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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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6-04-07~2026-05-07
미술38%
역사21%
문화 일반21%
인사일반13%
문학/출판7%
  • 금성대군 굿당의 ‘무신도’ 국가유산 된다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인 금성대군(錦城大君)을 모신 굿당의 ‘무신도(巫神圖·무속 신앙의 신을 그린 그림)’가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전남 나주 금성산의 산신 ‘금성대왕(錦城大王)’과 금성대군을 함께 모신 서울 은평구 금성당(錦城堂)의 무신도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금성당은 원래 금성대왕을 모시다가 이후 금성대군까지 모신 것으로 알려졌다. 굿당 내에 봉안돼 있던 무신도는 안료 분석 결과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제의에도 사용돼 유·무형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은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금성당 무신도엔 맹인도사와 맹인삼신마누라 등 인간의 운수와 질병을 관장하는 신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얼굴형은 둥글게, 손가락은 길고 복스럽게 표현돼 불교 회화를 제작하던 화승(畫僧)이 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산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19세기 무신도가 매우 드물어 희소성이 크다”며 “음영법을 활용한 풍부한 입체감 등은 일반 무신도에 비해 높은 수준의 묘사력을 보여준다”고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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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관 80돌 국립민속박물관, 세계로 ‘창’ 활짝

    “박물관은 더 이상 자국 문화만 자랑하거나 다른 문화를 전리품처럼 전시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공공의 장이 돼야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민박)이 개관 80돌을 맞아 지난달 24일 열린 기념식에서 장상훈 관장은 ‘세계로 열린 창’이 민박의 새 목표라고 밝혔다. K컬처가 세상을 움직이는 오늘날, 박물관이 단지 민족문화 보존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 장 관장은 2031년 개관하는 세종시 민박 신관에 세계 민속을 전담하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을 밝히면서 “역사적으로 세계 문화의 중심이었던 나라들은 타 문화의 이해와 수용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족 넘어 세계 문화로 확장 1946년 4월 ‘국립민족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첫발을 뗀 민박은 최근 국제 문화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각지의 유서 깊은 축제 문화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 파주관에서 브라질 삼바와 리우 카니발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3개월간 열었고, 페루 ‘태양의 날’ 축제도 쿠스코역사박물관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세계문화박물관으로의 변모는 박물관이 옛것을 보존하는 동시에 “문화 다양성과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최근 세계적인 흐름과도 관련이 깊다. 전 민박 관장인 천진기 무형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타 문화를 이해 못 해 벌어지는 지구적 비극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박물관이 제시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진정한 세계의 주인공이 되려면 ‘K컬처가 최고’란 관점을 넘어 다문화 이해를 도모할 때”라고 했다. 해외 주요 민속학·인류학 박물관들도 다문화 전시와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프랑스 인류학박물관은 지난해 특별전 ‘이주, 인류의 오디세이’를 열고 선사시대 고인류의 이주부터 현대 난민의 망명에 이르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영국박물관은 전쟁과 디아스포라를 주요 의제로 삼고 지난해 상설전시관 내 ‘수단: 갈등과 공동체, 돌봄’ 공간을 마련했다. 런던의 수단 출신 전문가와 커뮤니티가 전시 기획과 구성에 참여했다.● “글로벌 시야 넓혀야 MZ 눈높이 맞춰” 앞서 민박에서도 해외 역사와 문화를 다룬 전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류 생존과 경제 활동에 필수적 존재였던 소금을 주제로 한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2018년)가 대표적이다. 민박 연구원들이 페루와 파푸아뉴기니, 인도 등 11개국을 오가며 2년에 걸쳐 조사한 내용이 근간이 됐다. 하지만 5년 이상 중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부족, 여전히 빈약한 해외 문화 소장품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잖다. 1974년 개관 이래 다문화 연구와 전시를 중점 사업으로 키워 온 일본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박물관은 2022년부터 6년 계획으로 국내외 대학 등과 손잡고 ‘탈민족주의 시대의 민족성’을 연구하고 있다. 지역·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매년 외국인 객원 연구원을 초청해 협력 연구도 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소장품이 약 35만 점으로, 민박이 소장한 세계 민속자료 수(1만4000점)의 25배에 이른다. 이관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은 “제국주의 역사가 있는 나라와 비교하면, 세계 문화를 적극 이해하려는 정치·경제적 여건과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론 중장기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적극 투자해 박물관의 글로벌 시야를 넓혀야 젊은 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의 눈높이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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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속박물관 80돌 “이젠 세계로”…세종 신관에 세계민속관 추진

