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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33·토트넘 홋스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손 선수를 협박해 돈을 요구한 남녀가 구속됐다. 윤원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7일 20대 여성 양모 씨와 양 씨의 지인 40대 남성 용모 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손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손 선수에게서 3억 원을 받은 양 씨는 공갈 혐의를, 추가로 7000만 원을 받아내려 한 용 씨는 공갈 미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양 씨의 병원 기록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가 손 선수에게 보낸 초음파 사진이 조작되지 않은 점도 파악했다고 한다. 다만 태아의 아버지가 손 선수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 씨는 올 4월 복수의 언론사에 ‘손 선수에 대해 제보할 내용이 있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 사례금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씨가 17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가운데 복장과 피의자 인권 보호를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양 씨는 마스크만 써 얼굴이 상당 부분 노출됐고 트레이닝복 위로 몸매가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복장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33·토트넘 홋스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손 선수를 협박해 돈을 요구한 남녀가 구속됐다.윤원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7일 20대 여성 양모 씨와 양 씨의 지인 40대 남성 용모 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손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손 선수에게서 3억 원을 받은 양 씨는 공갈 혐의를, 추가로 7000만 원을 받아내려 한 용 씨는 공갈 미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구속 기간 동안 이들의 공모 여부 등을 더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경찰은 양 씨의 병원 기록을 확인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가 손 선수에게 보낸 초음파 사진이 조작되지 않은 점도 파악했다고 한다. 다만 양 씨가 중절한 태아의 아버지가 손 선수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 씨는 올 4월 복수의 언론사에 ‘손 선수에 대해 제보할 내용이 있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 사례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1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던 양 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이어 ‘협박을 공모한 것 맞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용 씨는 ‘손 선수 측에게 하실 말씀이 없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게 부력이에요. 여기까지 괜찮아요?” 스승의 날을 사흘 앞둔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한울중 1학년 1반 교실. 흰 실험용 가운 차림의 과학 교사 김한음 씨(28)가 수조에 띄웠던 빈 플라스틱 약통을 들어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사는 태어날 때부터 양손 손가락이 각각 4개, 총 8개인 지체장애 3급 중증이다. 6년 차 교사인 김 교사는 이 학교 1, 3학년의 과학 과목을 맡고 있다. 김 교사가 교단에 서기로 결심한 것은 과거 한 선생님 덕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선생님은 김 교사를 다른 보통의 학생들과 똑같이 대하며 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김 교사는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한 뒤 교직을 이수했다. 칠판 글씨 등 손을 자주 쓰는 업무 특성상 학생들은 김 교사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선생님으로 일하는 모든 나날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무례한 학생도 있었다. 한번은 학생이 일부러 김 교사에게 손가락을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을 하자고 악의적으로 제안한 적도 있었다. 김 교사는 그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김 교사는 “그래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나를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 정도로 여겨준다”며 고마워했다. 김 교사는 “예전엔 나의 장애가 나쁘고 싫었지만 그게 이제 내 정체성”이라며 “아이들에게도 ‘콤플렉스는 억지로 이겨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체성이 될 수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 교사가 가르치는 한 남학생은 “선생님은 늘 여러 도구로 직접 원리를 보여줘서 좋다”며 “처음엔 선생님 손가락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신경 안 쓰인다”고 했다. 다른 여학생은 “장애를 아무렇지 않게 말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나도 학기 초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김 교사뿐만이 아니다. 뇌병변과 언어장애를 지닌 교사 이샛별 씨(35)도 인천 남동구 구월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국어, 수학을 가르친다. 장애로 손이 다소 흔들리고 말하는 속도가 조금 느리지만 수업하는 데엔 지장이 없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내 장애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장애 교사가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서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장애인 교원은 지난달 기준 전체 교원 34만1740명 중 4468명(1.51%)이다. 의무고용률(3.8%)의 절반이 안 된다. 강민희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률을 지속적으로 채우지 못하는 학교나 기관엔 불이익을 주는 등 추가 대책이 있어야 장애인 교원 비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한 달 넘게 밤마다 집이 활활 타는 악몽을 꾸니까 정신병 걸릴라 칸다. 베개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줄줄 난데이.”7일 오후 3시경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2리에서 만난 김미자 씨(82)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듯 주먹으로 자신의 명치를 연신 때렸다. 경북 산불이 마을을 덮친 3월 25일 밤 김 씨는 약 봉투와 겉옷 하나만 챙겨 대피했다. 며칠 뒤 돌아와 보니 그의 기와집은 불에 타 무너졌다. 손녀에게 주려고 아껴둔 가락지, 가족 사진도 재만 남았다. 그의 집은 철거됐고 잔해도 수거됐다. 김 씨는 집이 있던 터를 보며 “그 뻘건 불꽃이 잊히질 않아. 앞으로 어떻게 살 수 있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가 이달 11일이면 발생 50일째다. 불은 진화됐고 주요 뉴스에서도 멀어졌지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이전과 달라진 삶을 살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5∼8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른 설문을 활용해 이재민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 20명 중 12명(60%)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정신건강의학과 등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한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의 이재민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피해 복구뿐만 아니라 이재민들의 정신, 마음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경북산불’ 이재민 “밤마다 집 활활 타는 꿈… 정신병 걸릴라 칸다”산불 50일… 트라우마 심층 인터뷰“도무지 잠 오지않아 수면제 의지”… “‘눈이다’를 ‘불이다’ 듣고 짐싸기도”20명중 12명 즉시 심리치료 필요… 어르신들 상담 꺼려 지원대책 시급3월 경북 북부를 대형 산불이 휩쓴 지 50일이 다가오지만 이재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계속되고 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주민 이영해 씨(66)는 4월부터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새카맣게 타버린 집과 3000여 평의 밭, 살림살이들이 떠올라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7일 오후 찾아간 이 씨의 집은 그곳이 집이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부부의 이름이 적힌 문패만이 남아 그곳이 한때 집이었단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 씨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일어날 만큼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이재민 20명 중 12명, 치료 필요한 수준동아일보는 5∼8일 경북 영덕, 영양, 안동 등 산불 피해 지역을 돌며 이재민 20명을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담긴 트라우마 측정 설문 20개를 사용했다. 1개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로, 37점 이상(최대 80점)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고위험군에 속한다. 