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이미지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구독 92

추천

아이 넷! 다자녀 엄마 기자입니다. 환경, 보건, 복지 이슈를 취재합니다

image@donga.com

취재분야

2025-06-12~2025-07-12
사회일반37%
교육10%
지방뉴스10%
칼럼10%
사고10%
국제경제7%
환경7%
유럽/EU3%
기상/기후3%
산업3%
  • “선산 가꿨더니 1400만원 벌어… 친환경도 돈되니 일석이조”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든 산을 가꾸면서 생활비까지 벌 수 있다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친환경도 돈이 될 수 있구나’ 배웠습니다.” 25일 오후 전북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모래봉에서 박도현 씨(82)는 자신이 가꾼 버드나무와 백일홍을 손으로 짚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1960년부터 부친과 함께 이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벌거숭이였던 산은 183ha(헥타르) 규모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했다. 박 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엔 일대에 묘소도 장만했다. 이 숲 덕분에 박 씨는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는 최근 3년간 산림청으로부터 총 1400만 원의 임업직불금을 받았다.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된 임업직불금 제도는 산림을 성실히 가꾸고 보전한 임업인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보상 성격의 지원금이다. 공공의 가치를 창출한 개인에게 국가가 그 가치를 현금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박 씨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후손의 터전을 지킨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숲 지키며 얻는 수익 502억 원 숲에서 나는 산물도 돈이 되지만 숲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산림 보전이나 숲 가꾸기가 그저 공익사업이나 자원봉사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에 따라 실질적인 소득 창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그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임업직불금이다. 산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육림업’ 종사자가 탄소 흡수 등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면, 산림청이 ha당 연간 32만∼13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산림을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수단이자 경제적 자산으로 보는 정책 변화가 반영된 제도다.박 씨처럼 직불금을 받는 임업인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2만614곳, 2023년 2만336곳에 이어 올해는 2만2973곳이 직불금 수령 대상에 포함됐다. 지급 금액도 해마다 늘어 2022년 468억 원, 2023년 489억 원, 올해는 502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형 산림탄소상쇄제도’ 역시 숲을 가꾸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산림 보호와 같은 활동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임업인에게 흡수한 탄소량에 따라 배출권 거래 등의 방식으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 임업인이 산림청에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산림청은 이를 검토한 뒤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실제 탄소 흡수량을 계산한다. 산정된 흡수량은 탄소배출권으로 등록돼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소규모 임업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이 제도에 등록된 사업체는 총 673곳이다. 산림 면적으로 따지면 약 5만5607ha에 달한다. 이 가운데 62곳은 실제 탄소흡수량을 거래해 수익을 얻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추정한 t당 적정 거래가(1만6500원)를 적용하면, 약 3억8000만 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 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정량화해 거래하는 산림탄소흡수량 거래 실적은 2022년 1만1266t에서 2023년 1만6726t, 지난해에는 2만3042t으로 늘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배출권을 거래해 200만 원의 수익을 얻은 최남용 씨(82)는 “처음엔 이런 사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요즘은 주위 임업인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산을 가꾸는 보람에 더해 경제적 보상까지 따라오니 더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숲의 공익 효과는 60조 원에 달해 잘 가꿔진 숲은 그 자체로도 경제적 가치가 높다. 주변 환경을 개선해 부가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여준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지역 주민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숲의 푸른 녹음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산림청 분석 결과 숲이 제공하는 휴양 기능과 경관 기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60조2000억 원에 달한다. 박 씨도 자신의 숲 한쪽에 잔디밭을 조성해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박 씨는 “부모님 묘소가 있는 산을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잔디밭을 만들었다”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잠금장치도 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주민들은 자유롭게 박 씨의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주민 김진곤 씨(73)는 “답답할 때 이곳 산에 올라 전망을 둘러보면 속이 탁 트인다”라며 “스트레스가 풀려서 병원비를 아끼는 것 같다. 고마운 마음에 종종 이곳 제초 작업도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잘키운 ‘도시숲’ 하나, 年6000억 경제효과… 기온 7도 낮춰

    “기분 탓일까요? 종일 땀이 뻘뻘 났는데 숲에 들어오니 하나도 안 덥네요. 바로 앞 아스팔트 도로랑 천지 차이예요.” 29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에서 산책하던 홍윤서 씨(34)는 숲속 그늘 아래에서 쾌적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었지만 숲길을 따라 뛰노는 아이들도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홍릉숲은 41.8ha(헥타르)에 이르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녹지 공간이다. 1922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자 임업시험장이 들어선 곳으로 1993년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도시숲은 빌딩과 도로로 열이 갇히는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산림이 도시 안에 조성될 경우 평균 기온을 3∼7도 낮춰준다. 건물 옥상이나 벽면에 식물을 심을 경우에도 최대 5도가량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도시에서도 숲에 들어오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닌 것이다. 산림청은 이러한 열섬 완화 기능이 연간 약 60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추산한다. 도시숲은 도심의 대기질도 개선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홍릉숲은 인근 지역보다 미세먼지를 25.6%, 초미세먼지를 40.9% 줄여주는 등 공기 정화 효과가 뚜렷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경기 시흥시의 미세먼지 차단숲인 ‘곰솔누리숲’ 일대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숲이 조성된 2006년에서 2023년 사이 미세먼지 농도가 ㎥당 평균 85.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에서 43.0㎍으로 거의 절반(49.5%)이나 줄었다.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시민도 3만6709명에서 2만776명으로 43.4% 감소했다. 탄소흡수 효과도 탁월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림은 ha당 6.9t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도시에서는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지자체에서 산림청 국비 지원을 받아 조성한 도시숲은 214곳으로, 지자체 평균 1곳에도 못 미쳤다. 지금까지 전국에 조성된 생활권 도시숲은 5963개소 이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4.07제곱미터로 WHO 권고기준 15제곱미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기후대응 도시숲’ 107곳, ‘도시바람길숲’ 20곳, ‘자녀안심그린숲’ 60곳 등을 신규 조성하는 등 도시숲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국민 모두 도시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숲의 양적·질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버릴게 없는 편백나무” 가구-베개로 年1억 매출… 지역민 고용도

