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85

추천

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6-03-27~2026-04-26
건강77%
칼럼13%
사회일반7%
보건3%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모호한 ‘12대 중과실’ 기준, 의료분쟁 늘리는 역효과 낼 수도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의료 현장에선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의료사고 분쟁 시 필수의료진의 형사 처벌 부담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공언한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와 의견이 비슷하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법률인 만큼 향후 시행령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신경과 등 22개 전문과 법제이사가 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본 결과 “‘의료 행위의 형사 범죄화’를 가속화하고 변호사들에게 전례 없는 블루오션을 열어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각 전문과는 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속속 내고 있다. 의료계가 지적하는 내용 중 하나는 형사 처벌 특례의 예외 조항인 ‘12대 중대 과실’ 항목의 탄생 배경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 리스트는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형사 판례들을 기계적으로 수집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법안 설계 과정의 근본적 모순을 보여 준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의료사고의 형사 기소율이 높은 나라다. 선진국에서는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이나 무지에 의한 과실만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고, 나머지는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사가 최선을 다한 진료의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법정에 세우는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핵심 원인이었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이런 잘못된 판례들을 한데 모아 중과실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안에 담긴 중대 과실 중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진단·처치·모니터링 소홀’과 같은 조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의료사고에서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중과실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기소의 고속도로’를 깔아 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필수의료 사고나 형사 입건된 사건은 신설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로 보내져 12대 중과실 여부를 판단받게 된다. 겉으로는 전문가 심의를 거치는 안전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심의위가 모호한 12대 중과실 잣대를 들이대면 과거에는 민사로 끝났을 사안들조차 ‘중과실’이라는 낙인이 찍혀 검찰로 직행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형사 면책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중과실 인증’을 받고 기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 있다. 이는 의료 현장의 방어 진료를 부추기고, 고위험 수술 기피가 확산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환자와 보호자의 의료사고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장에선 중병 치료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급한 보호자들이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통사고에서도 12대 중과실 여부가 합의금 액수를 결정하듯, 의료사고에서도 ‘중과실 판정’은 곧 고액의 보상금을 받고 법적 우위를 점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환자들은 사건을 가능하면 심의위원회로 보내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필수의료 사건은 자동 송부되지만, 비필수의료 사건의 경우 일단 의사를 형사 고소해 심의위의 판단을 끌어내는 방식이 성행할 가능성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조정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로서는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의료의 본질인 ‘치유’보다는 ‘법리적 싸움’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비극적 풍경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의사는 언제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되고, 환자는 보상을 위해 소송의 늪에 빠져들며, 법률 전문가들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22개 전문과가 지적하는 12대 중과실 규정을 다시 한번 검토해 시행령에라도 반영해야 한다.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형사 처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해 민사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법안의 문구 하나가 생사를 다투는 수술실 현장에 앞으로 어떤 찬바람을 몰고 올지 걱정이 앞선다. 필수의료진에게 필요한 것은 허울뿐인 법적 면책이 아니라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6-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마트 반지-케어벨… AI로 ‘돌봄 빈틈’ 메운다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 후 한국의 돌봄 패러다임은 격변하고 있다. 단순히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것을 넘어 의료와 요양, 주거를 아우르는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분절적인 서비스 체계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길 희망하면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돌봄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살던 곳에서 의료와 돌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를 결합한 이른바 ‘디지털 돌봄’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다양한 건강 증진 해법들이 지자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는 보건소의 방문 건강 사업과 연계해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데이터와 기술로 복지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3곳을 알아봤다.● 스마트 반지로 24시간 촘촘한 응급 콜케어 22일 찾아간 경기 화성시 재가노인지원 서비스센터. 시설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지만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고령층도 방문해 돌봄 케어를 받고 있었다. 이곳은 각종 건강 측정 기기와 취미 활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화성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화성형 재가노인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고독사 예방과 응급 환자 대응 역량을 키우고 있다. 센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손가락에 끼우는 스마트 반지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응급 콜케어 솔루션이다. 스마트 반지는 심박수, 산소포화도, 체온, 수면 패턴, 스트레스 등 주요 생체 신호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기존의 단순 안부 확인을 넘어 생체 신호에 이상이 감지되면 AI가 즉시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어르신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위기 상황이 의심될 경우 보호자와 관계 기관에 위치 정보와 이상 알림을 카카오톡 및 AI 자동전화 서비스를 통해 전송한다. 이 시스템은 거부감이 적은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성시 관계자는 “기술에 사람 중심의 가치를 더해 어르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통합돌봄 모델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농촌 의료 공백, 실시간 데이터 관리로 최소화 강원 평창군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ICT를 접목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평창군 보건의료원이 추진 중인 ‘스마트 만성질환 관리 사업’의 핵심은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피드백이다. 가정용 블루투스 혈압계와 혈당계, 체중계를 지급받은 환자가 스스로 수치를 측정하면 데이터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료원으로 전송된다. 건강 코디네이터는 이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를 살핀다. 단순히 수치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담, 교육 문자 발송, 대면 진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관리 서비스’가 이뤄진다. 성과는 지표로 증명됐다. 2024년 서울대 의대와 협력한 연구 결과, 9개월간 참여한 환자들의 당화혈색소는 평균 0.3%포인트, 수축기 혈압은 8.9mmHg 감소했다. 디지털 기기에 서툰 고령층이라도 밀착 관리가 병행되면 농촌 지역에서도 충분히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평창군은 2025년부터 한림대와 손잡고 환자 개별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도입해 운동과 영양 상담을 해주는 ‘다학제 환자 관리 표준 모델’ 구축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스마트 기술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간호 인력에 대한 꾸준한 교육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보건 행정을 통해 ‘건강한 평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ICT와 사람 손길 결합한 ‘하이브리드 돌봄’ 부산시는 디지털 기술과 대면 복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돌봄 케어벨’ 모델로 고독사 예방에 나서고 있다. 영도구, 금정구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이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일상 속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예방형 돌봄 체계다. 현장에선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IP·Aging In Place)’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돌봄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케어벨 모델은 전문 상담사의 정기적인 안부 전화와 의료 연계까지 더한, 기술과 인간 돌봄을 결합한 입체적 관리가 특징이다. 부산시는 올해 대상자를 750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서울 광주 경기 전남 경북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영국 등 해외 진출도 추진되고 있다. 또 병원 퇴원 이후 환자를 가정에서 관리하는 모니터링 서비스를 결합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의료·요양·돌봄통합 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돌봄 전문가들은 “고독사 예방과 의료비 절감,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화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폐암 5년 생존율 16%→42%… 이제 시한부 아닌 관리 질환”