조사 결과 취재팀이 만난 이재민 20명 중 12명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7일 영덕군 영덕읍 화천리에서 만난 서순복 씨(84)는 “검은색만 봐도 다 타버린 집이 떠올라 눈물부터 난다”며 “한평생 살아온 집이 없어진 걸 볼 수가 없어 여태 딱 2번 갔다”고 했다. 그의 트라우마 점수는 53점으로 매우 높았다. 속곡리 주민 김정민 씨(68)는 산불 이후 낯선 차량과 사람을 경계하게 됐다. 김 씨는 “누가 또 산에 불을 지르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한 상태”라고 했다. 역시 고위험군인 대곡리 주민 김모 씨(87)는 “눈 감으면 5남매 주려고 농사지은 깨, 아끼던 놋그릇 등이 다 타버린 게 떠올라 두 달째 잠을 못 잔다”며 울었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주민 50대 여성 A 씨는 이번 산불로 이웃 주민 2명을 잃었다. 그는 친구가 “눈이다”라고 한 말을 “불이다”로 잘못 듣고 공포에 질려 황급히 가방을 싸 대피하려 한 적도 있었다. 일부 이재민은 정신적 고통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났다. 영덕읍 화천리 주민 신명기 씨(85)는 20일 경북 포항의 한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산불 피해를 본 이후 이유 없이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파서다. 신 씨는 “혼이 빠진 것 같고 몸도 아파 미쳐 버리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고령층, 상담-심리치료 잘 몰라… 대책 필요두 달 가까이 지나도 이재민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에 응한 이재민 대부분은 정부의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은 주로 고령으로, 심리상담 자체가 낯설뿐더러 제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구호·봉사 활동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1일 기준 1만1548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인력들이 정기적으로 마을을 방문해 심리상담을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이나 논밭 등 물리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것만큼이나 이재민의 심리, 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이 고령인 이재민들은 관련 제도나 지원 정책이 있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윤상연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심리치료 등에 익숙하지 않아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상담 제도를 안내하고 지속해서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재난 2, 3개월로 접어드는 시점에는 죄책감과 상실감에 더 쉽게 빠지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재정적, 시스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영덕=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안동=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영양=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황모 씨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을 통해 “한국에서 개설한 통장만 빌려주면 수십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솔깃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자신과 같은 중국인 유학생들 몇몇이 ‘용돈 벌이’ 차원에서 응했다는 말도 들었다. 황 씨는 통장을 빌려줬다. 그런데 황 씨에게 통장 대여를 제안한 중국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그는 황 씨의 통장만 챙겨 잠적했고 약속한 돈도 주지 않았다. 얼떨결에 황 씨는 피싱 범죄 가담자가 됐다. 이처럼 ‘통장만 빌려주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유혹에 응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서 이런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범죄 가담 여부를 몰랐어도 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국내 실정을 잘 모르는 유학생들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서 용돈 벌려다 범죄 가담경찰 등에 따르면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은 불법 체류자나 한국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인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피해자에게 뜯어낸 돈을 전달하거나 ‘돈세탁’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처음에는 범죄인 줄 모르고 피싱에 가담한다는 점이다. “통장 명의만 대여해 달라”, “돈을 옮겨만 주면 수십만 원의 대가를 주겠다”는 등의 제안이나 아르바이트 공고에 응했다가 범죄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최근에는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서로 생활 및 취업 정보 등을 나누는 온라인 사이트 ‘분투재한국’을 통해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바를 하다가 적발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늘고 있다. 분투재한국은 ‘한국에서 분투하다’란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만 원 정도의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이끌려 가담하는 유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점 범죄 가담 사례가 늘자 이 사이트는 사기, 범죄에 연루된 유학생 사례를 소개하며 심부름, 통장 명의 대여 등 홍보 글을 주의하라는 공지 글을 최근 띄웠다.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무더기로 피싱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강원 한 사립대 유학생 10여 명이 무려 약 20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돈세탁한 혐의로 검거됐다. 조직이 만든 특정 국내 은행 계좌로 피해자들이 입금하면 유학생들이 이 돈을 자신의 중국 등 외국 은행 계좌로 옮긴 것이다. 이 돈은 다시 총책의 계좌로 송금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조직은 ‘같은 중국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유학생들을 끌어들인다”며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 국적이 가장 많다 보니 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중국인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사상 처음 20만 명을 넘겼다. 그중 중국인이 34.5%(7만2020명)였다.● “대학 차원서 사례 중심 예방 교육해야” 중국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방글라데시 국적 20대 유학생이 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유학생은 “일당과 교통비를 줄 테니 특정 장소로 가서 현금을 수거한 후 전해 달라”는 지시를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한국 실정에 어둡거나 언어 장벽이 있는 탓에 같은 국적의 다른 유학생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피싱 재판을 많이 담당한 한 판사는 “앳된 10대 후반, 20대 초반 유학생들이 멋모르고 범행을 한 뒤 ‘용돈 벌려고 그랬다. 영문을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학들이 철저한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대학이 범죄 예방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며 “유학생이 장기 결석하면 불법 알바나 범죄에 빠진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황모 씨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을 통해 “한국에서 개설한 통장만 빌려주면 수십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솔깃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자신과 같은 중국인 유학생들 몇몇이 ‘용돈 벌이’ 차원에서 응했다는 말도 들었다. 황 씨는 통장을 빌려줬다. 그런데 황 씨에게 통장 대여를 제안한 중국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그는 황 씨의 통장만 챙겨 잠적했고 약속한 돈도 주지 않았다. 얼떨결에 황 씨는 피싱 범죄 가담자가 됐다.