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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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보 국제부 김윤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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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2024-05-23
국제일반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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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EU9%
국제정치6%
국제사고6%
인사일반6%
경제일반3%
국제정세3%
러시아3%
사회일반2%
  • 칸을 뒤흔든 ‘트럼프 전기’ 영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견습생)’가 20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부인인 이바나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겼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를 뜻하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전기 영화는 현지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됐다. 트럼프 측은 당사자인 이바나가 강제 성관계를 부인했는데도 이란계 감독이 무슬림에게 적대적인 자신을 악의적으로 묘사했다고 격분했다. 영화를 ‘쓰레기(garbage)’라고 폄훼하며 소송까지 예고했다. 11월 대선을 약 반년 앞두고 2016년 대선 직전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정작 그의 지지율은 거듭된 성추문에도 별다른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쓰레기” vs 감독 “인간적 묘사” 이 영화는 1970, 80년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의 부동산 거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저’ 역을 맡았던 서배스천 스탠(42)이 젊은 시절의 트럼프를 연기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이바나가 남편의 외모를 비하하자 격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다. 이바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77∼1992년 결혼 생활을 했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1989년 트럼프가 나를 바닥으로 밀친 뒤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으며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993년 “강간당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흡입 시술을 받고, 탈모를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기립박수가 8분간 이어졌다. 트럼프 측 스티븐 청 대변인은 영화 공개 당일 “악의적인 명예훼손 겸 쓰레기”라며 “노골적인 허위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했고, 미 언론인 겸 작가 게이브리얼 셔먼이 각본을 썼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11월 미 대선 전에 개봉하려 하지만 아직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시 감독은 “트럼프가 싫어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소하기 전에 먼저 영화를 보라’고 권고했다.● ‘나치’ 논란까지 겹쳐도 지지율 굳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일에는 트럼프 대선 캠프가 올린 약 30초짜리 홍보 영상에서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돼 비판을 받았다. 해당 영상에는 “트럼프의 재선 시 ‘제국(Reich)’의 탄생으로 미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 ‘Reich’가 나치 독일이 세운 독일 제3제국을 가리킬 때 썼던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캠프 측은 “직접 제작한 영상이 아니며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직원이 실수로 게재했다”며 영상을 내렸다.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나오는 증언 또한 연일 화제다. 앞서 13일 법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측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발언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당시 그는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제시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큰 타격이 없다. 미 하버드대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의 15, 16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3%로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47%)보다 6%포인트 높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고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17∼20일 조사에서 그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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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영화제를 뒤흔든 ‘트럼프 전기’ 영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견습생)’가 20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부인인 이바나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겼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를 뜻하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전기 영화는 현지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됐다.트럼프 측은 당사자인 이바나가 강제 성관계를 부인했는데도 이란계 감독이 무슬림에게 적대적인 자신을 악의적으로 묘사했다고 격분했다. 영화를 ‘쓰레기(garbage)’라고 폄훼하며 소송까지 예고했다. 11월 대선을 약 반년 앞두고 2016년 대선 직전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정작 그의 지지율은 거듭된 성추문에도 별다른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쓰레기” vs 감독 “인간적 묘사”이 영화는 1970, 80년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의 부동산 거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저’ 역을 맡았던 서배스천 스탠(42)이 젊은 시절의 트럼프를 연기했다.논란이 된 부분은 이바나가 남편의 외모를 비하하자 격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다. 이바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77~1992년 결혼 생활을 했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1989년 트럼프가 나를 바닥으로 밀친 뒤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으며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993년 “강간당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흡입 시술을 받고, 탈모를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기립박수가 8분간 이어졌다.