    과거 폐암 4기는 ‘여명이 제한된 말기암’으로 받아들여졌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삶의 마지막 단계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폐암은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도입되면서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001∼2005년 16.6%에서 2019∼2023년 42.5%로 크게 개선됐다. 치료를 통해 병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6년 전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 임상 시험 때부터 참여해 건강을 회복한 유수현 씨(78)와 주치의인 여창동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나 폐암 극복기와 폐암 치료 트렌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폐암 진단 후 6년 지나도 건강 유지 유 씨는 지금도 매일 한 번 렉라자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우던 그는 건강검진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수술을 받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했지만 폐암이 재발했다. 두 차례 수술에도 반대편 폐에 새로운 병변이 발견되면서 추가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가운데 그는 담당 의료진의 권유로 렉라자의 글로벌 3상 임상 시험(LASER301)에 참여해 치료를 이어갔다. 진단 초기부터 치료를 맡아 온 주치의에 대한 신뢰가 임상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치료는 비교적 빠르게 효과를 보였다. 치료 시작 약 6주 만에 시행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종양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 검사에서는 병변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전됐다. 유 씨는 “검사 때마다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치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고 기침도 사라져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약에 대한 빠른 반응과 낮은 부작용, 장기간 효과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며 “평균 생존 기간이 3∼4년 수준으로 보고되는 것을 고려하면 6년 이상 질병이 조절되고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매우 크고 다른 폐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폐암을 이기는 데 생활 습관도 큰 영향 환자의 생활 습관 개선도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유 씨는 흡연을 중단하고 간접흡연을 피했으며 공기가 좋은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매일 1시간가량 최소 1만 보 이상을 걷고 식단을 채소와 단백질 중심으로 바꾸는 등 생활 전반을 개선했다. 아령을 드는 근력 운동도 꾸준히 실천했다. 이처럼 장기 생존 사례가 늘면서 폐암 4기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말기암’으로 여겨졌던 폐암 4기에서도 장기적인 질병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치료 접근법 역시 바뀌고 있다. 특히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EGFR 변이는 국내 폐암 환자의 약 50%에서 확인되는 유전자 변이로 진단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지표다. 변이가 있을 때 표적치료제를 적용해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여 교수는 “폐암 치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EGFR 변이 폐암에서는 다양한 표적 치료 옵션이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의료진이 치료를 결정하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함께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국내 개발 폐암 치료제 효과 입증 국내 개발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치료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3상 임상에서 기존 표적 치료제 대비 개선된 효과가 확인됐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유 씨처럼 장기 치료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치료 접근성도 개선되고 있다. 유 씨는 약 5년간 임상을 통해 약제비와 검사 비용을 지원받았고 임상이 끝난 후에는 렉라자가 건강보험으로 보장돼 현재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여 교수는 “과거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임상시험과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급여 적용 이전까지 ‘조기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900명의 환자에게 폐암 신약 렉라자를 무상 공급하며 치료 기회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환자 중심 지원과 연구개발 투자는 창립 10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암 치료는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 표적 치료제를 중심으로 병용 요법과 항체 약물 접합체(ADC)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이 개발돼 환자별 맞춤 치료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여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지는 만큼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폐암도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슴 안 열고 혈관으로 심장 치료… 수천만원 비용이 발목”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환자이야기]

    “자다가도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하게 숨 쉬며 지냅니다.”‘승모판막 역류증’을 앓다가 최근 시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양승용 환자(만 64세)는 이렇게 말했다. 고령과 기저질환으로 수술이 어려웠던 그는 최근 가슴을 열지 않는 치료법(TEER 시술)을 통해 일상을 되찾았다. 승모판막 역류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심장 질환으로 증상이 진행되면 호흡 곤란과 피로감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문제는 고령 환자일수록 개흉 수술을 견디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거나 근본적인 치료 대신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치료가 ‘TEER(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 시술’이다. 혈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손상된 판막을 클립으로 집어주는 치료로 이 과정에서 ‘마이트라클립’과 같은 의료기기가 사용된다.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으로 치료 접근성아 떨어진다.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정지현 과장과 TEER 시술을 통해 일상을 회복한 양승용 환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진단을 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나.양승용 씨=“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앞이 캄캄했다. 판막을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나이와 몸 상태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막함이 컸다. 숨은 점점 차오르고 자다가도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가슴을 여는 수술은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말에 TEER 시술법이 크게 와닿았다. 그런데 시술 비용이 수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방법이 있는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망설여야 했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고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봐 고민이 깊어졌다.”―시술 이후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양 씨=“시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슴을 짓누르던 것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숨이 차서 제대로 눕지도 못했고 밤에도 자주 깨면서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진 상태였다. 지금은 편하게 잠잘 수 있고 숨이 훨씬 덜 차면서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산책을 하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다시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승모판막 역류증은 어떤 질환이며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정지현 과장=“승모판막 역류증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서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결국 심장이 효율적으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해 환자는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진다. 증상이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힘들어지고 누웠을 때 숨이 더 차는 등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원칙적으로는 수술로 판막을 교정하는 것이 표준 치료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고령이거나 심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 간·신장 질환 등 동반 질환이 많아 수술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결국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하는데 이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 근본적인 역류를 교정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TEER 시술은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가.정 과장=“TEER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판막을 교정하는 치료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시술이 가능하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양 환우처럼 심장 기능이 많이 저하돼 있거나 급사를 예방하기 위한 제세동기나 심장 재동기화 치료 기기를 삽입한 상태에서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보다 시술이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약물 치료만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인가.정 과장=“결국 비용 부담이다. TEER 시술은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함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문제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병의 진행을 충분히 억제하기 어렵고 결국 심부전이 악화되면서 입원이나 사망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치료 접근성은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예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건강보험 적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정 과장=“TEER 시술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병의 진행을 막기 어려운 만큼 환자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치료다. 치료 기술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데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해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해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양 씨=“저 역시 비용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같은 상황에 놓인 환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료를 받고 나니 많은 환자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적 지원이 확대돼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정 과장=“승모판막 역류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있는데도 단순히 나이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이거나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는 현재 가능한 치료 옵션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양 씨=“저도 치료 전에는 비용과 수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숨 쉬는 것이 이렇게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승모판막 역류증을 앓고 있는 환우분들이 혼자 고민하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꼭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다.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령층 영양 결핍 막기 위해선 ‘소화-흡수’ 고려한 균형 영양식 필요”

