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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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문학/출판46%
문화 일반31%
음악8%
인사일반8%
학술3%
국제인물3%
만화1%
  • 문학 비평, 난해함 벗고 독서 길잡이로 변신

    21일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낯선 서가에 책 표지와 제목을 종이로 가린 ‘블라인드 북’들이 줄지어 놓였다. “이곳에서 사랑은, 드디어 영원하다”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넘기자 황인찬 시인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문학동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문구는 시집 속 문장이 아니라 전승민 문학평론가의 평론집 ‘퀴어 (포)에티카’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종이를 벗겨 제목을 모두 맞춰 봤다는 독자 김하영 씨(34)는 “전시된 문장 몇 개만 봐도 다른 책들을 또 읽고 싶어 설레더라”며 “인아영 평론가의 ‘하찮고 아름다운 우리가 있다. 없지 않고 있다. 여기 있다.’ 같은 문장은 비평이라기보다 새로운 문학 작품을 하나 더 읽는 느낌”이라고 했다. 작품 속 문장이 아니라 그를 다룬 ‘비평 속 문장’으로 책을 소개한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마련한 순회전시 ‘쓰는 독자, 읽는 비평가’. 영풍문고에서 16∼22일 개최됐다. 이처럼 최근엔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는 문학 비평의 문턱을 낮춰, 독서의 길잡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와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코는 문예지별로 흩어져 있던 비평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공공 디지털 아카이브 ‘한국문학 비평 아카이브(munjang.or.kr/criticism)’를 지난해 개설했다. 아카이브엔 ‘디스토피아’ ‘돌봄노동’ ‘한강 초기 소설’ ‘체호프’ 같은 키워드가 비평마다 상세하게 달려 있어, 키워드에 따라 비평을 검색하고 모아 볼 수 있다. 실제로 아카이브에서 ‘세대’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봤다. 김나영 평론가가 성해나 소설가의 ‘혼모노’를 분석한 평론, 심진경 평론가가 김애란 소설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다룬 평론 등 여러 편이 검색됐다. 해당 아카이브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된다. 2024년 발표된 비평 원고 320여 건이 우선 게재됐고, 올해 말까지 2022∼2025년 발표된 700여 건이 더 올라올 예정이다. 오형엽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는 “아카이브가 확장되면 연구가 용이해지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다양한 쓰임새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학평론가들이 비평 담론을 논의하고 교류하는 포럼도 활발하다. 아르코가 1월 개최한 ‘한국문학 비평 포럼’에는 강지희, 김영삼, 노태훈, 박혜진, 한영인, 홍성희 평론가가 참여해 최근 한국문학의 흐름을 짚었다. ‘광장’의 경험을 둘러싼 감정과 태도, 구간(舊刊)의 베스트셀러화, 비문학 독서 감소, 소셜미디어·플랫폼·팬덤 문화 등 변화한 독서 환경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읽히고 수용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포럼은 9월 아르코 문학주간에도 한 차례 더 개최될 예정이다. 오 교수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국면에서도 비평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인식된 측면이 있다”며 “작품이 사회에 갖는 의미와 가치를 발굴해 제시하고 한국문학의 기초 체력을 담당하는 중심축이 바로 비평”이라고 강조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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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생 1인 1출판’ 함양 금반초… “좋은 이야기 위해 수업 적극 참여”[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한 아이가 공원에서 만난 작은 도마뱀을 집으로 데려온다. 도마뱀은 점점 자라 거대한 고질라가 된다. 사람들은 처음엔 겁에 질려 “떠나라!”고 외치지만, 마을에 큰불이 나자 고질라는 아파트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낸다. 주민들은 “겉모습만 보고 미워해서 미안해”라고 사과한다. 고질라는 명예 소방관으로 임명된다. 이 이야기는 2017년생 ‘어린이 작가’ 최우진 군이 직접 그리고 쓴 그림책 ‘고질라가 나타났다’의 줄거리다. 경남 함양군 금반초등학교 2학년인 최 군은 1학년 때도 그림책 ‘상어랑 나랑’을 펴냈다. 성인에게도 쉽지 않은 출판에 어린 학생이 어떻게 도전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이 학교만의 특별한 방침이 숨어 있다. 금반초는 2023년부터 전교생이 ‘1인 1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원고 작성,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수업과 연계해 학생들이 직접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배우던 학생이 상어와 자신의 공통점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인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로 발전시켜 그림책으로 만드는 식이다. 이 같은 특화 교육이 알려지면서 전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14명이던 전교생은 올해 35명으로 늘어났다. 학년당 평균 6명꼴이다. 학생들이 만든 책은 POD(주문형 출판) 방식으로 제작돼 교보문고를 통해 판매된다. 올해는 학생 각자가 1쇄 1000권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기존 교내 도서관을 지역 주민과 학부모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마을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 서가와 의자 등 집기를 보강해 도서관 기능을 강화했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책들도 비치했다. 2023년 금반초에 부임한 백종필 교장은 “출판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수업 참여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좋은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어른도 쉽지 않은 출판 경험을 6년 동안 쌓고 졸업한다면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자신감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농어촌 학교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교육을 시도할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마을도서관이 문을 연 만큼 온 가족이 책을 통해 함께 배우면서 가족 출판까지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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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험하는 佛작가 테송 “AI 시대일수록 여행 더 필요”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더 이상 떠날 수 없게 된다면…, 그 전에 죽음을 택할 것 같습니다.”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 작가인 실뱅 테송(54)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극한의 탐험을 이어온 모험가다운 과감한 발언이었다. 올해 공쿠르상 홍보 작가 자격으로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처음 한국을 찾은 테송 작가는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세 개나 받은 유일한 작가다. 2009년 공쿠르상(소설 ‘노숙 인생’)을 시작으로 2011년 메디치상(에세이 ‘시베리아의 숲에서’)과 2019년 르노도상(에세이 ‘눈표범’)을 수상했다. 그는 19세 때부터 오지와 극한 환경을 찾아다닌 여행가이기도 하다. 눈표범을 보기 위해 영하 30도의 티베트 설산에서 30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잠복한 적도 있다. 바이칼 호수 근처 오두막에서 6개월간 은둔 생활을 하거나, 스키를 타고 4년에 걸쳐 알프스산맥을 횡단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 직전에도 북극 문화를 탐험하기 위해 그린란드에 체류했다고 한다. 2014년 지붕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26곳이 골절되고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1년간의 재활을 거친 뒤 그 경험을 에세이 ‘검은 길 위에서’에 담았다. 