    “박물관은 더 이상 자국 문화만 자랑하거나 다른 문화를 전리품처럼 전시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비슷하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공공의 장이 돼야 합니다.”국립민속박물관(민박)이 개관 80돌을 맞아 지난달 24일 열린 기념식에서 장상훈 관장은 ‘세계로 열린 창’이 민박의 새 목표라고 밝혔다. K컬처가 세상을 움직이는 오늘날, 박물관이 단지 민족문화 보존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 장 관장은 2031년 개관하는 세종시 민박 신관에 세계 민속을 전담하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을 밝히면서 “역사적으로 세계 문화의 중심이었던 나라들은 타문화의 이해와 수용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족 넘어 세계 문화로 확장1946년 4월 ‘국립민족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첫발을 뗀 민박은 최근 국제 문화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각지의 유서 깊은 축제 문화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 파주관에서 브라질 삼바와 리우 카니발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3개월간 열었고, 페루 ‘태양의 날’ 축제도 쿠스코역사박물관과 함께 조사 중이다.세계문화박물관으로의 변모는 박물관이 옛것을 보존하는 동시에 “문화 다양성과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최근 세계적인 흐름과도 관련이 깊다. 전 민박 관장인 천진기 무형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타문화를 이해 못해 벌어지는 지구적 비극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박물관이 제시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진정한 세계의 주인공이 되려면 ‘K컬처가 최고’란 관점을 넘어 다문화 이해를 도모할 때”라고 했다.해외 주요 민속학·인류학 박물관들도 다문화 전시와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프랑스 인류학박물관은 지난해 특별전 ‘이주, 인류의 오디세이’를 열고 선사시대 고인류의 이주부터 현대 난민의 망명에 이르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영국박물관은 전쟁과 디아스포라를 주요 의제로 삼고 지난해 상설전시관 내 ‘수단: 갈등과 공동체, 돌봄’ 공간을 마련했다. 런던의 수단 출신 전문가와 커뮤니티가 전시 기획과 구성에 참여했다.● “글로벌 시야 넓혀야 MZ 눈높이 맞춰”앞서 민박에서도 해외 역사와 문화를 다룬 전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류 생존과 경제 활동에 필수적 존재였던 소금을 주제로 한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2018년)가 대표적이다. 민박 연구원들이 페루와 파푸아뉴기니, 인도 등 11개국을 오가며 2년에 걸쳐 조사한 내용이 근간이 됐다. 하지만 5년 이상 중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부족, 여전히 빈약한 해외 문화 소장품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잖다.1974년 개관 이래 다문화 연구와 전시를 중점 사업으로 키워온 일본 오사카의 국립민족학박물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박물관은 2022년부터 6년 계획으로 국내외 대학 등과 손잡고 ‘탈민족주의 시대의 민족성’을 연구하고 있다. 지역·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매년 외국인 객원 연구원을 초청해 협력 연구도 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소장품이 약 35만 점으로, 민박이 소장한 세계 민속자료 수(1만4000점)의 25배에 이른다.이관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은 “제국주의 역사가 있는 나라와 비교하면, 세계 문화를 적극 이해하려는 정치·경제적 여건과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론 중장기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적극 투자해 박물관의 글로벌 시야를 넓혀야 젊은 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 눈높이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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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종 삼촌 금성대군 모신 ‘금성당 무신도’, 국가유산 된다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인 금성대군(錦城大君)을 모신 굿당의 ‘무신도(巫神圖·무속 신앙의 신을 그린 그림)’가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된다.국가유산청은 “전남 나주 금성산의 산신 ‘금성대왕(錦城大王)’과 금성대군을 함께 모신 서울 은평구 금성당(錦城堂)의 무신도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금성당은 원래 금성대왕을 모시다가 이후 금성대군까지 모신 것으로 알려졌다.굿당 내에 봉안돼 있던 무신도는 안료 분석 결과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제의에도 사용돼 유·무형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은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금성당 무신도엔 맹인도사와 맹인삼신마누라 등 인간의 운수와 질병을 관장하는 신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얼굴형은 둥글게, 손가락은 길고 복스럽게 표현돼 불교 회화를 제작하던 화승(畫僧)이 그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산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19세기 무신도가 매우 드물어 희소성이 크다”며 “음영법을 활용한 풍부한 입체감 등은 일반 무신도에 비해 높은 수준의 묘사력을 보여준다”고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은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 및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완료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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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와 현재, 영광과 폐허가 공존하는 꿈의 풍경

    클래식 음악에서 ‘카프리치오(capriccio)’라는 제목이 달린 곡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년 오페라 ‘카프리치오’, 니콜로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등이 그렇다. 기상곡(奇想曲)으로도 불리는 이 음악 용어의 뜻은 ‘기이하거나 독특한 상상을 음악으로 옮긴 곡’. 그런데 18세기 유럽에선 음악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카프리치오 열풍이 불었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1716∼1717년)은 카프리치오 회화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면 속 풍경은 이탈리아 어딘가쯤 있을 듯 느껴지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영광과 폐허가 공존하는 환상적 풍경이다. 이를 그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는 카프리치오 장르를 회화적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미술가로 꼽힌다. 1710년대 초반 로마로 이주한 뒤 건축가와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험이 토대가 됐다. 실무를 통해 원근법과 공간 구성 능력을 익혔고, 고대 로마 유적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고전 건축의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는 직업적 훈련은 로마 유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상상력을 자유롭게 결합한 화풍을 다지게끔 했다.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 속 고대 유적이 실제보다 더욱 장대하게 느껴지는 것도 파니니가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다. 거대한 아치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깨알같이 그려진 인물들은 건물의 위용을 돋보이게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파니니의 또 다른 그림 ‘파르네세의 헤라클레스가 있는 유적’에서도 특유의 구조적 과장이 나타난다. 기둥과 벽체는 실제보다 높고 깊게 배열돼 있고, 환상적 분위기를 배가하는 조각상은 공간 구성에 맞춰 임의로 배치됐다. 두 작품을 소장한 미국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은 “관람객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개방감과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며 “파니니가 건축 요소를 회화적 구성의 재료로 삼아, 건축적 이해를 토대로 상상적 공간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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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보다 더 환상적인 풍경…카프리초 장르를 회화로 정교하게 완성한 파니니

