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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 8초만 기다리고 있어요.” 최근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를 올해 ‘극장가 부활’ 여부가 걸린 가장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달 중으로 영화 할인 쿠폰을 발급하기로 하면서, 하반기 영화관 관람객 회복에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변화 없는 한시적 처방만으론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팽배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영화관에서는 이달 25일(예정)부터 10월 31일까지 입장료 할인 지원 사업이 시행될 방침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270억 원을 반영해 영화관 할인 쿠폰 450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해당 정책의 핵심은 쿠폰을 이용해 영화관 입장료를 회당 6000원 할인하는 것. 극장 티켓값에 부담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아지자 정부가 관람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말 기준 2014년 1인당 1만 원이었던 티켓값은 2022년 1만5000원까지 올라갔다. ‘일회성 정책’임에도 영화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한 독립·예술영화관 관계자는 “목이 말라 죽으려고 하니 겨우 물 한 모금 떠먹여 주는 것과 같다”면서도 “우선 살아야 다음을 도모하니 지금으로선 절실한 정책”이라고 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도 “일회성으로 보일 순 있지만, 이번 추경은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영화 관람을 다시 활성화시킬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선 장기적으로 관객 수를 회복하기 위해선 구조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영화관 공간 활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대영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영화관이라는 하드웨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크다”며 “영화인과 게임 개발자, 스토리텔러 등이 모여 다양한 융·복합 매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근본적으로 상영하는 작품들의 질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극장 살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옛 영화의 재개봉이나 콘서트 실황 및 스포츠 중계 등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결국 본질은 영화에 있다”며 “대작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중저예산의 활기찬 영화들을 기획·제작하는 등 중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영화계도 산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가 담긴 ‘반구천의 암각화’가 12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 담긴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른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약 6000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고 평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은 17건으로 늘어났다. 북한의 ‘금강산’도 13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12일(현지 시간) 등재된 우리나라 ‘반구천의 암각화’에 이어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여겨지는 북한의 금강산(사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금강산(Mt. Kumgang-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북한이 등재를 신청한 지 약 4년 만이다. 이로써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에 이어 세계유산이 3개로 늘어났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 역사와 전통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올 4월 백두산의 북한 영토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금강산은 해발 1638m의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강원 고성군과 금강군, 통천군 등에 걸쳐 있다. 위치에 따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뉜다.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해 자연의 보고로도 꼽힌다. 계절별로 바뀌는 산수와 기암괴석, 폭포 등이 어우러진 풍광 덕에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물론이고 주변 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만폭동 계곡, 기암괴석 등의 절경을 국보 ‘정선 필 금강전도’로 남겼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주말 저녁이던 이달 6일 오후 6시경. 서울 도심 중심가에 있는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은 한산하다 못해 허전했다. 이날 예매율 1위인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상영 10분 전임에도 입장 관객은 마흔 명 남짓했다. 영화계 극성수기로 꼽히는 7월에 들어선 분위기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상당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영화 ‘F1 더 무비’조차 개봉 3주째 누적 관객 수가 130만 명(12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심각한 불황에 빠진 국내 극장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영화관 총 관객 수는 4200만 명대. 팬데믹 시기(2020, 2021년)를 제외하면 21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영화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관객 1억 명’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2, 3위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는 등 극장가에선 피 말리는 ‘생존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신규 투자가 불확실한 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파급력은 갈수록 커져 분위기를 반전할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연시장 절반으로 줄어든 영화시장 13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총 4249만여 명이다. 2004년 상반기(약 2182만 명)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앞서 국내 영화 관람객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2억 명을 넘었다가 팬데믹 영향이 심각했던 2020∼2021년 평균 6000만 명으로 줄었다. 