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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18일 집중호우 지역의 풍수해 감염병 발생 위험이 커짐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 감시를 강화하고 모기 등 매개체 방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수해 발생 지역에선 하수관 범람으로 인해 오염된 물을 섭취할 우려가 있다. 살모넬라균 감염증 등 장관 감염증, A형 간염,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와 같은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 유행 가능성도 커진다. 수인성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와 익힌 음식 섭취 등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설사와 구토 등의 증상이 있으면 조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가 온 뒤 물웅덩이 등에선 모기가 증식하기 쉽다.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 일본뇌염을 예방하려면 모기 유충 서식지인 물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의 고인 물을 제거해야 한다. 수해를 입은 지역에선 설치류와 가축 등의 소변을 통해 렙토스피라증에 걸릴 수 있다. 급성출혈성결막염, 접촉성 피부염도 주의해야 한다. 침수 지역에선 수해 복구 작업 시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방수 처리된 작업복과 장화,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의 집단 발생 시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발열, 설사 등 증상이 있는 경우 보건소로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민간 입양기관에서 전담해 온 아동 입양이 국가 책임 방식으로 전면 개편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된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새로 제정된 ‘국제 입양에 관한 법률’이 19일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민간 입양 기관이 친부모 상담, 임시 보호, 예비 양부모 심사 및 결연 등을 모두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 아동 부모를 찾지 않고 입양을 보내거나, 자격 없는 가정에 입양돼 학대당하는 아동이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개정법에 따라 민간이 맡던 입양 절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담한다.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 양부모 입양 신청 접수와 교육은 아동권리보장원이 담당한다. 복지부 위탁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가 예비 양부모가 입양 자격을 갖췄는지 조사한다. 입양 자격에 대한 최종 적격성 심사와 결연은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한다. 수십 년간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낳았던 해외 입양은 까다로워진다. 2013년 가입한 ‘헤이그 국제 아동 입양 협약’에 따라 국내에서 적합한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아동에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판단될 때 해외 입양이 허용된다. 복지부는 아동 출국 후 1년간 입양된 나라로부터 적응 보고서를 받아 아동의 안전 등을 확인한다. 입양인 알권리 강화를 위해 모든 입양기록물 관리와 입양 관련 정보 공개 업무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된다. 국내 입양아는 2019년 387명에서 지난해 154명으로 5년 만에 60% 감소했다. 해외 입양도 같은 기간 317명에서 58명으로 5분의 1 이하로 줄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9일부터 기존의 민간 중심 아동 입양 체계가 국가 책임 방식으로 개편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된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새로 제정된 ‘국제 입양에 관한 법률’이 19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민간 입양기관이 수행하던 입양 과정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입양 절차 및 사후 관리 부실 지적을 받았던 입양 시스템을 개선하고, 무분별한 해외 입양을 막으려는 조치다. 지금까지는 민간 입양 기관에서 입양 상담과 임시 보호, 예비 양부모 심사 등을 모두 담당했다. 앞으로는 입양 대상 아동 결정과 보호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예비 양부모 적격성 심사와 결연 등은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 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한다.예비 양부모 입양 신청 접수와 교육은 아동권리보장원이 담당하고, 양부모의 자격 여부는 복지부가 위탁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심의한다. 결연 후 예비 양부모가 가정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한다. 입양 허가 전 조기 애착 형성과 상호 적응을 위해 법원에 임시 양육 결정을 함께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됐다. 임시 양육 결정이 내려지면 예비 양부모가 아동의 임시 후견인이 돼 아동을 입양 가정에서 보호할 수 있다. 입양 후에는 복지부 위탁기관과 지자체가 1년간 정기 상담, 모니터링 등을 통해 사후 관리한다. 국제 입양은 헤이그 입양 협약에 따라 국내에서 적합한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 한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때만 허용된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국제 입양 결정, 양부모 자격 확인, 결연 등이 추진된다. 복지부는 아동 출국 후 1년간 상대국으로부터 아동 적응 보고서를 수령한다.외국 아동을 국내로 입양하는 제도도 새로 시행된다. 기존에는 민법에 따라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았다. 앞으로는 입양 희망 부모가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을 신청하면, 복지부의 가정환경조사, 상대국과의 정보 교환 등을 거쳐 입양이 진행된다. 입양인의 알 권리 강화를 위해 모든 입양기록물 관리와 입양 관련 정보 공개 업무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된다.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공적 입양체계 개편으로 모든 입양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게 됐다”며 “새 입양체계가 현장에서 안착하도록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 10명 중 7명은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의사 수 추계기구 결정에 따르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정원 동결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라고 답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16일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1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8.6%는 ‘의대 정원을 추계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로 결정하자’는데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19.4%였다. 정부는 2027학년도부터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를 통해 적정 정원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추계위 구성을 완료하고,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다. 추계위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요건으로는 37.3%가 ‘의대 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36.0%, ‘추계위 운영의 독립성 강화’ 8.3% 순이었다. 