    클래식 음악에서 ‘카프리초(capriccio)’라는 제목이 달린 곡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년 오페라 ‘카프리초’, 니콜로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등이 그렇다. 기상곡(奇想曲)으로도 불리는 이 음악 용어의 뜻은 “기이하거나 독특한 상상을 음악으로 옮긴 곡.” 그런데 18세기 유럽에선 음악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카프리초 열풍이 불었다.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1716~1717)은 카프리초 회화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면 속 풍경은 이탈리아 어딘가쯤 있을 듯 느껴지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영광과 폐허가 공존하는 환상적 풍경이다.이를 그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는 카프리초 장르를 회화적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미술가로 꼽힌다. 1710년대 초반 로마로 이주한 뒤 건축가와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험이 토대가 됐다. 실무를 통해 원근법과 공간 구성 능력을 익혔고, 고대 로마 유적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고전 건축의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는 직업적 훈련은 로마 유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상상력을 자유롭게 결합한 화풍을 다지게끔 했다.‘음악회가 있는 건축적 환상’ 속 고대 유적이 실제보다 더욱 장대하게 느껴지는 것도 파니니가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다. 거대한 아치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깨알같이 그려진 인물들은 건물의 위용을 돋보이게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파니니의 또다른 그림 ‘파르네제의 헤라클레스가 있는 유적’에서도 특유의 구조적 과장이 나타난다. 기둥과 벽체는 실제보다 높고 깊게 배열돼 있고, 환상적 분위기를 배가하는 조각상은 공간 구성에 맞춰 임의로 배치됐다. 두 작품을 소장한 미국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은 “관람객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개방감과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며 “파니니가 건축 요소를 회화적 구성의 재료 삼아, 건축적 이해를 토대로 상상적 공간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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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갓 닮은 서양식 펠트 모자… 개항기 이색 공예문화 특별展

    1884년 조선을 찾은 미국 수학자 퍼시벌 로웰(1855∼1916)은 고종에게서 모자를 선물받았다. 고향에서 쓰던 중산모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소재가 판이했다. 조선 갓에 쓰는 가느다란 말총으로 몸통을 엮고, 안쪽 윗부분엔 한지를 학 무늬로 오려 붙였다. 로웰은 이 모자에 대해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이렇게 썼다. “어느 날 새로운 종류의 모자, ‘하이브리드’가 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 모자의 외형은 외국인에게서, 재료는 현지에서 비롯했다. 우리가 늘 쓰던 펠트 모자가 그런 영광을 얻을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로웰의 서양식 말총 모자를 비롯해 개항기의 이색적 공예 문화를 조명한 특별전 ‘더 하이브리드’가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했다. 박물관 측은 “서구 문물이 유입된 뒤 전통 공예 재료와 제작 기법은 근대 서양의 복식 및 가구, 소품 등과 결합했다”며 “이러한 ‘전환기 공예’는 교류의 매개이자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각 언어”라고 했다.전시엔 과거 외국 사절에게 선물로 줬거나 1900년 프랑스 파리 세계박람회에 출품된 공예품 108점이 공개됐다. 고종이 미국 출신 선교사이자 독립운동가인 호머 헐버트(1863∼1949)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나전 칠 길상무늬 삼층장’과 1899년 순종이 영국 총영사 존 조던의 부인에게 선물한 ‘은제 컵홀더’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헐버트의 삼층장은 높이가 1.75m로, 우리 전통 가옥보다 서양 건축에 맞춰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환기 공예품에는 ‘근대 자주국으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사례가 많다. 고종과 고위 관료들이 입었던 서양식 군복과 예복에는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무늬 단추가 달려 있고, 국가를 나타내는 무궁화가 금실로 수놓아져 있다. 채영 전시기획과장은 “당시 공예 전반에는 새로운 국가 체제의 위계와 권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상징물이 쓰였다”며 “근대 국가로서 ‘훈장’ 체계를 도입해 태극 무늬 등을 새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서양이 우리 공예 문화를 받아들여 재해석한 사례들도 눈길을 끈다. 19세기 프랑스 국립 도자 제작기관인 세브르 제작소는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얻어 ‘서울 화병’, ‘울산 화병’ 등으로 명명한 도자를 만들었다. 청자와 유사한 형태로 모양을 빚은 뒤 플랑베 유약(구리 성분의 붉은 유약)을 발라 완성했다. 7월 26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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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를 그린 단원 김홍도… 국중박서 만난다

