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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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문화 일반26%
역사22%
인사일반16%
미술13%
문학/출판9%
사회일반4%
검찰-법원판결4%
지방뉴스2%
연극2%
국제문화2%
  • 충무공의 2m 장검, 국보 지정후 첫 일반공개

    “석양을 타고(乘夕) 돌아왔다. … 비가 아주 많이 쏟아졌다. 모든 일행이 다 꽃비(花雨)에 젖었다.”(국보 ‘난중일기’에서) 올해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탄신 480주년을 맞아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난중일기’와 충무공이 쓴 편지를 묶은 ‘서간첩’, ‘임진장초’ 등 국보 6건 및 보물 39건을 포함해 258건을 선보인 특별전은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특히 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이순신 장검’은 2023년 국보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 전시는 격랑을 헤치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을 외치며 일본군을 격파하던 장군의 영웅적 면모와는 사뭇 다른 섬세함도 함께 소개했다. 1592년 2월 난중일기에 쓴 “석양을 타고 돌아왔다…”와 같은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1597년 4월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을 땐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슬퍼했다. 하늘의 해도 까맣게 변했다”며 부하와 백성 앞에서 차마 보일 수 없던 통곡을 일기에 눌러 담았다. 서윤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성웅(聖雄) 이면에 있는 절절한 마음과 잠 못 들던 밤들, 고뇌 끝에 아로새긴 강인함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충무공이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전남 진도군 오류리 해역에서 건져 올린 소소승자총통 등도 전시됐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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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장검·난중일기 한자리에…유물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

    “석양을 타고(乘夕) 돌아왔다.…비가 아주 많이 쏟아졌다. 모든 일행이 다 꽃비(花雨)에 젖었다.”(국보 ‘난중일기’에서)올해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탄신 480주년을 맞아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난중일기’와 충무공이 쓴 편지를 묶은 ‘서간첩’, ‘임진장초’ 등 국보 6건 및 보물 39건을 포함해 258건을 선보인 특별전은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특히 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이순신 장검’은 2023년 국보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이번 전시는 격랑을 헤치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을 외치며 일본군을 격파하던 장군의 영웅적 면모와는 사뭇 다른 섬세함도 함께 소개했다. 1592년 2월 난중일기에 쓴 “석양을 타고 돌아왔다…”와 같은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1597년 4월 어머니의 부음을 들었을 때엔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슬퍼했다. 하늘의 해도 까맣게 변했다”며 부하와 백성 앞에서 차마 보일 수 없던 통곡을 일기에 눌러 담았다.서윤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성웅(聖雄) 이면에 있는 절절한 마음과 잠 못 들던 밤들, 고뇌 끝에 아로새긴 강인함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충무공이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전남 진도군 오류리 해역에서 출수된 소소승자총통 등도 전시됐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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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실록지리지서 동여도지까지… ‘지도로 읽는’ 조선

    조선 최대·최고의 전국 지도로 꼽히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 편찬한 이 지도는 완전히 펼치면 길이가 세로로 약 7m에 이른다. 굵직한 산맥과 하천뿐 아니라 도로, 역참, 군사 시설까지 상세히 표시돼 조선시대 지도의 정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서 1850년경에 쓰여진 ‘이 책’이 없었다면, 고산자의 대동여지도는 이처럼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조선 팔도의 호구와 풍속, 특산물 등 40여 개 지리 정보를 치밀하게 담아낸 지리서 ‘동여도지(東輿圖志)’가 그 책이다. 동여도지 등 ‘지리지(地理誌)’를 조명한 특별전 ‘사람과 땅, 지리지에 담다’가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지리지는 특정 지역에 관한 총체적 기록이 담긴 문헌을 일컫는다. 18세기 조선의 땅길과 바닷길을 기록한 교통 안내서 ‘도로고’와 19세기 풍수지리 문헌 ‘풍수도참서’ 등 지리지와 지도, 회화 등 문화유산 87건이 전시됐다. 정대영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지리지는 일반 백성은 볼 수 없던 위정자들의 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역별 정보가 빼곡히 담겼다”며 “당대 통치 이념과 사회 변천까지도 엿볼 수 있는 복합적 사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 전기의 핵심적인 지리 자료인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국가 통치를 위해 지리에 큰 관심을 가졌던 세종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지리서다. 누구나 쉽게 읽도록 드물게 한글로 기록한 ‘전지도’(사진)도 눈길을 끈다. 세계지도인 ‘천하도’와 조선 팔도, 이웃 나라 지도 등을 한글로 수록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유물 중 하나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내년 2월 22일까지.