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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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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 다자녀 엄마 기자입니다. 환경, 보건, 복지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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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04-19~2025-05-19
사회일반32%
지방뉴스14%
칼럼14%
사고10%
교육7%
국제경제7%
환경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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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임신 협박女’ 한때 교제…초음파 사진에 3억 건네

    검찰이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3억 원을 갈취한 20대 여성과 그 공범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20대 여성 A씨를 공갈 혐의로, 40대 남성 B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입건해 각각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토해 조만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지난해 손 선수와 교제하던 중 “임신했다”며 태아 초음파 사진을 손 선수 측에 보내고, 해당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결별한 A 씨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B 씨는 손 선수 측에 “임신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65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손 선수의 매니저는 수개월간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손 선수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고, 손 선수 측은 고소장을 제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14일 A 씨와 B 씨두 사람을 체포하고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 씨가 제시한 초음파 사진의 진위 여부도 수사 중이다.손 선수 측은 “명백한 피해 상황이며, 어떤 합의나 선처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유명인을 겨냥한 사생활 협박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추가 범죄 정황이 있는지 계속해서 수사 중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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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형배, 서울시립대 로스쿨 강단 서나…“고민 중”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초빙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 전 대행은 최근 서울시립대로부터 초빙교수 임용 공모에 대한 안내를 받았으며, 이에 응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용 절차가 진행되어 문 전 대행이 초빙교수로 임용될 경우, 오는 2학기부터 헌법 관련 강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시립대 로스쿨은 국내 유일의 공립 로스쿨로, 한 학년 정원은 50명이다 .문 전 대행은 2019년 4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어 6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18일 퇴임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던 문 전 대행은 윤 전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선고했다.서울시립대는 앞서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했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을 초빙교수로 임용한 전례가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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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 간판 차준환, 서울시청 소속 됐다…“책임감 갖고 경기 임할것”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 선수가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 피겨팀에 합류하며 국내 최초로 실업팀 소속 피겨 선수가 되었다. 서울시는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차 선수의 입단식을 개최하고,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창단된 피겨팀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차준환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5위, 2022 ISU 4대륙 선수권대회 금메달, 2023 ISU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서울시는 비인기 취약 종목과 민간기업 후원이 부족한 종목을 육성하기 위해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동계종목 활동 저변 확산을 위해 지자체 최초로 피겨팀을 신규 창단했다. 이번 피겨팀 창단으로 서울시는 총 189명으로 구성된 26개 팀(하계 20개, 동계 6개)을 운영하게 된다. 차 선수는 입단식에서 “서울시청 피겨팀의 첫 번째 선수로 입단하게 되어 정말 영광스럽고 설레는 마음이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업팀이 창단되었다는 점에서 이 자리가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서울시청 소속 선수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과 경기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차준환 선수의 모든 훈련과 경기, 올림픽을 향한 여정에도 서울시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서울시는 직장운동경기부의 모든 선수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훈련에 전념하고, 국제 무대에서도 당당히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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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10명 중 1명만 어린이인 나라에 ‘노키즈존’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주말엔 무조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편이다. 아이 넷과 함께 집에 있다간 높은 확률로 층간소음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걸 발굴하는 게 직업인 기자에게도 매 주말 ‘아이들과 어디 갈지’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는 취재원이 이런 기자의 고민을 듣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야외 공간이 넓은 카페를 소개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검색해 보았다가 금세 김이 새고 말았다. 카페 공간 일부가 ‘노키즈존(No Kids Zone·어린이 출입 금지구역)’이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이 아닌 공간에서 놀 수는 있겠지만, 내내 신경이 쓰일 게 뻔해 방문을 포기했다.● 배려 아니라 ‘배제’의 대상이 된 어린이들아이를 갖기 전에는 아이와 함께 갈 수 없는 공간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2022년 제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흥업소 등 애초에 아동 출입이 제한된 업소를 제외하고도 전국에 542곳의 노키즈존이 운영 중이었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선 558곳으로 집계됐다. 실제는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노키즈존임을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은 업소도 있고, 전체 매장이 아닌 일부 공간만 노키즈존으로 지정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노키즈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일반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다니다 보면 ‘요주의 인물’로 취급받을 때가 많다. 얼마 전 아이들과 미술관에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직원이 굳이 나를 부르더니 “아이들 관람 주의를 부탁드린다”라며 당부했다. 흔히 겪는 일이다.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매장에 들어가면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배척 혹은 배제의 대상이 됐다.● 노키즈존에 시민 70% ‘공감해’매장의 입장도 이해한다. 아이 넷을 키우는 나조차도 가끔은 참기 힘든 아이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별별 손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노키즈존이 확산한 배경도 이런 소위 ‘진상 어린이 고객’들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한 점포 사례가 공유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실제 관련 소송에서 자영업자들이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2008년 충북의 한 숯불갈비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24개월 아이가 화로를 옮기던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었는데, 법원은 식당 주인과 부모에게 절반씩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식당 주인은 아이 가족에게 약 1100만 원을 배상해야 했다. 2015년 경기의 한 식당에서는 통로에 세워둔 유모차에 종업원이 된장찌개를 쏟아 4살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 식당 측은 ‘유모차 반입금지’ 안내문이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식당 측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주인에게 책임 비율 70%, 배상금 약 1170만 원을 선고했다.2023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 1000명 중 70%가 노키즈존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 영업의 자유, 안전사고 예방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다수의 시민이 어린이를 ‘배제해도 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매트 깔고, 실리콘 식기 들이고…시설이 먼저 바뀐다면?아이가 태어날 즈음, 부모는 물론 집도 아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매트를 깔고, 실리콘 식기와 둥근 모서리 가구를 들이고, 서랍장엔 잠금장치를 단다. 위험한 물건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리고, 아이가 가면 안 되는 공간엔 울타리를 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다. 아이도 어른도 다치지 않기 위해서다.이런 조치들이 공공장소에도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는다면, 아이로 인한 사고나 불편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노키즈존이나 아이들 출입을 꺼리는 영업장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아이가 그릇을 깼다고 바로 타박하기 전에, 그것이 아이가 사용하기에 적절한 식기였는지 먼저 돌아보면 어떨까. 대부분의 아이는 모르고, 미숙해서 실수한다. 부러 누군가를 괴롭히려고, 악의적으로 말썽을 저지르는 아이는 손에 꼽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임을 묻기보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설비를 갖추고 작은 놀이공간이나 장난감을 마련해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일 수 있다.물론 시설 투자에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소화기를 비치하고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듯, 아이 손님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일도 하나의 ‘기본 설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이렇게 아동 친화적 공간이 늘어나면, 그것이 특별한 서비스나 부차적인 비용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자라는 건 남의 아이만이 아니다. 언젠가 점주의 자녀와 손주 역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구 10명 중 1명만 어린이인 나라에서 더욱 희박해질 배려최근 기자가 만난 한 부모는 “말이 안 통하는 것만 빼면 외국에서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게 훨씬 편하다고 느꼈다”라고 한다. 한 서구 선진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어딜 가든 아이를 반갑게 환대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들 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배려하기에 앞서 너무 쉽게 배제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4세 이하 유소년 비율은 지난해 10.6%로 인구 4000만 명 이상 나라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세계 꼴찌 수준의 합계출산율 때문이다. 지난해 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1.0명보다 적은데다 세계 최저 수준인 것도 변함 없어서 앞으로도 어린이 수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인구 10명 중 1명도 어린이가 아닌 나라에서 어린이에 대한 배려는 더욱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이나 어린이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시선이 저출생 영향으로 아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몰이해가 커진 탓이라 보기도 한다. 어린이가 배려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으려 할지 의문이다. 2024년 2월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확산하는 현상을 조명하며, “아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는 사회, 한국이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그래도)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정말 우려스럽다”라고 썼다. 아이를 낳으라고 하기에 앞서 과연 우리 사회가 아동 친화적인지, ‘어린이를 위한 나라’는 있는지 자문해봐야지 않을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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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 없애고 녹지로”… ‘카투트리’ 캠페인