그러다 2022년 1억1280만 명으로 회복한 뒤 3년 연속 1억 명을 넘겼다. 하지만 올해 이런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다시 1억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가에선 이런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천만 영화’의 부재를 꼽는다. 팬데믹 이후 국내 영화산업이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흥행작은 꾸준히 있어 왔다. 2022년에는 ‘범죄도시2’와 ‘아바타: 물의 길’이, 2023년엔 ‘범죄도시3’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범죄도시4’와 ‘파묘’가 각각 1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는 가장 ‘잘나간’ 영화들조차 3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반기 1∼3위 영화는 ‘야당’(337만 명)과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6만 명), ‘미키17’(301만 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박’ 정도로 취급되던 숫자다. 이에 상반기 영화시장 매출은 약 4079억 원에 그쳤다. 같은 시기 공연시장 매출액(7413억 원)의 약 55%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영화관 합병, 득일까 실일까 극장가의 위기는 업계 분위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국내 영화관 시장 점유율 2, 3위인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양 사는 올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2026년 2월까지 합작법인을 세워 대주주인 롯데쇼핑과 콘텐트리중앙이 공동 경영할 방침이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 사 합병 건에 대한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협의란 정식 기업결합 신고 전 자료를 미리 제출해 공정위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합병이 성사되면 이들은 전국 1688개(921개+767개)의 스크린 수를 가진 거대 사업자가 된다. 산술적으론 현 시장 점유율 1위인 CGV(1329개)를 넘어선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이번 합병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한 영화투자사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통해 놀고 있는 상영관이 정리되고 극장가가 내실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유통 창구가 하나라도 더 있는 게 기회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양강 구도가 되면 다양한 콘텐츠가 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합병이 극장가의 분위기 전환을 이끌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상당하다. 양 사는 합작법인의 부채비율을 줄이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4000억 원 상당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투자배급사 관계자들은 “영화산업 자체에 비관적이어서 선뜻 투자할 투자처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합병을 하더라도 ‘영화관 정리’는 또 다른 난관이다. 점포들을 정리해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일반적인 영화관은 10∼30년 단위로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 해지 시 위약금 부담이 큰 데다 구조상 용도 변경도 어렵다. 롯데시네마는 전국 점포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메가박스는 모든 점포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OTT의 약진에 대응할 전략이 부재하단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OTT 이용률은 79.2%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OTT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국내 영화관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단순 합병만으론 지속적으로 생존을 보장하긴 어려운 구조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젠 영화관끼리가 아니라 OTT-영화관 경쟁으로 구도가 바뀌었다”며 “합작법인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합병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보 울산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에… 北 금강산도 등재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가 담긴 ‘반구천의 암각화’가 12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 담긴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른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약 6000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고 평했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은 17건으로 늘어났다. 북한의 ‘금강산’도 13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10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의 암각화’. 오후 4시경 강한 햇빛이 암벽으로 기울자 고래와 거북, 호랑이, 사슴 같은 그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짧아도 3000년 전, 길게는 8000년 전에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겨둔 예술작품. 망원경에 눈을 가까이 대자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과 울타리에 갇힌 짐승 등이 마치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했다.“크고 작은 고래만 모두 57마리예요. 귀신고래, 혹등고래 등 종류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그렸죠.” 이날 함께 현장을 찾은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사진)는 30년 넘게 반구대 암각화를 연구한 고대 벽화 전문가. 그에 따르면 높이 4.5m, 너비 8m 암벽에 새겨진 그림은 최대 353점에 이른다. “몸에 작살 꽂힌 고래와 카누 형태의 배도 보이나요? 