테송 작가는 “흔히 큰 사고를 겪으면 조심스러워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자극과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며 “불행이 쫓아오지 않게 더 빨리 움직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근작 ‘바다의 기둥들’은 올해 내로 한국어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해식기둥을 다룬 책인데, 한국어로는 ‘주상절리’라는 걸 이번에 처음 배웠다”며 “굉장히 아름다운 단어다. 바로 지금 주상절리로 떠나서 등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여행의 의미는 더 커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테송 작가는 “AI는 인간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핍을 만들어내고, 인간이 AI에 끌려가는 시대가 됐다”며 “기술 문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여행을 통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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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생 작가 탄생…‘1인 1출판’ 금반초 교육 눈길

    한 아이가 공원에서 만난 작은 도마뱀을 집으로 데려온다. 도마뱀은 점점 자라 거대한 고질라가 된다. 사람들은 처음엔 겁에 질려 “떠나라!”고 외치지만, 마을에 큰불이 나자 고질라는 아파트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낸다. 주민들은 “겉모습만 보고 미워해서 미안해”라고 사과한다. 고질라는 명예 소방관으로 임명된다.이 이야기는 2017년생 ‘어린이 작가’ 최우진 군이 직접 그리고 쓴 그림책 ‘고질라가 나타났다’의 줄거리다. 경남 함양군 금반초등학교 2학년인 최 군은 1학년 때도 그림책 ‘상어랑 나랑’을 펴냈다. 성인에게도 쉽지 않은 출판에 어린 학생이 어떻게 도전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이 학교만의 특별한 방침이 숨어있다.금반초는 2023년부터 전교생이 ‘1인 1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원고 작성,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수업과 연계해, 학생들이 직접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배우던 학생이 상어와 자신의 공통점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인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로 발전시켜 그림책으로 만드는 식이다.이 같은 특화 교육이 알려지면서 전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14명이던 전교생은 올해 35명으로 늘어났다. 학년당 평균 6명꼴이다. 학생들이 만든 책은 POD(주문형 출판) 방식으로 제작돼 교보문고를 통해 판매된다. 올해는 학생 각자가 1쇄 1000권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달 초에는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기존 교내 도서관을 지역 주민과 학부모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마을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 서가와 의자 등 집기를 보강해 도서관 기능을 강화했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책들도 비치했다.2023년 금반초에 부임한 백종필 교장은 “출판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수업 참여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좋은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어른도 쉽지 않은 출판 경험을 6년 동안 쌓고 졸업한다면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자신감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학령인구 감소로 농어촌 학교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마을도서관’이 문을 연 만큼 온 가족이 책을 통해 함께 배우면서 가족 출판까지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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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험가 작가’ 실뱅 테송 “움직일 수 없다면 죽음 택할 것”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더 이상 떠날 수 없게 된다면… 그 전에 죽음을 택할 것 같습니다.”프랑스 공쿠르상 수상 작가 실뱅 테송(54)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극한의 탐험을 이어온 모험가다운 발언이었다.올해 공쿠르상 홍보 작가 자격으로 주한 프랑스대사관 초청을 받아 처음 한국을 찾은 테송은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세 개를 받은 유일한 작가다. 2009년 공쿠르상(소설 ‘노숙 인생’), 2011년 메디치상(에세이 ‘시베리아의 숲에서’), 2019년 르노도상(에세이 ‘눈표범’)을 수상했다.그는 19세 때부터 오지와 극한 환경을 찾아다닌 여행가이기도 하다. 눈표범을 보기 위해 영하 30도의 티베트 설산에서 30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잠복하거나, 바이칼 호수 근처 오두막에서 6개월간 은둔 생활을 자처했다. 스키를 타고 4년에 걸쳐 알프스산맥을 횡단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 직전에도 북극 문화를 탐험하기 위해 그린란드에 체류했다.2014년에는 지붕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26곳이 골절되고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1년간 재활을 거친 뒤 그 경험을 에세이 ‘검은 길 위에서’에 담았다. 그는 “흔히 큰 사고를 겪으면 조심스러워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자극과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며 “불행이 쫓아오지 않게 더 빨리 움직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근작 ‘바다의 기둥들’은 연내 한국어로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해식기둥을 다룬 책인데 한국어로는 ‘주상절리’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배웠다”며 “굉장히 아름다운 단어다. 바로 지금 주상절리로 떠나서 등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여행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테송은 “AI는 인간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핍을 만들어내고, 인간이 AI에 끌려가는 시대가 됐다”며 “기술 문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여행을 통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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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관계 파고든 30년… 반대편 누군가가 삶을 붙드는 힘”

    “그거 아세요? 길을 걷다 보면 혼자 울고 다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년을 ‘외계에서 온 지구인 행동 채집가’처럼 살아온 조경란 작가(57)의 말이다. 조 작가는 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고 했다. 버스를 타거나 카페에 앉아 있을 때도 사람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몸이 기울어진다. 황태포 꼬리가 삐죽 솟은 에코백을 메고 가는 청년을 보면 ‘한여름에 황태포로 무엇을 할까’ 궁금해하다가 ‘누군가의 제사를 준비하는 길이겠구나’ 짐작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대화와 몸짓, 표정을 붙잡아 상상한 그 사람의 사정은 소설의 씨앗이 된다.최근 아홉 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문학동네·사진)를 낸 조 작가를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언젠가 조 작가가 동네 이탈리안 식당에 갔을 때 일이다. 그날따라 화장실 문에 붙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사람 주의”. 문을 세게 열었다간 문 뒤에 있는 사람을 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이 단순한 문구가 작가에게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얼마나 많은 상처가 ‘반대편 사람’을 주의하지 않아 생겨나는가. 반대로, 반대편 사람을 주의할 때 얼마나 기적 같은 회복이 가능할까. 새 소설집은 관계의 힘을 다시 믿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수록된 7편의 단편 가운데 ‘일러두기’와 ‘그들’은 각각 2024년 이상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을 받은 작품.