    “편백나무는 버릴 게 없어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젊은 청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22일 전남 순천시 외서면 백이산 편백나무 숲 제재소에서 만난 서승욱 씨(55)는 이렇게 말했다. 서 씨는 축구장 107개 넓이에 해당하는 75ha(헥타르) 규모의 숲을 3대째 이어받아 편백나무를 키우고 있다. 전남대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친환경 제품으로 목재의 가치를 높이자”는 생각으로 2013년 소 축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제재소를 만들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편백을 활용한 다양한 목재 제품과 생활용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주민 20여 명도 고용했다. 서 씨는 이에 더해 2013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 많은 청년들이 임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예비 임업인을 위한 실습과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매년 약 100명의 청년들이 서 씨의 실습장을 거쳐 간다.● 연 100여 명 청년들에게 임업 기술 전수 서 씨의 편백나무 숲은 1963년 할머니가 민둥산이던 산 자락을 구입해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됐다. 이후 편백,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식재됐다. 서 씨 아버지는 나무들을 관리하기 위해 숲길(임도) 13km를 직접 냈다. 60년간 이어진 노력 끝에 민둥산은 현재 약 25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변모했다. 서 씨는 ‘버릴 게 없는 편백’을 활용해 30여 종의 제품을 만든다. 큰 나무는 가구용으로, 작은 나무는 베개 속 큐브형 충전재로, 잎은 정유로 가공한다. 톱밥이나 부스러기는 퇴비나 땔감으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편백은 단순한 원목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국산 목재 인증도 받은 그의 제품은 친환경 소비 확산과 함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서 씨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보고 “젊은이들이 임업에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예비 임업인을 위한 교육과 실습을 시작했다. 산림 관련 학과 대학생, 귀산촌을 준비하는 초보 임업인들이 서 씨의 교육장을 찾는다. 일정은 비정기적이며, 참가 희망자나 기관이 직접 연락해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교육 내용은 묘목 관리부터 벌채, 제재,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서 씨의 편백 숲은 2023년 전남 산림자원연구소로부터 현장 실습장으로 지정됐다.● 산림산업 종사 57만 명, 숲치유 등 전문직도 증가산림 산업은 최근 경제, 환경, 복지를 동시에 중시하는 사회 흐름과 맞물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4년 산림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산림 산업 종사자는 57만7000명으로, 전년(54만2000명)보다 3만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산업 매출은 146조 원에서 148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관련 사업체 수도 13만5000개에서 15만2000개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관련 전문직이 늘어나며 일자리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 정식 등록된 산림복지전문업체는 1484개로, 산림치유업, 숲 해설업, 유아숲교육업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동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임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고 베는 일을 넘어, 드론이나 로봇, 위성 기술 등 첨단 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미래형 산림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재능을 갖춘 청년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창출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산림 산업은 10억 원의 생산이 이뤄질 때 약 17억3000만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내고, 같은 금액 기준으로 13.6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된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숲의 경우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61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고, 지역 인구도 연평균 1% 증가해 소멸 위험에서 벗어났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교서 산림 자격증 따고 목공-드론 실습… 취업 빠를 수밖에”

    “산림기능사·산림기사 같은 자격증뿐만 아니라 목공, 임업기계, 드론까지 실습해요. 취업이 빨라질 수밖에 없죠.” 26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한국산림과학고 교사 김대건 씨는 이같이 말했다. 산림과학고는 산림기능사, 산림기사 등 국가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목재 가공, 산림 측량, 임업기계 조작, 드론 운용 등 현장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실습실에서 전문가인 교사로부터 직접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법을 배운다. 체인톱 수업 시간의 경우 교사 2명이 들어가 일대일로 학생들에게 직접 사용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재학생들은 국립산림치유원, 지방산림조합 등과 연계한 현장체험과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과 임업 관련 기업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졸업 전 4∼5개 이상의 실무 자격까지 갖추고 졸업한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2024년 졸업생 취업률은 81%에 달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 시스템과 산학 연계, 자격증 취득 중심의 교육이 진로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졸업생 40명 중 11명이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에, 3명이 공기업에 취업했다. 현재 산림 특성화고로 운영 중인 곳은 산림과학고(경북 봉화), 청주농업고(충북 청주), 동래원예고(부산) 등 전국에 3곳이다. 전체 재학생 수는 약 390명이다. 산림 산업 분야의 고용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산림청은 올해 산림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1만7667개를 포함해 총 3만6625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특히 청년 임업인 육성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79억 원을 투입했다. 산불, 병해충, 사방사업 등 산림 재난 대응 분야에서 무인항공기 예찰, 산림재난대응단 운영 등 새로운 수요가 생기며 청년층의 진입 기회도 함께 늘고 있다. 산림청 안진호 일자리정책담당은 “산림 현장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소멸 위기 대응과 청년 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교육-일자리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육아 ‘휴직’은 죄가 없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조만간 ‘육아휴직’이 ‘육아집중기간’이나 ‘육아몰입기간’이라는 이름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육아휴직이라는 용어가 ‘쉬러 간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대체 용어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32개 안을 대상으로 이달 20일까지 국민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는데,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령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인식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 있다. 기자 역시 저출산 대응에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언어가 사고를 형성한다는 ‘프레임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용어 변경의 경우 어쩐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 도입 40년 돼 가는데…출생아 부모 10명 중 3명만 써영어권에서 육아휴직은 ‘parental leave’ 혹은 ‘maternity leave’라 불린다. 휴직에 해당하는 leave는 말 그대로 ‘일터를 떠남’이라는 뜻으로 병가(sick leave), 연차휴가(annual leave), 무급휴가(unpaid leave) 등에도 공통으로 쓰인다. 즉 서구에서도 육아휴직에만 특별한 명칭을 붙이지 않고 다른 휴가, 휴직과 동일한 용어를 사용한다.그런데 우린 어쩌다 용어 변경을 고민하게 됐을까. 육아휴직 제도가 1988년 도입돼 벌써 그 역사가 40년 가까이 됐지만 이용 성적이 여전히 저조한 탓이다. 2023년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19만5986명인데 해당 연도 출생아 부모를 기준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은 32.9%에 그친다. 10명 중 3명도 채 안 썼다는 이야기다. 출산 직후 대부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할 수 없는 처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낮은 이용률을 초래한 다양한 원인 중 하나가 육아‘휴직’이란 용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실제 내가 첫째, 둘째를 임신했을 10여 년 전만 해도 ‘육아휴직 한다’라고 하면 “잘 쉬고 와”라거나 “쉬니까 좋겠다”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요즘은 그렇게 노골적인 반응은 드물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지 모른다.만약 용어를 바꿔서 육아휴직의 가치가 재정립되고, 부정적인 시선이 줄어들어 더 많은 사람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름은 몇 번이고 바꿀 수 있다. 열 번을 바꿔도 아깝지 않다. ● 중소기업이 99%인 산업구조…대체인력 구하기 어려워그러나 용어 변경보다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게 사실이다. 사실 육아휴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대체인력이다. 각종 조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 1위로 항상 꼽히는 것이 바로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다. 대기업도 직무에 따라 대체가 쉽지 않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훨씬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100개 기업 중 99개 기업이 중소기업일 정도로 소규모 기업이 많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직원 수가 50명도 안 되는 곳에서 1년간의 공백은 크나큰 부담이다.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많은 경우, 육아휴직이 인사상 불이익이나 퇴사 압박으로 이어지곤 했다.정부는 대체인력 지원금을 대폭 늘리고, 동료 업무 지원금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체인력을 뽑는대도 1년짜리 계약직을 어렵게 뽑아 적응시킨 뒤 다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은 고용주 입장에서 여전히 부담이다. 애초에 이런 단기직 자리에 지원할 만한 인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1년 한정의 시한부 계약에 도전하려는 유능한 인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결국 이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재택근무나 시차출퇴근제 등을 도입해 기존 직원들이 평소에도 유연하게 일하면서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휴직의 필요성과 기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하나다. 더 나아가 일자리를 한 번 그만두더라도 다시 복귀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유연하게 바꾸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16조 원 적자 고용보험기금, 대상자-급여 확대 어려워 현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제도에서 아예 배제된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육아휴직급여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단기 계약직 근로자 등은 제도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다. 이들만 해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고용보험기금이 한계에 다다르며 급여 현실화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금은 육아휴직 초기에만 통상임금의 100%, 최대 250만 원까지 보장되지만, 이후엔 실질소득대체율이 떨어져 주요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 이건 재정 구조 자체의 문제다. 고용보험기금은 원래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직업훈련비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쓰인다. 그런데 육아휴직 급여가 늘면서 기금이 고갈되기 시작했고, 2022년 기준 누적적자만 16조 원에 달했다.이런 구조에선 제도 확장도, 지원 확대도 쉽지 않다. 학계와 노동계에선 ‘부모보험’ 같은 별도 사회보험 체계를 만들자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일반회계나 건강보험, 지방세, 교육세 등을 활용해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번번이 예산 당국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사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근본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체로 남성이 가장인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휴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는 가정 경제에 주는 타격이 크다. ● 육아휴직 어려운 이유는 인식보다 현실에 있다이런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손쉽고 눈에 띄는 것만 건드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용어 변경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고 육아휴직이 ‘쉬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실제 사용률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는 인식보다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얼마 전 통계청은 미성년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겉보기에 희망적인 신호처럼 보이지만, 정작 미성년 자녀 가구 수는 줄었다. 아이 키우는 집 자체는 줄고 있다는 뜻이다. 육아휴직이 만능 해법이라 생각지 않고 사실 진정한 일·가정 양립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필요한 사람들은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육아휴직은 경력 단절을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동안 육아휴직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건 그만큼 정치권에 강한 의지가 없었던 탓도 있다. 저출산 정책에 대해 ‘생명과 미래를 위한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해 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이 부디 골치 아프고 복잡하다며 아무도 건들지 않았던 이 육아휴직의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기만 바랄 뿐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6-20
    • 좋아요
    • 코멘트
  • 양양 송이-공주 정안 밤 같은 지역 숲푸드 1500개로 늘린다

