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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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문화 일반22%
문학/출판16%
미술14%
인사일반14%
역사14%
음악8%
연극5%
대통령3%
요리/음식3%
기타1%
  • 국악 데이터 7000개 익힌 AI… ‘恨’까지 녹여 연주한다

    “국악기 5대 이상이 쓰인 웅장한 합주곡을 만들어 줘.” 최근 기자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음악 창작 플랫폼인 ‘뮤직FX’에 이렇게 입력하니, 국악은커녕 일본 전통극 가부키에서 들어봤음 직한 음악이 튀어나왔다. 일본 고유 악기인 ‘오쓰즈미(大鼓)’ 특유의 경쾌한 타음이 낯선 장단으로 연주됐고, 대나무 피리 ‘후에(笛)’처럼 날카로운 선율이 흘렀다. 글로벌 AI가 ‘국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벌어지는 일이다.하지만 최근 국립국악원이 개발 마무리 단계인 최초의 국악 전문 생성형 AI에 “가야금과 대금, 해금, 피리, 아쟁, 소리북, 거문고 등 국악기 7종이 합주하는 음원을 만들어 줘”라고 명령을 내리자 10초도 안 돼 단아한 분위기의 국악 선율이 흘러나왔다. ‘거문고 장단 추가’를 선택하자 기존 음원에 잘 어울리는 중중모리장단의 거문고 연주가 순식간에 더해졌다. 국악원 소속의 한 연주자는 “단순히 ‘국악 느낌’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전문 국악인이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 놀랍다”고 했다.● 국악기별 구조화된 데이터 7000여 개 구축국악원은 국내 AI 음악 생성 스타트업 뉴튠과 손잡고 올 5월부터 국악 AI 개발에 나섰다. AI가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려면 악기별 음색과 주법, 표현하는 정서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하지만 서양 클래식 음악과 달리 국악엔 그게 없다는 게 문제였다. 박승순 뉴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구글의 실시간 음악 생성 AI 모델인 마젠타는 약 200시간 분량의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실연 음원과 그를 구성하는 요소별 연주 데이터를 쌍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세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국악은 주로 구전심수(口傳心授·입으로 전해 주고 마음으로 가르침)로 전승돼 왔고, 출판본이나 전승 계보에 따라 음표가 달리 표시되기도 해 AI가 일관되게 학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결국 국악원 소속 연주자들이 올 7월부터 3개월간 매일 8시간씩 학습용 데이터로 쓰일 합주곡 1000여 곡을 녹음했다. 한 명씩 분리된 녹음실에서 같은 곡을 연주 및 녹음하는 방식으로 가야금, 대금 등 주요 악기는 물론이고 바라, 운라 등 다소 낯선 특수 타악기까지 총 24종의 악기별 멀티트랙 데이터 7000여 개를 구축했다. 녹음한 음악은 종묘제례악, 여민락 등 정악과 춘향가, 남도민요 등 민속악, 황병기 김기수 박범훈 등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은 창작국악을 아울렀다. 음원엔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박자나 분위기, 악기별 특징 등 핵심 요소에 대한 메타 데이터를 입력했다. 자진모리장단은 8분의 12박자로, ‘한(恨)’의 정서는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비장미’로 입력하는 식이다.● “국악 왜곡하던 기존 AI 문제 개선” 국악 생성 AI가 개발돼 사용자가 확대되면 국악이 글로벌 음악 창작 플랫폼에서 ‘동아시아풍 음악’으로 퉁쳐지던 문제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해금의 경우 농현(弄絃·줄을 떨어 소리내는 주법)이 잡음으로 인식돼 AI가 삭제해버리면서, 중국 전통 현악기 ‘얼후’로 연주한 듯한 음원이 만들어지는 실정이다. 국악 생성 AI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아직 “악보에 없는 미묘한 시김새(앞뒤 꾸밈음)나 순간적 호흡까지 생성해 내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개발이 마무리되면 국악과 서양 음악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창작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악원 측은 “한국문화정보원과 협력해 향후 가야금 병창 등 성악 영역까지 AI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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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한테 국악 가르치려 ‘학습용 합주곡’ 1000여곡 만들었어요”