    “주차장을 없애고 나무를 심자.”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시에서 2년 전 한 비영리 단체가 시작한 ‘카투트리(Car2Tree)’ 캠페인의 구호다. 이 캠페인은 말 그대로 차량을 줄이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자는 뜻이다. 주차장을 줄여 도심 한복판에 녹지를 늘리자는 취지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슈투트가르트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단체는 주차장을 없앤 자리에 12㎡ 크기의 녹지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된 공간을 줄이고, 그 자리에 수풀과 나무 벤치를 설치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 공간은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휴식처가 됐다. 개인적인 주차 공간이 공동체 교류의 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 단체는 올해 ‘카투트리’ 공간 10곳을 마련했으며, 내년에는 20개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도심 녹지화 프로젝트는 슈투트가르트시의 기후 혁신 정책 덕분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11월부터 이 프로젝트는 시의 ‘기후 혁신 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1300만 유로(약 211억 원)에 이르는 이 기금은 유럽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기금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기후 변화 대응 프로젝트는 지원이 결정되면 최대 100만 유로(약 16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시와 시민단체가 협업한 카투트리 캠페인은 ‘녹색지붕’ 사업, ‘나무 입양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시민 참여형 녹지화 사업이다. 시가 이런 시민 참여형 녹지화 사업을 독려하는 이유는 그간 시 당국의 기후변화 극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기후변화로 인해 시의 열섬 현상 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시는 독일 내에서 가장 더운 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한 연구도 ‘일일 최고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인 일수’가 2031∼2060년에는 1971∼2000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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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길’ 된 獨 도심숲, 대기질 개선-열섬 완화… 일자리도 창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에서 일합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시 남부 발다우 공원 근처 숲 교육기관 ‘숲의 집’에서 3월 21일(현지 시간) 만난 막시밀리안 크로프 소장(35)이 말했다. 산림 관련 정부 부처에서 장관 자문관, 기획조정관 등을 지낸 그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산림 교육을 맡고 있다. 크로프 소장은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 대신 숲에서 산책하며 식사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슈투트가르트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등 세계적인 명품 자동차 기업의 본사가 있는 ‘자동차의 도시’지만, 숲과 공원 등 녹지가 도시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숲의 도시’이기도 하다. 슈투트가르트 도심숲은 ‘바람길’이 되어 도시 공기를 정화할 뿐 아니라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서 숲을 접한 젊은이들은 숲의 이점을 알리기 위해 ‘숲 전문가’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 도시에서 숲 일자리 인기 1989년 설립된 ‘숲의 집’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숲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지역 학교 및 유치원과 협력해 숲 체험 수업을 운영하며, 숲 해설사·산림교육가 등 전문가 양성 과정도 함께 진행한다. 국가 공인 산림 자격증 취득을 위한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운영된다. 고요하고 정적인 숲엔 은퇴 세대들이 주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방문한 숲의 집에선 20, 30대 청년 직원 10여 명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남부 튀빙겐에서 온 리사 빌레 씨(20)는 “지난해 8월 고교 졸업 직후 여기에서 1년 인턴 과정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숲을 돌아보며 안정을 찾은 사람들은 표정이 행복하다”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 숲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임업과 목재 산업은 경기 둔화로 일자리가 줄고 있지만, 숲 교육은 젊은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숲 교육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독일 연방 자연 및 산림 유치원 협회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는 이른바 ‘숲 유치원’이 4000곳 넘게 운영 중이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숲의 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내 대표적인 ‘숲 전문가 인큐베이터’로 꼽힌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인구 1134만 명)에는 현재 60여 명의 숲 교육가가 활동 중이며, 이들은 주 내 4개 숲 학교, 12개 산림교육센터, 33개 청소년 캠프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날 숲의 집을 찾은 학부모들도 숲을 통한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올가 안드레이 씨는 유치원생 딸과 방문한 숲의 집 정원에서 “숲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자연 활동이 많아 아이 교육에 좋다”며 “아이의 유치원도 이곳과 협업해 숲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도시 두른 8km 숲이 환경도 개선숲 교육이 활발한 데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바탕에 있다. 독일 전체 면적 중 산림 비율은 약 32.3%(2022년 기준)로 한국(63%)보다 낮지만, 잘 정비된 도심숲 덕분에 시민들은 숲을 생활권 안에서 접한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시는 숲과 공원이 전체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며, 통행 불가 녹지를 포함한 전체 녹지율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슈투트가르트의 도심 숲 면적이 약 5000ha로, 축구장 7000개 이상 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원에는 약 6만5000그루, 거리에는 3만5000그루의 나무가 있다. 빌레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숲에서 뛰어 놀았기 때문에 숲에서 일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시 근처에서 사는 ‘숲의 집’ 인턴 야코프 하젝 씨(20)도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숲을 많이 보고 정원 가꾸는 일을 도와 숲이 친숙하다”고 했다. 이렇게 넓은 도심숲은 슈투트가르트시가 인근 공장들이 내뿜는 매연과 열섬 효과를 해결하기 위해 녹지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다. 당초 이 지역은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많은 공장에서 매연을 내뿜는데 주변 3면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이 매연이 쉬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연평균 풍속도 초속 1.0m가량으로 독일 북부 도시인 함부르크(초속 5.6m)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아 공기가 정체됐다. 이에 시는 전체 녹지를 가꾸는 것과 동시에 1970년대부터 녹지를 U자 형태로 연결하는 ‘그린 U(Green U)’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도심을 둘러 약 8km에 걸쳐 조성된 이 숲길은 주변 산과 계곡에서 흘러든 찬 공기를 도심으로 유입시켜 대기 질을 개선하고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내 어디서든 도보 10분이면 숲에 닿을 수 있다. 시민 건강 증진, 에너지 비용 절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다층적 효과를 통해 숲은 도시의 경제적 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숲 ‘녹색 지붕’ 30만 ㎡ 조성 슈투트가르트시의 녹지는 시뿐만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진다. 당국은 1986년부터 지붕을 녹화하는 건물에 보조금을 지급해 지금까지 ‘녹색 지붕’이 30만 ㎡ 이상 조성됐다. ‘나무 입양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에게 나무를 심고 가꾸는 참여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2008년에는 ‘기후 지도’를 발간해 도시계획의 환경 기준을 제시했다. 차가운 공기 이동 경로, 오염 물질 농도, 열섬 현상 위험 지역 등을 분석해 건물 주변에 충분한 개방 공간 확보, 계곡·언덕·비탈면의 건축 제한, 산업시설의 오염 배출 금지 등을 권고한다. 이 기후 지도는 수도 베를린, 일본 고베시 등 여러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받았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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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숲이 준 액체황금” 50년 나무 키워, 메이플시럽 시장 72% 차지

