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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등이 미국과 통상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양측의 최대 쟁점이 ‘자동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간) 분석했다. WSJ는 미국이 최대 지정학적 경쟁국 중국과의 통상 전쟁 휴전에는 신속히 합의했지만 오랜 동맹국과의 합의는 더딘 상황이라며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자동차”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앞서 전 세계 수입 자동차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 등은 자동차 관세를 면제해 달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해당 관세 철회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둘러싼 양측 이견이 커 조속한 합의를 바라는 미국의 뜻과 달리 실제 협상은 빨리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도 한국 당국자들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자동차 관세 면제를 요구했다고 WSJ는 전했다. 또 일본도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 등이 자동차 및 철강에 부과된 관세 등에 대해 계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8일 CNN 인터뷰에서 현재 무역 협상의 초점은 “18개의 핵심 교역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과의 합의가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는 전적으로 이 나라들이 “‘선의(善意)’로 협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압박했다.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일부 국가에 대해선 “단순히 관세율을 정해서 통보할 수 있다. 지역별 협정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 미국과의 무역 규모가 작은 곳은 지역으로 묶어 관세율을 통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베선트 장관은 같은 날 NBC 인터뷰에선 한국 등 핵심 교역국들이 미국과의 협상에 선의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난달 2일 부과한 관세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상호관세 부과 후 그 적용을 90일간 유예했다. 하지만 상대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선의를 보이지 않으면, 유예 기간 중에도 고율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지난달 2일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은 25%였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자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겨냥해 “가격 인상의 이유를 관세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이제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고율 관세 정책의 여파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통업체의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월마트는 지난해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냈으며, 이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월마트와 중국은 ‘관세를 감수(EAT THE TARIFFS)’해야 한다”며 “소중한 고객들에게 어떤 추가 비용도 전가해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또 “나와 당신들의 고객들이 지켜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는 이틀 전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이니 CFO는 ‘높은 관세’ 등을 이유로 거론하며 당장 다음 달부터 월마트가 큰 폭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글로벌 관세 부과 정책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월마트까지 관세를 이유로 서민들이 쓰는 생활필수품 가격을 대폭 올리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관세 무기화’를 중심에 둔 통상 정책의 동력 역시 떨어질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워싱턴 백악관에선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홈디포의 테드 데커 등 미국의 주요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 3명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회동은 업계 요청에 따라 이뤄진 만큼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이에 대한 우려가 주로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됐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세계 경제대국 미국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 지위를 잃은 것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6일(현지 시간) 무디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리면서,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무디스마저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것이다. 무디스는 1917년 이래 미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 왔다.미국이 ‘트리플 A’ 지위를 잃은 이유는 막대한 재정적자다. 무디스는 “미 정부와 의회의 무책임한 지출이 재정 적자를 키워 왔다. 미국 경제와 금융의 강점을 인정하지만 재정 지표 악화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미 ‘관세 폭탄’에 흔들리던 미 국채 시장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16일 신용등급 강등 직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0.04%포인트 오르면서 4.49%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 하향은 빚 갚을 능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의미라 채권 수요 감소와 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로 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무디스가 강등을 시사해 왔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美 ‘Aaa→Aa1’ 신용 강등… ‘셀 USA’ 재현땐 세계 채권시장 혼란막대한 부채증가-이자부담 확대에… 무디스, 108년만에 美신용등급 손봐“신용위험 이미 반영, 충격 제한적” 속… 대출 등 여타 금리까지 상승 우려도트럼프, 파월 의장에 금리인하 압박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108년 만에 미국은 최고 신용등급을 모두 잃게 됐다. 미국의 금융 패권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미중 관세 타결로 잠잠해진 ‘셀(Sell) USA’ 현상이 재현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美, 108년 만에 최고 신용등급 지위 박탈무디스는 16일(현지 시간)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 최고 등급을 부여한 이후 줄곧 미국에 최고 등급을 고수해 왔다.하지만 막대한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100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 금융시장의 절대적 위상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8월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피치도 2023년 8월 신용등급 강등에 동참했다. 무디스 역시 같은 해 11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16일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미국은 3대 평가사 모두로부터 최고 등급을 박탈당하게 됐다. 세계적인 부채 급증으로 현재 글로벌 신평사 3곳 모두의 최고 등급을 유지하는 국가는 독일, 호주, 덴마크, 스위스 등 9개국으로 줄어든 상태다.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내렸을 때 금융시장은 극심한 충격에 빠져 S&P500이 하루 만에 6.7% 급락한 바 있다. 반면 2023년 8월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는 2011년만큼의 대폭락은 없었다. 이번에도 당장의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1년 8월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대비해 왔고, 미국의 신용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 탓 돌리기 나서문제는 미국 경제가 부채 급증, 고물가, 관세 충격에 압박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 금리가 뛰면 덩달아 대출 등 여타 시장 금리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1분기(1∼3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의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국채 시장 마감 전 약 15분 동안 연 4.44% 선에서 4.49%로 점프한 바 있다(국채 가격 하락). 