    백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던 ‘조선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를 조명한 전시가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유홍준 관장은 이날 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상설전시관 서화실의 2번째 ‘원포인트 기획전’으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를 8월 2일까지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전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단원풍속도첩’ 속 대표작이 전시돼 이목을 모은다. 25점으로 이뤄진 화첩 가운데 아이가 신명 나게 춤추는 장면을 그린 ‘무동(舞童)’(사진)과 ‘씨름’ 등 11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무동’은 역동적 몸짓에 따라 펄럭이는 옷자락이 절묘하게 표현된 수작이다. 유 관장은 “김홍도는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단군 이래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김홍도가 노년에 그린 작품들도 공개된다. 예순의 나이에 완성한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가 대표적이다. 박물관 측은 “산수와 인물을 담아내는 김홍도의 종합적인 예술 역량과 원숙한 필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명작”이라고 설명했다. 스승인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과 긴밀하게 교류한 흔적이 담긴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도 전시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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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트 모자에서 갓의 향기가?”…개항기 이색 공예전 ‘더 하이브리드’ 개막

    1884년 조선을 찾은 미국 수학자 퍼시벌 로웰(1855~1916)은 고종에게서 모자를 선물 받았다. 고향에서 쓰던 중산모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소재가 판이했다. 조선 갓에 쓰는 가느다란 말총으로 몸통을 엮고, 안쪽 윗부분엔 한지를 학 무늬로 오려 붙였다. 로웰은 이 모자에 대해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이렇게 썼다.“어느 날 새로운 종류의 모자, ‘하이브리드’가 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 모자의 외형은 외국인에게서, 재료는 현지에서 비롯했다. 우리가 늘 쓰던 펠트 모자가 그런 영광을 얻을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다.”로웰의 서양식 말총 모자를 비롯해 개항기의 이색적 공예 문화를 조명한 특별전 ‘더 하이브리드’가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했다. 박물관 측은 “서구 문물이 유입된 뒤 전통 공예 재료와 제작 기법은 근대 서양의 복식 및 가구, 소품 등과 결합했다”며 “이러한 ‘전환기 공예’는 교류의 매개이자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각 언어”라고 했다.전시엔 과거 외국 사절에게 선물로 줬거나 1900년 프랑스 파리 세계박람회에 출품된 공예품 108점이 공개됐다. 고종이 미국 출신 선교사이자 독립운동가인 호머 헐버트(1863~1949)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나전 칠 길상무늬 삼층장’과 1899년 순종이 영국 총영사 존 조던의 부인에게 선물한 ‘은제 컵홀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헐버트의 삼층장은 높이가 1.75m로, 우리 전통 가옥보다 서양 건축에 맞춰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환기 공예품에는 ‘근대 자주국으로서의 정체성’이 담긴 사례가 많다. 고종과 고위 관료들이 입었던 서양식 군복과 예복에는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무늬 단추가 달려 있고, 국가를 나타내는 무궁화가 금실로 수놓아져 있다. 채영 전시기획과장은 “당시 공예 전반에는 새로운 국가 체제의 위계와 권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상징물이 쓰였다”며 “근대 국가로서 ‘훈장’ 체계를 도입해 태극 무늬 등을 새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서양이 우리 공예 문화를 받아들여 재해석한 사례들도 눈길을 끈다. 19세기 프랑스 국립 도자 제작기관인 세브르 제작소는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얻어 ‘서울 화병’, ‘울산 화병’ 등으로 명명한 도자를 만들었다. 청자와 유사한 형태로 모양을 빚은 뒤, 플람베 유약(구리 성분의 붉은 유약)을 발라 완성했다. 7월 26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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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중박 원포인트 기획전 2탄은 김홍도…‘무동’ 등 대표작 선봬

    백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던 ‘조선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를 조명한 전시가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유홍준 관장은 이날 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상설전시관 서화실의 2번째 ‘원포인트 기획전’으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를 8월 2일까지 선보인다”고 밝혔다.이번 기획전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단원풍속도첩’ 속 대표작이 전시돼 이목을 모은다. 25점으로 이뤄진 화첩 가운데 아이가 신명나게 춤추는 장면을 그린 ‘무동(舞童)’과 ‘씨름’ 등 11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무동’은 역동적 몸짓에 따라 펄럭이는 옷자락이 절묘하게 표현된 수작이다. 유 관장은 “김홍도는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단군 이래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김홍도가 노년에 그린 작품들도 공개된다. 예순의 나이에 완성한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가 대표적이다. 박물관 측은 “산수와 인물을 담아내는 김홍도의 종합적인 예술 역량과 원숙한 필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명작”이라고 설명했다. 스승인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과 긴밀하게 교류한 흔적이 담긴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도 전시됐다.이번 전시는 박물관 내 서화실에서 약 3개월마다 특정 화가나 주제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 중 하나로 마련됐다. 앞서 첫 전시로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가 개최됐다. 8월부터는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가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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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동감 넘치는 원숭이와 새… 후대 작가들의 교과서