먹고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고래 사냥을 나갔던 당시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가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고래, 고래잡이라는 희소한 주제를 풀어낸 걸작”이자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로서는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이룬 경사. 당시만 해도 허리께에 그쳤다던 일대 버드나무들이 이젠 수 m 높이로 무성히 자랐다. 18년간 해설사로 활동 중인 김모 씨는 “올 5월 세계유산 등재 권고를 받은 뒤 주말엔 하루 700명 가까이 몰려 숨 돌릴 틈조차 없다”며 웃었다. 또 다른 해설사 황모 씨는 “세계유산만 찾아다닌다는 외국인 관광객 등 해외에서 온 이들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엔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가 있다. 자동차로 10분,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1시간 남짓 걸린다. 공룡 발자국이 찍힌 암반 근처에 있는 높이 약 2.7m, 너비 9.8m 바위엔 여러 기하무늬와 기마 인물, 암수 짝지은 동물 등이 600점 이상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기마 인물은 4∼6세기 신라에 확산된 기마 문화와 관련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암석 아래쪽에 적힌 신라시대 명문(明文)도 사료적 가치가 높다. 525년 법흥왕의 동생인 사부지갈문왕과 어사추녀랑왕 일행이 ‘서석곡’(書石谷)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기록 등이 남아 있다. 전 교수는 “신라 왕족과 화랑, 승려 등이 왕경 끝자락에 있는 이곳을 찾아 글을 남긴 건 특별한 신령스러움을 바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이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풍광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도 숙제가 됐다. 세계유산위원회도 등재를 결정하며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주민의 역할을 공식화할 것”을 권고했다. 전 교수는 “인적이 드물거나 접근이 제한된 세계 여타 암각화와 달리, 비교적 접근이 쉽다 보니 여러 차례 훼손된 적 있다”며 “노르웨이 알타 암각화 일대처럼 주민과 협의체를 결성해 상시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반구천의 암각화가 등재되며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모두 17건으로 늘어났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등 3건이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조선왕릉’(2009년), ‘가야고분군’(2023년)을 포함한 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유산이 됐음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유산의 보존·관리 수준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고 지역경제 기여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댐이 물 가둬… 1년 중 38일 침수되는 세계유산1965년 댐 건설 후 큰비때 마다 잠겨수문 설치 계획… 식수원 해결이 과제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울산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곳곳에 남은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뾰족한 귀에 긴 꼬리를 가진 개, 떡 벌어진 몸통에 줄무늬가 그려진 호랑이, 눈코입이 뚜렷한 가면…. 하나씩 살펴보자면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수’라는 수식어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문제는 이 암각화가 1년 중 약 38일은 물에 잠기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10년간의 평균치다. 암각화가 발견되기 전인 1965년, 그림을 끼고 있는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큰비가 올 때마다 상류까지 수위가 차오른다. 장마철마다 빗물에 떠내려온 오물은 물론이고 이끼와 이끼벌레까지 암벽을 뒤덮는다.이에 암각화 훼손은 꾸준히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 왔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뒤 등재까지 가장 발목을 잡은 것도 ‘보존 대책’이었다.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반구천의 암각화’ 최종 등재를 결정하면서도 한국에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을 권고했다.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 계획도 알리도록 했다.당국은 암각화의 훼손을 막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조절할 목적으로 수문 3개를 설치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수문 설치에 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수문 3개의 예상 완공 시점은 2029년 말. 댐 하단에 폭 15m의 수문들이 만들어지면 일일 방류량은 기존 3만 t에서 4만9000t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연평균 침수일이 1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다만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부족해지는 울산의 식수원이 주요 해결 과제다. 최근 중앙정부가 수자원 확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식수원 문제는 더 불투명해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체 수자원을 공급받을 취수원이 하루빨리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울산=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2일(현지 시간) 등재된 우리나라 ‘반구천의 암각화’에 이어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여겨지는 북한의 금강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북한이 등재를 신청한 지 약 4년 만이다. 이로써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에 이어 세계유산이 3개로 늘어났다.세계유산위원회는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 역사와 전통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올 4월 백두산의 북한 영토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금강산은 해발 1638m의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강원 고성군과 금강군, 통천군 등에 걸쳐 있다. 위치에 따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뉜다.