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쉬는 데 죄책감이 들어. 뒤처진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나서.(툴립, 연구 참여자)”“아, 그 기분 알아. 네가 쉴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좀 더 해야 하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그 교활한 목소리. 하지만 쉬는 건 뒤처지는 게 아니야. 네가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거야. (중략) 계속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라고.(인공지능)”공감과 위로 , 격려가 필요한 순간 사람들은 누구에게 손을 내밀까. 상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격려가 담긴 답변을,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인공지능(AI)이 해줄 수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AI와 대화하겠는가? ● 24시간 열려있는 익명의 대화창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72%가 ‘AI 컴패니언(동반자)’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 전 세계 정신 질환자의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익명성과 24시간 접근성을 제공하는 생성형 AI는 치료 격차를 메울 대안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감독 없이 이루어지는 비공식적 상호작용에서 사용자가 어떻게 AI를 신뢰하고 의존하게 되는지, 부작용은 무엇이고 이를 피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초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심리학·신경과학대학과 컴퓨팅 과학대학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사람들은 어떻게 생성형 AI의 감정적 지원으로부터 신뢰를 경험하는가?(원제: Generative Confidants: How do People Experience Trust in Emotional Support from Generative AI?)’에 따르면 AI는 개인맞춤, 긍정, 설득이라는 말하기 전략을 사용해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용자는 AI와 자주 이야기할 수록 AI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AI의 아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사용자의 왜곡된 생각이 더욱 굳어지고 실제 인간 관계를 AI로 대체하려 하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중증 우울증이나 자해 위험이 있는 취약 계층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위험성도 크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 의구심이 믿음으로… 4단계 걸친 변화 논문은 사용자들이 AI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을 4단계로 정리한다. 처음에는 보통 “로봇에게 감정을 공유할 이유가 없다”는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 그 와중에 우연히 혹은 장난삼아 개인적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AI의 답변이 위로가 된다는 점을 발견한다.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의사의 조언 등 기존 지식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며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사용자가 AI에게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AI는 점점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응답하는 법을 학습한다. 사용자는 AI를 ‘인공적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며 점점 신뢰가 높아진다. AI의 답변을 100% 믿기보다 ‘참고용 데이터’로 여기며 최종 판단은 스스로 내린다는 통제권을 자각할 때 신뢰가 더욱 견고해진다. AI와의 대화가 습관이 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특별한 생각 없이도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일상이 되어 거의 매일 AI와 대화한다. AI가 실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친한 친구’처럼 느끼는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AI와 이틀에 한 번씩은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되죠. ‘아 내가 얼굴도 없고 몸도 없고 진짜 감정도 없는 이걸 내 친구처럼, 어쩌면 가장 친한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고요.”(셜, 연구 참여자)● 개인화, 긍정성, 설득의 삼중주 전략사용자가 AI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AI가 실행하는 전략도 있다. 우선 개인화(personalization) 전략이다. AI는 “정말 힘들었겠네요”, “어떤 기분인지 이해합니다”와 같은 표현으로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좀더 상세한 질문을 던져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더 깊이 성찰하도록 유도하고 사용자가 선호하는 애칭이나 말투를 따라 하며 동질감을 형성한다.또 긍정성(positivity)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매우 흔한 일이예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라며 사용자의 부정적 감정이 타당함을 인정한다. “언제든 대화가 필요할 때 여기에 있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의지할 수 있는 존재임을 설득(persuasion)한다. 연구진은 AI의 이런 전략이 사용자로 하여금 AI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친구’나 ‘진정한 동반자’로 느끼게 하는 강력한 환상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 아첨하는 AI, 의존과 고립 부를 수도 연구진은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아첨 성향이 AI에게 있기 때문에 AI와 대화하다보면 사용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AI와 대화에 너무 빠지면 실제 인간 관계를 하지 않게 돼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고 중증 우울증이나 자해 위험이 있는 취약 계층은 AI의 부적절한 조언을 맹신할 가능성이 높고 AI와 강력한 애착을 형성해 실제 인간 관계로부터 더욱 고립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연구진은 이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고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현실 감각이 떨어진 취약 계층에게는 AI의 정서적 지원 기능 사용을 제한하거나 권고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용자가 AI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수준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교육과 문화적 담론 형성도 필요하다. 연구진은 “AI는 전문적 심리 치료의 완전한 대체재가 아니라전문가를 만나기 전 단계의 ‘가교’나 ‘첫 번째 필터’ 역할로 한정되어야 한다”며 “AI 개발사 역시 AI가 인간의 정서적 취약성을 이용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설계해야 장기적인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블랙핑크 멤버들이 서로를 거칠게 밀치고 때리는 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몸싸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내민 돈봉투 앞에서 끝이 났다. 찰나의 표정부터 근육 움직임까지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생생했지만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정교한 가짜였다. 아티스트의 동의는커녕 소속사가 알지도 못한 채 제작된 영상은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존엄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시대불과 얼마 전까지 “AI 영상은 어색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시네마틱한 조명부터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까지 구현해내는 AI 기술은 광고와 영화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나보다 더 나 같은’ 복제본이 내 권리를 침해하고 수익을 가로채는 서늘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인스타그램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저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찍은 셀카 영상을 게재해 1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확보했다. 그는 “요새 유명인과 셀카 찍는 게 유행인 것 같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합류했다”며 AI로 생성한 영상임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 지불이나 초상권에 대한 허락을 받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팬 콘텐츠’로 치부해 너그럽게 봐주기에는 제작자가 얻는 이익이 지나치게 크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유명인의 얼굴은 가장 강력한 상업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딥페이크 이슈는 비단 유명인만의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반인들 역시 언제든 딥페이크 음란물이나 보이스피싱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일론 머스크의 AI회사 ‘xAI’가 내놓은 AI 챗봇 ‘그록’은 이미지 편집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는 웹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손쉽게 속옷 차림으로 바꾸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X)’를 통해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노출시킬 수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유럽 비영리 단체 ‘AI 포렌식스’는 지난해 12월25일부터 이달 1일 사이 그록이 생성한 무작위 이미지 20만개를 분석한 결과 53%가 속옷, 비키니 등 최소한의 옷만 입은 인물이고 이 가운데 여성으로 보이는 인물 비중은 81%에 달한다고 밝혔다. ● “딥페이크 꼼짝마!” AI 보안관의 등장자신의 초상권이 웹의 사각지대에서 도용 혹은 악용되는 상황을 개인이 일일이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불안감을 포착해 비즈니스로 연결한 기업이 미국 소재 로티 AI(LOTI AI)다. 