미국 국채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반이 되는 금리라 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세계 채권시장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와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며 매도세가 이어지는 ‘셀 USA’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안을 발표한 직후 투자자들이 미 국채 매도에 나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가파르게 오른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의) 최근 무역 전쟁은 미국의 ‘특별한 지위’에 이미 손상을 입혔다”면서 “이번 등급 강등은 그 충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디스 발표 다음 날인 17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연준이 ‘조만간(sooner, rather than later)’ 금리를 낮춰야 하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며 “늘 늦는 것으로 유명한 파월은 이번에도 또 망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에 더해 신용등급 강등 책임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무디스에 돌리는 모양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바이든이 초래한 난장판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미 통상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6·3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과 상황 등을 고려해 협상 속도를 조절하겠단 입장이지만, 마냥 버티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속한 협상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은 마주 앉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듯했던 중국과도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협상 속도를 내는 게 좋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내고 있다.상황이 이쯤 되자, 한미 협상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진다. 워싱턴 안팎에선 트럼프 정부가 문제 삼는 한국의 통상정책이나 비관세 장벽 등을 우선 변수로 지목한다. 미국이 통상협상에 안보 등 다른 영역까지 ‘패키지’로 묶자고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우리 국내 정치적 상황이나 트럼프 정부와 다른 국가들 간 협상 상황 등도 한미 협상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그런데 최근 만난 미국의 전직 통상 고위 당국자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의 기억’을 협상의 ‘중요한 잠재 변수’로 지목했다.오래가고 매서운 ‘트럼프의 뒤끝’이 전 당국자는 트럼프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로 “지금은 트럼프의 머릿속에 1기 때 기억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관세 폭탄’을 중심에 둔 트럼프의 통상전쟁은 1·2기 모두 큰 방향성에선 유사하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겪은 기억과 경험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트럼프 대통령의 ‘기억’은 바꿔 말하면 ‘뒤끝’이다. 그의 뒤끝은 오래가고 매섭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뉴욕타임스(NYT)는 “동맹과 적 모두 트럼프의 ‘보복의 물결’을 예상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당시 전직 미 법무부 관계자는 NYT에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트럼프의 보복 욕구는 진짜”라고 했다.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1기 때 통상협상 기억을 여러 차례 소환했다. 최근 미중 통상협상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기억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1기 당시 대(對)중국 통상협상 뒷얘기와 그에 대한 자신의 소회까지 묶어 거의 10분가량 말폭탄을 쏟아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우린 서명을 눈앞에 뒀지만, 중국이 철회했다. 그때 난 매우 화가 났었다”면서 이번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졌다.어설픈 변칙 승부, 역효과 낼 수도한국과의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더 많이 요구하고 더 확실한 안전장치를 두려고 할 게 확실해 보인다. 그는 백악관 입성 후 줄곧 “동맹들이 때론 적들보다 더 나쁘다”고 불평했다.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한가운데 자리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뭔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트럼프 1기 통상협상을 주도했고, ‘트럼프 무역정책 설계자’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그 단면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포스코 같은 훌륭한 회사를 보유한 건 전적으로 보조금과 보호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한국은 “‘산업 정책’ 덕분에 성장해 온 불공정한 국가”란 이미지로 요약됐다.그의 말 중 우리 정부가 새겨들으면 좋을 법한 대목도 있긴 했다. “미국을 대할 땐 ‘현실적 접근’을 취하라”는 조언이 대표적이다. 이미 한미 양국은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 또 트럼프는 ‘우회 전략’을 혐오한다. 그런 만큼 어설픈 변칙 승부나 눈치보기식 접근은 오히려 협상에서 역효과를 낼 거란 지적이다. 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
중동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2000억 달러(약 280조 원) 규모의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백악관이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특히 양국은 UAE가 향후 10년 간 1조4000억 달러(약 1950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뒷받침하는 ‘AI(인공지능) 협정’에도 이번에 서명했다. UAE가 미국의 AI 데이터 센터 등에 거액을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를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가 거액의 ‘오일 머니’를 챙기기 위해 자국 안보를 담보로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 수출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AI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중동 투자금을 의도적으로 피한 바 있다. ● 美-UAE, ‘AI 협정’ 체결…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출할듯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 2000억 달러 상당의 계약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엔 미국 기업 퀄컴이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및 UAE 통신회사 이엔드(e&)와의 협력을 통해 UAE의 아부다비에 AI 센터 등을 설립하고, 보잉과 GE 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28대 구매를 대가로 145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백악관은 특히 양국이 AI 협정에도 서명했다면서, 미국이 AI 데이터 센터를 지을 때 UAE가 직접 건설해주거나 투자하기로 한 약속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UAE는 미국산 기술이 제3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강력한 보호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이같은 투자에 대한 대가로 UAE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당장 올해부터 최첨단 AI 반도체를 연간 50만 개까지 수입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수 분간 대화하기도 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UAE 아부다비에 5기가와트 용량의 AI 데이터 센터 등이 있는 AI 캠퍼스를 건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UAE의 대규모 투자가 AI 인프라, 반도체, 에너지, 양자컴퓨팅, 생명과학, 제조업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UAE가 향후 10년 간 투자하기로 한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언급하며 “미국과 UAE의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AI 합의, 中도와주는 꼴”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수출 합의를, 카타르에선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날 UAE에서 2000억 달러 계약까지 맺었다. 대부분 중동에 안보 인프라 등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안보-경제 메가 패키지딜’ 성격이었다.이러한 ‘빅딜’을 두고 미국 내에선 전략적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가장 민감한 AI 반도체 기술이 모호한 외국 투자와 맞바뀌었다”라며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사우디나 UAE가 이 칩들을 어떻게 통제할지, 중국 정부나 제조업체가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없다”고도 했다. UAE는 친미 국가로 분류되지만,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도 밀착해왔다.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우회 유입될 가능성을 염려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제외한 각국별 수출 물량 한도를 둔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7일 해당 정책을 파기했다.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자산을 해외에 넘긴다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력을 통해 중동에 AI 기반 인프라를 ‘외주화’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미국이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에서 경험했던 ‘주도권 상실’의 전철을 밟는 것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4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란을 겨냥해 “우호적, 비우호적이라는 두 가지 길만 있을 뿐 세 번째는 없다”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다만 “우리는 이란이 번영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며 “모두 평화롭게 살길 원한다”고 했다. 