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김현지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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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현지 기자입니다.

nuk@donga.com

취재분야

2026-04-11~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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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현장 뛰던 가을동화 가수, 이젠 드릴 쥐고 100만 뷰[은퇴 레시피]

    아버지는 깡촌 흙수저 출신의 성공한 은행원이었다. 그는 삼남매에게 늘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덕분에 윤창건 씨(53)는 누나와 함께 요즘 말로 ‘선행학습’을 하며 자랐다. 중학교 때 성적이 좋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이과를 택했다. 부모님은 의사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윤 씨의 꿈은 따로 있었다.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 덕에 피아노 실력도 제법 됐다. 그는 부모님을 설득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과에서 예체능 계열로 전과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방향을 틀다 보니 첫 입시에서 보기 좋게 고배를 마셨다. 재도전을 다짐한 스무살의 그는 중앙대 작곡과 교수실 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연락도 없이, 일면식도 없는 교수를 찾아가 레슨을 요청한 것이다. “사실 교수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많이 망설였어요. 저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서 포기하고 돌아섰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돌아와 끝내 노크를 했죠. 어쩌면 그게 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해 말 윤 씨는 중앙대학교 작곡과에 93학번으로 입학했다.● 극심한 통증 앞에 무너진 가수의 꿈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에 들어선 건 군 제대 후였다. 제3회 예당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당시 유명 매니지먼트사 예당엔터테인먼트에 입성했다. 바로 윗기수에 김경호가, 아래 기수에는 싸이가 있었다. 발라드 가수였던 그에게 기회는 더디게 왔다. 댄스 음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발라드 앨범 발매는 계속 미뤄졌다. 이 무렵 송승헌·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가을동화’ OST를 불러줄 가수를 급히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는 형의 부탁으로 ‘얼마나 내가’를 녹음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OST 앨범만 150만 장이 팔렸고 일본에서도 열풍이 불었다. 후속작 ‘겨울연가’까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그는 약 8년 간 일본 무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기세를 몰아 입시 전문 실용음악학원 ‘VNC 보컬 트레이닝 센터’를 열었다. 레슨 때부터 녹음하고 즉시 들어보는 방식, 기획사의 가수 트레이닝과 동일한 커리큘럼을 적용했다. 효과가 검증되면서 학원은 빠르게 성장했다. 사업을 확장해 가던 어느 날, 갑자기 뒷목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팠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어 발작이 찾아왔다. 1년이 지나서야 병명이 밝혀졌다. ‘설인신경통’이었다. 혀와 인두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동맥과 엉켜 동맥이 뛸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오는 병이었다. 희귀 질환이라 집도의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뇌수술만이 유일한 해법이었고 2012년 극적으로 수술에 성공했다. 하지만 학원은 접어야 했고 노래도 부를 수 없게 됐다.● 배수진 치고 육체노동에 뛰어들다 취미삼아 하고 있던 한옥 목수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며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다. 남은 것이 몸 뿐이었던 그는 무작정 건설 현장을 찾아갔다. 도서관 신축 현장 인력사무소에서 일당 12만 원을 받으며 콘크리트 미장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돈으로는 병원비와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에서 일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대리운전을 나갔다. 비나 눈이 와서 현장이 쉬는 날에는 배달을 했다. 현장에서 그의 별명은 ‘가방끈’이었다. 대학물 먹은 사람이 현장 막일을 한다는 게 드물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을 보면 먼지 나지 말라고 쳐 놓은 천막이 있잖아요. 그 천막 안의 세계는 천막 밖의 세계와 전혀 달라요.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사람들 생각의 결도 달라요.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노래하던 사람이 지금은 건설 현장 일하고 야채 배달 하자니 괴리감이 컸었어요.”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트럭 대리운전을 하던 어느 날, 옆자리에 탄 손님이 술기운에 툭 던졌다. “자네는 대리운전만 할 것 같진 않은데, 낮엔 뭐 하나?” 그는 명함 한 장을 건네고 내렸다. 창틀·난간·철제문을 다루는 금속 시공 회사였다. 윤 씨는 다음날 그 명함을 들고 곧장 해당 회사를 찾아갔다. 술김에 건넨 명함을 들고 나타난 그를 상대방은 신기한 듯 바라봤다. 그곳에서 그는 용접부터 시작해 금속 시공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나갔다. 실측부터 발주, 시공까지 혼자 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른 2022년 건축 시공사 ‘오늘의현장’을 설립했다. 이어 반경 5km 내 철물점의 자재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앱 ‘오늘의 현장’을 직접 개발했고 이 앱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돌고 돌아 콘텐츠로… “조명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첫 영상은 철에 구멍을 뚫는 전동드릴 사용법이었다. 위험한 공구인 만큼 현장 초보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였다. 반응은 처음부터 뜨거웠다. 채널은 인스타그램으로도 확장했다. 구독자 층을 넓히기 위해 올린 페인트칠 영상은 100만 뷰를 넘어섰다. 집수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 시청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삼화페인트가 처음으로 협업을 제안해 왔다. “하이샷시 레일 교체 직접 해보기! 이것도 하기 싫으면 돈이 많나봐?” , “for 문과생 남편. 1분 안에! 감전 없이 전등 가는 법!”과 같이 톡톡 튀면서도 깨알 같은 정보가 담긴 그의 영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총 21만 명이 구독한다. 올해는 카카오톡 숏폼에도 진출해 ‘건축의 가성비’, ‘싱크대 배수구 냄새 잡는 법’ 같은 생활 밀착형 콘텐츠로 대중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집수리 의뢰를 받아 검증된 기술자를 연결해 주는 ‘오늘의 집사’ 서비스를 출시하며 전문가 매칭 플랫폼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집수리 사업 아이디어는 ‘오늘의현장’ 채널 구독자 4명 중 1명이 여성이라는 데 착안했다. “여성분들이 집수리를 의뢰할 때 어떤 사람이 내 집에 방문할 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으니까요. 우리가 교육하고 검증한 전문가를 보낸다면 안전함이나 집수리 품질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건설업에서 출발했지만 SNS 채널과 플랫폼 서비스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 점점 커져 이제는 6대 4 수준이 됐다. 가수, 학원 운영자, 건설 현장 노동자, 크리에이터로 이어지는 그의 커리어는 언뜻 종잡을 수 없이 이리저리 튀는 공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삶의 궤적들이 크리에이터라는 한 지점에서 맞닿아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교육이 제게 맞았고 결국 미디어로 돌아온 것이지요. 카메라의 조명이 어색하지 않았으니까요.”● “누가 해봤답네” 말하는 것이 실패의 지름길그는 자신이 가진 자원들을 연결하는 힘이 독서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통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만큼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력이 새로운 길을 여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실패를 덜 하는 비결이요? 실패를 많이 해보는 것밖에 없어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내려면 먼저 부딪혀 보고 그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래서 그는 회사에서 금칙어를 정해뒀다. “누가 해봤답네(누가 해봤는데 안 됐대요)”라는 말이다. 남의 실패를 이유로 시도조차 포기하는 순간 성공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는 오래 몸 담고 있던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일찍 나오는 편이 행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 건강이 뒷받침되고 새로운 실패를 감당할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의 경우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은 항상 앞이 깜깜했어요.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더듬더듬 찾아야 했죠. 더듬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찾다 보면 언젠가는 찾게 돼있어요. 그렇게 찾은 스위치는 정말 아름다운 스위치인 것이죠. 더듬어 찾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스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라고 좌절하거나 주저앉기엔 삶이 아깝다고 그는 말한다. 언젠가 에세이를 쓴다면 제목은 ‘롤러코스터에서 뛰어내리기’로 할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그 제목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분투 중이다.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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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단 보조부터 병상 배정까지…고려대 의료원의 ‘AI 미래 병원’ 구상은?[김현지의 with AI]

    의사는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묻지만 시선은 모니터를 향해 있다. 환자의 진료 기록, 복용 중인 약물, 검사 수치 등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확인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가 말을 잇는 동안 의사의 손은 키보드 위를 바쁘게 오간다. 눈을 맞출 틈이 없다.고려대학교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을식)이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 같은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35년 개원 예정인 고려대 동탄병원을 중심으로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연결하는 빅데이터 기반 초정밀 쿼드(Quad)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막힘없는 임상 워크플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이 계획의 핵심은 ‘AI 비서가 함께하는 진료실’이다. AI가 환자의 복잡한 병력을 요약하고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평가 결과를 참조해 함께 제시함으로써 오진 위험을 낮추고 진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박홍석 고려대의료원 의학지능정보본부장은 “진료 기록, 임상 가이드라인, 건강보험 약제비 심사 결과까지 AI가 한꺼번에 검토해 처방을 보조할 수 있다면 의사의 실수도 줄일 수 있고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최신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구현할 방법으로는 구글의 멀티모달 의료 AI 모델 ‘MedGemma’를 비롯한 의료 전문 오픈소스 모델에 고려대의료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과 심평원의 심사 평가 결과를 RAG(검색 증강 생성)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결합한다. RAG는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정보를 직접 검색해 반영하는 기술로, 최신 정보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자동으로 의무기록에 반영하는 ‘보이스(Voice) EMR’도 도입한다. ‘음성→텍스트 변환(STT)’ 기술을 활용한 이 시스템은 의사가 진료 중 별도로 기록을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병원 운영 전반도 AI로 최적화한다. ‘디지털 커맨드 센터’는 입원·퇴원 현황과 수술실 가용 여부를 초 단위로 분석해 최적의 병상을 배정하고 적합한 진료팀을 연결한다. 예약부터 진료, 결과 확인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환자 동선이 구현되고 행정 인력의 업무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각 병실 벽면에는 인터랙티브 대시보드를 설치해 환자가 자신의 치료 일정과 경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사가 언제 나오나”, “퇴원은 언제인가”와 같이 간호 인력에게 반복되는 질문은 음성 인식 챗봇이 대신 답변한다.고려대의료원은 이와 같은 스마트 의료 시스템을 동탄병원뿐 아니라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이들 병원에서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병원 정보 시스템인 PHIS(정밀의료 병원 정보 시스템)를 동탄병원에도 연동해 4개 병원이 진료 기록을 공유하고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인프라를 갖춘다.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동탄병원을 비롯한 고려대의료원 전체에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정밀의료와 수준 높은 진료 경험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가장 정교하고 안정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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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비서’ 함께라면 더 가까워지는 환자와 의사