대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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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보 히어로콘텐츠 ‘누락’, 관훈언론상 수상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기획시리즈가 2025년 관훈언론상 사회변화 부문 수상작으로 27일 선정됐다. 관훈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아파트의 부실한 부분을 발품 팔아 취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권력 감시 부문은 JTBC의 ‘건진법사 게이트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 국제 보도 부문은 조선일보의 ‘“북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가 각각 선정됐다. 저널리즘 혁신 부문엔 KBS 시사기획 창 ‘2216편 추적보고서 2부작’이, 지역보도 부문엔 부산 MBC의 ‘최초 보고, 노인성폭력 실태’가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은 다음 달 23일 낮 1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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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묘 앞 재개발 놓고 시끄러운 서울… ‘공청회만 35회’ 獨창고도시의 교훈

    20세기 국제 해상무역의 거점 중 하나였던 독일 함부르크 슈파이허슈타트. 이름 자체가 ‘창고 도시’란 뜻인 이곳은 과거 무역품을 보관하던 붉은 벽돌 창고들이 엘베강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독일에선 근대화를 상징하는 국가 유산으로 여겨진다. 슈파이허슈타트와 나란히 붙은 ‘하펜시티’ 구역에 대한 개발 계획이 본격화한 건 2000년. 도시개발 총계획이 함부르크 상원을 통과한 뒤였다. 그러나 “고층 건물들이 슈파이허슈타트의 낮은 스카이라인을 압도하고 역사적 맥락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때 함부르크 당국이 보여준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은 실로 놀라웠다. 10여 년간 공청회 35회와 시민 워크숍 10여 회, 관련 공모 20여 회를 개최했다. 결국 2012년 문화유산 보존법을 개정해 ‘세계유산협약 준수 의무’를 도시계획 과정에 명시했다. 이듬해 경관 영향평가와 완충구역 모니터링 등의 절차도 의무화했다. 그 결과, 유네스코는 2015년 슈파이허슈타트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며 “개발이나 방치로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슈파이허슈타트의 사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재개발 이슈로 갈등이 격화된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뭣보다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인 조율을 통해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의 균형을 맞췄기 때문이다. ‘꾸준한 사전 협의와 투명한 개발 절차’가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핵심이란 교훈도 준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노력을 통해 도시 경관의 조화를 이뤄냈다. 1990년대부터 치밀한 협의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보존지구인 차이나타운과 인근 초고층 금융지구가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방법은 간명하면서도 명확하다. 먼저 중장기 개발 계획은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주관 아래 계획 초안을 시민에게 전시한다. 이후 의견을 수렴해서 지역 상인과 개발 업체, 전문가 등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절차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캐나다 밴쿠버도 참고할 만하다. 도시와 맞닿은 산맥과 바다 보존을 위해 개발 계획을 꾸준히 관리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아닌데도, 핵심 경관이자 민족적 상징으로 여기고 보존에 힘쓴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도심 개발 시 ‘생태 경관 영향평가’를 의무화해 도시 발전을 경관 보존과 발맞춘 사례”라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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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종묘 앞 개발, 공동 영향평가 받아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추진 계획에 대해 “당국과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HIA)를 실시하라”고 24일 촉구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전날 이사회에서 결정한 입장문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실에 근거한 절차와 원칙을 밝히려 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누가 옳으냐’보다 국제 절차를 정상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등재와 자문을 담당하는 국제전문기구인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종묘 앞 재개발 이슈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위원회는 종묘가 당장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해당하는 조건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위원회 측은 “절차를 거쳐 심각하고 구체적인 위험이 확인될 때만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지정이 검토된다”면서도 “초고층 개발 계획, 경관 축의 잠재적 훼손, 관계 기관 간 조정 미흡 등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여러 전문가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 위원회는 “HIA는 개발을 막는 제도가 아니라 높이와 배치, 스카이라인, 조망선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한 뒤 보존과 개발이 양립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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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유산청,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내방가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국가유산청이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와 ‘내방가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2027년 최종 등재되면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22건으로 늘어난다. 