집권 1기부터 갈등을 빚은 이란에 핵포기를 종용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내는 동시에 협상의 문도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중동 문제를 다룰 때도 앞서 미 행정부들이 적용해 온 문법에 얽매이는 대신 ‘트럼프식 실용주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에서만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678조 원) 상당의 경제 교류를 창출하는 합의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에 안보 인프라 등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안보-경제 메가 패키지딜’을 성사시켰다는 것. 거액의 ‘오일 머니’ 획득이 이번 중동 순방의 핵심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중재 강국’ 카타르 국왕에게 “이란 문제 함께 해결”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동 순방 기자단에 “장기적 평화를 위해 이란과 매우 진지하게 협상하고 있다”며 “이란과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까지 이란과 네 차례에 걸쳐 핵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도하에서 열린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주최 국빈만찬에선 이란에 대해 “‘폭력적인 길’을 원하지 않는다”며 조속히 핵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란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접근을 선호할 테지만, 난 그 길을 피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타밈 국왕을 향해 “이란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중재를 당부했다. 카타르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진행된 미-탈레반 간의 ‘아프간 평화 협상’ 등을 중재한 중동의 대표적인 중재국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도 미국과의 핵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알리 샴하니 이란 최고 정치·군사·핵 고문은 14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즉각적인 경제 제재 해제와 농축률이 낮아 발전용으로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 활동 지속을 조건으로 자국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전량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연일 파격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선 적대국이었고 이란과 러시아와 밀착했던 시리아에 대해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란을 향해선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전제로 ‘거래’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사우디에서 그는 이전 미 행정부들이 행한 적극적인 중동 개입 정책을 비판하며 “나는 (중동 국가들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훈계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자리에 참석한 아랍국 주요 인사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등 열광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백악관 중동 순방 경제성과 홍보… NYT “실제 계약 규모 절반도 못 미쳐”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수출 합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카타르에서도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교류에 합의했다. 여기엔 카타르항공이 미국의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210대를 구매하는 등 9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포함됐다. 또 미국의 엔지니어링 및 보안 솔루션 공급업체 파슨스는 970억 달러 규모의 30개 프로젝트를,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은 카타르의 드론 방어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공개한 사우디 등과의 계약 규모가 실제론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동 순방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뻥튀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NYT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이 사우디와 맺은 계약 총액은 2830억 달러 규모로, 백악관이 주장한 60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또 많은 계약 목록들의 세부사항이 불분명하고, 일부 계약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이미 진행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란을 겨냥해 “우호적, 비우호적이라는 두 가지 길만 있을 뿐 세 번째는 없다”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다만 “우리는 이란이 번영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며 “모두 평화롭게 살길 원한다”고 했다. 집권 1기부터 갈등을 빚은 이란에 핵포기를 종용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내는 동시에 협상의 문도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중동 문제를 다룰 때도 앞서 미 행정부들이 적용해 온 문법에 얽매이는 대신 ‘트럼프식 실용주의’ 잣대를 들이대겠단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에서만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700조 원) 상당의 경제교류를 창출하는 합의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에 안보 인프라 등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안보-경제 메가 패키지딜’을 성사시켰다는 것. 거액의 ‘오일 머니’ 획득이 이번 중동 순방의 핵심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중재 강국’ 카타르 국왕에게 “이란 문제 함께 해결”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동 순방 기자단에게 “장기적 평화를 위해 이란과 매우 진지하게 협상하고 있다”며 “이란과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까지 이란과 네 차례에 걸쳐 핵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도하에서 열린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주최 국빈만찬에선 이란에 대해 “‘폭력적인 길’을 원하지 않는다”며 조속히 핵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란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접근을 선호할 테지만, 난 그 길을 피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그는 이날 타밈 국왕을 향해 “이란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중재를 당부했다. 카타르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진행된 미-탈레반 간의 ‘아프간 평화 협상’ 등을 중재한 중동의 대표적인 중재국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도 미국과의 핵협상에 적극 나서겠단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알리 샴하니 이란 최고 정치·군사·핵 고문은 14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즉각적인 경제 제재 해제와 농축률이 낮아 발전용으로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 활동 지속을 조건으로 자국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전량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연일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선 적대국이었고 이란과 러시아와 밀착했던 시리아에 대해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란을 향해선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전제로 ‘거래’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사우디에서 그는 이전 미 행정부들이 행한 적극적인 중동 개입 정책을 비판하며 “나는 (중동 국가들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훈계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자리에 참석한 아랍국 주요 인사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등 열광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백악관 중동 순방 경제성과 홍보…NYT “실제 계약 규모 절반도 못 미쳐”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수출 합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카타르에서도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교류에 합의했다. 여기엔 카타르항공이 미국의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210대를 구매하는 등 9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포함됐다. 또 미국의 엔지니어링 및 보안 솔루션 공급업체 파슨스는 970억 달러 규모의 30개 프로젝트를,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은 카타르의 드론 방어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공개한 사우디 등과의 계약 규모가 실제론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동 순방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뻥튀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NYT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이 사우디와 맺은 계약 총액은 2830억 달러 규모로, 백악관이 주장한 60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또 많은 계약 목록들의 세부사항이 불분명하고, 일부 계약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이미 진행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중국이 14일 낮 12시 1분(미국 동부시간 14일 0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90일 동안 125%에서 10%로 낮췄다.