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해 자연의 보고로도 꼽힌다.계절별로 바뀌는 산수와 기암괴석, 폭포 등이 어우러진 풍광 덕에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물론 주변 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만폭동 계곡, 기암괴석 등의 절경을 국보 ‘정선 필 금강전도’로 남겼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가 담긴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총 17건으로 늘었다.1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는 “약 6000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지 15년 만이다.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울러 가리킨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높이 약 4.5m, 너비 8m 암벽에 다양한 바다, 육지 동물과 사냥 장면이 새겨져 있다. 첩첩이 그려진 그림을 모두 세면 최대 353점에 이른다.대곡리 암각화로부터 약 2km 떨어진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에는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에 이르는 여러 생활상이 담겼다. 높이 약 2.7m, 너비 9.8m 바위에 각종 기하무늬와 기마 인물, 동물 등 그림 620여 점이 새겨졌다. 신라 법흥왕 일가가 남긴 명문도 포함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가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래 및 고래잡이라는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자 동남부 연안 지역에서 발전한 문화의 집약체”라고 등재 이유를 설명했다.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3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창덕궁’(1997년), ‘조선왕릉’(2009년), ‘가야고분군’(2023년) 등 17건을 목록에 올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일제강점기 일장기 위에 덧칠을 해 만든 ‘서울 진관사 태극기’(보물)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전시된다.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12일부터 두 달간 근대기 항일 유산과 독립운동을 조명하는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에서 진관사 태극기를 선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이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한 것으로,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최근 태극기 배지로 제작되기도 했다.전시에선 올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 ‘독립운동가 서영해 관련 자료’도 관람객을 만난다. 서영해 선생(1902∼?)는 1929년 프랑스 파리에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 특파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유럽 각국에 일제의 침략상을 고발한 인물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불교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14세기 사경(寫經)과 조선 전기 ‘시왕도(十王圖)’가 일본을 떠돌다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오전 두 문화유산을 공개하고 “고려시대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조선 전기 ‘시왕도’를 협상과 경매 등을 거쳐 환수했다”고 밝혔다.‘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감색 종이에 금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옮겨 쓴 사경이다. 사경이 갖춰야 할 구성을 빠짐없이 갖춘 완질본으로, 두루마리를 펼쳤을 때 가로 길이가 10.9m에 이른다. 발원문에는 1334년 정독만달아(鄭禿滿達兒·1290∼?)가 부모님과 황제의 은혜에 감사하며 발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독만달아는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로 건너가 관직에 오른 환관이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전문 사경승의 수준 높은 솜씨가 돋보이는 유물”이라며 “보물로 지정돼 있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본(권15)과 발원문 내용이 일치해 동질본(同帙本)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경은 지난해 10월 고미술을 거래하는 일본인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연락해 온 뒤 협상을 거쳐 가져오게 됐다. 시왕도는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시왕을 모두 담고 있다. 현전하는 조선 전기 시왕도 가운데 10폭 구성을 온전히 갖춘 건 해당 작품과 일본 교토의 사찰인 호쇼지에 있는 것 등 2점뿐이다. 1980년대부터 존재가 알려졌던 개인 소장본으로, 재단이 2023년 일본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낙찰받았다. 박은경 동아대 명예교수는 “조선 불화 중 드물게 고려 후기 불화의 표현 기법과 도상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며 “특히 제6 변성왕도는 연꽃이 만물을 탄생시킨다는 ‘연화화생’이 (지옥 장면에서) 등장하는 첫 사례”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국에서 (전막 공연의) 첫 주인공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어서 다른 공연보다 일찍 입국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발레리노 다닐 심킨(37)은 ‘하늘을 나는 무용사’란 별명을 갖고 있다. 공중에서 3연속, 540도를 회전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흔들림 없이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9∼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최되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 지크프리트 왕자(19, 23일)로 무대에 선다. 한국에서 핵심만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갈라(Gala) 공연은 2003년부터 여러 차례 선보였지만, 작품 전체를 보여주는 ‘전막(全幕) 공연’에 주역으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심킨은 8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소프트 파워 강국인 한국에 오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며 “아름답고 친근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이 나를 반긴다”고 소감을 밝혔다.