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37

추천

정책사회부에서 환경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사회일반71%
보건23%
인사일반3%
복지3%
  • 결정문 곳곳 ‘2000명 증원’ 의구심 드러낸 법원 [기자의 눈/박성민]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가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것에 대해 정부에선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 국민들께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자평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의대생들이 학업에 복귀할 좋은 계기가 될 걸로 희망한다”고 했다. 그런데 법원 결정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2월 6일 ‘2000명 증원’ 발표 후 발생한 100일간의 의정 갈등이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대목이 곳곳에 보인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은 안 받아들였지만 정부의 2000명 증원의 근거와 결정 과정에 깊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부는 “2000명 증원 결정 및 배정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법원의 요청에 따라 10일 총 55건, 3414쪽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를 검토한 재판부는 “2000명 증원 결정은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을 늘려야 2031년부터 매년 2000명씩, 합계 1만 명의 의사가 배출된다는 산술적 계산일 뿐 ‘2000명’이란 수치의 직접적 근거는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또 의사단체와의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2000명이란 수치가 제시된 건 증원 발표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사실상 처음이었다”며 “증원 처분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란 이유만으로 처분의 적법성이 명백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와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 37차례 논의했다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규모 증원 후에도 충실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의대생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법원은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 “공공복리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주긴 했다. 그러나 법원이 지적한 부실한 논의 과정과 과학적 근거, 부작용 우려를 감안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겨우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다. 국민과 환자들이 100일 동안 의료공백으로 고통받은 걸 감안하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추진 과정을 돌이켜보며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기정사실이 됐지만 언젠가 의사단체가 대화 테이블에 나와 내년도 이후에 대해 논의하자고 할 때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응급의료 개척’ 기려… ‘윤한덕홀’ 29일 문연다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헌신하다 2019년 과로로 순직한 윤한덕 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사망 당시 51세)을 기리는 ‘윤한덕홀’이 생긴다. 윤 전 센터장은 2019년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일하다 과로로 숨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최근 이전한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 회의실을 윤한덕홀로 명명하고 29일 개소식을 연다고 17일 밝혔다. 윤한덕홀은 최대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 2개로 구성되며 내부에 윤 전 센터장의 얼굴을 새긴 동판이 설치됐다. 동판에는 “척박한 대한민국 응급의료를 위해 젊음과 열정을 다 바친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한다”는 내용이 새겨졌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윤 전 센터장은 2002년부터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이끌며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출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등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에 앞장섰다. 응급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선 “현재의 한국 응급의료 시스템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대체 불가능한 응급의료의 버팀목”이라고 했을 정도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됐을 때 그는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대책반장을 맡았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 67명을 진료했지만 병원 내 감염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윤 전 센터장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음압 병실을 이틀 만에 만들어낸 덕분이었다. 과로로 순직한 윤 전 센터장은 2019년 2월 사망 전까지 4주 동안 주 평균 121시간 37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숨지기 전 1주일 동안에는 무려 129시간 30분 일했는데 이는 휴일도 없이 매일 18시간 30분씩 일한 것이다. 김성중 현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윤 전 센터장은 한국 응급의료가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이라며 “응급의료에 젊음을 바친 업적을 잊지 않고자 윤한덕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29일 개소식을 열면서 센터의 22년 역사를 담은 책자도 발간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대 증원, 예정대로 간다… 법원, 집행정지 수용 안해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항고심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주며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현실화됐다. 정부가 올 2월 6일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꼭 100일 만이다. 다만 전공의 사이에선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의대 교수 사이에선 사직과 휴진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의료 공백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1심과 달리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는 기각했다.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으로는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 준비생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2000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선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증원 규모에 대해선 “내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의대생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모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전국 의대 40곳의 모집인원은 올해 3058명에서 내년도 4547∼4567명으로 늘게 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은 이달 31일까지 증원이 반영된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모집요강에 따라 9월 수시전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시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원 결정 후 대국민 담화에서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며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에서 서두르더라도 결정이 나오려면 1, 2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때는 이미 모집요강 발표가 마무리된 다음이어서 더 이상 증원을 돌이키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전공의들이 못 돌아오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법원 “의대 증원, 학습권 침해 여지 있지만 공공복리 더 중요”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교수-전공의 등 신청자격 인정안해韓총리 “의료개혁 큰 산 넘었다”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 뜻 밝혀… 교수들 자율 휴진도 확산될 듯 서울고법이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손을 들어준 건 증원 시 예상되는 의대생의 학습권 피해보다 증원 중단에 따른 공공의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규모나 속도는 별개로 하더라도 의대 증원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매년 2000명을 증원할 경우 헌법 등에 보장된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증원 규모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의대 증원 중단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은 의대 증원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로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와 달리 의대생의 학습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의대생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구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집행정지의 세 요건인 △신청인 적격성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없음 중 앞의 두 가지를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는 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대 증원을 중단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헌법 등에선 의대생의 학습권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각 대학이 증원분의 최대 50%를 감축해 내년도 모집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한 것처럼 이후에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해 자체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원 유연하게 논의” vs “대법원에 재항고” 정부는 재판부 결정을 환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정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오늘 법원 결정으로 국민과 정부는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며 “(법원의 지적대로) 의료계가 통일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언제라도 (2000명) 정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법원에서 정부가 적법 절차를 갖춰 진행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앞으로 의사단체와의 대화 노력 및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설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정부가 제출한 허술한 근거 자료를 보고도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진과 사직이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전의비는 논의를 거쳐 ‘일주일 휴진’ 등 예고했던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복귀가 더 어려워진 만큼 피로도가 높아진 교수들의 자율 휴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정이 나온 집행정지 신청을 포함해 의대 증원 관련으로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이 정부나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총 1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을 포함해 법원이 의사들 손을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으로 의료공백이 종식되길 촉구한다”며 “의사들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이제는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4-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자녀 둘이면 연금 1.5배”… “육육육 데이로 육아집중”