응답자의 57.9%는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 찬성했다. 사업단은 “지난해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 당시 국민의 높은 지지와는 상반된 반응”이라며 “의정 갈등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인식도 ‘숫자’보다는 ‘합리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며, 시민의 공감과 참여 없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필수 의료 자원에 대한 정부 직접 지원 및 관리’에 대해선 응답자의 85.9%가 동의했다. ‘필수 의료 전공의 수련 비용 지원’에 대해서도 76.5%가 찬성했다. 사업단은 “필수과 기피, 지역의료 붕괴 등 의료공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필수 의료를 시장에 맡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윤영호 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의료 개혁도 국민과 의사, 정부가 함께 해법을 도출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난치성 희소 질환을 앓던 20대 필리핀 청년이 한국 의료진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간을 이식받아 새 삶을 얻었다. 1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간이식 팀은 지난달 18일 필리핀 마카티병원에서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을 앓는 청년 프란츠 아렌 바바오 레예즈 씨(23)에게 어머니의 간 일부를 떼어 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4년 전부터 담도염에 시달리던 이 환자는 최근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만성적인 담관 염증으로 인해 간 기능이 저하돼, 보존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담도외과 안철수 김상훈 교수는 담관 염증과 협착 때문에 제 기능을 못 하는 간과 간외 담관을 제거하고 어머니의 간을 이식했다. 환자의 어머니 마리아 로레나 멘도자 바바오 씨는 과거 복부 총상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 등 세 차례의 복수 수술 병력이 있어 복강 내 심한 유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긴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는 현지 의료진과 함께 개복 간 절제술로 간 일부를 무사히 절제해 냈다. 간이식 팀은 귀국 후에도 원격 협진으로 환자 회복을 지원했다. 어머니는 수술 후 5일 만에 퇴원했고, 아들 또한 건강을 회복해 이번 주 퇴원할 예정이다. 환자는 “간이식 분야 세계 최고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희망이 생겼다”며 “새 생명을 선사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장기 기증자가 인구 100만 명당 1명 수준으로 장기 이식이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다. 간이식 생존율도 국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생체 간이식 경험이 없는 마카티병원은 서울아산병원에 의료진 교류와 간이식 교육을 요청했고, 두 병원은 2023년 의학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기훈 교수는 “이번 수술은 현지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마카티병원과 지속적인 협력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생체 간이식만 7563회 시행했고, 올해 5월엔 뇌사자 간이식을 포함해 간이식 9000회를 달성해 단일 의료기관 기준 세계 최다 간이식 기록을 세웠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들이 국회에 수련 복귀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이달 말 시작되는 수련병원 하반기(7∼12월) 모집에 상당수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 최소한의 복귀 명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추가 특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 정부가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이라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 현장 법적 리스크 완화가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위한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병역을 마친 뒤 과거 근무했던 수련병원에서 계속 수련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면 입대가 연기돼 수련을 마친 뒤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으로 복무한다. 하지만 지난해 사직 처리된 전공의 880명이 올 초 입대했고, 나머지 병역 미필자 2400여 명도 2028년까지 차례대로 입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이 복귀했을 때다. 인기과일수록 수련병원 연차별 정원은 소수이기 때문에 과거 근무했던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는 “비대위도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에 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련환경 개선도 핵심 과제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재연 삼성창원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도 전문의 부족 속에 전공의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단순 처치나 행정 업무만 떠안고 있다”며 “편한 수련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서 수련 환경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에 전공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도록 논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전공의들이 중요 요구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내부에선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특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월에 복귀하면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해 수련 공백이 2년으로 길어진다. 일부에선 전문의 배출 지연을 막기 위해 당분간 기존 2월 이외에도 8월 추가 시험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필수과 교수는 “전문의 배출이 시급한 일부 과라도 추가 전문의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정부와 대한의학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가)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을 꼼꼼히 챙기고, 전공의 복귀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도 두루 듣겠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대생이 전원 수업 복귀를 선언하면서 의정 갈등의 한 축인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전공의 사이에선 “더 이상 수련 중단은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이 팽배해 9월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산부인과 등 일부 필수과 저연차 전공의 사이에선 수련을 포기하거나 인기과로 전공을 바꾸겠다는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필수과 일부에선 “지원자 감소 등 의정갈등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젠 복귀하자” 9월 상당수 복귀 전망 의대생 복귀 선언이 알려진 뒤 전공의 내부에선 ‘9월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대형병원 3년 차 레지던트는 “학생들이 복귀하면 우리만 남아서 할 게 없다. 대다수가 빨리 돌아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9월부터 근무하는 하반기(7∼12월) 전공의 모집은 통상 7월 3, 4주 차에 시작된다. 상반기 결원이 있는 일부 과에서 소수를 추가 모집한다. 