    2009년, 어느 미술 시장에 나온 네덜란드 화가의 1690년 작 그림이 미국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었다. 화면 속 원숭이는 미술관에 소장된 18세기 모자이크 거장 자코모 라파엘리의 작품 ‘마이크로 모자이크 박스’ 속 원숭이와 똑 닮아있었다. 흰 초승달 무늬, 구부린 왼팔, 앉아있는 벽까지 흡사했다. 미술관 측은 “라파엘리가 이 그림을 자신의 모델로 삼았음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한다.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벽 위의 다이애나원숭이와 하늘을 나는 네 마리의 새’는 유럽 동물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멜히오르 더혼데쿠터르(1636∼1695)의 작품이다. 라파엘리를 비롯한 여러 후대 작가들이 동물을 그릴 때 그의 그림을 참고했다고 여겨진다.더혼데쿠터르는 과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버드 피스(bird piece)’ 장르의 대가였다.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부터 야생 새, 이국적인 새 등 온갖 조류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깃털을 풍부한 색감과 섬세한 붓질로 표현했다. 개나 양, 소 등 동물을 그리는 데도 탁월했다. ‘벽 위의 다이애나원숭이…’ 속 새와 원숭이는 마치 건드리면 움직이기라도 할 듯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작가는 동물화를 그리던 아버지와 유명 화가인 삼촌 얀 밥티스트 베이닉스에게 그림을 배웠다.그의 작품 속 동물들은 자연 상태의 생명체 그 자체로 묘사됐다. 과거 원숭이가 주로 술에 취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으로 그려져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인 것 등과는 다르다. 더혼데쿠터르는 생동하는 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데 매진했다고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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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끝에 담은 생동감…살아 움직이는 더 혼데쿠터의 동물화

    2009년, 어느 미술 시장에 나온 네덜란드 화가의 1690년작 그림이 미국 톨레도 미술관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었다. 화면 속 원숭이는 미술관에 소장된 18세기 모자이크 거장 자코모 라파엘리의 작품 ‘마이크로 모자이크 박스’ 속 원숭이와 똑 닮아있었다. 흰 초승달 무늬, 구부린 왼팔, 앉아있는 벽까지 흡사했다. 미술관 측은 “라파엘리가 이 그림을 자신의 모델로 삼았음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한다.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벽 위의 다이애나원숭이와 하늘을 나는 네 마리의 새’는 유럽 동물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멜키오르 더 혼데쿠터(1636~1695)의 작품이다. 라파엘리를 비롯한 여러 후대 작가들이 동물을 그릴 때 그의 그림을 참고했다고 여겨진다.더 혼데쿠터는 과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버드 피스(bird piece)’ 장르의 대가였다.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부터 야생 새, 이국적인 새 등 온갖 조류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깃털을 풍부한 색감과 섬세한 붓질로 표현했다. 개나 양, 소 등 동물을 그리는 데도 탁월했다. ‘벽 위의 다이애나원숭이…’ 속 새와 원숭이는 마치 건드리면 움직이기라도 할 듯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작가는 동물화를 그리던 아버지와 유명 화가인 삼촌 얀 밥티스트 웨닉스에게 그림을 배웠다.그의 작품 속 동물들은 자연 상태의 생명체 그 자체로 묘사됐다. 과거 원숭이가 주로 술에 취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으로 그려져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인 것 등과는 다르다. 더 혼데쿠터는 생동하는 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데 매진했다고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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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미술에 반한 글로벌 아트페어 책임자 8명 “내 지갑이 위험”

    “이 투어, 위험하다(This tour is quite dangerous).”25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화랑 ‘페이지룸8’에 들어선 외국인 8명이 “내 지갑이 위험하다”며 일제히 장난치듯 볼멘소리를 했다. 벽에 걸린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매의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더니, 몇 점을 콕 집어 화랑 관계자에게 작가 이름과 가격을 물었다. 스마트폰 메모장과 사진첩은 작품 정보, 화랑 상호로 빼곡했다.아트 바젤 홍콩, 프리즈 아부다비, 미국 언타이틀드 아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총괄 디렉터와 수석 매니저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 모였다. 요즘 ‘핫한’ 신진·중견 화랑이 밀집된 종로, 용산 등을 누비며 각 화랑의 특징과 전속 작가를 샅샅이 살피기 위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년째 진행 중인 해외 인사 초청 프로그램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로, 한국 미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외 진출을 돕고자 마련됐다.이번 프로그램에서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찾은 19개 화랑은 학고재나 갤러리현대처럼 굵직한 곳부터 2020년대 문을 연 신예 갤러리까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화랑에 대한 호응이 컸다.창문으로 주변 한옥이 내다보이는 종로구 팔판동 화랑 ‘WWNN’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관한 기억과 인식을 다룬 전시도 관심이 높았다. 홍콩 아트 센트럴의 코리 앤드루 바 디렉터는 “한국 미술에 이미 왕관(crown)은 씌워졌다”며 “다른 도시와 비교해 전시 주제와 작품이 주변 환경 및 역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게 강점”이라고 평했다.전통 회화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업을 마주할 때도 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다보격(多寶格·장식장의 일종)과 십장생을 재해석한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이 대표적이다. 유럽 최초 아시아 현대미술 전문 아트페어인 아시아 나우의 창립자 알렉산드라 팡은 “한국 미술은 고유한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구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며 “K뷰티, K팝이 그렇듯 한국 미술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거장의 단색화부터 젊은 작가의 디지털아트까지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국내 화랑들은 “글로벌 아트페어들과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환영했다. 해외 아트페어는 공식 승인이나 초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큰 무기가 된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아트페어 참가 여부를 승인하는 위원회에 ‘아는 얼굴’이 있는지가 화랑에는 중요하다”며 “이들이 직접 화랑에 들러 공간까지 경험할 기회는 드물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도 “한국 미술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너무 멀고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반가워했다.나흘간 진행된 프로그램엔 관계자 간 네트워킹 행사 등도 포함됐다. 프리즈 아부다비의 알라누드 압둘라흐만 알 함마디 부디렉터는 “아트페어에 새 피를 수혈해줄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가 컸다”며 감탄했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지속적인 관계 형성과 신뢰 구축은 추후 전시 협업, 아트페어 참여 등으로 이어질 바탕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미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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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술에 이미 왕관 씌워졌다”…세계적 아트페어 책임자들 감탄