이처럼 ‘통장만 빌려주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유혹에 응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서 이런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범죄 가담 여부를 몰랐어도 처벌 대상인 만큼 국내 실정에 서툰 유학생들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서 용돈 벌려다 범죄 가담경찰 등에 따르면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은 불법 체류자나 한국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인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피해자에게 뜯어낸 돈을 전달하거나 ‘돈 세탁’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처음에는 범죄인 줄 모르고 피싱에 가담한다는 점이다. “통장 명의만 대여해달라”, “돈을 옮겨만 주면 수십만 원의 대가를 주겠다”는 등 제안이나 아르바이트 공고에 응했다가 범죄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최근에는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서로 생활 및 취업 정보 등을 나누는 온라인 사이트 ‘분투재한국’을 통해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바를 하다가 적발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늘고 있다. 분투재한국은 ‘한국에서 분투하다’란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만 원 정도의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이끌려 가담하는 유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점 범죄 가담 사례가 늘자 이 사이트는 사기, 범죄에 연루된 유학생 사례를 소개하며 심부름, 통장 명의 대여 등 홍보 글을 주의하라는 공지 글을 최근 띄웠다.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무더기로 피싱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강원 한 사립대 유학생 10여 명이 무려 약 20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돈세탁한 혐의로 검거됐다. 조직이 만든 특정 국내 은행 계좌로 피해자들이 입금하면 유학생들이 이 돈을 자신의 중국 등 외국 은행 계좌로 옮긴 것이다. 이 돈은 다시 총책의 계좌로 송금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조직은 ‘같은 중국 동포’라는 점을 내세워 유학생들을 끌어들인다”며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 국적이 가장 많다 보니, 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중국인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사상 처음 20만 명을 넘겼다. 그 중 중국인이 34.5%(7만2020명)였다.● “대학 차원서 사례 중심 예방 교육해야”중국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방글라데시 국적 20대 유학생이 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유학생은 “일당과 교통비를 줄 테니 특정 장소로 가서 현금을 수거한 후 전해 달라”는 지시를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대학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한국 실정에 어둡거나 언어 장벽 탓에 같은 국적의 다른 유학생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피싱 재판을 많이 담당한 한 판사는 “앳된 10대 후반~20대 초반 유학생들이 멋모르고 범행을 한 뒤 ‘용돈 벌려고 그랬다. 영문을 모른다’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우선 대학들이 철저한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대학이 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유학생이 장기 결석하면 불법 알바나 범죄에 빠진 것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구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황모 씨(37)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신을 사칭한 사기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 씨는 지난달 대구가톨릭대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벌어진 일명 ‘신생아 낙상 암시 논란’의 피해 아동 아버지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황 씨의 아기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낙상시키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써 파장이 컸다.그런데 황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누군가 그를 사칭해 “아들 일 때문에 힘들다. 후원을 해달라”는 내용의 텔레그램과 문자메시지를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황 씨는 “모르는 번호로 ‘무슨 일이냐’는 연락이 자꾸 왔다.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황 씨는 지난달 17일 대구북부경찰서에 사칭 사기가 발생했다고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과거 유명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 등을 사칭한 투자 유도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면, 최근에는 황 씨처럼 이름이나 사연이 알려진 일반인을 사칭한 사기가 부쩍 늘고 있다. ● 방송 출연한 일반인 사칭해 사기방송에 출연해 유명해진 이후 ‘사칭 사기’의 목표물이 된 사례도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이 모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칭 사기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한 불법 주식 리딩방에서 누군가 이 씨의 변호사 자격증을 도용해 올린 뒤 ‘특정 종목을 사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이 씨의 변호사 자격증 사진까지 조작해서 올렸다. 이 변호사는 “피해 금액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를 것 같다”며 “손이 덜덜 떨린다”고 심경을 밝혔다.가장 빈번한 일반인 사칭 사기 유형은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접근한 뒤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경남 일대에서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자 등을 사칭해 193명으로부터 31억 원을 뜯어낸 투자 사기 일당 76명이 2023년 12월경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3월에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의 친인척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투자 리딩방으로 유인한 뒤 수억 원을 가로챈 사건도 있었다.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3월 강원 원주시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맘카페 운영진’을 사칭한 사기도 있었다. 이들은 원주 시내 식당과 학원 등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해 ‘홍보해 주겠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 수사기관 “유명인 사칭 접근 일단 의심해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접수된 일반인 사칭 포함 투자 리딩방 사건은 1만197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접수된 피해 규모만 8949억 원에 이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상담한 사이버 금융 범죄 피해 상담 중 62.4%가 유명인을 사칭한 사이버 사기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작한 사진과 자격증 사진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이미지를 보고 실제 그 사람이라고 속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온라인에서 자신을 전문가, 유명인 등이라고 소개할 땐 소속 기관 대표 번호로 전화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투자 권유는 특히 의심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인터넷주소 링크가 있으면 절대로 누르면 안 된다. 휴대전화를 해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 누군가 나를 사칭해 사기를 벌인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우선 사건을 빠른 시일 내에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피해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중인 SNS에 일정 기간 ‘내가 돈을 요구하면 사기입니다’ 등의 문구를 내걸어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 중 하나다. 경찰 관계자는 “사칭을 당한 경우에는 해당 사실을 알게 되는 즉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추가 범행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주불을 진화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번졌다. 강풍을 타고 잔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다시 발령했고, 인근 주민 약 3000명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됐다. ‘도심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안전 문제로 수리온 야간 투입 안 해 지난달 28일 시작돼 23시간 만에 진화됐던 산불은 30일 오후 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확산됐다. 