    밤 하면 떠오르는 충남 공주 정안 밤은 지금도 수십 곳에서 재배돼 해마다 수백 t이 생산 판매되는 지역 대표 품목이다. 강원 양양 송이버섯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첫 송이 채취 일정이 뉴스에 오를 만큼 ‘양양=송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각인돼 있다. 경남 산청 곶감, 경북 문경 오미자, 강원 태백 곰취, 홍천 잣, 경북 울릉도 삼나물 등도 각 지역을 상징하는 임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먹거리 임산물은 최근 ‘숲푸드’라는 이름 아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역성과 건강성을 갖춘 식재료라는 점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식생활이 건강 중심으로 바뀌며 숲에서 온 자연 먹거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숲푸드는 건강한 먹거리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도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숲푸드로 등록된 임산물 품목은 약 200개. 이를 2030년까지 1500개로 확대하고 임업인 가구의 평균 소득도 765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에서 재배하거나 채취해 단순 가공한 뒤 유통되는 구조인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망과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 공동 상표 ‘숲푸드’를 중심으로 품질 인증과 브랜드 신뢰도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푸드 산업의 확산은 단순한 특산물 유통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임산물 주산지인 농산어촌 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이 겹쳐 공동체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주 정안면, 문경 동로면, 양양 현남면 등지에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숲푸드는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청년 인력 유입과 안정적 생계 기반을 마련할 산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규모 가공시설, 체험형 재배장, 지역 축제 연계 상품 등 확장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올해부터 분기별로 ‘숲푸드 위크’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서울 도심 백화점 식품관에선 곰취 두릅 더덕 등 봄철 나물이 전시됐고, 임업인들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일부는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를 병행했다. 산림청은 식목일(4월), 임업인의 날(11월) 등 주요 계기에 맞춰 지역 축제와 연계한 소비 촉진 행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임산물 소비가 늘어나면 산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지속 가능한 보전도 가능해진다”며 “숲푸드는 건강한 식재료이자 지역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먹거리”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6-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밤나무만으로 연 1억 원 매출” ‘숲푸드’로 지역 일자리 창출

    “산에서 키운 먹거리에는 옹골찬 산기운이 스며 있는 것 같아요. 속이 꽉 찬 알밤처럼 실속 있고, 산을 가꾼 덕에 산 생태계도 더 좋아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지난달 2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정리 학성산에서 만난 조환웅 씨(75)는 초록빛 밤나무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축구장(7140m²) 17개 규모인 12.5ha 산자락에 밤나무 6000그루를 키우고 있다. 1998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처음엔 ‘왜 젊은 나이에 낙향하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밤 재배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연평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산림 임업인이 됐다. 밤, 도라지, 더덕, 표고버섯 등 임야에서 자라는 먹거리 임산물, 이른바 ‘숲푸드’는 최근 건강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임산물이 생산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통, 가공, 체험 관광 등과 연계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면서 사람과 자연, 지역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그린 시프트’의 한 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밤-오갈피 재배로 연간 억대 매출조 씨는 3대째 임업을 이어온 산주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물려주신 산을 잘 가꾸면서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싶었다”며 낙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나무가 뒤섞인 숲에선 밤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밤나무 1500그루를 새로 심고, 다른 나무를 솎아내 밤나무의 생육 환경을 개선했다. 가지치기와 맹아 제거로 수형(樹形)을 다듬고, 숲길(임도)을 내 트랙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작업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올라 지금은 밤나무가 6000그루로 늘었다. 실제 지난달 26일 방문한 조 씨의 해발 300m 밤나무 산에선 폭 3m 넘는 임도가 10km 이상 이어졌다. 조 씨는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유박비료를 사용하고, 해충 방제도 친환경 방식으로 한다. “토양이 건강해야 밤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렇게 가꾼 숲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숲길이 정비되면서 산불과 병해충 대응도 빨라졌다. 이곳에서 생산된 밤은 선물용부터 떡, 젤리, 양갱, 술 원료까지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조 씨는 “산에서 자란 밤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에서 4.3ha 오갈피 숲을 가꾸는 안수예 씨(67)도 숲푸드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2004년 평창군의 한 야산을 임차해 오갈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그는 평지보다 숲에서 자란 오갈피가 더 향과 성분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해 재배지를 숲으로 옮겼다. 안 씨는 “실제 숲에서 자란 오갈피에서 간 해독에 효과적인 성분 ‘키사노제닌’이 검출됐다”며 “숲에서는 나무들이 경쟁하며 자라 생존력이 강하고 효능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퇴비와 미생물 기반의 친환경 재배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역 60, 70대 주민 10여 명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오갈피만으로 연간 5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그는 최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오갈피 육수도 개발했다.● 건강 먹거리, 6차 산업으로임산물은 농작물보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건강과 자연 친화적 소비가 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미자 오갈피 같은 약용식물은 2023년 6470억 원어치 생산돼 전년보다 553억 원 늘었고, 더덕 고사리 같은 산나물도 4703억 원 규모로 751억 원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숲푸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먹거리 임산물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3년 기준 숲푸드 생산액은 1조93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3억 원 증가했다. 수출도 2024년 약 6124억 원에 달한다. 밤은 미국, 대만, 프랑스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산림청에 숲푸드로 등록하면 3년간 전용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산주는 산림청의 단기소득임산물 지원 사업 같은 보조 사업에서 가점도 받을 수 있다. 6월 기준 숲푸드는 밤, 도라지, 산수유, 송이버섯 등 91종이다. 전국에서 67명의 산주가 202개 품목을 등록했다. 숲푸드는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산촌 지역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임산물의 주요 산지인 산촌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숲푸드는 생산, 유통, 가공, 체험 관광까지 연계한 6차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며 “산주 본인에게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유입도 이끌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6-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강변 달리고 물에도 풍덩 ‘한강 만끽’