‘백조의 호수’는 악마의 저주로 낮엔 백조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의 사랑을 그린 고전 발레 대표작. 심킨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호흡을 맞춰 영원한 사랑을 표현한다. 그는 “홍 발레리나는 연약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오데트 공주”라며 “처음 눈을 맞췄을 때부터 그 양면적 매력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심킨은 독일에서 자라 독일 국적을 갖고 있다. 2000년대까지 세계 무대를 누빈 발레리노 드미트리 심킨과 발레리나 올가 알렉산드로바의 아들이다. 그는 “아주 좋은 환경이 주어진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관객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물하는 것이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매일 도전하고 나 자신을 밀어붙이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불교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14세기 사경(寫經)과 조선 전기 ‘시왕도(十王圖)’가 일본을 떠돌다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오전 두 문화유산을 공개하고 “고려시대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과 조선 전기 ‘시왕도’를 협상과 경매 등을 거쳐 환수했다”고 밝혔다.‘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은 감색 종이에 금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옮겨 쓴 사경이다. 사경이 갖춰야 할 구성을 빠짐없이 갖춘 완질본으로, 두루마리를 펼쳤을 때 가로 길이가 10.9m에 이른다. 발원문에는 1334년 정독만달아(鄭禿滿達兒·1290∼?)가 부모님과 황제의 은혜에 감사하며 발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독만달아는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로 건너 가 관직에 오른 환관이다.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전문 사경승의 수준 높은 솜씨가 돋보이는 유물”이라며 “보물로 지정돼 있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본(권15)과 발원문 내용이 일치해 동질본(同帙本)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경은 지난해 10월 고미술을 거래하는 일본인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연락해온 뒤 협상을 거쳐 가져오게 됐다.시왕도는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시왕을 모두 담고 있다. 현전하는 조선 전기 시왕도 가운데 10폭 구성을 온전히 갖춘 건, 해당 작품과 일본 교토의 사찰인 호쇼지에 있는 것 등 2점뿐이다. 1980년대부터 존재가 알려졌던 개인 소장본으로, 재단이 2023년 일본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낙찰받았다. 박은경 동아대 명예교수는 “조선 불화 중 드물게 고려 후기 불화의 표현 기법과 도상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며 “특히 제6 변성왕도는 연꽃이 만물을 탄생시킨다는 ‘연화화생’이 (지옥 장면에서) 등장하는 첫 사례”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500년 전 마한의 문화를 보여주는 ‘전남 영암군 시종면 고분군’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5세기 중후엽에서 6세기 초 조성된 시종면 ‘옥야리 장동 방대형 고분’(사진)과 ‘내동리 쌍무덤’을 묶어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시종면 일대는 서해와 내륙을 잇는 길목에 있어 과거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내륙으로 확산시키는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사적으로 지정된 고분군에선 마한 소국의 하나였던 토착 세력이 백제와 정치·사회적으로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금동관 세움 장식, 외래 유물을 현지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모양 토제품 등이 출토됐다. 중국 청자잔, 동남아시아산 유리구슬 등도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마한의 전통을 바탕으로 백제와 가야, 중국, 왜 등 다양한 요소를 받아들여 현지화한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무게 2.5t이 나가는 송나라 대종(大鐘), 시베리아 대지에서 온 매머드 어금니 등 ‘기구한 팔자’로 한국 땅에 머물게 된 문화유산들을 다루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인천 연수구)은 특별전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을 개최하고 근대화 시기에 우여곡절을 거쳐 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유물 180여 점을 골라 소개한다. 송나라 대종은 1945년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던 이경성 초대 박물관장이 인천 부평의 일본 조병창(造兵廠)에서 실어온 것이다. 원래는 중국 허난성의 한 산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당시 일제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무기 제조에 필요한 금속을 약탈했다”며 “일제가 패망할 당시 부평 조병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쇳덩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임오군란(1882년) 때 도망치다가 인천에서 죽을 뻔한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質義) 일본 공사의 조난비, 조선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이 중국요릿집으로 바뀌면서 걸린 간판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개항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산업화 등 근현대사를 거치며 인천과 연관된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반영한 유물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10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무게 2.5t이 나가는 송나라 대종(大鐘), 시베리아 대지에서 온 매머드 어금니 등 ‘기구한 팔자’로 한국 땅에 머물게 된 문화유산들을 다루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인천시립박물관(인천 연수구)은 특별전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을 개최하고 근대화 시기에 우여곡절을 거쳐 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유물 180여 점을 골라 소개한다. 송나라 대종은 1945년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던 이경성 초대 박물관장이 인천 부평의 일본 조병창(造兵廠)에서 실어온 것이다. 