숲에 쌓인 낙엽과 잔가지들 안에서 타고 있던 잔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29일) 오후 7시 반경 백련사 방면 7분 능선에서 가장 처음 재발화가 확인돼 산림당국이 이날 오전 진화를 거의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10m의 바람이 불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불씨가 되살아났다. 화선(불길의 최전선)은 2.1km까지 확대됐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다시 발령됐다. 국내 유일 야간 진화 헬기인 수리온은 앞서 28일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됐지만, 이날은 안전문제로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불길은 인접 민가 밀집 지역인 서변동 일대로 번졌고, 오후 5시 6분경 해당 지역 2164가구 3414명에게는 ‘주변 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유치원 2곳과 초·중학교 2곳이 1일 휴교하기로 했다. 산림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선 주민 대피를 결정했다”며 “장비와 인력으로 방화선을 설치했고 1일로 예보된 비가 진화 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불다발지역 상위 5곳 모두 도시대구 산불을 계기로 도심도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다발지역지도’에 따르면 산불다발위험지역 상위 5곳은 인천 남동구, 인천 계양구, 부산 남구, 서울 노원구, 울산 동구로 모두 대도시였다. 산불이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산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담배꽁초로 산불이 나 인근 120가구 주민이 대피한 바 있다. 도심 산불은 자칫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산림과 비산림 간 거리가 촘촘하게 맞닿아 있어 화재 시 인명피해 위험이 높다”고 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역별 산불 최근린거리’(산불 발생지들 중 가장 가까운 두 지점 간 직선거리)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은 1224m였지만 서울은 306m, 부산 430m, 광주 486m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산불 발생지 간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산불이 발생한 장소들이 밀집해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심 산의 산불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지역별 임도(숲길) 실적 및 밀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임도는 없었다. 임도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길로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달 8일 기자가 서울 북한산을 방문해 보니 백운대 정상 높이는 836.5m인데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340m 정도에 불과했다. 9년 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민병인 씨(56)는 “서울 등 도심에선 건물이나 차가 많아 산 초입까지 진입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며 “불이 나면 20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고 전했다. ● 임도 내고 인근 건물 기준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도심 산에도 일정 수준의 임도를 개설하고, 산 인근 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는 “성북구처럼 산이 큰 곳에는 사람도 집도 밀집돼 있어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산불 취약 구역만큼은 임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환경연구소장은 “최근 산불 원인 중 건축물 화재 비화(건축물에서 산으로 옮겨붙는 불)가 크게 늘고 있다”며 “산과 건물 사이에 방화대(불길 차단 공간)를 두고, 산불 고위험 지역 건물에 난연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조국혁신당 당직자가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30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 소속 당직자는 상급자 김모 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인은 김 씨에게 지난해 7, 12월 등에 걸쳐 지속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김 씨가 택시 안에서 포옹을 하고 볼에 입을 맞추거나 노래방에서는 허리를 감싸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이 방광염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자 “XX를 하지 않아 그렇다”는 취지의 성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한다. 고소인은 이달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고소 당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로 이첩됐다. 이곳은 일선 경찰서가 다루기 까다로운 유력 인물의 성폭력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서울청 직할 부서다. 경찰은 고소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측은 “외부전문기관 위탁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정한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주불을 진화한지 하루 만에 다시 번졌다. 강풍을 타고 잔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다시 발령했고, 인근 주민 약 3000명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됐다. ‘도심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불 다시 번져… 안전 문제로 수리온 야간 투입 안 해지난달 28일 시작돼 23시간 만에 진화됐던 산불은 30일 오후 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확산했다. 숲에 쌓인 낙엽과 잔가지들 안에서 타고 있던 잔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29일) 오후 7시 반경 백련사 방면 7부 능선에서 가장 첫 재발화가 확인돼 산림당국이 이날 오전 진화를 거의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10m의 바람이 불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불씨가 되살아났다. 화선(불길의 최전선)은 2.1km까지 확대됐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다시 발령됐다. 국내 유일 야간 진화 헬기인 수리온은 앞서 28일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됐지만, 이날은 안전문제로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불길은 인접 민가 밀집 지역인 서변동 일대로 번졌고, 오후 5시 6분경 해당 지역 2164가구 3414명에게는 ‘주변 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산림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선 주민 대피를 결정했다”며 “장비와 인력으로 방화선을 설치했고 1일로 예보된 비가 진화 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산불다발지역 상위 5곳 모두 도시대구 산불을 계기로 도심도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다발지역지도’에 따르면 산불다발위험지역 상위 5곳은 인천 남동구, 인천 계양구, 부산 남구, 서울 노원구, 울산 동구로 모두 대도시였다. 산불이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도심산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담배꽁초로 산불이 나 인근 120가구 주민이 대피한 바 있다. 도심 산불은 자칫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산림과 비산림 간 거리가 촘촘하게 맞닿아 있어 화재 시 인명피해 위험이 높다”고 했다.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역별 산불 최근린거리’(산불 발생지들 중 가장 가까운 두 지점 간 직선거리)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은 1224m였지만 서울은 306m, 부산 430m, 광주 486m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산불 발생지 간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산불이 발생한 장소들이 밀집해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심산 산불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지역별 임도(숲길) 실적 및 밀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임도는 없었다. 