트럼프 측 스티븐 청 대변인은 영화 공개 당일 “악의적인 명예훼손 겸 쓰레기”라며 “노골적인 허위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영화는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했고, 미 언론인 겸 작가 게이브리얼 셔먼이 각본을 썼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11월 미 대선 전에 개봉하려 하지만 아직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시 감독은 “트럼프가 싫어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소하기 전에 먼저 영화를 보라’고 권고했다.● ‘나치’ 논란까지 겹쳐도 지지율 굳건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일에는 트럼프 대선 캠프가 올린 약 30초짜리 홍보 영상에서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돼 비판을 받았다.해당 영상에는 “트럼프의 재선 시 ‘제국(Reich)’의 탄생으로 미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 ‘Reich’가 나치 독일이 세운 독일 제3제국을 가리킬 때 썼던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캠프 측은 “직접 제작한 영상이 아니며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직원이 실수로 게재했다”며 영상을 내렸다.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나오는 증언 또한 연일 화제다. 앞서 13일 법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측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발언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당시 그는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제시했다.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큰 타격이 없다. 미 하버드대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의 15, 16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3%로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47%)보다 6%포인트 높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고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17~20일 조사에서 그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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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자 귀찮고 전화는 부담”… 음성메시지 젊은층 인기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모니카 그로스 씨는 최근 한 하우스 파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복도, 조용한 구석 등을 찾아 음성메시지를 녹음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그로스 씨 또한 음성 녹음에 빠졌다. 머릿속에 잡다하게 떠오르는 것이 많을 때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애용한다고 했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문자메시지, 직접 통화 등의 대안으로 음성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녹음 버튼을 누르고 혼잣말만 하면 끝나므로 화면을 계속 쳐다봐야 하는 ‘문자가 주는 피로’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거나 끊을 수 없는 통화와 달리 자신이 원하는 때에 말하고 중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여겨진다. 문자메시지는 발신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음성메시지는 목소리를 듣고 친밀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데이팅앱 ‘힌지’에 따르면 음성메시지를 주고받은 회원들은 그러지 않은 회원에 비해 만남이 성사될 확률이 48% 높았다. 특히 직접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층이 음성메시지를 애용한다. 뉴욕 페이스대의 리오라 트루브 연구원은 WP에 “젊은층은 상대방의 일상을 방해할까 두려워 전화를 ‘금기’로 여긴다”며 음성메시지는 실제로 통화하지 않아도 통화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진단했다. 음성메시지 기능은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이 2011년 처음 선보였다. 2014년 애플이 ‘아이메시지’(애플 기기 사용자끼리 사용하는 메신저)에 도입하면서 널리 확산했다. 2022년 기준 메신저 ‘왓츠앱’에서만 매일 70억 개의 음성메시지가 전송됐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스냅챗 등 주요 소셜미디어 또한 음성메시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스냅챗은 최근 2년간 회원들의 음성메시지 사용량이 50% 늘었다고 밝혔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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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자는 귀찮고, 전화는 부담”…‘음성 메시지’ 젊은층 인기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모니카 그로스 씨는 최근 한 하우스 파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복도, 조용한 구석 등을 찾아 음성메시지를 녹음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그로스 씨 또한 음성 녹음에 빠졌다. 머릿 속에 잡다하게 떠오르는 것이 많을 때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애용한다고 했다.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문자메시지, 직접 통화 등의 대안으로 음성 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녹음 버튼을 누르고 혼잣말만 하면 끝나므로 화면을 계속 쳐다봐야 하는 ‘문자가 주는 피로’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거나 끊을 수 없는 통화와 달리 자신이 원하는 때에 말하고 중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여겨진다. 문자메시지는 발신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음성메시지는 목소리를 듣고 친밀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데이팅앱 ‘힌지’에 따르면 음성메시지를 주고받은 회원들은 그렇지 않은 회원에 비해 만남이 성사될 확률이 48% 높았다.특히 직접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층이 음성메시지를 애용한다. 뉴욕 페이스대의 리오라 트루브 연구원은 WP에 “젊은층은 상대방의 일상을 방해할까 두려워 전화를 ‘금기’로 여긴다”며 음성메시지는 실제로 통화하지 않아도 통화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진단했다.음성메시지 기능은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이 2011년 처음 선보였다. 2014년 애플이 ‘아이메시지’(애플 기기 사용자끼리 사용하는 메신저)에 도입하면서 널리 확산했다. 2022년 기준 매일 70억 개의 음성메시지가 전송되고 있다.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스냅챗 등 주요 소셜미디어 또한 음성메시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스냅챗은 최근 2년간 회원들의 음성메시지 사용량이 50% 늘었다고 밝혔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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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對美 강경파’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사망