    “이 투어, 위험하다(This tour is quite dangerous).” 25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화랑 ‘페이지룸8’에 들어선 외국인 8명이 “내 지갑이 위험하다”며 일제히 장난치듯 볼멘소리했다. 벽에 걸린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매의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더니, 몇 점을 콕 집어 화랑 관계자에게 작가 이름과 가격을 물었다. 스마트폰 메모장과 사진첩은 작품 정보, 화랑 상호로 빼곡했다.아트 바젤 홍콩, 프리즈 아부다비, 미국 언타이틀드 아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총괄 디렉터와 수석 매니저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 모였다. 요즘 ‘핫한’ 신진·중견 화랑이 밀집된 종로, 용산 등을 누비며 각 화랑 특징과 전속 작가를 샅샅이 살피기 위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년째 진행 중인 해외 인사 초청 프로그램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로, 한국 미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외 진출을 돕고자 마련됐다.이번 프로그램에서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찾은 19개 화랑은 학고재나 갤러리현대처럼 굵직한 곳부터 2020년대 문을 연 신예 갤러리까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화랑에 대한 호응이 컸다. 창문으로 주변 한옥이 내다보이는 팔판동 화랑 ‘WWNN’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관한 기억과 인식을 다룬 전시도 관심이 높았다. 홍콩 아트 센트럴의 코리 앤드류 바 디렉터는 “한국 미술에 이미 왕관(crown)은 씌워졌다”며 “다른 도시와 비교해 전시 주제와 작품이 주변 환경 및 역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게 강점”이라고 평했다.전통 회화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업을 마주할 때도 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다보격(多寶格·장식장의 일종)과 십장생을 재해석한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이 대표적이다. 유럽 최초 아시아 현대미술 전문 아트페어인 아시아 나우의 창립자 알렉산드라 팡은 “한국 미술은 고유한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구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며 “K뷰티, K팝이 그렇듯 한국 미술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거장의 단색화부터 젊은 작가의 디지털아트까지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국내 화랑들은 “글로벌 아트페어들과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환영했다. 해외 아트페어는 공식 승인이나 초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큰 무기가 된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아트페어 참가 여부를 승인하는 위원회에 ‘아는 얼굴’이 있는지가 화랑에는 중요하다”며 “이들이 직접 화랑에 들러 공간까지 경험할 기회는 드물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도 “한국 미술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너무 멀고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반가워했다.나흘간 진행된 프로그램엔 관계자 간 네트워킹 행사 등도 포함됐다. 프리즈 아부다비의 알아누드 압둘라흐만 알함마디 부디렉터는 “아트페어에 새 피를 수혈해줄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가 컸다”고 감탄했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지속적인 관계 형성과 신뢰 구축은 추후 전시 협업, 아트페어 참여 등으로 이어질 바탕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미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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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약탈 문화재 반환’ 물꼬… 韓유산도 환수 기대

    2011년 4월 14일, 당시 많은 국민의 시선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집중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866년 병인양요로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이달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국회가 과거 식민지 등에서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 소장 유물은 양도 불가”란 기존 원칙을 깨고, 본국이 요청하면 별도 입법 없이 소유권까지도 돌려준다는 게 골자다. 대상은 1815년부터 1972년 사이에 약탈, 도굴, 암거래 등으로 반출된 유물. 시기적으로는 외규장각 의궤도 해당된다. 최근 서방 국가들에서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탈했던 유물을 반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제국주의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소유권은 유지한 채 ‘영구 대여’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거나, 국빈 방문 등 이벤트가 있을 때 선물하던 기존 관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 독일은 지난달 기존 ‘식민지 시기 취득품 반환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무조건적 반환, 대가 요구 없음”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아울러 ‘식민지 문화유산 및 인골 반환 조정위원회’ 설립도 공식화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최근 국립박물관과 문화유산청(RCE)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기관들이 소장한 식민지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로를 조사하도록 지원에 나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약탈한 ‘지지 아요퀘’를 110년 만에 되돌려줬다. 지지 아요퀘는 현지 에브리에 부족이 신성한 상징물로 여기는 대형 나무 북. 네덜란드도 19세기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영토)에서 불법 반출된 ‘베닌 브론즈’ 119점을 지난해 일괄 반환했다. 모두 소유권까지 돌려준 경우다. 이에 세계 29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환수도 탄력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5만6000여 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영국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 801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자성적 분위기 조성이 (반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방 국가들이 반환 조건으로 내건 ‘불법·강제 반출’ 여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은 상당수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반출 시점이 주로 국가 혼란기여서 과거 기록 등을 통해 불법성을 확증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도 높은 핵심 문화유산은 더 쉽지 않다. 이집트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이른바 ‘3대 약탈품’으로 불리는 로제타석과 덴데라 황도대, 네페르티티 흉상을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법이 마련돼도 관광객 유치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B급 유물’ 위주로 돌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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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방 ‘약탈 문화재 반환’ 확산…韓문화유산 환수 기대