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통상 협상을 통해 12일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미국 역시 이날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90일간 14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관세로 격렬한 ‘통상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이 본격 재개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상 협상의 세부 내용을 담판 지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시 주석과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관세세칙위원회 또한 14일 공고문을 통해 지난달 2일 이후 미국에 적용한 비(非)관세 보복 조치 역시 중단하거나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달 4일 수출 통제 목록에 올랐던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의 대(對)미국 수출을 조만간 허용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다만 중국은 올 2월 미국산 대형 자동차와 액화천연가스(LNG)에 10∼15%, 한 달 후 미국산 농축산품에 10∼15% 등 품목별로 매긴 관세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미국이 ‘좀비 마약’ 펜타닐을 이유로 중국에 10%씩 두 차례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미국이 중국에 20%의 펜타닐 관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중국 역시 관세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날 별도의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행정명령을 통해 “동부시간 14일 0시부터 대중국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30%로 낮춘다”고 밝혔다. 800달러(약 113만 원) 미만의 중국발 소포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기존 120%에서 54%로 낮췄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적대국이었던 시리아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단교, 원유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풀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과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브라함 협정’에 시리아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갈등을 빚은 이란에도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 이란과 거래하고 싶다”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다만 “이란이 ‘올리브 가지’(핵 협상 제안)를 거부한다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고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관세 전쟁’을 벌였던 중국과도 최근 스위스에서 협상을 갖고 90일간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12일 합의했다. 이후 시리아와 이란을 상대로도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실용주의’라는 평가와 ‘원칙 없는 좌충우돌’이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예측불허’ 트럼프, 시리아 임시 대통령 만나고 이란에도 손짓중동 순방 중 “시리아 제재 해제”첫 방문지 사우디서 “난 피스메이커”… 시리아의 광물 공동개발 러브콜에“모든 제재 풀겠다” 국익 극대화 행보… 이란 향해선 “협력관계 구축 준비”“나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maker)’이고 ‘통합하는 사람(unifier)’이다.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3일(현지 시간) 대(對)시리아 제재를 전격 해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과 만나 시리아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1971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3년간 시리아를 철권 통치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과 아들 바샤르 전 대통령은 반대파에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지탄받았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을 제어하기 위해 1979년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아사드 정권의 대량 학살이 본격화하자 시리아와 단교했고 시리아 투자도 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시리아에 화해 손짓을 보낸 건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출범한 시리아 과도정부와 협력하는 게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샤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내 광물자원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집권 1기 때부터 갈등을 빚었던 이란에도 “영원한 적은 없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외교정책의 재편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진단했다.● 시리아, 경제 협력으로 트럼프에 ‘구애’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시리아가 위대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제재 해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의 우선순위는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이라며 “시리아, 행운을 빈다.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는 하루 뒤 샤랴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집권 1기에 UAE,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며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 시리아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더 많은 아랍 국가를 이 협정에 참여시킬 뜻도 밝혔다. 시리아에 근거지를 뒀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재등장을 막기 위한 협력 강화도 요구했다. 샤라 대통령은 미국 기업의 시리아 투자를 당부했다. 시리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랜 내전 등으로 경제가 피폐한 상태다. 그는 또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유럽 부흥을 위해 제공한 대규모 공적 원조) 방식의 시리아 재건 구상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국 광물자원을 미국과 공동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미국을 적대시했던 시리아의 변화는 이 나라들의 중동 내 영향력을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이란과 시리아에 ‘실용 외교’ 구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선 “과거의 갈등을 끝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러분(이란)의 지역과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9일 이란에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입장 변화는 ‘트럼프식 실용 외교’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중국과 극한의 통상 전쟁을 벌이다 12일 전격적인 관세 인하에 합의한 것도 실용주의의 연장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의 통상 협상 타결을 높이 평가하며 “실용주의적 태도는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중국이 14일 낮 12시 1분(미국 동부시간 14일 0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90일 동안 125%에서 10%로 낮췄다.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통상 협상을 통해 12일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미국 역시 이날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90일간 14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후 관세로 격렬한 ‘통상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이 본격 재개되는 모양새다.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상 협상의 세부 내용을 담판 지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시 주석과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중국 관세세칙위원회 또한 14일 공고문을 통해 지난달 2일 이후 미국에 적용한 (非)관세 보복 조치 역시 중단하거나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달 4일 수출 통제 목록에 올랐던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의 대(對)미국 수출을 조만간 허용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다만 중국은 올 2월 미국산 대형 자동차와 액화천연가스(LNG)에 10~15%, 한 달 후 미국산 농축산품에 10~15% 등 품목별로 매긴 관세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미국이 ‘좀비 마약’ 펜타닐을 이유로 중국에 10%씩 두 차례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미국이 중국에 20%의 펜타닐 관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중국 역시 관세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미국은 이날 별도의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행정명령을 통해 “동부시간 14일 0시부터 대중국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30%로 낮춘다”고 밝혔다. 800달러(약 113만 원) 미만의 중국발 소포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기존 120%에서 54%로 낮췄다.