    “숲은 다른 어떤 농사와도 다릅니다. 씨앗을 사지도, 비료를 주지도,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주지요.” 지난달 22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브로몽의 파인 마운틴 숲을 찾았다. 퀘벡 지역은 세계 메이플 시럽의 72%,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0%를 생산하는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핵심 생산지다. 이곳에서 만난 메이플 시럽 생산자 데이비드 홀 씨(65)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쓰다듬으며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우리에게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액 흘러넘치는 봄의 단풍나무 숲홀 씨의 단풍나무 숲은 얼핏 보기엔 잎사귀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수액 채취를 위해 단풍나무마다 1, 2개씩 꽂아놓은 관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수액이 흘러나와 튜브를 통해 산 아래쪽 수액 탱크로 내려가고 있었다. 홀 씨는 “지금처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수액 흐름이 왕성한 3월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많게는 하루에 한 그루당 3갤런(11.4L)을 채취하는데, 이런 나무가 이 숲에 2만3000그루”라고 설명했다.메이플 생산자들은 봄이 오기 전 미리 나무에 드릴로 구멍 1, 2개를 뚫고 수액 채취 관을 연결한다. 20여 일 뒤 채취를 끝내고 관을 제거하면 1년 뒤 나무는 스스로 재생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운다. 나무에서 막 흘러나온 단풍나무 수액은 달콤한 생수 같은 맛이 난다. 이를 수액 탱크에 싣고 단풍나무 숲 근처 일종의 처리 시설인 ‘슈거섁(Sugar Shack·설탕 오두막)’으로 가져간다. 수액을 끓이자 마침내 갈색빛이 나는 메이플 시럽이 됐다. 홀 씨는 “1L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평균 40L의 수액이 필요하다”며 “메이플 시럽의 브릭스와 농도는 생산 설비 내 컴퓨터 센서를 통해 균질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대 이어 청년 농가 만드는 ‘액체 황금’ 홀 씨의 집안은 1860년부터 6대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전에도 우리는 늘 이 숲에 있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일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채취한 수액을 마차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홀 씨는 “오직 자연과 호흡하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일터로서의 숲의 매력”이라며 “맥길대 졸업 후 스스로 이 숲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홀 씨의 아들 앤드루 씨(31)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처럼 맥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뒤 숲으로 돌아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실제 퀘벡 지역에는 귀농한 청년층 등 젊은 메이플 시럽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그 수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와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협회(QMS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생산 농가 수는 20% 가까이 늘어 현재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이렇게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도 1만2600개에 이른다. QMSP는 “메이플 시럽 산업은 퀘벡주 국내총생산(GDP)에 11억 캐나다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을 기여한다”며 “벌목에 비해 GDP는 9배, 고용은 16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홀 씨 역시 “메이플 시럽 생산을 통해 매년 40만 캐나다달러(약 4억117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숲푸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3대 산림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숲에서 얻는 임산물이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임산물은 목재와 펄프부터 시작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숲 열매와 단풍나무 수액 등 비(非)목재 임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버섯, 산나물, 감, 대추, 밤 등 먹는 임산물, 일명 ‘숲푸드’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인 데다 탄소 배출, 토양 오염 등도 줄여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역의 숲푸드를 잘 살리면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숲을 지키고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일부 청년들은 캐나다 숲의 오랜 주인이었던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직접 숲으로 나가 버섯과 허브, 약초 등을 채취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역 기반 사업체를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야생 바구니(The Wild Basket)’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과 땅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 신선한 임산물을 공급해 주목받았다. 다만 최근 캐나다 숲 농가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한기후 속 산불 재해 위험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홀 씨는 “모든 숲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플 시럽 산업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숲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단풍나무를 심어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퀘벡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숲이 없으면 시럽도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플 시럽 패키지에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10만 개의 스티커를 붙여 국내외 메이플 시럽 소비자들에게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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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나무 숲 ‘설탕 오두막’ 체험, 가족 관광객 줄이어