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무국에 두 기록물에 대한 등재 신청서를 21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는 일제강점기 모국어를 보존하고 민족 정테성을 확립하려는 운동의 산물로 평가되는 자료다. ‘말모이’ 1책과 ‘조선말 큰사전’ 원고 18책을 아우른다.‘내방가사’는 여성들 사이에서 필사되며 전승된 한글 가사 문학이다. 이번 등재 신청 대상에는 1794년에서 1960년대 말까지 여러 세대 여성들이 창작하고 향유한 가사 567점이 포함됐다. 여러 계층 여성의 삶이 솔직하고 소박하게 담겼다고 여겨진다.두 자료는 내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사를 거쳐 2027년 상반기(1~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판가름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등재를 시작으로 ‘동의보감’, ‘국채보상운동기록물’ 등을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올렸다. 올 4월엔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이 최종 등재됐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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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종묘 재개발, 세계유산 영향평가 실시해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추진 계획에 대해 “당국과 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HIA)를 실시하라”고 24일 촉구했다.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전날 이사회에서 결정한 입장문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실에 근거한 절차와 원칙을 밝히려 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누가 옳으냐’보다 국제 절차를 정상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등재와 자문을 담당하는 국제전문기구인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종묘 앞 재개발 이슈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위원회는 종묘가 당장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해당되는 조건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위원회 측은 “절차를 거쳐 심각하고 구체적인 위험이 확인될 때만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지정이 검토된다”면서도 “초고층 개발 계획, 경관 축의 잠재적 훼손, 관계 기관 간 조정 미흡 등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여러 전문가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이들은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센터에 상황을 통보하고, 서울시는 전문가, 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영향평가를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HIA는 개발을 막는 제도가 아니라 높이와 배치, 스카이라인, 조망선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한 뒤 보존과 개발이 양립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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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져 들어온다… 이슬람의 현현

    가장자리에 톱니가 돋은 이파리들의 문양이 낫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다. 이파리 사이에 수놓인 이채로운 잔꽃과 덩굴무늬. 군사적 힘과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중세 페르시아를 장악했던 사파비 제국(1501∼1732)의 왕좌용 카펫이다. 길이 2.7m인 이 짙붉은 카펫은 곳곳에 군청색, 미색 등이 어우러지며 생기가 넘친다.● 국립박물관의 첫 이슬람 상설전시이슬람 미술의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 카펫을 비롯해 이슬람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수준 높은 예술품 80여 점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22일 공개됐다. 중앙박물관은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MIA)이 소장한 회화, 서예, 공예품 등을 빌려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를 내년 10월까지 3층 세계문화관에서 선보인다. 이 전시는 이슬람 문화가 시작된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보물을 아우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날 언론 공개회에서 “국립박물관에서 이슬람을 주제로 상설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라며 “이번 전시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문화까지 넓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박물관은 세계문화관을 통해 중국과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 이집트, 고대 그리스·로마 등에 이르는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촛불과 꾸란(이슬람교 경전) 경구가 정교히 조각된 대리석 석판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자들이 메카(이슬람교 최대 성지)를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건물 벽 오목한 공간에 세워뒀던 14세기 ‘미흐랍 석판’이다.