중국 매체 ‘상관신원(上觀新聞)’은 미국 수입업체들이 90일간의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최대한 재고를 쌓아 두려고 할 가능성이 커 당분간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이 (시장) 개방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통상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거나 없애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미중이 이번 협상을 통해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에는 ‘상호 개방’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시점이나 방식이 적시되지 않았다. 그 대신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 등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개방을 강조한 건 향후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요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대규모 대(對)중 무역적자 등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향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구조적 문제까지 거론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시장 개방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중국으로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간 ‘시장 개방’에 대한 인식 차이 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심각하게 피해를 받았고, 공장들은 문을 닫고 있었으며, 사회적 불안도 있었다”며 “그래서 그들은 (이번에) 우리와 어떤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주장하며 양국 간 협상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우린 중국에 시장을 개방했지만 그들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며 “이는 말이 안 되고 불공정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엔 중국이 자국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동의했다”며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거나 없앨 것이다. 그 장벽들은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시장 개방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말했지만, 90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중국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미중 통상전쟁이 1년 반가량 이어지다가 2020년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체결 후에야 일단락됐다. 지금은 당시보다 양국의 갈등이 더 깊어진 상태라 협상이 계속 진행돼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개방을 둘러싼 미중의 인식 차이 역시 향후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단순히 일부 품목에서 수입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제한 해제나 경쟁 중립성 확보까지 중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 클라우드, 의료 분야 등에 대한 폭넓은 개방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계획경제’ 성격이 강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중국 정부에 자국에 대한 개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필수품에 대해선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한다”고 밝혔다. 희토류와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중 무역에서 ‘선택적 분리’를 시사한 것으로, 향후 미중 협상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중 ‘정상회담’ 모색할 수도 미중이 90일 안에 포괄적 합의 수준에 근접하려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대한 이른 시점에 만나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관계는 매우 좋다”며 “이번 주말쯤 시 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네바 미중 무역협상을 계기로 향후 정상 간 접촉을 늘려 나갈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땐 백악관 입성 76일 만에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 마주 앉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각각 6월 14일과 15일인 만큼 6월 워싱턴에서 ‘생일 정상회담’을 논의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고위급 협상이 몇 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보복 관세 부과가 유예된) 향후 90일간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대(對)중 관세가 (이번에 합의된 30%보다) 상당히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부과된 관세나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통상협상에서 미국은 대중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했지만 ‘관세 전쟁’이 끝난 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재설정하는 데 성공했다”며 “좀 더 구조적인 사안들에 대해 계속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등 민감한 쟁점이 다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최종 합의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1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 미국 출신 레오 14세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가 사흘 전 교황으로 선출되고 첫 주일 미사가 열린 이날, 이곳을 찾았다. 미사 시간이 다가오자 신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성당 문을 지나 예배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부 신자들의 표정과 몸짓에선 차분한 가운데 조용한 설렘이 느껴졌다.》이곳에서만 10년 넘게 미사를 드려 왔다는 도로시 밀러 씨(56)는 “매주 왔던 곳이지만 오늘은 좀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새 교황이 미국 출신이란 점 때문에 왠지 더 성스러운 기분까지 들어 가슴이 뭉클하다”며 미소 지었다. 성당 앞에서 만난 다른 신자는 “처음 만난 신자들끼리도 이날 새 교황 얘기를 많이 주고받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며칠 전부터 기분 좋은 습관이 생겼다”며 “틈나는 대로 새 교황을 검색하며 업데이트된 소식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콜 그레이슨 씨(34)는 감격스럽다는 듯 두 손을 연신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레오 14세가 선출된 날을 ‘영적인 기념일’로 기려야 해요. 이건 하느님이 미국인들에게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하라는 뜻입니다.”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교황 선출 후 첫 주일 기도를 집전했다. 선출 당일에 이어 두 번째로 대중 앞에 나선 그가 전 세계를 향해 전한 핵심 메시지는 ‘평화’였다. “오늘날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이 조각조각 벌어지는 극적인 시나리오를 겪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강국에 반복해서 이렇게 호소하고 싶어요.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 “믿을 수 없어” “교황 만세”“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 먹다 나도 모르게 혼자 외쳤어요. ‘믿을 수 없다’라고.” 5년 전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했다는 그레이스 하트 씨(36)는 새 교황 소식을 처음 접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도 덧붙였다. “그때 입안에 있던 음식물이 동료에게 튀어서 미안하다고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동료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이렇게 외치더군요. ‘교황 만세.’” 미국은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가톨릭 인구가 많은 나라다. 가톨릭 신자만 미국 전체 성인의 20%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에 있는 가톨릭 본당의 수도 1만6000개가 넘는다. 그런 미국에서 2000년 넘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을 배출했다. 어찌 보면 시간문제 같던 ‘미국인’ 교황의 등장. 하지만 기다림이 길어서였을까. 미국 사회에선 자국 출신 교황 선출에 가톨릭 신자는 물론이고 비(非)신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종교와 상관없이 작은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어느 순간 갑자기 현실이 됐다”며 “미국인들에게 목요일의 이 사건(교황 선출)은 기쁨과 놀라움의 원천이었다”고 표현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홈페이지에 레오 14세 관련 소식을 전하는 라이브 페이지까지 만들었다.