그러나 올해는 수련병원에 남은 전공의가 총 2532명으로, 의정갈등 이전 1만3531명의 18.7%에 불과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4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전공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협은 이달 초 전공의 8458명의 설문을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입대 및 입대 예정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을 복귀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수련 공백을 최소화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 복귀하는 수련 마지막 해 전공의는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없다. 이듬해 2월 시험에 응시하면 전문의 취득이 예정 시점보다 2년 늦어진다. 이 때문에 내년 8월 추가 시험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4년 차 레지던트는 “전공의와 전문의는 수입 등 처우 차이가 커 6개월이라도 먼저 시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의 시험을 총괄하는 대한의학회 등에선 추가 시험에 난색을 보였다. 일부에선 수련 기간 단축 얘기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공의 스스로 수련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덜 배운 채로 전문의를 따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도 “특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필수과 저연차는 “전공 포기” 고민 의정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전공의 일부는 수련을 포기할 수도 있다. 내과, 외과 등 필수과 사직 전공의 중엔 미용 등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전협 비대위 설문에서 ‘수련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전공의 72.1%는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과 소속이었다. 레지던트 1년 차 수련을 앞두고 사직한 필수과 전공의는 “필수과에서 고생하는 만큼 보상을 받기는커녕 사법 리스크 때문에 힘들어하는 선배를 많이 봤다. 하반기엔 쉽지 않겠지만, 내년 초에 아예 과를 바꿔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필수과 이탈 규모가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방 수련병원 외과 교수는 “정부 필수의료 지원책을 불신하는 전공의가 많고, 개원가에서 쉽게 돈 버는 방법도 알게 됐다. 하반기에 얼마나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1년 5개월 만에 ‘전원 복귀’를 선언했다. 의정 갈등 해결의 출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학사 일정 재조정과 특혜 논란 등 의대 교육 정상화까지는 큰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선 구체적인 복귀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고려대 의대 본과 1학년인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정부, 학교 등) 여러 단위의 협조가 선행돼야 해 정확한 날짜를 말씀드릴 순 없다”고 했다. 다만 올해 유급되지 않으려면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매 학년도 수업일수 30주 이상’ 기준에 따라 이달 21일부터는 수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각 의대가 복귀 로드맵을 마련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학사 유연화 요구가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비대위원장은 “방학 등을 이용해 교육의 질적 하락이나 총량 감소 없이 제대로 교육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장문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학사 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입장문 발표에 앞서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1년 6개월간 국민 여러분께서 말할 수 없는 피로와 아픔을 견뎌 오셨다. 그 고통을 깊이 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비대위원장은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긴 고통을 겪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사과’를 언급하진 않았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을 협상 수단으로 삼았던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 페이스북에 “주술 같은 2000명 밀어붙이기의 고통이 너무 크고 깊었다”며 “큰 일보전진이 다행이다. (의료 정상화를 위한) 결실의 길을 찾겠다”고 썼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의원들을 만나 복귀 조건과 의료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내에서 식재료로 허가되지 않은 개미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 식당이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건조 개미를 음식에 올려 판매한 음식점 대표와 법인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식약처는 블로그 등 온라인 게시물에서 개미를 식재료로 쓰는 식당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해당 음식점 대표는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과 태국에서 건조 상태인 2가지 종류의 식용 개미 제품을 사들였다. 해당 음식점은 2021년 4월∼올 1월 3년 9개월 동안 일부 요리에 개미를 3∼5마리씩 얹어 제공했다. 음식점 대표는 “산미를 더하기 위해 개미를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음식점은 개미가 들어간 요리를 약 1만2000그릇 팔아 1억20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실제 이용자 블로그 등에는 식혜 셔벗 위에 개미를 올려 먹은 후기가 올라와 있다. 이용자들은 ‘(개미가) 톡 터지면서 신맛이 느껴진다’, ‘셰프가 직접 채집한 지리산 청정 개미’ 등의 후기를 남겼다. 식약처 관계자는 “태국 등 현지에서는 정상 유통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식재료로 쓸 수 있는 곤충은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 식용 누에 등 총 10가지 종류다. 식약처는 “개미를 식용으로 사용하려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한시적 기준, 규격 인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당 음식점을 관할 기관이 행정처분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허가되지 않은 식품이나 첨가물을 제조·판매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내에서 식재료로 허용되지 않은 개미를 활용해 요리를 만든 음식점이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한 건조 개미를 음식에 얹어 판매한 음식점 대표와 법인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식약처는 블로그 등 온라인 게시물에서 개미를 식재료로 쓴 요리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해당 음식점 대표는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과 태국에서 건조 상태인 개미 제품 두 종류를 사들였다. 이 대표는 2021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3년 9개월 동안 일부 요리에 개미를 3~5마리씩 얹어 제공했다. 음식점 대표는 “산미를 더하기 위해 개미를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미가 들어간 요리를 1만2000회가량 팔아, 약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 식용할 수 있는 곤충은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 식용 누에 등 총 10종류다. 