    ‘이란 2인자’이자 대미(對美)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산악 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이슬람 보수 성직자 출신으로 2021년 8월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의 사망이 이란 핵합의 복원에 나선 미국과, 전쟁 중인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흐센 만수리 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에 동승했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등 나머지 8명도 모두 사망했다. 구조에 나섰던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헬기 추락 지점이 동아제르바이잔주의 주도 타브리즈에서 약 100km 떨어진 타빌이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 일행은 노후 헬기를 타고 험준한 산악 지대를 비행하던 중 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를 만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을 ‘순교’로 칭하며 “이란은 성실하고 귀중한 종을 잃었다”라고 애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이 올 4월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일을 주도했다. 이란 내에선 정치범 처형 등을 주도하고 히잡 의문사 반대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해 ‘테헤란의 도살자’로도 불렸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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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 추락’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망… 악천후 사고 추정

    ‘이란 2인자’이자 대미(對美)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산악 지대에서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 이슬람 보수 성직자 출신으로 2021년 8월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럼 만큼 그의 사망이 이란 핵합의 복원에 나선 미국과 전쟁 중인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흐센 만수리 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에 동승했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등 나머지 8명도 모두 사망했다. 구조에 나섰던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헬기 추락 지점이 동아제르바이잔주의 주도 타브리즈에서 약 100㎞ 떨어진 타빌이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 일행은 노후 헬기를 타고 험준한 산악 지대를 비행하던 중 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를 만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IRNA통신, 메흐르통신 등 이란 관영언론은 사망 소식을 전하며 라이시 대통령을 ‘순교자’로 칭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이 올 4월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일을 주도했다. 이란 내에선 정치범 처형 등을 주도하고 히잡 의문사 반대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해 ‘테헤란의 도살자’로도 불렸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라이시는 3년간의 집권 동안 대리세력을 통한 서방 공격을 강화하며 이란을 더욱 명백한 미국의 적으로 만들었다”면서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중동 안팎에 불확실성을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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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구운 빵냄새 담은 ‘바게트 우표’ 출시… 프랑스인들의 못 말리는 국민빵 사랑

    프랑스 우정공사가 자국을 대표하는 빵 ‘바게트’를 형상화한 우표(사진)를 17일부터 한정 판매하고 있다. 총 59만4000장의 우표가 개당 1.96유로(약 2800원)에 시판된다. 우정공사는 바게트를 “프랑스 문화의 보석이자 미식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이 우표는 바게트를 프랑스 국기 색깔인 파랑, 빨강, 하양 삼선 리본으로 묶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표를 긁은 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나도록 잉크에 특수 향기 캡슐을 포함시켰다. 이 동작을 형상화해 ‘스크래치앤드스니프(scratch-and-sniff)’ 우표라는 별칭도 붙었다. 1유로 안팎으로 즐길 수 있는 서민 음식인 바게트는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긴 형태의 빵이다. 밀가루, 소금, 물, 효모로만 반죽을 만들어 4∼6도에서 저온 발효를 거친 후 고온에서 약 15∼20시간 굽는다. 2019년 기준 프랑스에서만 하루에 1600만 개, 1년에 60억 개가 생산된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바게트의 소비량이 줄고 제빵 장인의 수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유의 제빵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3년 “정통 바게트는 밀가루, 물, 효모, 소금의 네 가지 재료로만 만든다”고 규정하는 법까지 도입했다. ‘바게트의 제조 기법과 문화’는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집권 당시부터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바게트는 프랑스인의 일상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250g의 마법”이라며 기쁨을 표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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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르면 빵냄새 솔솔…프랑스 ‘바게트빵 우표’ 한정 판매

    프랑스 우정공사가 자국을 대표하는 빵 ‘바게트’를 형상화한 우표를 17일부터 한정 판매하고 있다. 총 59만4000장의 우표가 개당 1.96유로(약 2800원)에 시판된다. 우정공사는 바게트를 “프랑스 문화의 보석이자 미식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이 우표는 바게트를 프랑스 국기 색깔인 파랑, 빨강, 하양 삼선 리본으로 묶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표를 긁은 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나도록 잉크에 특수 향기 캡슐을 포함시켰다. 이 동작을 형상화해 ‘스크래치 앤 스니프(scratch-and-sniff)’ 우표라는 별칭도 붙었다.1유로 안팎으로 즐길 수 있는 서민 음식인 바게트는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긴 형태의 빵이다. 밀가루, 소금, 물, 효모로만 반죽을 만들어 4∼6도에서 저온 발효를 거친 후 고온에서 약 15∼20시간 굽는다. 2019년 기준 프랑스에서만 하루에 1600만 개, 1년에 60억 개가 생산된다.프랑스 정부는 최근 바게트의 소비량이 줄고 제빵 장인의 수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유의 제빵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3년 “정통 바게트는 밀가루, 물, 효모, 소금의 네 가지 재료로만 만든다”고 규정하는 법까지 도입했다.‘바게트의 제조 기법과 문화’는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집권 당시부터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바게트는 프랑스인의 일상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250g의 마법”이라며 기쁨을 표했다.수도 파리에서는 매년 최고 바게트를 선정하는 대회도 열린다. 올해는 제빵사 자비에 네트리가 172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4000유로의 상금, 1년 간 대통령실(엘리제궁)에 바게트를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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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살시도 부른 극단정치… 21년만의 국가 지도자 테러에 유럽 충격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60)가 15일 백주대낮에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유럽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2003년 암살당한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 이후 유럽에서 21년 만에 국가지도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테러다. 