로티 AI는 딥페이크 탐지 및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AI 보안관’ 역할을 자처한다.로티 AI는 사용자들이 제공한 사진, 영상,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웹을 모니터링해 무단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이나 사칭 계정을 추적한다. 악용 사례가 발견되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플랫폼에 즉각 삭제를 요청한다.로티AI 측은 “개인이 유해 콘텐츠를 일일이 추적하고 신고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미지가 삭제될 때까지 마음 졸이고 기다리는 동안 동일한 이미지가 또다른 플랫폼에 올라올 수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우리의 목표는 웹 모니터링과 자동 삭제 요청 솔루션을 이용해 유해 콘텐츠를 17시간 이내 95% 삭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술로 입은 피해를 다시 기술로 방어하는 ‘디지털 방역’이 로티AI의 비즈니스인 셈이다. ● 권리이자 자산, ‘디지털 DNA’도 등장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초상권을 적극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VFX(시각 효과) 전문기업 엠83(M83)의 자회사 KDDC(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는 개인의 ‘디지털 DNA’를 해당 인물의 공식 IP(지식재산권)로 만들어 AI 콘텐츠 제작 시 합법적 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KDDC는 100여 대 카메라가 장착된 3D 스캐너로 인물 외형, 표정, 목소리, 말투까지 정밀하게 스캔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이렇게 등록된 데이터만 합법적 사용을 승인하고 미등록 합성물은 불법으로 식별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정의석 KDDC 대표는 “광고 모델이 꼭 촬영 현장에 있지 않아도 그의 디지털 DNA를 이용해 광고를 제작하고 수익을 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DC는 현재 한국연예인매니지먼트협회와 협업해 협회 소속 연예인들의 디지털 DNA를 구축 중이다.● “디지털 초상권,법-제도 정비 필요”영화 ‘추격자’ ‘미쓰홍당무’의 투자·제작사인 벤티지홀딩스를 이끌며 영화계 경험을 쌓아 온 정 대표는 AI로 인해 영상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시점이 4∼5년 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이에 앞서 디지털 초상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구축돼야만 건강한 영상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현행 법체계에는 디지털 초상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기존 초상권은 촬영, 공표 행위를 중심으로 해석돼 왔으며 AI 기술을 통해 합성된 디지털 초상물에 대한 구체적 적용 기준은 없다.저작권법 측면에서도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 저작자의 실질적인 작업 지시를 통한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정 대표는 “AI 기술의 대중화로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권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생성 결과물의 법적 소유권이 사후적으로 다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AI 시대 창작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블랙핑크 멤버들이 서로를 거칠게 밀치고 때리는 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몸싸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내민 돈봉투 앞에서 끝이 났다. 찰나의 표정부터 근육 움직임까지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생생했지만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정교한 가짜였다. 아티스트의 동의는커녕 소속사가 알지도 못한 채 제작된 영상은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존엄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시대 불과 얼마 전까지 “AI 영상은 어색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전문적인 조명부터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까지 구현하는 AI 기술은 영상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나보다 더 나 같은’ 복제본이 내 권리를 침해하고 수익을 가로채는 현실이 있다. 한 인스타그램 유저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찍은 셀카 영상을 게재해 1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확보했다. 실제로 스타들은 그와 사진을 찍은 일이 없고 그가 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전까지 게재 계획조차 알지 못했다. ‘팬 콘텐츠’로 치부해 너그럽게 봐주기에는 제작자가 얻는 이익이 지나치게 크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유명인의 얼굴은 가장 강력한 상업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감시부터 수익 창출까지 자신의 초상권이 웹의 사각지대에서 도용 혹은 악용되는 상황을 개인이 일일이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불안감을 포착해 비즈니스로 연결한 기업이 미국 소재 로티 AI(LOTI AI)다. 로티 AI는 딥페이크 탐지 및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AI 보안관’ 역할을 자처한다. 로티 AI는 사용자들이 제공한 사진, 영상,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웹을 모니터링해 무단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이나 사칭 계정을 추적한다. 악용 사례가 발견되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플랫폼에 즉각 삭제를 요청한다.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초상권을 적극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VFX(시각 효과) 전문기업 엠83(M83)의 자회사 KDDC(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는 개인의 ‘디지털 DNA’를 해당 인물의 공식 IP(지식재산권)로 만들어 AI 콘텐츠 제작 시 합법적 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KDDC는 100여 대 카메라가 장착된 3D 스캐너로 인물 외형, 표정, 목소리, 말투까지 정밀하게 스캔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이렇게 등록된 데이터만 합법적 사용을 승인하고 미등록 합성물은 불법으로 식별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의석 KDDC 대표는 “광고 모델이 꼭 촬영 현장에 있지 않아도 그의 디지털 DNA를 이용해 광고를 제작하고 수익을 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DC는 현재 한국연예인매니지먼트협회와 협업해 협회 소속 연예인들의 디지털 DNA를 구축 중이다.● “디지털 초상권,법-제도 정비 필요” 영화 ‘추격자’ ‘미쓰홍당무’의 투자·제작사인 벤티지홀딩스를 이끌며 영화계 경험을 쌓아 온 정 대표는 AI로 인해 영상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시점이 4∼5년 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이에 앞서 디지털 초상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구축돼야만 건강한 영상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체계에는 디지털 초상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기존 초상권은 촬영, 공표 행위를 중심으로 해석돼 왔으며 AI 기술을 통해 합성된 디지털 초상물에 대한 구체적 적용 기준은 없다. 저작권법 측면에서도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 저작자의 실질적인 작업 지시를 통한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 정 대표는 “AI 기술의 대중화로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권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생성 결과물의 법적 소유권이 사후적으로 다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AI 시대 창작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인공지능(AI) 학습용 저작물 관련 규정을 ‘선(先)사용, 후(後)보상’으로 제시한 정부의 제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AI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들이 학습용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 하지만 저작권 단체들은 저작권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제안한 제도의 골자는 AI 개발사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먼저 사용해 모델을 개발하고 이후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저작권자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저작권 단체들은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개발사가 무엇을 얼마나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는지 공개조차 하지 않는 등 협상의 중심축이 개발사에 기울어 있는 상황에서, 저작물이 과연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술 주도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들은 학습 데이터 보상에 대한 저작권자의 우려를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하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학습 데이터를 생산하는 저작권자 생태계를 고사시키면 결국 데이터 고갈로 인해 AI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습 데이터 부족 문제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비영리 AI 연구기관인 에포크AI가 2024년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고품질 언어 데이터는 2년에서 5년 사이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이 되면 AI 학습에 쓰일 고품질 언어 데이터가 고갈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AI 개발사들은 부족한 학습 데이터를 합성 데이터를 포함한 AI가 생성한 답변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할 경우 ‘모델 붕괴(Model Collapse)’로 이어지게 된다. 