    “국악기 5대 이상이 쓰인 웅장한 합주곡을 만들어 줘.”최근 기자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음악 창작 플랫폼인 ‘뮤직FX’에 이렇게 입력하니, 국악은커녕 일본 전통극 가부키에서 들어봤음 직한 음악이 튀어나왔다. 일본 고유 악기인 ‘오쓰즈미(大鼓)’ 특유의 경쾌한 타음이 낯선 장단으로 연주됐고, 대나무 피리 ‘후에(笛)’처럼 날카로운 선율이 흘렀다. 글로벌 AI가 ‘국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벌어지는 일이다.하지만 최근 국립국악원이 개발 마무리 단계인 최초의 국악 전용 생성형 AI에 “가야금과 대금, 해금, 피리, 아쟁, 소리북, 거문고 등 국악기 7종이 합주하는 음원을 만들어 줘”라고 명령을 내리자 10초도 안 돼 단아한 분위기의 국악 선율이 흘러나왔다. ‘거문고 장단 추가’를 선택하자 기존 음원에 잘 어울리는 중중모리장단의 거문고 연주가 순식간에 더해졌다. 국악원 소속의 한 연주자는 “단순히 ‘국악 느낌’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전문 국악인이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 놀랍다”고 했다.● 국악기별 구조화된 데이터 7000여 개 구축국악원은 국내 AI 음악 생성 스타트업 뉴튠과 손잡고 올 5월부터 국악 AI 개발에 나섰다. AI가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려면 악기별 음색과 주법, 표현하는 정서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하지만 서양 클래식 음악과 달리 국악엔 그게 없다는 게 문제였다.박승순 뉴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구글의 실시간 음악 생성 AI 모델인 마젠타는 약 200시간 분량의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실연 음원과 그를 구성하는 요소별 연주 데이터를 쌍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세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국악은 주로 구전심수(口傳心授·입으로 전해 주고 마음으로 가르침)로 전승돼 왔고, 출판본이나 전승 계보에 따라 음표가 달리 표시되기도 해 AI가 일관되게 학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결국 국악원 소속 연주자들이 올 7월부터 3개월간 매일 8시간씩 학습용 데이터로 쓰일 합주곡 1000여 곡을 녹음했다. 한 명씩 분리된 녹음실에서 같은 곡을 연주 및 녹음하는 방식으로 가야금, 대금 등 주요 악기는 물론이고 바라, 운라 등 다소 낯선 특수 타악기까지 총 24종의 악기별 멀티트랙 데이터 7000여 개를 구축했다. 녹음한 음악은 종묘제례악, 여민락 등 정악과 춘향가, 남도민요 등 민속악, 황병기 김기수 박범훈 등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은 창작국악을 아울렀다. 음원엔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박자나 분위기, 악기별 특징 등 핵심 요소에 대한 메타 데이터를 입력했다. 자진모리장단은 8분의12박자로, ‘한(恨)’의 정서는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비장미’로 입력하는 식이다.● “국악 왜곡하던 기존 AI 문제 개선”국악 생성 AI가 개발돼 사용자가 확대되면 국악이 글로벌 음악 창작 플랫폼에서 ‘동아시아풍 음악’으로 퉁쳐지던 문제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해금의 경우 농현(弄絃·줄을 떨어 소리내는 주법)이 잡음으로 인식돼 AI가 삭제해버리면서, 중국 전통 현악기 ‘얼후’로 연주한 듯한 음원이 만들어지는 실정이다.국악 생성 AI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아직 “악보에 없는 미묘한 시김새(앞뒤 꾸밈음)나 순간적 호흡까지 생성해 내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개발이 마무리되면 국악과 서양 음악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창작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악원 측은 “한국문화정보원과 협력해 향후 가야금 병창 등 성악 영역까지 AI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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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주류가 된 B급 문화… 통속의 재발견

    1990년대 초반 영상 광고와 뉴미디어가 등장하자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간 경계는 빠르게 흐려졌다. 한때 수동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그쳤던 소비자의 주체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생산자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여기에 민주화 열기가 가세하자, ‘통속(通俗)’ 문화를 저속한 것으로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통속의 의미가 변화하는 역사를 짚은 학술서다. 식민지 시기와 광복 전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대 등 시기별로 발간된 신문과 잡지, 사전, 비평문을 촘촘하게 분석해 통속이라는 개념이 소위 지식인과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다층적으로 살핀다. 한국 문화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썼다. 통속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저자는 “통속이 갖는 의미는 시대별로 정치사회적, 문화적 조건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1960년 4·19혁명을 제시한다. 당시 정치적, 문화적 주체로 통속과 민중, 대중 등 단어가 갖는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혁명의 열기가 식으면서 대중은 “욕구불만을 표출하며 제도를 위협하는 존재”, 통속은 “촌스럽고 안이한 것”으로 다시금 규정됐다고 한다. 과거 가벼운 대중문화로 여겨지던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 위상은 끝모르게 높아졌다. 이젠 K팝 응원봉이 집회에 쏟아지는 시대다. 한때 통속적으로 치부됐던 한국 대중문화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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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홀린 ‘이건희 컬렉션’… 한달새 1.5만명 관람

    “와, ‘더피’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기증품의 첫 국외순회전이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에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막 1개월 만에 관람객 1만5000명을 돌파했으며, 국내에서 가져간 문화상품 ‘뮷즈(MU:DS)’는 며칠 만에 동이 났다.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은 18일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누적 관람객이 1만566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중박에 따르면 이는 해당 박물관에서 앞서 열린 동일 규모 특별전보다 25%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특별전은 ‘법고대(法鼓臺)’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 몰이의 주역이 되고 있다. 법고대는 사찰에서 불교 의식 때 쓰는 북 받침대. 그런데 전시된 법고대가 해태의 형상을 하고 있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캐릭터 더피를 닮았다”며 현지에서 화제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황선우 큐레이터는 “전시 문화유산 가운데 법고대와 달항아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전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국외순회전은 국보 7건과 보물 15건을 포함한 국중박 소장품 172건이 전시됐다. 북미에서 한국미술 특별전이 이처럼 대규모로 열리는 건 1980년대 초 ‘한국미술 5000년 전’ 이후 약 40년 만이다. 역시 ‘케데헌’에 등장하는 ‘일월오악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조선시대 순백자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사발’ 등도 관심 많은 전시품들이다. 함께 선보인 박물관 굿즈도 엄청난 인기다. 1차로 공수해 간 문화상품들은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특히 조선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를 활용한 조명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첫 물량의 약 3배에 이르는 문화상품이 추가로 주문됐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특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힘과 예술성을 세계인이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건희 컬렉션 국외순회전의 워싱턴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열린다. 이후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미 시카고박물관,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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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더피 왔다” 美 스미스소니언서 ‘법고대’ 인기몰이