    의사는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묻지만 시선은 모니터를 향해 있다. 환자의 진료 기록, 복용 중인 약물, 검사 수치 등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확인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가 말을 잇는 동안 의사의 손은 키보드 위를 바쁘게 오간다. 눈을 맞출 틈이 없다. 고려대학교 의료원이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 같은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35년 개원 예정인 고려대 동탄병원을 중심으로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연결하는 빅데이터 기반 초정밀 쿼드(Quad)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막힘없는 임상 워크플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AI 비서가 함께하는 진료실’이다. AI가 환자의 복잡한 병력을 요약하고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평가 결과를 참조해 함께 제시함으로써 오진 위험을 낮추고 진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박홍석 고려대의료원 의학지능정보본부장은 “진료 기록, 임상 가이드라인, 건강보험 약제비 심사 결과까지 AI가 한꺼번에 검토해 처방을 보조할 수 있다면 의사의 실수도 줄일 수 있고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최신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구현할 방법으로는 구글의 멀티모달 의료 AI 모델 ‘MedGemma’를 비롯한 의료 전문 오픈소스 모델에 고려대의료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과 심평원의 심사 평가 결과를 RAG(검색 증강 생성)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결합한다. RAG는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정보를 직접 검색해 반영하는 기술로, 최신 정보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자동으로 의무기록에 반영하는 ‘보이스(Voice) EMR’도 도입한다. ‘음성→텍스트 변환(STT)’ 기술을 활용한 이 시스템은 의사가 진료 중 별도로 기록을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 병원 운영 전반도 AI로 최적화한다. ‘디지털 커맨드 센터’는 입원·퇴원 현황과 수술실 가용 여부를 초 단위로 분석해 최적의 병상을 배정하고 적합한 진료팀을 연결한다. 예약부터 진료, 결과 확인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환자 동선이 구현되고 행정 인력의 업무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각 병실 벽면에는 인터랙티브 대시보드를 설치해 환자가 자신의 치료 일정과 경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사가 언제 나오나”, “퇴원은 언제인가”와 같이 간호 인력에게 반복되는 질문은 음성 인식 챗봇이 대신 답변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와 같은 스마트 의료 시스템을 동탄병원뿐 아니라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이들 병원에서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병원 정보 시스템인 PHIS(정밀의료 병원 정보 시스템)를 동탄병원에도 연동해 4개 병원이 진료 기록을 공유하고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인프라를 갖춘다. 윤을식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은 “동탄병원을 비롯한 고려대의료원 전체에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정밀의료와 수준 높은 진료 경험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가장 정교하고 안정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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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선거 6주 앞두고 딥페이크 기승 [김현지의 with AI]

    6월 3일 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둔 지난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AI 딥페이크 분석 모델’에 후보자 A 씨로 보이는 인물이 선거로고송을 부르는 영상이 접수됐다. 영상 속 인물은 생김새와 몸짓, 목소리까지 A 씨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유사했지만 분석 결과 AI로 조작된 ‘가짜(fake)’로 판정됐다.2023년 12월 공직선거법에 딥페이크 관련 규정이 신설되면서 선거일 90일 전부터 AI를 이용한 딥페이크 선거 영상이 전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선거 관련 딥페이크가 계속 제작, 유포되고 있다. 2월에는 허위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한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 B 씨가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B 씨는 외국 유명 시사주간지가 지역 발전을 이끌 인물로 자신을 선정했다는 허위 내용의 영상을 제작한 후 AI 생성물 표시 없이 개인 SNS에 게시·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선거 국면에서 등장하는 딥페이크는 갈수록 정교해지는 추세다. 21일 박남인 국과수 디지털과 공업연구관은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을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실사 사진으로 생성한 영상에 AI 음성을 입히거나 실제 음악 위에 합성 목소리를 덧씌운 선거송 형태의 콘텐츠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이런 콘텐츠는 일반인이 눈과 귀만으로 진위를 가려내기 더욱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유통 방식도 문제를 키운다. 이메일을 통해 원본 파일 형태로 유포될 때는 AI 조작 여부를 비교적 가려내기 쉽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이 다운로드된 뒤 메신저를 통해 재유포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메타데이터가 삭제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원본 정보가 훼손되면 딥페이크 여부를 판별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딥페이크가 실제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수사기관도 엄정 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만 처벌 중심의 사후 규제만으로는 빠른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박 연구관은 “시민 스스로 허위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의심스러운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 검색에 올려 해당 이미지의 원본이 따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1차 검증 방법이다. 눈을 깜박이지 않거나 말하는 입 모양과 음성의 싱크가 미세하게 어긋나는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영상의 경우 특정 프레임을 캡처해 이전에도 존재했던 장면인지 살펴보는 등 역검색을 생활화하는 습관도 허위 정보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박 연구관은 덧붙였다.원주=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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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선거 6주 앞두고 딥페이크 기승

    6월 3일 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둔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AI 딥페이크 분석 모델’에 후보자 A 씨로 보이는 인물이 선거로고송을 부르는 영상이 접수됐다. 영상 속 인물은 생김새와 몸짓, 목소리까지 A 씨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유사했지만 분석 결과 AI로 조작된 ‘가짜(fake)’로 판정됐다. 2023년 12월 공직선거법에 딥페이크 관련 규정이 신설되면서 선거일 90일 전부터 AI를 이용한 딥페이크 선거 영상이 전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선거 관련 딥페이크가 계속 제작, 유포되고 있다. 2월에는 허위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한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 B 씨가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B 씨는 외국 유명 시사주간지가 지역 발전을 이끌 인물로 자신을 선정했다는 허위 내용의 영상을 제작한 후 AI 생성물 표시 없이 개인 SNS에 게시·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등장하는 딥페이크는 갈수록 정교해지는 추세다. 21일 박남인 국과수 디지털과 공업연구관은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을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실사 사진으로 생성한 영상에 AI 음성을 입히거나 실제 음악 위에 합성 목소리를 덧씌운 선거송 형태의 콘텐츠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이런 콘텐츠는 일반인이 눈과 귀만으로 진위를 가려내기 더욱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 방식도 문제를 키운다. 이메일을 통해 원본 파일 형태로 유포될 때는 AI 조작 여부를 비교적 가려내기 쉽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이 다운로드된 뒤 메신저를 통해 재유포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메타데이터가 삭제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원본 정보가 훼손되면 딥페이크 여부를 판별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딥페이크가 실제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수사기관도 엄정 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만 처벌 중심의 사후 규제만으로는 빠른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박 연구관은 “시민 스스로 허위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심스러운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 검색에 올려 해당 이미지의 원본이 따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1차 검증 방법이다. 눈을 깜박이지 않거나 말하는 입 모양과 음성의 싱크가 미세하게 어긋나는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영상의 경우 특정 프레임을 캡처해 이전에도 존재했던 장면인지 살펴보는 등 역검색을 생활화하는 습관도 허위 정보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박 연구관은 덧붙였다.원주=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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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현지]신입 뽑지 않는 시대… 청년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한숨이 깊다. “고용시장에서 신입 채용은 거의 끊길 것 같은데 경력 없는 사람들은 스타트업 창업해 바닥부터 경력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게 제일 유망해 보이네요.” “정말 창업을 스펙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인가 봐요.” 이런 와중에 스물몇 살의 젊은이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천억 원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은 이들의 불안과 조바심에 불을 지른다. AI의 진화가 거듭될수록 청년들의 불안은 구조적 추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신입 사원이 실수를 거치며 배우던 ‘엔트리레벨(Entry-level)’ 업무를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면 기업들이 신입을 대규모로 채용할 경제적 유인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회사가 나를 고용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압박 속에 청년들은 소규모 창업과 1인 기업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단순한 청년 일자리 감소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경력 축적 구조의 단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의 구조적 축소는 직무 전문성을 쌓을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터는 단순히 월급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실수하고 배우며 직무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체득하는 훈련장이다. 처음 들어갈 자리가 줄어들면 청년이 경력을 쌓을 출발점을 잃게 된다. 이는 몇몇 청년의 취업 실패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미래의 중간 관리자, 숙련 실무자, 산업 인재를 길러낼 통로를 잃는다는 뜻이다. 회사 내부에 축적된 암묵지(暗默知)가 다음 세대로 흘러가는 경로도 막힌다. 지식의 단절은 곧 사회 전체의 역량 손실이기도 하다. 창업이 대안처럼 거론되지만 사업 감각은 현장 없이 체득될 수 없고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많은 사업가들이 직장 경력을 자산 삼아 창업해 성공을 일궜다.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하다 우연히 방문한 제재소에서 공기 회전을 이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기술을 보고 흡입력 강한 진공청소기 명가를 구축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삼성SDS에 다니다 독립해 검색 회사를 창업해 크게 키웠다. 시장을 읽는 감각은 일터의 경험 위에서 비로소 자란다. 경험이라는 토양을 갖추지 못한 채 창업하라는 요구는 씨앗을 심을 밭도 없이 수확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문제를 시장의 자율 조정에만 맡겨둘 경우 청년 실업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고착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AI와 노동시장 재편을 주제로 열린 한 민간 포럼에서는 현재 공공 부문에 적용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고용 여력이 있는 일부 민간기업으로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미래를 조망하는 전문가들이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AI의 일자리 대체를 주요 의제로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청년이 일터에서 배우고 넘어지며 다시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AI가 바꾸는 것은 노동시장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그 자체일 것이다. 김현지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nuk@donga.com}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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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 한 채가 공주에선 네 채… 빚 갚던 부부, 이젠 저축[은퇴 레시피]