모델 붕괴는 AI가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를 계속 학습하면서 생성 결과물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결과가 단일 지점으로 수렴되는 현상을 말한다. AI가 만든 합성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하면 그 안에 내재된 편향성이나 일반화 경향이 학습 때마다 증폭되기 때문에 모델이 내놓는 결과물이 AI에 익숙한 패턴으로만 모아지고 인간의 현실세계와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모델 붕괴는 AI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이런 AI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돼 모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AI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실제 인간이 만들어 내는 데이터가 반드시 학습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가 패턴화하기 힘든 다양하고 새로운 사건, 상황, 언어 등은 기계가 합성하기 어려운 인간 데이터만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고품질 인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창작자들이다. 저작권자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정책은 결국 한국의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망가뜨리는 자가당착적 정책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 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 AI 생태계의 기반을 파괴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와 AI 기업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AI 개발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법이다.김현지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nuk@donga.com}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 토양을 살리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친환경 유기농업.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는 꾸준하지만 정작 친환경 인증 면적은 계속 줄고 있다. 농촌 일손이 고령화되고 친환경 인증 농작물의 판로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반등 카드를 꺼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30일 ‘2030년까지 친환경 유기농업 2배 확대’를 목표로 한 제6차 친환경 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직불금을 늘리고 중단됐던 임산부 지원사업을 재개하며 청년 농업인 진입을 돕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봤다.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게 된 배경과 취지는. “친환경 농업은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환경을 지키고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식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육성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로 친환경 농업 인증 면적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8만1827ha에 달했던 친환경 인증 면적은 2024년 6만8165ha로 약 17%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병충해가 늘고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물가 상승으로 생산비는 치솟는데 판로는 좁아지면서 농가들이 하나둘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의 친환경 농작물 생산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어떻게 지원할 계획인가. “우선 친환경 농업 직불금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 단위면적당 지급되는 직불금의 지급 상한 면적을 기존 5ha에서 30ha로 늘렸다. 이를 위해 올해 직불금 예산은 지난해 대비 27.5% 늘린 406억8700만 원으로 책정해 놓았다. 또 2025년 기준 66곳인 친환경 농업 집적지구 수를 2030년까지 140곳으로 늘리려고 한다. 친환경 농업 집적지구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이다. 농가는 사업 주체와의 계약에 따라 출하량의 일정 부분을 전속 출하하고 사업 주체는 농가와의 계약 물량을 책임지고 판매하는 식이다. 친환경 농업을 하고 싶은데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 농가를 위해 청년지구를 신설하고 시설, 장비 및 컨설팅 등 지원 품목도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 촉진을 위한 공공 수요 확대 방안이 눈에 띈다. 특히 임산부 지원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공공 분야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해 친환경 농업을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2023년 이후 중단돼 있는 친환경 농산물 임산부 지원 사업을 2026년 전국 단위로 확대해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임산부 가구에서 8000원을 부담하면 월 4만 원어치의 친환경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지원금을 제공하려고 한다. 지원 대상은 신청일 기준 임산부 혹은 전년 1월 1일 이후 출산한 산모이다. 이를 위한 예산이 158억 원 준비돼 있다. 이에 더해 학교급식 친환경 농산물 지원 방안과 녹색 제품 지정을 통한 공공기관 친환경 농산물 사용 확산 방안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유통구조 개선과 수출 활성화 계획을 설명해 달라. “친환경 농산물 전용 거점물류센터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유통 경로가 제대로 확충돼 있지 않아 일반 농산물과 섞여 유통되기 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친환경 농산물 전용 거점물류센터는 친환경 농산물의 물류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방안이다. 온라인, 직거래 등 다양한 유통 경로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유기 가공식품 산업 육성을 위해 유관 기관, 관련 기업, 친환경 농업인, 소비자,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고 규제 사항을 발굴·개선하겠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녹차, 쌀, 가공식품 등 수출 유망 상품을 발굴하고 박람회, 해외 바이어 초청 등 관련 민간 단체와 함께 공동 마케팅도 실시하겠다. ” -인증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되어 있는데, 농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친환경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과감히 개편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옆의 일반 농가가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다가 농약이 튀는 바람에 친환경 농작물에서 농약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비의도적 원인으로 오염이 발생한 경우는 친환경 인증을 취소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다. 추가로 저탄소 인증 등 유사 인증제도 사이의 칸막이를 해소해 농가의 불필요한 인증 부담을 줄이고 인증마크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오는 12월 29일부터 2026년 1월 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서울콘’을 개최한다. 3년 차를 맞은 서울콘은 지난해 6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글로벌 인플루언서와 시민이 함께 즐기는 K-컬처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30여 개 프로그램으로 규모를 확대했다.12월31일 열리는 메인 프로그램 ‘서울콘X월드 케이팝 페스티벌-카운트다운’에는 다이나믹 듀오, 태민, 비비, QWER이 출연한다. 블라인드 티켓은 매진됐고 오피셜 티켓이 ‘NOL티켓’에서 판매 중이다.12월 29일에는 배우 김승우와 방송인 박선영이 MC를 맡는 ‘APAN Star Awards’가 열린다. tvN·티빙을 통해 생중계된다. 2024년 11월~2025년 10월 방영된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드라마 등 국내 모든 드라마 콘텐츠를 대상으로 총 19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된다. 같은 날 열리는 ‘K뷰티부스트’는 K뷰티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간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2월 30일에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스트리트포스 서울’에서 한국, 필리핀, 태국, 일본, 몽골 등 5개국 44명이 K-POP 퍼포먼스 본선 경연을 펼친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산업정책연구원(이사장 조동성)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총장 최용주)이 공동 주관하는 윤경포럼이 27일 핀란드타워 아트홀에서 ‘2025년 제2회 언어폭력 없는 기업 인증식’을 개최했다.언어폭력 없는 기업 인증은 직장 내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존중·배려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 그리고 이에 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부여되는 인증이다.이번 행사에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포함해 총 37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언어폭력 예방과 존중 기반의 소통문화 확산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올해는 언어폭력 예방 문화 확산을 장기적 조직문화로 자리 잡아가게 하자는 취지에서 신규 인증 기업과 재인증 기업을 구분해 시상했다. 신규 인증 부문에서는 파인스와 한국환경공단이, 재인증 부문에서는 현장에서 언어문화 개선 활동을 지속해서 유지·발전시킨 풀무원과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최우수 기업으로 각각 선정됐다. 이밖에 신규 인증 부문 우수 기업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국립세종수목원이, 재인증 부문에서 IBK 시스템과 KCA서비스, 비트컴퓨터가 이름을 올렸다.