    “일과 육아에 모두 충실할 수 있도록 영유아기 자녀의 부모가 오전 또는 오후만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면 좋겠어요.” 서울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김지은 씨(38)는 최근 1, 3세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북도의 ‘저출생 극복 아이디어 공모전’에 이같이 제안했다. 김 씨는 “임금이 삭감되더라도 근무 시간을 줄여 아이에게 더 충실하고 싶은 여성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경북도가 진행한 공모전에 모두 1147건의 저출산 극복 아이디어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제안 120건을 들여다보니 정부가 귀 기울일 만한 제안도 적지 않았다.● “자녀 수 많으면 연금-세금 혜택을” 공모전에 접수된 제안 중에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 경제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 달라는 주문이 가장 많았다. 이모 씨(35)는 “국민연금 수급액을 자녀가 둘이면 1.5배, 셋 이상은 2배로 늘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둘째 이상 자녀 출산 시 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딧’ 제도가 있긴 하지만 보다 큰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제안서에서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세금과 연금보험료를 내며 노인을 부양하게 되는 만큼 다자녀 가구에 연금 혜택을 늘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녀 수가 많으면 세금을 깎아주는 헝가리 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김승민 씨(27)는 “첫째를 낳으면 소득세를 10%, 둘째를 낳으면 30%, 셋째를 낳으면 50% 감면해주자”고 제안했다. 부모가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많았다. 박모 씨(40)는 “육아가 업무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기업 분위기가 출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자녀 취학 전까지 매달 6일씩 6시간만 일하며 ‘육아’에 집중하는 ‘육육육 데이’를 도입하자”고 했다. 김모 씨(41)는 “10년 이상 아이를 키우다가 취업하려니 일할 곳이 없다”며 “공공기관 계약직 채용 시 경력단절 여성을 우선 채용하자”고 제안했다.● “건강검진 때 난소-정자도 검사하자” 지방에서도 아이를 쉽게 키울 수 있도록 교통·의료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김모 군(18)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가 없으면 병원 가기도 어렵다. 임신 때부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 번에 1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아이행복 택시’를 도입하자”고 했다. 강모 씨(44)도 “아이가 아프면 대도시 병원까지 가야 하는 만큼 농어촌 보건소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난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국가건강검진에 난소 및 정자 검사를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는 이 중 60건을 우수 정책 아이디어로 선정하고 총 600만 원의 상금을 전달할 방침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000명 증원 제안 누구” 신상 터는 의사들… 의협회장, 좌표찍고 “의료사고-탈세 제보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공개되고 중급병원 경영자 단체가 ‘의대 3000명 증원’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단체 임원들이 의사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개인정보를 공개하며 ‘신상털기’에 나섰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병원 이름을 적시하며 “법 위반 사항을 제보해 달라”고 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한종합병원협의회 임원 실명과 소속 병원 등이 포함된 글이 퍼지고 있다. 이 단체는 올 1월 정부에 “5년간 매년 3000명씩 총 1만5000명을 증원해 달라”고 제안했는데 전날(13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공개되며 이 사실이 드러났다. 협의회는 중급 규모 종합병원 원장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8월 출범했는데 “의사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등의 이유로 정부에 의대 정원을 1500명, 의학전문대학원 정원을 1000명 늘리고 해외 의대 졸업생을 매년 500명씩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사 인력 임금 추이’에 따르면 2016년 이후 6년 동안 의사 평균 연봉은 매년 6.4%씩 올랐다. 2022년 기준 의사 평균 연봉은 3억100만 원으로 3억 원을 처음 넘었고 안과의사(개원의)의 경우 연봉이 평균 6억1500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증원을 찬성했다는 이유로 협의회 임원들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협의회장이 운영하는 병원을 공개하며 “의료법,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의료 사고, 조세 포탈 등 사례를 제보해 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을 때 남은 이들을 색출해 공격한 것처럼 정부 방침에 동조하는 소수의 의사들을 공격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역 필수의료를 위해 평생 헌신한 원로 병원장들에게 과도한 비판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의사단체에서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을 낸 인사들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단체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압박·공격하는 일부 관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법원에 낸 자료공개는 재판 방해” 의사들 “의료농단 드러나”