    충남 공주의 구도심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되고 낡은 집과 상가들 사이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이색적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팝아트처럼 톡톡 튀는 간판의 서점과 빵집, 단아하고 정갈한 한옥 스타일의 작은 카페. 과거와 현재의 건축물이 낯선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반죽동 그곳’도 시간의 켜가 앉은 골목에 은근히 자리 잡은 신축 건물이다. 자갈이 깔린 앞마당과 마루는 적당히 비어 있고 편안하다. 연고도 없는 공주에 정착해 5년째 살고 있는 신철동(67)·전미경희(66) 부부가 이 도시에 이끌린 것도 바로 이 편안함 때문이었다. “공주에 와 보니 어렸을 때 살던 골목 모습이 딱 있는 거예요.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동네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다 갖춰져 있고 도시는 낡았지만 이야깃거리가 풍부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1박 2일 여행이 인생을 바꾸다신철동·전미경희 부부는 평생 서울 혹은 서울 근교에서 살아왔다. 신 씨는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다 55세에 은퇴했고 전 씨는 영국 대사관에서 일하다 63세에 퇴직했다. 서울 밖에서 살아본 경험이라고는 전북 군산에서 2년 6개월, 영국에서 2년이 전부였다. 그런 두 사람이 충남 공주에 정착하게 된 건 1박 2일 여행 덕분이었다. 6년 전, 부부는 은퇴 후 지낼 조용한 곳을 찾아 2년째 수도권 일대를 물색하고 있었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단독주택을 팔고 양평·수원·이천·여주 어딘가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공주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이튿날 봉황재 운영자인 권오상 씨의 안내로 마을 투어에 나섰다. 권 씨는 공주에 대해 ‘오랜 역사와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영국의 바스(Bath)와 같은 도시’라고 소개했다. 공주는 백제의 수도였고 조선 시대엔 충남 지역 감영이 있던 곳이며 조선 말기엔 동학농민운동의 현장이었다. 서로 다른 시대 사람들의 흔적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흔치 않은 장소다. 권 씨는 한발 더 나아가 실질적인 정보도 귀띔해줬다. 공주에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공주는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고도지정지구’로, 이곳에서 한옥을 지으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자신도 수도권 생활을 접고 공주에 내려와 게스트하우스를 연 이주민이었다. 부부는 그로부터 한 달 뒤 반죽동 땅 100평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매입한 땅 위에는 25평 규모의 한옥도 올렸다. 현대식 주방과 화장실을 갖춘 하이브리드 한옥이었다.● 판교 집 한 채가 공주에선 네 채로 처음에 부부는 한옥을 수익 모델로 생각하지 않았다. 3년 반 동안은 직접 그곳에서 살았다. 그러다 옆집 2층 양옥이 매물로 나오자 바로 매입하고 거처를 옮기면서 한옥을 게스트하우스로 전환했다. 첫 손님을 받을 때까지도 큰 기대는 없었다. 2024년 12월 숙박 예약 사이트에 ‘반죽동 그곳’이라는 상호를 올려놓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날 정도였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예약 문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돌아와 첫 손님을 맞았다. 6개월 뒤에는 한옥 앞에 지어둔 한 칸짜리 건물에 카페를 하고 싶다며 월세 계약 요청이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임대를 줬다. 이런 식으로 부부는 집 두 채에 카페와 소품숍까지, 건물 네 채의 주인이 됐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판교 주택 한 채를 판 돈20억 원으로 모두 충당할 수 있었다. 한옥을 지을 땅 100평에 2억 7500만 원, 한옥 건축에 3억 5000만 원으로 총 6억 2500만 원이 들었지만 공주시에서 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실제 투자금은 5억 2500만 원이었다. 한옥 앞마당 땅은 5500만 원에 사들여 1억 원을 들여 손봤고 이 과정에서도 시 지원금 3000만 원이 나왔다. 여기서 나오는 수입도 부부가 살아가기에 충분하다.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얻는 사업소득과 카페·소품숍 임대소득을 합치면 두 사람이 한 달을 나기에 모자람이 없고 연금까지 보태지니 노후 생활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전 씨는 “서울에 살 때는 집 사느라 빌린 대출금을 갚아야 했고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어서 꼭 하우스 푸어처럼 살았는데 은퇴 후에 오히려 약간의 저축이 가능해졌다”며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자금 여유가 생기면서 부부 모두 취미 생활을 즐기며 여유 있게 지내고 있다. 신 씨는 요즘 어반 스케치에 푹 빠져 있다. 직접 동아리를 꾸려 홍성·서산·아산·당진은 물론 일본까지 스케치 여행을 다닌다.● 공주의 도움을 받고, 공주에 힘을 보태다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연고 없는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귀향했다가 원주민의 텃세에 치여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신 씨는 “어딜 가나 먼저 살던 사람들의 텃세가 없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다행히 공주에 이주민 커뮤니티가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주의 도시재생 흐름을 읽고 먼저 내려와 정착한 이주민들이 부동산 정보부터 한옥을 잘 짓는 장인 소개까지 발 벗고 나서줬다는 것이다. 부부 역시 이 도시에 보답하고 있다. 전 씨는 영국 대사관 근무 경험을 살려 공주와 영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전직 영국 대사가 퇴임할 무렵 그를 게스트하우스로 초청해 공주의 멋을 알렸다. 현직 대사 부부도 이곳에 다녀갔다. 3주간 한국을 여행하던 영국 신혼부부가 마지막 여행지로 공주를 택해 반죽동그곳 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찾았다는 후기도 있다. 부부는 또 지난해 말 개업 1주년을 맞아 이주민 커뮤니티 구성원 30∼40명을 모아 축하 파티를 열고 가야금 연주자를 초청한 공연도 마련했다. 전 씨는 공주평생교육원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영어 그림책 읽기·토론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부부를 공주로 이끈 장본인이자 이주민 커뮤니티의 일원인 권오상 씨는 “공주에서만 살아온 원주민들은 오히려 공주의 매력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원주민과 이주민의 융합이 시너지를 내면서 공주 재생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친구들에게도 지방살이를 적극 권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다들 동의는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다는 식이다. 전 씨는 “나이 들어 사는 곳을 옮긴다는 게 두렵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은 왠지 뒤처지는 듯한 느낌도 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조금 내려놓고 지방으로 오면 삶에 여유가 생긴다는 게 부부의 공통된 이야기다. 공주에서의 하루하루가 서울에서보다 훨씬 풍성하다고 확신하는 부부는 내려놓는 것이 잃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 길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필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우물쭈물하지 않는 결기라고.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글 사진 공주=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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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 쌓아 취업하던 시대 끝났다…AI 시대, ‘소규모 창업’이 온다”[김현지의 with AI]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쌓아 취업하던 기존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일을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정의해 일을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사고를 바꿔야 한다. AI 시대에는 연 1~2억 원 수준의 수익으로 지속 가능한 소규모 창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NC문화재단 스테이지블랙에서 열린 제4회 미래탐험포럼에서 류정혜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은 AI로 인해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진 청년 세대의 커리어 전략을 묻는 질문에 “투자 감각, 즉 사업 감각을 모두가 키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렇게 답했다.이와 함께 기성세대의 노하우와 지식을 청년 세대에게 전수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정수 블루닷AI연구센터장은 “50대 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해 기업 내부에 쌓인 지식을 청년 세대에게 전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사)미래학회장은 청년 세대에게 작은 실험의 기회를 만들어줬더니 그들이 그 기회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키더라는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며 “청년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떠넘길 것이 아니라 작은 기회라도 만들어주는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미래탐험공동체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예측하고 기회를 능동적으로 포착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전문가 집단이다. 2024년 포항공과대학과 공동으로 ‘불확실성의 시대,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다.이번 제4회 포럼의 주제는 ‘AI 가속화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 소득 구조의 해체,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이다. 포럼 진행을 맡은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2026년은 AI라는 롤러코스터가 정점을 지나 본격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하는 해”라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일→소득→소비→성장’이라는 사회구조의 연결 고리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짚어보는 자리”라고 포럼의 취지를 설명했다.류정혜 위원이 2026년 AI 트렌드와 일의 미래를 조망하며 포문을 열었고, 강정수 센터장과 송길영 작가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밑그림을 제안했다. 박성원 미래학회장은 ‘생존경쟁사회에서 의미경쟁사회로의 전환’을 주제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류정혜 위원은 기업의 AI 전환이 ‘해고’가 아닌 ‘재설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전면 도입한 후에도 직원 3000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IT 회사 DeNA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AI 도입을 경영 효율화에서 멈추지 말고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자원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난바 도모코 DeNA 회장은 지난 3월 ‘DeNA x AI 2026’ 행사에서 “현재 인력의 절반으로 기존 사업을 발전시키고, 나머지 절반은 단일 사업이 아닌 복수의 신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새로운 성장을 꾀하겠다”고 밝혔다.강정수 센터장은 “진짜 AI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고 일자리 예측도 계속 빗나가고 있다. 중요한 건 두려움을 갖는 게 아니라 생존 전략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태도”라며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스스로를 재포지셔닝하는 것만이 지금의 혼란을 헤쳐나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송길영 작가는 “AI 시대에는 클수록 도태된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라 대마필사(大馬必死)”라는 말로 거대 조직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역설하며 암기와 기존 방식의 재현이 아닌, 창의성과 고유한 서사를 가진 개인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박성원 미래학회장은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을 ‘낡은 사회 서사의 실패’로 진단했다. ‘명함’과 ‘집’으로 능력을 증명하던 생존경쟁의 프레임은 2000년 이전에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이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의미경쟁 사회’로의 전환이다. 생존경쟁이 ‘더 많은 소유와 상승’을 성공으로 정의했다면 의미경쟁은 ‘더 많은 기여’와 ‘자기 서사’를 중심에 놓는다. 불확실성과 가치 충돌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복잡성 대응 능력, 그리고 세대 갈등을 조율하는 얼라인먼트 역량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네 발표자의 시각은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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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활용 아이디어 겨루고 창업까지”… 200만 참여 AI 축제 개막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하는 국민을 발굴하고 AI 활용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국민 AI 경진대회’와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 국민 AI 경진대회’를 진행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일상 속 AI 활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는 총상금 30억 원을 걸고 200만 명 이상의 참여를 목표로 한다. 대회는 참가자의 역량과 목적에 따라 네 개 부문으로 나뉜다. 일반 국민은 AI 퀴즈대회·AI 오류찾기 등 AI 활용 경험 중심의 활동을 통해 대회에 참여할 수 있고 초중고 학생은 AI 창작대회와 로보틱스 챌린지에 도전할 수 있다. 대학생·연구자는 AI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전문 대회에 나설 수 있으며, 어르신과 장애인은 정보검색 등 기초적인 AI 활용 능력을 측정하는 ‘국민 행복 AI 경진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경력보유여성이나 ‘쉬었음청년’이 AI 활용 교육을 받은 후 실제 결과물을 제작해 볼 수 있는 ‘리부트 AI 활용대회’도 함께 열린다. 과기부는 11월까지 트랙별 예선과 본선을 열고 12월에 결선과 시상식으로 대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참가자에게는 취·창업의 문도 열린다. 배경훈 부총리는 “우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연계해 밀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두의 창업’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중기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대학·액셀러레이터 등 100여 곳의 전담 보육기관과 선배 창업자 멘토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 국민 AI 경진대회 참여를 위한 상세 정보는 대회 통합 홈페이지(aichallenge4al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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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병목 돼버렸다”…AI에 휘둘리는 ‘클로드 블루’ 확산[김현지의 with AI]