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촛불로 표현된 빛은 이슬람에서 진리이자 힘 자체를 의미한다”며 “장식적인 석판과 타일, 문 등 건축 부재는 공간에 신성함과 예술성을 불어넣는 기능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존 최대로 꼽히는 15세기 꾸란 필사본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이번 전시는 예부터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서예’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가로획은 길게 늘이고 세로획은 높이 뻗은 ‘무하카크 체’, 각지고 균형 잡힌 ‘쿠피 체’ 등은 글씨만으로 리듬감과 장엄함을 느끼게끔 한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서예 장식과 아라베스크 문양, 엄격한 좌우 대칭은 이슬람 미술을 이루는 3가지 본질적 요소”라며 “우상 숭배를 금지했기에 다채로운 표현법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물이 제작된 지역은 이슬람교가 확산한 다양한 지역을 아우른다. 오늘날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동유럽 세 대륙에 걸쳐 영토가 있던 오스만 제국(1299∼1922)의 푸른 물병, 인도를 지배한 무굴 제국(1526∼1857)의 강철 단검,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넓힌 파티마 왕조(909∼1171)의 모스크 램프 등이 포함됐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변화한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서유럽 기독교 양식에 이슬람 미술 양식이 더해진 이탈리아 노르만 왕조(1066∼1135)의 상아 상자가 대표적이다. 천문학과 항해술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14세기 아스트롤라베(천체의 고도를 재거나 궤도를 계산하는 기구) 등도 이슬람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MIA 관장은 “여러 대륙과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온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을 엄선한 MIA의 축소판”이라며 “K컬처 열풍이 불고 있는 카타르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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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 예술 걸작들 국내서 본다…국중박, 이슬람 주제 첫 상설전시

    가장자리에 톱니가 돋은 이파리들의 문양이 낫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다. 이파리 사이에 수놓인 이채로운 잔꽃과 덩굴무늬. 군사적 힘과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중세 페르시아를 장악했던 사파비 제국(1501~1732)의 왕좌용 카펫이다. 길이 2.7m인 이 짙붉은 카펫은 곳곳에 군청색, 미색 등이 어우러지며 생기가 넘친다.● 국립박물관의 첫 이슬람 상설전시이슬람 미술의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 카펫을 비롯해 이슬람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수준 높은 예술품 80여 점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22일 공개됐다. 중앙박물관은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MIA)이 소장한 회화, 서예, 공예품 등을 빌려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를 내년 10월까지 3층 세계문화관에서 선보인다. 이 전시는 이슬람 문화가 시작된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보물을 아우른다.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날 언론 공개회에서 “국립박물관에서 이슬람을 주제로 상설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라며 “이번 전시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문화까지 넓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박물관은 세계문화관을 통해 중국과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 이집트, 고대 그리스·로마 등에 이르는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왔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촛불과 쿠란(이슬람교 경전) 경구가 정교히 조각된 대리석 석판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자들이 메카(이슬람교 최대 성지)를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건물 벽 오목한 공간에 세워뒀던 14세기 ‘미흐랍 석판’이다.권혜은 학예연구사는 “촛불로 표현된 빛은 이슬람에서 진리이자 힘 자체를 의미한다”며 “장식적인 석판과 타일, 문 등 건축 부재는 공간에 신성함과 예술성을 불어넣는 기능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존 최대로 꼽히는 15세기 쿠란 필사본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이번 전시는 예부터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서예’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가로획은 길게 늘이고 세로획은 높이 뻗은 ‘무하카크 체’, 각지고 균형 잡힌 ‘쿠피 체’ 등은 글씨만으로 리듬감과 장엄함을 느끼게끔 한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서예 장식과 아라베스크 문양, 엄격한 좌우 대칭은 이슬람 미술을 이루는 3가지 본질적 요소”라며 “우상숭배를 금지했기에 다채로운 표현법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전시물이 제작된 지역은 이슬람교가 확산한 다양한 지역을 아우른다. 오늘날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동유럽 세 대륙에 걸쳐 영토가 있던 오스만 제국(1299~1922)의 푸른 물병, 인도를 지배한 무굴 제국(1526~1857)의 강철 단검,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넓힌 파티마 왕조(909~1171)의 모스크 램프 등이 포함됐다.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변화한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서유럽 기독교 양식에 이슬람 미술 양식이 더해진 이탈리아 노르만 왕조(1066~1135)의 상아 상자가 대표적이다.천문학과 항해술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14세기 아스트롤라베(천체의 고도를 재거나 궤도를 계산하는 기구) 등도 이슬람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MIA 관장은 “여러 대륙과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온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을 엄선한 MIA의 축소판”이라며 “K컬처 열풍이 불고 있는 카타르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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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독이 된 약… 과잉 처방이 중독사회 낳았다