    “(자료 공개는)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다.”(한덕수 국무총리)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의료농단, 국정농단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를 의사단체가 13일 공개한 것을 두고 의정은 각자 브리핑을 열어 상대를 거칠게 비판했다. 의사단체는 “공개 검증을 통해 2000명 증원 및 배정 결정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증원을 결정했고 대학별 교육 여건을 확인해 배정했다”며 반박했다.● “증원-배정 근거 소명” vs “밀실 야합 논의” 양측의 주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건 2000명 증원 결정에 근거가 있는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보고서 3개가 모두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예측했다”며 “이를 토대로 증원 시기와 방식을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발표 전 500명부터 3000명까지 증원 규모 추정치가 보도되는 상황이라 2000명 증원은 예측 가능했다”고도 했다. 반면 이날 정부 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 김 회장은 “수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2000명은 올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며 “국가 중요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복지부는 “당시 보정심 위원 23명 중 19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했고 의사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지만 이들도 증원 취지에는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 과정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검증에 참여한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학교별 조사는 매우 형식적이었고, 배정 과정은 밀실에서 근거 없이 진행됐다”며 “몇십 분 만에 실사를 마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의대 40곳 중 26곳은 현장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교육부와 복지부는 이날 오후 긴급 합동브리핑을 갖고 “학교별 신청 규모를 기반으로 현재 교육 여건, 향후 투자계획, 지역필수의료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증원 규모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현장실사를 생략한 이유에 대해선 “자료가 충실히 왔기 때문에 자료와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계획을 확인했고 샘플링해 일부만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16, 17일 중 항고심 결과 나올 듯 정부는 가처분 신청인의 자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법원 제출 자료에서 “신청인은 서울대 교수, 연세대 전공의, 부산대 학생, 수험생인데 서울대 연세대는 증원이 안 이뤄졌고 부산대는 내년도 모집인원이 38명 늘어 재학생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근거가 없다. 수험생은 개별 의대에 입학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단체 측에선 “증원으로 이익이 생기는 대학 총장이 소송을 제기할 리 없다. 교수, 전공의, 의대생이 원고 자격이 없다면 누가 극단적 정책 추진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반박했다. 항고심 결정은 16, 17일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가 추진하던 의대 증원은 당분간 중단된다. 박 차관은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 판결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 판결까지 2, 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 기각 시에는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된다. 이 경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면서 내년 전문의 배출 중단 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2024-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2000명 증원 충격적” 일부 참석자 반대에도… 복지장관 발표 강행

    정부가 10일 법원에 제출한 의대 2000명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70%가량이 보도자료나 성명서, 언론 기사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아무리 뜯어봐도 2000명 증원이 결정된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이번 주 예정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기각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충격적” 반발에도 “기자들 기다린다”며 발표 강행 정부는 10일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총 55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동아일보가 이들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중 38건(69.1%)은 이미 공개된 자료로 나타났다. 종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보도자료를 포함해 보도자료·보도참고자료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성명·브리핑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간호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해 기사 6건도 제출했다. 의대 증원 및 배정을 논의한 4개 회의체 관련 자료는 4건 제출됐는데 회의록이 제출된 건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뿐이었다. 보정심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 23명 중 4명이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8년 폐교한) 서남대 같은 학교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 등의 발언을 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위원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이 많이 기다린다”며 1시간 만에 회의를 끝내고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전문위원 다수 “1000명 이하가 바람직”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록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제출된 건 회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였다. 또 5차 전문위가 열린 지난해 10월 17일에는 증원 규모를 제시한 위원 8명 중 6명이 1000명 또는 그 이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결국 공식 발표 전 2000명 증원이 명시된 건 보정심 회의록이 유일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을 논의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와 관련해서도 의사단체 등에서 요구한 명단과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익명 처리를 하되 의대 교수인지 부처 공무원인지 알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회의당 4페이지 분량의 회의 결과 요약만 제출됐다. 교육부는 “위원들 개인 정보 사항은 비공개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학별 실무점검에서 “다소 무리한 계획을 제출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대학도 있다” 등의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가 배정을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출한 건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 외에 의사 수 수급 추계 자료, 통계청 고령자 통계 등이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제출 자료 대부분이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존에 발표한 것”이라며 “각종 회의체는 이미 정해진 정책에 동의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대학별 의대정원 배정은 행정부의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가처분 기각을 요청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0명 증원 결정은 정책적 판단이며 그 근거와 과정 등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내년도 입시 일정 등을 감안해 13∼17일 중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5-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가 제출한 ‘2000명 근거’, 보도자료·성명서가 3분의 2였다