    2011년 4월 14일, 당시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집중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866년 병인양요로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 날이었다.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이달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국회가 과거 식민지 등에서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 소장 유물은 양도 불가”란 기존 원칙을 깨고, 본국이 요청하면 별도 입법 없이 소유권까지도 돌려준다는 게 골자다. 대상은 1815년부터 1972년 사이에 약탈, 도굴, 암거래 등으로 반출된 유물. 시기적으로는 외규장각 의궤도 해당된다.최근 서방 국가들에서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탈했던 유물을 반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제국주의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소유권은 유지한 채 ‘영구 대여’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거나, 국빈 방문 등 이벤트가 있을 때 선물하던 기존 관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독일은 지난달 기존 ‘식민지 시기 취득품 반환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무조건적 반환, 대가 요구 없음”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아울러 ‘식민지 문화유산 및 인골 반환 조정위원회’ 설립도 공식화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최근 국립박물관과 문화유산청(RCE)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기관들이 소장한 식민지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로를 조사하도록 지원에 나섰다.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약탈한 ‘지지 아요퀘’를 110년 만에 되돌려줬다. 지지 아요퀘는 현지 에브리에 부족이 신성한 상징물로 여기는 대형 나무 북. 네덜란드도 19세기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영토)에서 불법 반출된 ‘베닌 브론즈’ 119점을 지난해 일괄 반환했다. 모두 소유권까지 돌려준 경우다.이에 세계 29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환수도 탄력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5만6000여 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영국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 801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자성적 분위기 조성이 (반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여전히 넘어야할 산들은 많다. 서방 국가들이 반환 조건으로 내건 ‘불법·강제 반출’ 여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은 상당수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반출 시점이 주로 국가 혼란기여서 과거 기록 등을 통해 불법성을 확증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주목도 높은 핵심 문화유산은 더 쉽지 않다. 이집트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이른바 ‘3대 약탈품’으로 불리는 로제타석과 덴데라 황도대, 네페르티티 흉상을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법이 마련돼도 관광객 유치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B급 유물’ 위주로 돌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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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속고 속이다가, 인간 사회는 이토록 정교해졌다

    태평양 일대 산호초에는 이른바 ‘사기꾼 물고기’가 산다. 정식 명칭 ‘청줄베도라치’인 이 물고기는 몸 색깔을 제멋대로 바꿔 남의 새끼인 양 군다. 주로 위장하는 건 다른 물고기의 입속 기생충이나 찌꺼기를 제거해 주는 ‘청소놀래기’. 청소 서비스를 받으러 온 손님 물고기들은 불쌍하게도 찌꺼기 대신 입안 살점을 뜯기며 청줄베도라치의 배를 불려주게 된다. “명예나 미덕과 달리 이 세상에서 부정행위는 더 실용적인 이유로 불가피”한지 모른다. 책은 이처럼 황당하고도 신비로운 자연 속 사기꾼들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러면서 동식물과 인간의 속임수가 단지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자연과 사회를 움직여 온 근본적 메커니즘’이란 시각을 제시한다. 동물의 행동과 사회적 신호를 바탕으로 ‘인류의 정직과 기만은 어떻게 공존하면서 진화했는가’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미국 센트럴워싱턴대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가 썼다. 허세와 무임승차, 거짓 경보 등 우리 일상과 직관적으로 연결해 볼 만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겼다. 수컷 공작이 “크고 화려하기만 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꽁지깃”을 갖도록 진화한 이유에 대해선 “무일푼 대학생이 BMW 컨버터블을 빌려 데이트 상대를 꼬드기는” 행동에 빗댄다. 가능한 한 빠르게 암컷에게 접근하고자 외형을 과장하는 수컷이 많다. 이에 암컷은 “훌륭한 수컷과 쭉정이를 차분히 구별할 전략으로서 충동성이 훨씬 약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인간의 속임수와 부정행위는 자연의 보편적 특성이다. 하지만 그 다양함과 복잡성은 다른 모든 생물종을 크게 뛰어넘는다. 일례로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세계관을 바꾸기 위해 완곡한 용어와 주관적인 현실을 만들어 낸다. ‘낙태 반대’는 ‘친(親)생명’으로, ‘지구 온난화’는 ‘기후 변화’로, ‘민간인 사상자’는 ‘부수적 피해’가 되는 식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 인상 깊다. “우리 부모님이 들려준 동화부터 정부의 선전 문구, 광고 캠페인까지. 인간은 가식과 거짓에 둘러싸여 평생을 보낸다.” 인간이 자꾸만 속고 속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를 다룬 대목에서 책은 빛을 발한다. 저자는 속임수가 역설적으로 인간 사회를 더욱 정교하게 만든 ‘진화적 엔진’이었다는 논리를 펼친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속임수는 일종의 군비 경쟁을 촉진한다. 속이는 자는 더 정밀한 가짜를, 속지 않으려는 자는 더 예리한 탐지 능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적당한 때 정직함을 드러내는 것도 전술이다. 이 치열한 창과 방패의 대결 속에서 사기꾼을 가려낼 법률과 윤리, 기술 혁신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비단 중근세 시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인터넷 시대 이후 해킹과 거짓 정보가 확산됨에 따라 사이버 보안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속임수라는 독(毒)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문명이라는 항체가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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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룡과 춘향이 만난 광한루, 보물지정 63년만에 국보로