    어릴 적 농구 코트에선 대장이었으나 책상에선 집중을 못했던 카렌. 부모와 학교는 이 ‘학습 장애’를 극복하도록 카렌에게 심리상담사와 교육 전문가를 붙였다. 대학에서도 공부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정신과를 찾았고, 의사는 단 한 번 면담한 뒤 ‘주의력결핍장애’ 진단을 내리고 중독성 치료제를 처방했다. 10mg을 복용하던 카렌은 이후 의사에게 거짓말을 해 150mg을 받아냈고, 결국 심각한 약물중독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질병의 ‘진단’과 ‘처방’ 체계 뒤 드리워진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처방약 남용이 낳은 중독 현상을 짚은 ‘중독을 파는 의사들’과 의료계의 확진 과열을 정면으로 비판한 ‘진단의 시대’다. 두 책 모두 빠르고 편리해진 치료 시스템과 수익 추구에 매몰된 의료계, 약간의 통증도 참지 못하는 환자들이 맞물리면서 현대 의학이 마주하게 된 구조적 위기를 들여다본다.‘중독을 파는 의사들’은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저자가 실제 겪은 환자 사례를 통해 처방 약에 중독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치과에서 사랑니 수술 뒤 통증 완화용으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환자, 결절 제거 수술 중 투약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가 극심한 금단 증세를 일으켜 재입원을 반복한 환자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처방이 남용되는 구조적 원인으로는 오랫동안 이윤 창출에 급급했던 의료 시스템이 지목된다. 미 의료학회는 1980년대부터 “통증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치료”를 명목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촉구했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국(FDA)은 마약성 진통제가 쉽게 승인받는 환경을 만들었다. 저자는 “보험사들이 중독 치료엔 인색한 반면, 통증 완화용 약물 처방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며 ‘구조적 중독’을 비판한다. ‘진단의 시대’는 질병 진단에 너무나 대수롭지 않아진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장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부터 유방암까지 여러 질병이 과잉 진단되고 있는 현실을 역시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다. 영국에서 20년 넘게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진단이 늘어난 건 질병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며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차이가 불필요하게 병리화되면서 환자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발병률이 높지 않은 감염성 질환인 ‘라임병’은 과민한 진단 기준으로 인해 애매한 증상만 있어도 라임병으로 진단하기 일쑤다. ADHD 진단에 대해서는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넘어 자아를 규정하는 꼬리표가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현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정서를 회복하는 대신, ‘질병 정체성’의 굴레에 갇혀 더 자주 병원을 찾고 심리적 보상을 얻는 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항우울제, ADHD 등 정신과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미한 고통과 이상 증세마저 병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의료의 본래 목적대로 진료와 처방이 환자의 회복과 안녕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처방과 진단의 속도를 늦추고 시스템을 점검해 볼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들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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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리우드판 ‘오징어 게임’에 핀처 감독 참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미국판 시리즈 제작에 할리우드 유명 감독 데이비드 핀처(사진)가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미국 영화·텔레비전 산업 연합(FTIA)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아메리카’ 시리즈 프로듀서 목록에 황동혁 감독과 함께 핀처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매체 콜라이더는 “아직 핀처 감독 본인이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오징어 게임 미국판과 관련된 수개월 만의 구체적인 소식”이라고 전했다. 핀처는 영화 ‘파이트 클럽’ ‘세븐’ ‘소셜네트워크’ 등을 연출한 세계적 감독이다. 황 감독은 지난해 12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핀처를 정말 좋아한다. (그가 ‘오징어 게임’ 속편을 연출한다면) 무척 기대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FTIA 웹사이트에 따르면 촬영은 내년 2월 26일 시작될 예정이며, 촬영지는 로스앤젤레스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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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 미국판 나온다…할리우드 거장 데이비드 핀처 참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오겜)의 미국판 시리즈 제작에 할리우드 유명 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21일 미국 영화·텔레비전 산업 연합(FTIA)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아메리카’ 시리즈 제작진 명단에 황동혁 감독과 함께 핀처 감독이 올랐다. 