“30년 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저의 주제는 두 가지였죠. 가족 그리고 관계. 어떤 관계가 좋은 관계인가를 규정지을 적당한 단어는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반대편 사람도 나와 같은 결핍과 슬픔, 욕망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주의해 주기를 바라는 만큼 간절히 서로를 주의해 줄 때 그 관계는 조금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세상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7편의 소설에 이런 바람을 담았죠.” 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삶의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 있다. 신분이 위태로운 사십대 후반 대학 강사와 그와 단둘이 사는 노모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어머니들은 노년의 우울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들 역시 크고 작은 ‘죽음 충동’에 시달린다.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장면도 곧잘 등장한다. 반대편에 선 누군가와의 끊임없는 부딪힘은 인물들을 위태롭게 흔들어 놓지만, 동시에 삶을 붙드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서로를 지켜보며 마음 졸이는 이 관계가 애틋하면서도 팽팽하게 그려진다. 조 작가는 이런 인물 설정이 자신의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모든 중심인물들이 저처럼 나이가 들었어요. 나이가 들어 그들에게 가장 뜨겁고 곤란한 일이 무엇일까 했을 때, 그것은 가족이었죠. 예전엔 부양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양의 대상으로 남은 부모가 아닐까. 사랑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감정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인물들을 뒤흔드는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조 작가는 온라인서점에서 신간을 하루에 두 번 검색하고, 하루에 한 번은 책을 산다. 집 앞에 거의 매일 책 택배가 도착하는 셈이다. 그는 “최근 온라인서점 구매 내역을 확인하다가 ‘이 돈이면 아주 좋은 전셋집을 얻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등단 30주년이면 아무래도 좀 지치지 않았을까.“지금 너무 재밌어요. 작업실에서 혼자 웃을 때가 있어요. 소설 노트, 문장만 쓰는 노트 등이 쌓여 있거든요.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메모하는데 ‘오늘 이런 걸 배웠어’ 하고 막 가슴이 뛰어요. 40, 50년 하신 선생님들도 계신걸요. 이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어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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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편 사람 주의’ 같은 배려가 관계회복의 기적 만들어”

    “그거 아세요? 길을 걷다 보면 혼자 울고 다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년을 ‘외계에서 온 지구인 행동 채집가’처럼 살아온 조경란 작가(57)의 말이다. 조 작가는 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고 했다. 버스를 타거나 카페에 앉아 있을 때도 사람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몸을 기울인다. 황태포 꼬리가 삐죽 솟은 에코백을 메고 가는 청년을 보면 ‘한여름에 황태포로 무엇을 할까’ 궁금해하다가 ‘누군가의 제사를 준비하는 길이겠구나’ 짐작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대화와 몸짓, 표정을 붙잡아 상상한 그 사람의 사정은 소설의 씨앗이 된다.최근 아홉 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문학동네)를 낸 조 작가를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언젠가 조 작가가 동네 이탈리안 식당에 갔을 때 일이다. 그날따라 화장실 문에 붙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사람 주의”. 문을 세게 열었다간 문 뒤에 있는 사람을 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이 단순한 문구가 작가에게 공명을 불러 일으켰다. 얼마나 많은 상처가 ‘반대편 사람’을 주의하지 않아 생겨나는가. 반대로, 반대편 사람을 주의할 때 얼마나 기적 같은 회복이 가능할까. 새 소설집은 관계의 힘을 다시 믿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수록된 7편의 단편 가운데 ‘일러두기’와 ‘그들’은 각각 2024년 이상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을 받은 작품.“30년 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저의 주제는 두 가지였죠. 가족 그리고 관계. 어떤 관계가 좋은 관계인가를 규정지을 적당한 단어는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반대편 사람도 나와 같은 결핍과 슬픔, 욕망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주의해 주기를 바라는 만큼 간절히 서로를 주의해 줄 때 그 관계는 조금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세상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7편의 소설에 이런 바람을 담았죠.”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삶의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 있다. 신분이 위태로운 사십대 후반 대학 강사와 그와 단둘이 사는 노모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어머니들은 노년의 우울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들 역시 크고 작은 ‘죽음 충동’에 시달린다.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장면도 곧잘 등장한다. 반대편에 선 누군가와의 끊임없는 부딪힘은 인물들을 위태롭게 흔들어 놓지만, 동시에 삶을 붙드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서로를 지켜보며 마음 졸이는 이 관계가 애틋하면서도 팽팽하게 그려진다.조 작가는 이런 인물 설정이 자신의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모든 중심인물들이 저처럼 나이가 들었어요. 나이가 들어 그들에게 가장 뜨겁고 곤란한 일이 무엇일까 했을 때, 그것은 가족이었죠. 예전엔 부양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양의 대상으로 남은 부모가 아닐까. 사랑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감정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인물들을 뒤흔드는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조 작가는 온라인서점에서 신간을 하루에 두 번 검색하고, 하루에 한 번은 책을 산다. 집 앞에 거의 매일 책 택배가 도착하는 셈이다. 그는 “최근 온라인서점 구매내역을 확인하다가 ‘이 돈이면 아주 좋은 전세집을 얻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등단 30주년이면 아무래도 좀 지치지 않았을까.“지금 너무 재밌어요. 작업실에서 혼자 웃을 때가 있어요. 소설 노트, 문장만 쓰는 노트 등이 쌓여있거든요.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메모하는데 ‘오늘 이런 걸 배웠어’ 하고 막 가슴이 뛰어요. 40, 50년 하신 선생님들도 계신걸요. 이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어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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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 선생님-에밀레종 소리’ 등장… 파격 새앨범