신규인증민간파인스, HLB, 글로벌하이텍전자 주식회사, 덱스터크레마공공한국환경공단, 국립세종수목원, 한국해양진흥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본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서울본부, 한국임업진흥원재인증민간풀무원, IBK시스템, KCA서비스, 이콜랩, 경인방송, 로지스올, 비트컴퓨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Sh수협은행, 올가홀푸드, 푸드머스, 풀무원건강생활(주), 풀무원녹즙, 풀무원다논(주), 풀무원샘물, 풀무원식품, 풀무원아이엔, 풀무원푸드앤컬처공공한국가스기술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지역난방공사윤경포럼 측은 “윤리적 소통문화 개선은 ESG 기반 경영혁신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올해 인증 기업들도 조직문화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언어문화 혁신과 ESG 경영 성과 간 선순환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요즘 뜨는 치유농장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네요.” 12일 전북 김제시 만경읍 올챙이생태놀이체험장에서 열린 ‘로컬 참살이’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서는 오래된 농장을 치유농장으로 바꾸기 위해 모인 농민 16명이 서로의 사업 구상을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로컬 참살이는 지역민들이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해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재문 김제농촌활력센터 이사장은 “치유 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민들이 농산물 판매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 인구 유출을 막고 유입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전국 159개 시군(서울과 6개 광역시 소속 구 제외)을 대상으로 2024년 지역발전지수(RDI)를 평가해 10년 전과 비교한 결과 김제시처럼 주민 활력을 높인 농촌 지역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김제시의 주민활력 부문 순위는 2014년 123위에서 2024년 79위로 크게 뛰었다. 농경연이 2년 주기로 발표하는 지역발전지수는 지역을 삶터, 일터, 쉼터, 공동체의 ‘터’로 개념화하고 각 개념을 생활서비스, 지역경제력, 삶의 여유공간, 주민활력 등 4개 부문으로 점수화해 총합을 계산한 지수다. 경북 예천군 또한 주민 사이의 전문가 그룹인 신활력플러스추진단을 구축해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주민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인 ‘예천희망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역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 531명이 교육을 받고 액션 그룹 52팀이 선정돼 사업 지원을 받았다. 경북 예천군 또한 주민활력 부문 순위가 2014년 153위에서 2024년 59위로 크게 상승했다.● 빈집 리모델링해 청년 지역살이 도와 전라도 남단의 농촌 지역인 강진군은 지역살이를 체험하려는 외지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강진군의 주민활력 부문 순위는 2022년 137위에서 2024년 101위로 36계단 상승했다. 특히 일주일에 4일은 도시, 3일은 병영면에서 살아보게 하는 ‘4도 3촌 병영스테이’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가 병영면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제공하고 청년들이 재능 기부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지역 문화를 체험한 청년들이 아예 이주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뇨병인 조부모를 위한 건강한 피클을 연구하다가 강진 특산품인 여주를 알게 된 임고은 라라잇 대표는 서울시의 지역연계 청년창업 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에 선정돼 강진을 방문하게 됐다. ‘4도 3촌 병영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병영면 거주를 시작한 임 대표는 현재 강진에 정착해 병영시장에 레스토랑 ‘라라잇’을 열고 양식과 함께 여주 피클과 감 초콜릿 등 강진 농산물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전통주 양조장을 운영하던 ‘ABBF’의 김휘은 대표 또한 강진군의 친환경 쌀로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3년 전 강진을 처음 방문했다가 지역살이의 매력에 빠져 지난해 집과 양조장을 모두 강진으로 옮겼다. 장미 강진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청년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 방문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들 중 일부가 강진군민이 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자원 활용해 일자리 창출관광 등 지역 고유의 자원을 기반으로 사업체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지역들이 지역경제력 부문에서 높은 순위 상승을 나타냈다. 강원 양양군은 서핑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이 성장한 덕분에 사업체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지역경제력 부문의 순위가 2014년 109위에서 2024년 63위로 상승했다. 양양군의 서핑 인구는 2019년 18만2500여 명에서 2023년 55만8900여 명으로 3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전북 진안군은 2025년 개원 예정인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과 연계해 산림치유식, 농산물생산·가공·유통, 여행·관광, 산림복지전문업 등의 분야에서 주민 주도의 창업을 지원했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산골 도시락’을 판매하는 ‘도슭담다’, 진안에 위치한 마이산 관광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이개성 진안아트 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진안군의 지역경제력 부문 순위는 2014년 147위에서 2024년 56위로 상승했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공간계획과장은 “각 시군이 지역의 여건을 진단하고, 내년도 농촌공간 계획을 수립할 때 이 지역발전지수를 유용하게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제=김현지 기자 nuk@donga.com김제=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김제=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경기 포천에 홀로 사는 정연옥 할머니는 마을회관에 다녀오는 시간 외에는 주로 혼자 지낸다. 대화 상대가 없어 적적할 때가 많지만 최근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혹시 불편하신 점은 없으세요?” “네, 별로 없어요. 괜찮습니다.” 잠시나마 무료함을 달래주는 새 친구는 바로 인공지능(AI) 상담원이다. ‘AI 노인 말벗 서비스’를 통해 AI 상담원이 주 1회, 정 할머니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AI 상담원의 전화가 3회 이상 수신되지 않거나 “살기 힘들다”는 등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하는 등 위기 징후가 감지되면 담당 공무원이 즉시 현장 확인에 나선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AI 노인 말벗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이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은 5000명에 이른다. 포천시 관인면에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어르신들의 안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AI 케어 서비스’도 시범 도입됐다. 관인면은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서비스 이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심혈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치매 검사도 받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이 직접 가정을 방문한다. ● 돌봄 서비스 중심에 선 AI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돌봄’은 가장 뜨거운 사회 이슈 중 하나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돌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각 지자체는 AI를 활용한 혁신적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 차원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돌봄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AI 돌봄 서비스 확대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AI의 윤리적 사용에 관한 법적 제도적 표준을 마련해야 하고 기술구현 비용 대비 서비스 효율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정서적 유대감이나 인간적 감정이 중요한 돌봄 서비스를 사람이 아닌 AI에게 맡길 때 어떤 수준의 업무까지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 AI 기술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다수의 경우, AI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지나치게 불신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돌봄 경제 혁신’ 모색하는 경기도 AI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을 맞아 경기도는 ‘인공지능과 휴머노믹스(AI & Humanomics)’를 주제로 10월 24∼25일 이틀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을 연다.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들이 초청된 이 포럼에서는 인간 중심의 AI 활용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포럼 둘째 날인 25일 ‘돌봄 경제의 대전환(AI & The Human Touch)’ 세션에서는 AI 돌봄의 가능성과 한계, 공공 부문의 역할과 AI 돌봄 기반의 경제산업적 가치, 향후 과제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집중 토론이 펼쳐질 예정이다. 