촬영은 내년 2월 26일 시작될 예정이며, 촬영지는 로스앤젤레스(LA)다. 출연진으로는 영화 ‘반지의 제왕’ ‘타르’ ‘캐롤’ 등에 출연했고, ‘오겜 시즌3’ 마지막회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던 명배우 케이트 블란쳇 등이 기재돼 있다.핀처는 영화 ‘파이트 클럽’ ‘세븐’ ‘소셜네트워크’ 등 작품을 연출하며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감독이다. 황 감독은 앞서 올 6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핀처를 정말 좋아한다. 만약 나에게 요청이 온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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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창작 영역 넘보는 AI… 고심 깊어지는 예술계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연장. 대형 화면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둘러싸인 퍼포머가 카메라를 응시한 채 움직였다. 그러자 인공지능(AI)이 동작에 맞춘 수십 가지 아바타를 자동 생성했다. 동시에 대형 화면으로도 송출됐다. 퍼포머는 여성이 됐다가 순식간에 남성이 되고, 고양이 요괴로도 변신했다. 쉼 없는 변화에 머리가 멍해질 즈음, 아바타가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보는 세상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세상인가?”● “창작이 인간만의 영역인가”최근 국내외에선 AI의 발전에 따라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를 일컫는 신조어 ‘제노신(Xenocene)’이 주목받고 있다. 낯선 것을 뜻하는 ‘xeno’와 시대를 일컫는 ‘cene’이 합쳐진 단어다. 인류만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던 ‘인류세(人類世)’가 저물고 있단 뜻도 담겼다.예술계에도 이런 인체와 생성형 AI를 실시간 결합하는 퍼포먼스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이 AI 시대 창작을 두고 다양한 담론이 오가는 페스티벌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행위예술 ‘제노세노’를 선보인 아티스트 클라우딕스 바네식스는 “첨단 기술을 무대 위로 불러오면 등장인물의 심리나 목소리를 예술가 개개인이 구축할 필요가 없다”며 “이제 창작이 과연 인간만의 영역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하지만 최근 AI가 사진이나 영상, 텍스트 등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생성하는 수준에 이르자 예술가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6월 성인 남녀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인간의 창작물과 AI 생성물을 구별할 자신이 있는가’란 질문에 53%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한 미디어 아티스트는 “밥그릇을 두고 경쟁할 상대가 동료 예술가가 아니라 AI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도 했다.물론 AI 생성물이 그럴듯해질수록 예술가의 적극적 판단과 개입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시청각 예술 창작집단인 ‘콜렉티브 남산전골’은 “AI는 창작 과정에서 매우 유용하지만, 너무 많은 AI 생성물이 비슷한 질감과 구조를 띤다”며 “예술적 새로움을 구현하려면 인간 창작자의 감각적 개입과 개념적 설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만의 능력은 무엇인가” 이러다 보니 예술계에선 ‘나만의 창작 방식’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디자이너 겸 구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인 샘 로턴은 “반대급부로 대중이 ‘비진정성’에 느끼는 불편함 역시 커지고 있다”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고 예술로 표현하는 게 더 생산적이고 유리해진 시대가 됐다”고 했다.하지만 AI는 빠르게 고도화하고 예술 영역에서도 점점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AI가 ‘개별 창작자’로 인정받는 미래가 그리 머지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이연 KAIST 석좌교수는 12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AI 생성물이 인간의 의도와 설계를 따른다는 생각이 불과 5년 뒤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강 교수는 “예술의 창작 과정이 아닌 결과물에 집중한다면 AI 역시 창작 주체가 된다. 인간 중심적으로 정의된 ‘창의성’의 개념부터 바뀌게 될 것”이라며 “구글과 오픈AI가 아직은 AI를 공동 저작자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collaborative partner)’로 인정하고 있으나, 그 기조가 계속 이어지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미 어바나섐페인 일리노이대(UIUC)의 김주형 전기·컴퓨터공학과 부교수도 “과거엔 이족보행을 인간만의 능력으로 여겼지만, 더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과연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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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0년전 백제 기록, 현존 最古 추정 ‘목간’ 나와

