와 미래 가치까지 포함한 정교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공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실장은 “현행 토지대장의 지적 현황 자체가 오래돼 불완전하다”며 “데이터 기반 관리가 공유재산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재산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토지·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간 불일치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자체별 유휴재산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각 과정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검증 기능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 확인 시 감사실 등에 자동 통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재산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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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재정 없다고 공공 부지 팔더니…현금 뿌렸다

    전남 목포시는 2021년 유달경기장 부지를 936억 원에 매각했다. 공개경쟁 입찰로 애초 예상보다 3배 넘게 받아냈다며 성공 사례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매각 대금을 어떻게 썼는지 공개하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 자산을 팔아 현금을 풀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례에 따르면 매각 대금은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재산을 조성하는 데 써야 한다. 하지만 100억 원으로 부채를 메우고 226억 원으론 시민 1명당 현금 1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일회성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일수록 땅과 건물 등 재산을 팔아 살림을 메우는 비중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2019∼2023년 지자체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비중이 전국 평균(5%)을 웃돈 시군구 72곳을 분석한 결과, 64곳의 재정자립도가 30%에도 못 미쳤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5%다.문제는 이런 방식이 지자체의 재정 체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는 세외수입이 늘지만, 임대료와 사용료 등 지속적 수익 기반은 사라진다.[단독]재정 없다고…버스터미널에 도로-수목원까지 ‘땅 팔아 살림’〈하〉미래 재산 ‘급한불 끄기’ 소진세입 부족한 지역, 재산 매각 충당… 개발할만한 땅 2%밖에 안남아지속적 수익기반 사라져 미래 흔들… 공공시설 매각 두고 지역 갈등도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땅과 건물을 내다 팔아 당장 급한 살림을 메우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지만, 정작 매각 가능한 ‘양질의 재산’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미래 자산인 공유재산이 ‘급한 불 끄기’에 소진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재정 기반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지방 재정의 마지막 안전판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땅 판 돈으로 복지 지출 메우기 바빠”18일 동아일보가 행정안전부 지방세외수입 통계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9∼2023년 지자체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비중이 15% 이상으로 전국 평균(5%)의 3배를 웃돈 시군구는 17곳이었다. 이 중 경기 성남시를 제외한 나머지 16곳이 전부 재정자립도가 30%에 못 미쳤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일수록 재산 매각이 ‘재정 유지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끌어모은 돈을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쓰지 못하고 급증하는 복지 지출 등을 메우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유재산과 달리 지자체 재산을 매각한 대금은 별도 기금에 적립되지 않고 일반회계에 흡수되는데, 상당액이 이듬해 사회복지 예산으로 소모된다. 부산 북구 등은 노인 인구 비중이 늘면서 매해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복지 지출에 쓰고 있다. 재산을 단기 재정 수요에 맞춰 조급하게 처분하면 중장기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4500억 원 중 3800억 원을 시유지를 대량 매각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판 땅은 77억 원 규모의 도로 부지 한 건뿐이다. 내년 말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정부 투자심사 등 행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야 하는 만큼 ‘부동산 경기가 나쁠 때 급하게 매각하려다 헐값에 처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산 매각 외에 다른 방안도 시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2013년 종합버스터미널 부지를 급하게 처분했다가 이후 사업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다.● 도로·터미널도 매물로… “지역 갈등 초래”도로마저 심심찮게 매물로 나온다. 대구 수성구는 2018년 범어동 골목길 등 도로 3532m²를 신축 아파트 사업자에게 117억 원에 팔았다. 주민들은 매일 이용하던 출퇴근로가 하루아침에 폐쇄되자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시의회에선 “공공 도로를 팔아 구 재정을 충당하는 관행이 주민 통행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천시도 2018년 중동 재개발 지역 내 약 3000m²의 도로를 매각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핵심 자산을 민간에 넘기기로 한 결정 자체가 지역 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 최근 충북 청주시는 흥덕구 시외버스터미널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정차 후보지로도 거론되는 노른자 입지인데도 공공 개발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방선거를 앞둔 치적 만들기 아니냐”고 비판했고, 시의회에선 “공공 자산을 성급히 민간에 넘겨 미래 세대의 기회를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주시는 “외부 자문과 여론조사,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공립수목원인 세종시 금강수목원도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이 수목원은 충남도 소유지만 행정구역은 세종시에 속한다. 