    국내 65세 이상 여성의 83%가 ‘영양 불량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노인인구의 33%는 단백질이, 70%는 칼슘 섭취가 부족한 상태다. 이는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다. 이러한 노년층의 영양 불균형은 단순히 섭취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노화로 인한 소화 및 흡수력 저하, 미각의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고령층의 영양 결핍은 더 심해지고 있다. 단순히 영양 섭취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령층의 신체 환경을 고려한 식단 설계와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 가능한 영양 관리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필수 영양소를 균형 있게 보충할 수 있는 ‘균형 영양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품업계도 ‘얼마나 먹느냐’보다 ‘얼마나 흡수되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노년층의 식생활과 저하된 소화·흡수력을 고려한 균형 영양식(환자식) 브랜드 ‘메디웰’을 선보였다.다음 달 어버이날을 앞두고 매일유업 MIC(Maeil Innovation Center) 뉴트리션연구소에서 메디웰을 담당하는 이치우 연구원을 만나 노년층의 영양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과학적 영양 설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식품공학 박사인 이 연구원은 2013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8년간 조제분유를 연구했고 2021년부터 메디컬 제품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매일유업 MIC 뉴트리션연구소에서는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나. “영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 전반의 영양 문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특히 조제분유와 환자식 같은 특수 의료용도 식품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한 영양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노년층의 영양 부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노년층은 전반적으로 식사량이 줄어드는 데다 고기나 유제품처럼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식품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단백질, 비타민D, 칼슘 등 주요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기 쉽다. 여기에 노화로 인한 소화·흡수 기능 저하까지 더해지면서 영양 결핍이 심화된다. 특히 저작(씹기)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 단백질 섭취 부족이 더욱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충분히 먹지만 필요한 영양은 채우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유 등 유제품 섭취 시 복통이 발생하거나 소화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우유 섭취 시 나타나는 불편감은 우유에 함유된 유당 때문에 발생한다. 이에 따라 유당이 제거된 ‘락토프리’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 우유보다 부담이 적다. 노년층을 위한 유제품은 소화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장에 부담이 적은 원료를 사용하고 체내 삼투압을 고려해 속이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한다. 부모님이 평소 우유를 드시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균형 영양식 선택 시에도 유당이 함유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어르신을 위한 영양식을 개발하면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노인분들에게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지만 소화와 흡수 능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백질의 경우 분자 크기가 큰 일반 단백질보다 일부를 잘게 쪼갠 ‘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을 사용하면 소화 기관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방 역시 에너지 전환 속도가 빠른 중쇄지방산(MCT)유를 활용하면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매일유업의 균형 영양식은 이런 생리적 특성을 반영해 노년내과 전문의와 함께 소화·흡수 메커니즘에 최적화된 원료를 설계했다.” ―당뇨병 전단계 또는 당뇨병 환자는 어떤 균형 영양식을 골라야 하나.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혈당 스파이크’는 대사 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도 위협적일 수 있다.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평소 혈당 관리가 필요한 노인의 경우 균형 영양식을 고를 때 당 함량뿐 아니라 탄수화물 함량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제품도 혈당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혈당 상승에 관여하는 식이섬유의 함유 여부와 종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아검가수분해물(PHGG)이나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처럼 체내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발효되는 식이섬유를 이중 설계하면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일유업에서 개발한 혈당 관리 균형 영양식 제품은 액상 제형이 체내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혈당이 급상승하지 않도록 ‘식이섬유 이중 설계’를 했다. 특히 식이섬유 중 구아검가수분해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혈당과 장 건강, 배변,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되는 4중 기능성 원료이기도 하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니 영양뿐 아니라 맛도 중요할 텐데…. “균형 영양식은 수술 전후 또는 영양 공급이 필요한 환자와 고령자들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섭취할 경우 매일 먹는 데 부담이 없도록 맛 역시 신경을 썼다.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풍미를 끌어올리는 연구에 1년을 투자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누룽지 맛, 밤 맛, 호두 맛 등 호불호가 낮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반영하려고 했다. 연구소에서는 과학적인 설계를 위해 ‘전자코’라는 첨단 장비를 활용한다. 사람의 주관적인 입맛이 아니라 향기 성분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또 ‘터비스캔’ 장비를 통해 영양 성분이 층 분리 없이 안정적으로 균일하게 유지되는지를 수치로 검증한다.” ―부모님 선물로 균형 영양식을 고를 때 꼭 확인해야 할 성분은 무엇인가. “영양 성분표와 원재료명을 확인해 주요 성분 함량과 원료 구성을 꼼꼼히 살펴보길 권한다. 특히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과 함량, 당류 수준, 식이섬유 구성을 확인해야 한다. 편안한 소화와 흡수를 고려했는지, 혈당 상승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했는지, 지속해서 섭취할 수 있는 맛인지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외과 협진 시스템 강화… 응급환자 年 4만 명 치료

    대기업 임원 A 씨는 1월 27일 저녁에 운전을 하던 중 팔에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을 느끼고 급히 119에 연락했다. 의식을 잃어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인근 대학병원 두 곳은 병상 부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골든타임의 위기에서 그를 받아 준 곳은 2차 병원인 분당제생병원이었다. 응급의료센터는 즉시 뇌졸중 프로토콜을 가동했고, 신경외과팀의 응급 수술 끝에 A 씨는 소중한 생명을 건졌다. A 씨의 상황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수용 거부)’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분당제생병원이 ‘3차보다 강한 2차 병원’으로서 지역의료의 핵심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간 4만 명 진료… “뺑뺑이 없는 응급실” 분당제생병원 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률과 진료량은 압도적이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의 연평균 환자 수가 2만∼2만5000명인 것에 비해 이곳은 연간 4만 명이 넘는 환자를 소화하고 있다. 나화엽 분당제생병원장은 “본원에서 수용 가능한 질환이라면 119 이송 문의를 우선적으로 받아 치료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모든 의료진이 이 사명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센터는 전문의 10명, 전공의 8명을 포함해 총 70여 명의 전문 인력의 24시간 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음압 병실과 뇌졸중 센터, 외상 구역 등을 고루 갖춰 경기 용인·이천·광주 등 인근 지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들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외과 수술의 명가… 충수염 수술만 1만6000회 기록‘맹장염’으로 불리는 급성 충수염은 1차 의원에서 감당하기 어렵고, 3차 병원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쉬운 대표적인 질환이다. 분당제생병원은 이런 틈새를 메우기 위해 외과 협진 시스템을 강화했다. 분당제생병원은 응급의료센터와 외과와의 협진을 통해 신속하게 충수염 수술에 나선다. 환자 도착 후 평균 6시간 이내에 즉시 수술을 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외과는 현재까지 1만6000회 이상의 수술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5900회 이상의 담낭절제술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급성 담낭염도 급성 충수염에 이어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환자 안전을 위한 스마트 시스템도 눈에 띈다. 12개 병동 중 10개 병동을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로 운영해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없앴다. 또 전 병동에 인공지능(AI) 임상 보조 시스템을 도입해 위급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 ‘재활 낮병동’의 혁신 분당제생병원의 강점은 수술 후 재활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4명의 전문의와 50여 명의 베테랑 치료사가 상주하는 재활의학센터는 뇌 손상,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특히 5월부터는 성인 재활 낮병동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낮 동안 집중 재활을 받고 저녁엔 귀가하는 통원형 프로그램이다. 소아 재활 분야에서는 ‘뉴튼플레이랩’ 프로그램을 통해 환아들이 안정감을 느끼며 능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최첨단 환경을 구축했다. 나 병원장은 “단순한 기능 회복을 넘어 환자가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분당제생병원의 목표”라며 “환자 개개인의 가치와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통합 치료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일회용 안 쓰고 채소 식단… 12주 만에 콜레스테롤 ‘뚝’

    최근 필자가 직접 체험한 12주간의 ‘속 동안 프로젝트’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단순히 겉모습을 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혈관과 대사 기능을 근본적으로 되돌리려고 했던 이번 도전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광동병원 기능의학센터와 한방 오행클리닉의 협진을 통해 얻어낸 ‘95점짜리’ 건강 성적표와 중년에 챙겨야 할 건강법을 공개한다.● ‘환경 독소’ 멀리하고, 채소 위주 식단으로 프로젝트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광동병원을 다시 찾았다. 기능의학 전문가 이연수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을 만났다. 기능의학은 개인의 유전적 형질, 생화학적 대사 특징, 생활 방식 등을 종합 분석해 질병의 ‘뿌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다. 이 과장은 “단순히 수치상 정상 범위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가 최적의 효율로 작동하도록 대사 과정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12주간 이 처방에 따라 건강 습관을 실천했다. 가장 큰 변화는 ‘환경 독소’와의 작별이었다. 과거 무심코 사용했던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컵을 멀리하고 텀블러를 분신처럼 챙겼다. 향수와 화장품 사용도 최소화했다. 식단 역시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오후에 습관적으로 마셨던 커피를 최대한 멀리했고, 소화력을 높이는 양배추와 신선한 채소를 매일 아침 밥상에 올렸다.● “혈관 건강, 100점 만점에 95점” 재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혈관 건강의 지표인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총콜레스테롤은 dL(데시리터)당 218mg에서 169mg으로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은 dL당 146mg에서 120mg으로 줄었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dL당 45mg에서 65mg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혈관을 청소해 주는 HDL은 높아지고, 혈관을 막는 LDL은 낮아지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당뇨병 관리의 핵심인 당화혈색소(HbA1c)가 6.2%에서 5.7%로 떨어진 점이다. 이는 당뇨병 전 단계에서 정상 범위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공복 혈당 역시 dL당 92mg에서 79mg으로 안정화됐다.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의 완벽에 가까운 성적표였지만, 이 과장은 ‘호모시스테인’ 수치에 주목했다. 호모시스테인은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일종의 ‘독성 아미노산’으로, 수치가 높으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나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필자의 수치는 L당 15.8umol에서 14.0umol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최적 범위(9.0umol 이하)보다는 높았다. 이에 이 과장은 비타민 C와 D의 추가 복용을 강력히 추천했다.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호모시스테인이 혈관을 공격할 때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중화해 혈관 내피세포를 보호한다. 필자의 비타민 D 수치는 33.1에서 57.0으로 좋아졌지만, 이 과장은 수치 유지를 위해 처방을 권고했다. 또 음식 알레르기 면역 반응 검사에서 밀가루 관련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이 과장은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염증을 유발하는 밀가루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 현미, 렌틸콩 등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3초 참기’로 마음의 ‘속 동안’ 유지 기능의학이 혈관과 대사 관련 수치를 다뤘다면, 한방 오행클리닉의 최우정 원장은 필자의 기색과 맥을 살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최 원장은 “진맥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다”고 했다. 필자는 지난 12주간 데드리프트, 런지 등 근력 운동을 매일 40분씩 해왔으나, 정작 운동 비중이 상체에 쏠려 있었다. 소양인 체질인 필자는 기운이 위로 솟구치고 상체는 발달하기 쉽지만, 하체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쉽다. 최 원장은 “하체 근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하체 운동이 가장 중요하고 이 외에 자전거 타기도 추천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마음의 ‘속 동안’을 위한 처방도 잊지 않았다. 최 원장은 “화(火)가 많은 편이니, 말을 내뱉기 전 항상 3초만 참는 연습을 해라”고 당부했다. 이는 단순한 수양을 넘어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통해 혈관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12주간의 대장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명확하다. 내 몸은 내가 먹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대로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당화혈색소 5.7%, LDL 120mg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활 습관을 고치는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훈장이다. 비록 호모시스테인 수치 감소와 하체 근력 강화라는 숙제가 남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95점’의 자신감은 앞으로의 삶을 지탱할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속부터 젊어지는 법은 결국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쁜 것을 비우며 필요한 것을 채우는 정직한 노력에 있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임신은 철저한 ‘준비의 산물’로 봐야 산모-태아 모두 안전”