    캐나다 퀘벡주(州) 일대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시럽 생산에서 더 나아가 메이플 시럽을 지역의 요리 및 문화 유산과 결합시킨 체험형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퀘벡 지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인 ‘슈거섁(설탕 오두막)’을 통해서다. 185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오두막은 메이플 시럽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봄, 온 가족이 눈 덮인 숲에서 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퀘벡주의 단풍나무 숲 일대에는 100여 개의 설탕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풍나무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3월에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 시기에 설탕 오두막을 방문하면 갓 끓여낸 메이플 시럽을 눈 위에 붓고 나무 막대에 돌돌 말아 막대 사탕처럼 굳혀 먹는 ‘메이플 태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등 다양한 퀘벡 전통 요리도 제공된다. 설탕 오두막 옆 단풍나무 숲에서 방문객들은 직접 단풍나무 수액 채취 과정을 관찰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부 설탕 오두막은 무쇠 솥에 단풍나무 수액을 붓고 장작을 피워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시연하는가 하면, 단풍나무 숲 산책이나 마차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다 보니 이 시기 슈거섁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퀘벡주는 2020년 메이플 시럽 생산 100주년을 기념한 데 이어 2021년 단풍나무 수액 채취 시즌을 문화유산법에 따라 퀘벡의 공식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메이플 시럽의 역사와 생산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뤄 지역의 숲 자원이 산업을 넘어 교육과 공유 유산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메이플 시럽 생산 자격증도 딸 수 있다. 퀘벡주는 지난해 단풍나무를 퀘벡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국립 단풍나무의 날’로 선포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풍나무와 단풍 시럽 생산, 단풍나무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념한다. 퀘벡의 문화, 사회, 요리, 역사에서 단풍나무 숲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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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서 산 커피 한 잔, 지역 학생들 장학금이 돼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카페폭포’는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1, 2층 모두 손님들로 가득했다. 홍제천 명소인 홍제폭포 바로 앞에 자리한 덕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가까운 안산(鞍山)에서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도 눈에 띄었다. 2023년 4월 문을 연 이 카페는 서대문구가 직접 운영한다. 구는 카페 수익으로 올 상반기 95명에게 총 2억100만 원의 ‘행복장학금’을 지원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에도 카페 수익으로 대학생에게 300만 원, 중고교생에게 100만 원씩 총 114명에게 2억 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대상과 규모를 확대했다.● “아이들 돕는 데 쓰인다니 음료 주문 더” “부모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공부가 손에 안 잡혔는데, 장학금을 받게 돼 한숨 돌렸어요. 일부는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 데 쓸 생각이에요.” 올해 행복장학금을 받은 하모 씨(22)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대문구에 살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하 씨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장학금 제도를 알게 됐고, 학업 성적은 물론 탈북민 대상 도시락 봉사, 자매도시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아 지원 대상자가 됐다. 과거 장학금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기초지자체 안에서도 교육 격차가 커지면서 자치구 차원의 장학금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는 올해 행복장학금으로만 총 4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카페폭포가 개장 후 누적 201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면서 수익이 늘어난 덕에 지원금도 커졌다. 장학금은 서대문구 소재 학교 재학 중이거나 서대문구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중학교 이상 학생 또는 관내 출생했거나 관내 학교 출신으로서 문화·예술·체육 등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인 학생에게 주어진다. 인근 주민이라는 김서영 씨(48)는 “원래 외부 음식 취식도 가능한데 우리 학생들 좋은 일에 쓰인다니 같이 온 일행들 한 잔씩 다 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 자치구들, 장학금 신설하고 금액 늘려 자치구 자체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서대문구뿐만이 아니다. 강남구는 최근 장학기금을 만들고 새롭게 성적 향상 장학금과 근로 대학생 격려금을 신설했다. 특히 성적 향상 장학금은 소득 기준을 없앴다. 강서구도 이달 11일 ‘강서구장학회’ 장학생 모집을 마감했다. ‘구민한마음’ 장학금 2명, 모범 장학생 50명, 특기 장학생 4명 등 총 66명을 선발한다. 올해부터는 자기계발 계획을 갖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꿈지원 장학금’을 신설했다. 강북구는 2월 ‘꿈나무키움 장학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고 음악, 미술, 체육 등 6개 분야에서 총 44명을 선발했다. 올해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지원액을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양천구도 전년보다 54% 늘어난 143명에게 지난해 총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내년까지 장학기금 조성 목표액을 기존 20억 원에서 40억 원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많은 자치구가 자체 장학재단을 운영 중이다. 송파구 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 30년간 2944명에게 총 28억여 원을 지원했고, 금천미래장학회는 지난해 3월 기준 1854명에게 26억여 원을 지급했다. 자세한 내용은 각 구 구청과 장학재단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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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서 산 커피 한 잔, 지역 학생들 장학금이 돼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카페폭포’는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1, 2층 모두 손님들로 가득했다. 홍제천 명소인 홍제폭포 바로 앞에 자리한 덕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가까운 안산(鞍山)에서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도 눈에 띄었다.2023년 4월 문을 연 이 카페는 서대문구가 직접 운영한다. 구는 카페 수익으로 올 상반기 95명에게 총 2억 100만 원의 ‘행복장학금’을 지원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에도 카페 수익으로 대학생에게 300만 원, 중·고교생에게 100만 원씩 총 114명에게 2억 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대상과 규모를 확대했다.● “아이들 돕는 데 쓰인다니 음료 주문 더”“부모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공부가 손에 안 잡혔는데, 장학금을 받게 돼 한숨 돌렸어요. 일부는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 데 쓸 생각이에요.”올해 행복장학금을 받은 하모 씨(22)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대문구에 살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하 씨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장학금 제도를 알게 됐고, 학업 성적은 물론 탈북민 대상 도시락 봉사, 자매도시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인정 받아 지원 대상자가 됐다.과거 장학금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기초지자체 안에서도 교육격차가 커지면서 자치구 차원의 장학금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는 올해 행복장학금으로만 총 4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카페폭포가 개장 후 누적 201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면서 수익이 늘어난 덕에 지원금도 커졌다. 장학금은 서대문구 소재 학교 재학중이거나 서대문구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중학교 이상 학생 또는 관내 출생했거나 관내 학교 출신으로서 문화·예술·체육 등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인 학생에게 주어진다. 인근 주민이라는 김서영 씨(48)는 “원래 외부 음식 취식도 가능한데 우리 학생들 좋은 일에 쓰인다니 같이 온 일행들 한 잔씩 다 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 자치구들, 장학금 신설하고 금액 늘려자치구 자체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서대문구뿐만이 아니다. 강남구는 최근 장학기금을 만들고 새롭게 성적 향상 장학금과 근로 대학생 격려금을 신설했다. 특히 성적 향상 장학금은 소득 기준을 없앴다. 강서구도 이달 11일 ‘강서구장학회’ 장학생 모집을 마감했다. ‘구민한마음’ 장학금 2명, 모범 장학생 50명, 특기 장학생 4명 등 총 66명을 선발한다. 올해부터는 자기계발 계획을 갖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꿈지원 장학금’을 신설했다.강북구는 2월 ‘꿈나무키움 장학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고 음악, 미술, 체육 등 6개 분야에서 총 44명을 선발했다. 올해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지원액을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양천구도 전년보다 54% 늘어난 143명에게 지난해 총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내년까지 장학기금 조성 목표액을 기존 20억 원에서 40억 원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이밖에 많은 자치구가 자체 장학재단을 운영 중이다. 송파구 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 30년간 2944명에게 총 28억여 원을 지원했고, 금천미래장학회는 지난해 3월 기준 1854명에게 26억여 원을 지급했다. 자세한 내용은 각 구 구청과 장학재단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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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미지]국토의 63%가 숲인데 목재 자급률은 18%인 나라

    11일 한국의 ‘산림녹화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민둥산이 된 산과 숲을 복구한 70여 년의 녹화 역사를 담은 9619건의 기록물이다. 국민 식수 운동 포스터와 우표, 화전 정리 사업 일지, 연료림 조성 내용 등 다양한 자료로 구성됐다. 유네스코는 이 기록물이 ‘국가 차원의 계획과 국민의 참여를 통해 황폐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로서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전쟁 직후인 1953년 3600만 m³에 불과했던 임목 축적 총량은 2020년 10억3800만 m³로 29배 증가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입산 통제와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고, 국민들도 적극 동참한 결과다. 산림 면적은 현재 전 국토의 63%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웨덴, 핀란드,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면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산림 국가, ‘숲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은 한국 산림의 이면을 드러냈다. 수십 년간 솎아내기(간벌), 숲길(임도) 내기 등 관리 없이 ‘과잉보호’된 숲은 산불이 발생하자 연료로 가득 찬 거대한 화약고로 변신했다. 아홉 계곡이 굽이진 데서 이름을 따왔다는 경남 산청 구곡산은 이름 그대로 길이 험하고 굽이져 진화대가 접근하기 어려웠고, 지리산을 비롯해 국내 산 곳곳에 대책 없이 쌓인 1m 깊이 낙엽과 나무 잔재는 불쏘시개가 돼 화세를 키웠다. 이번 산불로 4만여 ha(헥타르), 서울 면적 3분의 2에 이르는 숲이 소실됐다. 최소한으로 복원하는 데만 30년, 생태계가 돌아오게 하는 데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숲은 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산림녹화기록의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가 숲을 ‘심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는 숲을 가꿀 때다. 전 국토의 63%가 숲인데 한국의 목재 자급률은 2023년 기준 18.6%에 불과하다. 벌채는 ‘훼손’으로, 임도는 ‘환경 파괴’로 인식돼 온 탓에 목재, 임산물 등 숲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산불은 건강한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간벌과 임도 조성이 필수적임을 보여주었다. 일본에서 오카야마현 산촌이었던 마니와시는 넓은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목재를 생산하고, 일본 최대 폐목재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렸다. 그 결과 숲도 커졌다. 시 전체 면적의 80%가 숲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시민들이 조성한 숲이라고 한다. 산림녹화기록의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 숲이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객체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상생해야 할 동반자임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산림 관리 기관의 예산을 늘리고, 장기적인 산림 발전 계획을 수립해 목재뿐 아니라 임산물, 탄소 저감, 관광 등 숲에서 창출될 수 있는 다양한 부가가치들을 지금부터 발굴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나무는 그 열매로 판단된다’는 말이 있다. 산림녹화의 진정한 성과는 그 숲의 쓰임으로 증명될 것이다. 70년 뒤 우리의 산림 활용 기록은 어떻게 남게 될까. 지금부터의 노력에 달렸다.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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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산촌의 기적’… 폐목재 발전소 세우자 인구-관광객 늘었다