    “BTS(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팝 사운드를 결합시켰다.”(미국 경제지 포브스)BTS가 20일 공개한 정규 5집 ‘아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과거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이날 오후 1시 공개된 앨범엔 타이틀곡 ‘스윔(SWIM)’을 포함해 총 14곡이 수록됐다. 앨범 전반부는 초기 ‘힙합돌’ 시절이 떠오르는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로 채워졌다. 첫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는 2000년대 팝 랩 같은 질감의 사운드 위에 전통 민요 ‘아리랑’의 선율과 전통 타악을 겹겹이 얹었다.힙합 R&B 곡인 ‘에일리언스(Aliens)’는 “파든(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이라는 가사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아카데미상 2관왕을 축하하며 “김구 선생께서 꿈꾸셨던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는 나라’가 어느덧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앨범엔 이른바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의 소리로 구성된 6번 트랙 ‘No.29’도 실렸다. 이어지는 7번 트랙 ‘스윔’은 ‘날것’에 가까웠던 과거를 지나 보다 넓은 이야기로 나아가는 현재의 BTS를 보여준다.‘스윔’은 BTS의 글로벌 히트곡인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Dynamite)’처럼 모든 가사가 영어로 구성됐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밖에도 무대 안팎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담은 ‘노멀(NORMAL)’ 등 다양한 정서를 아우르는 곡들이 앨범에 담겼다.미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제프 벤저민 칼럼니스트는 AFP통신에 “이번 앨범은 BTS가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진다”며 “우리가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방식처럼, BTS는 K팝 역사에서 그들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누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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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최적화 공급망의 역설… 위기시 대체망이 없다

    한 아이스크림콘 포장지에 적힌 원재료명을 살펴본다. 바닐라향 착향료는 마다가스카르산이고, 과자 부분의 밀가루는 미국산과 호주산, 쇼트닝은 말레이시아산이니 명실상부 ‘월드’콘인 셈이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세계가 담기기까진 어떤 일이 있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조업연구소장이 물건이 만들어져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추적한 책이다.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포뮬러1 스포츠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제조 시스템의 내부를 생생한 사례로 풀어내며,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제조업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제조업은 물건을 만드는 일(제조)과 그것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일(물류)로 이뤄진다.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 이들(재단사, 대장장이, 목수 등)과 가까이 살았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그 결과 제조업은 ‘하수처리 시스템처럼’ 변했다.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지만,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좀처럼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실제로 많은 게 어긋났다. 팬데믹 당시 미국 등에선 마트의 위생용품 코너가 텅 비어 버리는 ‘화장지 대란’이 일어났다. 왜 마스크나 고무장갑, 인공호흡기 같은 필수품을 즉각적으로 생산하거나 늘릴 수 없었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제조업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영국인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화장지 한 롤에도 긴 여정이 담겨 있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침엽수림에서 수십 년 자란 나무를 베어 트럭에 싣고 제재소로 보낸다. 제재소에서 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여러 형태로 절단되며, 일부는 펄프 공장으로 이동해 셀룰로스로 분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펄프는 다시 수백 km를 이동해 압연 공장에서 화장지로 가공되고 포장된 뒤 물류망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온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지나치게’ 최적화돼 있다는 데 있다. 공급망은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여분의 재고도, 대체 공급처도 없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충격에는 취약해졌다. 평소 화장지 수요는 안정적이기에 매장은 2, 3주 치 재고만 보유한다. 2020년 봉쇄 조치 직후엔 수요가 7배 가까이 급증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화장지가 이 정도니, 1만5000∼3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 600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항공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취약성뿐 아니라 가능성도 동시에 짚는다. 팬데믹 당시 영국 의류 기업인 데이비드 니퍼는 지역 병원과 협력해 재활용 가능한 수술 가운을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산 일회용 가운이 끊기자 여성복 생산 라인을 과감히 전환한 것이다. 효율만을 좇던 시스템이 멈춰 섰을 때, 현지에서의 생산과 빠른 전환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셈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제조업은 보이지 않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그래서 효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 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을 함께 갖춘 제조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아이스크림콘 하나에 담긴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질문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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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보드 “BTS 이번 앨범은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

    “BTS(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ARIRANG(아리랑)’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팝 사운드를 결합시켰다.”(미국 경제지 포브스)방탄소년단(BTS)이 20일 공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과거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이날 오후 1시 공개된 앨범엔 타이틀곡 ‘스윔(SWIM)’을 포함 총 14곡이 수록됐다. 앨범 전반부는 초기 ‘힙합돌’ 시절이 떠오르는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로 채워졌다. 첫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는 2000년대 팝 랩 같은 질감의 사운드 위에 전통 민요 ‘아리랑’의 선율과 전통 타악을 겹겹이 얹었다. 힙합 알앤비 곡인 ‘에일리언스(Aliens)’는 “파든(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라는 가사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아카데미상 2관왕을 축하하며 “김구 선생께서 꿈꾸셨던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는 나라’가 어느덧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앨범엔 이른바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의 소리로 구성된 6번 트랙 ‘No.29’도 실렸다. 이어지는 7번 트랙 ‘스윔(SWIM)’은 ‘날 것’에 가까웠던 과거를 지나 보다 넓은 이야기로 나아가는 현재의 BTS를 보여준다. ‘스윔’은 BTS의 글로벌 히트곡인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Dynamite)’처럼 모든 가사가 영어로 구성됐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이밖에도 무대 안팎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담은 ‘노말(NORMAL)’, 뜨겁게 살아가겠단 의지를 강조한 ‘라이크 애니몰스(Like Animals)’ 등 다양한 정서를 아우르는 곡들이 앨범에 담겼다.