    약 16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이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서 발견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기존에 발굴된 목간 중 가장 이른 시기로 알려진 서울 몽촌토성 출토품보다도 100년가량 앞선다. 양주시와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양주대모산성 발굴조사 중 성에서 쓸 물을 모아 두던 집수 시설에서 5세기경 백제시대 것으로 보이는 목간 4점이 출토됐다”고 20일 밝혔다. 목간이 발굴된 지질층은 고구려 장수왕이 한성을 함락한 475년 이전인,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둔 시기였던 ‘백제 문화층’이다. 목간은 당대 생활사에 관한 기록이 새겨져 있어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특히 한 목간에는 ‘기묘년(己卯[年])’으로 읽히는 글자가 남아 있어 해당 목간이 제작된 연대가 439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께 출토된 토기 조각이 5세기 백제 유물로 보이는 데다, 백제가 오늘날 충남 공주인 웅진으로 천도한 시기가 475년이기 때문이다. 조사단 측은 “2021년 서울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목간보다 약 100년 이상 앞선 시기의 문자 자료로 보인다”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간엔 오늘날 충북 진천 일대로 여겨지는 ‘금물노(今勿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자문에 참여한 한국목간학회는 “그동안 고구려계로 알려진 지명이 백제 문화층에서 나온 목간에서 등장해 연구 가치가 상당하다”며 “양주 일대가 5세기 중반에 백제와 고구려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던 경계였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검을 뜻하는 ‘시(尸)’ 자 아래 ‘천(天)’ ‘금(金)’ 등 글자 20여 개가 적힌 목간도 발견됐다. 조사단 측은 “점복(占卜)에 쓰인 뼈, 도구가 함께 발견돼 당시 산성 내부에서 ‘제의적 행위’가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일 수 있다”고 했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28일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어 목간을 공개하고 조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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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0년前 ‘백제 문자’ 나왔다…양주 대모산성서 가장 오래된 목간 출토

    약 16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이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서 발견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기존에 발굴된 목간 중 가장 이른 시기로 알려진 서울 몽촌토성 출토품보다도 100년가량 앞선다.양주시와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양주대모산성 발굴조사 중 성에서 쓸 물을 모아두던 집수 시설에서 5세기경 백제시대 것으로 보이는 목간 4점이 출토됐다”고 20일 밝혔다. 목간이 발굴된 지질층은 고구려 장수왕이 한성을 함락한 475년 이전인,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둔 시기였던 ‘백제 문화층’이다. 목간은 당대 생활사에 관한 기록이 새겨져 있어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특히 한 목간에는 ‘기묘년’(己卯[年])으로 읽히는 글자가 남아 있어 해당 목간이 제작된 연대가 439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께 출토된 토기 조각이 5세기 백제 유물로 보이는 데다, 백제가 오늘날 충남 공주인 웅진으로 천도한 시기가 475년이기 때문이다.조사단 측은 “2021년 서울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목간보다 약 100년 이상 앞선 시기의 문자 자료로 보인다”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목간엔 오늘날 충북 진천 일대로 여겨지는 ‘금물노’(今勿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자문에 참여한 한국목간학회는 “그동안 고구려계로 알려진 지명이 백제 문화층에서 나온 목간에서 등장해 연구 가치가 상당하다”며 “양주 일대가 5세기 중반에 백제와 고구려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던 경계였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주검을 뜻하는 ‘시’(尸) 자 아래 ‘천’(天), ‘금’(金) 등 글자 20여 개가 적힌 목간도 발견됐다. 조사단 측은 “점복(占卜)에 쓰인 뼈, 도구가 함께 발견돼 당시 산성 내부에서 ‘제의적 행위’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하는 단서일 수 있다”고 했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28일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어 목간을 공개하고 조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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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R기기 쓰자 대한제국 광화문 풍경 속으로 ‘시간여행’

    관람객들이 머리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쓰자, 대한제국 시대 광화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미스 손탁’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겨 전차에 올라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육조거리 상인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니 전차가 멈춰 섰다. 위엄을 풍기며 우뚝 선 근정전 앞. “임금님께 예를 표하라”는 미스 손탁의 말이 귓가를 울리자 관람객들은 신하라도 된 듯 허리를 숙이고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알현을 준비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개최된 ‘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몰입형 VR 콘텐츠 ‘이머시브 궁’은 풍부한 볼거리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스 손탁 등 캐릭터들의 표정과 입 모양은 인공지능(AI)에 바탕을 둔 아바타 자동 생성 기술로 무척 자연스러웠다. 왕실 연회도 실제 한국무용수의 춤을 모션캡처 기술로 본떠 세련되고 근사했다.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 덕에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분야 콘퍼런스 ‘시그래프(SIGGRAPH)’에서 ‘최고의 쇼’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머시브 궁’을 제작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아트코리아랩의 입주 기업인 ‘기어이 스튜디오’ 이혜원 대표는 “최신 기술이 복잡하게 사용돼 제작 기간과 비용, 난이도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시그래프에서 ‘케이판 데몬 헌터스’ 제작진이 VR 애니메이션용으로 작품을 열렬히 살펴봤다. 