식약처는 “개미를 식용으로 사용하려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약처의 한시적 기준·규격 인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당 음식점을 관할 기관이 행정처분 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어릴 때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이모 양(18)은 학교를 자퇴한 뒤 잠시 사귀던 20대 남성의 아이를 덜컥 가졌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이 양에게 폭언과 폭행을 이어갔고, 아이 아빠와는 연락이 끊겼다. 아이를 지우긴 싫었지만, 출산 기록이 남고 혼자 키우는 것도 이 양에겐 큰 부담이었다. 다행히 임신부가 익명으로 진료를 받고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알게 돼 최근 아이를 낳았다. 이 양은 “엄마 품을 떠나보내 미안하지만, 아이가 나보다 나은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신생아 유기와 아동 방임을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시행된 ‘위기임신 보호출산제’를 통해 지난 1년간 아이 299명이 안전하게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 6월까지 관련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산모는 160명이다. 107명은 보호출산을, 32명은 출생신고 후 입양을 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출산을 원했던 19명은 상담을 받고 마음을 바꿔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가 아동 유기, 출생 신고를 하지 않는 ‘유령 아동’ 발생을 막고 있지만 위기 임신부를 지원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더 적극적인 상담과 지원으로 위기임신 여성이 자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보호출산제 1년, 299명 안전출산숙려기간 길수록 자녀 애착 커져… 다른 엄마-아이 보며 육아 결심도“익명 출산 부추기는 제도는 곤란… 위기임신 막을 근본적 대책 절실”“예비 신랑이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워 파혼했어요. 뱃속 아이는 14주가 넘어서 낙태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저 좀 도와주세요.” 최근 서울시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센터에 20대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헤어진 남자친구는 아이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고, 혼자 낳아 키울 자신도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여성은 센터 소개로 보호출산을 선택했고 출산 후 일주일의 숙려기간 동안 아이를 직접 양육할지 고민했다. 이후 아이를 보호기관에 맡기며 “준비되지 않은 채 너를 맞이해 미안하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위기임신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가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숙려기간 길어지면 양육 의지 커져지난달 27일 통합지원센터에서는 상담사 2명이 위기임산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 응급 전화를 받으면 직원이 방문해 거처 마련 등 출산 과정을 돕는다. 상담사 10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365일 대기한다. 센터 관계자는 “위기임신 여성은 절벽에 내몰린 것과 같다. 때를 놓치면 낙태, 아동 유기, 아이 아빠의 가정폭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기임신 보호출산제는 2023년 수원 영아 살해 사건 등 아동 유기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긴급히 시행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임신부가 숙박시설, 공중화장실 등에서 출산하지 않도록 산모와 아이를 모두 보호하려는 취지다.보호출산을 선택하려면 반드시 센터에서 대면으로 상담해야 한다. 센터 인근 위기임산부 지원 시설인 ‘애란원’도 방문한다. 이숙영 애란원 원장은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보호출산을 선택한 산모도 보호시설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애란원에서 만난 김모 양(18)도 같은 사례다. 그는 임신한 뒤 아이를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에 맡길 생각이었으나 센터 등에서 심층상담을 받은 뒤 보호출산을 선택했다. 이후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냈지만 사흘 만에 직접 키우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 양은 “숙려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통상보다 좀 더 긴 2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쳤고 아이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다. 출산 전에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두려웠는데, 이젠 아이와 떨어지는 게 더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위기임신 막을 근본적인 대책 필요”보호출산이 유기될 뻔한 생명을 지키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현장에서는 ‘보호출산이 익명 출산을 부추기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보호출산을 선택하면 아이는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안내한다”며 “출산 전후 적극적인 상담으로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기임신 여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적 안전판도 필요하다. 임산부는 미성년자, 배우자 및 가족 단절, 장애 및 경제적 자립 불가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위기임신 상담을 받는다. 하지만 출산한 뒤 사후관리를 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다시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부대표는 “정부가 아동 보호를 위해 보호출산제를 서둘러 시행했지만 위기임신이 왜 생기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이 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프랑스도 부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정책을 바꿔 자녀의 요청을 받으면 친모의 동의를 거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03∼2022년 요청을 받은 친모 3분의 2가량은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독일에서도 법원 판결을 통해 친모 이름 등 출생 정보를 알 수 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익명 출산 권리도 중요하지만 아동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는 7일 의료계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갖고 1년 5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의료계와 사실상 처음 이뤄진 최고위급 회동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에서 “(의대생이) 2학기에 가능하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많이 만들어내야 하겠다”고 말한 뒤 4일 만에 마련된 의정 대화 자리다.● “의대생 복귀가 최우선 과제” 양측 공감 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와 오찬 회동에서 의정 갈등과 관련해 “김 총리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김 총리는 과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경험까지 있다. 