    최근 여성 건강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초혼 연령의 상승으로 고령 산모가 늘어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같은 여성 질환의 발병 연령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이제 산부인과는 단순히 ‘아이 낳는 곳’이라는 1차원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신 준비부터 질환 치료, 출산 후의 완벽한 회복까지 여성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25년간 지역 거점 여성 전문 병원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린여성병원 신봉식 원장을 1일 서울 동대문구 병원장실에서 만났다. ‘여성 생애주기별 최적화 관리’의 구체적인 내용과 건강한 출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25년의 노하우, 여성 전문 의료 ‘메카’ 되다 2002년 문을 연 린여성병원은 올해 개원 24주년을 맞았다. 산부인과는 365일 24시간 분만 시스템을 운영하며 분만센터·산후조리원·단일공복강경·로봇수술·유방·갑상선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여기에 내과와 피부과까지 더해 여성 건강 전반을 아우르는 ‘원스톱 케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 원장은 이 같은 병원의 성장을 두고 “병원 운영의 목적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며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신체적 변화의 굽이마다 단절 없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문 센터들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여성 건강, 질병 치료 넘어 삶의 ‘최적화’ 필요해 신 원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키워드는 ‘여성 생애주기 최적화’다. 이는 여성의 삶을 사춘기, 가임기, 임신·출산, 갱년기라는 독립된 단계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신 원장은 “여성의 몸은 생애 단계마다 요구하는 관리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며 “가령 난임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단순히 임신 성공이라는 결괏값만 주는 것은 린여성병원이 지향하는 모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신 전의 호르몬 균형부터 출산 후 근골격계 회복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돼야 진정한 의미의 치료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자궁 질환도 마찬가지다. 신 원장은 “당장의 수술 여부보다 환자의 향후 임신 계획과 삶의 질을 우선순위에 두고 치료 방향을 최적화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임신은 ‘결과’가 아닌 철저히 준비된 ‘프로젝트’ 신 원장은 특히 ‘프리콘셉션 케어(임신 전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여성이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한 뒤에야 병원을 찾지만 건강한 아이를 만나기 위한 준비는 훨씬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게 신 원장의 지론이다. 임신을 ‘우연한 결과’가 아닌 ‘철저한 준비의 산물’로 인식해야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전하다는 의미다. 신 원장은 “임신은 여성의 신체가 감당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며 “갑상선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이 미리 조절되지 않으면 초기 유산이나 합병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린여성병원은 정밀 초음파를 통한 태아 이상 여부 확인은 물론이고 산모의 혈압·혈당·체중 변화를 실시간 데이터화해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신 원장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산모의 심리적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고위험 산모일수록 불안감이 크다”며 “의료진은 수치상의 관리뿐만 아니라 산모가 편안한 상태에서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모가 안정돼야 태아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출산은 끝이 아닌 ‘제2의 인생’ 위한 회복의 시작 분만실을 나서는 순간 의료적 도움은 끝난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신 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출산 후 겪게 되는 자궁과 골반 구조의 변화, 급격한 호르몬 감퇴는 여성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그는 “출산 후 자궁이 제대로 수축하는지, 골반저근의 손상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특히 호르몬 변화로 인한 산후 우울감이나 컨디션 저하는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린여성병원이 산후조리원과 재활 시스템을 강화한 이유도 출산을 ‘마침표’가 아닌 ‘회복을 통한 새로운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린여성병원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신 원장은 ‘여성의 인생을 설계하는 병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특정 질환을 잘 고치는 병원을 넘어 어떤 연령의 여성이라도 가장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건강 주치의가 되겠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의료는 단순한 기술 제공이 아니라 삶의 질을 보전하는 서비스여야 한다”며 “린여성병원은 앞으로도 사춘기 소녀부터 갱년기 여성까지, 각자의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의료 지도를 그려주고, 치료를 넘어 여성의 건강한 삶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발톱무좀, SNS를 점령한 ‘가짜 완치’의 유혹[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

    “발톱 무좀, 바르기만 하면 며칠 만에 뿌리까지 뽑힌다!” “독한 약 없이 2, 3주 만에 완치.”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장악한 발톱 무좀 치료 제품 광고들의 자극적인 문구다. 광고 영상에선 두껍고 누렇게 변형된 발톱에 정체불명의 용액을 바르자 마법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새 발톱으로 변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26년간 의료 현장과 언론의 접점에서 수많은 질환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교묘한 연출’이라는 게 한눈에 보인다. 그러나 오랜 시간 무좀으로 고통받아 온 일반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쉽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발톱 무좀은 결코 며칠 혹은 2, 3주 만에 해결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톱 무좀은 딱딱한 케라틴층 안쪽 깊숙한 곳까지 곰팡이가 침투한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겉을 닦아내거나 소독하는 수준으로는 균을 사멸시킬 수 없다. 특히 ‘3주 완치’라는 말은 인체의 생물학적 구조를 완전히 무시한 주장이다. 발톱은 한 달에 평균 2∼3mm 정도 자란다. 무좀균에 감염된 부위가 완전히 밀려 나가고 건강한 새 발톱이 뿌리부터 끝까지 채워지려면, 발가락 위치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하다. 즉, 3주 만에 발톱이 깨끗해졌다는 광고는 의학적 ‘완치’가 아니라 화학 성분으로 겉면을 녹여 일시적으로 매끄럽게 보이게 만든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더 큰 문제는 SNS에서 판매되는 상당수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치료제(의약품)’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손발톱 세럼’, ‘청결제’ 혹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화장품에 불과하다. 이러한 제품들은 보조적인 관리 효과는 있을지언정, 발톱 깊숙이 박힌 곰팡이를 죽이는 약리학적 살균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최근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약본부)는 의약외품인 특정 제품의 과장 광고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시정을 요청한 바 있다. 해당 업체는 화장품과 모발용 제품을 생산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용 후기를 조작하거나 치료제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현혹했다. 약본부 측은 “이들 업체 제품은 진균 치료를 위한 약리 작용이 없어 전문 의약품과는 명확히 구분된다”며 “이런 제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해 사용할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하거나 치료 지연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톱 무좀 치료에서 가장 돈을 아끼는 방법은 정석을 따르는 것이다. 엉뚱한 제품에 수만 원씩 낭비하기보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현미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균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먹는 항진균제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혈액을 타고 발톱 뿌리까지 약 성분이 직접 전달되어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 다만 간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치료 전후 간 기능 검사가 필수다. 평소 술을 즐기거나 간 질환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외에 바르는 전문·일반 의약품이 있다. 간 기능 문제로 약 복용이 어려운 경우 사용한다. 일반 화장품과 달리 발톱 투과력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단, 새 발톱이 다 자랄 때까지 6개월 이상 매일 발라야 하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최근엔 레이저도 활용되고 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재감염 방지다. 곰팡이는 습기를 먹고 자란다. 발을 씻은 후에는 수건이나 드라이어의 찬바람을 이용해 발가락 사이사이와 발톱 주변을 완전히 말려야 한다. 발톱 무좀은 한두 달 치료로 겉보기에 깨끗해졌다고 방심하는 순간, 숨어있던 포자가 다시 증식해 100% 재발한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은 허위·과대광고에 현혹돼 소중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관계 당국인 식약처 역시 SNS라는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무분별한 의약품 사칭 광고를 철저히 단속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발톱 무좀 치료의 왕도는 ‘정확한 진단’과 ‘6개월의 끈기’뿐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체 병상 AI 모니터링… 제주 유일 닥터헬기도 띄운다