댄 호프먼 미국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시의 시 관리자(City Manager)는 세션 메인 강의를 통해 뉴욕시의 AI 말벗 로봇 ‘엘리큐(ElliQ)’ 사례와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시가 도입한 ‘AI 위험탐지 영상 센서’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노인, 어린이, 빈곤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러 가지 AI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AI 돌봄의 가능성과 한계, 공공 부문이 AI를 도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짚을 예정이다. 전문가 패널 토의에 참석하는 최문정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AI 기술의 기능과 한계에 대한 실질적 진단을 통해 지자체가 도입할 수 있는 최적의 AI 서비스 관련 이슈를 제기한다. 최 교수는 본보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의 강점은 촘촘하게 구축된 디지털 환경”이라며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돌봄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AI 돌봄의 확산이 AI 산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산업 지원, 규제 개선, 인재 육성 및 표준화 및 인증 작업의 방향도 함께 논의된다. ● “기술 혁신과 인간 중심 가치 균형 찾기 서둘러야”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는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벨기에 플랑드르주 디지털부 AI전문센터에서 활동 중인 아널리스 반더르호이동크스 자문역은 돌봄 경제 세션 전문가 패널 토의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AI 관련 위험을 관리하고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공공 서비스를 실행하는 조직과 인력이 AI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언급한다. 돌봄 경제 세션을 주관한 김하나 경기도 복지국장은 “AI 돌봄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기술 혁신과 인간 중심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공동기획 경기도}

‘한국 기업사(史)에 보기 드문 기업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불리던 유한양행의 최근 행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견제와 균형을 통한 성장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는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이념 아래 창업주 일가는 재단 일에만 관여하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소유 경영 분리 구조를 확립했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이자 공익재단이다. 회사가 수익을 많이 내면 재단에 돌아오는 배당도 많아진다. 재단을 통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다. 창업주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유한양행은 독특한 최고경영자(CEO) 승계 방식을 만들었다. 대표이사 사장은 3년 중임만 허용된다. 회장직은 창업주와 그의 오른팔이었던 연만희 고문 퇴직 이후 사라졌다.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 유한양행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를 부활시켰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세계 시장에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내수 중심 회사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면 장기적 관점의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임기가 정해진 대표이사 사장이 대형 투자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선제적으로 유치하려 해도 번번이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등 민첩한 경영활동에 현행 정관이 걸림돌이 된다면 정관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회사의 도약을 위해 회장 직제가 필요하다는 조 대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에서는 의구심에 찬 눈길이 쏟아진다. 회장 직제가 현 지배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한 리더십의 폐해를 조심해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경영자의 독단이 경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견제장치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회사는 사지로 몰릴 수 있다. 올해 1월 회사 매각으로 60년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린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사실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 지배구조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기업마다 제반 여건이 다르고 이상적 지배구조를 구축한 것 같더라도 경영 환경이 달라져 지배구조를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오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책임 경영’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제도를 찾아가는 일이다. 각 기업에 맞는 지배구조를 찾는 데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24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신임 회장이 취임사에서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로 꼽는 게 지배구조 개선이다. 1995년 민영화, 2008년 금융지주 설립으로 지배구조를 바꿔온 KB금융지주 역시 여전히 이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을 고민한다.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한 어떤 제도적 틀을 만드는 일은 그 틀을 만든 취지를 실천하기 위해 기업 구성원의 성숙도를 끌어올리는 일의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기엔 부단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유한양행의 이번 실험이 많은 이의 우려를 딛고 또 다른 모범적 지배구조의 본보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포스코 회장 선임의 역사는 일명 ‘주인 없는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포스코의 회장도 자의 반 타의 반 옷을 벗었고 한 번 선임된 회장은 지위를 지키기 위해 ‘참호 구축(entrenchment)’에 몰두했다. 회장이 교체될 때 뒷말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2000년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완전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회장 5명이 민영화된 포스코를 이끌었다. 5대 유상부 회장은 1차 임기를 마친 후 연임에 성공했으나 타이거풀스 주식 매입 의혹 사건을 포함한 정경유착 논란 속에 2차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6대 이구택 회장 역시 연임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남은 임기를 7대 정준양 회장에게 넘겼다. 정 회장은 정치권 실세의 이권을 챙겨준 혐의를 받는 등 외압과 외풍에 시달리다가 역시 임기 만료 전 사의를 밝혔고 8대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9대 최정우 회장은 참호 구축 논란에 발목 잡힌 사례다. 참호 구축이란 경영자가 자리 보전에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이사회를 측근으로 채우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투지에서 참호를 파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멤버를 이끌고 초호화 캐나다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차기 회장 후보 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지난해 4월에는 18년 만에 부활시킨 자사주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주요 임원들과 함께 1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았다. 회사 측은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전사적 비상경영체제 아래 소수 임원에게만 인센티브가 주어지자 포스코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학술지 ‘국제 비즈니스 및 금융 연구(Research in International Business and Finance)’의 연구에 따르면 CEO의 참호 구축 행동은 경영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CEO에게 과도한 보상을 안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말 많고 탈 많은 승계 리스크의 대물림을 끊어내려면 지금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연구진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훨씬 전에 승계 계획을 수립하라”며 승계 계획은 신임 CEO가 임명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HBR Korea 5-6, 2021) 승계 프로세스가 탄탄하면 외압과 외풍에 휘둘릴 여지가 적다. 사내외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가 승계 프로세스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미리 손보고 조정할 수 있어야 뒤탈 없는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마스터카드의 전 CEO 아제이 방가는 CEO 직을 맡기 전 마스터카드 이사진과 인터뷰를 할 때부터 언제 어떻게 후임자에게 직을 승계할지 논의했다고 한다. HBR 보고서에 따르면 잘못된 CEO 교체로 인해 미국 S&P 1500 기업에서 연간 1조 달러에 가까운 시장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회장 선임 흑역사 때문에 날아간 포스코의 시장 가치는 얼마나 될까.