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기분 좋은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하기 위해서다.● 카터 국장 당시 화합 장면 오버랩미국에서 새 교황 선출 소식에 이처럼 흥분하는 건, 단순히 그가 미국인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란 평가가 많다. 최근 미국은 정치적으론 좌우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 중이며, 경제·사회적으로도 심한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념·가치·세대를 불문하고 화합할 만한 계기가 그만큼 소중한 상황이라는 것. 이번 교황 선출에 미국이 감격하고 흥분하는 건, 이 소식이 작게나마 그 화합의 계기가 돼주길 바라는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WP에 따르면 과거 레오 14세와 함께 신학교에서 수학한 케빈 멀린스 신부도 “우리나라(미국)가 분열돼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며 “교회 또한 어느 정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레오 14세)의 첫 번째 연설은 평화와 정의, 그리고 다리를 놓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지금 우리나라와 세상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가볍지 않은 만큼, 평화와 통합을 강조하는 레오 14세의 목소리가 더 울림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이클 도노번 씨(44)는 “지금 미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서로 보듬고 안아주는 따뜻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레오 14세는) 그런 우리(미국인)에게 지금 딱 필요한 인물”이라고 했다. 미 의회에서 근무한다는 한 남성은 “올해 들어 이처럼 미국인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본 건, 1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國葬)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는 애도를, 지금은 축하를 하는 만큼 그 표현 방식은 다르다. 다만 미국인들이 분열을 넘어 순수하게 감정을 공유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카터 전 대통령 때와 지금의 장면이 오버랩된다는 얘기다. 실제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이 열렸을 당시 그 모습을 두고 미 NBC방송은 “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한 장면”이라고 전했다. 다른 주요 언론들 역시 정치 갈등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서 이 장례식이 모처럼 화합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적이지 않은’ 교황 vs ‘미 우선주의’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레오 14세 선출 직후 공개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그가 첫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정말로 영광”이라고 썼다. 또 그와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신교에서 2019년 천주교로 개종한 J D 밴스 부통령도 X에 “첫 미국인 교황 선출을 축하한다”면서 미 가톨릭 신자들과 다른 기독교인들은 “레오 14세가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를 기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톨릭 신자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성명을 내고 “미국은 첫 번째 미국 출신 교황과 함께 우리의 오랜 관계를 심화시키길 고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레오 14세와 트럼프 정부의 시선에 접점이 있을진 지켜봐야 할 듯하다. 레오 14세는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1985년부터 20여 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해 왔다. 미국 출신이지만 귀화해 페루 국적도 갖고 있다.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란 배경이 첫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된 이유란 평가도 나온다.반면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기조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등과 사실상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항상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 ‘페루의 프란치스코’로 불린 레오 14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반이민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소셜미디어에 여러 차례 공유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레오 14세와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고, 관계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과 중국 모두 (양국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원치 않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한 상호관세를 향후 90일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한 사실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전쟁을 벌여 왔던 두 나라는 이날 전격적으로 관세 인하 및 유예를 발표하며 ‘휴전’을 선언했다. 이는 올 1분기(1∼3월) 예상치 못한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미국, 부동산 시장 및 내수 침체에 고전하는 중국 모두 이대로 가면 공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자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가진 두 나라의 무역 단절이 야기한 피해가 엄청나다는 점을 두 나라 모두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양국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등 미국에 취한 비(非)관세 보복 조치 또한 대부분 중단하거나 취소하기로 했다.● 美-中 “통상 대화 메커니즘 구축”두 나라는 10, 11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약 18시간에 걸쳐 통상 협상을 벌였다. 이후 12일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2일 이후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 125%(올 2, 3월 부과한 ‘펜타닐 관세’ 20% 제외) 중에 24%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91%는 취소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펜타닐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 추가 관세 및 전 세계에 일괄 부과한 10% 등 30%의 관세만 남긴다는 뜻이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115%포인트 인하됐다. 중국 또한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율을 미국과 같은 폭(115%포인트)으로 내렸다. 대미 관세율은 기존 125%에서 10%로 낮아진 것. 두 나라는 향후 통상 의제를 의논할 고위급 협의체도 만들기로 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 베선트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필요에 따라 실무급 협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에 펜타닐 단속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책상 위 설탕을 조금 집어든 후 “이 정도 펜타닐이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더 집어들고 “이 정도면 스위스 국민 전체를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 미국 측이 줄곧 불만을 제기했던 중국의 금융 및 농산물 시장 개방, 위안화 가치의 인위적인 하락 유도,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기술 스파이 의제 등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무역적자’ 온도 차 다만 양국이 최종 관세율을 합의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은 1조2000억 달러(약 1700조 원)의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대중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관세를 계속 부과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반면 허 부총리는 11일 협상 직후 “미국이 중국의 권익을 침해한다면 단호히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선 “WTO의 틀 안에서 이견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양국의 무역 긴장 완화 소식에 이날 위안화 가치는 상승했다. 한때 7.30위안대를 넘나들었던 역내 달러-위안 환율은 12일 오후 7.20위안대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또한 향후 12개월간 달러-위안 환율 전망치를 기존 7.35위안에서 7.0위안으로 낮췄다. 미국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해 왔다. 이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스위스 제네바에서 10, 11일 이틀간 고위급 통상협상을 진행한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입품에 부과했던 고율의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과의 통상협상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은 향후 90일 동안 상대국에 부과했던 관세율을 1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관련 내용이 담긴 발표문을 냈다. 이에 따라 90일 동안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게 됐다. 또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도 125%에서 10%로 인하된다. 