미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제프 벤저민 칼럼니스트는 AFP통신에 “이번 앨범은 BTS가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진다”며 “우리가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방식처럼, BTS는 K팝 역사에서 그들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누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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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처럼 사라지고, 희미하게 번져온다… 가슴을 적신다”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23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른 후보작이 선정됐다.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9일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시집)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지난달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운영위원장 신달자 시인과 부위원장 허형만 시인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 기준을 확정하고, 예·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1차 예심은 김효은 신철규 안웅선 시인이 맡았으며, 2차 예심은 조대한 문학평론가, 박형동 황정산 시인이 참여했다. ‘등단한 지 10년 이상 된 시인이 2024, 2025년에 출간한 시집’을 대상으로 공모 및 추천을 통해 25개 작품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영란 시인의 ‘사랑은 물오리나무를 타고 온다’ △박연준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손미 시인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이승희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최형일 시인의 ‘밤비가 파두에 젖는다’이다(이상 작가명 가나다순).김 시인의 ‘사랑은 물오리나무를 타고 온다’는 정상적인 삶의 속도에서 뒤처진 존재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저마다의 시간과 속도로 세계와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어떠한 끈으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관계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끌어올린다”고 평가했다.박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본심에 오른 작품으로, 사랑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작은 존재들을 향한 천형과도 같은 책임감과 섬세한 관찰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혔다”고 했다.손 시인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해 상처와 분열의 세계를 통과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심사위원단은 “배제와 증오, 다툼과 전쟁이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아직 증발되지 않은 연대의 고리를 찾는 시도가 더욱 귀하게 읽힌다”고 밝혔다.이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슬픔의 정서를 깊이 있는 서정으로 구현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안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슬픔의 언어가 한층 깊고 투명하며 아름답다. 지난여름처럼 짧고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최 시인의 ‘밤비가 파두에 젖는다’는 이질적인 방식으로 서정성을 확장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파도처럼 사라지는 문장들과 희미하게 번져오는 봄날의 무늬는 시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드문 절창을 완성한다”고 했다.심사위원들은 “영랑의 언어가 한국시의 아름다움과 율격을 보다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제23회 영랑시문학상은 그의 이름에 값하는 여러 시인의 빼어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밝혔다. 본심은 16일 열렸으며,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상금은 3000만 원.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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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의 독보적 가치… 지역 문화발전 동력으로 승화”

    “강진군만이 지닌 독보적인 역사적·문학적 가치를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승화시키겠습니다.”강진원 전남 강진군수(67·사진)는 17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강진군은 영랑 김윤식의 서정과 다산 정약용의 사유가 공존하는 특별한 인문 성지”라며 이렇게 말했다.지난달 강진군은 영랑생가 사랑채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해체 복원 공사를 하던 중 상량문(上樑文·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대들보 등에 적은 글)을 발견했다. 1924년 쓰인 것으로 ‘노인과 젊은이가 다 함께 즐거워한다’는 뜻의 ‘老少同樂(노소동락)’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강 군수는 “역사적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상량문의 발견은 영랑생가 사랑채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수많은 영랑의 시가 잉태된 창작의 산실이자 당대 문인들이 교류하며 시대정신을 나눴던 한국 현대시의 발상지였음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강 군수는 “강진군은 이 역사적 증거를 토대로 영랑생가를 박제된 유산이 아닌, 현대인의 메마른 감성을 치유하고 누구나 시심(詩心)을 나눌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문학적 소통 공간’으로 복원·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시문학파기념관을 중심으로 역량 있는 문학인을 배출하는 데도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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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론장’ 제시한 철학 거장 하버마스 별세

    민주사회의 소통을 강조하는 ‘공론장(公論場)’ 개념 등을 제시해 20세기 후반 정치, 사회, 철학 등 전반적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전후 독일의 지성’ 위르겐 하버마스가 타계했다. 향년 97세.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은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하버마스가 14일(현지 시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슈타른베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29년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1세대 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 아래서 연구를 하고, 1960년대부터 하이델베르크대와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쳤다. 윗입술이 갈라진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나 주변의 놀림에 개의치 않고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매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인의 대표 저서인 ‘공론장의 구조변동’(1962년)과 ‘의사소통 행위 이론’(1981년)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간의 합리적 토론과 소통의 의미를 정립한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17, 18세기 서유럽에서 부르주아 공론장이 발달하면서 여론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근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봤다. 