임도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길로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달 8일 기자가 서울 북한산을 방문해 보니 백운대 정상 높이는 836.5m인데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340m 정도에 불과했다. 9년 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민병인 씨(56)는 “서울 등 도심에선 건물이나 차가 많아 산 초입까지 진입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며 “불이 나면 20kg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고 전했다. ●임도 내고 인근 건물 기준 강화해야전문가들은 도심 산에도 일정 수준의 임도를 개설하고, 산 인근 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는 “성북구처럼 산이 큰 곳에는 사람도 집도 밀집돼 있어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산불 취약 구역만큼은 임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환경연구소장은 “최근 산불 원인 중 건축물 화재 비화(건축물에서 산으로 옮겨붙는 불)가 크게 늘고 있다”며 “산과 건물 사이에 방화대(불길 차단 공간)를 두고, 산불 고위험 지역 건물에 난연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조국혁신당 당직자가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30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28일 조국혁신당 소속 당직자는 상급자 김모 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인은 김 씨에게 지난해 7, 12월 등에 걸쳐 지속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김 씨가 택시 안에서 포옹을 하고 볼에 입을 맞추거나 노래방에서는 허리를 감싸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이 방광염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자 “XX를 하지 않아 그렇다”는 취지의 성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한다. 고소인은 이달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건은 고소 당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로 이첩됐다. 이곳은 일선 경찰서가 다루기 까다로운 유력 인물의 성폭력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서울청 직할 부서다. 경찰은 고소인 진술을 바탕으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측은 “외부전문기관 위탁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며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정한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을 최종 결렬하면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30일 첫차부터 ‘준법 투쟁’에 돌입했다.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파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29일) 오후 5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통상임금 등 문제를 두고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30일 오전 2시경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오전 4시 첫차부터는 ‘안전운행’이라는 이름으로 준법 투쟁에 들어갔다.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해 운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교통카드 태그와 승객 착석 여부를 확인한 뒤 출발하고, 급출발이나 추월 등을 자제하는 식이다. 파업보다 수위가 낮은 저항 방식이다.이날 아침 서울 시내버스마다 ‘서울시 평가 매뉴얼에 따라 4월 30일부터 안전 운행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일부 정류장에서 10분가량 지연이 발생했으나, 출근길 큰 혼선은 없었다. 노조는 30일 하루만 준법 투쟁을 벌인 뒤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연휴 기간에는 정상 운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협상 진전에 따라 8일 전국자동차노조 회의에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측은 “시내버스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적극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충북 청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적장애 특수교육 대상자 남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특수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 7명이 다쳤다. 교육 당국은 이번 사건이 특수학생에 대한 혐오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특수학생이 교사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학내에서 잇따른 가운데 흉기 난동까지 벌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교권 추락 논란 당시 특수교사의 안전 문제도 함께 부각됐지만 이후 대책 시행은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학생이 흉기 난동… 본인 포함 7명 부상 28일 충북도교육청과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3분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자인 2학년 A 군(17)이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와 대화하던 중 갑자기 교사의 목을 졸랐다. A 군은 이날 예정된 상담 일정이 없었지만 스스로 일찍 등교해 특수학급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은 교사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교장, 환경실무사, 행정실 주무관에게 미리 준비한 문구용 커터칼을 휘둘러 가슴과 복부 등을 다치게 했다. 이 중 교장이 가장 큰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 군은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 주행 중이던 차량 운전자의 얼굴을 흉기로 찔렀고, 인근 공원 저수지 쪽으로 달아나다 행인을 밀친 뒤 저수지에 뛰어들었다. A 군은 구조된 뒤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의 가방에는 범행에 사용한 커터칼 외에도 추가로 3개의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A 군을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해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A 군은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완전통합 교육을 받던 학생으로, 1학년 때는 특수학급에 배치됐다가 올해 2월 학부모 요청으로 일반 학급에 재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A 군이 장애등급을 받진 않았다고 밝혔다.● 특수교사 등 인력 부족 고질적 문제지난달에도 청주시의 한 초중 통합학교에서 특수학급 소속 지적장애 남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1만5610명으로, 전년(10만9703명)보다 늘어났다. 보통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은 중증인 경우 특수학교, 경증인 경우엔 일반학교에 입학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증이어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길 부모가 원하는 경우가 있어 일반학교에 보내지기도 한다. 일반학교에서도 학생의 상태와 부모의 요청에 따라서 특수학급 전담 수업을 받을 수도, 일반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학교마다 교장, 교감, 담임교사, 특수교사 등이 모여 학급 배치를 논의하는데 어느 쪽이든 학부모 동의가 필수다.문제는 특수학생을 관리할 인력이나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특수교사 1명당 학생 4명이 기준이지만, 지난해 기준 4.28명에 달했다. 학교 현장에선 특수교사 1명이 7, 8명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그나마 서울의 경우 특수학생의 문제 행동을 예방 및 중재하도록 전문 교사, 지원가, 행동중재전문관 등 전문가 집단으로 지원한다”며 “타 시도는 인프라가 아직 차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교육부 “특수학생 혐오 경계… 종합대책 검토” 학교 내 사건·사고 대응을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지난해 기준 전국 1133명으로, 1인당 평균 10.7개 학교를 맡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학교 수가 많아 기본 업무 처리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했다. 교사의 위험을 알리는 비상벨 시스템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청주 고교의 교사 책상 아래에 비상벨이 있었지만, 현장에선 긴박한 순간에 버튼을 누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도 이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혐오 분위기 조성을 우려해 이번 사건을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 현장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 및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충북 청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적장애 특수교육대상자 남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특수 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 7명이 다쳤다. 