두 나라는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에 “양측은 경제 및 무역 관계에서 우려 사항을 해결하고, 관련 논의를 지속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란 내용을 담아 협상을 이어 나갈 계획도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양측 모두 좀 더 균형 잡힌 무역을 원한다”고 말했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전날 “회의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대립해 온 두 나라가 일단 갈등 해소의 모멘텀은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포함해 무역관계 전반의 재조정이 필요하단 입장인 반면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어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다. 두 나라는 이번 협상의 승자가 각각 자국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12일 “이번 협상은 미국의 승리”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처음 반격한 국가”라고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9일 대일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 온 중요한 파트너”라며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주최한 ‘대일 외교 과제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다만 과거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후보는 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일본과의 경제협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축사에서 “양국(한일) 안보 협력은 동북아 평화와 대한민국 번영을 이끌어 온 한미일 안보동맹의 기반”이라며 ‘한미일 동맹’을 언급했다가 ‘한미일 외교안보협력’이라고 정정했다. 민주당은 과거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정신나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실 관계자는 “승인되기 전 자료집이 잘못 배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후보 대선캠프 외교안보보좌관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김 전 차장은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가급적 강화해야 하며, 한미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후보의 입장임을 강조했다”며 “(상호관세 협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이번 미국 방문을 “외교권이 없는 대선 후보 참모의 이례적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참모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면담했다. 김 전 차장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되, 한국과 미국의 통상협상에 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김 전 차장은 이날 백악관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가급적 강화해야 하며, 한미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입장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캠프데이비드 협정’ 등 기존의 한미일 협력을 되돌릴 지 모른다는 미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이 후보 또한 9일 민홍철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 온 중요한 파트너”라며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밝혔다.김 전 차장은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의 90일 유예 기간이 오는 7월 8일 종료되는 것을 두고 “(협상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으며 미국 관계자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또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과의 통상협상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김 전 차장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특히 자동차 부품 관세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했다. 조선 분야 등에서 한국이 미국에 기여할 점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이번 미국 방문을 “외교권이 없는 대선 후보 참모의 이례적 행보”라며 우려하고 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가 한미 관세 협의와 관련해 “우리(미국)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협상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4, 5가지 사안에 대해 협의하는 ‘스몰 딜’을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관세율을 0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관세는 유지하되, 어느 정도 내려가도록 합의하고, 다른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상호 조율해 무역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하자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USTR 대표를 지낸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무역 정책의 설계자로 꼽힌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책사로 평가받는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트럼프 2.0과 한국 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을 예정이다. 관세 부과와 협상을 동시에 운용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정책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한 그는 “일부 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이 ‘관세’에만 있다고 착각한다. 진짜 문제는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이 같은 산업정책을 발전 전략으로 채택해 왔다. 포스코 등 훌륭한 회사를 보유하게 된 것도 보조금과 보호정책으로 기업을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의 속도에 대한 온도 차에 대해선 “미국과 상대국 모두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통상 합의가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험상 한국은 매우 현실적이고 유능해 가장 빠르게 조율해 나갈 나라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관세 ‘0’은 불가… 현대차-삼성 투자처럼 韓美 이익될 카드 써야”라이트하이저 前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트럼프, 관세로 무역균형 맞추려해… 관세 유지 선에서 스몰딜 병행 가능방위비 문제도 패키지딜로 묶일것… 韓, FTA협상때 조기 참여해 잘풀어양보항목 제시땐 협상 진전 있을것… 예상보다 더 빨리 합의할 가능성도“관세 협상을 하더라도 관세율이 ‘0’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관세를 통해 무역 균형을 맞추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다. 기본 관세를 부과하되, 특정 국가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관세를 유지하는 선에서만 ‘소규모 합의(small deals)’가 병행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앞서 트럼프 1기 때 자신이 주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두곤 ‘좋은 협상 모델’이라며, 한국 당국이 조기에 협상에 참여해 문제를 잘 풀어나갔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 정부에 이번 협상 역시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의미로도 풀이된다.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당신은 ‘자유무역(free trade)’보다 ‘공정무역(fair trade)’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우리 모두 자유무역 이론을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이를 실천한 국가는 없다. 일부 사람은 문제의 본질이 단지 ‘관세’에 있다고 착각하지만 문제는 ‘산업정책’이다. 산업정책은 국가가 자국의 은행 시스템·노동법·환율·조세제도 등을 조정하면서 수출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이건 소비자에게서 자원을 빼앗아 생산자에게 넘겨주는 구조다. 그러면 이 과잉 생산을 받아 줄 나라가 필요해지는데, 역사적으로 그게 미국이었다. 지난 25년간 미국은 느린 경제 성장, 막대한 무역적자,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정체 등의 결과로 고통받았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예상했나.“그렇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채택한 산업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상쇄하느냐가 문제다. 기본적인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 과대평가된 환율·보조금·산업정책 등을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매우 크다거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는 경로가 되는 국가들에 대해선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기본 관세를 부과하되, 특정 국가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합이 필요하단 얘기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협상용이라는 시선도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관세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협상을 통해 관세가 ‘0’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조정하고, 일정한 양보를 주고받는 게 매우 현명한 방식이다. 