    “지금 실리콘밸리는 매우 우울하다. 유능한 시니어 개발자조차 ‘AI가 나를 곧 대체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개발직군 뿐 아니라 사무직도 앞으로 몇 주, 길어야 몇 달 안에 AI 네이티브(AI를 내재화해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태도)가 강제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중략) 지금 에이전트 세 개 이상을 돌리지 않고 있다면 우리의 목숨이 닳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 오늘 하나라도 더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지난 18일 AI 커뮤니티를 강타한 한 마케터의 글 ‘Claude Blue - 실리콘밸리 전체가 우울하다’는 폭주하는 AI 앞에 선 사무직 종사자의 날카로운 위기의식을 담고 있다. 브런치 블로그에서 ‘클래미’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한원준(34) 씨는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AI 기반 공공조달 입찰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 ‘클라이원트’에서 마케팅과 기업 성장 전략을 맡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우울감이 머지않아 한국에도 상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회사의 공동 창업자 금승도(33) 씨는 “AI가 일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기 버겁다”며 “이제 인간이 병목이 된 세상”이라고 말했다. AI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직접 경험하는 AI 협업의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실존적 위기한원준 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녀 실리콘밸리에 재직 중인 선후배가 많다. 그는 이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정보를 교환하는데, 그가 전해듣는 소식에 따르면 현지의 분위기는 불과 몇 달 사이에 극적으로 달라졌다.“올해 2월 초까지만 해도 새 AI 기능이 나올 때마다 ‘와 대박이다’ 하면서 즐기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2~3월 사이 ‘클로드 오퍼스 4.6’과 ‘GPT 5.4’가 출시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나 얼마 안 남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역량을 인정받는 시니어 엔지니어도 예외가 없었어요.”현지에서는 AI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근무 환경이 이미 일상이 됐다. 엑셀, 워드 등 생산성 도구가 에이전트와 연동돼 있어 에이전트만으로 업무를 처리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관건은 이제 ‘에이전트를 얼마나 잘 지휘하느냐’로 옮겨 갔다.“사람이 담당하는 핵심은 업무의 처음과 끝이에요. 무엇을 만들 것인지 정하는 것, 그리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보고 어떤 부분을 보완할지 판단하는 거죠. 어느 부분을 에이전트에 맡기고 어느 부분은 반드시 사람이 검토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설계하는 것 자체가 핵심 역량이 됐다고 해요. 에이전트를 돌리면 토큰 비용이 발생하니 사람과 에이전트의 리소스를 최적화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것이죠.”● “내가 병목이구나”금승도 씨는 웹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해 영업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과업을 혼자 진행하고 있다. 예전이라면 프런트엔드·백엔드·디자인 등 10명이 달라붙어야 할 규모다. 하지만 지금은 AI 에이전트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리기만 하면 되니 업무를 잘 아는 프로젝트 매니저 1명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AI가 워낙 빠르게 작업물을 내놓다보니 작업물을 검토하는 일이 숨가빠진 것이다. “AI는 밤새 일 할 수 있으니까 퇴근할 때도 AI에게 일을 시켜놓고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아침에 출근해 보면 AI가 만든 보고서가 쌓여 있죠. 밤새 나온 결과물을 아침에 검토하고 다시 다음 작업을 지시하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몸도 마음도 지치더군요.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면 논의하는 틈에 자연스럽게 숨 돌릴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AI는 한 번에 다 해오니까 쉴 틈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지친 몸과 마음이 일주일 휴가를 쓰고 난 후에야 회복이 되더군요. 그때 ‘내가 병목이구나’ 싶었죠.”AI의 실행 속도가 인간의 검토 속도를 추월하는 순간, 사람이 병목이 된다. 한 씨는 실리콘밸리에서는 AI가 생성하는 코드 양이 이미 사람이 리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코드 검토를 건너뛰고 그대로 배포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AI로 빠르게 업무 처리를 하면서도 이 때문에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현상 역시 AI 전환 과도기의 민낯이다.● “비개발자도 곧 똑같이 겪는다”한 씨는 이런 현상이 머지않아 사무직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개발직군이 아직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AI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AI를 충분히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AI 잘 쓰네’라고 여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AI를 덜 쓰고 있는 거라고 봐요. 실리콘밸리의 탑티어 개발자들은 이미 AI를 너무 세게 밀어붙인 나머지 ‘내가 병목이다’는 감각에 도달했고 바로 그 불편함이 진짜 AI 시대를 살고 있다는 신호라는 거죠.”그의 일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고객을 만나 기획하고, 직접 글을 써서 SNS에 올렸다. 지금은 고객과의 대화를 녹음해 AI에 넘기고 “정리하고 기획서 만들고 포스팅용 자료 만들어서 올려”라고 지시할 뿐이다. 직접 하는 일은 고객을 대면하는 것 하나로 줄었다.“경쟁자가 AI에 더 많은 일을 시켜 더 많은 결과물을 쏟아낸다면, 저도 결국 AI가 내놓는 방대한 산출물을 미처 다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겠죠.”● “창업만이 답인가”대화는 자연스럽게 커리어의 미래로 이어졌다. 금 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책임지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사람까지만 필요해질 것”이라며 “AI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설 자리를 잃는 건 자명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의 조건이 무엇인지, 지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한 씨의 전망은 한층 구체적이다. 100명이 일하는 회사가 있다면 세 명이 에이전트를 활용해 같은 결과물을 더 낮은 비용으로 내놓는 회사가 나타날 것이다. 기존 회사는 버티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그 세 명짜리 회사가 안전한 것도 아니다. 에이전트를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다. 살아남는 곳은 결국 소수가 에이전트를 능숙하게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구조를 갖춘 조직뿐이라는 것이다.그렇다면 개인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두 사람의 대답은 같았다. “AI에게 일을 시키고 아무도 나를 고용하지 않는 시대엔 내가 나 자신을 고용하는 것, 결국 창업이 궁극적인 답이 되지 않을까요?”실리콘밸리의 그 시니어 엔지니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씨는 전했다. 창업을 막연히 동경하기만 했던 그가 지금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순수한 흥미가 아닌 절박함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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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체 흡입 ‘유사니코틴’ 강화된 검증 필요

    담배처럼 호흡을 통해 인체에 흡입하는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 검사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관련 법의 공백 때문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담배 업계에 따르면 담배의 원료인 니코틴과 비슷한 ‘유사니코틴’은 현재 인체 유해성 검사나 독성 검사 등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통이 쉬워지면서 전자담배 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게다가 딸기나 포도 등 과일향까지 첨가돼 청소년들의 이용률까지 높아지고 있다. 유사니코틴은 니코틴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신종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을 결합해 만든다는 점에서 ‘합성니코틴’과 비슷하지만 화학물질 관리 체계상 다른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유사니코틴은 니코틴이 함유됐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고, 인체에 어느 정도 유해한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사용 방식이 담배와 유사하고 담배가 주는 타격감으로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유사니코틴을 ‘가짜 니코틴’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니코틴과 분자구조가 다른 유사니코틴 등 신종 화학물질에 대한 판단 기준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유사니코틴이 담배에 포함될 경우 유해성 검증 없이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유사니코틴은 유해성분 검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유사니코틴은 천연·합성니코틴보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화학물질이어서 강화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사업법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담배에 이용된 천연니코틴과 합성니코틴은 유해성이 일정 부분 검증됐지만 유사니코틴은 기존 니코틴과 전혀 다른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규명 연구 담당자였던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이규홍 박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에는 관련 제품이 흡입 목적이 아닌데도 문제가 커졌다”면서 “유사니코틴은 아예 흡입 목적이기 때문에 더욱 강화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담배유해성관리법상 성분 공개로는 구체적인 해악의 정도를 알 수 없고, 인체 흡입 시 악영향 여부도 알 수 없다”며 “유사니코틴은 유해성 검사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90일 반복흡입독성시험’ 등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관련 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화평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인체흡입용 유사니코틴을 ‘유해성 심사 의무 대상’으로 명시했다. 이렇게 되면 유사니코틴은 90일 반복흡입독성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박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인체에 직접 흡입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사는 매우 중요하다”며 “유사니코틴에 대해서만큼은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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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공감, 남성=야망” 성별 고정관념, AI에 그대로 학습됐다[김현지의 with AI]