    《日 인구소멸지역 되살린 숲오카야마현 마니와시는 산림 면적이 80%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적 산촌이다. 목재 생산으로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주택 경기 침체로 목재 수요가 줄며 젊은층이 떠나고 인구도 급감해 인구소멸 지역으로 전락했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다시 ‘숲’이었다. 버려지던 폐목재를 원료로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다시 목재를 가공하며 친환경 순환 경제를 이뤄냈다. 지속가능한 산촌 모델로 주목받자 도시 청년들까지 하나둘 정착했다. 숲을 잘 활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결과적으로 숲도 사는 ‘그린시프트’를 이뤄낸 것이다.》“친환경 산림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산촌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일본 중부 오카야마현 마니와시(市)에서 만난 나카야마 나오키 씨(35)에게 산촌 생활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카야마 씨는 돗토리현 소재 대학의 전기전자공업과를 졸업한 뒤 2014년 마니와시 목재 및 발전 기업인 메이켄(銘建)공업에 입사해 이곳에 정착했다. 일본 또한 젊은 사람들은 대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가지만, 역으로 산촌으로 들어와 12년째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회사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관리 및 기계 운용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나카야마 씨는 “바이오매스 발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택한 이유를 말했다.● 인구소멸지역에 日 최대 폐목재 발전소 나카야마 씨가 정착한 마니와시는 2005년 3월 인구가 줄어든 9개 마을을 합해 새로 탄생한 시다. 관할 내 산림 면적이 80%에 달해 임업과 목재 생산이 지역 경제 생산의 약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며 주택 경기가 침체됐고 목재 수요도 줄었다. 다른 산촌처럼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났고 고령화가 심해졌다. ‘3K’(위험하고 고되고 불결한 일·3D의 일본식 표현)로 인식되는 임업과 목재 산업의 종사자는 갈수록 줄었다.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목재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가지, 톱밥 등 폐목재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다. 폐기물 감량은 물론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발전 과정에서 다시 배출하는 것이라 탄소 중립 효과도 있다. 매연저감설비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발생도 최소화했다. 메이켄공업은 1984년 발전능력 175kW짜리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지역에 처음 만들었다. 이어 1998년 1950kW짜리를 추가했다.2015년엔 마니와시와 메이켄공업을 비롯한 10개 지역 기업들이 함께 출자해 ‘마니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립했다. 마니와시 관계자는 “‘폐목재를 버리느니 한번 회사에서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 보자’란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생산됐다”며 “침체된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으려던 다른 기업들까지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총자본금 2억5000만 엔(약 25억 원) 중 마니와시도 3000만 엔을 출자했다. 이곳은 일본 최대 목재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됐다. 연간 8만7500M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20억 엔의 매출을 올린다. 버리는 목재를 재활용하면서 연간 1억 엔이 들었던 폐기 처분 비용도 절감했다.● ‘산촌의 기적’ 보러 연 4만 명 관광폐목재로 만든 전기는 지역 기업, 관광서, 학교, 주택에 공급된다. 마니와시의 에너지 자급률은 72%에 달한다. 목재 재활용으로 목재도 살고, 지역도 사는 ‘친환경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산촌 경제’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촌의 기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마을 사람들은 2006년 투어 상품도 만들었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출발해도 반나절 넘게 걸리는 이곳 벽지를 다녀간 사람이 연 4만 명이 넘는다. 나카야마 씨도 이런 지역의 가능성을 믿고 정착했다. 6년 전 회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곳에 새집을 짓고 세 아이를 낳았다. 그는 “더 공부하고 노력해 친환경 발전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마니와시에서 미래를 그리는 것은 나카야마 씨뿐만은 아니다. 메이켄공업에는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찾아오고 있다. 1923년 창업한 메이켄공업은 기존 집성판보다 강도가 높은 CLT(합판을 직각 교차해 압축시켜 강도를 높인 집성판)를 생산한다. 목재로 지어진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뿐 아니라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시설에도 마니와시에서 생산된 CLT가 사용됐다. 메이켄공업 인사과 관계자는 “우리는 100년 넘게 목재를 다룬 회사다. 바이오매스 발전뿐 아니라 목재를 가공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이를 배우러 도쿄나 오사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며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이 15명 정도”라고 했다. 마니와시 본사와 공장에는 약 300명이 근무 중인데 20∼40대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다. 평균 연령은 39.8세다. 일본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이 43.1세(2021년 기준)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젊은 회사인 것이다.● “산림 경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 사람들은 삶의 터전인 숲을 더 가꾸고 있다. 전체 산림 중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 57%가 넘는다. 보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꾸고 활용하면서 숲도 되레 더 커졌다. 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곳 목재 기업은 벌목부터 목재 가공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연간 1500t의 음식물쓰레기와 배설물 등을 수거한 뒤 발효시키고, 이 과정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발전을 한다. 액체 비료도 생산된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게 마니와시의 목표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가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시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야자키대 산림환경학과의 사쿠라이 린 부교수는 “마니와시의 시민, 기업가, 공무원들은 ‘숲을 통해 우리가 함께 지속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공통된 의식을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 그런 믿음이 산림 경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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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국유림 산림욕-온천욕 ‘헬스 투어’… 지역경제도 살려

    일본의 산림 면적은 약 2500ha로 국토의 68.4%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다음으로 많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황폐화된 산림 복구 산업이 결실을 거둬 지난 50년 사이 산림 면적이 2.6배로 늘었다. 산림 자원이 풍족해진 만큼 단순히 목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산림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산림청 역할을 하는 일본 임야청은 2018년 ‘산림서비스산업 검토위원회’를 마련했다. 크게 건강, 교육, 관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 4개 분야로 나눠 산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녹화추진기구’ ‘숲만들기전국추진회’ 등 민간 단체들과의 의견 교류도 활발하다. ‘관광 대국’ 일본은 특히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부 대도시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분산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산림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17년 전국 국유림 83곳을 ‘일본 아름다운 숲, 추천 국유림’으로 선정하고 알리기에 나섰다. 지역의 표지판과 안내문 설치 등 외국어 정보 서비스를 늘리고 있으며, 노후한 숙박과 교통 시설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산림욕, 온천욕 등과 결합시킨 ‘헬스 투어’도 인기다. 나가노현 이이야마(飯山)시 모리노이에(森の家)와 같은 산촌생태시설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산림 치료를 중심으로 요가, 카누, 소바 만들기, 산나물 캐기 등 200여 가지 체험 코스를 만들어 사업 초기인 2007년에 최고 200만 명이 다녀갔다. 지금도 연간 수만 명이 찾는다. 기업들도 산림 활용에 적극적이다. 정보기술(IT) 기업 세일스포스닷컴은 직원 46명이 1년간 와카야마현 산림에서 재택업무와 지역 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매출(계약 금액)이 24% 증가하는 등 생산성이 오르는 효과를 봤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산림환경양여세’, 2024년 ‘산림환경세’ 등을 신설해 마련한 예산을 산림 지역에 투입해 산촌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산림 강국의 이미지도 강조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다. 이달 13일 개막하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의 상징물 또한 목재로 만들어진 ‘그랜드 링’이다. 폭 30m, 최대 높이 20m에 둘레가 무려 2km에 달하는 원형의 목조 건축물을 못을 쓰지 않고 목재들을 끼워 넣는 일본 전통 기법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4일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인증도 받았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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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앞까지 닥친 불에 끝이라 생각… 숲길로 온 진화차가 살렸다”