    “와, ‘더피’다!”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기증품의 첫 국외순회전이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에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막 1개월 만에 관람객 1만5000명을 돌파했으며, 국내에서 가져간 문화상품 ‘뮷즈(MU:DS)’는 며칠 만에 동이 났다.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은 18일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누적 관람객이 1만566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중박에 따르면 이는 해당 박물관에서 앞서 열린 동일 규모 특별전보다 25%가량 늘어난 수치다.특히 특별전은 ‘법고대(法鼓臺)’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의 주역이 되고 있다. 법고대는 사찰에서 불교 의식 때 쓰는 북 받침대. 그런데 전시된 법고대가 해태의 형상을 하고 있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캐릭터 더피를 닮았다”며 현지에서 화제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황선우 큐레이터는 “전시 문화유산 가운데 법고대와 달항아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전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이번 ‘이건희 컬렉션’ 국외순회전은 국보 7건와 보물 15건을 포함한 국중박 소장품 172건이 전시됐다. 북미에서 한국미술 특별전이 이처럼 대규모로 열리는 건 1980년대 초 ‘한국미술 5000년 전’ 이후 약 40년 만이다. 역시 ‘케데헌’에 등장하는 ‘일월오악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조선시대 순백자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사발’ 등도 관심 많은 전시품들이다. 함께 선보인 박물관 굿즈도 엄청난 인기다. 1차로 공수해 간 문화상품들은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특히 조선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를 활용한 조명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첫 물량의 약 3배에 이르는 문화상품이 추가로 주문됐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특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힘과 예술성을 세계인이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건희 컬렉션 국외순회전의 워싱턴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열린다. 이후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미 시카고박물관,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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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에 조의” 안중근 유묵, 20일 첫 일반 공개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쓴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吊日本·사진)’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경기도는 “20일부터 경기도박물관(용인시 기흥구) 기증실에서 안 의사를 조명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를 열고 ‘장탄일성 선조일본’ 등을 전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유묵은 안 의사가 1910년 3월 중국 뤼순형무소에서 순국하기 전 “긴 탄식의 한마디 말로 일제에 미리 조의를 표한다”는 뜻을 담아 썼다. ‘동양지사 대한국인 안중근 뤼순옥중 서(書)’라고 쓰고 낙관을 했다. 유묵은 윤봉길의사기념센터와 경기도가 협력해 올 8월 고국의 품에 안겼다. 안 의사의 재판을 관할하던 중국 만주 관동도독부의 일본인 고위 관리가 입수했다가 그 후손이 물려받아 보관해 왔다. 폭 41.5cm, 길이 135.5cm의 명주 천에 쓰였으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그대로 드러내 그 의미가 크다. 개막식이 열리는 20일 박물관 아트홀에선 ‘안중근 통일평화포럼’도 개최된다. 김광만 윤봉길의사기념센터장이 유묵의 발굴 경위와 소장 내력을 소개하고,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이 작품을 분석할 예정이다. 내년 4월 5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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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내년 인류무형유산 도전… ‘단원고 4·16…’은 기록유산 추진

    ‘태권도’가 내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세월호 참사 기록물인 ‘단원고 4·16 아카이브’도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나선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태권도의 남북 공동 등재 추진 등을 통해 유네스코 유산을 확대하고 국제사회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비해 ‘개성 만월대 공동조사’ 재개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했다. 현재 남북이 공동 등재한 인류무형유산은 ‘아리랑’과 ‘김장 문화’가 있다. ‘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추진된다. 희생된 학생들의 일상이 담긴 자료와 국민 추모 활동, 유가족과 생존자의 회복 노력에 관한 기록물을 아우른다. 16∼17세기 조리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도 기록유산 등재 후보가 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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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중근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 20일 경기도박물관서 첫 공개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쓴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吊日本)’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경기도는 “20일부터 경기도박물관(용인시 기흥구) 기증실에서 안 의사를 조명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를 열고 ‘장탄일성 선조일본’ 등을 전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유묵은 안 의사가1910년 3월 중국 뤼순형무소에서 순국하기 전 “긴 탄식의 한마디 말로 일제에 미리 조의를 표한다”는 뜻을 담아 썼다. ‘동양지사 대한국인 안중근 뤼순옥중 서(書)’라고 쓰고 낙관을 했다.유묵은 윤봉길의사기념센터와 경기도의 협력으로 올 8월 고국 품에 안겼다. 안 의사의 재판을 관할하던 중국 만주 관동도독부의 일본인 고위 관리가 입수했다가 그 후손이 물려받아 보관해 왔다. 폭 41.5cm, 길이 135.5cm의 명주 천에 쓰였으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그대로 드러내 그 의미가 크다.개막식이 열리는 20일 박물관 아트홀에선 ‘안중근 통일평화포럼’도 개최된다. 김광만 윤봉길의사기념센터장이 유묵의 발굴경위와 소장내력을 소개하고,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이 작품을 분석할 예정이다. 내년 4월 5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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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남북 공동 등재 추진