원래는 중국 허난성의 한 산사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당시 일제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에서도 무기 제조에 필요한 금속을 약탈했다”며 “일제가 패망할 당시 부평 조병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쇳덩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이밖에 임오군란(1882년) 때 도망치다가 인천에서 죽을 뻔한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質義) 일본 공사의 조난비, 조선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이 중국요리집으로 바뀌면서 걸린 간판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개항과 일제강점기, 6·25 전쟁, 산업화 등 근현대사를 거치며 인천과 연관된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반영한 유물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10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소설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사진)가 신진 작가의 소설을 표절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뮈소는 10일(현지 시간) 장편소설 ‘미로 속 아이’의 표절 여부를 가리는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현지에서 칼만-레비 출판사가 출간한 해당 소설은 이탈리아 기업가의 상속녀가 목숨을 잃은 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출간됐다. 의혹을 제기한 신인 소설가 디아나 카탈라이 일룽가는 뮈소의 작품이 2022년 출간된 자신의 ‘그리고 당신은 모른다(Et tu ne le sais pas)’와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룽가는 “뮈소의 소설이 출간되기 약 2년 전에 칼만-레비에 이를 투고했다”며 “주인공이 사고 뒤 혼수 상태에 빠지고 기억을 잃는 등 줄거리와 핵심 설정이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66만5000유로(약 10억7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과 ‘미로 속 아이’ 출판 중단 및 회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뮈소와 출판사는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뮈소는 “2017년부터 구상한 소설로, 당시 작성한 메모와 플롯 노트를 공증받아 보관 중”이라며 일룽가를 명예 훼손 및 사이버 폭력 혐의로 맞고소했다. 칼만-레비 출판사도 “2022년 5월 투고 원고에 대한 거절 메일을 공식적으로 보낸 뒤 내부적으로 검토하거나 외부에 공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사진)의 세계적인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도 음원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수록곡인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4일(현지 시간) ‘데일리 송 톱50’ 미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던 K팝은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세븐’과 지민의 ‘후’,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등 3곡뿐이다. 다른 수록곡들도 미 스포티파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골든(Golden)’이 2위,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은 8위, ‘소다 팝(Soda Pop)’도 10위에 올랐다. 현재 미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이 8위에 올라 있다.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선 ‘골든’(31위)과 ‘유어 아이돌’(34위)이 높은 순위로 처음 진입했다.‘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령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의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경쟁하며 악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남산타워와 낙산공원 등이 배경 무대로 나오며, 라면 새우깡 김밥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인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도 음원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수록곡인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4일(현지 시간) ‘데일리 송 톱50’ 미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던 K팝은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세븐’과 지민의 ‘후’,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3곡뿐이다. 다른 수록곡들도 미 스포티파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골든(Golden)’이 2위,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은 8위, ‘소다 팝(Soda Pop)’도 10위에 올랐다. 현재 미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이 8위에 올라 있다.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선 ‘골든’(31위)과 ‘유어 아이돌’(34위)가 높은 순위로 첫 진입했다.‘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령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헌트릭스가 악령 세계의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경쟁하며 악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남산타워와 낙산공원 등이 배경 무대로 나오며, 라면 새우깡 김밥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기욤 뮈소가 신진 작가의 소설을 표절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6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책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을 쓴 기욤 뮈소는 10일(현지 시간) 장편소설 ‘미로 속 아이’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공판에 참석한다. 현지에서 지난해 5월 출간(출판사 칼만-레비)된 작품으로, 이탈리아 기업가의 상속녀가 살해된 이후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번역 및 출간됐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콩고계 프랑스 신인 소설가 다이애나 카탈라이 일룽가는 기욤 뮈소의 신작이 2022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그리고 당신은 모른다(Et tu ne le sais pas)’와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룽가는 “‘미로 속 아이’가 출간되기 약 2년 전 칼만-레비에 이를 투고했다”며 “주인공이 사고 후 혼수 상태에 빠지고 기억을 잃는 등 줄거리와 핵심 설정이 흡사하다”고 말했다. 