    제주한라병원 5층 간호사 스테이션에 들어서면 병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모니터가 눈에 띈다. 입원한 환자의 심박수, 호흡수, 산소포화도, 체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낙상 위험, 심혈관 질환 위험도 등을 파악해 준다. 지난해 제주한라병원은 국내 최초로 500개의 모든 병상을 이 같은 스마트 체계로 바꿨다. 3차 병원도 하기 힘든 시스템을 2차 병원인 제주한라병원이 구축한 것이다. 최근 병동에서 만난 김성수 제주한라병원 원장은 “스마트 병상 시스템은 단순한 환자 관리 기술을 넘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병상 도입을 시작으로 AI 기반 병상 관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의료 등 스마트 병원 구현을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유일 닥터헬기… 3년여간 158명 이송제주한라병원의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는 제주도의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해 도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과 응급구조사 2명으로 구성된 닥터헬기는 2022년 12월 첫 운항을 시작한 후 올해 3월 25일 현재 총 158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이송 사례별로는 출혈이나 골절 등 외상 환자가 55명으로 가장 많았고 심장 질환(40명), 뇌 관련 질환(31명), 기타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32명) 순이었다. 김 원장은 “제주 소방과 해양경찰, 경찰 항공대와 협력하는 ‘포윙스(4 Wings)’ 체계를 통해 야간 및 재난 상황에서도 빈틈없는 항공 이송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닥터헬기는 단순한 이송 수단을 넘어 제주 전역을 아우르는 응급의료 체계의 핵심 축으로 한 명의 소중한 생명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세브란스 진료 받는다 그동안 제주 도민들에게 중증 질환 진단은 곧 ‘비행기표’와 ‘원정 진료’ 부담을 의미했다. 환자와 가족들은 다른 지역 병원에서 긴 대기 시간과 진료 절차, 항공료와 숙박비 등 막대한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치료보다도 원거리 이동과 현지 체류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제주 의료 환경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라의료재단과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를 열었다. 제주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의료 모델을 갖춘 셈이다. 두 병원은 실시간 화상 협진 및 화상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의 영상 검사와 진단 결과, 치료 방향을 양쪽 의료진이 함께 논의하도록 했다. 김 원장은 “공동 진료의 핵심은 원격 협진 시스템과 전문 의료진의 유기적인 교류”라며 “이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 결정 과정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이나 집중 치료를 받은 환자도 이후 추적 관찰과 사후 관리는 세브란스 의료진의 모니터링을 통해 제주에서 받을 수 있다. 진료의 연속성과 환자 편의가 크게 향상된 것이다. 한라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헬스 리조트 ‘더위(THE WE)’도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병원과 호텔이 결합한 ‘병원식 호텔’ 모델을 통해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조트 내 ‘위(WE) 병원’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정밀 건강검진, 미용 성형, 스트레스 관리 등의 의료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단순한 휴양 시설을 넘어 전문 의료진의 과학적 진단과 고품격 호텔 서비스가 공존하는 시스템”이라며 “K의료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12차 아시아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서울서 개최

    아시아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12차 아시아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ASCAPAP) 학술대회를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고 1일 밝혔다. ASCAPA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분야를 대표하는 국제 학술대회. 이번 서울 대회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넘어, 미국/유럽 등의 전 세계 연구자, 임상가,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넓혀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시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 주요 이슈를 심층 논의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대규모 토론회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청소년 자살 및 비자살적 자해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임상-사회-정책적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 대중문화가 청소년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관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특별 세션도 마련됐다. 배우 김남길과 국내 정신의학자들이 연사로 참여해 현대 대중문화와 예술가의 시각에서 팬과 사회와의 관계 형성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세션은 대중문화가 청소년 발달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을 탐구하는 목적으로 준비됐다. 김붕년 대회 조직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은 “ASCAPAP 2026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인접 분야의 최신 학술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고, 아시아와 전 세계 전문가들이 의미 있는 교류를 나누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희정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에서 소아정신의학 대가를 초빙해서 임상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아시아 소아청소년들이 맞이하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4-01
    • 좋아요
    • 코멘트
  • 목 잠길 땐 미지근한 물 마시고 습도 높이는 게 ‘약’[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최근 유행 중인 목감기를 의사인 기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목소리가 평소의 쾌활함을 잃은 채 꽉 잠기게 됐다. 평소 유튜브 촬영 등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은 기자에겐 치명적이었다. 혼자 앓지만 않고, 이번 위기를 오히려 독자들에게 목감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로 삼기로 했다. 16일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을 찾아가 성대 상태를 점검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목 관리 상식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성대 염증에 목소리 잠기는 ‘급성 후두염’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오 원장은 후두 내시경을 필자의 목 깊숙이 넣었다. 내시경이 목 안으로 들어오자, 구역질 반사(이물질이 기도나 식도로 들어가는 걸 막는 반사 작용)가 심해 견디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코로 삽입하는 굴곡형 후두 내시경으로 대체했다. 모니터에 비친 필자의 성대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건강한 성대는 매끈하고 하얀빛을 띠며 진동해야 하지만, 필자의 성대는 마치 불타는 고구마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주변 점막은 부어올라 있었다. 오 원장은 “전형적인 급성 후두염 상태”라고 진단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성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잠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성대 표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점액질은 성대의 깨끗한 진동을 방해하는 주범이었다. 오 원장은 소염제,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처방했다. 염증을 줄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들이다.● ‘가글’은 성대 주변 건조하게 만들어 필자는 평소 목이 아플 때 실천했던 습관들이 목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오 원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많은 환자가 목이 부으면 ‘뜨거운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 원장은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성대 점막에 화상을 입히거나 자극을 주어 부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대는 매우 예민한 조직이라 본인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셔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글의 경우 세균용 가글액, 세균과 바이러스용 가글액, 물 등 세 가지가 있다. 가글을 할 때도 성대 주변을 자극하거나 건조한 상태를 빨리 만드는 가글액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라지나 배즙이 목소리를 바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속설도 있다. 오 원장은 “장기적으로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염증이 생겨 목소리가 변한 급성기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약물 치료와 휴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습도 높이고 카페인·술 멀리해야 목감기에 걸렸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습도’가 곧 약이다. 성대는 점막으로 덮여 있어 건조함에 매우 취약하다.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성대는 금방 마른다. 이때는 가습기를 머리맡에 두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카페인과 술을 멀리해야 한다. 커피와 술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성대 점막에 수분이 공급돼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데, 카페인은 이를 방해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커피 대신에 미지근한 물을 선택하자. 기침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흠흠’ 하며 강하게 기침하는 습관은 성대를 강하게 때리는 행위와 같다. 가급적 물을 마셔 이물감을 해소하고, 기침이 나올 때는 가볍게 ‘허∼’ 하는 느낌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다. 꿀물이나 단 음료, 사탕 등은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오 원장은 “목소리가 변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성대 결절이나 폴립, 혹은 더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면서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내시경 검사를 받아 성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감기에 가글은 역효과…미지근한 물 수시로 마셔야

    최근 유행 중인 목감기를 의사인 본보 기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목소리가 평소의 쾌활함을 잃은 채 꽉 잠기게 됐다. 평소 유튜브 촬영 등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은 기자에겐 치명적이었다. 혼자만 앓지 않고, 이번 위기를 오히려 독자들에게 목감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로 삼기로 했다. 16일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을 찾아가 성대 상태를 점검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목 관리 상식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성대 염증에 목소리 잠기는 ‘급성 후두염’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오 원장은 후두 내시경을 필자의 목 깊숙이 넣었다. 내시경이 목 안으로 들어오자, 구역질 반사(이물질이 기도나 식도로 들어가는 걸 막는 반사 작용)가 심해 견디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대신 코로 삽입하는 굴곡형 후두 내시경으로 대체했다. 모니터에 비친 필자의 성대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건강한 성대는 매끈하고 하얀빛을 띠며 진동해야 하지만, 필자의 성대는 마치 불타는 고구마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주변 점막은 부어올라 있었다.오 원장은 “전형적인 급성 후두염 상태”라고 진단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성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잠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성대 표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점액질은 성대의 깨끗한 진동을 방해하는 주범이었다. 오 원장은 소염제,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처방했다. 염증을 줄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들이다.● ‘가글’은 성대 주변 건조하게 만들어 필자는 평소 목이 아플 때 실천했던 습관들이 목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오 원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많은 환자가 목이 부으면 ‘뜨거운 물’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 원장은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성대 점막에 화상을 입히거나 자극을 주어 붓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대는 매우 예민한 조직이라 본인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셔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글의 경우 세균용, 세균과 바이러스용, 물 가글 등 세 가지가 있다. 가글을 쓸 때도 성대 주변을 자극하거나 건조한 상태를 빨리 만드는 가글액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라지나 배즙이 목소리를 바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속설도 있다. 오 원장은 “장기적으로 기관지 건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염증이 생겨 목소리가 변한 급성기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약물 치료와 휴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습도 높이고 카페인·술 멀리해야목감기에 걸렸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습도’가 곧 약이다. 성대는 점막으로 덮여 있어 건조함에 매우 취약하다.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성대는 금방 마른다. 