    ‘태권도’가 내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세월호 참사 기록물인 ‘단원고 4·16 아카이브’도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나선다.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태권도의 남북 공동 등재 추진 등을 통해 유네스코 유산을 확대하고 국제사회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비해 ‘개성 만월대 공동조사’ 재개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북한은 지난해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했다. 현재 남북이 공동 등재한 인류무형유산은 ‘아리랑’과 ‘김장 문화’가 있다.‘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추진된다. 희생된 학생들의 일상이 담긴 자료와 국민 추모 활동, 유가족과 생존자의 회복 노력에 관한 기록물을 아우른다. 16~17세기 조리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도 기록유산 등재 후보가 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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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 국감보다 더 긴장돼…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대사 좋았죠”

    “저 위로 가자. 포플러가 있는 곳, 바람이 부는 곳. 우리 좀 영웅적으로 살자.”1959년 프랑스의 한 퇴역 군인 요양원. 제1차 세계대전에서 장교로 활약했던 참전용사 ‘필립’(이영훈)은 눈빛에 들뜸과 미련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전쟁터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 뒤 불안을 겪는 친구 ‘앙리’(최용민)는 “네 처지를 좀 돌아봐. 난 산책이나 간다”며 쌀쌀맞게 거절한다. 하나 그 목소리엔 누구보다 모험을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났다.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화동연우회의 32번째 정기 공연 ‘바람의 용사들’ 연습 현장을 10일 찾았다. 퇴역 장교 필립 역을 맡은 배우가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라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가 무대에 서는 건 1979년 ‘우리들의 저승’ 이후 약 46년 만. 이날 이 전 관장은 “국정감사보다 더 긴장되는 게 연기”라며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걸 후회막심할 정도로 부담감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바람의 용사들’은 노인이 된 세 참전용사 필립과 앙리, 구스타프(이우종)의 요양원 탈출기를 재기발랄한 대사와 따스한 유머로 풀어낸다. 프랑스 극작가 제랄드 시블리라스가 쓴 희곡 ‘포플러에 부는 바람’이 원작. 제25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김광림 연출가 겸 극작가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이른바 ‘국중박’을 포함해 경주와 부여, 청주, 전주 등 여러 국립박물관 수장을 지냈던 이 전 관장의 연기 재도전은 무척 이례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연극과의 인연은 경기고 연극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연우무대의 1977년 창단공연 ‘아침에는 늘 혼자예요’에선 서울대 재학 중 주연을 맡기도 했다.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연극이 좋았어요. 1982년 박물관에 입사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죠.”짧지만 강렬했던 연극 인생은 ‘박물관 사람’으로서 가지를 뻗게 하는 양분이 됐다고.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자리에 있던 국중박이 용산으로 이전하던 2004년, 당시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던 이 전 관장은 유물이 빠진 약 80평 공간에 두 반가사유상을 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전시해 주목받았다. 이 전 관장은 “연극도 박물관 전시도 공간감과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며 “학창 시절 연극을 하면서 그 감각이 체화된 것 같다”고 했다.이날 연습에서 이 전 관장은 김 감독의 따끔한 지적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1991년 결성된 화동연우회는 가수 겸 연출가 김민기와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 배우 이낙훈 등 거목들이 거쳐 갔다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도 적지 않을 터. 김 감독은 넌지시 “옛날부터 꾀부릴 줄 모르던 사람”이라고 귀띔했다.이 전 관장은 ‘바람의 용사들’에서 어떤 대사를 가장 좋아할까. 그는 “나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죽지 않았어”를 꼽았다.“요즘 제 나이면 정말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일본학과 학부 4학년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고 붓글씨랑 그림, 드럼도 배우고 있어요. 관객에게도 ‘바람의 용사들’이 느끼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달 2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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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6년만에 무대 복귀 이영훈 前관장 “국감보다 연기가 더 긴장돼”