뮈소 측에는 66만5000유로(약 10억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과 출판 중단 및 회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뮈소와 출판사는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뮈소는 “2017년부터 구상한 소설이다. 당시 작성한 메모와 플롯 노트를 공증받아 보관 중”이라고 반박하면서 일룽가를 명예훼손 및 사이버 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칼만-레비 측은 “2022년 5월 투고 원고 거절 메일을 공식적으로 보낸 뒤 원고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거나 외부에 공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 그가 펴낸 책 ‘역사’는 오늘날 서양 최초의 역사서로 여겨진다. 또한 ‘서구 문명’이 그리스·로마에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 유럽과 미국으로 이어졌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책 ‘만들어진 서양’에 따르면 헤로도토스는 오히려 정반대의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자신을 유럽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도 우스꽝스럽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서양이 ‘단일한 문명’이라는 기존 통념에 도전장을 내미는 책이다. 역사는 “해석과 권력에 의해 재구성된 결과물에 불과하다”며 서구 문명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기틀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고전 고고학을 가르치는 영국 출신 교수. 주석과 참고문헌을 담은 분량만 78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자료와 근거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책은 서양 문명의 경계선 혹은 주변부에 있던 역사적 인물 14명을 들여다보면서 서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총애한 손녀이자 아시아계 유럽인이었던 리빌라, 십자군에 멸망한 동로마의 망명국 ‘니케아’의 황제 테오도로스 라스카리스,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미국의 탈식민주의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 등이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대목은 서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유동적일 수도 있단 점이다. 흔히 단일하다고 믿는 서구 문명의 계보가, 실은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간 가지’라는 시점은 무척 흥미롭다. “이성적 사고 등 유럽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 동방에서도 발전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 예시로 아랍 최초의 철학자 알킨디 등을 거론한다. 오늘날 서구와 비서구를 구분 짓는 개념도 17∼18세기에 이르러서야 확산했다고 봤다. “서양 우월주의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철학적, 이념적 근거로 활용되기 적합했기 때문”이다.두꺼운 역사서지만 기승전결을 압축적으로 갖춘 이야기들로 이뤄져 술술 읽힌다. 서두마다 담긴 인물 및 상황 묘사는 단편 소설에 맞먹을 정도로 몰입감 있다. 특히 훗날 기독교로 개종하면서까지 유럽 군주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려 했던 앙골라의 용맹한 여왕 ‘은징가’가 포르투갈 총독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은징가는 자신더러 앉으라고 준비된, 우단 깔린 마룻바닥을 경멸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는 여성 수행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수행원은 주저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포르투갈 대표를 굴욕적으로 올려다보는 대신 은징가는 그렇게 ‘인간 의자’에 앉아 그와 대등한 눈높이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책은 지구적 혼란이 가중된 현 시대에 대해 여러 생각거리를 남긴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안갯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 터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복잡하게 얽히며 지난달 미국의 이란 본토 공습으로까지 치달았다. 훗날 이런 역사들은 어떻게 쓰이고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역사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쓰이는 것”이며 “역사를 다시 쓰지 않겠다는 선택 역시 정치적 행동”이란 저자의 말이 가슴 한편을 묵직하게 짓누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2월 세계 최고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발레 학교 교장은 17세 한국인 발레리노에게 입학을 권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실 윤재 군이 와도 더 배울 건 없을 겁니다.”185cm의 키에 탄탄한 기본기, 섬세한 감정선까지 갖춰 무용계에선 이미 ‘완성형 인재’라고 평가받는 박윤재 군(17). ‘세계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성 무용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영국 로열발레 스쿨 등 세계적인 발레 학교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미국행’이었다. 서울예고에 재학했던 박 군은 9월부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발레 학교인 ‘JKO스쿨’에 입학한다. 한국인 발레 스타 서희, 세계적 발레리나 이저벨라 보일스턴 등을 배출한 학교다. 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가장 행복하게 춤출 수 있는 곳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ABT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을 보면서 ‘참 즐겁게 춤춘다’ 느꼈어요. 많은 공연을 봤지만, 군무진까지 빠짐없이 행복해 보이는 건 처음이었어요. ‘여기다’ 싶었죠.”박 군은 이달 26,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갈라 공연 ‘2025 발레스타즈’를 통해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정식 공연을 선보인다. 스스로 밝혔던 ‘꿈의 배역’인 ‘돈키호테’ 바질 역을 선보일 예정이다.또 다른 유망주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이채은 양과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로 호흡을 맞춘다. 