여기에 당사자들과 만날 약속까지 잡았다고 하니 이 대통령이 특별히 총리가 1차적으로 의견을 들어 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와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 의료계에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의료계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의대생 ‘트리플링(24·25·26학번 동시 교육)’ 해결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학기라도 의대생이 학교에 돌아와야 내년 정원의 3, 4배에 이르는 예과 1학년생들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는 파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올 2학기 복귀 학생을 위한 별도 커리큘럼을 만드는 등 학사 유연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도 “학사 유연화는 없다”며 의료계 요구를 일축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관계자도 “2학기에 신규 복귀자를 위한 강의를 개설하면 수업 부담이 배가 된다. 현재 교수 인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의대생에게만 특혜와 지원이 집중된다는 학내 불만이 부담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생이 빨리 복귀할수록 교육 정상화도 가능한데, 지도부가 여전히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공의 “의료 개혁 재검토” 요구 이날 회동에선 이달 말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복귀를 위한 전공의 요구안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이 2∼5일 사직 전공의 84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6.4%는 복귀 선결 조건으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료 개혁 재검토’를 꼽았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조차 이미 시행 중인 의료 개혁 방향을 새 정부가 크게 수정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조건을 일부 수용한다면 오히려 공공의대 신설 등 대선 공약이 청구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필수과 교수는 “의료계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교육 공백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얻어내려면, 공공의대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도 인정하고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반기 복귀를 서두르는 쪽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모집 인원이 적지만 인기가 많은 진료과다.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레지던트는 “수련병원별로 각 연차 모집 인원이 한 자릿수인 곳이 많은데, 이번에도 안 돌아가면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반면 내과 등 필수의료과 전공의 사이에선 “올해 9월 복귀나, 내년 3월 복귀나 2년 공백은 마찬가지”라며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李 “총리가 안전-질서-민생 각별히 챙겨 달라” 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국정 집행을 총리가 책임지고 잘 챙겨 달라”며 “특히 안전, 질서, 민생 분야를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 정무수석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방향 후속 점검 △신규 및 장기 의제 발굴 △사회적 갈등 의제 해결 △행정부 및 국정 상황 점검을 비롯해 대통령이 지시하고 위임하는 사항을 주요 업무로 집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와 매주 월요일 ‘주례 보고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단호하게 혁신하되, 품격 있게 국가의 연속성을 지켜가는 행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는 7일 의료계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갖고 1년 5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의료계와 사실상 처음 이뤄진 최고위급 회동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에서 “(의대생이) 2학기에 가능하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 많이 만들어내야 하겠다”고 말한 뒤 4일 만에 마련된 의정 대화 자리다.● “의대생 복귀가 최우선 과제” 양측 공감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와 오찬 회동에서 의정 갈등과 관련해 “김 총리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우상호 대통령실정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김 총리는 과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경험까지 있다. 여기에 당사자들과 만날 약속까지 잡았다고 하니 이 대통령이 특별히 총리가 1차적으로 의견을 들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총리와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 의료계에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의료계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의대생 ‘트리플링(24·25·26학번 동시 교육)’ 해결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학기라도 의대생이 학교에 돌아와야 내년 정원의 3, 4배에 이르는 예과 1학년생들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는 파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이를 위해선 올 2학기 복귀 학생을 위한 별도 커리큘럼을 만드는 등 학사 유연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학사 유연화는 없다”며 의료계 요구를 일축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관계자도 “2학기에 신규 복귀자를 위한 강의를 개설하면 수업 부담이 배가 된다. 현재 교수 인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의대생에게만 특혜와 지원이 집중된다는 학내 불만이 부담이다.의협 관계자는 “의대생이 빨리 복귀할수록 교육 정상화도 가능한데, 지도부가 여전히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공의 “의료개혁 재검토” 요구이날 회동에선 이달 말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복귀를 위한 전공의 요구안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이 2~5일 사직 전공의 84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6.4%는 복귀 선결 조건으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료개혁 재검토’를 꼽았다.그러나 의료계 내부조차 이미 시행 중인 의료개혁 방향을 새 정부가 크게 수정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조건을 일부 수용한다면 오히려 공공의대 신설 등 대선 공약이 청구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필수과 교수는 “의료계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교육 공백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얻어내려면, 공공의대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도 인정하고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하반기 복귀를 서두르는 쪽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모집인원이 적지만 인기가 많은 진료과다.