    정부가 10일 법원에 제출한 의대 2000명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 3건 중 2건이 보도자료나 성명서, 언론 기사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결정된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주 예정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기각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정부 “내겠다”던 회의록, 명단 안 내정부는 10일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총 55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이 중 37건(67.3%)은 이미 공개된 자료였다. 종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보도자료를 포함해 보도자료·보도참고자료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성명·브리핑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간호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해 기사 6건도 제출했다.의대 증원 및 배정을 논의한 4개 회의체 관련 자료는 5건 제출됐는데 회의록이 제출된 건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뿐이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전문위 회의록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제출된 건 ‘전문위 회의 결과’ 문서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문서에 회의록에 준하는 수준으로 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대학별 정원 배정을 논의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와 관련해서도 의사단체 등에서 요구한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배정위 명단 실명 공개는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익명 처리를 하되 의대 교수인지 부처 공무원인지 등은 알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출된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모집인원 배정 결과’ 등을 열람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배정위원 명단도 없고 구체적인 회의 내용도 없었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위원들 개인정보 사항은 비공개한다는 기존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사단체 “과학적 근거 없고 재탕 자료 대부분”정부는 2000명 증원의 근거로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 외에 의사 수 수급 추계 자료, 통계청 고령자 통계 등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또 대부분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존에 발표한 자료”라고 평가절하했다.정부 제출 자료를 열람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대별 정원 배분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가서 진행한 실태조사 내용이 없다”며 “어떤 의대는 현장조사에서 교육 과정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걸로 평가됐는데 10명 미만이 배정됐고 어떤 의대는 총장 면담 위주로 진행했는데 70, 80명이 배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이 검증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배정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도 “각종 회의체는 이미 정해진 정책에 동의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자료를 토대로 2000명 증원 과정을 검증한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2000명 증원 결정은 정책적 판단이며 그 근거와 과정 등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며 의사단체 주장을 반박했다.재판부는 내년도 입시 일정 등을 감안해 13~17일 중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내년도 입시에선 의대 증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면 기각할 경우 각 의대가 신청한 모집 인원대로 내년도 의대 정원이 1489~1509명 늘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5-12
    • 좋아요
    • 코멘트
  • ‘노년-청년 연금 분리’ ‘스웨덴식 확정기여형’ 등 대안도

    국민연금 개혁안이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이견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공을 다음 국회로 넘겼다. 여야는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재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동의했지만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현재의 40%에서 얼마나 올릴지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재정을 고려해 43%까지만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데, 더불어민주당은 45%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 간 논의의 바탕이 된 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단 500명이 토론을 거쳐 과반(56%)이 지지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이다. 하지만 이 안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오히려 늘린다는 점에서 전문가 사이에서 ‘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국회 연금특위에 따르면 여당안은 예상 기금 소진 시점을 2064년으로, 야당안은 2063년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2055년)보다 8, 9년 미루는 효과가 있다. 2093년까지 누적적자는 여당안을 택할 경우 4318조 원 감소하고, 야당안을 택할 경우 2766조 원 줄어든다. 기금 소진 뒤 예상되는 보험료율은 2078년 기준으로 각각 37.5%, 39.1%에 이른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50대가 되면 월급의 40% 가까이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 중에는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통과가 무산된 만큼 다음 국회에선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연금개혁안이 ‘제3의 대안’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3의 대안 중 하나는 올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신(新)국민연금’이다. 현재 국민연금과 분리해 미래세대를 위한 별도의 연금을 만들어 운용하자는 제안이다. 기성세대는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는 반면, 미래세대는 낸 돈보다 적게 받게 되는 문제를 연금 분리로 해결하자는 취지다. 신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을 급여로 돌려주는 일종의 확정기여형(DC) 연금이다. 연금 가입 이력에 따라 나중에 받을 급여가 미리 정해지는 현행 확정급여형(DB)과는 다르다. KDI 보고서는 신국민연금을 도입할 경우 보험료율을 소득의 15.5%로만 정해도 소득대체율 40% 수준은 보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당에서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은 최근 페이스북에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마술은 없다”며 “KDI의 신연금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스웨덴식 확정기여형으로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무원, 교원 등 특수직 연금과 국민연금을 일원화하는 ‘동일연금제’를 제안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저출생부 설치, 박정희식 컨트롤타워 맡길것”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설치해 더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 한다”며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게 해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저출생 대응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문제가 아니고 (현재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 기존 부처로는 곤란하다고 해 경제기획원을 만들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고도 성장을 이끌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저출생부 신설 방침에는 지금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저고위에 대해 “위원회는 자문적 성격이 강하고, 의결하고 강제하는 기능은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 내에선 2월부터 저고위를 맡고 있는 주형환 부위원장이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저출생부를 만들려면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회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저출생은 심각한 문제이며 윤 대통령이 전담 정부기구를 만들겠다고 한 것에 찬성한다”며 “야당으로서 협조할 일이 있는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할 일이 있는지 전향적으로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을 경우 현재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 역할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김정석 한국인구학회장은 “예산이나 실행력을 갖춘 독자적인 조직이 필요하지만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의 업무 조정이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日, 의대 증원 관련 회의 때마다… 녹취수준 회의록 작성-홈피 공개