    “가족이랑 친구까지 다 데려왔어요.” 지난달 31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현장에서 만난 차준서 씨(21)는 3종 경기 참가자들에게 주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차 씨는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축제장을 찾았다. 차 씨와 친구가 3종 경기에 도전하는 동안 가족들은 각종 체험존과 공연을 둘러봤고, 경기 후에는 단오 전통놀이를 함께 즐겼다. 그는 “축제에 경기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행사도 많아서 가족들이랑 친구들이 함께 와도 좋더라”며 “정말 재밌었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제2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올해는 부대행사가 늘어나 경기 참가 여부와 상관없이 즐길 거리가 풍성해진 덕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특히 많았다.● 한강 변 달리고 한강에서 수영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주최하는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수영, 자전거, 달리기 3개 종목을 자신의 체력에 맞춰 완주하는 스포츠 축제다. 시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초급자 코스(15km)와 철인 3종 동호인 등 경기 유경험자를 위한 상급자 코스(31km)로 나뉜다. 코스 하나를 완주할 때마다 메달을 받고, 세 종목을 모두 완주하면 세 개의 메달이 하나로 합쳐 완성된 메달이 된다. 참가자들은 한강 변을 달리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한강에서 수영도 가능하다. 초급자는 한강 300m나 뚝섬 야외수영장 200m, 상급자는 한강 1km 수영을 완주했다. 행사장에선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기록을 재는 경기가 아닌 만큼, 자유의 여신상 분장을 한 독특한 참가자도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했다는 원동건 군(14)은 “언젠가 철인경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가족과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라고 말했다.● 한강에 풍덩… 다채로운 행사에 가족들 몰려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한강을 만끽할 기회가 곳곳에 마련됐다. 뚝섬한강공원에 설치된 8m 높이의 대형 미끄럼틀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한강 99 팡팡’ 행사에는 사전 접수한 가족과 연인들이 참여해 ‘인생샷’을 남겼다. 요트(호비 웨이브), 수상자전거, 카약 등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열렸다. 행사 기간 중 음력 5월 5일인 단옷날을 기념해 전통놀이와 씨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쉬엄쉬엄 단오제’도 함께 개최됐다.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고물을 묻힌 떡을 시식하는 등 전통문화를 즐겼다. 전통놀이 체험장에서 만난 박유진 씨(43)는 “동탄신도시에서 남편, 중학생, 초등학생 아들 두 명과 함께 왔다”며 “아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 걸어 다니느라 힘들긴 하지만, 체험까지 하고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이 밖에 K드라마 콘텐츠와 연계한 ‘한류 서바이벌 게임’, 쇼트트랙과 태권도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여하는 ‘별별 선수권 대회’도 열렸다. 쇼트트랙의 심석희 선수, 태권도의 이다빈 선수 등 유명 선수들이 등장하자 행사장이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지난해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서울시민체력장’은 더욱 확대돼 참가자들이 오래 매달리기 등을 하며 체력을 뽐냈다. 쉬엄쉬엄 축제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한강을 즐기는 체육 축제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랜드마크 한강은 파리 센강, 런던 템스강 등 유럽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의 수질을 자랑한다”며 “앞으로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강에서 특별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서울을 대표하는 매력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이미지]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줄어드는 한국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이 0.82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4%다. 1981년 공식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3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10년 만이다.지난해엔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출산율이 0.8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년간 반복됐던 ‘최저치 경신’, ‘역대 최대 감소’ 소식에, 이젠 떨어지는 건 더는 ‘뉴’스도 아니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던 관련 기관과 학계도 모처럼 뉴스다운 뉴스에 들뜬 모습이다. 1분기 혼인 건수도 5만8704건으로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출산이 극히 적은 한국에서 혼인율 증가는 출산율 증가의 전조로 풀이된다. 드디어 출산율이 바닥을 찍었고, 정부 목표인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다.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설령 정부 목표치대로 출산율이 오른대도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국가라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2023년 전 세계 합계출산율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역대 최악의 저출산을 겪고 있다는 독일의 출산율은 한국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은 여전히 출산율 꼴찌, 그것도 그냥 꼴찌가 아니라 ‘압도적’ 꼴찌 국가다.더구나 오랫동안 누적된 저출산으로 가임 인구마저 줄고 있다. 쉽게 말해 아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엄마, 아빠가 줄면 출산율이 늘더라도 출생아 수가 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출산율이 1.18명이던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6911명이었지만, 출산율이 1.3명으로 더 높아진 2012년 출생아 수는 오히려 48만4550명으로 줄었다. 그새 가임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지금은 그나마 전후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인 이른바 ‘에코 세대’가 남아 부모 인구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이 가고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저출산 키즈’들이 결혼·출산 주요 세대로 진입하면 가임 인구 감소 영향은 본격화할 것이다. 1980년대 80만 명이던 출생아 수는 2000년대 40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부모가 80만 명이면 0.6명씩만 낳아도 아이가 24만 명이지만, 부모가 40만 명으로 줄면 1.0명씩 낳아도 아이는 20만 명으로 줄어든다.압도적 저출산에도 지금까지 인구 감소가 눈에 띄지 않았던 건 수명 연장으로 고령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 줄어든 출생에 압도될 날이 머지않았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출산율이 지금보다 높아진대도(고위 추계) 45년 뒤 한국 인구는 3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마치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양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2, 3명대로 오르지 않는 한 인구 축소 사회는 불가피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저출생·고령화 대책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주요 정책에서 저출생이란 말이 사라지는 등 위기감은 전보다 줄어든 듯하다.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속도가 조금 더뎌졌을 뿐이다. 내일 맞이할 지도자가 누구든 우리가 인구 감소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그저 조금 더 벌었을 뿐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5-06-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내 아이가 살기 어려운 나라’에 이주할 부모는 없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올해 3월 광주 광산구 하남중앙초등학교 입학식은 다른 학교와 사뭇 달랐다. 입학식장에는 한글과 함께 러시아어가 병기된 현수막이 걸렸고, 교장 선생님의 축사는 러시아어로 동시 통역됐다. 아이들이 목에 건 이름표에서는 익숙지 않은 외국 이름들을 볼 수 있었다. 이 학교의 전체 학생 240명 가운데 66%인 158명이 외국인 혹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인 이주배경학생이다. 이주배경학생이 한국인 학생 수의 2배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이 학교 홈페이지는 러시아어, 몽골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8개 언어로 제공된다. 지금은 신기해 보이는 이 모습이 가까운 미래에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 이주배경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교생 10명 중 9명이 이주배경학생…교실마다 동시통역기도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배경 초중고 학생 수는 19만3814명으로,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학생 중 비율도 2014년 1.1%에서 2024년 3.8%까지 올랐다. 올해는 20만 명을 넘고 4%대에 이를 전망이다. 통상 전체 인구 중 5%가 이주자일 때 그 사회를 다문화사회로 본다. 학교는 다문화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방에서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 전남(6.4%), 충남(5.8%), 경북(5.2%), 전북(5.0%) 등 이미 상당수 지역에서 20명 중 1명이 이주배경학생이다. 실제 요즘 지방 공장 지역이나 농가 취재를 가보면 ‘여기가 한국인가, 외국인가’ 할 정도로 많은 외국인과 이주배경 아이들을 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 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30% 이상인 초중고교도 2023년 기준 이미 전국에 350곳에 달했다고 한다. 이주민들이 많은 경기 안산에 안산원곡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89%가 이주배경학생이다. 외국인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9배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 학교의 모든 교실에는 동시통역 기능을 지원하는 마이크와 전자칠판이 설치됐다.● ‘정착·고숙련 외국인 늘릴 것’ 학교 진학 자녀 늘어날 수밖에 이런 흐름은 앞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입을 확대하면서, 이주 정책의 방향도 ‘단기 체류’에서 ‘장기 정착’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허가제를 통한 단순 노동력 유입을 넘어서 고숙련 외국인과 그 가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2020년 203만 명 수준이던 체류 외국인 수는 2023년 265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민청 신설과 함께 이 수치를 더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다.정착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 이곳에서 가족을 이루는 이들도 늘 테고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반면 한국의 유소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소폭 반등한다고 해도 오랜 저출산의 여파로 부모 세대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서 유소년 인구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부가 만나 2명을 낳지 않는 저출산 상황은 이미 1980년대 초 시작됐다. 1.3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이 시작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 한국 적응 돕는 한국어 학습반, 학교 50곳 중 1곳꼴학교 현장은 이런 변화에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서울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유치원생을 키우는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 아만울라 씨는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이곳 생활에 큰 어려움을 못 느꼈는데 학교에 보내고 보니 힘들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말이 서툰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을 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남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한 중국인 부모도 “학교엔 우리 아이 같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없어 막막하다”고 전했다.전국 초중고교 1만2000여 곳 가운데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한국어(KSL) 학급이 있는 곳은 지난해 기준 526개뿐이다. 50곳 중 한 곳꼴이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 적응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배경청소년재단 프로그램 ‘레인보우스쿨’은 전국 21곳이었는데 오히려 예산 삭감으로 올해 그 수가 13곳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이런 지원 프로그램들은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 가족을 따라 1년 미국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영어라곤 한국 학교에서 배운 게 전부이고 외국 생활도 해본 적이 없어서 미국 학교에 다닐 일이 막막했는데 학교에 있는 ESL(English is Second Language) 반 덕에 빠르게 적응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ESL 반은 나처럼 영어가 서툰 외국 학생들이 모여 영어를 배우고 학교 수업에 대한 도움을 얻고 생소한 문화를 배우는 곳이었다. 이민자들로 이뤄진,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가는 나라 미국에서는 대부분 학교가 이런 ESL 반을 대부분 운영하고 있다. ● 자칫하다 ‘2등 시민’ 선진국 실패 답습이주배경학생 지원은 단지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적응 여부는 외국인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고숙련 인력이 이주할 곳을 정할 때 자녀의 교육환경은 핵심 고려 사항이다. 정착할 수 있는 나라인가, 자녀가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는가—이 질문에 한국이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한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선진국 중 상당수는 이주민 2세대의 ‘사회적 실패’를 경험했다. 2등 시민으로 전락한 이들이 빈곤과 차별의 고리에 갇히면서 사회통합이 좌초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정부는 올해 초 중고교까지 교육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제는 단편적인 시책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이주배경학생은 더 이상 ‘특수’한 존재가 아니다. 5%는 곧 8%, 10%가 될 것이다. 이들이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은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는 학교도, 사회도, 정책도 그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24
    • 좋아요
    • 코멘트
  • 손흥민 ‘임신 협박女’ 한때 교제…초음파 사진에 3억 건네