    “저 위로 가자. 포플러가 있는 곳, 바람이 부는 곳. 우리 좀 영웅적으로 살자.”1959년 프랑스의 한 퇴역 군인 요양원. 제1차 세계대전에서 장교로 활약했던 참전용사 ‘필립’(이영훈)은 눈빛에 들뜸과 미련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전쟁터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 뒤 불안을 겪는 친구 ‘앙리’(최용민)는 “네 처지를 좀 돌아봐. 난 산책이나 간다”며 쌀쌀맞게 거절한다. 하나 그 목소리엔 누구보다 모험을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났다.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화동연우회의 32번째 정기 공연 ‘바람의 용사들’ 연습 현장을 10일 찾았다. 퇴역 장교 필립 역을 맡은 배우가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라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가 무대에 서는 건 1979년 ‘우리들의 저승’ 이후 약 46년 만. 이날 이 전 관장은 “국정감사보다 더 긴장되는 게 연기”라며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걸 후회막심할 정도로 부담감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바람의 용사들’은 노인이 된 세 참전용사 필립과 앙리, 구스타프(이우종)의 요양원 탈출기를 재기발랄한 대사와 따스한 유머로 풀어낸다. 프랑스 극작가 제랄드 시블리라스가 쓴 희곡 ‘포플러에 부는 바람’이 원작. 제25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김광림 연출가 겸 극작가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이른바 ‘국중박’을 포함해 경주와 부여, 청주, 전주 등 여러 국립박물관 수장을 지냈던 이 전 관장의 연기 재도전은 무척 이례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연극과의 인연은 경기고 연극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연우무대의 1977년 창단공연 ‘아침에는 늘 혼자예요’에선 서울대 재학 중 주연을 맡기도 했다.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연극이 좋았어요. 1982년 박물관에 입사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죠.”짧지만 강렬했던 연극 인생은 ‘박물관 사람’으로서 가지를 뻗게 하는 양분이 됐다고. 국중박의 조선 왕실 관련 소장품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대거 이전됐던 2004년, 당시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던 이 전 관장은 유물이 빠진 약 80평 공간에 두 반가사유상을 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전시해 주목받았다. 현재 ‘사유의 방’으로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전시 공간이다. 이 전 관장은 “연극도 박물관 전시도 공간감과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며 “학창 시절 연극을 하면서 그 감각이 체화된 것 같다”고 했다.이날 연습에서 이 전 관장은 김 감독의 따끔한 지적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1991년 결성된 화동연우회는 가수 겸 연출가 김민기와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 배우 이낙훈 등 거목들이 거쳐 갔다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도 적지 않을 터. 김 감독은 넌지시 “옛날부터 꾀부릴 줄 모르던 사람”이라고 귀띔했다.이 전 관장은 ‘바람의 용사들’에서 어떤 대사를 가장 좋아할까. 그는 “나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죽지 않았어”를 꼽았다.“요즘 제 나이면 정말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일본학과 학부 4학년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고 붓글씨랑 그림, 드럼도 배우고 있어요. 관객에게도 ‘바람의 용사들’이 느끼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달 2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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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저리’ ‘어 퓨 굿 맨’ 라이너 감독, 숨진채 발견

    영화 ‘미저리’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어 퓨 굿 맨’ 등을 연출한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롭 라이너(사진)가 부인과 함께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향년 78세. 미 로스앤젤레스소방국(LAFD)은 14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에 있는 자택에서 라이너 감독과 그의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라이너 감독의 유족은 “갑작스러운 상실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에 사생활을 보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살인사건 용의자가 부부의 아들인 닉 라이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연예매체 피플은 닉을 용의자로 지목하며 “10대 초반부터 약물 중독을 겪었고, 15세 무렵부터 재활 시설을 오갔다”고 전했다. 다만 LAPD는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특정인을 용의자로 지목하기 어려우며, 아직 구금된 사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너 감독은 1984년 영화 ‘디스 이즈 스파이널 탭’의 연출을 맡으며 데뷔했다. 이후 1989년 멕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털이 출연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미저리’(1990년)와 ‘어 퓨 굿 맨’(1992년), ‘버킷 리스트’(2008년)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다. 배우 제러미 런던은 소셜미디어에 “할리우드에 결코 채워지지 않을 공백을 남길 것”이라고 애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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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저리’ 롭 라이너 감독 부부 피살…용의자로 아들 거론