    “지방은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 의사가 부족합니다. 소아과,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선 젊은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간노 마사히로 전 일본병원협회 부회장) “그동안 의대 정원을 늘려 왔지만, 교육 현장이 피폐해진 측면도 있습니다. (증원된) 정원을 유지하려면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기타무라 기요시 도쿄대 의학교육국제연구센터 교수) 이는 2015년 12월 10일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위원회에서 오간 대화다. 2007년 7625명에서 올해 9403명까지 의대 정원 1778명을 단계적으로 늘린 일본은 이 위원회를 통해 증원 효과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원 확대 및 배정을 논의한 회의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은 2022년까지 진행된 위원회 회의록과 참고자료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한다. 회의록은 주요 내용을 요약한 정도가 아니라 녹취록 수준으로 참가자의 발언을 모두 담고 있다. 위원회 22명 중 16명이 의사 또는 의사 출신 공무원이다. 나머지 6명은 간호사, 법학자, 경제학자, 환자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니 정책 결정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정부 자료를 깐깐하게 검증하고 필요한 의견을 제시한다. 후쿠이 쓰구야 세이지카 국제병원장은 2015년 첫 회의에서 “(필요 의사 수를 추계할 때) 고령 의사의 노동력을 젊은 의사의 몇 퍼센트 수준으로 계산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회의에서 모리타 아키라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장은 “인구 감소가 당초 예측보다 빨리 일어날 수 있으므로 미래 의료 수요를 신중하게 추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록과 함께 자료도 공개되다 보니 정부는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2019년 27차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는 지역 및 진료과별 의사 편중을 분석하기 위한 기준으로 △지역별 인구 구성 차이 △지역 인구 유입 및 유출 동향 △지역 의사 성·연령 구성 등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미래 의사 수요 전망도 다룬다. 2022년 1월 40차 회의에선 “총 의사 수는 2029년 36만 명가량으로 수급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사들의 근로시간 단축 등) 일하는 방식이 개선될 가능성을 고려해 의사 추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등의 논의가 진행됐다.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본은 지역 의대 정원을 늘렸을 때 대도시 유출 가능성까지 꼼꼼히 연구해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며 “의사 규모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5-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방 대학병원들 “빚 많아 ‘마통’도 못써”… 직원 절반 무급휴직, 급여 삭감도 검토

    “서울 대형병원들은 경영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다는데, 저희는 부채 비율이 높아 그마저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영남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의사를 제외한 직원 1500여 명 중 700여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12주째 이어지면서 지역 대학병원의 재정난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자체 적립금과 대출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지방 병원의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니 의료계에선 “여름을 못 버티고 도산하는 병원이 나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국 대학병원 88곳 중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영남권의 한 사립대 병원이라고 한다. 이 대학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2월 말 이후 입원 및 수술 환자가 각각 30%, 40%가량 줄면서 매달 30억∼50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카드 대출을 받아 약값 대금만 간신히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품 비용은 아예 못 주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무급휴직을 하지 않은 직원도 각종 수당은 포기하고 기본급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사립대 병원 교수는 “현 상태가 한두 달 더 이어지면 급여를 30% 삭감할 거란 말이 들린다”고 했다. 지방 국립대 병원도 경영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전남대병원은 200억 원 한도인 마이너스 통장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 부산대병원은 지난달까지 직원 1100여 명이 무급휴가를 다녀왔다. 전공의 이탈 후 병상 가동률이 50% 수준에 그치면서 하루 약 5억 원씩 손실이 나는 상황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비율이 40%에 이르다 보니 이탈로 인한 진료 및 수술 감소 폭이 크다”고 했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3월부터 정부에 무이자 대출 및 기존 대출 금리 인하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월 1800억 원가량의 비상진료체계 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사립대 병원장은 “실습시설 등 교육과의 연관성이 인정돼야 교육부 승인을 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병원들은 급한 불을 끄려면 500억∼1000억 원가량 대출이 필요한데 승인 조건이 까다로워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건강보험 진료비 선지급 등 병원 도산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응급실 찾는 경증환자 증가 조짐… 정부 “이용 자제” 당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 이후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경증 환자가 줄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임에도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요구하면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등의 말이 퍼지는 영향 등으로 풀이되는데 정부는 응급실 혼잡을 막기 위해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첫 주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환자 중 응급에 해당하는 1, 2등급 환자 비중은 하루 평균 13%였다. 전공의 이탈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돼 주요 병원 응급실이 중증 및 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되자 1, 2등급 환자 비중은 2월 넷째 주 15.8%, 3월 셋째 주엔 17.3%까지 올랐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줄어들면서 중증 환자 수용 비율이 올라간 것이다.그러나 지난주 하루 평균 환자 3093명 중 1, 2등급 환자 비율이 16.5%(509명)로 다시 낮아졌다. 근로자의 날(1일) 중증 환자는 전주 하루 평균 대비 9.2% 줄어든 반면, 경증 환자는 35.3% 급증했다.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환자도 전주 대비 4.6% 늘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근로자의 날 휴무에 따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일 기준 전국 응급실 408곳 중 393곳(96%)은 병상 축소 없이 운영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안과, 산부인과, 외과 등 일부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밝힌 의료기관은 16곳으로 전주보다 1곳 줄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03
    • 좋아요
    • 코멘트
  • 정부 “최근 전공의 일부 돌아와” 생활고-전임의 취득 지연에 일부 복귀