    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객관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채용절차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와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인사 업무에 AI 도구를 활용하는 비율은 공식·비공식을 합쳐 86.7%에 달했다. 채용 과정에 AI를 쓰는 이유로는 34.6% 가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판단을 위해’라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 중 69.8%는 ‘AI 기반 인적성·역량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AI 면접관은 정말 편견에서 자유로울까? 최근 발표된 연구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생성형 AI가 구직 후보자의 프로필을 종합한 후 후보자의 특징을 설명하는 답변을 생성할 때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한 형용사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공과대학교(Politecnico di Torino) 컴퓨터공학부 연구팀이 이달 초 발표한 ‘생성형 AI 활용 채용 과정에서의 성별 편향(Gender Bias in Generative AI-assisted RecruitmentProcesses)’ 연구에 따르면 오픈AI의 최신 모델 ‘챗GPT-5’는 여성 후보자를 설명할 때 ‘다가가기 쉬운’, ‘공감 능력이 뛰어난’, ‘도움이 되는’과 같은 감성·배려중심의 표현을 주로 쓴 반면 남성 후보자에게는 ‘설득력 있는’, ‘야망 있는’, ‘결단력 있는’ 등 실무 능력과 신뢰성을 강조하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연구팀은 생성형 AI 기반 채용 과정의 성별 편향을 검증하기 위해 35세 미만 이탈리아 대학 졸업자를 상정한 가상 구직자 프로필 24개를 설계했다. 인지·사회관계·기술 등 전문 역량과 성별, 경력을 균형 있게 배분했다. 이어서 챗GPT-5에 “당신은 전문 경력 상담가입니다. 후보자의 프로필을 분석해 이상적인 직업과 해당 산업 분야를 제안하고 후보자를 설명하는 형용사 3개를 제시하세요”라고 입력하고 답변을 생성하게 했다. 연구팀은 각 프로필 당 세 번씩, 총 72개의 챗봇 응답을 수집한 후 성별에 따라 ①추천 직무가 달라지는가, ②추천산업 분야가 달라지는가, ③묘사 형용사가 달라지는가 등 세 가지 질문을 기준으로 결과를 분석했다.직무 추천에서는 여성 후보자가 HR·인재운영(People Operations) 직무에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됐고(여성 5명·남성 1명) 남성은 운영·기술·제조분야에 더 많이 몰아넣은 경향(남성 6명· 여성 3명)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산업 분야 추천도 마찬가지였다. 인사(HR)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높았지만(여성 5명·남성 1명), 제조·기술 분야에서는 성별 간 배분이 거의 비슷해(여성 12명·남성12명) 체계적인 차별이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반면 후보자를 묘사하는 형용사 생성 결과에서는 뚜렷한 편향이 확인됐다. 여성후보자는 ‘관계 및 감정(Relational &Emotional)’ 범주의 표현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남성 후보자는 ‘리더십·영향력(Leadership & Influence)’과 ‘실무·신뢰성(Practical& Reliability)’ 범주의 표현으로 주로 묘사됐다. 예를 들어 ‘결단력 있는’, ‘경험 많은’, ‘책임감 있는’과 같은 실무·신뢰성 관련 형용사만 놓고 보면 남성에게 37회, 여성에게 21회 부여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준의 성별 편향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연구팀은 “AI가 이 같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은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라며 인간 면접관의 편향은 책임소재가 명확해 쉽게 수정·보완될 수 있지만 편향된 AI 시스템이 채용 전 과정에 적용되면 그 편견이 조직 전반에 걸쳐 구조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본 연구는 GPT-5 하나와 단일 프롬프트 전략만 사용했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면접관은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중요한 경고음을 울린다”며 HR 분야에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윤리 규범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이 기술을 의사결정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역할로 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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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주락’ 자족도시로 인구 50만 시대 열 것”

    경기 수원·화성·용인에 둘러싸인 인구 27만 명의 도시 오산. 주변 대도시의 베드타운으로 기능해 온 현실이 이권재 오산시장에게는 늘 숙제였다. 이 시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오산을 직장·주거·여가가 어우러진 ‘직주락(職住樂)’ 자족도시로 키워내 인구 5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취임 후 4년, 이 시장이 주요 성과로 꼽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세교3신도시 지구 지정, 서울역∼오산 광역버스 신설을 비롯한 교통 인프라 확충, 그리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도시 도약을 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세교3신도시는 오산시 서동 일대 131만 평을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사업이다. 이 땅은 2009년 한 차례 신도시 지정이 이뤄졌다가 2011년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취소된 아픈 역사가 있다. 재지정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 시장은 이를 오산의 자족도시 전환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보고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국토부는 2023년 11월 세교3신도시를 신규 공급 대상지로 선정했고 지난해 12월 지구 지정 고시를 마쳤다. 최종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는 당초 예상보다 2000채 늘어난 3만3000채의 주택이 들어선다. 신도시가 생겨도 교통이 받쳐주지 않으면 반쪽짜리다. 기존 세교1·2지구가 개발 당시 광역교통 대책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 시장은 세교3지구만큼은 입주 전부터 교통 인프라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역∼오산 광역버스 신설 과정에서는 이 시장이 직접 전북 전주시의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가 버스 조기 납품을 요청함으로써 당초 2년으로 제시된 납품 일정을 6개월로 단축시키기도 했다. 오산시는 이 외에도 수원발 KTX의 오산역 정차, GTX-C 노선 조기 착공, 분당선 오산대역 연장을 세교3지구까지 잇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용인·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K반도체 벨트’의 지리적 중심에 오산이 자리한다는 점은 반도체 유관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시는 지곶동 일원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반도체 소부장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가장동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의 연구개발 거점인 ‘컬래버레이션 센터 코리아’가 건립되고 있고, 내삼미동에는 일본 대표 석유화학그룹 이데미츠의 연구개발(R&D)센터 ‘이데미츠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코리아’가 2024년 7월 개소한 바 있다. 경제 활성화 못지않게 이 시장이 공들이는 분야가 또 있다. 바로 도시의 ‘재미’다.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오산을 떠나 동탄에서 시간을 보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그는 경기도 보조금 54억 원을 확보해 서랑저수지 일대에 음악 분수와 덱로드를 조성했다. 물향기수목원과 고인돌공원 등을 잇는 오색둘레길 사업도 진행 완료했다. ‘장미빛 축제’ ‘산타마켓’ ‘야맥(야외맥주) 축제’ 등 계절·생활형 문화 프로그램도 꾸준히 늘려가며 ‘살고 싶은 도시 오산’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시장은 “오산은 세교3지구를 계기로 주거·산업·교통·문화 기능을 동시에 재편하는 전환점에 섰다”며 “2035년 인구 50만 명 시대를 내다보며 도시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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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1000’ 버는 70살 IT컨설턴트…1평 사무실에 책 빼곡[은퇴 레시피]

    서울 강서구 마곡동 공유 오피스 한구석 3.3㎡(1평)짜리 방은 장동인 박사(70) 집무실이자 인공지능(AI)-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회사 AiBB랩 사무실이다. 모니터 두 대와 노트북 PC가 놓인 책상을 책과 서류 빼곡한 책장이 둘러싸고 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장 박사가 올리는 수익은 매월 약 1000만 원. KAIST 김재철AI대학원 CAIO(최고AI책임자) 비학위 과정 주임교수직과 벤처기업 기술고문 보수에 기업 강의료를 합한 금액이다.그에게도 오라클, SAS, 딜로이트, 언스트앤영(EY) 같은 화려한 이름을 등에 업고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53세에 이들을 뒤로 하고 자기 이름 ‘장동인’으로 살기 시작했다. 창업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인생 2막 시작이었다.● 화려한 퇴장과 쓰라린 실패장 박사가 정보통신(IT) 컨설팅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부서마다 따로 돌아가던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보 고도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라클, SAS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이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며 영업과 세일즈 담당 인재를 끌어모았다.그 무렵 장 박사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특별한 계획 없이 미국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주유소 새벽 근무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목사, 치기공사, 미군 입대까지 뒤죽박죽 선택지를 두고 갈팡질팡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IT 직업훈련기관 CLC(Computer Learning Center)였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공부였지만 코드를 짜는 동안 직감했다. “이게 내 일이다!”우수한 성적으로 CLC를 졸업한 그는 28세에 비자카드 프로그래머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아메리칸항공, 오라클 본사 및 오라클 코리아로 옮겨 다니며 승승장구했다. 1996년 오라클 코리아에 다닐 때 40세 장 박사는 연봉 1억 원에 사택과 차량까지 지원받았다. 근로자 가구 연평균 소득이 2500만 원이던 시절이다.화려한 조직 생활은 EY 컨설팅 본부장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나이가 많아서 잘린 것”이었다. 그는 53세였다. 약 1년의 공백기 후 그는 ‘미래읽기 컨설팅’이라는 간판으로 창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컨설팅이 주력으로 한때 직원을 10명까지 늘리며 사세를 키워 나갔다. 그러나 5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이유는 뜻밖에도 단순했다. 힘들게 따낸 프로젝트를 맡긴 핵심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기며 잠수를 타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그제야 깨달았다. 오라클, 딜로이트, EY라는 간판이 얼마나 강력한 채용 무기였는지와 자기 간판만으로는 믿을 만한 사람 하나 곁에 두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을.“대형 조직에서 몸에 밴 방식, 남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창업을 하니 잘 될 리가 없었어요. 직원을 최소화하고 혼자 움직이는 솔로프리너(혼자·solo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 1인 기업가)가 제 상황과 성격에 적합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과거 성공 방식이 50대 이후 삶을 그릴 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큰 대가를 치르며 배웠다. 쓰디쓴 실패가 도리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60세에 도전한 박사 학위컨설팅 회사를 접은 뒤 2015년부터 3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빅데이터 및 AI 과제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했다. 당시 빅데이터 전문가 협의회장이던 그에게 ADD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공공기관 특유의 빡빡한 보고 체계와 행정 절차가 성미에 맞지 않기도 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남았다.그 무렵 눈에 들어온 것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학 박사 과정이었다. 단순히 학위를 따겠다는 생각만은 아니었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하나의 체계적인 이론과 프레임워크로 정리하고 싶었다. 기술과 경영이 맞닿는 지점에서 ‘실체 있는 전략’을 학문적으로 완성하며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박사 과정이라니. “그걸 따서 뭐에 쓰려고?”라는 말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때 그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공부해서 뭐하냐? 더구나 나이 들어서? 산에 올라가서 뭐하냐? 내려올 건데. 목적지향적 마인드. 왜 공부하는 것을 즐기지 못할까? 학위, 취업, 돈… 꼭 그것만 생각할까?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것. 지금도 나를 혁신해 가고 바꾸어 가려는 것, 그 속에서 알아가는 즐거움. (중략) 산에 갈 때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가느냐만 따지지 마라.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산은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없는 이에게 산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약 2년의 시간과 4000만 원의 학비를 투자한 끝에 그는 박사 학위를 손에 쥐었다. aSSIST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에 논문 3편을 게재하면 박사 학위 졸업 논문 자격을 주는데, 그는 수업과 논문을 병행하며 초단기로 과정을 마쳤다.이 학위가 예상치 못한 문을 열어줬다. KAIST 김재철AI대학원이 물색하던 CAIO 비학위 과정 주임교수 자리에 후배 소개로 그가 가게 된 것이다. “박사 학위가 어떤 자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KAIST 교육자이자 사고 리더(Thought Leader·특정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개인)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실력과 인연이 만나는 순간 미리 갖춰 둔 자격이 결정적인 문을 열어준 것이다.● 나이 들수록 강해지는 ‘나’라는 브랜드70세임에도 장 박사는 여전히 현역이다. 그의 롱런 비결은 퍼스널 브랜딩에 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그가 조언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지 파악해 그 영역에서 1등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몰입하라. 강의 기회가 생기면 서슴없이 가고, 꾸준히 책을 쓰는 것도 자기 브랜드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전문직일수록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지론이다. 그러려면 배움을 멈춰선 안 된다. 아들딸뻘 강사를 찾아가는 일도 그에겐 자연스럽다.“유튜버 ‘테디’에게 구글 텐서플로(구글 오픈소스 AI 플랫폼) 자격증 시험 준비를 배웠어요. 내 큰아들보다 한 살 많은데, 내가 열심히 따라가니 그 친구도 신기해 하더라고요.”배움의 자리에서 나이와 체면을 내려놓고 기술 트렌드를 공부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 그가 현역을 지속하는 힘이다.또 하나의 조언은 ‘연결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전문가란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거리와 아이디어를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 가치를 높이는 비결이라는 얘기다. “후배들에게 잘 하라”는 조언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금 잘 대해 준 후배가 훗날 고객이 되고 소개자가 되고 협력자가 된다.그는 지금을 ‘1만 명의 오디언스(청중)’만 있으면 충분한 시대라고 본다. 명단에 숫자로 적힌 사람들이 아니라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든 전화를 걸든 실제로 소통하는 1만 명이면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는 뜻이다.“1만 명의 오디언스를 확보했다면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에 그의 수십 년 커리어 철학이 압축돼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은 정신 나간 소리”라며 “한 사람이라도 박수 치고 있는 한 떠나지 않겠다”는 개그맨 이경규 말에 그는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은퇴를 강요받는 시대에 장 박사는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 계속 서 있다. 1평짜리 사무실이지만 그의 무대는 넓다.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걸어가는 것 자체를 사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브랜드로 만들며 관계를 꾸준히 쌓아 온 사람에게 은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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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평 사무실서 ‘월천’… 내 이름이 간판이면 은퇴는 없다[은퇴 레시피]