한 손 리프트, 피시 다이브 등 고난도 기교가 특징. 그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영상을 보고 빠져든 배역”이라며 “왕자나 귀족과 달리 밝게 춤추면서 자유롭게 뽐내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로잔발레콩쿠르 결선 무대를 빛낸 ‘파리의 불꽃’ 중 남자 베리에이션과 컨템포러리 발레 ‘투 플라이 어게인(To Fly Again)’도 선보인다. ‘투 플라이 어게인’은 콩쿠르 비디오 심사로 제출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예고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최희재 안무가가 박 군을 위해 안무했다. 박 군은 “굴레에서 벗어나 앞으로 달려가는 듯한 작품”이라고 했다.“타이츠에 부스러기 묻는 게 싫어서 에너지바도 안 먹을 정도로 예민해요. 또래보다 힘과 테크닉이 부족하다 느껴서 자책도 자주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출 땐 ‘나는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요. 제목처럼요.”이번 공연을 앞두고 그가 느끼는 떨림은 긴장이 아닌 설렘이다. 박 군은 “무대를 즐기기 시작한 게 오래된 건 아니다”라며 지난해 동상을 받았던 ‘제54회 동아무용콩쿠르’를 떠올렸다. 그때 처음으로 무대를 즐기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중학교 때 나갔던 콩쿠르에선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악몽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지난해 고등부 콩쿠르에선 ‘지젤’의 알브레히트 왕자 독무를 추면서 처음으로 무대를 온전히 느꼈어요.”다음 달엔 싱가포르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뜨거운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이미 ‘완성형’이라는 이 발레리노는 “더 열심히 할 원동력이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무용수라는 직업은 수명이 짧은 편이니 언젠가 관객이 저를 기억하지 않는 순간이 오겠죠. 그렇지만 마치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빛나는 별처럼, 제 자리를 지키면서 끝까지 춤출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성남=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2월. 세계 최고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발레 학교 교장은 17세 한국인 발레리노에게 입학을 권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윤재 군이 와도 사실 더 배울 건 없을 겁니다.”185cm의 큰 키에 탄탄한 기본기, 섬세한 감정선까지 갖춰 무용계에선 이미 ‘완성형 인재’라고 평가받는 박윤재 군(17)의 이야기다. ‘전 세계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뒤 세계적인 발레 학교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박 군은 “영국 로열발레 스쿨 등 많은 곳에서 감사하게도 제안을 주셨다. 그중 가장 행복하게 춤출 수 있는 곳을 골랐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최종 결정은 ‘미국행’이다. 최근 서울예고에서 나와 9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발레 학교인 JKO스쿨에 입학한다. 한국인 발레 스타 서희, 세계적 발레리나 이자벨라 보일스턴 등을 배출한 학교다. “지난해와 올해 ABT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을 보면서 ‘참 즐겁게 춤춘다’ 느꼈어요. 많은 공연을 봤지만 군무진까지 빠짐없이 행복해 보이는 건 처음이었어요. ‘여기다’ 싶었죠.”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국내 무대에서 그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이달 26,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갈라 공연 ‘2025 발레스타즈’는 그중 하나다. 올 5월 스페셜 게스트로 잠깐 무대에 섰고, 정식 공연은 콩쿠르 우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 발레리노’ 전민철이 지난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출연한 공연이기도 하다. 박 군은 “관객으로 자주 왔던 공연장이다. 객석에서 볼 때 정말, 정말 큰 무대였다”고 말했다.박 군은 콩쿠르 우승 기자회견에서 ‘꿈의 배역’으로 꼽았던 ‘돈키호테’ 바질 역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다른 유망주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이채은 양과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로 호흡을 맞춘다. 한 손 리프트, 피쉬 다이브 등 고난도 기교가 특징이다. 그는 “어머니께서 보여주시는 영상으로 발레를 접하던 꼬마 때부터 좋아했던 배역”이라며 “왕자나 귀족과 달리 밝게 춤추면서 자유롭게 뽐내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콩쿠르 결선 무대를 빛낸 ‘파리의 불꽃’ 중 남자 바리에이션과 컨템포러리 발레 ‘투 플라이 어게인’(To Fly Again)도 무대를 장식한다. ‘투 플라이 어게인’은 로잔발레콩쿠르 비디오 심사로 제출한 작품. 제32회 로잔발레콩쿠르 입상자이자 현재 서울예고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최희재 안무가가 박 군을 위해 안무했다. 다소 느릿한 박자감에 물 흐르듯 자유롭고 섬세한 움직임을 요한다. 박 군은 “굴레에서 벗어나 앞으로 달려가는 듯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즈에 부스러기 묻는 게 싫어서 에너지바도 안 먹을 정도로 예민해요. 또래보다 힘과 테크닉이 부족하다 느껴서 자책도 자주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출 땐 ‘나는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요. 제목처럼요.” 첫 공연을 앞두고 그가 느끼는 떨림은 긴장이 아닌 설렘이다. 박 군은 “무대를 즐기기 시작한 건 오래전 일은 아니”라면서 지난해 동상을 받은 제54회 동아무용콩쿠르를 떠올렸다. 그야말로 ‘애증의 콩쿠르’라는 것. 그는 “중학생 때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악몽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난해 콩쿠르에서 ‘지젤’의 알브레히트 왕자 독무를 추면서 처음으로 무대를 온전히 느꼈다”며 “전막으로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지젤’이 됐다”고 회상했다.다음 달엔 싱가포르에서도 공연이 예정돼있다. 요즘엔 자신도 잘 모르던 공연 일정을 기사로 먼저 접할 때도 있단다. 뜨거운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박 군은 “더 열심히 할 원동력이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무용수라는 직업은 수명이 짧은 편이니 언젠가 관객이 저를 기억하지 않는 순간이 오겠죠. 그렇다 해도 마치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빛나는 별처럼, 제 자리를 지키면서 끝까지 춤출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