    검찰이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3억 원을 갈취한 20대 여성과 그 공범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20대 여성 A씨를 공갈 혐의로, 40대 남성 B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입건해 각각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토해 조만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지난해 손 선수와 교제하던 중 “임신했다”며 태아 초음파 사진을 손 선수 측에 보내고, 해당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결별한 A 씨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B 씨는 손 선수 측에 “임신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65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손 선수의 매니저는 수개월간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손 선수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고, 손 선수 측은 고소장을 제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14일 A 씨와 B 씨두 사람을 체포하고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 씨가 제시한 초음파 사진의 진위 여부도 수사 중이다.손 선수 측은 “명백한 피해 상황이며, 어떤 합의나 선처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유명인을 겨냥한 사생활 협박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추가 범죄 정황이 있는지 계속해서 수사 중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16
    • 좋아요
    • 코멘트
  • 문형배, 서울시립대 로스쿨 강단 서나…“고민 중”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초빙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 전 대행은 최근 서울시립대로부터 초빙교수 임용 공모에 대한 안내를 받았으며, 이에 응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용 절차가 진행되어 문 전 대행이 초빙교수로 임용될 경우, 오는 2학기부터 헌법 관련 강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시립대 로스쿨은 국내 유일의 공립 로스쿨로, 한 학년 정원은 50명이다 .문 전 대행은 2019년 4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어 6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18일 퇴임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던 문 전 대행은 윤 전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선고했다.서울시립대는 앞서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했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을 초빙교수로 임용한 전례가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14
    • 좋아요
    • 코멘트
  • 피겨 간판 차준환, 서울시청 소속 됐다…“책임감 갖고 경기 임할것”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 선수가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 피겨팀에 합류하며 국내 최초로 실업팀 소속 피겨 선수가 되었다. 서울시는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차 선수의 입단식을 개최하고,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창단된 피겨팀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차준환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5위, 2022 ISU 4대륙 선수권대회 금메달, 2023 ISU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서울시는 비인기 취약 종목과 민간기업 후원이 부족한 종목을 육성하기 위해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동계종목 활동 저변 확산을 위해 지자체 최초로 피겨팀을 신규 창단했다. 이번 피겨팀 창단으로 서울시는 총 189명으로 구성된 26개 팀(하계 20개, 동계 6개)을 운영하게 된다. 차 선수는 입단식에서 “서울시청 피겨팀의 첫 번째 선수로 입단하게 되어 정말 영광스럽고 설레는 마음이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업팀이 창단되었다는 점에서 이 자리가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서울시청 소속 선수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과 경기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차준환 선수의 모든 훈련과 경기, 올림픽을 향한 여정에도 서울시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서울시는 직장운동경기부의 모든 선수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훈련에 전념하고, 국제 무대에서도 당당히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14
    • 좋아요
    • 코멘트
  • 인구 10명 중 1명만 어린이인 나라에 ‘노키즈존’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주말엔 무조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편이다. 아이 넷과 함께 집에 있다간 높은 확률로 층간소음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걸 발굴하는 게 직업인 기자에게도 매 주말 ‘아이들과 어디 갈지’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는 취재원이 이런 기자의 고민을 듣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야외 공간이 넓은 카페를 소개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검색해 보았다가 금세 김이 새고 말았다. 카페 공간 일부가 ‘노키즈존(No Kids Zone·어린이 출입 금지구역)’이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이 아닌 공간에서 놀 수는 있겠지만, 내내 신경이 쓰일 게 뻔해 방문을 포기했다.● 배려 아니라 ‘배제’의 대상이 된 어린이들아이를 갖기 전에는 아이와 함께 갈 수 없는 공간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2022년 제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흥업소 등 애초에 아동 출입이 제한된 업소를 제외하고도 전국에 542곳의 노키즈존이 운영 중이었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선 558곳으로 집계됐다. 실제는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노키즈존임을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은 업소도 있고, 전체 매장이 아닌 일부 공간만 노키즈존으로 지정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노키즈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일반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다니다 보면 ‘요주의 인물’로 취급받을 때가 많다. 얼마 전 아이들과 미술관에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직원이 굳이 나를 부르더니 “아이들 관람 주의를 부탁드린다”라며 당부했다. 흔히 겪는 일이다.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매장에 들어가면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배척 혹은 배제의 대상이 됐다.● 노키즈존에 시민 70% ‘공감해’매장의 입장도 이해한다. 아이 넷을 키우는 나조차도 가끔은 참기 힘든 아이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별별 손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노키즈존이 확산한 배경도 이런 소위 ‘진상 어린이 고객’들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한 점포 사례가 공유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실제 관련 소송에서 자영업자들이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2008년 충북의 한 숯불갈비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24개월 아이가 화로를 옮기던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었는데, 법원은 식당 주인과 부모에게 절반씩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식당 주인은 아이 가족에게 약 1100만 원을 배상해야 했다. 2015년 경기의 한 식당에서는 통로에 세워둔 유모차에 종업원이 된장찌개를 쏟아 4살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 식당 측은 ‘유모차 반입금지’ 안내문이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식당 측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주인에게 책임 비율 70%, 배상금 약 1170만 원을 선고했다.2023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 1000명 중 70%가 노키즈존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 영업의 자유, 안전사고 예방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다수의 시민이 어린이를 ‘배제해도 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매트 깔고, 실리콘 식기 들이고…시설이 먼저 바뀐다면?아이가 태어날 즈음, 부모는 물론 집도 아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매트를 깔고, 실리콘 식기와 둥근 모서리 가구를 들이고, 서랍장엔 잠금장치를 단다. 위험한 물건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리고, 아이가 가면 안 되는 공간엔 울타리를 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다. 아이도 어른도 다치지 않기 위해서다.이런 조치들이 공공장소에도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는다면, 아이로 인한 사고나 불편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노키즈존이나 아이들 출입을 꺼리는 영업장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아이가 그릇을 깼다고 바로 타박하기 전에, 그것이 아이가 사용하기에 적절한 식기였는지 먼저 돌아보면 어떨까. 대부분의 아이는 모르고, 미숙해서 실수한다. 부러 누군가를 괴롭히려고, 악의적으로 말썽을 저지르는 아이는 손에 꼽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임을 묻기보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설비를 갖추고 작은 놀이공간이나 장난감을 마련해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일 수 있다.물론 시설 투자에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소화기를 비치하고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듯, 아이 손님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일도 하나의 ‘기본 설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이렇게 아동 친화적 공간이 늘어나면, 그것이 특별한 서비스나 부차적인 비용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자라는 건 남의 아이만이 아니다. 언젠가 점주의 자녀와 손주 역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구 10명 중 1명만 어린이인 나라에서 더욱 희박해질 배려최근 기자가 만난 한 부모는 “말이 안 통하는 것만 빼면 외국에서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게 훨씬 편하다고 느꼈다”라고 한다. 한 서구 선진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어딜 가든 아이를 반갑게 환대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들 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배려하기에 앞서 너무 쉽게 배제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4세 이하 유소년 비율은 지난해 10.6%로 인구 4000만 명 이상 나라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세계 꼴찌 수준의 합계출산율 때문이다. 지난해 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1.0명보다 적은데다 세계 최저 수준인 것도 변함 없어서 앞으로도 어린이 수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인구 10명 중 1명도 어린이가 아닌 나라에서 어린이에 대한 배려는 더욱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이나 어린이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시선이 저출생 영향으로 아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몰이해가 커진 탓이라 보기도 한다. 어린이가 배려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으려 할지 의문이다. 2024년 2월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확산하는 현상을 조명하며, “아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는 사회, 한국이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그래도)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정말 우려스럽다”라고 썼다. 아이를 낳으라고 하기에 앞서 과연 우리 사회가 아동 친화적인지, ‘어린이를 위한 나라’는 있는지 자문해봐야지 않을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09
    • 좋아요
    • 코멘트
  • “주차장 없애고 녹지로”… ‘카투트리’ 캠페인