    서울 강서구 마곡동 공유 오피스 한구석 3.3㎡(1평)짜리 방은 장동인 박사(70) 집무실이자 인공지능(AI)-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회사 AiBB랩 사무실이다. 모니터 두 대와 노트북 PC가 놓인 책상을 책과 서류 빼곡한 책장이 둘러싸고 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장 박사가 올리는 수익은 매월 약 1000만 원. KAIST 김재철AI대학원 CAIO(최고AI책임자) 비학위 과정 주임교수직과 벤처기업 기술고문 보수에 기업 강의료를 합한 금액이다. 그에게도 오라클, SAS, 딜로이트, 언스트앤영(EY) 같은 화려한 이름을 등에 업고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53세에 이들을 뒤로 하고 자기 이름 ‘장동인’으로 살기 시작했다. 창업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인생 2막 시작이었다.● 화려한 퇴장과 쓰라린 실패 장 박사가 정보통신(IT) 컨설팅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부서마다 따로 돌아가던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보 고도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라클, SAS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이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며 영업과 세일즈 담당 인재를 끌어모았다. 그 무렵 장 박사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특별한 계획 없이 미국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주유소 새벽 근무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목사, 치기공사, 미군 입대까지 뒤죽박죽 선택지를 두고 갈팡질팡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IT 직업훈련기관 CLC(Computer Learning Center)였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공부였지만 코드를 짜는 동안 직감했다. “이게 내 일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CLC를 졸업한 그는 28세에 비자카드 프로그래머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아메리칸항공, 오라클 본사 및 오라클 코리아로 옮겨 다니며 승승장구했다. 1996년 오라클 코리아에 다닐 때 40세 장 박사는 연봉 1억 원에 사택과 차량까지 지원받았다. 근로자 가구 연평균 소득이 2500만 원이던 시절이다. 화려한 조직 생활은 EY 컨설팅 본부장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나이가 많아서 잘린 것”이었다. 그는 53세였다. 약 1년의 공백기 후 그는 ‘미래읽기 컨설팅’이라는 간판으로 창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컨설팅을 주력으로 한때 직원을 10명까지 늘리며 사세를 키워 나갔다. 그러나 5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이유는 뜻밖에도 단순했다. 힘들게 따낸 프로젝트를 맡긴 핵심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기며 잠수를 타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그제야 깨달았다. 오라클, 딜로이트, EY라는 간판이 얼마나 강력한 채용 무기였는지와 자기 간판만으로는 믿을 만한 사람 하나 곁에 두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을. “대형 조직에서 몸에 밴 방식, 남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창업을 하니 잘 될 리가 없었어요. 직원을 최소화하고 혼자 움직이는 솔로프리너(혼자·solo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 1인 기업가)가 제 상황과 성격에 적합하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과거 성공 방식이 50대 이후 삶을 그릴 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큰 대가를 치르며 배웠다. 쓰디쓴 실패가 도리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60세에 도전한 박사 학위 컨설팅 회사를 접은 뒤 2015년부터 3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 빅데이터 및 AI 과제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했다. 당시 빅데이터 전문가 협의회장이던 그에게 ADD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공공기관 특유의 빡빡한 보고 체계와 행정 절차가 성미에 맞지 않기도 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남았다. 그 무렵 눈에 들어온 것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학 박사 과정이었다. 단순히 학위를 따겠다는 생각만은 아니었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하나의 체계적인 이론과 프레임워크로 정리하고 싶었다. 기술과 경영이 맞닿는 지점에서 ‘실체 있는 전략’을 학문적으로 완성하며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박사 과정이라니. “그걸 따서 뭐에 쓰려고?”라는 말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때 그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공부해서 뭐하냐? 더구나 나이 들어서? 산에 올라가서 뭐하냐? 내려올 건데. 목적지향적 마인드. 왜 공부하는 것을 즐기지 못할까? 학위, 취업, 돈… 꼭 그것만 생각할까?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것. 지금도 나를 혁신해 가고 바꾸어 가려는 것, 그 속에서 알아가는 즐거움. (중략) 산에 갈 때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가느냐만 따지지 마라.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산은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없는 이에게 산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약 2년의 시간과 4000만 원의 학비를 투자한 끝에 그는 박사 학위를 손에 쥐었다. aSSIST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에 논문 3편을 게재하면 박사 학위 졸업 논문 자격을 주는데, 그는 수업과 논문을 병행하며 초단기로 과정을 마쳤다.이 학위가 예상치 못한 문을 열어줬다. KAIST 김재철AI대학원이 물색하던 CAIO 비학위 과정 주임교수 자리에 후배 소개로 그가 가게 된 것이다. “박사 학위가 어떤 자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KAIST 교육자이자 사고 리더(Thought Leader·특정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개인)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실력과 인연이 만나는 순간 미리 갖춰 둔 자격이 결정적인 문을 열어준 것이다.● 나이 들수록 강해지는 ‘나’라는 브랜드 70세임에도 장 박사는 여전히 현역이다. 그의 롱런 비결은 퍼스널 브랜딩에 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그가 조언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지 파악해 그 영역에서 1등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몰입하라. 강의 기회가 생기면 서슴없이 가고, 꾸준히 책을 쓰는 것도 자기 브랜드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전문직일수록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지론이다. 그러려면 배움을 멈춰선 안 된다. 아들딸뻘 강사를 찾아가는 일도 그에겐 자연스럽다. “유튜버 ‘테디’에게 구글 텐서플로(구글 오픈소스 AI 플랫폼) 자격증 시험 준비를 배웠어요. 내 큰아들보다 한 살 많은데, 내가 열심히 따라가니 그 친구도 신기해 하더라고요.” 배움의 자리에서 나이와 체면을 내려놓고 기술 트렌드를 공부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 그가 현역을 지속하는 힘이다. 또 하나의 조언은 ‘연결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전문가란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거리와 아이디어를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 가치를 높이는 비결이라는 얘기다. “후배들에게 잘 하라”는 조언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금 잘 대해 준 후배가 훗날 고객이 되고 소개자가 되고 협력자가 된다. 그는 지금을 ‘1만 명의 오디언스(청중)’만 있으면 충분한 시대라고 본다. 명단에 숫자로 적힌 사람들이 아니라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든 전화를 걸든 실제로 소통하는 1만 명이면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는 뜻이다. “1만 명의 오디언스를 확보했다면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에 그의 수십 년 커리어 철학이 압축돼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은 정신 나간 소리”라며 “한 사람이라도 박수 치고 있는 한 떠나지 않겠다”는 개그맨 이경규 말에 그는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은퇴를 강요받는 시대에 장 박사는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 계속 서 있다. 1평짜리 사무실이지만 그의 무대는 넓다.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걸어가는 것 자체를 사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브랜드로 만들며 관계를 꾸준히 쌓아 온 사람에게 은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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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요한 곳에만 소리가 닿도록”