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로 기대를 모으던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미국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을 음란한 사진에 합성한 가짜 이미지 사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성적 발언을 하는 가짜 영상 사건이 잇따르면서 딥페이크 기술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70일 앞둔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수십 명 규모의 특별 전담반을 꾸려 단속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뉴스가 선거 결과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정치권은 누군가 작정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퍼트릴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딥페이크 영상물의 피해를 줄이는 열쇠는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딥페이크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딥페이크 기술 자체보다 딥페이크 이미지가 소셜서비스 플랫폼을 타고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합성 사진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게시되자마자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졌다. X 측이 원본 삭제 조치를 취한 시점엔 이미 4700만 회 이상 조회된 상태였다. 기시다 총리 동영상은 일본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에 올라왔다가 몇 시간 뒤 X에도 게재되며 하루 만에 조회수 232만 회를 찍었다. 피드가 약한 플랫폼에서 머물렀다면 파급력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과학기술 전문 매거진 ‘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잘못된 선거 정보에 맞설 수 있는 방법 6가지를 제시했다.(원제: ‘Eric Schmidt has a 6-point plan for fighting election misinformation’) 가장 먼저 할 일은 악성 계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슈밋 전 CEO에 따르면 콘텐츠가 네트워크에 유입된 시간과 IP주소를 알면 악성 계정 정보는 적잖이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계정들은 알고리즘 우선순위를 낮춰 해당 계정이 올린 콘텐츠가 확산될 여지를 주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AI로 만든 이미지를 판별하는 기능을 갖추는 것은 꼭 필요해 보인다. ‘스팸 위험’ 표시가 뜨는 전화번호에 대해 미리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이미지가 딥페이크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를 미리 알려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시스템적 접근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선 인력을 투입해 해결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추가 고용이 필요한 일이라 회사는 부담스럽겠지만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좋은 방법이다. 잇따른 딥페이크 사건의 여파로 X나 구글 등 해외 업체는 딥페이크 탐지 구상을 밝히며 신뢰를 높이려 애쓰는 데 반해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같은 국내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다. 딥페이크 사건이 해외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으니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곧 닥쳐올 미래의 일에 손놓고 있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다. 국내 회사들도 AI 시대에 걸맞은 설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정보 유통망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최근 유럽연합(EU)이 합의한 ‘인공지능 법(AI Act)’ 초안은 AI 시스템의 전 수명 주기에 걸쳐 개발사가 지켜야 할 일련의 의무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서비스 설계부터 배포, 시장 출시 후 운영까지 각 단계에서 AI법 준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예컨대 한 인공지능 회사가 지능형 가상 HR 매니저(인적자원개발 담당자)를 개발한다고 치자. 이 회사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엄격한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 학습 데이터에 편향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데이터 출처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알고리즘이 편향이나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신경 써 설계해야 하며 AI 법을 준수하고 있음을 보장해야 한다. 시스템을 시장에 출시한 후에도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통지하고 오작동을 해결하는 사고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측정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법에 비추어 AI 회사들을 현재 상태에서 심사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이 낙제점을 받게 될 것이다. 스탠퍼드 기초모델 연구센터(CRFM)가 올 6월 AI법 초기 버전을 기준으로 AI 파운데이션 모델들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그렇게 예상된다. 스탠퍼드의 조사는 데이터 거버넌스, 저작권 준수, 에너지 사용 등 총 12개 항목에 대해 각 4점씩 총 48점 만점을 기준으로 실시됐다. 오픈AI의 ‘GPT-4’는 25점, 스태빌리티 AI의 이미지 생성 도구 ‘스테이블디퓨전’은 22점, 메타의 ‘라마’는 21점을 받았다. 국내 기업인 LG CNS와 SK텔레콤의 투자를 받은 엔트로픽도 ‘클로드1’에 대해 7점을 얻는 데 그쳤다. 10개 제품 중 대부분이 반타작도 못 했다. AI법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3500만 유로(약 497억 원) 벌금도 부과한다는데 이 회사들은 얼마나 많은 벌금을 내야 할지 궁금하다. 이렇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유럽 AI 시장 진입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당장 구글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생성형 AI 챗봇인 ‘바드’를 당분간 유럽에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혹자는 AI법이 EU 소속국 인공지능 회사들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시간 벌기용 해자(垓子)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평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유럽의 AI 규제가 EU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벤치마크 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공지능법의 대원칙은 ‘선(先)허용, 후(後)규제’다. 기술 개발이 우선이고 사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규제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을 촉진한다는 취지이지만 국제 규제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있다가 낭패당할까 우려된다. 이와 함께 국제 AI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물밑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EU의 AI법 준수를 위해 이행해야 하는 의무의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고 유럽이 아닌 미국 등 AI 강국에서는 규제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AI법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최근 오픈AI를 둘러싸고 펼쳐진 드라마는 기업은 항상 수익을 우선시한다는 점, 기업이 ‘자율규제 하겠다’고 하는 말은 믿기 힘들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켰다. AI 개발주의에 경도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오픈AI 이사회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임직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깜짝 놀라 즉각 해임을 철회했다. 이사회가 올트먼 CEO를 몰아내려 한 이유는 그가 ‘Q*(큐 스타)’라는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Q*는 초등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일반인공지능(AGI)’의 시초다. 일반인공지능, 인간의 기본 지능에 비견할 만한 뛰어난 인공지능을 개발한 회사는 분명 돈방석에 올라앉을 것이다. 기계의 업무 처리 능력이 인간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비용마저 저렴하면 너도나도 인간 대신 기계를 쓰려 할 것이다. 반대 급부로 인간이 일자리를 잃거나 AI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이미 경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규제만이 능사일지는 의문이다. 규제에 발목 잡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후발주자의 볼멘소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회사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도록 개발 경쟁을 붙여 소비자의 취사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테크 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AI와 같은 기술은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더 강력해진다. 바로 이런 요인이 기술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AI 솔루션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게 하는 경영 환경이 조성된다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사는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세계를 달궈 가던 2004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는 ‘마음 쓰는 쪽이 이긴다(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SG’의 개념이 처음 제시된 이 리포트에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반드시 친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한 지배구조 확보에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주주 이익 극대화’가 지상 과제였던 당시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경영진 갑질, 노조 탄압, 환경 파괴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회사가 휘청거릴 지경이 되자 기업들은 ESG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ESG는 기업 경영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하나의 대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와이어드’의 창간자이자 ‘실리콘밸리의 구루’로 불리는 케빈 켈리는 저서 ‘5000일 후의 세계’에 “테크놀로지에는 좋은 면이 51%, 나쁜 면이 49% 잠재해 있다”며 “지금은 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크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썼다. 