교육 당국은 이번 사건이 특수학생에 대한 혐오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특수학생이 교사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학내에서 잇따른 가운데 흉기 난동까지 벌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교권 추락 논란 당시 특수교사의 안전 문제도 함께 부각됐지만 이후 대책 시행은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학생이 흉기 난동… 본인 포함 7명 부상28일 충북도교육청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3분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자인 2학년 A 군(17)이 특수학급에서 특수 교사와 대화 중 갑자기 교사의 목을 졸랐다. A 군은 이날 예정된 상담 일정이 없었지만 스스로 일찍 등교해 특수학급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A 군은 교사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교장, 환경실무사, 행정실 주무관에게 미리 준비한 문구용 커터칼을 휘둘러 가슴과 복부 등을 다치게 했다. 이중 교장이 가장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 군은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 주행 중이던 차량 운전자의 얼굴을 흉기로 찔렀고, 인근 공원 저수지 쪽으로 달아나다가 행인을 밀친 뒤 저수지에 뛰어들었다. A 군은 구조된 뒤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의 가방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추가로 3개의 흉기가 발견됐다.경찰은 A 군을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해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A 군은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완전통합 교육을 받던 학생으로, 1학년 때는 특수학급에 배치됐다가 올해 2월 학부모 요청으로 일반 학급에 재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A 군이 장애등급을 받진 않았다고 밝혔다. 장애등급이 없어도 의료, 교육적으로 필요한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될 수 있다.● 특수교사 등 인력 부족 고질적 문제지난달에도 청주시의 한 초·중 통합학교에서 특수학급 소속 지적장애 남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1만5610명으로, 전년(10만9703명)보다 늘어났다.보통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은 중증인 경우 특수학교, 경증인 경우엔 일반학교에 입학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증이어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길 부모가 원하는 경우가 있어 일반 학교에 보내지기도 한다. 일반학교에서도 학생의 상태와 부모의 요청에 따라서 특수학급 전담 수업을 받을 수도, 일반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학교마다 교장, 교감, 담임교사, 특수교사 등이 모여 학급 배치를 논의하는데 어느 쪽이든 학부모 동의가 필수다. A 군은 1학년 때 특수학급에 전담으로 있다가 2학년 때 학부모의 요청으로 일반학급으로 옮겨 온 경우다.문제는 특수학생을 관리할 인력이나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특수교사 1명당 학생 4명이 기준이지만, 지난해 기준 4.28명에 달했다. 학교현장에선 특수교사 1명이 7, 8명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그나마 서울의 경우 특수학생의 문제 행동을 예방 및 중재하도록 전문 교사, 지원가, 행동중재전문관 등 전문가 집단으로 지원한다”며 “타 시도는 인프라가 아직 차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교육부 “특수학생 혐오 경계…종합 대책 검토”학교 내 사건·사고 대응을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지난해 기준 전국 1133명으로, 1인당 평균 10.7개 학교를 맡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학교 수가 많아 기본 업무 처리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했다. 교사의 위험을 알리는 비상벨 시스템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청주 고교의 교사 책상 아래에 비상벨이 있었지만, 현장에선 긴박한 순간에 버튼을 누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 단체들도 이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혐오 분위기 조성을 우려해 이번 사건을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현장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 및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드라마 1시간 몰아보기’, ‘결말 포함 영화 요약 리뷰’.이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짧게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영상은 이른바 ‘패스트무비’로 불린다.하지만 저작권자 동의 없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는 불법이다. 이에 저작권자들이 이들 유튜브 채널을 고소하고 있지만. 유튜브 측이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지상파 방송사는 자사 콘텐츠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패스트무비 유튜브 채널 6곳을 고소했다. 이는 국내 방송사가 패스트무비 채널을 상대로 취한 첫 번째 고소 조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7일 동아일보가 확인해 보니 수사는 7개월째 피의자 특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경찰의 자료 요청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채널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달라는 경찰의 요구에 사실상 개인 특정이 어려운 5년 전 인터넷(IP) 주소와 암호화된 이메일 계정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업계에 따르면 불법 패스트무비 채널들은 수십억 원대 부당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만 명대 구독자를 보유한 한 채널은 인기 드라마를 중심으로 영상을 올려 총 조회수 6300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의 수익 산정 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 정도 조회수라면 수십억 원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중간에 별도로 의뢰받은 광고를 삽입할 경우 건당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 광고 수익을 추가로 올릴 수 있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클 가능성도 있다. 반면 원 저작권자는 그만큼 콘텐스 수요자가 줄어 손해를 입는다. 한 대형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패스트무비가 드라마 전 회차나 2시간 분량의 영화를 요약해 올리면, 정식 유료 시장의 수요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하지만 유튜브를 직접 제재할 수단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국내법이 아닌 미국 저작권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국내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는 ‘역외법권’ 상태라 자료 협조 등 수사는 구글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가 침해 영상을 신고하면 유튜브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채널을 폐쇄하기도 하지만, 이후 이를 복원해주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업계는 남의 저작물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유튜버들을 제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현재 (저작권 침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를 받으려면 미국에 가서 미국 변호사를 선임해 미국에서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우선 저작권위원회 등 국내 조직과 유튜브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AI 활용 수사보고서’ 찬반 논란2030 경찰 수사관들 사이에서 수사 보고서와 피의자 질문지 작성 등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수사 속도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감한 수사 정보나 관련자의 개인정보가 AI 업체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활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사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서의 20, 30대 젊은 수사관들이 수사 업무에 AI 서비스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수사관 한 명이 사건 수십 개를 담당하는데 AI를 쓰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수사 관련 보고서, 피의자 조사 질문지 등의 작성에 AI를 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감한 수사 정보를 경찰 내부망이 아닌 외부 AI 업체 데이터베이스(DB)에 넣는 것 자체가 정보 유출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가 잘못된 분석이나 결과를 내놓았을 경우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수사에 혼선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질문지 작성 등 수사에 AI 써 최근 서울의 한 경찰은 국내 판결문 분석 사이트의 AI 서비스가 만들어준 기소 결정서 내용을 다듬어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원래 기소 결정서는 검사가, 수사 결과 보고서는 경찰이 작성한다. 