관세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스몰 딜’까지 병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좋은 (협상) 모델로는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 한국 간 FTA 개정 협상이 있다. 당시 한국은 매우 영리하게 접근했다. 유능한 장관들이 있었고, 조기에 협상에 참여해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갔다. 그 결과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겪은 많은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겪었다. 이는 미국을 대하는 방식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기 때문이다.”―한국과 미국 간엔 사실상 관세가 없다. ‘비관세 장벽’ 중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가 무엇인가.“한국은 산업정책을 설계해 왔다. 한국이나 대만은 반도체 강국인데 그 이유가 뭘까. 실리콘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결국 산업정책 때문이다. 시장 접근성, 보조금, 저평가된 환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리는 각국의 은행 시스템이나 공정거래법(반독점법) 등을 일일이 정하자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무역 균형’을 세우는 게 목표다.”―한미 정부의 통상 협상 속도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6월 대선 이후 합의에 방점을 둔 반면, 미국은 공개적으로 합의를 재촉하는 모습이다.“아주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우리와 협상 중인 모든 국가는 대선 등 정치 일정과 각자의 타임라인이 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상대국의 정치적 의지가 통상 합의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그렇다면 한미 간 관세 합의는 언제쯤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보는가.“난 이번 협상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포괄적 한미 FTA 전체를 재협상하자는 것이 아니다. 4∼5가지 사안만 협상하자는 거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무역 균형이라는 방향성엔 동의한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a, b, c 항목이 있고, 그 외 몇 가지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이다. 미국도 농업을 강조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므로 그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한미 관세 협상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등 안보 이슈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그렇다. 확실히 하나의 ‘패키지딜’로 묶이게 될 거라고 본다. 일단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가져와야 할 부분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되 한국의 이익은 심각하게 해치지 않는 대규모 투자다. 여기엔 국가안보적 함의도 있는 만큼, 그 안에 (안보 이슈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협상 카드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필요성도 있다. 현대차나 삼성의 투자 등은 명백히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등 동맹국과의 신뢰를 해치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무역 조치가 일부 동맹국들을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할 거란 관측도 있는데….“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중국이 마찬가지로 흑자 국가인 유럽 등과 더 가까워질 거란 얘긴데, 그게 말이 되나. 누군가는 그 상품을 받아내야 한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유럽, 한국, 일본 등과의 경제 관계에서 중국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니 이 분석은 ‘터무니없는 말’(nonsense)이다.특히 왜 국가들이 동맹을 맺는지도 봐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지키기 위한 안보적 이유로 동맹을 맺었다. 동맹이란 건, 누가 더 공격적이고 포식자인지 인식해 이에 함께 대응하는 개념이다.”―당신이 한국의 통상 장관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협상하겠는가.“일단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 사실 한미 양측 모두 논의 대상이 무엇인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아마 전반적으로 관세가 더 높아지게 될 것은 (한국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단지 미국 내 생산자와 비교할 때 약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일 뿐, 아시아나 유럽의 다른 해외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다.”라이트하이저 前USTR 대표는…트럼프 1기 무역정책 설계자韓-美 FTA 개정협상 이끌어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78)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 설계자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USTR 대표를 맡아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주도하며 미국의 무역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 지역인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1983년 36세의 나이로 USTR 부대표를 지내며 수십 건의 무역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2023년 펴낸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은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 책에서 관세를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9일 ‘트럼프 2.0과 한국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핵심과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한미 FTA 재협상 카운터파트였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담에 나선다.2025 동아국제금융포럼 2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안에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피에스 등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내 제약공장 설립 승인 소요 기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료용품, 의약품, 치료제 등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다른 나라로부터) 갈취당하고 있다”며 2주 안에 관세 부과 발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제약 수입은 지난 10년간 급증했다. 또 2023년 기준 무역적자가 1010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에 달해 미국의 관세 부과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의약품 생산시설은 FDA 인증 등이 필요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에 신속히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다만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약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긴 힘들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4일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몇몇 (업계) 관계자들부터 만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백악관도 “최종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관세 변덕’을 부린 건, 자국 영화계에서 큰 우려가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안에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피에스 등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내 제약공장 설립 승인 소요 기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료용품, 의약품, 치료제 등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다른 나라로부터) 갈취당하고 있다”며 2주 안에 관세 부과 발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제약 수입은 지난 10년간 급증했다. 또 2023년 기준 무역적자가 1010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수십 년간 미국 내 제약업이 크게 위축됐고, 약의 주요 성분 생산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로 이전됐다”고 진단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에 달해 미국의 관세 부과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의약품 생산시설은 FDA 인증 등이 필요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에 신속히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다만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약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긴 힘들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4일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몇몇 (업계) 관계자들부터 만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백악관도 “최종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관세 변덕’을 부린 건, 자국 영화계에서 큰 우려가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