    2월 말부터 석 달째 병원을 이탈 중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가 병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복귀 지연으로 인해 수련 기간이 늘어나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는 것을 우려해 병원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브리핑에서 “복귀하는 전공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소수 복귀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일 기준 수련병원 소속 레지던트 약 9900명 중 590여 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0일보다 약 20명 늘어난 숫자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은 지난달 전공의 10여 명이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한 전공의들은 내년 3월 공중보건의 근무나 군의관 입대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해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귀가 늦어지면 내년 3월 이후까지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고, 이 경우 공보의나 군의관 복무를 1년 미뤄야 한다.일각에선 이달 말까진 일부 전공의들이 더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레지던트 마지막 해인 전공의의 경우 이달 말까지 복귀해야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수련기간 규정 상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매년 2월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5월 이후 복귀할 경우 전문의 취득 시점이 1년 지연되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4년 차 레지던트는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전공의들이 있다. 일부는 이달 중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의료계의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상태에서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1년쯤 쉬겠다”는 전공의들도 적지 않다. 비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증원 규모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복귀를 고려할 수 있다. 주위엔 복귀하려는 전공의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과 함께 계약을 포기하며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들은 점차 병원으로 복귀하는 추세다. 정부는 공보의 소집해제와 군의관 전역과 맞물려 복귀율이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2일 현재 100개 수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65.8%로 지난달 30일 61.7%보다 3.9%포인트 올랐다. 5대 대형병원 전임의 계약률은 68.2%로 더 높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5-03
    • 좋아요
    • 코멘트
  • 첫 회의 5일만에 의대 증원 ‘깜깜이’ 배정… 법정서 공개 여부 촉각

    법원이 정부에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고 이를 각 대학에 배분한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의사단체에선 “의대 배정 심사위원회 자료가 제출될 경우 밀실에서 짜맞추기 식으로 대학별 증원이 이뤄졌음이 밝혀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사단체는 정원 배분 당시 배정 심사위 첫 회의 전에 국립대 증원 규모가 보도되고, 첫 회의 후 5일 만에 대학별 정원이 결정된 걸 두고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 첫 회의 5일 만에 정원 배분 발표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정부에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나온 근거와 함께 제대로 실사하고 배정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증원 결정으로 정원이 2배, 3배 이상 되는 학교들을 거론하며 “고등교육법에 따라 인적 물적 시설 조사를 한 것인지 궁금하다.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도 밝혀 달라”고 했다.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은 올 2월 6일 발표됐다. 이후 3월 4일까지 대학별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받은 교육부는 같은 달 15일 첫 배정 심사위를 열었다. 하지만 첫 회의 전날 이미 ‘지방 국립대 의대 7곳 정원을 200명으로 늘릴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또 첫 회의로부터 5일 만인 3월 20일 정부가 대학별 정원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시 “지난해 11월 수요조사 이후 현장 점검을 포함해 (충분한) 자료가 축적돼 있고 심사위원들이 짧은 기간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정부가 미리 정원을 배분한 후 형식적으로 배정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의사단체와 국회는 ‘깜깜이’ 배정 심사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여러 차례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공정성을 해칠 수 있고 공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40곳 중 14곳만 현장 실사 의사단체 등은 지역별, 의대별 여건이 다른데 지방 주요 국립대 200명, 수도권 주요 사립대 120명 등으로 일괄 배정한 것도 제대로 심사가 진행되지 않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시설 및 교수 확보 계획 등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충북대처럼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이 되는 사례는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 측 이병철 변호사는 “의대별 정원을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일괄 배분하고 이후 자율 감축하게 한 건 정원 배분 기준이 비합리적이었다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각 대학이 신청한 정원을 바탕으로 지역 우선 배정, 거점 국립대병원 육성 등 정책적 판단 기준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배분한 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단체에선 의대 40곳 중 14곳만 현장 실사를 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요조사 후 26곳에 대해선 서류 검토나 비대면 회의로 현장 실사를 대체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교육 여건을 심사할 때 평가위원 7, 8명이 일주일 이상 상주하며 검증한다. 서류와 비대면 회의로 했다는 건 검증을 안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이 가진 자원에 정부 지원을 더하면 배정된 인원을 교육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점을 재판부에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깜깜이’ 배정심사위 논란 법정으로… 의료계 “졸속 심사” vs 정부 “정책적 결정”