    영화 ‘미저리’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어 퓨 굿 맨’ 등을 연출한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롭 라이너가 부인과 함께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향년 78세.미 로스앤젤레스소방국(LAFD)은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에 있는 자택에서 라이너 감독과 그의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라이너 감독의 유족은 “갑작스러운 상실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에 사생활을 보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현지에선 살인사건 용의자가 부부의 아들인 닉 라이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연예매체 피플은 닉은 용의자로 지목하며 “10대 초반부터 약물 중독을 겪었고, 15세 무렵부터 재활 시설을 오갔다”고 전했다. 다만 LAPD는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특정인을 용의자로 지목하기 어려우며, 아직 구금된 사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롭 라이너 감독은 1984년 영화 ‘디스 이즈 스파이널 탭’의 연출을 맡으며 데뷔했다. 이후 1989년 멕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탈이 출연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미저리’(1990년)와 ‘어 퓨 굿 맨’(1992년), ‘버킷 리스트’(2008년)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다. 배우 제레미 런던은 소셜미디어에 “할리우드에 결코 채워지지 않을 공백을 남길 것”이라고 애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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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10시간 업무보고서 10만자 쏟아내… 野 “권력 과시 정치쇼”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으로 생중계로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에서 주요 부처는 물론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질문 세례를 쏟아낸 것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상 1인 국정감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야당은 “권력 과시 정치 쇼”, “전(前) 정권 인사에 대한 공개적 망신 주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업무보고 과정에서 위서(僞書)로 평가되는 환단고기(桓檀古記)를 ‘문헌’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역사 인식 논란이 확산된 것은 물론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외화 밀반출 검색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책에 공개 반박에 나서는 등 곳곳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李 이틀 업무보고 동안 10만 자 쏟아내 11, 12일 이틀간 진행된 업무보고를 14일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은 10시간가량 이어진 업무보고에서 40%가량을 직접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의 업무보고와 답변 시간을 제외하면 배석한 김민석 국무총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 시간은 거의 없이 이 대통령이 홀로 질문을 던지거나 의견을 개진한 셈이다. 이틀간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한 발언을 글자 수로 환산하면 총 10만2152자에 달한다.주로 이 대통령이 보고 내용에 대해 질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업무보고 과정에선 논란성 발언들도 생중계로 여과 없이 전달됐다. 이 대통령은 12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환단고기 신봉자) 논쟁’을 거론하면서 “고대 역사 논쟁인데 그런 건 (연구) 안 하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또 환단고기를 ‘문헌’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환단고기는 고조선 이전 상고(上古) 시대의 한민족 역사를 다룬 책으로 고대엔 한민족이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 등까지 지배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하지만 주류 학계에선 기록상 내용이 모순되고, 제대로 된 원본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근대 이후 날조된 위서(僞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고대사학회는 2017년 책 ‘우리 시대의 한국고대사1’에서 환단고기에 대해 “민족주의가 과도하게 반영된 유사 역사학”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14일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가 구체가 아니라는) 지구평평설’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는) 달착륙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 기관이 의미 있게 다뤄줘야 하는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환단고기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문제 인식이 있을 수 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은 분명한 역사관 아래에서 역할을 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野 인사 겨냥 표적 질의 논란도 일부 기관장을 강하게 질책하는 장면이 실시간 공개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에게 질책이 집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내년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지만 이 사장이 즉답을 하지 못하자 “다른 데 가서 노시냐”,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가 끝난 뒤엔 발언권을 신청해 책에 끼워 현금을 밀반출하는 사례에 대해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이 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14일에는 페이스북에 “대통령님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반박했다. 다만 관세청에 따르면 책갈피에 외화를 넣더라도 지나치게 책이 부푸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공항공사 보안검색대나 세관의 엑스레이 검색에서 적발이 가능하다. 100달러 지폐 100장 이상의 외환을 반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11일에는 국민의힘 4선 출신인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게 “공사가 나서서 해외에 새로운 수출 품목을 확대한 게 있냐”고 질문했다. 홍 사장이 ‘라면’을 사례로 거론하자 “라면이 대표적인 예다? 라면은 기업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내용을 떠나 귀에 남은 것은 대통령의 말투와 태도였다. 조롱, 면박, 비아냥”이라고 했다. 이에 김남준 대변인은 “야당이 그렇게 바라보니까 그런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서도 업무보고 과정에서 야권 출신 기관장들에 대한 질책이 부각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체 업무보고 중) 혼나는 (야권) 기관장들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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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故 김지미에 금관문화훈장 추서…“한 시대의 영화 문화 상징”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한국의 리즈 테일러’ 고 김지미 배우에게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배우에게 금관문화훈장이 주어진 건 지난달 별세한 고 이순재 배우에 이어 역대 4번째다.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원로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고인에게 최고 등급의 문화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고 밝혔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고인은 앞서 1997년 보관문화훈장(3등급), 2016년 은관문화훈장(2등급)을 받았다. 문체부는 “고인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한 시대의 영화 문화를 상징하는 배우였다”며 “우리나라 영화 제작 기반을 확충하고, 영화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도 실질적 역할을 했다”고 수훈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배우로는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 등이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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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제인 오스틴 낳은 ‘숨은 오스틴’ 8인

    사생아로 태어난 영국의 시골 소녀 에블리나는 예절이나 관습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훗날 그와 사랑에 빠지는 남성은 예의 바르고 신분 높은 오빌 경. 사실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오빌 경은 에블리나의 부족한 경험을 오해해 “나약한 소녀”라고 평가하고, 그 말을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에블리나는 “무례한 남자”라며 화를 낸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영문학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로 꼽히는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에서 주인공 남녀가 사랑에 빠진 과정과 얼추 비슷하다. 그런데 소설 ‘에블리나’는 ‘오만과 편견’보다 35년이나 일찍 출간됐다. 실제 오스틴은 ‘에블리나’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도 전해진다. 그런데 이 소설을 쓴 18세기 여성 작가 ‘프랜시스 버니’의 이름이 오늘날 낯선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이처럼 오스틴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문학사에서 지워진 8명의 여성 작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마리아 에지워스, 해나 모어, 샬럿 레넉스 등 오스틴보다 먼저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줬던 여성 작가들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오스틴이 위대한 작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영문학사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는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미국에서 희귀서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저자는 여성 작가들의 여러 판본을 샅샅이 뒤져가며 오스틴 작품과의 연관성을 밝혀낸다. 가령 오스틴의 소설 ‘노생거 사원’ 속 여주인공이 탐독하는 한 고딕 소설은 앤 래드클리프가 1794년 펴낸 ‘우돌포의 비밀’이다. 여주인공이 자기 삶의 통제권을 되찾고자 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이 소설이 ‘노생거 사원’의 서사와 메시지, 심지어는 문체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책은 단순히 문학사 속 여성의 존재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정전(正典·canon) 목록에서 여성 작가의 작품이 보기 드문 이유를 구조적으로 따지며 논지를 확장시킨다. 저자는 18세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소설을 출판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들 작품 대부분은 정전 반열에 들지 못했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정전이 될 작품을 주로 남성 평론가들이 정해 왔다는 걸 꼽는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예술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 작가들이 두각을 보인 로맨스 장르는 남성 평론가 중심 사회에서 과소평가돼 왔다. 하지만 당대 여성들에게 사랑과 결혼은 단순히 감정을 넘어 경제적, 법적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워즈워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준 시인 샬럿 스미스는 도박꾼 남편을 감옥에서 꺼내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이는 로맨스가 쉽게 쓰이고 가볍게 읽힌 장르가 아닌, 여성의 삶을 진지하게 다룬 문학이었음을 일깨운다. 남성 작가 위주의 문단이 유독 여성 작가들에게 가혹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여성 작가의 경우 최고로 판명 나지 않으면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없었다. “나는 새뮤얼 리처드슨의 소설이 오스틴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을 읽지 말라고 주장하는 비평가나 사학자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버니는 오스틴과의 결투에 빠짐없이 끌려나와 거기서 지면 정전 명단에서 바로 지워진다”고 꼬집는다. 올해 제인 오스틴 탄생(1775년 12월 16일) 250주년을 맞아, 오스틴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근사한 책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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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별미서 여름 대중 음식으로… 냉면, 세상밖으로 나오다