    “주차장을 없애고 나무를 심자.”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시에서 2년 전 한 비영리 단체가 시작한 ‘카투트리(Car2Tree)’ 캠페인의 구호다. 이 캠페인은 말 그대로 차량을 줄이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자는 뜻이다. 주차장을 줄여 도심 한복판에 녹지를 늘리자는 취지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슈투트가르트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단체는 주차장을 없앤 자리에 12㎡ 크기의 녹지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된 공간을 줄이고, 그 자리에 수풀과 나무 벤치를 설치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 공간은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휴식처가 됐다. 개인적인 주차 공간이 공동체 교류의 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 단체는 올해 ‘카투트리’ 공간 10곳을 마련했으며, 내년에는 20개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도심 녹지화 프로젝트는 슈투트가르트시의 기후 혁신 정책 덕분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11월부터 이 프로젝트는 시의 ‘기후 혁신 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1300만 유로(약 211억 원)에 이르는 이 기금은 유럽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기금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기후 변화 대응 프로젝트는 지원이 결정되면 최대 100만 유로(약 16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시와 시민단체가 협업한 카투트리 캠페인은 ‘녹색지붕’ 사업, ‘나무 입양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시민 참여형 녹지화 사업이다. 시가 이런 시민 참여형 녹지화 사업을 독려하는 이유는 그간 시 당국의 기후변화 극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기후변화로 인해 시의 열섬 현상 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시는 독일 내에서 가장 더운 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한 연구도 ‘일일 최고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인 일수’가 2031∼2060년에는 1971∼2000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람길’ 된 獨 도심숲, 대기질 개선-열섬 완화… 일자리도 창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에서 일합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시 남부 발다우 공원 근처 숲 교육기관 ‘숲의 집’에서 3월 21일(현지 시간) 만난 막시밀리안 크로프 소장(35)이 말했다. 산림 관련 정부 부처에서 장관 자문관, 기획조정관 등을 지낸 그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산림 교육을 맡고 있다. 크로프 소장은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 대신 숲에서 산책하며 식사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슈투트가르트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등 세계적인 명품 자동차 기업의 본사가 있는 ‘자동차의 도시’지만, 숲과 공원 등 녹지가 도시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숲의 도시’이기도 하다. 슈투트가르트 도심숲은 ‘바람길’이 되어 도시 공기를 정화할 뿐 아니라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서 숲을 접한 젊은이들은 숲의 이점을 알리기 위해 ‘숲 전문가’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 도시에서 숲 일자리 인기 1989년 설립된 ‘숲의 집’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숲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지역 학교 및 유치원과 협력해 숲 체험 수업을 운영하며, 숲 해설사·산림교육가 등 전문가 양성 과정도 함께 진행한다. 국가 공인 산림 자격증 취득을 위한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운영된다. 고요하고 정적인 숲엔 은퇴 세대들이 주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방문한 숲의 집에선 20, 30대 청년 직원 10여 명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남부 튀빙겐에서 온 리사 빌레 씨(20)는 “지난해 8월 고교 졸업 직후 여기에서 1년 인턴 과정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숲을 돌아보며 안정을 찾은 사람들은 표정이 행복하다”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 숲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임업과 목재 산업은 경기 둔화로 일자리가 줄고 있지만, 숲 교육은 젊은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숲 교육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독일 연방 자연 및 산림 유치원 협회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는 이른바 ‘숲 유치원’이 4000곳 넘게 운영 중이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숲의 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내 대표적인 ‘숲 전문가 인큐베이터’로 꼽힌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인구 1134만 명)에는 현재 60여 명의 숲 교육가가 활동 중이며, 이들은 주 내 4개 숲 학교, 12개 산림교육센터, 33개 청소년 캠프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날 숲의 집을 찾은 학부모들도 숲을 통한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올가 안드레이 씨는 유치원생 딸과 방문한 숲의 집 정원에서 “숲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자연 활동이 많아 아이 교육에 좋다”며 “아이의 유치원도 이곳과 협업해 숲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도시 두른 8km 숲이 환경도 개선숲 교육이 활발한 데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바탕에 있다. 독일 전체 면적 중 산림 비율은 약 32.3%(2022년 기준)로 한국(63%)보다 낮지만, 잘 정비된 도심숲 덕분에 시민들은 숲을 생활권 안에서 접한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시는 숲과 공원이 전체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며, 통행 불가 녹지를 포함한 전체 녹지율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슈투트가르트의 도심 숲 면적이 약 5000ha로, 축구장 7000개 이상 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원에는 약 6만5000그루, 거리에는 3만5000그루의 나무가 있다. 빌레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숲에서 뛰어 놀았기 때문에 숲에서 일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시 근처에서 사는 ‘숲의 집’ 인턴 야코프 하젝 씨(20)도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숲을 많이 보고 정원 가꾸는 일을 도와 숲이 친숙하다”고 했다. 이렇게 넓은 도심숲은 슈투트가르트시가 인근 공장들이 내뿜는 매연과 열섬 효과를 해결하기 위해 녹지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다. 당초 이 지역은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많은 공장에서 매연을 내뿜는데 주변 3면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이 매연이 쉬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연평균 풍속도 초속 1.0m가량으로 독일 북부 도시인 함부르크(초속 5.6m)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아 공기가 정체됐다. 이에 시는 전체 녹지를 가꾸는 것과 동시에 1970년대부터 녹지를 U자 형태로 연결하는 ‘그린 U(Green U)’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도심을 둘러 약 8km에 걸쳐 조성된 이 숲길은 주변 산과 계곡에서 흘러든 찬 공기를 도심으로 유입시켜 대기 질을 개선하고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내 어디서든 도보 10분이면 숲에 닿을 수 있다. 시민 건강 증진, 에너지 비용 절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다층적 효과를 통해 숲은 도시의 경제적 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숲 ‘녹색 지붕’ 30만 ㎡ 조성 슈투트가르트시의 녹지는 시뿐만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진다. 당국은 1986년부터 지붕을 녹화하는 건물에 보조금을 지급해 지금까지 ‘녹색 지붕’이 30만 ㎡ 이상 조성됐다. ‘나무 입양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에게 나무를 심고 가꾸는 참여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2008년에는 ‘기후 지도’를 발간해 도시계획의 환경 기준을 제시했다. 차가운 공기 이동 경로, 오염 물질 농도, 열섬 현상 위험 지역 등을 분석해 건물 주변에 충분한 개방 공간 확보, 계곡·언덕·비탈면의 건축 제한, 산업시설의 오염 배출 금지 등을 권고한다. 이 기후 지도는 수도 베를린, 일본 고베시 등 여러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받았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풍숲이 준 액체황금” 50년 나무 키워, 메이플시럽 시장 72% 차지