피초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약 150km 떨어진 한들로바 마을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한 뒤 건물 밖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피습을 당했다. 현지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남성이 총리와 악수하려는 듯 손을 내밀다가 갑자기 총을 다섯 발이나 쏘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복부에 총을 맞은 피초 총리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5시간 동안 응급수술을 받았다. 로베르트 칼리냐크 국방장관은 16일 피초 총리가 “안정적이지만 심각한 상태”라며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악투알리티에 따르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슬로바키아 국적의 71세 남성이다. 마투시 슈타이 에슈토크 내무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암살 시도는 정치적 동기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선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8년 전 “세계는 폭력과 무기로 가득 차 있다”면서 “사람들이 미쳐 가는 것 같다”며 유럽 극단주의를 비판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피초 총리가 지난해 10월 3번째 임기를 시작한 슬로바키아는 극심한 정치 분열을 겪고 있다. 앞서 2006∼2010년과 2012∼2018년 두 차례 총리를 역임했던 그는 정부 부패를 폭로한 언론인이 살해된 뒤 반정부 시위의 여파로 2018년 7월 사임했다. 5년 만에 복귀한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친러시아적인 외교 노선에 성소수자 반대 등 극우적 정책을 펼쳐 찬반 세력이 첨예하게 맞서 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암살이 시도된 당일은 정부의 공영방송사 RTVS 폐지안이 의회에서 논의된 첫날이었다.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은 최근 정치인을 향한 폭력이 잇따르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지방선거도 치르는 독일에선 최근 4건의 테러로 정치인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에서 양극화된 정치가 폭력으로 기울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피초 총리와 갈등을 빚어 온 지도자들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어떤 국가와 영역에서도 폭력이 일상화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지도자를 향한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우리의 가장 소중한 공동선인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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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트럼프 6월 TV토론… 역대 대선 가장 빨리 맞붙는다

    “트럼프는 2020년 나와 두 번 토론을 벌여 모두 졌다. 지금 그는 다시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럼 하루를 내라.” “나는 사기꾼(crooked) 조와 토론할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할 의향이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이 다음 달 갑작스레 열리게 됐다. 두 대선 후보는 기존 TV토론에 거부감을 표시해 왔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안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1시간 만에 받아들이며 전격 성사됐다. 양측은 다음 달 27일과 9월에 TV토론을 갖기로 합의했다. 미 대선 후보 TV토론은 일반적으로 9월에 처음 열리지만, 이보다 3개월가량 빠른 셈이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적 방식까지 파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전했다. 지지율 반등이 시급한 바이든 대통령과 사법리스크 관리에 매달려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의 구도를 깨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나한테 두 번 져” vs 트럼프 “한판 붙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CNN과 ABC방송에서 주최하는 TV토론 초대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영상메시지를 게시해 “난 두 번도 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 휴정일이 수요일인 점을 거론하며 “날짜를 골라라. 당신이 수요일엔 자유롭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쯤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판 붙자(Let’s get ready to Rumble)”고 응수했다. 그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인 바이든과 토론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난 토론을 두 번 이상 할 것과 더 큰 공개 장소에서 할 것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바이든은 대중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두 대선 후보가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첫 TV토론은 CNN 주최로 다음 달 27일 열리게 됐다. CNN의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방청객 없이 이뤄진다. CNN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이후 방청객이 없는 첫 TV 토론”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토론은 ABC 주최로 9월 10일 열릴 계획이나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토론으로 반등 노리는 바이든과 트럼프 미국은 통상 대선 후보 토론이 민주·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이 끝나는 9월 이후 3차례 열린다. 주최도 1988년부터 ‘초당적 대선 후보 토론 준비위원회’가 주관해 왔다. 올해 첫 토론도 9월 16일로 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위원회가 “토론을 공정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더 이른 시기에 해야 한다”며 이견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36년간 이어진 방식과 다른 TV토론을 택한 건 서로 현 상황을 뒤집을 승부수를 노렸단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등 주요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운명을 뒤집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 묶여 선거 유세에 나설 시간이 부족한 데다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 제3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빠지는 것도 양측에는 반가운 일이다. 미국은 TV토론에 참가하려면 최소 4개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15% 이상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다만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실제 토론이 성사될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성사된 TV토론 두 번에 더해 추가로 두 번 더 할 것을 제안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거부해 현 합의가 결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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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20년만의 새 총리, 서민출신 웡 취임