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레지던트는 “수련병원별로 각 연차 모집인원이 한 자릿수인 곳이 많은데, 이번에도 안 돌아가면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반면 내과 등 필수의료과 전공의 사이에선 “올해 9월 복귀나, 내년 3월 복귀나 2년 공백은 마찬가지”라며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李 “총리가 안전-질서-민생 각별히 챙겨달라”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와 오찬 회동에서 “국정 집행을 총리가 책임지고 잘 챙겨달라”며 “특히 안전, 질서, 민생 분야를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 정무수석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방향 후속 점검 △신규 및 장기 의제 발굴 △사회적 갈등 의제 해결 △행정부 및 국정 상황 점검을 비롯해 대통령이 지시하고 위임하는 사항을 주요 업무로 집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와 매주 월요일 ‘주례 보고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단호하게 혁신하되, 품격 있게 국가의 연속성을 지켜가는 행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남 목포시와 신안군이 전국에서 고위험 산모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남 양산시와 대구·경북 지역은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 상당수는 출생아 감소, 필수 의료 기피 등으로 산부인과를 비롯한 분만 인프라가 붕괴된 지역이다.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모자의료센터 접근성과 모자보건의료 지표와의 연관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1개 진료권 중 목포권(목포시, 신안군)의 ‘임산부 사망률’(출생아 10만 명당 임산부 사망자)은 34.08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10.33명)의 3배 이상이다. 목포권은 출생아 1000명당 28주 이상 태아∼생후 7일 미만 신생아 사망자를 뜻하는 ‘출생전후기 사망률’도 3.5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연구진은 2018∼2022년 권역별 임산부와 신생아 등 사망 현황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가임기 여성 인구, 의료서비스 자체 충족률, 지역 간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 전국을 31개 모자 의료 진료권으로 분류했다.양산시는 신생아 사망률(출생아 1000명당 생후 1개월 내 사망자)이 2.27명으로 가장 높았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지만, 분만 병원이 부족하고 조산아 치료 등 배후진료 역량이 그에 못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대구권(대구시, 경북 김천시, 경남 합천군 등 16곳) 2.19명, 포항권(포항시, 경주시 등 5곳) 1.89명 순이었다. 전국 평균은 1.45명이다. 경북은 상급종합병원이 대구에 집중돼 있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표적 의료 취약지다. 의료계에선 저출산으로 분만 기관 수익성이 떨어지고 의료사고 책임 우려 등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분만 취약지가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전국 분만 의료기관은 2018년 555곳에서 지난해 425곳으로 6년간 23.4% 감소했다. 수도권인 경기도는 같은 기간 분만 기관이 123곳에서 88곳으로 28.5% 줄었고, 전남은 6년간 3곳이 줄어 도내 분만 기관이 13곳뿐이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고령화되면서 고위험 산모를 볼 수 있는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에 이른다. 이는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산아를 치료할 배후진료가 무너지면 출산할 병원을 찾지 못해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인근에 대형병원이 있어도 소아 진료가 안 되면 개원한 산부인과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만 취약지 고위험 산모를 조기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진은 “분만 인구가 적은 진료권은 신규 의료기관 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핫라인 구축 등 진료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임신 진단과 출산 바우처 등록 등 임신 초기 단계부터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각 산모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관련 사업이 분절돼 있어 고위험 산모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학병원 교수로 남겠다는 꿈도 있었지만, 일찍 개원해서 먼저 자리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요.” 6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예비 개원의 대상 박람회를 찾은 박모 씨(32)는 “의정 갈등을 겪으며 개원가로 나갈 꿈을 굳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씨처럼 개원이 목표인 젊은 의사와 의대생 4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성장클리닉 개원을 준비 중”이라며 개원 노하우 강의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추진한 의료개혁이 ‘의대 증원’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의사들의 미용 등 비필수의료 분야 개원은 계속되고 있다. ● 미용-비급여 진료 강의에 젊은 의사들 북적 이날 행사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가 주최했다. 35개 프로그램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시술에 집중됐다. 특히 리프팅과 콜라겐 주사 등 미용 의료 분야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았다.“종아리 보톡스의 경우 환자를 까치발로 서게 한 뒤 시술할 근육 경계를 펜으로 표시하는 게 먼접니다. 근육 크기가 크니 100∼300유닛 정도 (약물을) 주사하시면 됩니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원장 설명에 젊은 의사들은 시술 부위를 상세히 옮겨 그리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집중했다. 레이저 치료법을 강의하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색소 침착 치료는 여름엔 환자가 적지만, 여드름 치료는 비수기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치료제 처방에 그치지 않고 레이저 치료까지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근골격계 질환 전문 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사회자가 강사로 온 정형외과 전문의를 소개하며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운대에 아파트를 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는 “체외충격파는 일반 도수치료보다 더 많이 시행할 수 있어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강연자들은 참석자들에게 개원 후 진료 영역을 넓히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 외과 전문의 출신 피부과 원장은 “평생 내과 치료는 해보지 않았지만, 개원을 위해 전공도 포기했다”며 항노화 수액 처방에 대해 강의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개원하려면 탈모 진단 및 처방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망 분야를 소개했다.● “연구·교육보단 개원” 중증 진료 공백 우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원 의원은 1996곳으로 2023년(1798곳) 대비 11% 늘었다.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한 곳도 759곳으로 2023년(665곳)과 비교해 100곳 가까이 늘었다. 개원 의원 60.5%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수도권 쏠림도 심각했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개원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엔 연구와 교육을 포기한 40대 젊은 의대 교수 개원이 늘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전공의, 의대생 상당수도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보람을 찾기보단 개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인제대 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5)는 “의정갈등 이후 전문의를 딸 생각이 사라졌다. 