    “서관(西關)은 10월이라 한 자나 눈이 쌓였으니/…손님 대접 간곡하다/…/눌러 뽑은 냉면에 배추김치 푸르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시를 보면 ‘냉면’은 눈이 쌓였을 때 먹는 음식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엔 “한겨울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면서 동치밋국에 말아 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당시엔 귀한 음식이라 양반도 특별한 날에야 먹을 수 있었다. 냉면을 널리 먹을 수 있게 된 건 19세기 중후반 이후 농업과 기술이 발달한 결과다. 때문에 요즘은 냉면이 여름철에 더 인기지만, 애호가들은 여전히 겨울에 먹어야 제맛으로 친다. 최근 발간된 교양서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 역사)와 ‘다시 쓰는 한국 풍속’(김용갑 지음·어문학사)을 통해 냉면이 확산된 과정을 살펴봤다.● 19세기 말 직장인 ‘최애’ 음식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문화재학)에 따르면 19세기 중반 감자 재배가 확대되면서 냉면 먹을 기회도 늘어났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점성이 없어 국수로 뽑기 까다로웠는데, 감자녹말을 섞으면서 제조가 수월해졌다. 김 박사는 “감자녹말 이전에는 메밀가루에 녹두 녹말을 더해 국수로 만들었는데, 녹두 녹말은 귀한 재료여서 냉면 국수로 보급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국내 외식업이 활성화되며 냉면도 널리 퍼졌다. ‘냉면의 역사’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한 개항장과 서울,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선 빨리 만들어 간단히 한 끼 때울 수 있는 냉면이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특히 전화와 자전거의 보급이 가져온 ‘배달 음식’ 문화의 확산과도 직결된다. 도시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냉면 가게 매출의 상당 부분은 1884년 제물포에서 처음 등장한 자전거 배달 주문 덕이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는 “당대 직장인들은 점심 때 전화로 냉면을 주문했고, 음식점들은 앞다퉈 전화를 개설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빙 기술과 인공 조미료 등장 20세기 들어선 얼음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며 ‘여름철 냉면’이 대중화했다. 얼음을 한강 등에서 캐서 저장하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술은 1910∼1930년대 빠르게 발달했다.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국수를 뽑을 수 있는 ‘철제 국수틀’도 보급됐다. 강 교수는 “100년 전인 1925년 냉면은 통상 한 그릇에 15전(100전=1원)에 팔렸다”며 “보통학교 교사의 급여가 40∼60원 하던 시절이니 서울과 평양 등에선 부담이 크지 않은 외식 메뉴였다”고 했다. 1908년 일본에서 개발된 인공 조미료 ‘아지노모토(味の素)’ 역시 여름 냉면을 확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여름에 굳이 동치미를 담글 필요 없이 손쉽게 감칠맛을 낼 수 있게 된 것. 아지노모토의 국내 광고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925년부터 약 15년간 동아일보에 아지노모토 광고는 총 90건이 실렸다. 이 중 18건(20%)에서 냉면이 삽화나 광고 카피로 등장했다. 1930년대 평양, 부산 등에선 아지노모토 소매상 모임까지 생길 정도로 조미료가 인기였다.요즘은 흔히 냉면에 ‘만두’를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이는 밀가루가 흔해진 1980년대 이후에 생긴 문화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에 따르면 남한에선 1970년대까지도 강원과 경기를 제외하면 만두가 흔한 음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 박사는 “1970년대 쌀 자급화를 이루고 나서야 밀가루가 외식이나 별식용으로도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밀가루 반죽으로 빚는 고기만두는 1980년대 이후 한반도 중부 이남으로도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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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반집 특별한 날만 먹던 냉면, 19세기엔 직장인 ‘최애 배달음식’으로