    2004년부터 장기 집권했던 리셴룽(李顯龍·72) 싱가포르 총리가 15일 퇴임했다. 같은 날 로런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52·사진)이 제4대 총리에 올랐다. 웡 신임 총리는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뒤 태어난 첫 지도자다. 그는 이날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건국 후 줄곧 집권 인민행동당(PAP)이 집권하고 있다. 총리는 PAP 지도부 내 논의를 거친 뒤 현직 총리가 지명한다. 정해진 임기도 없다. 웡 총리는 이러한 전례에 따라 2년 전 리 전 총리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웡 총리는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 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리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교육, 국가개발, 문화·공동체·청년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엘리트 가문 출신이 많은 싱가포르 정계에서 공공주택단지에서 태어난 서민 출신 관료라는 점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을 ‘책벌레, 애견인, 기타 연주자’라고 소개했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을 기타로 능숙하게 연주하는 동영상도 게재했다. 은행원 출신 부인이 있고 자녀는 없다. 그의 집권에도 리 전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 전 총리의 부친은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1959∼1990년 집권) 초대 총리다. 두 부자의 집권 기간만 51년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리 전 총리가 아들 리훙이(李鴻毅·37)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 웡 총리에게 일종의 ‘징검다리 총리’ 역할을 맡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훙이는 현재 기술 분야 정부 산하기관의 이사로 있다. 웡 총리는 취임 전날인 14일 공개된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경청자, 조력자, 정직한 중개인’으로 규정했다. 총리 취임 후에도 재무장관직을 겸직하기로 한 점을 십분 활용해 주택, 의료 분야 등의 개혁을 통해 소득 재분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등으로 국제 정세가 격랑에 빠졌다며 “한쪽을 택하는 대신 균형점을 찾겠다”고 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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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전쟁중에 쇼이구 국방 전격 교체… 후임에 경제통 발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번째 임기 시작 닷새 만인 12일 군 사령탑인 국방장관을 베테랑 군인인 세르게이 쇼이구(69)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로 전격 교체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최근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가 전쟁의 총괄 책임자로 경제 전문가를 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쇼이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휘한 인물로, 지난해 6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사태에도 살아남았다. 전쟁이 2년 3개월째 이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베테랑 군인 수장의 수명은 이제 다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서방과 맞서기 위한 ‘쩐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그래도 무기 및 자금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로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 우크라戰 중 경제전문가로 장수 교체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새 국방장관에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선임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3월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이달 7일 취임식을 한 뒤 정부 개편안을 구상해 왔다고 한다. 러시아에선 국방장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 부처의 수장들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배경에 대해 “올해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6%로 급증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로 불어났다”며 “이를 특별히 주의해 관리할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장에서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하고 조달해 군수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 경제부 국장으로 임명된 뒤 2012년 경제개발장관, 2013년부터 8년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2020년 1월부터 최근 개각 전까지 제1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푸틴의 남자’라는 명성 속에 경제 관료로 요직을 두루 맡아 왔지만, 군 경력은 전혀 없다.● “전쟁자금 조달이 새 수장 최우선 과제” 푸틴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를 전쟁 사령탑에 전격 앉힌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결국 돈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서방 국가들은 무기 구입 등에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올해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국방에 배정했고, 서방 국가들도 안보 우려로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푸틴 대통령이 벨로우소프를 기용한 목적은 공격적인 전쟁자금 조달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반정부 매체인 베르스트카는 “그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동원해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BBC 러시아 편집장인 스티브 로젠버그는 국방장관 교체에 대해 “크렘린궁의 우선순위 변화를 반영한다”며 “러시아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벨로우소프 구상하에 러시아가 수출기업이나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전쟁자금 조달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매체 더벨은 “그는 푸틴의 확고한 충성파”라면서 “러시아 경제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야 만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쇼이구 장관은 상급 부처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돼 겉으로 봤을 땐 영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축출(oust)된 분위기”라며 사실상 해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매체 베르스트카는 “쇼이구의 인사 이동으로 국가안보회의는 푸틴의 ‘전직’ 핵심 인물들이 가는 거처가 되고 있다”며 “놓아줄 순 없지만 더 이상 배치할 곳도 없는 이들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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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전쟁 