두 문서는 기소나 검찰 송치 여부, 수사 결과와 판단 배경 등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AI 서비스가 기소 결정서는 만들 수 있는데 수사 결과 보고서는 아직 못 만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해당 경찰은 ‘기소 결정서를 써줘’라고 명령을 내렸고, AI 서비스는 혐의명, 범죄 사실, 기소(불기소) 이유, 결론 등을 목차로 한 문서를 만들어냈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며 “원래 들일 품의 4분의 1 정도만 든다”고 했다. 수도권의 다른 경찰은 까다로운 투자 사기 사건의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AI에 사건 정보를 입력한 뒤 “혐의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각각 써줘”라고 명령하자 결과물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입력하지도 않은 가상의 증거물을 AI가 마치 있는 것처럼 왜곡해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해당 경찰은 “AI는 모르는 것도 안다고 꾸며내는 특성이 있다”며 “왜곡된 부분은 제외하고 참고했다”고 말했다. 서울 한 경찰서의 수사과 수사관은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물어볼 질문지를 작성할 때 AI를 쓰고 있다. 사건 개요를 입력한 뒤 ‘네가 검사라고 생각하고 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위한 20개의 질문을 추려줘’라고 명령하면 질문지가 나온다. 주로 관련자가 3명 이상으로 많을 때 AI를 쓴다고 한다. 해당 수사관은 “마치 베테랑 경찰이 만든 질문지 수준으로 만들어 낸다”며 “실제 사용한 적이 있는데 상사로부터 ‘언제 이렇게 질문지 작성 수준이 늘었냐’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 “법 위반-정보 유출 우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경찰 내부망의 수사 기록 데이터를 외부 AI 서비스에 넣고 돌리는 것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위 사례처럼 AI가 증거물이나 수사 내용을 왜곡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I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거 출처를 만들어 붙이는 등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라며 “AI의 판단 결과는 ‘이런 의견도 있다’는 수준으로 참고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수사에 AI를 활용한다면 간략한 사건 개요, 주장 요지 등 아주 기초적인 사실 정보만 입력해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구체적인 개별 범행 수법이나 개인정보 등은 AI에 입력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 내용 유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기에 직원들이 개인정보 등을 AI 서비스에 입력하지 않도록 관련 공문 및 보안서약서 등을 일선 경찰관서에 하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사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서의 20, 30대 젊은 수사관들이 수사 업무에 AI 서비스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수사관 한 명이 사건 수십 개를 담당하는데 AI를 쓰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수사 관련 보고서, 피의자 조사 질문지 등의 작성에 AI를 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감한 수사 정보를 경찰 내부망이 아닌 외부 AI 업체 데이터베이스(DB)에 넣는 것 자체가 정보 유출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가 잘못된 분석이나 결과를 내놓았을 경우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수사에 혼선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질문지 작성 등 수사에 AI 써최근 서울의 한 경찰은 국내 판결문 분석 사이트의 AI 서비스가 만들어준 기소 결정서 내용을 다듬어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원래 기소 결정서는 검사가, 수사 결과 보고서는 경찰이 작성한다. 두 문서는 기소나 검찰 송치 여부, 수사 결과와 판단 배경 등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AI 서비스가 기소 결정서는 만들 수 있는데 수사 결과 보고서는 아직 못 만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해당 경찰은 ‘기소 결정서를 써줘’라고 명령을 내렸고, AI 서비스는 혐의명, 범죄 사실, 기소(불기소) 이유, 결론 등을 목차로 한 문서를 만들어냈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며 “원래 들일 품의 4분의 1 정도만 든다”고 했다.수도권의 다른 경찰은 까다로운 투자 사기 사건의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AI에 사건 정보를 입력한 뒤 “혐의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각각 써줘”라고 명령하자 결과물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입력하지도 않은 가상의 증거물을 AI가 마치 있는 것처럼 왜곡해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해당 경찰은 “AI는 모르는 것도 안다고 꾸며내는 특성이 있다”며 “왜곡된 부분은 제외하고 참고했다”고 말했다.서울 한 경찰서의 수사과 수사관은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물어볼 질문지를 작성할 때 AI를 쓰고 있다. 사건 개요를 입력한 뒤 ‘네가 검사라고 생각하고 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위한 20개의 질문을 추려줘’라고 명령하면 질문지가 나온다. 주로 관련자가 3명 이상으로 많을 때 AI를 쓴다고 한다. 해당 수사관은 “마치 베테랑 경찰이 만든 질문지 수준으로 만들어 낸다”며 “실제 사용한 적이 있는데 상사로부터 ‘언제 이렇게 질문지 작성 수준이 늘었냐’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 “법 위반-정보 유출 우려”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경찰 내부망의 수사 기록 데이터를 외부 AI 서비스에 넣고 돌리는 것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AI가 내놓은 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위 사례처럼 AI가 증거물이나 수사 내용을 왜곡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I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거 출처를 만들어 붙이는 등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라며 “AI의 판단 결과는 ‘이런 의견도 있다’는 수준으로 참고만 해야 한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경찰이 수사에 AI를 활용한다면 간략한 사건 개요, 주장 요지 등 아주 기초적인 사실 정보만 입력해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구체적인 개별 범행 수법이나 개인정보 등은 AI에 입력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 내용 유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기에 직원들이 개인정보 등을 AI 서비스에 입력하지 않도록 관련 공문 및 보안서약서 등을 일선 경찰관서에 하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처음 보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성은 범행 직후 태연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자진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남성은 전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60대 여성과 40대 여성 마트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 중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변을 당했다. 남성은 범행 직전 마트에 진열된 소주 1L가량을 마신 뒤, 진열대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포장을 뜯어 피해자들에게 휘둘렀다. 한 차례 공격으로 60대 여성이 쓰러지자 주변 시민이 말리려 했으나, 남성은 다시 수차례 추가로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에는 흉기를 마트 내 과자 더미 사이에 놓아두고 인근 골목으로 이동했다.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걸어 “여기 위치추적 해보시면 안 돼요?”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는데요”라고 말했다. 112에서 “누가요?”라고 묻자 “제가요 방금”이라고도 했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게’라는 취지로 말한 뒤 흡연을 하다가 경찰에 제압당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정신병력을 확인 중이다.