    《산불 진화 지름길 ‘임도’지난달 25일 울산 울주군 화장산 산불은 20여 시간 만에 꺼진 반면 바로 옆 대운산 산불은 진화에 닷새가 걸렸다. 두 산의 운명을 가른 건 폭 3.5m의 산불진화 임도 유무였다. 영남권을 덮친 산불로 31명이 숨지고 4만여 ha(헥타르)의 산야가 불탄 가운데 산을 바꾸고 진화 역량을 높여 대형 산불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영남권 산불 현장을 찾아 진화 과정의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책을 살펴봤다.》“불도깨비가 고마 코앞까지 가첩게(가깝게) 온다 아인교. 인제 마 끝이구나 싶었는데, 그때 기적같이 산불진화차가 숲길(임도)을 타고 올라오는 거라.”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경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만난 김모 씨(68)는 이번 산불에서 “죽다 살았다”며 연거푸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울주 산불은 25일 화장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산불은 하루도 안 돼 진화됐다. 폭 3.5m 이상으로, 진화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오갈 수 있는 ‘산불진화 임도(林道)’ 덕이었다. 영남권에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사망하고 4만여 ha(헥타르) 산야가 잿더미가 됐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더 커지고 잦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산을 바꾸고 산불 진화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3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숲을 찾아 진화 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짚어 봤다.● 폭 3.5m 이상 산불진화 임도 만들어야 지난달 31일 기자가 차를 타고 임도를 달려 화장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일반 산길로 걸으면 3시간은 올라야 하는 거리였다. 한국산림휴양학회에 따르면 산림 2km 거리를 차(시속 30km)로 오르면 4분, 도보(시속 2.51km)로 오르면 48분이 걸린다. 임도가 있으면 산불 진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임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산림에 설치된 임도의 총길이는 2만6785km(2024년 말 기준)로 1ha당 길이는 4.25m다. 독일 54m, 오스트리아 50.5m, 일본 24.1m와 비교하면 현저히 짧다. 임도가 있어야 진화장비와 인력이 숲 깊이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임도로부터 1m씩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m²씩 늘어났다. 하지만 마냥 길을 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화장산 바로 옆 대운산에도 임도가 있었지만, 대운산 산불은 진화에 닷새가 걸렸다. 화장산 진화 시간의 5배다. 기자가 대운산 임도를 살펴본 결과 폭이 좁아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너비였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에 따르면 임도는 간선 임도, 지선 임도, 작업 임도, 산불예방진화 임도로 돼 있다. 이 중 산불진화 임도는 차량이 교행할 수 있도록 도로 폭을 3.5m 이상으로 닦아야 하고 취수장과 ‘불방패’ 역할을 하는 내화수림대를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규정에 맞는 산불진화 임도를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임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는데, 규격에 맞춰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산지 기상관측장비 보완해야 산불 방향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기상 관측도 중요하다. 동아일보가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한 경남 산청 산불 지역(산청, 하동군)을 살펴본 결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총 8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 중 산지에 설치된 것은 1개(지리산 872지점)에 불과했다. 사실상 화재 지역의 정확한 풍향과 풍량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던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AWS 시설을 늘리거나 산불진화차량에 이동식 관측 장비를 달면 기상 관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산불을 키우는 바람의 속도, 방향 등을 정확히 예측해 산불 진화를 정교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산불에서 헬기는 산불 진화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불 진화용 헬기 50대 중 담수량 8000L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그나마 2대는 부품 문제로 운항 중지 상태다. 나머지는 담수량 3000L 중형, 600∼800L 소형이다. 중형으로 따져도 대형 헬기가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을 나르려면 최소 3번을 오가야 하는 셈이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대형 산불은 강풍이 최대 변수인데 지금 헬기 체계로는 강풍에 운항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 강풍에 견디는 대형 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화예방대원 60대 이상 74% 산림청 소속 산불 전문 인력으로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가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활동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중진화대 103명 가운데 20대는 4명뿐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도 전체 410명 가운데 50대(110명) 및 60대 이상(19명)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전체 산불진화대(9959명)의 94%(9446명)를 차지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더욱 심각하다. 주로 주민으로 이뤄지는 탓에 60대 이상이 74%(7071명)다. 강원 강릉시는 2017년 산불예방진화대원 급여를 20만 원가량 올렸는데(250만→270만 원) 20∼40대 젊은 인력이 대거 지원했다. 김동선 강릉시 산불예방진화대장은 “젊은 인력 유입을 위해 진화대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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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재난방지법’ 내년 2월부터 시행… “화재 위험시설 시정 강제 못해 보완 필요”

    역대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숨진 가운데 산불과 산사태, 병해충 등 산림 3대 재난을 아우르는 ‘산림재난방지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산림 인근 화재 위험 시설에 대해 시정 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점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재난방지법은 산불 등 재난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제정됐다. 핵심 내용은 산림 관리와 재난 대응의 최고 책임자인 산림청장을 중심으로 5년마다 산림재난 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산림재난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산불의 위험도를 사전 예보하거나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과 병해충, 산사태 발생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산림재난 전반을 포괄하는 법이 마련된 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그동안 3가지 재난은 서로 다른 기관에서 조사·대응해 통합적인 정책 수립과 현장 조율이 어려웠다. 그러나 새 법이 시행돼도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산림재난방지법에 따라 산림청장은 전국을 대상으로 ‘산림재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불에 잘 타는 침엽수나 소나무 분포 현황, 지역별 기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반영한다. 하지만 문제가 확인된 시설이나 토지에 위험 요소 제거나 시정 조치를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건물 등 시설물에서 시작된 화재가 산불로 번진 사례는 2000년대 연평균 7.5건에서 2020년대에는 연평균 36건으로 크게 늘었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단순히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가연성 물질을 다량 보유한 건축물 등 위험 요소에 대해 행정기관이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화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림재난안전법에 명시된 형량은 현행과 동일하다. 고의로 불을 질러 큰 피해를 내도 1∼15년 징역형이 내려지는 게 전부다. 실수로 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새 법에 산림재난방지 교육 이수 대상자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재난 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교육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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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드론-열화상 카메라로 산불 감시… 위성으론 통신망 복구