이때는 가습기를 머리맡에 두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카페인과 술을 멀리해야 한다. 커피와 술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성대 점막에 수분이 공급돼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데, 카페인은 이를 방해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커피 대신에 미지근한 물을 선택하자.기침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흠흠’ 하며 강하게 기침하는 습관은 성대를 강하게 때리는 행위와 같다. 가급적 물을 마셔 이물감을 해소하고, 기침이 나올 때는 가볍게 ‘허~’ 하는 느낌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다. 꿀물이나 단 음료, 사탕 등은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오 원장은 “목소리가 변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성대 결절이나 폴립, 혹은 더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면서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내시경 검사를 받아 성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 진료실 벽 움직이고 AI가 차트 쓰는 ‘미래병원’ 현실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스마트 미래병원’에 대해 “첨단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 치료 성과와 환자 경험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용은 절감시키는 병원”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계는 물론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 나가는 지금, 병원 현장도 예측보다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AI 고도화,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 돌려줘”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HIMSS(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 2026’이 지난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만50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나흘간 개최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업무를 완수하는 ‘에이전틱 AI(실행형 AI)’의 현실화였다. 이번에 참가한 MS, 구글, 오라클, 아마존웹서비스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AI 기반 도구를 앞다퉈 내놓으며 “기존 의료진이 짊어졌던 행정 사무 부담을 완벽히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기반으로 임상 기록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후속 진료 예약과 보험 청구도 지원하는 등 한층 매끄러운 작업 흐름을 구현했다. 병원에서 생성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통합 분석하는 기술이 뒷받침된 결과다. 기조연설에 나선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의 존 할람카 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적인 유행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병원의 수익성 악화, 의료진 번아웃(소진), 농어촌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한다”며 “미래 의료의 표준이 될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고도화되더라도 인간 의료진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사들이 더 수준 높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장에서 만난 고려대의료원의 박홍석 의학정보지능본부장은 “모든 기술 발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사들에게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환자 중심’ 스마트 병원 도입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버리힐즈에 위치한 시더스 시나이 병원은 각종 평가에서 10년 연속 전미 최고 10개 병원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미국 국방부와 함께 미래의 수술실로 불리는 ‘OR360’을 개발해 환자의 부상 부위나 수술 종류에 따라 벽과 장비를 이동시켜 최적의 동선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새로운 스마트 병원도 준비 중이다. 기존의 개념과 완전히 다른, 진료실이 아닌 ‘디지털 커맨드 센터’ 중심의 병원을 예고했다. 일종의 항공사 관제탑처럼 AI가 환자의 입원과 퇴원, 가용 수술실을 초 단위로 분석해 환자 내원 시 최적의 병상을 확보하고 진료팀을 배정하는 식이다. 또 세계 최초의 간호사 보조 시스템으로 AI가 음성을 통해 전자의무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한다. 재난 시엔 벽을 뜯지 않고도 즉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를 갖췄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Irvine)의 새 병원도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2조 원을 투자해 12월에 144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미국 최초로 100% 자체 발전 전기로 운영되는 병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혁신적인 배치와 구조다. 수술실과 중재실, 영상의학 장비들을 축구장 3개 규모의 지하 가든 레벨에 배치해 중증 환자의 이동 시간을 줄였다.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의료진 간 협업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병원 정문에서 발레파킹 후 대기 없이 바로 검사나 진료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진료 후 정밀 검사나 입원이 필요할 때 동선이 끊기지 않는 환자 중심의 구조를 구현해냈다. 협력 기관으로 UC 어바인 병원을 방문한 고려대 손호성 의무기획처장은 “마치 공항 출국 층에 내려 안으로 차례대로 이동한 뒤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은 구조”라며 “환자 중심의 동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고려대 동탄병원 “진료·교육·연구 혁신 이끌 것” 국내에도 구상 단계에서부터 미래 병원 설립을 선언한 곳이 있다. 바로 고려대 동탄병원이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700병상 규모의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건립되는 ‘동탄 제4 고대병원’은 정밀 의료와 융복합 연구, 인재 양성 기능이 집약된 차세대 복합 의료 캠퍼스다. 미래 맞춤형 정밀 의학의 핵심인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의료 데이터 책임 관리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병원 내부에 직접 구축한 보안 서버와 유연한 확장성을 가진 외부 클라우드를 결합해 마치 그물망처럼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메시’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기존 고대의료원의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AI 기반 플랫폼을 설치해 4개 병원이 고도화된 데이터 허브를 통해 혁신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에 없던 환자 중심 연동형 스마트 시스템도 구축된다. AI 기반 자율형 모니터링 및 서포트 시스템으로 의료진이 최적의 상태에서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병실 벽면에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대시보드’가 구현돼 본인의 치료 경로에 대한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해진다. 또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침대 주변의 센서가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낙상 위험을 알리거나 간호사에게 알림을 보내는 환경도 구축될 예정이다. 고려대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동탄병원은 가장 미래적이면서 중증난치성 질환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할 것”이라며 “최첨단 AI, 스마트 기술이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가장 유연하고 열린 병원으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교육, 연구에서 전에 없는 혁신 성과가 일어나도록 하겠다”며 “국내에 없던 최상의 환자 경험을 구현해 가장 진일보한 병원이 탄생할 수 있도록 고려대의료원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잠깐 자고 일어나면 임플란트 끝… 치과 공포증 없애겠다”

    마취 주사, 드릴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통증. 우리가 치과에 가게 되면 흔히 느끼는 두려움의 이유다. 이 때문에 치과 방문을 꺼리고 통증을 참다가 결국 더 큰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편안하게 치료를 끝낼 수 있다면 어떨까. ‘의식하 진정법’이라고 불리는 치료법으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숙면치과 네트워크 강민우 대표를 만나 수면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수면 치료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정확한 명칭은 ‘의식하 진정법’이다. 전신마취는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수면 치료는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면서 잠시 깊은 잠에 빠지는 상태를 유도하는 것이다. 내시경 받을 때 받는 수면마취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최근 수면 치료를 하는 치과가 늘고 있다. 숙면치과 네트워크의 가장 큰 차별점은….“우리의 가장 큰 자부심은 바로 ‘의료진의 엄격한 교육 시스템’이다. 단순히 장비만 갖춘 게 아니라 네트워크 소속 모든 의료진이 약물 오남용 방지 교육과 응급 상황 시뮬레이션을 필수적으로 이수한다. ‘의료진이 완벽하게 준비돼야 환자가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는 철학 아래 진정법의 모든 과정을 표준화해 운영하고 있다.”―수면이다 보니 안전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세 가지 안전 장치를 뒀다. 먼저 치료 중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 호흡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두 번째로 환자의 전신 상태와 진료 내용에 맞춰 알맞은 진정제를 선택하고 적정 용량만을 투여하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세 번째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잠에서 바로 깨우는 길항제와 응급 키트를 상시 구비하고, 전 직원이 정기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의료진이 당황하지 않아야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치료 후 회복 과정은….“치료가 끝나면 별도의 독립된 회복실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다. 다만 술을 마신 것과 비슷한 상태일 수 있어 당일 운전은 피해야 하고 보호자와 동행하는 것을 권장한다.”―어떤 환자에게 수면 치료가 도움이 되나.“치과 공포증이 심한 환자뿐만 아니라 입안에 기구가 닿으면 구토감이 심한 구역반사 환자, 임플란트나 사랑니 발치처럼 장시간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특히 과거 치과 치료에서 트라우마를 겪었던 환자들은 ‘세상에 이런 신세계가 있느냐’며 만족해한다. 그뿐만 아니라 치과 치료를 편안하게 받길 원하는 환자도 많다.”―수면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가.“그렇지 않다. 미국마취과학회 신체 상태 분류 체계에서 중증의 전신 질환이 있는 3급 이상인 환자는 치과 치료보다 전신 건강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수면 진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 평가’가 중요하다. 치료 전 혈압, 당뇨,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시 담당 의료진과 협진을 통해 수면 치료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면 고령층도 충분히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가장 궁금한 것은 비용이다.“일반적으로는 치료 비용에 진정법에 대한 비용이 추가된다. 여기에는 사용되는 약물,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운용, 이를 전담하는 숙련된 인력의 인건비가 포함되는 셈이다. 그 비용을 비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치과를 기피해서 병을 키웠을 때 발생하는 미래의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미리 방지하는 투자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수면 치과를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딱 두 가지만 확인하길 권한다. 첫째, ‘응급 상황 대처 교육’ 이수 여부다. 의료진이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주관하는 전문심장소생술 등의 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하면 좋다. 둘째,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모니터링 장비뿐만 아니라 산소를 공급해 주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환자 감시를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뒀는지가 안전한 진료의 중요 포인트다. 단순히 ‘수면 치료를 한다’는 것보다 얼마나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개인의 치아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병원 옮길 필요 없이 암 수술 후 재활-회복 한곳서 끝