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는 “의사가 나를 해치려 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을 해쳤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등 약물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 남성은 범행 전까지 인근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범행 당시에 환자복 차림이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40대 마트 직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마트는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23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묻지 마 범죄’에 불안을 호소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난다는 주민 김모 씨(44)는 “2년 전 흉기 난동 사건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65)도 “장 보러 자주 가는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이 변을 당했다니 남 일이 아닌 듯해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 앞서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당시 35세)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선 최원종(당시 22세)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처음 보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성은 범행 직후 태연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자진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2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남성은 전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60대 여성과 40대 여성 마트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 중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변을 당했다.남성은 범행 직전 마트에 진열된 소주 1L가량을 마신 뒤, 진열대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포장을 뜯어 피해자들에게 휘둘렀다. 한 차례 공격으로 60대 여성이 쓰러지자 주변 시민이 말리려 했으나, 남성은 다시 수차례 추가로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에는 흉기를 마트 내 과자 더미 사이에 놓아두고 인근 골목으로 이동했다.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는 모습이 찍혔다.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걸어 “여기 위치추적 해보시면 안돼요?”,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는데요”라고 말했다. 112에서 “누가요?”라고 묻자 “제가요 방금”이라고도 했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게’라는 취지로 말한 뒤 흡연을 하다가 경찰에 제압당했다.경찰은 이 남성의 정신병력을 확인 중이다.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는 “의사가 나를 해치려 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을 해쳤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등 약물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이 남성은 범행 전까지 인근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범행 당시에 환자복 차림이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40대 마트 직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마트는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23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묻지 마 범죄’에 불안을 호소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난다는 주민 김모 씨(44)는 “2년 전 흉기 난동 사건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65)도 “장 보러 자주 가는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가 변을 당했다니 남 일이 아닌 듯해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앞서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당시 35세)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선 최원종(당시 22세)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지난해 초 서울 노원구에 사는 A 씨는 ‘마약 위조지폐 상품권 팜’, ‘여중생 여고생 성매매’ 등의 문구를 넣은 전단지 58장을 만들어 아파트 단지에 살포했다. 전단지 뒷면엔 자신이 사는 집 위층의 동과 호수를 적었다. 위층 주민과 ‘층간 소음’ 갈등을 겪은 뒤 복수를 하기 위해 가짜 전단을 뿌린 것. A 씨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 사건의 유력한 원인 역시 층간 소음 갈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층간 소음 범죄 관련 1심 판결문 88건을 분석한 결과 층간 소음 갈등은 폭행이나 모욕을 넘어 살인, 강제추행, 방화 미수 등 중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 소음 때문에 스토킹부터 살인까지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해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반복적인 소음으로 보복하는 형태의 스토킹이었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B 씨는 2023년 윗집 주민이 층간 소음을 일으킨다며 미리 준비한 전동드릴을 천장에 밀착해 작동시켜 소음을 일으켰다. 또 멍키스패너를 들고 천장에 연결된 우수관을 때리기도 했다.흉기를 들고 찾아가 위협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3월 인천 남동구에선 C 씨가 식칼을 들고 위층에 찾아가 “이 XX들 죽을래,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구냐”고 욕설을 하며 주민들에게 식칼을 보여주고 “죽여 버린다”면서 주변 사람들의 배에 칼을 들이밀며 위협했다.층간 소음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남 사천시에 사는 D 씨는 지난해 1월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이웃과 말다툼을 하던 중 낚시용 회칼로 피해자를 6번 찔러 죽였다. 경남 김해시에 사는 E 씨는 2023년 7월 이웃집이 시끄럽다며 미리 준비한 에탄올을 이웃집 바닥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했으나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층간 소음 관련 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2023년 발간한 ‘층간 소음 범죄의 특성과 경찰의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층간 소음 범죄의 연도별 1심 선고 현황은 2013년 43건에서 2022년 125건으로 약 3배로 늘었다. 해당 10년간 살인 및 살인미수는 총 62건으로 전체의 8.4%였다. 상해죄는 128건, 특수협박은 98건, 폭행은 93건이었다.● 국내 층간 소음 기준, WHO 수준으로 강화해야이처럼 층간 소음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정부의 층간 소음 관련 기준은 느슨하다. 공동주택 층간 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국내 층간 소음 기준은 바닥과 벽 충격을 통해 발생하는 ‘직접충격소음’의 1분 등가소음도(소음이 가장 큰 1분간 평균 소음) 기준 주간 39dB(데시벨), 야간 34dB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소음 기준 주간 35dB, 야간 30dB을 권고하고 있다.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주거시설 신축 시 층간 소음 전수조사 의무화 △층간 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 강화 △층간 소음 표시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층간 소음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시공사와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경찰은 21일 벌어진 봉천동 방화 사건과 관련해 22일 유관 기관과 합동 감식을 실시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용의자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농약분사기로 추정되는 범행 도구 감정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도구 구매 경위나 범행 동기 등을 명확히 하고자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수사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의자가 숨진 아파트 404호 앞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해당 장소의 영상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원한 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용의자의 노모, 중상자 입주민 2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용의자의 휴대전화도 확보한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기름통의 구매처와 시점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아파트 401호와 404호 60m² 및 내부 가재도구 일체가 소실되고 방화문 10개가 파손되는 등 총 6343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