    국내 기업들과 관계 당국은 산불 진화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불의 예방, 감시, 진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AI), 열화상 카메라, 드론 등을 접목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I 산불 관리 솔루션인 ‘T 라이브 캐스터’ 서비스를 최근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 등의 지자체에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 130여 개 지자체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T 라이브 캐스터 서비스는 산불 감시 드론에서 보내온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산불 발생을 감지하자마자 사전 지정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이다. 올 2월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산불을 초기에 탐지했고, 초기 진화가 마무리된 뒤 오후 11시쯤 다시 드론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잔불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SK텔레콤은 또 산불로 인해 통신망이 소실된 산악지역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해 통신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향후 국내에 저궤도 위성이 상용화되면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임업은 저전력 무선 산불감지 시스템을 친환경 정보기술(IT) 업체인 테크나인과 2023년 공동 개발했다. 현재는 일부 산불 위험 지역에 시범 설치하고 있다. 이는 연기 발생 여부를 센서를 통해 AI가 감지하는 기술이다. 해당 산불 감지 시스템에는 배터리를 두 개 장착해 한쪽이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전되는 동안 나머지 배터리의 에너지로 구동되도록 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 없이 오랜 기간 상시적으로 산불 상황을 감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통신으로 전파할 수 있다. AI 업체인 스피어AX는 산불 감시 시스템인 ‘파이어워처’를 2022년에 개발해 현재 16개 시군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어워처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I가 연기를 감지해 산불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기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AI가 학습을 통해 화재로 인한 연기를 구름, 안개 등과 구별할 수 있다. 회사에 따르면 감지 정확도가 93.4%에 이른다. 올해 1월 25일 대구 동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해당 시스템을 적용한 대구시가 빠르게 발화 위치를 파악해 조기 진압했다. 산불 확산 예측에도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일몰 후 드론을 띄워 정찰 비행을 실시한다. 낮에는 진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열화상 센서를 장착한 드론을 통해 산불이 어느 방향으로 확산할지 예측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다. 수천 장의 사진을 커다란 사진으로 합친 뒤 이를 지도로 만들어서 재난 대응 유관 기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한재희 기자(산업1부)}

    •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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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이 숲-나무 관리… 산불 막는 美오리건

    “로봇이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가 될 나무들의 부피를 측정하는 중이에요. 그냥 놔두면 대형 산불의 연료가 되거든요.”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시(市)에 위치한 맥도널드던 숲에서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소속 연구원 맷 슈만 씨가 연구실에서 개발한 산림 다목적 로봇을 가리키며 말했다. 약 1m 높이에 측정 장치와 컴퓨터, 트랙 바퀴가 달린 로봇이 움직이자 슈만 씨 손에 들린 스마트 패드에 주변 숲이 3차원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슈만 씨는 “로봇이 숲을 돌아다니며 벌채 후 남아 있는 목재 등 산불 위험 요소를 찾고 임도 형태나 숲의 모양을 3차원으로 구현한다”며 “이 데이터로 산불을 조기 발견하고 나무의 쓰러짐 등으로 산사태 발생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숲이 주의 절반인 1173만5883ha를 차지하는 오리건주는 여름철 극도로 고온 건조해져 매년 대형 산불에 시달렸다. 이에 산불 예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지만 산림 관련 업종이 궂은일에 속하는 탓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건주립대 등 지역 학교와 연구기관들이 산림 로봇 등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된 이유다.美도 깊은숲 관리 기피, 인력 못구해… 로봇 투입 ‘산불지도’ 만들어〈2〉 美, 산림기술 개발 집중이동형 ‘계획적 불놓기’ 로봇 개발… “마른 풀-나무 미리 태워 산불 예방”번개 떨어진 지점 추적해 조기 대응… 드론 활용해 묘목 자동식재 기술도州-美정부, 수백억원 예산 적극 지원“산불 예방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숲 구석구석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숲의 구조나 위험 요소도 사람보다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죠.”슈먼 씨가 스마트패드로 로봇을 원격 조작하며 말했다. 슈먼 씨가 소속된 오리건주립대 포레스트리 연구실은 지난해 델루카 학장이 로봇 전문가인 우희성 교수를 영입하며 산림 관리 로봇들을 개발해오고 있다. 이 개발 중인 산림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론을 이용해 원하는 목표 지점에 나무를 심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숲은 산불 발생 시 불이 빠르게 번진다. 혼합림을 조성하거나 불에 강한 나무들을 심어야 하지만, 넓은 산림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묘목을 일일이 심기란 쉽지 않다. 슈먼 씨는 “흙에서 썩는 상자에 묘목을 담아 드론으로 숲까지 운반한 뒤 목표 지점에 투하해 자동으로 나무를 심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커지는데 인력 감소… 기술 개발 불가피미국에서는 2012~2021년 10년간 연평균 6만122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총 297만7776ha(헥타르) 산야가 잿더미가 됐다. 경기도의 약 3배에 이르는 면적이다.기후 변화로 산불은 더욱 커지고 잦아질 전망이지만, 미국에서도 산림 관련 업종은 힘든 일로 여겨져 인력 유입이 점차 줄고 있다. 21일 오리건주 임업회사 스타커에서 임도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제니퍼 비스는 “산림대학에서 꾸준히 젊은 산림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숲에 자주 가거나 벌목을 하는 것이 어렵거나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새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산불 관리, 나무 식재 업무의 경우 주로 멕시코 이민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미국은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산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 협력해 위성 이미지, 기상 자료를 활용한 ‘산불 연료 지도’를 구축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연료가 될 만한 수종, 목재 잔재, 마른풀 등이 어디에 많은지 확인해 산불 위험 정도를 표시한 지도다. 지금은 측정 기술과 데이터가 보강돼 산불 발생 시 확산 속도와 화염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모델로 고도화됐다.● 산불 위험 마른나무 소각하는 로봇도학교와 연구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다양한 산림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숲을 통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산불 예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리건주와 함께 미 서부에서 가장 산불이 많이 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봇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번봇’은 계획적 불놓기를 위한 이동형 로봇을 2023년 개발했다. 계획적 불놓기란 산불을 일으키거나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나무 잔재, 마른풀을 미리 소각해 대형 산불을 예방하는 산림 관리법이다.트레일러가 달린 대형 트럭처럼 생긴 이 로봇은 숲을 돌다 산불의 연료가 될 만한 마른나무, 풀을 발견하면 트레일러 하단에서 불이 나와 이를 소각한다.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레일러가 불의 확산을 막고 연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26일 번봇 직원인 로릴아이 노어비 씨는 “기존에 계획적 불놓기는 날씨, 장소 제약이 심했는데 이 기기를 활용하면 연중 불놓기로 산불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기술은 단지 개별 기관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가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번봇의 계획적 불놓기 기기도 미국 산림청이 약 2970만 달러(약 436억8276만 원)를 지원한 덕에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다. 2025~2026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화재 감지 카메라와 위성 기술 매핑 등 산불 예방 첨단 기술 개발에만 1040만 달러(약 152억9000만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번개도 추적해 산불 선제 대응미국에서는 전체 산불의 약 46%가 번개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오리건주에서는 2022년 발생한 산불 889건 중 216건이 번개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위성 및 고해상 카메라 등을 이용해 번개가 떨어진 지점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도 많다. 리스 도브마이어 스타커 산불예방 담당자는 21일 “번개가 내리친 지점을 빠르게 확인하면 산불에 조기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병충해 관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진이 일일이 나무를 확인해 병충해 진행 정도를 파악했다면, AI 기술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나뭇잎의 병충해 정도를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 기술을 드론에 탑재하면 광범위한 산림의 병충해 상황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토머스 델루카 오리건주립대 산림대학장은 “병충해 피해로 죽은 나무는 불에 더 잘 탄다”며 “기술을 이용하면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숲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한재희 기자(산업1부)}

    •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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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피해 컸던 美, 미리 나무 솎아내 확산 막아