3년차에 국방장관 ‘경제학자’로 교체…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식을 치른지 닷새 만인 12일 첫 개각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군 사령탑인 국방장관을 베테랑군인인 세르게이 쇼이구(69)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로 전격 교체했다.2년 3개월째 이어진 전쟁에서 최근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가 전쟁의 총괄 책임자로 경제 전문가를 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전쟁 발발 뒤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장기적 관점에서 서방과 맞서는 ‘쩐의 전쟁’으로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무기 및 자금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로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인물 선택”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국방장관을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교체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이달 7일 취임식을 가진 뒤 정부개편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선 국방장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 부처의 수장들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쇼이구 장관은 상급부처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돼 겉으로 봤을 땐 영전에 해당한다. 하지만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축출(oust)된 분위기”라며 사실상 해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반(反)정부 언론인 베르스트카는 “쇼이구의 인사이동으로 국가안보회의는 푸틴의 ‘전직’ 핵심인물들이 가는 거처가 되고 있다”며 “놓아줄 순 없지만 더 이상 배치할 곳도 없는 이들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배경에 대해 “올해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6%로 급증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로 불어났다”며 “이를 특별히 주의해 관리할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장에서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하고 조달해 군수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세계 경제 전쟁 승리를 위한 포석”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에 경제부 국장으로 행정부에 입문했다. 이후 경제개발부 장관을 맡은 뒤 푸틴의 경제 보좌관을 지냈으며, 2020년 1월부터 제1부총리로 재직했다. 그는 경제관료로 요직을 두루 맡아왔지만, 군 경력은 전혀 없는 민간인 출신이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인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민간인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건 푸틴 대통령이 세계와의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이미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으며 앞으로도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양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가 경제적인 영향을 크고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전쟁의 여파로 서방 국가들은 국방비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있으며, 러시아 역시 올해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국방에 배정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이 지연되는 동안 공세를 강화해 전쟁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고 유리하게 전쟁을 끝내려면 더욱 제대로 된 국방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방의 제대 등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고물가에 시달리는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푸틴 대통령의 벨로우소프 임명은 러시아가 전쟁자금 조달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는 신호탈일 가능성이 높다. 베르스트카는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에 대해 “전쟁과 군비 지출 증가를 위해 국가 경제의 동원을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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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내아들 ‘대의원 선출’ 뒤집은 멜라니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늦둥이 막내아들인 배런(18)을 정치무대에 등판시키려던 계획이 불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아들을 내세우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의 사무실은 10일 성명을 통해 “배런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의원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배런이 플로리다주 공화당 대의원으로 선출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전에 약속한 일 때문에 참여를 사양한다”고 덧붙였다. 7월 15∼18일 밀워키주 위스콘신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자리다. 배런은 이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대의원 명단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3남 2녀 중 장녀 이방카를 제외한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차녀 티퍼니도 대의원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배런의 대의원 선출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런은 훌륭한 학생이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고 반겼다. 이에 배런이 플로리다주 대의원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참여해 정치무대에 데뷔하게 될 것이라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 측이 이틀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간 아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해 왔다. 그는 2017년 1월 남편의 취임 당시 배런의 학업을 이유로 뉴욕에 머물다 5개월 후에야 배런과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 입성했다. 배런은 백악관에서도 늘 아버지와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언론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전당대회 불참 결정의 배후에도 멜라니아 여사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자녀는 정치활동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장녀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각각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냈다. 