    서울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의 개찰구를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병원이 있다. 약 1400병상을 갖춘, 3차 병원 못지않은 규모의 중앙보훈병원이다. 병원 이름 때문에 국가유공자만 이용하는 병원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또한 재활과 호스피스, 암·심혈관 수술까지 가능한 진료 체계를 갖춘 대형 2차 병원이기도 하다.● 재활·호스피스까지 이어지는 돌봄 의료 환자는 대개 몸의 상태에 따라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게 된다. 급성기 치료는 상급병원에서, 재활은 재활병원에서, 말기 돌봄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보훈병원은 ‘치료→재활→호스피스’로 이어지는 진료 구조를 한 병원 안에서 운영 중이다. 환자는 병원을 옮기지 않고도 치료 이후 회복과 돌봄까지 이어지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국내 5대 대형병원을 능가하는 재활의료 및 호스피스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활병원은 187병상 규모로 단일 병원 기준으로 가장 크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물리치료사, 재활운동 지도사 등 70여 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또 초음파 클리닉, 경직 클리닉, 낙상 예방 클리닉 등 11개 전문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수중 재활치료와 로봇 재활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기능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신호철 중앙보훈병원장은 “질병 치료만으로 환자의 삶이 회복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활을 통해 환자가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은 호스피스 병상 28개를 운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찾기 힘든 규모다.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와 가족을 위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돌봄을 제공해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의료 서비스다.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과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병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의료진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암·심혈관 수술까지 가능한 대형 2차 병원 중앙보훈병원은 암과 심혈관 질환 치료 역량도 갖추고 있다. 위암 대장암 폐암 등 주요 암 수술을 시행하며 환자의 상태와 회복 과정을 고려한 치료가 이뤄진다.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해 수술 이후 회복 관리와 재활 치료 연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심혈관 질환 치료도 주요 진료 분야다. 심장 질환과 대동맥 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수술과 시술이 가능하며, 순환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협진 체계도 갖췄다. 특히 심혈관센터는 2014년 ‘심혈관 중재 시술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재인증을 받아 전문성과 의료 역량을 인정받았다. 심혈관 중재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가는 관(카테터)을 넣어 막힌 혈관을 넓히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 주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다. 또 눈여겨볼 것은 지하철역과 바로 이어지는 치과병원이다. 2023년 12월 신축 개원했다. 지하 4층∼지상 5층의 총 9900m²(약 3000평) 규모로 유닛체어 110대를 갖췄다. 최신 진료 장비와 전문 진료 시설을 갖춘 덕분에 구강질환 진단과 치료, 수술까지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신 병원장은 “의료의 질이 높아지려면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유공자를 비롯해 일반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병원으로서 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병원장이 직접 나서 현장 안전 인식 높여의료기관평가인증원 한마디신경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평가센터장중앙보훈병원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의료기관 인증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 직원이 참여한 지속적인 의료 질 개선 활동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돼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24년 실시한 인증조사에서 92개 기준과 511개 조사 항목을 모두 충족해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보훈병원은 환자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환자와 의료진,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환자 안전의 날’ 행사를 통해 환자 안전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병원장의 환자 안전 라운딩을 통해 현장에서 환자 안전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가유공자와 고령 환자 비율이 높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해 낙상 예방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낙상 감지 매트를 도입해 낙상 위험 환자를 조기 감지하는 등 환자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그 결과 서울시병원회가 주관하는 ‘질 향상(QI)’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수상했다. 수술실에서 추진한 수술 환자 안전 및 프로세스 개선 활동은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를 위한 공공병원으로서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병원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약사·한약사 1인 시위 160일째… 갈등 키우는 무책임 행정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는 160일째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 단체가 각각 1인 시위를 이어 가는 중이다. 약사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불법 판매를 처벌해 달라”고 하고, 한약사는 “현행법상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자격자로, 일반의약품 판매는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두 직능 단체 간 치열한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동일한 가해자를 지목하고 있다. 바로 제도를 만든 뒤 30년 동안 아무런 사후 관리도 하지 않은 정부다.한약사 제도는 1993년 한의사·약사 분쟁의 산물로 태어났다. 당시 의약분업과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의사·약사·한의사 간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 정부는 ‘한의학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사 면허제도를 신설했다.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규정한 의약분업처럼 한의사는 진단을, 한약사는 조제를 맡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한방분업은커녕 한약사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는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정작 한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터전은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일부 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일반 약국을 개설하고 약사를 고용해 처방 조제에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면허 체계의 근간이 무너졌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약사들은 정부가 원외탕전실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등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오히려 좁혔다며 “유기된 자식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한다. 원외탕전실 제도는 한약사 없이 대형 한약 조제 공장 설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첩약 건강보험은 한의원에서 약을 직접 조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한약 조제의 전문화를 위해 한약사를 만들어 놓고 정작 정부는 한약사 없이도 대량 조제가 가능한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두 전문가 집단을 극심한 갈등으로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다. 이 비극의 이면에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의약품정책과는 약사법상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와 교차 고용 문제를 방관했다. 이에 한약사는 약사를 고용해 한의사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대해 조제해 왔다. 또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은 한의사 위주의 정책에만 몰두해 한약사라는 직능의 전문성을 외면했다. 각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현장의 갈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약사 제도의 존폐를 포함한 직능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한의약 분업을 당장 시행할 의지가 없다면, 이미 배출된 한약사들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향적인 보상책이나 직능 전환 지원 등의 ‘통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약사는 지금도 매년 120명씩 배출되고 있으며, 누적 인원은 3300여 명에 이른다. 당장 국민의 혼란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은 내가 약을 사는 곳이 약국인지 한약국인지, 나에게 약을 주는 사람이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현재 간판만으로는 한약국인지 약국인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약국과 한약국의 명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방문한 곳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명칭 분리를 서둘러야 한다. 면허 범위에 따른 업무 가이드라인도 법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한방 제제 분류가 미비하다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현재의 분류 체계 내에서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30년은 한 세대가 저무는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정부의 방임 아래 약사와 한약사는 심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권은 불확실성 속에 놓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정부를 표방한다면, 이 비정상적인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의 결단만이 160일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외치는 이들의 호소를 멈추게 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6-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60일째 이어지는 약사·한약사 1인 시위…정부의 무책임 행정이 갈등 키워[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는 160일째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 단체가 각각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약사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불법 판매를 처벌 해달라”하고, 한약사는 “현행법상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자격자로, 일반의약품 판매는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두 직능 단체 간 치열한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동일한 가해자를 지목하고 있다. 바로 제도를 만든 뒤 30년 동안 아무런 사후 관리도 하지 않은 정부다.한약사 제도는 1993년 한의사·약사 분쟁의 산물로 태어났다. 당시 의약분업과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의사·약사·한의사 간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 정부는 ‘한의학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사 면허제도를 신설했다.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규정한 의약분업처럼 한의사는 진단을, 한약사는 조제를 맡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한방분업은커녕 한약사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는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정작 한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터전은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일부 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일반 약국을 개설하고 약사를 고용해 처방 조제에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면허 체계의 근간이 무너졌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약사들은 정부가 원외탕전실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등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오히려 좁혔다며 “유기된 자식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한다. 