일반의로 네트워크 병원 개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병원은 요식업처럼 같은 상호를 쓰면서 진료 기술과 마케팅 방식 등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형 병원이다. 정형외과를 희망하는 미복귀 의대생은 “수련은 마칠 생각이지만 교수직엔 관심이 없다. 바로 개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개원가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다. 4년 차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최모 씨(33)는 “병원을 시작할 때 다들 금융권 대출을 받던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귀 의대생 이모 씨는 “개원하면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올 하반기(7∼12월)에 135곳에서 195곳으로 늘어난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 집으로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 재택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참여 기관 공모를 통해 60개 의료기관을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택의료센터는 의사(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인 이상 담당팀을 구성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의사가 월 1회 이상, 간호사가 월 2회 이상 환자 집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살피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그동안 재택의료센터가 없었던 대구 서구, 강원 강릉시·영월군, 충남 서산시 등 지방의료원 4곳이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재택의료센터 역할을 맡은 지방의료원은 총 17곳으로 늘었다. 2022년 복지부의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건강이 나빠져도 집에서 살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재택의료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다. 2023년 시범사업에선 이용자의 9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학병원 교수로 남겠다는 꿈도 있었지만, 일찍 개원해서 먼저 자리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요.”6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예비 개원의 대상 박람회를 찾은 박모 씨(32)는 “의정갈등을 겪으며 개원가로 나갈 꿈을 굳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씨처럼 개원이 목표인 젊은 의사와 의대생 4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성장클리닉 개원을 준비 중”이라며 개원 노하우 강의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추진한 의료개혁이 ‘의대 증원’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의사들의 미용 등 비필수의료 분야 개원은 계속되고 있다. ●미용-비급여 진료 강의에 젊은 의사들 북적이날 행사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가 주최했다. 35개 프로그램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시술에 집중됐다. 특히 리프팅과 콜라겐 주사 등 미용 의료 분야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았다.“종아리 보톡스의 경우 환자가 까치발로 서게 한 뒤 시술할 근육 경계를 펜으로 표시하는 게 먼접니다. 근육 크기가 크니 100~300유닛 정도 (약물을) 주사 하시면 됩니다.”강남 한 피부과 원장 설명에 젊은 의사들은 시술 부위를 상세히 옮겨 그리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집중했다. 레이저 치료법을 강의하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색소 침착 치료는 여름엔 환자가 적지만, 여드름 치료는 비수기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치료제 처방에 그치지 않고 레이저 치료까지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근골격계 질환 전문 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사회자가 강사로 온 정형외과 전문의를 소개하며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운대에 아파트를 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는 “체외충격파는 일반 도수치료보다 더 많이 시행할 수 있어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강연자들은 참석자들에게 개원 후 진료 영역을 넓히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 외과 전문의 출신 피부과 원장은 “평생 내과 치료는 해보지 않았지만, 개원을 위해 전공도 포기했다”며 항노화 수액 처방에 대해 강의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개원하려면 탈모 진단 및 처방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망 분야를 소개했다.●“연구·교육보단 개원” 중증 진료 공백 우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원 의원은 1996곳으로 2023년(1798곳) 대비 11% 늘었다.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한 곳도 759곳으로 2023년(665곳)과 비교해 100곳 가까이 늘었다. 개원 의원 60.5%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수도권 쏠림도 심각했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개원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엔 연구와 교육을 포기한 40대 젊은 의대 교수 개원이 늘었다.이날 행사장을 찾은 전공의, 의대생 상당수도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보람을 찾기보단 개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인제대 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5)는 “의정갈등 이후 전문의를 딸 생각이 사라졌다. 일반의로 네트워크 병원 개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병원은 요식업처럼 같은 상호를 쓰면서 진료 기술과 마케팅 방식등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형 병원이다. 정형외과를 희망하는 미복귀 의대생은 “수련은 마칠 생각이지만 교수직엔 관심이 없다. 바로 개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개원가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다. 4년 차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최모 씨(33)는 “병원을 시작할 때 다들 금융권 대출을 받던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귀 의대생 이모 씨는 “개원하면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올 하반기(7~12월)에 135곳에서 195곳으로 늘어난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 집으로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 재택 의료 및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참여 기관 공모를 통해 60개 의료기관을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택의료센터는 의사(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인 이상 담당팀을 구성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의사가 월 1회 이상, 간호사가 월 2회 이상 환자 집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살피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그동안 재택의료센터가 없었던 대구 서구, 강원 강릉시·영월군, 충남 서산시 등 지방의료원 4곳이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재택의료센터 역할을 맡은 지방의료원은 총 17곳으로 늘었다.2022년 복지부의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건강이 나빠져도 집에서 살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재택의료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다. 2023년 시범사업에선 이용자의 9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용자의 의료기관 입원 일수는 이용 전 6개월간 6.6일에서 이후 3.6일로 크게 줄었다. 