시민은 단지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공론장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정세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서구 좌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1970년대 독일 학생운동의 폭력성을 비난하며 사이가 멀어졌고, 이후 정치 참여엔 다소 거리를 둬 왔다. 1980년대 일부 역사학자들이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전쟁과 폭력이란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독일이 과거 범죄를 직시하고 성찰하는 ‘과거사 청산’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반론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버마스는 전후 독일의 양심을 형성하고 대변하는 버팀목이 됐다”고 평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김지하 시인(1941∼2022)이나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 ‘지식인의 사상적 자유’를 옹호하며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1996년 서울대 초청으로 방한했을 당시엔 약 2주간 이어진 강연과 행사마다 수천 명씩 몰렸다. 고인은 2012년 동아일보에 게재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 정치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1949년 나치 체제의 유산을 정리하고 서독이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적과 동지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정치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며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고 여기는 냉전적 사고가 오래 지속됐다”고 설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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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론장’ 개념 제시 세계적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별세…향년 97세

    ‘공론장’ 개념을 제시한 독일의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7세.AP통신과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 등에 따르면 출판사 주어캄프는 하버마스가 이날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슈타른베르크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슈타른베르크는 고인의 자택이 있는 곳이다.192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그는 취리히, 본 대학 등에서 철학과 심리학 등을 폭넓게 공부한 뒤 대표적 프랑크푸르트학파의 1세대 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년) 아래서 연구했다. 1960년대부터 하이델베르크대와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쳤다.고인의 대표 저서인 ‘공론장의 구조변동’(1962년)과 ‘의사소통 행위 이론’(1981년)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간의 합리적 토론과 소통의 의미를 정립한 중요한 저작으로 꼽힌다. 그는 17, 18세기 서유럽에서 부르주아 공론장이 발달하면서 여론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근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주관과 주관이 서로 대등하게 의사소통하며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의견을 개선하는 합리성 개념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시민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공론장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실 정치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1980년대 일부 역사학자들이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전쟁과 폭력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쟁이 일자, 그는 독일이 과거의 범죄를 직시하고 성찰하는 ‘과거사 청산’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과도 적지 않은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 한국에서 하버마스는 가장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있던 사상가였다. 1996년 서울대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약 2주간 이어진 강연과 행사마다 수천 명이 몰렸다.하버마스는 2012년 본보를 통해 보도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 독일의 민주주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949년 나치 체제의 유산을 정리하고 서독이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적과 동지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정치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며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상대를 협력의 파트너로 보지 못했고,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고 여기는 냉전적 사고가 오래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민사회는 역동적”이라며 한국 정치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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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작농에 땅 준 토지개혁의 그늘… 여성 배제돼 불평등 심화

    멕시코-미국 전쟁이 끝난 1848년, 영토 개발에 혈안이 된 미 연방정부는 정착민들을 부추겨 태곳적부터 캘리포니아에 살던 원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냈다. 코첼라밸리에 살던 카후일라 부족도 그중 하나였다. 카후일라족의 상당수는 한때 자신들의 땅이었던 곳에서 정착민들을 위해 일해야 했다. 토지의 주인이 바뀔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신간은 현대 사회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땅’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대대적인 토지 재분배의 시기에 각국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난 2세기 동안 토지 소유 구조는 세계적으로 크게 재편됐다. 원주민이 살던 땅이나 소수 엘리트가 독점하던 토지는 식민 지배와 전쟁, 혁명, 국가의 토지 개혁 등을 거치며 새로운 집단에 재분배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재분배는 설계 방식에 따라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불안정을 낳기도 했다. 토착민에게서 토지를 탈취한 나라들은 인종적 위계질서가 깊이 뿌리내린 사회를 후손들에게 남겼다. 대지주에게서 토지를 몰수해 집단화하는 선택을 한 나라들도 있다. 이렇게 탄생한 집단농장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은 사회들은 여전히 저개발과 부패, 권위주의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채택한 ‘경자유전’ 개혁도 설명한다. 대지주로부터 땅을 거둬 실제로 경작하는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일본에서는 극소수의 지주가 절대다수의 가난한 소작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 지주 집단이 결성한 전국적 연합체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이를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떠받친 기둥으로 여겼다. 경자유전 개혁은 이에 대한 미국의 처방이었다. 이 개혁은 일본 사회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힘을 얻은 소농들은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자녀를 논밭이 아니라 학교로 보낼 수 있었다. 한 세대가 채 지나지 않아 일본은 도시화와 교육 수준의 상승을 동시에 이루며 경제 호황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사회적 하층 계급 출신들이 공직과 군부, 재계에 대거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자유전 개혁에도 한계는 있다. 재산권을 남성 가장에게 귀속시키면서 성 불평등을 강화했다. 남성은 토지 자산 가치 상승을 발판 삼아 사회적·경제적 권력을 키웠지만, 여성은 그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다. 