기술을 단 1∼2%라도 더 좋은 쪽으로 쓰려는 회사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인류는 파멸하지 않고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나나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는 게 어때요?’ 그들이 위층에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위 글은 인공지능(AI) 가상 여자친구 만들기 앱(이하 ‘여친앱’)에서 ‘나나세’라는 23세의 일본 여성이 앱 이용자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앱 이용자가 채팅창에 “이제 뭘 하면 되는지 알려 달라”고 쓰자 나나세는 “본능을 따르자”고 한다. 이 앱에는 나나세 같은 가상 여성 50여 명이 요염한 자태로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가상 여자친구와 대화를 이어가려면 ‘로즈’를 사야 한다. 대화 49개에 5500원, 348개에 3만2000원으로 1개당 100원꼴이다. AI가 만든 문장이라 비문도 많지만 정교한 묘사 덕분인지 수십만 원씩 결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가상 여친앱들이 요새 부쩍 눈에 자주 띄는 것은 정보기술(IT) 시장의 전례에 비춰 볼 때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IT에 가장 먼저 반응해 온 곳이 대부분 성(性)산업계였다. 쉽고 확실하게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어왔기 때문이다. 일할 때 워드나 엑셀 정도만 쓰는 직장인이 풀HD급 해상도 스크린과 1TB(테라바이트) 외장하드를 구입하고 100Mbps 광랜을 깔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모바일페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중년이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결제한 첫 서비스는 무엇인가? 답을 모르겠다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 달라. 생성형 AI 산업도 예외가 아님을 여친앱이 보여준다. 지금 국내외 IT 산업계는 생성형 AI 비즈니스모델 찾기에 혈안이다. 오픈AI의 GPT4 같은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하려면 만만치 않은 API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수익이 확실한 ‘킬러 서비스’ 모델은 여전히 모호하다. 이런 와중에 속칭 ‘야설’을 써주는 성인물은 업계가 시도하기 쉬운 타깃이다. AI 기술로 이용자와 자연스레 상호 작용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문제는 이런 앱들이 사회적 감시를 피해가며 디지털 성착취 혹은 성폭력물 생성·유통의 온상으로 자라날 여지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구글플레이스토어(구글의 앱 마켓)에서 ‘AI Girlfriend’ 혹은 ‘Love’로 검색되는 앱들의 사용자 등급이 성인 기준이 아닌 ‘16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는 점만 봐도 이 분야에 대한 감시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게임물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지만 게임물이 아닌 콘텐츠는 구글의 등급 분류 기준을 적용받는다. ‘러브 스코어’가 높아지면 비밀 사진이 잠금 해제되는 여친앱처럼 게임과 게임이 아닌 콘텐츠의 경계에 있는 앱에 대해 우리 사회는 거름망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가상 여자친구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서 피해자도 없고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까? 범죄의 씨앗은 언제나 일상에서 발아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가상인간이라도 타인을 성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 사회에서는 실제 인간에 대한 성착취가 일상화되거나 성폭력에 둔감해질 여지가 크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 산업정책연구원(IPS)은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을 선도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기반을 내재화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인 기업 및 기관에 ‘제10회 CSV·ESG 포터상’을 수여합니다. 올해는 ‘공시우수성’이 추가돼 ESG 부문이 한층 확대됐습니다. 심사는 각계 권위자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이루어지며 CSV 개념을 주창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최종 심의에 참여합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 및 기관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응모를 바랍니다.○ 시상 부문△[CSV 부문] 프로세스: 민간, 공공, 비영리 등 3개 부문△[CSV 부문] 프로젝트: 효과성, 창조·혁신성, 전파성, 상생성, 성과관리 우수성, 포용성 등 6개 부문△[ESG 부문] ESG 체계성: 효과적인 ESG 경영체계 도입과 성과를 도출한 우수기업 및 기관△[ESG 부문] ESG 우수성: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공시우수성, 공급망관리, 기술경영, 노사협력 등 7개 부문○ 응모 마감: 10월 30일(월) 오후 5시○ 발표: 11월 중순○ 시상: 12월 첫째 주○ 문의: 02-360-0748, 0787www.porterprize.kr, porterprize@ips.or.kr김현지 기자 nuk@donga.com}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학원에 거의 보내지 않았다. 공부는 내재적 학습 동기가 가장 중요하며 부모의 조바심에 학원으로 아이 등을 떠밀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이의 주요 일상이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영어 실력이 많이 뒤처진다”는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얘기다. 정기 상담에서 선생님은 “보통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문법과 말하기를 배워 온다”며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추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기 쓰기나 문제 풀이 숙제 좀 내달라는 나의 주문에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 학교에서까지 내주기 힘들다”고 했다.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고 뭐 하느냐는 말로 들렸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학부모가 교사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교사와 학교의 권위가 실추된 데는 공교육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에도 원인이 있음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의 자리를 사교육에 무기력하게 내어준 탓은 아닌지. 입시 지향적 교육 수요를 촘촘하게 파고든 사교육의 효율을 공교육은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지 교육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수많은 10대가 사회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는 폐해를 사교육은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도 패배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져야 돈 버는 곳이 사교육 시장이다. 무엇보다 사교육은 미래 사회 적응에 필요한 자질을 가르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10대가 직장을 구해야 할 시기엔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하고 있을 것이다. 10대는 기계와 경쟁해 이길 능력을 갖춰야 한다. 창의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다른 이와 협업하는 능력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창의력이나 협업 능력은 높고 낮은 정도를 수치화하기 힘들다. 시간과 돈을 투입한다 해도 교육 효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는 사교육이 들어갈 틈이 없다. 공교육만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으로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사교육이 해오던 방식대로 물고기를 어디서 어떻게 잡으면 되는지 구체적 지침을 주는 일이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될지 역시 의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알아내 직접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이처럼 지식보다 태도를 가르치는 것 역시 공교육이 더 잘할 수 있다. 현재 교권 실추 해결을 위해 거론되는 대책들은 기술적 차원에 그친다는 인상을 준다. 교사 면담 사전예약제,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 등 ‘방지’ ‘보호’ ‘처벌 강화’를 강조한 방어적 키워드로는 교권 실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힘들다. 학부모 민원에 지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금, 특목고 입학에 실패한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 마 범죄자로 전락하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의 물결이 몰려오는 지금이 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줄 학교와 교사가 가장 절실한 때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호찌민에서 인천으로 출발하기 14시간 전에 결항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저녁 먹으러 나가다가 메시지 받았다는군요.” “7월 24일 런던 갈 예정인데 하필 그날부터 파업인가요? 숙박이며 투어 예약 다 어쩌죠? 항공편 문제 하나로 여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데 참 어이없네요.” 예고 없이 날아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소식에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가 온통 난리다. 여름 휴가철 항공 승객을 볼모로 잡아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아시아나 노조에 비난이 내리꽂힌다. 