충남도는 그동안 세종시와 자산 교환이나 매입·매각 등 각종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자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는 “공적 가치가 큰 수목원을 상업 개발에 내주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8월 세종시의회가 “차라리 국가가 사들여 공적으로 활용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지자체 간 갈등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개발할 만한 땅은 전체의 2%… “거의 바닥”‘팔 만한 땅’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가 가진 땅은 8566km²로, 서울 면적의 14배가 넘지만 이 중 61.4%가 임야였다. 그 뒤를 도로(15.2%)와 밭(3.8%), 공원(3.6%) 등이었다. 공공 목적에 묶여 사실상 개발이나 매각이 어려운 땅이다. 반면 개발이 용이한 대지는 1.8%, 공장용지는 0.3%에 불과했다. 2019년 대비 2023년에 공유지 면적이 줄어든 지자체도 시도 4곳과 시군구 34곳 등 38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판 땅은 총 533km²로, 시도 중에서는 전남의 면적이 48km² 줄었고 충북·충남·경남에서도 감소가 확인됐다. 시군구에서는 경기 광주시가 175km² 줄어 가장 컸으며, 대구 북구(65km²)와 전북 완주군(34km²) 등이 뒤를 이었다. 경남 진주시는 2023년 재산 보유액이 3조274억 원으로 2019년보다 6870억 원 줄었고, 충남 논산시 역시 같은 기간 1967억 원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돈 되는 땅을 꾸준히 처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행정 전문가들은 “지역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매각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시의 미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임대료·사용료 같은 지속적 수익 기반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남창우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한정된 자원인 지자체 재산을 단기적인 시각으로 가치를 단정해 매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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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지 잘못 분류해 18억 손실… 무허가 보증서 받아 17억 날리기도

    경북 포항시는 2022년 호미곶면·장기면 일대 시유지를 잇달아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당시 이 지역은 향후 개발로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었다. 시의회가 매각 경위를 따져보자, 땅이 감정가대로 팔렸는지조차 확인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은 행정사무조사 끝에 담당 공무원이 매각 대금 19억6000만 원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수의계약 남용에 수십억 원 손실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지방자치단체 등이 매각한 재산은 총 8조1857억 원으로, 이 기간 전체 세외수입(159조 원)의 약 5%였다. 2023년 말 기준 지자체가 보유한 전체 땅·건물(643조 원)의 1.2%가 팔린 것이다. 특히 ‘살림 의존도’(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비중)가 전국 평균의 3배인 15%를 넘는 지자체는 17곳에 달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중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한 11곳의 매각 1532건을 분석한 결과, 공개경쟁 입찰을 거친 사례는 52건(3.4%)에 그쳤다. 나머지는 전부 수의계약이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국유재산이 감정가보다 싸게 팔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는데,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재산도 헐값 매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 중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수의계약도 적지 않았다. 수의계약은 공개 입찰과 달리 지자체가 특정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저가 매각이나 특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포항시다. 지난해 3월 포항시의회 행정사무조사 결과, 2022년 매각된 땅 중 상당수가 수의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애초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감정평가서와 매매계약서가 수기로 작성돼 위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였다.시의회 조사 결과 다른 시유지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땅을 매입할 목적으로 사전에 인근 부지에 ‘알 박기’를 하거나,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지목이 바뀌기 직전에 사는 등의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포항시는 “매각 당시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했고, 그 전 단계는 정황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시의회는 “이번 매각은 되돌릴 수 없는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포천시도 산정호수 상업지구 정비 과정에서 기존 상인에게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포천시는 “관광진흥법상 허용 범위 내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예외 사유만 35개… “특혜 논란 부르는 구조”법령상 지자체 재산 매각의 원칙은 공개경쟁 입찰이다.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원칙과 예외가 뒤집힌 셈이다. 한 지자체 재산 담당자는 “관례적으로 수의계약을 해오다 보니, 오히려 입찰을 올리면 내부 질문을 받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수의계약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이유로는 ‘공유재산법 시행령’에 규정된 수의계약 허용 사유가 35개나 된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인접한 땅 주인에게 팔 때, 감정가 3000만 원 이하의 소액일 때, 개발사업에 편입되는 땅일 때 등 예외 범위가 넓어 조건을 조합하면 대부분의 매각이 수의계약 대상이 될 수 있다.지자체들은 “살 만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5년간 매각된 102건 전부가 수의계약이었던 대구 수성구는 “아파트 단지에 편입된 소규모 토지 특성상 공개경쟁 입찰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원 속초시도 재산 매각 311건이 모두 수의계약이었는데, “대부분 활용 가치가 낮거나 관리가 어렵고 인접 땅 주인이 매각을 요청한 경우였다”고 했다. 강원 양양군 관계자도 97건이 전부 수의계약으로 팔린 데 대해 “보존 부적합 판정 등으로 판 것일 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각도 적지 않았다. 본보 분석 결과, 개발이 어려운 자투리땅과 달리 단독 개발이 가능한 비교적 넓은 면적(150m² 이상)인데도 수의계약으로 팔린 땅이 전체의 25.4%였다. 