    “서관(西關)은 10월이라 한 자나 눈이 쌓였으니/…손님 대접 간곡하다/…/눌러 뽑은 냉면에 배추김치 푸르네”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시다. 조선시대에 냉면은 “한겨울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면서 동치밋국에 말아 먹는 음식”이었다. 귀한 음식이었기에 양반집이나 특별한 날에야 먹을 수 있었다. 냉면을 널리 먹을 수 있게 된 건 19세기 중후반 이후 농업과 기술이 발달한 결과다.찬 바람 부니, 바야흐로 냉면과 만두의 계절이다. 최근 발간된 교양서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 역사)와 ‘다시 쓰는 한국 풍속’(김용갑 지음·어문학사)을 통해 이들 음식의 역사를 살펴봤다.● 19세기 냉면은 ‘직장인 최애 배달음식’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문화재학)에 따르면 19세기 중반 우리나라에 감자 재배가 확대되면서 냉면을 먹을 기회가 늘었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점성이 없어 당시엔 국수로 뽑기 까다로웠는데, 감자녹말을 섞으면서 제조가 수월해진 것. 김 박사는 “감자녹말 이전에는 메밀가루에 녹두 녹말을 더해 국수로 만들었는데, 녹두 녹말은 귀한 재료였기에 냉면 국수로 보급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특히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국내 외식업이 활성화하면서 냉면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냉면의 역사’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한 개항장과 서울,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서는 빠르게 만들어 간단히 한 끼 때울 수 있는 냉면이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는 전화와 자전거의 보급으로 인한 ‘배달 음식’ 문화의 확산과도 직결된다. 도시에 우후죽순 생겨난 냉면 가게의 매출 상당 부분은 1884년 제물포에 처음 등장한 자전거 배달 주문이 차지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는 “당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전화로 냉면을 주문했고, 음식점들은 앞다퉈 전화를 개설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빙 기술·인공조미료가 여름냉면에 날개20세기 들어 얼음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여름철 냉면’이 대중화했다. 얼음을 한강 등에서 캐서 저장하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술은 1910~1930년대 빠르게 발달했다.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국수를 뽑을 수 있는 철제 국수틀도 보급됐다. 강 교수는 “100년 전인 1925년 냉면은 통상 한 그릇에 15전(100전=1원)에 팔렸다”며 “보통학교 교사의 급여가 40~60원 하던 시절이므로 서울과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선 부담이 크지 않은 외식 메뉴였다”고 했다.1908년 일본에서 개발된 인공조미료 아지노모토 역시 여름 냉면을 확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여름에 굳이 동치미를 담글 필요 없이 손쉽게 감칠맛을 낼 수 있게 된 것. 아지노모토의 국내 광고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925년부터 약 15년간 동아일보에는 아지노모토 광고 총 90건이 실렸는데, 그중 18건(20%)에서 냉면이 삽화나 광고카피로 등장했다. 1930년대 평양, 부산 등 지역엔 아지노모토 소매상 모임까지 생겨날 정도로 조미료가 인기였다.오늘날 냉면에 흔히 곁들여 먹는 만두가 메뉴판에 들어온 건 밀가루가 더욱 흔해 진 198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에 따르면 남한에선 1970년대까지도 강원도와 경기도 말고는 만두가 흔한 음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 박사는 “밀가루 반죽으로 빚는 고기만두는 1980년대 이후에야 한반도 중부 이남으로도 확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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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석 30주기… 내달 학전으로 모여요

    ‘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1964∼1996)의 30주기를 기리는 기념 공연과 노래 경연대회가 내년 1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옛 학전 소극장)에서 열린다. 김광석추모사업회는 “내년 1월 4일과 6일 ‘광석이 다시 만나기’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로 시작된 이 행사는 해마다 고인의 기일인 1월 6일 학전에서 꾸준히 열리면서 신진 음악인을 발굴해 왔다. 내년 30주기를 맞아 기존 경연 외에도 김광석의 음악을 함께 하는 공연도 마련됐다. 1월 4일 공연에는 김광석추모사업회 소속 가수인 강승원과 동물원,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이 출연한다. 6일에는 예선을 거친 신예 음악인 7팀이 본선 무대를 펼친다. 작곡가 김형석, 가수 박기영 등이 심사를 맡으며, 대상인 ‘김광석상’ 수상자에겐 창작지원금 200만 원과 기타가 부상으로 수여된다. 학전은 1991년 개관 이후 김광석이 라이브 공연을 1000회 이상 펼친 곳이다. 지난해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리·보수한 뒤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 강승원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은 “30년이면 사람도 태어나 어른이 되는 시간”이라며 “더 많은 이들과 김광석의 음악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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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학전서 故김광석 30주기 맞아 ‘김광석 다시 만나기’ 공연

    ‘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1964∼1996)의 30주기를 기리는 기념공연과 노래 경연대회가 내년 1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옛 학전 소극장)에서 열린다.김광석추모사업회는 “내년 1월 4일과 6일 ‘광석이 다시 만나기’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로 시작된 이 행사는 해마다 고인의 기일인 1월 6일 학전에서 꾸준히 열리면서 신진 음악인을 발굴해 왔다.내년 30주기를 맞아 기존 경연 외에도 김광석의 음악을 함께 하는 공연도 마련됐다. 4일 공연에는 김광석추모사업회 소속 가수인 강승원과 동물원,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이 출연한다. 6일에는 예선을 거친 신예 음악인 7팀이 본선 무대를 펼친다. 작곡가 김형석, 가수 박기영 등이 심사를 맡으며, 대상인 ‘김광석상’ 수상자에겐 창작지원금 200만 원과 기타가 부상으로 수여된다.학전은 1991년 개관 이후 김광석이 라이브 공연을 1000회 이상 펼친 곳이다. 지난해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리·보수한 뒤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 강승원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은 “30년이면 사람도 태어나 어른이 되는 시간”이라며 “더 많은 이들과 김광석의 음악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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