    ‘춘향전’의 배경인 전북 ‘남원 광한루’(사진)를 국보로 지정한다고 국가유산청이 24일 밝혔다. 1963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된 지 63년 만의 승격이다.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로도 불리는 남원 광한루는 관리들의 연회와 시회(詩會)가 열리던 대형 관영 누각이다. 14세기 황희가 남원에 유배돼 세운 광통루(廣通樓)가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누각 주변의 호수와 섬, 오작교는 기행가사 ‘관동별곡’으로 잘 알려진 16세기 문인 송강 정철과 남원부사 장의국이 세웠다. 판소리 및 소설 ‘춘향전’도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1597년 정유재란 이후 여러 차례 수리·보수를 거쳤지만 큰 변화 없이 약 400년간 유지돼 왔다. 남원 광한루는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이 확정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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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향전 배경인 남원 광한루, 보물서 국보로 승격 예고

    조선시대 ‘춘향전’의 배경인 전북 ‘남원 광한루’가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가 될 전망이다.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관영누각인 남원 광한루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지 63년 만의 승격이다.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로도 불리는 남원 광한루는 관리들의 연회와 시회(詩會)가 열리던 누각이다. 14세기 황희(黃喜)가 남원에 유배돼 세운 광통루(廣通褸)가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누각 주변의 호수와 섬, 오작교는 기행가사 ‘관동별곡’으로 잘 알려진 16세기 문인 송강 정철(鄭澈)과 남원부사 장의국이 세웠다.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이 교류하며 시문을 짓던 공간이라는 의미가 크다.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재창작되는 판소리 및 소설 ‘춘향전’도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1597년 정유재란 이후 여러 차례 수리·보수를 거쳤으나, 큰 변화 없이 약 400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목조건축의 특징인 화려한 장식이 온돌, 계단 등 실용적 요소와 결합한 형태로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남원 광한루는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이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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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없는 충격파, 이란 古都 할퀴다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의 고도(古都) 이스파한이 공습당했다. 이때 타격 지점에서 1km가량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나크셰 자한 광장’까지 충격파와 지반 진동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페르시아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17세기 ‘샤 모스크(Shah Mosque)’는 화려한 청록색 타일과 모자이크 장식이 떨어져 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문화유산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직접 폭격이 아닌 공습 여파로도 문화유산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메르다드 헤자지 이스파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1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장단 회의에서 샤 모스크 사례를 들며 “폭격에서 350m 이상 멀어지면 눈에 띄는 훼손은 줄지만, 누적 충격에 따른 위험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격파와 지반 진동, 건물 내 높아진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했다. 헤자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피해가 컸던 ‘이란의 베르사유’ 골레스탄 궁전과 체헬 소툰은 군사 타격이 반경 100m 이내에서 벌어졌다. 두 건축물에선 페르시아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아라베스크 문양과 사방연속무늬 장식이 대량 파괴됐다. 또한 반경 100∼250m 거리에선 장식 요소에 중대한 손상이 생기거나, 창문과 문 등 접합 구조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위원장단 회의가 열린 날, 이란 문화유산부는 전국 유적과 문화유산 130여 곳이 직접 타격 또는 폭발 여파로 파손됐음을 공개했다. 이란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는 “전쟁 전후로 유적지 좌표를 교전 당사국들에 전달하고, 공중에서 식별할 수 있는 문화유산 보호 표식을 설치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과 미국 국무부는 “문화유적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고의적 파괴가 아님’을 주장하는 국가들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정조준이 아니란 이유로 가해국은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이 오랫동안 문제로 제기됐다”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역시 문화유산을 핀포인트로 때리지 않는 전략적 공중전이지만,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이번 조사 결과를 교훈 삼아 “문화유산을 보호할 실질적 대책을 구축해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 ‘전쟁 중 문화유산 공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 협약’(1954년)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전쟁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협약엔 가입돼 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ICOMOS 한국위원회 사무총장)는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인 만큼 우리나라도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 대비책을 고민해볼 때”라며 “실질적으로 문화재 파괴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국제 사회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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