이방카는 정치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던 의붓 어머니 멜라니아 여사를 대신해 당시 사실상 ‘대통령 부인’ 노릇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릭의 부인 라라는 올 3월부터 공화당의 대선 자금을 관장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지내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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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막내아들 정치 데뷔 무산…‘사생활 보호’ 멜라니아 입김 셌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늦둥이 막내 아들인 배런(18)의 정계 데뷔가 무산됐다. 배런의 어머니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의 사무실은 10일 성명을 통해 “배런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의원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배런이 플로리다주 공화당 대의원으로 선출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전에 약속한 일 때문에 참여를 사양한다”고 덧붙였다.공화당은 7월 15~18일 밀워키주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한다. 앞서 배런은 이달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대의원 명단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3남 2녀 중 장녀 이방카를 제외한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차녀 티파니도 대의원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런의 대의원 선출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런은 훌륭한 학생이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고 반겼다. 이에 배런이 플로리다주 대의원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참여해 사실상 정계에 발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 측이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간 아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해 왔다. 그는 2017년 1월 남편이 취임했을 때 당시 뉴욕에서 거주하던 배런의 학업을 이유로 5개월 후에야 배런과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 입성했다. 배런은 백악관 생활 당시 늘 아버지와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언론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전당대회 불참 결정의 배후에도 멜라니아 여사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자녀는 정치활동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장녀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각각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냈다. 이방카는 남편의 정치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의붓 어머니 멜라니아 여사를 대신해 당시 사실상 ‘대통령 부인’ 노릇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릭의 부인 라라는 올 3월부터 공화당의 대선 자금을 관장하며 전당대회도 주관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지내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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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장진호 전투서 숨진 미군 유해 70여 년만에 고향 귀환

    6·25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미군 병사의 유해가 사후 70여 년만에 신원이 확인돼 고향 땅에 묻히게 됐다.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6·25전쟁 중 실종된 미 육군 상병 존 스프루엘(사망 당시 19세)의 유해가 확인됐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스프루엘 상병은 1950년 12월 육군 제7보병사단 제57야전포병대대 소속으로 부대가 장진호 하갈우리 인근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실종됐다.미군은 6·25전쟁 후 전몰장병 유해 교환에 따라 장진호 인근에서 수습된 미확인 유해(코드명 X-15754)를 넘겨받았다. 유해는 이후 미 하와이 호놀룰루의 미 태평양 국립묘지에 안장됐다가 DPAA에 의해 최근 신원이 확인됐다.스프루엘의 조카 데니스는 미 CNN방송에 “미 육군은 전몰병사를 기리기 위해 상상 이상의 일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척은 “(작고한) 스프루엘의 어머니는 생전 항상 그가 집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스프루엘의 유해는 그의 고향인 콜로라도주 코르테즈에서 어머니의 유골과 함께 안장될 예정이라고 DPAA는 밝혔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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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앞둔 獨, 정치테러 극성… 이달에만 4건

    이달 말 지방선거와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독일에서 정치인 대상 테러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총 4건의 테러가 발생해 정치인 5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수도 베를린 시장을 지낸 집권 사회민주당(사민당) 소속 유력 여성 정치인까지 타깃이 되자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직접 나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베를린 시장(사진)은 7일 베를린의 한 도서관에서 괴한으로부터 단단한 물건이 든 가방에 맞아 머리와 목을 다쳤다. 그는 2021∼2023년 시장을 지낸 뒤 현재 시 경제장관을 맡고 있다. 같은 날 작센주 드레스덴에서는 선거 포스터를 붙이던 녹색당 여성 정치인 이본 모슬러가 습격당했다. 경찰은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용의자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며 “이들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4일에는 사민당 소속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이 역시 드레스덴 시내에서 10대 무리에게 구타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숄츠 총리는 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다. 폭력은 민주적인 대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투표로 민주주의 위기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독일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정치인이 안전하지 않다면 민주주의 또한 안전하지 않다”고 동조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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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전 거부 이스라엘, ‘최후 피란처’ 라파에 탱크 진격 “하마스 제거”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7개월을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6일(현지 시간) ‘최후의 피란처’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최남단 도시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켰다. 하루 뒤인 7일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구역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텔레그램으로 “라파에서 하마스 테러범을 제거하기 위한 대테러 작전을 시작했다”며 지상전 개시를 공식화했다. 