반면 미이용자는 같은 기간 입원 일수가 6.3일에서 8.5일로 오히려 늘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전남 목포시와 신안군이 전국에서 고위험 산모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남 양산시와 대구·경북 지역은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 상당수는 출생아 감소, 필수 의료 기피 등으로 산부인과를 비롯한 분만 인프라가 붕괴된 지역이다.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모자의료센터 접근성과 모자보건의료 지표와의 연관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1개 진료권 중 목포권(목포시, 신안군)의 ‘임산부 사망률(출생아 10만 명당 임산부 사망자)’은 34.08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10.33명)의 3배 이상이다. 목포권은 출생아 1000명당 28주 이상 태아~생후 7일 미만 신생아 사망자를 뜻하는 ‘출생전후기 사망률’도 3.5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국립중앙의료원 연구진은 2018~2022년 권역별 임산부와 신생아 등 사망 현황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가임기 여성 인구, 의료서비스 자체 충족률, 지역 간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 전국을 31개 모자 의료 진료권으로 분류했다.양산시는 신생아 사망률(출생아 1000명당 생후 1개월 내 사망자)이 2.27명으로 가장 높았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지만, 분만 병원이 부족하고 조산아 치료 등 배후진료 역량이 그에 못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대구권(대구시, 경북 김천시, 경남 합천군 등 16곳) 2.19명, 포항권(포항시, 경주시 등 5곳) 1.89명 순이었다. 전국 평균은 1.45명이다. 경북은 상급종합병원이 대구에 집중돼 있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표적 의료 취약지다.의료계에선 저출산으로 분만 기관 수익성이 떨어지고 의료사고 책임 우려 등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분만 취약지가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전국 분만 의료기관은 2018년 555곳에서 지난해 425곳으로 6년간 23.4% 감소했다. 수도권인 경기도는 같은 기간 분만 기관이 123곳에서 88곳으로 28.5% 줄었고, 전남은 6년간 3곳이 줄어 도내 분만 기관이 13곳뿐이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고령화되면서 고위험 산모를 볼 수 있는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에 이른다.이는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산아를 치료할 배후진료가 무너지면 출산할 병원을 찾지 못해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인근에 대형병원이 있어도 소아 진료가 안되면 개원한 산부인과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분만 취약지 고위험 산모를 조기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진은 “분만 인구가 적은 진료권은 신규 의료기관 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핫라인 구축 등 진료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임신 진단과 출산 바우처 등록 등 임신 초기 단계부터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각 산모를 집중 관리해야 한다. 현재는 복지부 내에서도 관련 사업이 분절돼 있어 고위험 산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아까 더위로 쓰러지신 분, 괜찮은 거 맞죠?” 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 지하 3층의 폭염종합지원상황실. 파란 방재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수시로 확인하며 자치구와 통화를 이어갔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른 이날 직원들은 “온열질환자는 없느냐” “쪽방촌이나 무더위쉼터에 필요한 물품은 더 있느냐” 등을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온열질환은 발생 후 30분 이내가 ‘골든타임’인데, 취약계층은 1분만 늦어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10분 안에 대응을 마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대응 ‘골든타임’ 30분장마전선이 예상보다 일찍 북상하면서 ‘마른 장마’ 양상이 이어지자, 전국 지자체에 폭염 대응 비상이 걸렸다. 통상 장마전선이 올라오면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이 한반도를 덮으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그 시점이 예년보다 앞당겨진 셈이기 때문이다. 1일 서울시 폭염종합지원상황실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대형 상황판에는 서울시 지도와 기온, 온열질환 발생 현황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비상이 걸린 건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174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전국의 95%가 ‘가마솥더위’에 휩싸였다. 취약계층이 많은 지자체는 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닷새째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는 ‘대프리카’ 대구는 이날도 낮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 대구시는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의 집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활동 감지기를 설치해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119에 자동 신고되도록 했다. 또 노숙인과 쪽방 생활인에게는 얼음 생수, 쿨토시, 마스크 등 냉방용품을 지급하고 있으며, 주 4회 제공되는 도시락에는 삼계탕 같은 보양식도 포함시켰다. 어르신들이 많은 농촌도 비상이다. 전남 화순군은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드론 3대를 투입해 홀로 밭일을 하는 고령자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전남 나주시, 영암군, 고흥군도 드론 순찰을 준비 중이다. 전남도는 기상청과 협력해 부모님이 거주하는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자녀에게 이를 문자로 알리는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현재까지 약 1600명이 해당 서비스를 신청했다. 서울시도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쪽방 주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총 8만5352건의 보호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 “2018년 재현될 수도”… 그늘-쉼터로이 같은 대비에도 불구하고 온열질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전국 500여 개 응급실에 내원한 온열질환자는 총 5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역대급 폭염’과 유사한 양상이 올해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수십 년간의 통계를 보면 장마 일수는 줄고, 폭염 일수는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시기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외 활동 중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그늘이나 무더위쉼터 등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하며, 식중독 예방을 위한 음식 점검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