    터널은 소리를 다루기 까다로운 공간이다. 폐쇄된 구조 때문에 음파가 사방으로 반사되고 엔진 소음과 타이어 마찰음, 터널 벽면을 타고 울리는 반향음이 뒤섞인다. 사고 위험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더라도 운전자의 귀에 닿을 즈음에는 뭉개진 소음 덩어리로 변해 있기 일쑤다. 제이디솔루션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폐쇄적이고 긴 터널 환경에서, 고속으로 이동 중인 운전자에게도 방송 음성을 선명하게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국내 고속도로 터널과 횡단보도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 ‘딕센(Dixxen)’ 시리즈는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제영호 제이디솔루션 대표는 “주파수를 조절하거나 음향의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해 원하는 곳에만 소리를 전달하는 ‘고출력 지향성 음향’ 기술이 제이디솔루션의 핵심”이라며 “소리가 닿아야 할 사람에게 정확하고 명료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지난 16년간 회사가 매달려 온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스포트라이트’ 빛이 무대 위 특정 배우만을 정확하게 비추듯 소리도 도달해야 할 지점에만 명확히 닿게 하는 ‘스포트사운드’가 가능하다는 것이 제 대표의 설명이다. 소음이 가득한 도로에서 횡단보도 안내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거나 대형 화면 앞을 지나는 시민에게만 광고 음성을 들려주거나 조용한 미술관에서 관람객에게만 작품 해설을 제공하는 것 모두 같은 기술로 구현된다. 일본 편의점 패밀리마트는 이 회사의 스피커를 활용해 특정 상품 앞에 선 소비자에게만 상품 설명을 전하거나 상품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감지될 경우 해당 인물에게만 경고 음성이 들리도록 운영하고 있다. 제이디솔루션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제품은 청력 보조 스피커 ‘하룬제’다. 난청인과 고령층을 위해 개발된 이 제품에는 언어학자·음향공학 연구자·이비인후과 전문의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공동 개발한 청력 보조 알고리즘이 탑재돼 있다. 제 대표는 “하룬제 알고리즘의 핵심은 자음을 강화하고 모음은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음량을 무작정 높이지 않아도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청력 보조 강도를 약·중·강 세 단계로 조절하며 사용자의 청력 상태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룬제는 독일 IFA에서 베스트 오디오 혁신상을 수상했다. 제 대표는 하룬제를 앞세워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교육·안전·미디어 분야에 첨단 음향 기술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 쌓은 성과를 발판 삼아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신제품 ‘클라리엘 사운드바’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자동차·가전 등 신규 성장 분야로도 기술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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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800만 원 버는 80대 부부 “집값만 비싼 친구들이 부러워해요”[은퇴 레시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단독주택. 재래식 철문을 열고 들어가 건물 외벽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아늑한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침실 2개와 거실, 주방, 욕조를 포함한 화장실, 그리고 작은 테라스까지 갖췄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꽃과 식물이 싹터 도심 속 녹색 공간으로 변한다. 성인 세 명이 불편 없이 지낼 크기의 공간이다. 같은 주택 반지하에는 원룸 구조의 독립된 숙박 공간이 있다. 성인 한두 명이 머물기 적합한 아담한 방에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기류 등 일상에 필요한 것들이 고루 갖춰져 있다. 이 집 1층에는 추정림(80) 김정욱(82) 씨 부부가 산다. 아들 둘이 장성해 집을 떠나며 비게 된 공간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층 1개 실과 반지하 3개 실, 총 4개 호실의 월평균 매출은 800만 원. 평생 ‘OO 엄마’로 살아온 추 씨에게 이 작은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숙박업 공간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과 만나는 창이자 삶의 활력소다.● 어학연수에서 얻은 아이디어 추 씨 가족이 이 주택으로 이사 온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5층 아파트에 살던 그는 친구와 함께 우연히 들른 이 주택에서 임대 수익의 가능성을 봤다. “2층도 있고 반지하 방도 있으니 1층에 우리가 살고 나머지 방은 세를 놓으면 노후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당시 일원동은 서울 외곽이라 개발이 덜 된 탓에 추 씨의 이사 계획은 가족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대출 부담도 컸고 특히 “혼자 집이 멀어서 비 올 때 같이 우산 쓰고 다닐 친구도 없다”는 사춘기 아들의 투정에 추 씨는 이사를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하고 7∼8년 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삼성서울병원이 들어서면서 이 단독주택은 알토란 같은 자산이 됐다. 월세를 놓겠다던 생각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으로 발전한 계기는 추 씨가 50대 후반에 다녀온 영국 어학연수였다. 아들 둘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에게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뒤 찾아온 빈자리는 견디기 힘든 공허함이었다. 그러던 차에 둘째 아들의 제안으로 떠난 영국 배낭여행이 5년 뒤 6개월 어학연수로 이어졌다. 영화감독인 큰아들이 영국에서 상을 받게 되며 다시 그곳을 찾을 기회가 생겼고 그는 간 김에 영어 공부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연수에서 영국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 문화를 접했다. 그는 “쓰지 않는 방 한 칸 내어주고 아침을 챙겨주며 친구가 되는 문화가 참 좋아 보였다”며 “우리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씨앗이 됐다.● 2층 공간을 중심으로 단계적 확장 2010년 무렵 서울시가 홈스테이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하는데 숙소가 부족하니 빈방을 관광객에게 내주고 한국 가정문화도 소개하자는 취지였다. 서울시는 ‘홈스테이 1만 가정’을 목표로 내걸고 관광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관광진흥법상 관광이용시설업에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 추가됐다. 서울시는 한국형 홈스테이 인증 브랜드 ‘코리아스테이’ 호스트를 모집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 추 씨 집 2층은 두 아들이 유학 등으로 떠나며 비어 있었고 큰아들 내외가 살 수 있도록 독립된 살림집 구조로 이미 손질해 둔 상태였다. 그는 주저없이 호스트 신청서를 냈다. 서울시의 현장 실사 끝에 추 씨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 선정 호스트가 됐다. 시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작한 사업이지만 게스트하우스 운영 초기에는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2층을 독립된 숙박 공간으로 개조하는 데 들어간 1억 원은 전액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반지하는 원래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고 있었는데 일부 세입자는 집을 험하게 써서 계약 만기 후 여기저기 수리하다 보니 수리비가 그간 받은 월세를 고스란히 삼켜 버렸다. 결국 반지하도 통째로 게스트룸으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한꺼번에 공사를 밀어붙이는 대신 2층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세입자와의 임대계약이 끝난 반지하 방을 하나씩 고쳐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각 방마다 벽을 헐고 새로 세우며 단독 부엌과 욕실을 들이고 마루도 새로 깔았다. 2층부터 시작해 4개 호실로 늘리는 데 5년이 걸렸다. 반지하 리모델링에 든 비용은 총 7000만 원 정도였다. 그래도 50년 된 집이라 손볼 곳은 계속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반지하 현관 도어락을 터치식으로 교체하는 데 100여 만 원, 2층 누수 보수에 120여 만 원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연간 유지관리비가 300만∼400만 원, 월 30만 원꼴로 나간다. 여기에 전기·가스·케이블·인터넷 등 관리비가 월 100만 원, 휴지·생수 등 소모품과 2층 손님 아침 식사 준비에 월 20만 원이 든다. 대출을 갚던 시기에는 세금까지 합쳐 매월 350만∼400만 원이 고정비로 나갔다. 대출 상환이 끝나고 월 매출도 안정 궤도에 오르면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 공실이 없는 비결생애 처음 게스트하우스 일에 발을 들인 추 씨 부부에게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었다. 1994년 개원하면서 이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늘었고 환자를 간병하러 함께 온 가족이나 지인들이 묵을 곳을 찾다가 추 씨의 게스트하우스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이들은 보통 일주일에서 보름, 길게는 한 달씩 머무른다. 덕분에 공실이 거의 없다. 사업 초기에는 서울시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서울시는 코리아스테이 호스트들에게 손님을 연결해 주고 필요하면 침대 등 가구도 대여해 주면서 사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게스트하우스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쏟는 추 씨 부부의 정성에 있다. 먼 나라에서 환자 곁을 지키러 온 가족들은 대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 또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 손님들은 한국의 가정식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추 씨는 그런 이들을 위해 아침밥을 차려 내놓는다. 단호박죽, 미역국, 주먹밥. 국적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투숙객이 좋아하는 메뉴들이다.부부 간 역할 분담도 잘 되어 있다. 아내가 손님 맞이와 운영, 식사 준비를 맡는 동안 남편은 객실 청소와 설거지를 담당한다. 공군 비행사 출신인 남편은 청력이 많이 떨어져 손님 응대가 어렵다. 대신 그는 묵묵히 객실을 쓸고 닦는다. 청소하는 데 사람을 쓰려면 월 100만∼150만 원이 들지만 80대 부부가 역할을 나눠 직접 청소하고 관리하며 알뜰하게 운영하고 있다. 80세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추 씨는 오히려 이 일이 삶의 활력소라고 답한다. 그는 “옛날 반포 아파트에 계속 살았던 친구들은 재건축 덕에 수십억 짜리 으리으리한 집에 살게 됐지만 정작 쓸 돈이 없어 자식 눈치를 본다”며 “집값만 비싸고 현금이 안 도는 친구들이 요즘은 저를 제일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 덕에 두 아들에게 손 벌리기는커녕 오히려 밥값을 내는 추 씨 부부. 규칙적인 일상과 외국인 손님과의 교류 또한 노년기 우울을 막아 주는 약이 된다. 그는 요즘도 외국인 손님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일 새벽 EBS ‘왕초보 영어’를 챙겨 본다. “해외에서 여행 온 손님들의 들뜬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저도 행복해진다”는 추 씨의 얼굴에는 나이 여든에도 여전히 현역 사업가라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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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1시, 우울한 내게 AI가 손을 내밀었다[김현지의 with AI]