또 포항시 사례처럼 시유지나 군유지에 인접한 땅을 미리 매수해 수의계약 요건을 맞추는 등 ‘꼼수’가 가능한 만큼 내부 정보 활용 유무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값어치 잘못 매기고, 보증 사고까지수의계약 외에 기본적 검증·감독 실패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배곧신도시 내 상업용지를 산업시설용지로 잘못 분류해 최대 18억 원의 가격 차를 초래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시흥시는 해당 업체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이미 소유권이 이전돼 회수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허가 보증서를 받았다가 돈을 날린 황당한 사례도 있다. 경기 구리시는 2021년 구리유통종합시장 대부 과정에서 입점 마트가 제출한 무허가 금융업체의 보증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가 보증금을 받지 못해 17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구리시는 뒤늦게 조례를 개정해 규정을 강화하고 마트와 보증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의 허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구리시 관계자는 “법령상 반드시 허가 업체의 보증서가 필요하다는 조항이 없어서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는 심의와 감독 과정이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매각액 5억 원 이상일 때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지만 ‘이의 없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임형백 한국지역개발학회장은 “수의계약은 부조리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에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도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다수가 응찰해 공개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시흥=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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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600조 재산 관리 허술… 162만건 대장-현황 불일치, 20조 미등록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유한 땅과 건물은 그 가치가 총 600조 원이 넘는 핵심 자산이지만 관리 체계는 국유재산에 비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유재산과 지자체 재산 모두 원칙적으로는 입찰을 통한 매각이 기본 방식이다. 절차만 놓고 보면 지자체 재산 매각이 오히려 국유재산보다 까다롭다. 국유재산은 감정가의 약 50%까지 가격을 조정해 재입찰을 반복할 수 있는 반면, 지자체 재산은 가격을 80% 이하로 낮추려면 지방의회의 재의결을 거쳐 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 재산은 수의계약 허용 범위가 넓어 실제 매각 과정에서 입찰 절차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관리 인력 부족도 구조적 문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2월에야 지자체 재산 전담 조직인 ‘공유재산정책과’를 신설했다. 그전까지는 회계제도과 내 소규모 팀이 전국 지자체 재산 정책을 담당했다. 지자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전담 조직을 갖춘 곳이 17개 시도 중 5곳, 226개 시군구 중 경기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 등 9곳에 불과하다. 상당수 지자체는 1, 2명의 담당자가 관리하거나 아예 전담 인력이 없어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교체가 잦을 경우 축적된 지식이 단절돼 체계적 관리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관리 체계의 허점은 지난해 처음 실시된 전국 단위 총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지자체 재산 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3000건에 달했다. 대장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재산도 15만7000건(약 20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접근성의 격차도 크다. 국유재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국유재산포털’을 통해 매각 및 대부 정보를 일원화해 제공한다. 반면 지자체 재산은 각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 형태의 기본 현황만 흩어져 있어 외부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은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캠코’로 이어지는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있지만, 지자체 재산은 이를 뒷받침할 중간 조직이나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가 없어 제도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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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89억 땅 50억에 판 지자체… 매각 97%가 수의계약

    1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복합건물. 1, 2층 상가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3∼9층 레지던스는 인근 대기업 직원과 대학생들로 만실이었다. 한 커피숍 직원은 “평일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은 땅값만 수백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이 땅은 201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50억 원에 매각한 토지다. 감정가보다 32억∼39억 원 싼 값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매수 기업은 수의계약 대상도 아니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건물에 이미 입주자가 많아 회수는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재산을 팔 때 공개경쟁 입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하는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최근 5년간(2019∼2023년)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의존도가 높았던 시군구 17곳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 중 11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각 1532건 가운데 1480건(96.6%)이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계약은 입찰 없이 행정기관이 특정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다. 입찰을 거치지 않으면 최고가 매각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다른 매수자는 매물의 존재조차 알 수 없어 저가 매각과 특혜 의혹의 온상이 된다. 경북 포항시에선 수의계약으로 시유지를 팔아온 공무원이 뒷돈을 20억 원 가까이 챙긴 사실이 드러나 실형이 선고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유재산 매각을 전면 중단시키고 헐값 매각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5년간 매각액만 8조1857억 원에 달하는 지자체 재산은 더 큰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국공유재산학회장은 “지자체 재산은 지방재정의 기반인 만큼 기본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각 절차와 검증 장치를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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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NIS 개최…나노입자 메가 라이브러리로 신소재 혁신 논의