그만큼 잠재적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날부터 나흘 동안 열린 페스티벌에는 국내 기술융합예술 장르가 불과 1, 2년 전과 비교해도 훨씬 진일보했다는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연극적 퍼포먼스를 혼합현실(XR) 및 AI와 매끄럽게 결합한 ‘커팅 니플 챌린지’ 시리즈가 대표적. 아트코리아랩 제작 지원을 받아 시각 예술가와 3차원(3D) 모델러, 연극 연출가 등 10명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덕분에 이달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 다큐멘터리 영화제 뉴미디어 부문에 아시아권 창작자로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작품을 총괄한 유지미 작가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접목한 예술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며 “순수예술과 달리 해외에서도 적극 협업하려는 분위기여서 신진 예술가에게는 큰 기회”라고 했다. AI 시대 예술가로서 기술 활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플라스피어’는 해저 찌꺼기와 성게, 암석을 합성한 듯 기괴한 이미지들을 관람객에게 내보였다. 경남 통영시 학림도에서 촬영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암석화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을 LoRA(Low-Rank Adaptation) 모델에 먼저 학습시켜 생성형 AI가 왜곡 없이 최종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만든 ‘콜렉티브 남산전골’은 “단순히 AI로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AI 생성 이미지가 갖는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현대자동차 등 협업 가능성을 살피러 온 기업체와 AI 연구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제로원 관계자는 “쉽게 바뀌지 않는 기업의 사업 구조도 예술의 혁신성을 통해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기술 융합 예술 분야는 연계 가능성도 커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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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기념물 동물 죽으면 ‘멸실’ 대신 ‘폐사’ 표현 쓴다

    천연기념물인 동물이 죽었을 때 ‘멸실(滅失)’ 대신 ‘폐사(斃死)’라고 표현하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19일 법제처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이 같은 내용의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전날 발표했다. 그동안 유산청이 사용해 온 ‘멸실’은 일반적으로 물건이나 가옥이 재난으로 심하게 파손되거나 멸망함을 뜻해, 생명체에 쓰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등도 “짐승이나 어패류가 갑자기 죽음”을 뜻하는 ‘폐사’를 사용하고 있다. 유산청은 개정 이유에 대해 “천연기념물인 동물의 사망을 지칭하는 용어는 멸실보다 폐사가 정확하므로 법률용어 변경을 통해 용어의 정확성과 효율적 적용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다음 달 29일까지 접수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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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사찰 10곳중 6곳 “산불 피해 위험 높아”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 사찰 가운데 약 65%가 산불에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18일 대전에서 열린 ‘기후위기와 문화유산’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산불 발생 위치와 횟수, 산불 규모 등을 바탕으로 산불 위험 지수를 산출해 주요 사찰 98곳의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64곳(약 65.3%)의 위험도가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나타났다. ‘낮음’은 5곳에 불과했다.김 교수에 따르면 위험 지수가 가장 높은 사찰은 전남 여수 흥국사였다. 고려 명종 대인 1195년 보조국사 지눌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이 절엔 보물 ‘소조사천왕상’과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 등이 보관돼 있다. 경북 칠곡 송림사와 경북 영천 은해사, 충남 논산 쌍계사 등도 ‘매우 높음’ 수준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최대 2km, 폭 90m 구간에 물을 뿌릴 수 있는 ‘광역 소화 시설’을 마련하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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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 1971년작 점화, 美서 123억에 낙찰

    국내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화가 김환기(1913∼1974)의 전면점화(全面點畫)가 미국 경매에서 한국 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인 840만 달러(약 123억 원)에 낙찰됐다. 경매회사 크리스티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19-VI-71 #206’이 낙찰됐다. 구매자는 수수료를 포함하면 약 151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한국 미술품의 역대 최고 낙찰가 기록을 갖고 있는 김환기의 ‘우주’(05-IV-71 #20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우주’는 2019년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에 팔렸다. 역대 3위도 김환기의 작품이다. 또 다른 전면점화인 ‘3-II-72 #220’(1972년)은 2018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85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19-VI-71 #206’은 우주로 팽창하는 듯한 무한한 공간감을 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가로 254cm에 세로 203cm의 큰 캔버스에 그려 넣은 대작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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