    “숲은 다른 어떤 농사와도 다릅니다. 씨앗을 사지도, 비료를 주지도,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주지요.” 지난달 22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브로몽의 파인 마운틴 숲을 찾았다. 퀘벡 지역은 세계 메이플 시럽의 72%,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0%를 생산하는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핵심 생산지다. 이곳에서 만난 메이플 시럽 생산자 데이비드 홀 씨(65)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쓰다듬으며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우리에게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액 흘러넘치는 봄의 단풍나무 숲홀 씨의 단풍나무 숲은 얼핏 보기엔 잎사귀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수액 채취를 위해 단풍나무마다 1, 2개씩 꽂아놓은 관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수액이 흘러나와 튜브를 통해 산 아래쪽 수액 탱크로 내려가고 있었다. 홀 씨는 “지금처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수액 흐름이 왕성한 3월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많게는 하루에 한 그루당 3갤런(11.4L)을 채취하는데, 이런 나무가 이 숲에 2만3000그루”라고 설명했다.메이플 생산자들은 봄이 오기 전 미리 나무에 드릴로 구멍 1, 2개를 뚫고 수액 채취 관을 연결한다. 20여 일 뒤 채취를 끝내고 관을 제거하면 1년 뒤 나무는 스스로 재생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운다. 나무에서 막 흘러나온 단풍나무 수액은 달콤한 생수 같은 맛이 난다. 이를 수액 탱크에 싣고 단풍나무 숲 근처 일종의 처리 시설인 ‘슈거섁(Sugar Shack·설탕 오두막)’으로 가져간다. 수액을 끓이자 마침내 갈색빛이 나는 메이플 시럽이 됐다. 홀 씨는 “1L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평균 40L의 수액이 필요하다”며 “메이플 시럽의 브릭스와 농도는 생산 설비 내 컴퓨터 센서를 통해 균질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대 이어 청년 농가 만드는 ‘액체 황금’ 홀 씨의 집안은 1860년부터 6대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전에도 우리는 늘 이 숲에 있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일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채취한 수액을 마차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홀 씨는 “오직 자연과 호흡하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일터로서의 숲의 매력”이라며 “맥길대 졸업 후 스스로 이 숲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홀 씨의 아들 앤드루 씨(31)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처럼 맥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뒤 숲으로 돌아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실제 퀘벡 지역에는 귀농한 청년층 등 젊은 메이플 시럽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그 수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와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협회(QMS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생산 농가 수는 20% 가까이 늘어 현재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이렇게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도 1만2600개에 이른다. QMSP는 “메이플 시럽 산업은 퀘벡주 국내총생산(GDP)에 11억 캐나다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을 기여한다”며 “벌목에 비해 GDP는 9배, 고용은 16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홀 씨 역시 “메이플 시럽 생산을 통해 매년 40만 캐나다달러(약 4억117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숲푸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3대 산림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숲에서 얻는 임산물이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임산물은 목재와 펄프부터 시작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숲 열매와 단풍나무 수액 등 비(非)목재 임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버섯, 산나물, 감, 대추, 밤 등 먹는 임산물, 일명 ‘숲푸드’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인 데다 탄소 배출, 토양 오염 등도 줄여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역의 숲푸드를 잘 살리면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숲을 지키고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일부 청년들은 캐나다 숲의 오랜 주인이었던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직접 숲으로 나가 버섯과 허브, 약초 등을 채취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역 기반 사업체를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야생 바구니(The Wild Basket)’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과 땅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 신선한 임산물을 공급해 주목받았다. 다만 최근 캐나다 숲 농가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한기후 속 산불 재해 위험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홀 씨는 “모든 숲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플 시럽 산업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숲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단풍나무를 심어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퀘벡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숲이 없으면 시럽도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플 시럽 패키지에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10만 개의 스티커를 붙여 국내외 메이플 시럽 소비자들에게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풍나무 숲 ‘설탕 오두막’ 체험, 가족 관광객 줄이어