환경 오염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작자가 토지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게 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압박이 커졌고, 그 결과 산업용 비료와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토지를 혹사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가장 끈질긴 문제들이 알고 보면 토지 재분배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뒤집어 말하면, 올바른 주인을 만난 토지는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토지와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데 통시적 시각을 더해주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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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년 샘터에 담긴 행복, 이 한권에 담았어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 중 한 곳인 ‘우래옥’. 어느 날 오랜 단골이 음식을 반쯤 남기더니 “오늘은 오래 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유독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던 모양. ‘오랜 단골이 떨어져 나가는구나’ 싶었지만, 다음 날 손님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들어서며 한마디했다. “가족이라면 싫은 소리를 먼저 해야죠.” 월간지 ‘샘터’ 1986년 4월호에 실린 에피소드다. 우래옥 당시 사장인 장진건 씨가 산문 ‘한 가족의 식탁에 올리듯’에서 소개했다. 이 글은 지난달 25일 출간된 필사집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사진)에 다시 수록됐다. 1970년 4월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의 글 가운데 문장들을 엄선해 엮은 필사집이다. 필사집엔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최인호 소설가, 피천득 시인 등 당대 문장가들의 산문뿐만 아니라 회사원, 주부, 군인, 자영업자 등 독자들의 문장도 함께 담았다. 샘터 편집부는 “문장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하나였다”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청정한 숨을 불어넣을 문장인가”라고 했다. 선정된 문장마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도 덧붙였다. 답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취지다. 글의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정채봉 작가의 ‘어둠을 찍어낸 광부’, 배우 안성기의 ‘훌륭한 연기는 기술보다 인격이 앞선다’ 등 20편은 발췌문에 더해 전문도 실었다. 이해인 수녀는 필사집 추천사에서 “오래된 ‘샘터’ 애독자이자 필자로서 이 필사집은 마치 커다란 보석상 하나를 통째로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도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문장들만 골라냈으니, 그 문장들은 바닷가 모래밭의 조약돌들처럼 충분히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도 반짝일 것”이라고 소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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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만한게 때론 약이 되기도… 그 덕에 약사로 만화가로 이중생활”

    “나도 ADHD인 것 같아!”“요즘 ADHD 아닌 사람도 있나?” 현직 약사가 그린 웹툰 ‘이 땅에 ADHD로 태어나’엔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놓고 이뤄지는 대화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난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ADHD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그만큼 오해가 많은 질환이 또 있을까. ADHD 진단을 받은 당사자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의 충동성과 조급함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웹툰에 담았다. 해당 작품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누적 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웹툰과 동명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만화가 비스카차 씨(36)를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남미에 서식하는 설치류 ‘비스카차’를 필명으로 쓰는 그는 “신상보다는 책이 더 조명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비스카차 씨는 32세 때 ADHD 진단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짓눌러 온 정체 모를 괴로움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그는 11세부터 17세 무렵까지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상담도 계속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쓰며 ‘내가 왜 괴로운가’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결국 ADHD 진단으로 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약대를 졸업한 그는 이른바 ‘빅5’ 병원에서 근무했다. 세 번째로 배치된 부서는 암센터. 약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힘들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항암제는 대부분 액체라 한 번 섞이면 뭐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 조제 단계에서 실수가 나지 않도록 매우 세밀하게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문제는 업무 속도였다. 긴장 속에서 실수를 피하려다 보니 일은 점점 느려졌고, 바쁜 업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빌런’ 취급을 받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 그는 “병원을 그만둔 뒤 정신과를 찾았고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30대에 받은 ADHD 진단은 오히려 그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다. ‘내가 그동안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비스카차 씨는 “그때부터 ADHD 관련 최신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 읽으며 증상을 파고들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 장래희망란에 늘 ‘화가’를 적었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작가가 투영된 웹툰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들여다본다. 유달리 글씨 따라 쓰기를 어려워했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늘 산만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 온 기억까지 하나씩 꺼내놓는다. 자신의 ADHD를 설명하려다 상대방 역시 나름의 결핍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담겼다. 현재 그는 경기도에 있는 한 약국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ADHD 메타 인생’이란 후속작도 연재 중이다. 독자들에게 받는 메시지는 큰 힘이 된다. 그는 “ADHD인지 몰랐는데 만화를 본 뒤 진단 받고 치료도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그는 스스로를 “산만해서 약사도 하고 만화가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ADHD 때문에 뭔가를 못 한다기보다, ADHD이기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엔 약사가 주인공인 판타지 장편 웹툰도 구상하고 있다. “마법의 약국에 환자들이 자기가 모르는 병을 가지고 와요. 약을 주면서 환자도 스스로 병을 깨닫고 치료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아직 더 구상해야 하긴 하지만요. ADHD라서 아이디어는 많아요.(웃음)”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 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 주의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일부는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돼도 증상이 남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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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런’ 취급 받던 약사, 32살에 ADHD 진단…“왜 괴로웠는지 알게 돼”