    법원이 정부에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고 이를 각 대학에 배분한 근거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걸 두고 의사단체에선 “정부가 공개를 거부하던 의대 배정 심사위원회 자료가 제출될 경우 밀실에서 짜맞추기 식으로 대학별 증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원 배분 당시 배정 심사위 첫 회의 전에 국립대 증원 규모가 보도되고, 첫 회의 후 5일 만에 대학별 정원이 결정된 걸 두고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첫 회의 5일 만에 정원 배분 발표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정부에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나온 근거와 함께 제대로 실사하고 배정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증원 결정으로 정원이 2배, 3배 이상이 되는 학교들을 거론하며 “고등교육법에 따라 인적 물적 시설 조사를 한 것인지 궁금하다.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도 밝혀 달라”고 했다.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은 올 2월 6일 발표됐다. 이후 3월 4일까지 대학별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받은 교육부는 같은 달 15일 첫 배정심사위를 열었다. 하지만 첫 회의 전날 이미 ‘지방 국립대 의대 7곳 정원을 200명으로 늘릴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또 첫 회의로부터 5일 만인 3월 20일 정부가 대학별 정원을 발표했다.정부는 당시 “지난해 11월 수요조사 이후 현장 점검을 포함해 (충분한) 자료가 축적돼 있고 심사위원들이 짧은 기간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정부가 미리 정원을 배분한 후 형식적으로 배정심사를 진행하고 심사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의사단체와 국회는 ‘깜깜이’ 배정심사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여러 차례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공정성을 해칠 수 있고 공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40곳 중 14곳만 현장 실사의사단체 등은 지역별, 의대별 여건이 다른데 지방 주요 국립대 200명, 수도권 주요 사립대 120명 등으로 일괄 배정한 것도 제대로 심사가 진행되지 않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시설 및 교수 확보 계획 등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충북대처럼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이 되는 사례는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 측 이병철 변호사는 “의대별 정원을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일괄 배분하고 이후 자율 감축하게 한 건 정원 배분 기준이 비합리적이었다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각 대학이 신청한 정원을 바탕으로 지역 우선 배정, 거점 국립대병원 육성 등 정책적 판단 기준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배분한 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의사단체에선 의대 40곳 중 14곳만 현장 실사를 했다는 점도 문제를 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요조사 후 26곳에 대해선 서류 검토나 비대면 회의로 현장 실사를 대체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교육 여건을 심사할 때 평가위원 7, 8명이 일주일 이상 상주하며 검증한다. 서류와 비대면 회의로 했다는 건 검증을 안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이 가진 자원에 정부 지원을 더하면 배정된 인원을 교육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점을 재판부에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5-02
    • 좋아요
    • 코멘트
  • 법원, 2000명 증원 결정 첫 회의록-의대시설 조사 내용 제출 요구

    법원이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향해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속전속결로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료를 제출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 사법부가 개입하려는 것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재판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한 최초 회의의 자료와 회의록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반면 의사단체는 “제출 자료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증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00명 증원’ 첫 회의 자료 내라” 법조계에선 정부의 ‘2000명 증원’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판부는 정부에 “10일까지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어떤 절차로 언제 최종 확정되는 것인지 △증원 수를 결정한 최초 회의 등의 회의자료나 회의록 △각 대학의 인적·물적 시설에 대한 조사 내용 △‘학습권 침해 논란’ 관련 지원 방안 여부를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또 13∼18일 결론을 내겠다면서 “법원 결론 전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결정한 정부 정책의 근거를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세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0명 증원이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며 회의록 등 근거 자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세 보고서는 이미 재판부에 제출됐으며 보고서 저자들도 2000명 증원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며 “회의록 등이 제출되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증원이 결정됐는지 밝혀질 것”이란 입장이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늘려도 문제없다’는 총장 말만 듣고 무리한 증원을 추진했는지 자료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의대생 등도 증원 당사자 인정 가능성 재판부가 의대생 등을 ‘제3자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할지도 주요 쟁점이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8건 중 7건은 의대생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고 나머지 1건은 진행 중이다. 의대 정원 증원과 같은 정부 정책의 당사자는 의대를 보유한 대학의 총장이기 때문에 교수나 전공의, 의대생은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경우에 따라 의대생 등에게도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자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생이나 의대 교수도 증원 관련 이해 당사자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재판장을 맡은 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결정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 중 의학전문대학원이라 대교협 신청 대상이 아닌 차의과대를 제외하고 31곳이 1일까지 내년도 모집인원을 제출했다. 차의과대와 신청 규모를 비공개한 순천향대가 대부분의 사립대처럼 배정된 정원을 모두 선발할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1509명 늘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사-정부 평행선에 “2000명 근거 뭐냐” 법원이 물었다

    법원이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향해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속전속결로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료를 제출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 사법부가 개입하려는 것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반면 의사단체는 “제출 자료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증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의대생 등도 증원 당사자 인정 가능성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의대생 등을 ‘제3자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할지가 첫 번째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의대 증원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8건 중 7건은 의대생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고 나머지 1건은 진행 중이다.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의 당사자는 의대를 보유한 대학의 총장이기 때문에 교수나 전공의, 의대생은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였다.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경우에 따라 의대생 등에게도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자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재판장을 맡은 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결정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2000명 근거 판단할 것”의대생 등이 당사자로 인정될 경우 다음 쟁점은 정부의 ‘2000명 증원’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가 될 전망이다.재판부는 정부에 “10일까지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13~18일 결론내겠다면서 “법원 결론 전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결정한 정부 정책의 근거를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세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0명 증원이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며 회의록 등 근거 자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의사단체는 세 보고서는 이미 재판부에 제출됐으며 보고서 저자들도 2000명 증원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며 “회의록 등이 제출되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증원이 결정됐는지 밝혀질 것”이란 입장이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늘려도 문제 없다’는 총장 말만 듣고 무리한 증원을 추진했는지 자료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한편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 중 의학전문대학원이라 대교협 신청 대상이 아닌 차의과대를 제외하고 31곳이 1일까지 내년도 모집인원을 제출했다. 차의과대와 신청 규모를 비공개한 순천향대가 대부분의 사립대처럼 배정된 정원을 모두 선발할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1509명 늘게 된다.교육부는 법원이 이달 중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이달 말 예정대로 각 대학이 변경된 정원을 공고하고 대입전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각 대학은 의대 증원 결정 전 모집인원에 따라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5-01
    • 좋아요
    • 코멘트
  • 저출산 정책 효과보다 예산 따는데만 급급한 공무원들 [기자의 눈/박성민]