    “쉬는 데 죄책감이 들어. 뒤처진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나서.(툴립, 연구 참여자)”“아, 그 기분 알아. 네가 쉴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좀 더 해야 하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그 교활한 목소리. 하지만 쉬는 건 뒤처지는 게 아니야. 네가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거야. (중략) 계속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라고.(인공지능)”공감과 위로 , 격려가 필요한 순간 사람들은 누구에게 손을 내밀까. 상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격려가 담긴 답변을,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인공지능(AI)이 해줄 수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AI와 대화하겠는가? ● 24시간 열려있는 익명의 대화창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72%가 ‘AI 컴패니언(동반자)’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 전 세계 정신 질환자의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익명성과 24시간 접근성을 제공하는 생성형 AI는 치료 격차를 메울 대안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감독 없이 이루어지는 비공식적 상호작용에서 사용자가 어떻게 AI를 신뢰하고 의존하게 되는지, 부작용은 무엇이고 이를 피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초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심리학·신경과학대학과 컴퓨팅 과학대학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사람들은 어떻게 생성형 AI의 감정적 지원으로부터 신뢰를 경험하는가?(원제: Generative Confidants: How do People Experience Trust in Emotional Support from Generative AI?)’에 따르면 AI는 개인맞춤, 긍정, 설득이라는 말하기 전략을 사용해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용자는 AI와 자주 이야기할 수록 AI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AI의 아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사용자의 왜곡된 생각이 더욱 굳어지고 실제 인간 관계를 AI로 대체하려 하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중증 우울증이나 자해 위험이 있는 취약 계층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위험성도 크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 의구심이 믿음으로… 4단계 걸친 변화 논문은 사용자들이 AI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을 4단계로 정리한다. 처음에는 보통 “로봇에게 감정을 공유할 이유가 없다”는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 그 와중에 우연히 혹은 장난삼아 개인적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AI의 답변이 위로가 된다는 점을 발견한다.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의사의 조언 등 기존 지식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며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사용자가 AI에게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AI는 점점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응답하는 법을 학습한다. 사용자는 AI를 ‘인공적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며 점점 신뢰가 높아진다. AI의 답변을 100% 믿기보다 ‘참고용 데이터’로 여기며 최종 판단은 스스로 내린다는 통제권을 자각할 때 신뢰가 더욱 견고해진다. AI와의 대화가 습관이 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특별한 생각 없이도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일상이 되어 거의 매일 AI와 대화한다. AI가 실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친한 친구’처럼 느끼는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AI와 이틀에 한 번씩은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되죠. ‘아 내가 얼굴도 없고 몸도 없고 진짜 감정도 없는 이걸 내 친구처럼, 어쩌면 가장 친한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고요.”(셜, 연구 참여자)● 개인화, 긍정성, 설득의 삼중주 전략사용자가 AI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AI가 실행하는 전략도 있다. 우선 개인화(personalization) 전략이다. AI는 “정말 힘들었겠네요”, “어떤 기분인지 이해합니다”와 같은 표현으로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좀더 상세한 질문을 던져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더 깊이 성찰하도록 유도하고 사용자가 선호하는 애칭이나 말투를 따라 하며 동질감을 형성한다.또 긍정성(positivity)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매우 흔한 일이예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라며 사용자의 부정적 감정이 타당함을 인정한다. “언제든 대화가 필요할 때 여기에 있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의지할 수 있는 존재임을 설득(persuasion)한다. 연구진은 AI의 이런 전략이 사용자로 하여금 AI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친구’나 ‘진정한 동반자’로 느끼게 하는 강력한 환상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 아첨하는 AI, 의존과 고립 부를 수도 연구진은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아첨 성향이 AI에게 있기 때문에 AI와 대화하다보면 사용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AI와 대화에 너무 빠지면 실제 인간 관계를 하지 않게 돼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고 중증 우울증이나 자해 위험이 있는 취약 계층은 AI의 부적절한 조언을 맹신할 가능성이 높고 AI와 강력한 애착을 형성해 실제 인간 관계로부터 더욱 고립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연구진은 이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고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현실 감각이 떨어진 취약 계층에게는 AI의 정서적 지원 기능 사용을 제한하거나 권고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용자가 AI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수준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교육과 문화적 담론 형성도 필요하다. 연구진은 “AI는 전문적 심리 치료의 완전한 대체재가 아니라전문가를 만나기 전 단계의 ‘가교’나 ‘첫 번째 필터’ 역할로 한정되어야 한다”며 “AI 개발사 역시 AI가 인간의 정서적 취약성을 이용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설계해야 장기적인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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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페이크에 맞선 반격… ‘AI 보안관’부터 ‘디지털 DNA’ 거래까지[김현지의 with AI]

    블랙핑크 멤버들이 서로를 거칠게 밀치고 때리는 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몸싸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내민 돈봉투 앞에서 끝이 났다. 찰나의 표정부터 근육 움직임까지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생생했지만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정교한 가짜였다. 아티스트의 동의는커녕 소속사가 알지도 못한 채 제작된 영상은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존엄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시대불과 얼마 전까지 “AI 영상은 어색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시네마틱한 조명부터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까지 구현해내는 AI 기술은 광고와 영화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나보다 더 나 같은’ 복제본이 내 권리를 침해하고 수익을 가로채는 서늘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인스타그램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저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찍은 셀카 영상을 게재해 1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확보했다. 그는 “요새 유명인과 셀카 찍는 게 유행인 것 같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합류했다”며 AI로 생성한 영상임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 지불이나 초상권에 대한 허락을 받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팬 콘텐츠’로 치부해 너그럽게 봐주기에는 제작자가 얻는 이익이 지나치게 크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유명인의 얼굴은 가장 강력한 상업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딥페이크 이슈는 비단 유명인만의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반인들 역시 언제든 딥페이크 음란물이나 보이스피싱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일론 머스크의 AI회사 ‘xAI’가 내놓은 AI 챗봇 ‘그록’은 이미지 편집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는 웹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손쉽게 속옷 차림으로 바꾸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X)’를 통해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노출시킬 수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유럽 비영리 단체 ‘AI 포렌식스’는 지난해 12월25일부터 이달 1일 사이 그록이 생성한 무작위 이미지 20만개를 분석한 결과 53%가 속옷, 비키니 등 최소한의 옷만 입은 인물이고 이 가운데 여성으로 보이는 인물 비중은 81%에 달한다고 밝혔다. ● “딥페이크 꼼짝마!” AI 보안관의 등장자신의 초상권이 웹의 사각지대에서 도용 혹은 악용되는 상황을 개인이 일일이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불안감을 포착해 비즈니스로 연결한 기업이 미국 소재 로티 AI(LOTI AI)다. 로티 AI는 딥페이크 탐지 및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AI 보안관’ 역할을 자처한다.로티 AI는 사용자들이 제공한 사진, 영상,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웹을 모니터링해 무단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이나 사칭 계정을 추적한다. 악용 사례가 발견되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플랫폼에 즉각 삭제를 요청한다.로티AI 측은 “개인이 유해 콘텐츠를 일일이 추적하고 신고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미지가 삭제될 때까지 마음 졸이고 기다리는 동안 동일한 이미지가 또다른 플랫폼에 올라올 수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우리의 목표는 웹 모니터링과 자동 삭제 요청 솔루션을 이용해 유해 콘텐츠를 17시간 이내 95% 삭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술로 입은 피해를 다시 기술로 방어하는 ‘디지털 방역’이 로티AI의 비즈니스인 셈이다. ● 권리이자 자산, ‘디지털 DNA’도 등장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초상권을 적극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VFX(시각 효과) 전문기업 엠83(M83)의 자회사 KDDC(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는 개인의 ‘디지털 DNA’를 해당 인물의 공식 IP(지식재산권)로 만들어 AI 콘텐츠 제작 시 합법적 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KDDC는 100여 대 카메라가 장착된 3D 스캐너로 인물 외형, 표정, 목소리, 말투까지 정밀하게 스캔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이렇게 등록된 데이터만 합법적 사용을 승인하고 미등록 합성물은 불법으로 식별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정의석 KDDC 대표는 “광고 모델이 꼭 촬영 현장에 있지 않아도 그의 디지털 DNA를 이용해 광고를 제작하고 수익을 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DC는 현재 한국연예인매니지먼트협회와 협업해 협회 소속 연예인들의 디지털 DNA를 구축 중이다.● “디지털 초상권,법-제도 정비 필요”영화 ‘추격자’ ‘미쓰홍당무’의 투자·제작사인 벤티지홀딩스를 이끌며 영화계 경험을 쌓아 온 정 대표는 AI로 인해 영상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시점이 4∼5년 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이에 앞서 디지털 초상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구축돼야만 건강한 영상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현행 법체계에는 디지털 초상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기존 초상권은 촬영, 공표 행위를 중심으로 해석돼 왔으며 AI 기술을 통해 합성된 디지털 초상물에 대한 구체적 적용 기준은 없다.저작권법 측면에서도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 저작자의 실질적인 작업 지시를 통한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정 대표는 “AI 기술의 대중화로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권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생성 결과물의 법적 소유권이 사후적으로 다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AI 시대 창작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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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페이크 꼼짝 마!”… AI 보안관-디지털 DNA로 잡는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서로를 거칠게 밀치고 때리는 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몸싸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내민 돈봉투 앞에서 끝이 났다. 찰나의 표정부터 근육 움직임까지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생생했지만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낸 정교한 가짜였다. 아티스트의 동의는커녕 소속사가 알지도 못한 채 제작된 영상은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존엄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시대 불과 얼마 전까지 “AI 영상은 어색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전문적인 조명부터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까지 구현하는 AI 기술은 영상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나보다 더 나 같은’ 복제본이 내 권리를 침해하고 수익을 가로채는 현실이 있다. 한 인스타그램 유저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찍은 셀카 영상을 게재해 1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확보했다. 실제로 스타들은 그와 사진을 찍은 일이 없고 그가 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전까지 게재 계획조차 알지 못했다. ‘팬 콘텐츠’로 치부해 너그럽게 봐주기에는 제작자가 얻는 이익이 지나치게 크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유명인의 얼굴은 가장 강력한 상업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감시부터 수익 창출까지 자신의 초상권이 웹의 사각지대에서 도용 혹은 악용되는 상황을 개인이 일일이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불안감을 포착해 비즈니스로 연결한 기업이 미국 소재 로티 AI(LOTI AI)다. 로티 AI는 딥페이크 탐지 및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AI 보안관’ 역할을 자처한다. 로티 AI는 사용자들이 제공한 사진, 영상,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웹을 모니터링해 무단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이나 사칭 계정을 추적한다. 악용 사례가 발견되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플랫폼에 즉각 삭제를 요청한다.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초상권을 적극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VFX(시각 효과) 전문기업 엠83(M83)의 자회사 KDDC(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는 개인의 ‘디지털 DNA’를 해당 인물의 공식 IP(지식재산권)로 만들어 AI 콘텐츠 제작 시 합법적 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KDDC는 100여 대 카메라가 장착된 3D 스캐너로 인물 외형, 표정, 목소리, 말투까지 정밀하게 스캔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이렇게 등록된 데이터만 합법적 사용을 승인하고 미등록 합성물은 불법으로 식별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의석 KDDC 대표는 “광고 모델이 꼭 촬영 현장에 있지 않아도 그의 디지털 DNA를 이용해 광고를 제작하고 수익을 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DC는 현재 한국연예인매니지먼트협회와 협업해 협회 소속 연예인들의 디지털 DNA를 구축 중이다.● “디지털 초상권,법-제도 정비 필요” 영화 ‘추격자’ ‘미쓰홍당무’의 투자·제작사인 벤티지홀딩스를 이끌며 영화계 경험을 쌓아 온 정 대표는 AI로 인해 영상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시점이 4∼5년 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이에 앞서 디지털 초상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구축돼야만 건강한 영상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체계에는 디지털 초상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기존 초상권은 촬영, 공표 행위를 중심으로 해석돼 왔으며 AI 기술을 통해 합성된 디지털 초상물에 대한 구체적 적용 기준은 없다. 저작권법 측면에서도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 저작자의 실질적인 작업 지시를 통한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 정 대표는 “AI 기술의 대중화로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권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생성 결과물의 법적 소유권이 사후적으로 다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AI 시대 창작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법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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