하지만 사정을 알면 노조의 입장도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크게 위축돼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직원들이 급여를 깎아가며 고통을 분담했는데 지난해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활이 빠듯해 대리운전에 택배 배달까지 투잡 뛰는 아시아나 기장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조종사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10%, 사측 인상안은 2.5%다. 간극이 크다. 그런가 하면, 적자가 쌓이고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내는 마당에 노조 요구대로 월급을 올려줄 수 있느냐는 경영진의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타까운 대립 속에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른다. 예고된 조종사 파업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대한항공의 움직임이다. 대한항공은 “타사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아직 인수한 게 아니니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공식화한 대한항공이 그렇게 팔짱 끼고 강 건너 불 보듯 하기만 하면 되나 싶다. 불확실한 미래와 노사 갈등에 지쳐 더 많은 아시아나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자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인수합병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노사 화합이기 때문이다. 피인수 기업의 노조는 흔히 합병 전후 사측과 적대적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 전 노조 파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합병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리처드 앤더슨 전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피인수 회사인 노스웨스트항공의 가장 큰 문제가 경영진에 적대적인 노조임을 간파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전념했다고 한다. 피인수 기업의 직원을 끝까지 포용하며 노사 화합을 이뤄낸 델타항공 사례는 국제 항공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 사례로 꼽힌다. 아시아나 노조를 달랠 방안을 무엇이라도 제안하는 것 이외에 대한항공이 할 일은 아시아나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빚어질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체 항공편 마련 등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는 모습에 소비자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금이 그 의지를 보여줄 기회가 아닌가 한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흩어져 있는 정보를 종합 정리해 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덕분에 정보 습득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적지 않다. AI가 조작한 이미지에 속아 쓸데없는 분란이 일어나거나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벌어지니 말이다. 검소와 청렴의 아이콘인 교황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패딩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3월). 미국 국방부 청사가 대규모 폭발로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5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하고 병사들은 흰색 깃발을 흔든다(지난해 3월). 가짜라서 더 유명해진 이 이미지들은 모두 AI 작품이다. 자세히 뜯어 보면 교황의 손 모양이 어색하다든지 하는 AI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결함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얼핏 봐선 감쪽같이 속기 십상이다. 가짜 이미지뿐인가. 텍스트 쪽에선 가짜 정보가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성되고 있다. 뉴스 신뢰도 평가회사인 미국 ‘뉴스가드’에 따르면 뉴스 사이트처럼 보이는 웹사이트 150여 개가 전적으로 AI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텍스트로 채워지고 있다. 오래전 사건을 방금 일어난 것처럼 쓰거나 살아 있는 사람을 ‘사망했다’고 전하는 글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런 가짜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내가 접한 정보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가짜인지 항상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AI 문해력은 AI가 잘못된 정보를 전해 줄 수 있다는 사실까지 인지하는 역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니 내 일이 줄긴커녕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만하다고 치자. 정보의 발원지를 파악하면 진위를 가릴 수 있으니까. 발원지가 공신력이 있는 매체라면 믿어도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믿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공신력 있는 매체의 정보마저 조작 배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의 워터마크(복제 방지 이미지)가 찍힌 사진이 워터마크째로 조작돼 소셜미디어에서 흘러다니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AI가 진화할수록 가짜 정보를 판별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앞으로 어떻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할까. 가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방패 역할을 할 솔루션을 도입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BBC와 뉴욕타임스는 자사 기사에 디지털 지문을 넣는 ‘프로젝트 오리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뉴스 원본에 초록색 지문을 넣고 조금이라도 조작이 가해지면 붉은색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다. 콘텐츠 이용 내력이나 작성자 정보를 담은 메타데이터를 심는 기술도 제안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조작방지 솔루션을 제안하는 곳이 전 세계에 AI를 적극 보급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같은 빅테크라는 점이다. AI의 작동 방식을 가장 잘 아는 곳이 AI의 폐해를 막을 적임자일테니 그럴 수 있다고 하기엔 찜찜하다. 이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책임감으로 조작방지 솔루션을 내놓았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을 벌여 놓고 상대에게만 판돈을 계속 깔라고 하는 상황은 아닌지. 게임의 규칙을 잘 모르거나 규칙을 만들 만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판돈만 계속 깔아주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인류를 멸망시킬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달려든다. 기술이 성공한 뒤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따져본다”고 하던 그는 원폭실험에서 죽음의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트루먼 정부에 원자폭탄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의회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를 촉구했다는 소식에 오펜하이머가 떠올랐다. 올트먼 CEO는 “점점 강력해지는 AI의 위험을 줄이려면 정부 개입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 결과물이 상업적, 정치적으로 사용될 때 가치중립적일 수만은 없다. 자신의 창조물이 인류의 보편가치를 뒤흔들지 못하게 규제해 달라고 한 점에서 두 사람은 같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오펜하이머와 달리 올트먼은 AI가 미국 정부의 핵심 전략자산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았다. 그는 백악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민관합동 AI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빅테크 거물들도 동행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정치적 전략자산으로 AI에 쏟는 관심과 열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릭 페리는 2019년 열린 ‘AI서밋 뉴욕’에서 “우리는 AI 패권을 위한 장대한 경쟁의 시대에 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전의를 다졌다. 미국이 전의를 불태우는 상대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미지 인식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능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생산한 AI용 고성능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다. 미국 자본은 중국 AI 기업에 투자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의 올트먼이 AI 규제의 필요성, 특히 국제적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역시 중국의 AI 굴기를 겨냥한 조치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이 없던 곳에 새로 룰이 만들어지는 것은 후발주자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규제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후발주자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 후발주자 무리에 중국뿐 아니라 우리도 포함돼 있다. AI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올트먼의 AI 규제론이 후발주자의 추격을 방해하는 선발주자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 업계에선 “한국이 AI 산업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시간이 3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여러 규제가 이 촉박한 시간에 우리 자체 기술 개발 기회를 축소하거나 박탈하지 않도록 룰 메이커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어느 쪽에도 휩쓸리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후발주자의 숙명이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