이스라엘이 피란민 약 140만 명이 집결한 라파에서 대규모 공격에 나서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라파 지상전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핵심 지지층인 극우 세력을 의식한 네타냐후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상군을 투입했다. 전쟁 발발 후 목표로 삼은 ‘하마스 궤멸’을 달성해 총리직 연장을 노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향후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도 있다.● 이 “라파는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 7일 현지매체 하아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육군 162사단, 401기갑여단, 특수부대 등은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방향 영토를 장악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이스라엘 국기를 건 탱크가 포신을 낮추면서 팔레스타인 깃발이 걸린 검문소 시설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5, 6일 양일간 라파 일대에 대대적인 공습도 가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20명의 하마스 대원이 사망했으며 하마스 땅굴 일부도 파괴됐다고 하아레츠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라파를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이라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군사력을 재건할 수 없도록 하려면 라파 공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다른 지역을 공격해 하마스 24개 대대 중 18개 대대가 해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라파 내 4개 대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재건해 공격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일부 고위 지도부도 이 지역에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라파 검문소를 하마스의 자금줄로 여겨 이곳부터 장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비롯한 상당수 하마스 간부는 이집트에서 가자로 들여오는 상품에 20%가 넘는 고율 세금을 물리고 암시장에서 밀수 수수료까지 거둬 큰돈을 벌었다. 자금줄을 끊어 하마스 지도부를 옥죄려 한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은 라파 검문소 장악으로 하마스가 여전히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는 믿음을 사라지게 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 장대비 속 당나귀 타고 필사의 탈출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남부 칸유니스 등을 거쳐 라파까지 내려와 천막을 치고 살던 140만 명은 또다시 고통스러운 피란길에 올랐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공격에 앞서 최소 10마일(약 16㎞) 밖으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피란민이 한꺼번에 몰리며 현재 라파 외곽으로 이동하려면 택시는 최소 260달러(약 35만 원), 소형 트럭은 130달러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당나귀가 끄는 수레는 13달러(약 1만7000원)에 이용할 수 있지만 피란민들은 이 돈마저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대부분의 도로가 가재도구 등 짐이 잔뜩 실린 트럭과 승용차 등으로 뒤엉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파의 알나자르병원이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암, 투석, 소아과 및 응급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병원이 정상 운영되지 않으면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6일 미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라파 지상전을 ‘새로운 대학살(another massacre)’로 규정하며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美 반대에도 네타냐후 ‘마이웨이’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만류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지상전을 결정한 것은 라파 공격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현직 총리 최초로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휴전 협정에 동의하는 것을 ‘하마스에 백기를 드는 것’이라고 보는 극우 연정 내 강경파의 압박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면 극우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정이 붕괴되면 총리직을 상실할 수 있다. 하마스가 6일 휴전 협상안을 수용하겠다고 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네타냐후 총리가 “우리 조건에 맞지 않다”면서 라파에 탱크를 투입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번 지상군 투입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미 CNN방송에 “이번은 제한된 작전”이라면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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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타이타닉’ 선장역 英배우 버나드 힐 별세

    영화 ‘타이타닉’(1997년)의 선장, ‘반지의 제왕’(2002∼2003년) 2·3부의 세오덴 왕 역할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국 배우 버나드 힐(사진)이 5일(현지 시간)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힐은 BBC 드라마 ‘보이스 프롬 더 블랙스터프’(1982년)에서 실직자 요서 휴스 역으로 영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BBC ‘울프 홀’(2015년)에서 헨리 8세 시대 노퍽 공작 연기도 호평받았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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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AI에 무슨 일이… 경영진 2명, 이유 안밝힌채 사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서 창립 초기부터 활동했던 최고경영진 2명이 잇따라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3일(현지 시간) “오픈AI 부사장인 다이앤 윤과 크리스 클라크가 지난주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IT업계에서는 인력 이동이 잦은 편이지만, 창립 초기부터 몸담은 고위 경영진이 한꺼번에 관두는 건 이례적이다. 앞서 2월에도 창립 멤버인 인공지능(AI) 개발자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회사를 떠났다.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고, 오픈AI도 현재 두 부사장의 사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해임 파동 뒤 오픈AI의 리더십 구조에서 벌어진 가장 충격적인 변화”라고 전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윤 부사장과 클라크 부사장은 현재 시장가치가 860억 달러(약 11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 오픈AI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윤 부사장은 2018년 운영 매니저로 합류한 뒤 인사 담당 이사를 거쳐 2021년 총 인사 책임을 맡는 부사장에 올랐다. 2013∼2014년 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최연소 시장을 지냈던 클라크 부사장은 2016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입사해 비영리 전략을 이끌어왔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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