    캐나다 퀘벡주(州) 일대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시럽 생산에서 더 나아가 메이플 시럽을 지역의 요리 및 문화 유산과 결합시킨 체험형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퀘벡 지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인 ‘슈거섁(설탕 오두막)’을 통해서다. 185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오두막은 메이플 시럽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봄, 온 가족이 눈 덮인 숲에서 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퀘벡주의 단풍나무 숲 일대에는 100여 개의 설탕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풍나무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3월에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 시기에 설탕 오두막을 방문하면 갓 끓여낸 메이플 시럽을 눈 위에 붓고 나무 막대에 돌돌 말아 막대 사탕처럼 굳혀 먹는 ‘메이플 태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등 다양한 퀘벡 전통 요리도 제공된다. 설탕 오두막 옆 단풍나무 숲에서 방문객들은 직접 단풍나무 수액 채취 과정을 관찰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부 설탕 오두막은 무쇠 솥에 단풍나무 수액을 붓고 장작을 피워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시연하는가 하면, 단풍나무 숲 산책이나 마차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다 보니 이 시기 슈거섁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퀘벡주는 2020년 메이플 시럽 생산 100주년을 기념한 데 이어 2021년 단풍나무 수액 채취 시즌을 문화유산법에 따라 퀘벡의 공식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메이플 시럽의 역사와 생산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뤄 지역의 숲 자원이 산업을 넘어 교육과 공유 유산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메이플 시럽 생산 자격증도 딸 수 있다. 퀘벡주는 지난해 단풍나무를 퀘벡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국립 단풍나무의 날’로 선포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풍나무와 단풍 시럽 생산, 단풍나무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념한다. 퀘벡의 문화, 사회, 요리, 역사에서 단풍나무 숲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페서 산 커피 한 잔, 지역 학생들 장학금이 돼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카페폭포’는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1, 2층 모두 손님들로 가득했다. 홍제천 명소인 홍제폭포 바로 앞에 자리한 덕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가까운 안산(鞍山)에서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도 눈에 띄었다. 2023년 4월 문을 연 이 카페는 서대문구가 직접 운영한다. 구는 카페 수익으로 올 상반기 95명에게 총 2억100만 원의 ‘행복장학금’을 지원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에도 카페 수익으로 대학생에게 300만 원, 중고교생에게 100만 원씩 총 114명에게 2억 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대상과 규모를 확대했다.● “아이들 돕는 데 쓰인다니 음료 주문 더” “부모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공부가 손에 안 잡혔는데, 장학금을 받게 돼 한숨 돌렸어요. 일부는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 데 쓸 생각이에요.” 올해 행복장학금을 받은 하모 씨(22)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대문구에 살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하 씨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장학금 제도를 알게 됐고, 학업 성적은 물론 탈북민 대상 도시락 봉사, 자매도시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아 지원 대상자가 됐다. 과거 장학금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기초지자체 안에서도 교육 격차가 커지면서 자치구 차원의 장학금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는 올해 행복장학금으로만 총 4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카페폭포가 개장 후 누적 201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면서 수익이 늘어난 덕에 지원금도 커졌다. 장학금은 서대문구 소재 학교 재학 중이거나 서대문구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중학교 이상 학생 또는 관내 출생했거나 관내 학교 출신으로서 문화·예술·체육 등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인 학생에게 주어진다. 인근 주민이라는 김서영 씨(48)는 “원래 외부 음식 취식도 가능한데 우리 학생들 좋은 일에 쓰인다니 같이 온 일행들 한 잔씩 다 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 자치구들, 장학금 신설하고 금액 늘려 자치구 자체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서대문구뿐만이 아니다. 강남구는 최근 장학기금을 만들고 새롭게 성적 향상 장학금과 근로 대학생 격려금을 신설했다. 특히 성적 향상 장학금은 소득 기준을 없앴다. 강서구도 이달 11일 ‘강서구장학회’ 장학생 모집을 마감했다. ‘구민한마음’ 장학금 2명, 모범 장학생 50명, 특기 장학생 4명 등 총 66명을 선발한다. 올해부터는 자기계발 계획을 갖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꿈지원 장학금’을 신설했다. 강북구는 2월 ‘꿈나무키움 장학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고 음악, 미술, 체육 등 6개 분야에서 총 44명을 선발했다. 올해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지원액을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양천구도 전년보다 54% 늘어난 143명에게 지난해 총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내년까지 장학기금 조성 목표액을 기존 20억 원에서 40억 원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많은 자치구가 자체 장학재단을 운영 중이다. 송파구 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 30년간 2944명에게 총 28억여 원을 지원했고, 금천미래장학회는 지난해 3월 기준 1854명에게 26억여 원을 지급했다. 자세한 내용은 각 구 구청과 장학재단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페서 산 커피 한 잔, 지역 학생들 장학금이 돼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카페폭포’는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1, 2층 모두 손님들로 가득했다. 홍제천 명소인 홍제폭포 바로 앞에 자리한 덕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가까운 안산(鞍山)에서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도 눈에 띄었다.2023년 4월 문을 연 이 카페는 서대문구가 직접 운영한다. 구는 카페 수익으로 올 상반기 95명에게 총 2억 100만 원의 ‘행복장학금’을 지원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에도 카페 수익으로 대학생에게 300만 원, 중·고교생에게 100만 원씩 총 114명에게 2억 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대상과 규모를 확대했다.● “아이들 돕는 데 쓰인다니 음료 주문 더”“부모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공부가 손에 안 잡혔는데, 장학금을 받게 돼 한숨 돌렸어요. 일부는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 데 쓸 생각이에요.”올해 행복장학금을 받은 하모 씨(22)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대문구에 살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하 씨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장학금 제도를 알게 됐고, 학업 성적은 물론 탈북민 대상 도시락 봉사, 자매도시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인정 받아 지원 대상자가 됐다.과거 장학금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기초지자체 안에서도 교육격차가 커지면서 자치구 차원의 장학금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는 올해 행복장학금으로만 총 4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카페폭포가 개장 후 누적 201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면서 수익이 늘어난 덕에 지원금도 커졌다. 장학금은 서대문구 소재 학교 재학중이거나 서대문구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중학교 이상 학생 또는 관내 출생했거나 관내 학교 출신으로서 문화·예술·체육 등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인 학생에게 주어진다. 인근 주민이라는 김서영 씨(48)는 “원래 외부 음식 취식도 가능한데 우리 학생들 좋은 일에 쓰인다니 같이 온 일행들 한 잔씩 다 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 자치구들, 장학금 신설하고 금액 늘려자치구 자체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서대문구뿐만이 아니다. 강남구는 최근 장학기금을 만들고 새롭게 성적 향상 장학금과 근로 대학생 격려금을 신설했다. 특히 성적 향상 장학금은 소득 기준을 없앴다. 강서구도 이달 11일 ‘강서구장학회’ 장학생 모집을 마감했다. ‘구민한마음’ 장학금 2명, 모범 장학생 50명, 특기 장학생 4명 등 총 66명을 선발한다. 올해부터는 자기계발 계획을 갖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꿈지원 장학금’을 신설했다.강북구는 2월 ‘꿈나무키움 장학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고 음악, 미술, 체육 등 6개 분야에서 총 44명을 선발했다. 올해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지원액을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양천구도 전년보다 54% 늘어난 143명에게 지난해 총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내년까지 장학기금 조성 목표액을 기존 20억 원에서 40억 원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이밖에 많은 자치구가 자체 장학재단을 운영 중이다. 송파구 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 30년간 2944명에게 총 28억여 원을 지원했고, 금천미래장학회는 지난해 3월 기준 1854명에게 26억여 원을 지급했다. 자세한 내용은 각 구 구청과 장학재단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4-20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