    고려대가 나노과학 분야 석학인 채드 A. 머킨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열었다.14일 고려대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아주홀에서 ‘나노입자 메가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신소재 발견의 가속화’를 주제로 제2회 ‘넥스트 인텔리전스 세미나(NIS)’를 개최했다. 이날 연단에 선 머킨 교수는 “AI 기반 신소재 개발의 성패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표준화된 조건에서, 얼마나 높은 품질로 확보하느냐가 혁신 속도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연구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조차 AI가 먼저 찾아내는 시대가 열렸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단일한 조건에서 축적할 수 있는 실험 인프라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머킨 교수는 나노입자·나노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진단·치료제 개발에 활용되는 ‘구형 핵산’ 개념을 처음 제시해 현대 나노과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연구처는 세계 각국의 석학을 초청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NIS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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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9억 불법대출’ 새마을금고 임원 등 133명 檢송치

    1109억 원대 불법 대출 혐의를 받는 새마을금고 임원과 대출 브로커 등 133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11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사기 혐의로 50대 대출 브로커를 9월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기 방조 혐의를 받는 공인중개사와 명의 대여자 등 23명도 지난달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브로커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3월까지 서울 중구 청구동 새마을금고 상무와 공모해 인천·경기 일대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리고 명의 대여자를 내세워 176억 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명의 대여자에게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3년 7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해당 상무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권 경력 20년인 그는 브로커들이 신청한 ‘시세차익형 불법 대출’을 승인하고 눈감아준 혐의를 받는다. 청구동 금고는 지점장과 상무만 거치면 대출이 승인되는 허술한 구조였으며, 상무는 브로커에게 외제차와 여행비 등을 받아 수재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원 승인만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술한 구조 속에서 명의 대여자가 수억 원대의 부동산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은 최악의 금융 사고”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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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비대면 시험 또 집단 부정행위… “해당 시험 무효”

    연세대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다수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고려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일부 학생이 AI 도구로 답안을 작성한 정황도 확인돼 학교 측은 해당 시험을 전면 무효로 했다. 10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안암캠퍼스 교양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 수강생 일부가 오픈채팅방을 통해 시험 문제를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부정행위가 이뤄진 채팅방에는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채팅방은 원래 수강생들이 강의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정황도 포착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 제보를 통해 시험 도중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 수강생은 “시험 당시 챗GPT를 통해 알아낸 답안을 오픈채팅방에서 주고받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구글 제미나이를 썼는데 31점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강의는 총 1434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교양과목으로, 중간고사 역시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시험 당시 별도의 카메라 촬영이나 보안 프로그램 등 부정행위 방지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를 통해 “명문 사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교수진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말고사 대책과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공정한 평가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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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채팅방으로 문제 공유…연세대 이어 고려대서도 집단 부정행위