원외탕전실 제도는 한약사 없이 대형 한약 조제 공장 설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첩약 건강보험은 한의원에서 약을 직접 조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한약 조제의 전문화를 위해 한약사를 만들어 놓고 정작 정부는 한약사 없이도 대량 조제가 가능한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두 전문가 집단을 극심한 갈등으로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다.이 비극의 이면에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의약품정책과는 약사법상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와 교차 고용 문제를 방관했다. 이에 한약사는 약사를 고용해 한의사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대해 조제해 왔다. 또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은 한의사 위주의 정책에만 몰두해 한약사라는 직능의 전문성을 외면했다. 각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현장의 갈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약사 제도의 존폐를 포함한 직능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한의약 분업을 당장 시행할 의지가 없다면, 이미 배출된 한약사들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향적인 보상책이나 직능 전환 지원 등의 ‘통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약사는 지금도 매년 120명씩 배출되고 있으며, 누적 인원은 3300여명에 이른다. 당장 국민의 혼란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은 내가 약을 사는 곳이 약국인지 한약국인지, 나에게 약을 주는 사람이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현재 간판만으로는 한약국인지 약국인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약국과 한약국의 명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방문한 곳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명칭 분리를 서둘러야 한다. 면허 범위에 따른 업무 가이드라인도 법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한방 제제 분류가 미비하다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현재의 분류 체계 내에서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30년은 한 세대가 저무는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정부의 방임 아래 약사와 한약사는 심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권은 불확실성 속에 놓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정부를 표방한다면, 이 비정상적인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의 결단만이 160일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외치는 이들의 호소를 멈추게 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12
    • 좋아요
    • 코멘트
  • 센서 달고 밤새 호흡 추적… 막힌 ‘숨길’엔 양압기가 답[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최근 기자는 잘 때 코를 골지는 않지만 숨을 잘 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지만, 비교적 마른 체형이기 때문에 다른 원인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병원에 밤새 머물며 수면의 질과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부회장(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을 찾았다. 신 원장은 “수면다원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금이 약 10만∼15만 원”이라며 “검사를 통해 뇌파, 심전도, 근전도, 산소포화도 및 수면 중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호흡증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 높여”수면다원검사 대상은 주로 △심한 코골이 △낮 시간대 졸음 △수면 중 숨 멈춤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을 병원을 선택할 때는 전문 수면기사와 수면 인증의가 상주하고, 독립된 수면실을 갖춘 곳을 찾는 것이 좋다. 기자는 지난달 24일 오후 9시경 병원에 도착했다. 수면다원검사실에는 세면도구와 샤워실, 수면용 잠옷까지 준비돼 있어 호텔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머리와 얼굴, 몸에 20여 개의 센서를 부착했다. 수면 상태 확인은 오후 11시부터 시작했다. 신 원장은 “최근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소형 센서를 부착한 기기가 많이 개발됐지만, 정확한 판독을 위해서는 여전히 정밀 센서를 부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는 대부분 1주일 뒤에 나온다. 수면다원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수면무호흡증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마른 사람도 혀가 크거나 해부학적으로 턱이 작고 뒤로 밀린 구조일 경우 언제든 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중등도 이상으로 진단돼 양압기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살찐 사람만 수면무호흡증에 걸린다는 생각은 오해다. 또 단순 코골이와 달리 무호흡은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 건보 지원으로 월 1만∼2만 원에 양압기 착용 양압기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를 열어주는 장치다. 최근에는 자동 압력 조절 기능이 탑재된 소형 스마트 양압기도 출시돼 휴대가 편해졌다. 양압기는 대여 시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본인 부담금은 월 1만∼2만 원 수준이다. 다만 건강보험 혜택 유지를 위해 한 달에 20일 이상(하루 4시간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양압기를 사용하려면 의료기관에서 30분가량 사용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착용과 동시에 관련 기록이 병원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환자가 따로 체크할 것은 없다. 양압기 사용 첫날, 피로감은 줄었지만 숙면은 여전히 어려웠다. 양압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거의 없었지만 코에 착용하는 마스크 형태가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마스크의 밀착도를 조절하고 가습 온도를 몸에 맞추는 적응 기간이 2주 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양압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4가지 핵심 생활 습관을 병행할 것을 권장했다. 우선 꾸준한 체중 관리로 ‘숨길’을 확보해야 한다. 비만은 목 주변에 지방을 축적해 기도를 좁히는 주범이다. 가벼운 식단 관리만으로도 자는 동안 눌려 있던 기도가 넓어져 호흡이 한결 수월해진다. 취침 전 ‘금주’도 중요하다. 술은 목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기도를 더 잘 막히게 한다. 숙면을 원한다면 잠들기 최소 4∼6시간 전부터는 술을 멀리해야 한다. 코로 숨쉬기 편한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실내 습도를 50∼60%로 맞추고, 자기 전 따뜻한 물 샤워나 코 세척을 통해 코 안을 청결하고 촉촉하게 유지하면 기기에 적응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매일 30분 정도의 산책은 폐 기능을 강화하고 호흡 근육에 탄력을 준다. 이는 자는 동안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양압기는 안경처럼 매일 착용해야” 양압기는 원칙적으로 잘 때마다 꾸준히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 원장은 “나도 직접 양압기를 사용하며 수면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며 “치매, 고혈압, 당뇨 등 무서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결국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양압기는 안경처럼 매일 착용할 때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치료 문턱이 낮아진 만큼, 많은 이들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100세 시대에 숙면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치매와 심혈관 질환 등 중증 합병증을 막는 강력한 예방책”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줄기세포 주사 맞으면 무릎 연골 재생?… “통증 완화가 핵심”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민 질환’으로 불리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400만 명에 이른다. 특히 80세 이상 어르신 2명 중 1명은 무릎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다. 최근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민간요법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정구 서울점프정형외과 대표원장은 “줄기세포 주사 한 방이면 닳아 없어진 연골이 다시 돋아난다는 기대를 품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시술 방식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원장을 만나 줄기세포 시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무릎 관절염, 치료 시기 놓치지 말아야 퇴행성관절염은 단순히 통증이 생기는 병이 아니라 단계별로 관절의 구조가 서서히 무너지는 노쇠 과정이다. 하 대표원장은 관절염을 크게 초기, 중기, 말기 등 세 단계로 나눠 각 단계에 맞는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초기는 무릎이 뻣뻣하고 계단을 오를 때 약간 욱신거리는 정도다. 이때는 물리치료나 약물 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기에 접어들면 무릎이 붓고 물이 차기 시작한다. 밤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깰 정도로 아프기도 하며 평지보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눈에 띄게 힘들어지는 시기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이외에도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말기는 무릎 안쪽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직접 맞닿는 단계다. 연골이 사라져 완충 작용을 못하니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다리 모양이 ‘O자’처럼 휘어지는 구조적 변형이 일어난다. 이때는 이미 연골 재생이 불가능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하 대표원장은 “많은 환자가 뼈끼리 완전히 닿을 때까지 수술을 미루겠다고 고집을 피우지만 이는 주변 인대와 근육까지 망가뜨려 수술 예후를 나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자가 골수 주사는 ‘통증 완화’ 효과뿐” 최근 뜨거운 감자인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해서는 환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이 있다. 가장 큰 오해는 주사 한 번으로 연골이 마법처럼 재생된다는 생각이다. 먼저 최근 유행하는 ‘자가 골수 줄기세포 농축액(BMAC) 주사’는 환자의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뽑아 농축한 뒤 무릎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치료는 아직 의학적으로는 퇴행성관절염을 고치는 근본적 치료법이 아니다. 현재 의학적인 근거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하 대표원장은 “자가 골수 주사의 가장 큰 효과는 무릎 내부의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증상 개선일뿐 닳아 없어진 연골을 다시 만드는 재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술 후) 효과 지속 기간은 보통 1∼2년 정도로 영구적이지 않다”며 “주로 통증 관리가 필요한 초기나 중기 환자에게 적합한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카티스템 등)’ 치료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는 주사가 아닌 수술의 영역이다. 무릎 피부를 절개하고 연골이 파인 부위에 구멍을 뚫어 줄기세포 치료제를 직접 채워 넣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손상된 부위에 실제 연골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주사 치료를 받으면 연골이 싹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자의 과한 욕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의학적으로 주사 치료는 통증과 염증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쪼그려 앉기-등산’은 피해야 관절염 환자들에게 운동은 보약이지만 잘못된 운동은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하 대표원장은 “무릎에 좋은 운동을 찾기보다 무릎을 망가뜨리는 나쁜 동작이나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피해야 할 동작은 ‘쪼그려 앉기’다. 한국인의 좌식 문화는 무릎 관절의 내부 압력을 극도로 높여 연골 손상을 가속화한다. 무릎 건강을 지키려면 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의자와 침대를 사용하는 생활 습관으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 또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등산 역시 관절염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산에서 내려올 때 무릎에 실리는 체중 부담이 평지의 몇 배에 달해 초기나 중기 환자의 연골을 순식간에 망가뜨리는 주범이 된다. 반면 실내 자전거, 물속이나 평지 걷기 등은 체중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다. 하 대표원장은 “무릎 주변 근육이 튼튼하면 관절이 받는 충격을 근육이 대신 흡수해 준다”라며 “아프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내 상태에 맞는 ‘착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6-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