    “나도 ADHD인 것 같아!”“요즘 ADHD 아닌 사람도 있나?”현직 약사가 그린 웹툰 ‘이 땅에 ADHD로 태어나’엔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놓고 이뤄지는 대화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난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요즘 ADHD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그만큼 오해 많은 질환이 또 있을까. ADHD 진단을 받은 당사자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의 충동성과 조급함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웹툰에 담았다. 해당 작품은 X(옛 트위터)에서 누적 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지난달 웹툰과 동명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만화가 비스카차 씨(36)를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남미에 서식하는 설치류 ‘비스카차’를 필명으로 쓰는 그는 “신상보다는 책이 더 조명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비스카차 씨는 32세 때 ADHD 진단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짓눌러 온 정체 모를 괴로움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그는 11살부터 17살 무렵까지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상담도 계속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쓰며 ‘내가 왜 괴로운가’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결국 ADHD 진단으로 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약대를 졸업한 그는 이른바 ‘빅5’ 병원에서 근무했다. 세 번째로 배치된 부서는 암센터. 약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힘들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항암제는 대부분 액체라 한 번 섞이면 뭐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 조제 단계에서 실수가 나지 않도록 매우 세밀하게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문제는 업무 속도였다. 긴장 속에서 실수를 피하려다 보니 일은 점점 느려졌고, 바쁜 업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빌런’ 취급을 받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 그는 “병원을 그만둔 뒤 정신과를 찾았고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30대에 받은 ADHD 진단은 오히려 그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다. ‘내가 그동안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비스카차 씨는 “그때부터 ADHD 관련 최신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 읽으며 증상을 파고들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 장래희망란에 늘 ‘화가’를 적었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작가가 투영된 웹툰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들여다본다. 유달리 글씨 따라쓰기를 어려워했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늘 산만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기억까지 하나씩 꺼내놓는다. 자신의 ADHD를 설명하려다 상대방 역시 나름의 결핍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담겼다. 현재 그는 경기도에 있는 한 약국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ADHD 메타 인생’이란 후속작도 연재 중이다. 독자들에게 받는 메시지는 큰 힘이 된다. 그는 “ADHD인지 몰랐는데 만화를 본 뒤 진단 받고 치료도 시작했단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그는 스스로를 “산만해서 약사도 하고 만화가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ADHD 때문에 뭔가를 못 한다기보다, ADHD이기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엔 약사가 주인공인 판타지 장편 웹툰도 구상 중이다. “마법의 약국에 환자들이 자기가 모르는 병을 가지고 와요. 약을 주면서 환자도 스스로 병을 깨닫고 치료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아직 더 구상해야 하긴 하지만요. ADHD라서 아이디어는 많아요.(웃음)”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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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이해인·최인호…‘56년 샘터’ 명문장, 필사집으로 재탄생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 중 한 곳인 ‘우래옥’. 어느 날 오랜 단골이 음식을 반쯤 남기더니 “오늘은 오래 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유독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던 모양. ‘오랜 단골이 떨어져 나가는구나’ 싶었지만, 다음날 손님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들어서며 한마디했다. “가족이라면 싫은 소리를 먼저 해야죠.”월간지 ‘샘터’ 1986년 4월호에 실린 에피소드다. 우래옥 당시 사장인 장진건 씨가 산문 ‘한 가족의 식탁에 올리듯’에서 소개했다. 이 글은 지난달 25일 출간된 필사집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에 다시 수록됐다. 1970년 4월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의 글 가운데 문장들을 엄선해 엮은 필사집이다.필사집엔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최인호 소설가, 피천득 시인 등 당대 문장가들의 산문뿐 아니라 회사원, 주부, 군인, 자영업자 등 독자들의 문장도 함께 담았다. 샘터 편집부는 “문장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하나였다”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청정한 숨을 불어넣을 문장인가”라고 했다.선정된 문장마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도 덧붙였다.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취지다. 글의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정채봉 작가의 ‘어둠을 찍어낸 광부’, 배우 안성기의 ‘훌륭한 연기는 기술보다 인격이 앞선다’ 등 20편은 발췌문에 더해 전문도 실었다.이해인 수녀는 필사집 추천사에서 “오래된 ‘샘터’ 애독자이자 필자로서 이 필사집은 마치 커다란 보석상 하나를 통째로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도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문장들만 골라냈으니, 그 문장들은 바닷가 모래밭의 조약돌들처럼 충분히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도 반짝일 것”이라고 소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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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 참가자 모집

    올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채널A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콘셉트를 활용한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가 개최된다. 채널A는 “5월 3일 열리는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연애 관찰 예능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하트시그널’의 느낌을 살린 달리기 행사로, 10km(문화비축기지∼가양대교 왕복) 코스 러닝과 포토존·부스체험, 미니게임, 로테이션 소개팅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는 △마르디 메크르디 특별 제작 티셔츠 △베로카 멀티비타민 △아미노바이탈 에너지젤 등으로 구성된 러닝 키트가 제공(물품 변경 가능)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14일부터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총 모집 인원은 7000명이며, 참가비는 7만 원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심장재단, 도이치모터스, 한국화이자제약 등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참가비의 일부는 심장병 환우 등에게 기부될 계획이다. 본 행사 일정 등은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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