    정부와 저출산 관련 논의를 해본 전문가들은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저출산 정책은 달갑지 않은 업무”라고 입을 모은다. 각 부처가 내놓는 단발성 정책이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런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 추진과 효과 사이 시차도 크다. 올 2월까지 약 1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매일 최선을 다했지만 저출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누군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해도 출산까지는 9개월이 더 걸린다”며 지난해 출산율 하락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걸 억울해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곤 하지만 공무원들은 저고위에 파견 가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저출산에 관심을 가질 때는 1년에 한 번, 예산을 따낼 때뿐이다. 저출산 대응 예산이라고 하면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 심의를 통과하기 쉽다 보니 온갖 사업에 ‘저출산’ 꼬리표를 붙여 가져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정부도 ‘예산을 덜 쓴다’는 비난이 겁나 이것저것 끼워 넣어 왔다”며 “넓게 보면 인구와 관련 없는 예산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일반 청년을 신혼부부보다 더 많이 지원하면서 둘을 합쳐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했다. 교육부는 학교 시설 개선 사업을, 국방부는 군인 및 군무원 인건비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유해정보 차단 사업을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했다. 착시 효과로 가득한 예산을 18년 동안 380조 원 투입한 결과가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이다. 그러면서 자체 사업을 저출산으로 포장하는 것엔 열심이지만, 저출산 정책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역설적 상황이 공직사회에 일상화됐다. 김 교수도 “재임 중 저출산 대책을 각 부처 정책 우선순위 윗단으로 끌어올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천덕꾸러기가 된 저출산 정책은 부처 간에는 물론 부처 안에서도 떠넘기기 대상이 되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출산율 세계 꼴찌인 한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을 필두로 모든 부처가 저출산 대책을 1순위로 올려놔야 한다. 그리고 착시 효과를 불러온 허수를 걷어낸 뒤 가장 효과가 높은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 동아일보가 저출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동수당 대상 연령 확대 및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등이 우선 순위로 거론됐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첫째 낳을지 망설이는 부부, 저출산 정책 최우선 타깃 돼야”

    충북 제천시에 사는 성원석(45) 최윤희(39) 부부는 5월에 넷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미 중학교 1학년인 큰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쌍둥이 아들을 둔 부부에게 넷째는 생각지 못한 ‘깜짝 선물’이었다. 성 씨는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에 출산을 꺼리는 부부에겐 의미 있는 선물”이라며 제천시의 출산 지원금 정책을 평가했다. 제천시는 셋째 아이부터는 주택자금 3800만 원이나 출산지원금 3000만 원 중 하나를 골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 씨 부부처럼 넷째까진 아니더라도 청년들의 ‘다자녀 출산 의지’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동아일보와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올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한 19∼39세 대상 설문에서도 미혼 남녀의 45.6%가 ‘향후 자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32.8%였고 ‘자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21.6%에 불과했다. 또 자녀 계획이 있다는 답변자 4명 중 3명은 희망하는 자녀 수를 ‘2명 이상’이라고 했다.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첫 단추인 주거 문제에 막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청훈 씨(33)는 “주변을 보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혼 여부가 갈린다”며 “제대로 된 집을 못 구해 동거만 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주거의 경우 신혼부부, 아이가 하나인 가구, 다자녀가구 등에 따라 원하는 규모와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 타깃을 명확하게 정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도 양적인 공급 실적에만 매달리느라 수요자의 눈높이에 어긋난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15평(약 49㎡) 주택을 공급했다가 미분양이 생기는 등의 일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할지도 정리가 안 된 상태다. 동아일보가 진행한 저출산 전문가 20명 설문에선 8명(40%)이 ‘결혼 후 첫째를 망설이는 부부’가 저출산 정책의 최우선 타깃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희망 자녀가 둘 이상이더라도 첫 출산이 늦으면 둘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과 첫 출산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신생아 특별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거론된 우선순위는 ‘둘째를 망설이는 부부’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첫 출산 후 경력 단절이나 경제적 부담을 체감하고 둘째를 포기하는 부부가 많다. 이들이 둘째를 가질 용기가 생기도록 맞춤형 주거 지원과 함께 일·가정 양립 등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