    “오른쪽은 나무 위까지 탔는데, 왼쪽은 밑동만 그을렸죠. 나무 사이 빈 공간이 숲의 생사를 갈랐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의 숲에서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지역에 산불이 났지만 간벌(間伐·나무 솎아내기) 작업으로 숲 사이 공간을 만든 덕에 불길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영남권을 할퀸 대형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4만8239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가운데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우리 숲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이 63%나 되지만, 숲을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지나치게 빽빽한 남부 산림은 강풍을 맞자 불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은 최근 10년(2014~2023년) 연평균 4003.7ha로 2004~2013년(775.8ha)의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숲을 변화시켜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그린 시프트(green shift)’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보 특별취재팀은 해법을 찾고자 지난달 21일부터 국내외 주요 숲을 심층 취재했다.집 500채 태운 벅산 산불, 나무 솎아낸 뒤엔 큰 피해없이 진화나무 솎아내기로 산속에 ‘완충지대’… “불길 확산 막고 건강한 숲에도 도움” 한국 면적 절반 태운 2020년 산불후 美, ‘간벌 효과’ 공감대 전역 확산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도“주황색 표시가 그려진 나무들 보이죠? 이곳은 이미 간벌 작업을 거쳤으니 ‘이 나무들은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입니다.”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 숲.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가리킨 나무 기둥에는 오리건주 산림부(Department for Forestry)가 간벌 작업 후 남겨놓은 주황색 일(一) 자 선이 그려져 있었다. 간벌은 숲의 나무를 솎아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번지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무 나무나 자르는 것은 아니다. 산림당국이 위치와 나무 생육 상태 등을 조사해 간벌 장소와 정도를 정한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베일리 교수는 “불이 나면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옮겨붙는다”며 “나무를 잘라 공간을 만들면 재해를 막을 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도 더 건강하게 생장한다. 숲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빽빽한 숲… 오리건주 산불로 12조 원 이상 피해이날 베일리 교수와 함께 방문한 벅산(고도 약 1466m)은 오리건주 서부에 위치한 주 최대 숲 윌라멧 국유림(약 6880㎢ 넓이)의 일부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철이 되면 극도로 고온건조해지고 강풍이 불어 산불 위험이 커진다.2020년 미 서부를 휩쓴 기록적 산불 당시 이곳도 피해를 당했다. 7월 시작된 산불은 수개월 지속되며 총 404만6856ha의 산야를 태웠다. 남한 국토 절반 크기다. 오리건주에서만 2020년 한 해 2027건 화재로 49만4252ha가 불타고 최소 11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해 9월 발생한 12건의 대형 화재만 따져도 피해액이 84억8800만 달러(약 12조4820억 원)에 이르렀다.벅산 숲도 인근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빽빽하게 붙어 있던 나무들이 불의 전달체가 되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4일 벅산 입구에서 당시 화재로 불에 탄 고사목들이 빽빽히 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화재 후 오리건주는 직접 간벌하거나 사유림 소유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숲에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16일 인근에서 ‘오레(Ore) 산불’이 발생했는데, 간벌을 시행한 벅산 숲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불은 완충지대 경계선에 선 나무 일부를 태웠지만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베일리 교수는 “나무를 벤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통상 산불은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번지며 걷잡을 수 없게 커지는 것”이라며 “관리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간벌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주민이 직접 인근 숲을 간벌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경우도 생겼다.간벌만으로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오리건주 산림당국은 혼합식재를 통한 내화수림(불에 내성이 강한 숲) 구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 종류의 나무로 숲을 구성할 경우 화재는 물론 병충해에도 취약하다. 산불과 병충해로 나무들이 고사하면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다. 세 가지 산림 재난은 모두 연결돼 있다.이런 문제를 알기에 오리건주에서는 일반 기업들도 혼합림과 내화수림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21일 코밸리스시의 한 숲에서 만난 임업기업 스타커사 조림 담당자 스티븐 코스키 씨는 “일반적으로 한 구역에 최대 4개의 다른 종을 심는데 건조한 지역인지, 특정한 병해충 등이 발생하는 지역인지를 고려해 조림한다”고 말했다. 스타커사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약 3만8400ha 숲에 85%는 더글라스 전나무, 나머지 15%는 내화성이 뛰어난 자이언트 세쿼이아 등 13개 종을 심고 있다.● 산 정상까지 숲길로… “환경영향 최소화해 건설”이런 숲 관리는 차로 이동 가능한 숲길(임도)가 잘 마련된 덕에 가능했다. 지난달 24일 기자가 방문한 벅산도 산 정상까지 숲길이 나 있었다. 숲길이 있으면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진화가 가능하다. 이날 차를 타고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고도 400m 지점까지 6.9km를 이동하는 데 차로 6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프레스턴 그린 밀러 팀버 부사장은 “숲길은 숲을 가꾸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미국의 경우 산림 공학자들이 지향을 살피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설계해 임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시프트(Green Shift) ::산불 등 재해에 강하고 임산물과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에 기여하는 숲으로 전환함으로써 숲에 대한 인식과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미.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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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미지]산불은 바뀌는데 우리는 그대로다

    21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영남권 곳곳을 휩쓴 대형 산불은 4만 ha 넘는 산야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30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됐다는 점이다. 1987년 산림청이 산불 피해를 공식 집계한 이래 최악의 피해다. 100세 할머니가 불붙은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유명을 달리했고, 80대 노인 3명은 대피 차량이 불티로 폭발하면서 함께 산화하고 말았다. “엄마 얼마나 뜨거웠을까” 오열하는 유족 인터뷰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더욱 속상했던 건 이 참화(慘火)가 고작 라이터를 켠 성묘객, 예초기 불티를 방치한 작업자 등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산불은 변하고 있다.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날 것이다.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봄이 고온·건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산불도 강한 바람, 건조한 공기, 높은 기온 등 3중 악조건 탓에 더 크게 번졌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경북 의성 산불의 경우 안동을 거쳐 영덕으로 확산하는 데 고작 한나절밖에 안 걸렸다. 빠르게 번지는 불은 당연히 끄기 어렵다. 앞으로 산불은 이전과 달리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 2024년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失火)가 31%,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 24%, 담뱃불 실화 7%, 성묘객 실화 3%다. 10년간 최소 65%의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로 난 셈이다. 여전히 몰지각한 불법행위도 쉽게 목격된다. 산 인근에서 농산부산물과 쓰레기를 소각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엄연히 불법인데 농민들 사이에선 단속원들 퇴근 이후 소각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팁까지 돈다고 한다.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도 여전하다. 화기 사용이 금지된 산에서 야영하며 불 피운 영상을 자랑처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유튜버도 있다.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산불 예방 교육을 통해 잘못된 행동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 어린이 불장난으로 인한 산불의 경우 꾸준한 계도 덕에 횟수가 1990년대 연평균 14건에서 2020년대 1건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요행을 바라는 잘못된 인식을 없애기 위해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폐쇄회로(CC)TV, 드론, 신고 포상제 등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다. 처벌 수위 역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산림 및 그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다 적발되면 1차 위반 시 30만 원, 2차 40만 원을 내고, 3차 이상 적발돼도 50만 원만 내면 된다. 산불을 내도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끝이다. 방화면 7년에서 15년 이하 징역형을 받지만 지난해 산불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역대 세 번째 규모인 2022년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은 차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지만 부디 당사자는 자신이 버린 작은 불씨가 수많은 삶의 터전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길 바란다. 산불을 초래하는 모든 행위는 범죄다. 그저 작은 불씨란 없다. 부디 이번 산불로 얻은 교훈이 변화의 불씨가 되길 기원한다.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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