    연세대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다수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고려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일부 학생이 AI 도구로 답안을 작성한 정황도 확인돼 학교 측은 해당 시험을 전면 무효로 했다.10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안암캠퍼스 교양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 수강생 일부가 오픈채팅방을 통해 시험 문제를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부정행위가 이뤄진 채팅방에는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채팅방은 원래 수강생들이 강의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정황도 포착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 제보를 통해 시험 중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 수강생은 “시험 당시 챗GPT를 통해 알아낸 답안을 오픈채팅방에서 주고받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구글 제미나이를 썼는데 31점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이 강의는 총 1434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교양과목으로, 중간고사 역시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시험 당시 별도의 카메라 촬영이나 보안 프로그램 등 부정행위 방지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를 통해 “명문사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교수진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말고사 대책과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공정한 평가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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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중간고사서, 40여명 무더기 ‘AI 커닝’… “대학 차원 징계”

    연세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 40명이 넘는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해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학가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며 ‘학습 보조’를 넘어 ‘대리 학습’의 도구로까지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기술 발전이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대신에 교육의 윤리와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수업서 AI 활용한 부정행위 적발9일 연세대에 따르면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교양 수업 ‘자연어 처리와 챗GPT’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확인됐다. 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에서 “(중간고사 응시) 영상 확인 중 다수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험 문제를 캡처해 유출하거나, 촬영 화면을 고의로 가리고 챗GPT 등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띄워 답을 대신 구하는 식이었다. 딥러닝 기법을 중심으로 자연어 처리에 대한 기초를 배우는 이 수업은 약 600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강의로, 지난달 15일 중간고사도 온라인 객관식 시험으로 치렀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모두 나오도록 영상을 촬영해 제출하게 했지만,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을 만들거나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유하고, 제출 영상을 전수 분석 중이다. 그는 공지문에서 “조사는 부정행위를 색출하거나 응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도’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자수한 학생은 중간고사 성적만 0점 처리하되,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익명 투표에선 190여 명이 ‘나도 커닝했다’고 주장했지만 9일 오후까지 실제로 부정행위를 자수한 건 40여 명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단과대 차원의 징계를 검토할 수 있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학교 차원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퍼지는 ‘AI 대리 학습’대학가에서 생성형 AI가 학습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조 도구’를 넘어 ‘대리 학습’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생 최모 씨(24)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아도 AI가 강의 내용을 자동 녹음·요약해 주고, 예상 시험 문제까지 만들어 준다”며 “편리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머리에 남는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726명 중 666명(91.7%)이 대학 과제나 프로젝트에 AI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AI 의존이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욱 한양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핵심 역량을 갖추지 않고 AI에 의존하게 되면 기존 능력마저 잃어버리는 ‘탈숙련(deskilling)’ 현상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학습의 핵심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 나가는 것인데, AI는 즉답을 제공해 생각의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2023년)에 따르면 생성형 AI 관련 공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대학은 전체 131곳 중 30곳(22.9%)에 불과했다. 교육부 역시 대학 내 AI 활용에 대한 별도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 대학은 평가 방식 개편에 나서고 있다. 9월 호주 시드니대는 “감독이 있는 시험 환경에서 AI 도구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도 2023년 마련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담당 교수가 명확히 허락하지 않는 경우 생성형 AI 사용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과 같이 간주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맞는 교수법과 평가 방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기본 전공 역량을 먼저 갖춘 뒤 AI를 활용해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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