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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 다자녀 엄마 기자입니다. 환경, 보건, 복지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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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1-06~2026-02-05
사회일반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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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6년 뒤 생산가능인구 45%로…이민을 재설계하라[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2년 연속 합계출산율이 오르면서 한동안 TV만 틀면 나오던 저출산과 인구에 관한 논의가 사라졌다. 그러나 출산율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 한국은 해마다 대략 100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지금은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까지 크게 줄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출생아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이젠 국내 출산율만으로 인구를 늘리거나 유지할 수 없게 됐다.이런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와 내수 유지의 가장 현실적 대안은 ‘밖에서 인구를 들여오는 것’이다. 외국인 유입을 확대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사회적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민자 단속 갈등을 보면서, ‘한국도 외국인 유입 확대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 미국처럼 될까 걱정? 한국 난민 인정률은 1% 수준한 가지 확실한 건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이 대규모 불법 이민자가 발생할 일도, 군대에 가까운 경찰력을 동원해 단속할 일도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민과 난민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미국의 난민·망명 제도는 매우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1951년 난민협약을 토대로 난민·망명 정책을 시행해 왔다. 망명 신청은 국경 도착 후에도 가능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약 89만 건가량의 망명 신청이 이루어졌다는 통계가 있다. 망명 신청자 가운데 일부는 심사 과정에서 합법적 체류·취업 권한을 얻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최종적으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최근 미국의 이민 논쟁은 이렇게 망명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불법체류자 범주에 포함시켜 단속하려는 움직임 탓이다. 미국 내 ‘비합법’ 체류자는 크게 망명 심사 중 체류자와 국경을 넘을 때 허가 없이 입국한 사람, 비자 만료 후 체류를 지속하는 오버스테이, 체류 중 범죄를 저지른 사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들을 한꺼번에 불법체류자로 묶어 강력 단속·추방하자는 주장에 정치적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고 망명하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2024년 말 기준 난민 신청자는 1만 8336명인데 단 105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인정률이 1%에 불과하다. 누적 기준으로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1994년 도입 이후 누적 12만 2095건 중 누적 인정률은 2.7%에 그쳤다. 인도적 체류허가 역시 1994년 이래 2696명만 인정됐다. 인도적 체류허가란 난민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박해 위험 등의 사유로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난민 신청자는 심사 기간 한국에 머무를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취업이나 정착이 제한된 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곧장 출국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위주로 설계된 이주 정책…한국 위상 달라져 변화 필요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낮은 이유는 이민 정책이 애초 경제적 이민자 중심으로 구축되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민자라고 하면 노동시장 수요에 따라 비자를 받고 들어와 일하는 이주노동자만 떠올린다. 박해 위험 등을 이유로 국제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호돼야 하는 난민은 입국 시도도 많지 않았기에 우리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등 외국인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 속에서 이제는 난민과 망명 제도도 손대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 됐다. 더욱이 한국의 위상도 달라졌다. 한국의 난민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2012년인데, 그 전만 해도 굳이 한국까지 찾아와 난민을 신청할 외국인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K컬처 확산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살아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도 눈에 띄게 늘었다. ‘K구호’의 크기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한국은 과거 국제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전환한 거의 유일한 사례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만큼 국가를 일으킨 입장에서 더욱 책임을 막중히 느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인정-불인정’ 이분법 넘어 ‘적응’이란 단계 둔 이민 선진국들미국·유럽처럼 이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에서 난민 정책은 단순히 ‘인정/불인정’ 이분법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난민을 한 번에 가려내기보다 보호가 필요한 정도에 따라 체류 자격을 나누고 그에 맞는 길을 단계적으로 열어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독일의 경우 난민 절차를 통해 인정되면 ‘난민 지위(refugee protection)’나 ‘보조적 보호(subsidiary protection)’ 같은 보호 상태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체류 허가가 발급된다. 독일 연방이주난민청(BAMF) 안내에 따르면 난민 지위(또는 망명 자격) 인정자는 보통 3년짜리 체류허가를 받고, 보조적 보호 인정자도 3년짜리 체류허가를 받는다. 이후 일정 기간 합법 체류하면서 생계·주거·언어 등 요건을 충족하면 영구 정착을 위한 정주권(영구 체류 자격) 신청이 가능해진다.프랑스도 난민 지위(refugee status)와 보조 보호(subsidiary protection)를 ‘망명 보호’의 두 형태로 운영한다. 귀국 시 박해 위험뿐 아니라 무력 분쟁에 따른 중대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도 보조 보호 지위를 부여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대규모 유입 상황에서는 EU 차원의 ‘임시 보호(temporary protection)’를 적용해 임시 체류를 허용하고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등 별도의 틀을 가동하고 있다. 이후 체류 기간 동안 언어·취업·사회 적응 과정을 거쳐 추가 체류 허가로 이어지는 구조다.이들 제도는 모두 난민을 ‘받을지 말지’로만 판단하지 않고, 체류 단계에 맞춰 적응과 정착의 시간을 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려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난민·이주노동자 모두 ‘체류’ 위한 통합적 ‘적응과정’ 설계 한국의 난민·이주노동자 정책은 지금까지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이분법적 논쟁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이들을 어떻게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할 것인지 ‘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이건 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일하러 왔다가 떠나는 사람’으로 취급돼왔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허가제(E-9), 전문인력 비자(E-7) 등 각종 취업 비자를 통해 들어오지만, 체류 이후 언어·문화·지역사회 적응을 체계적으로 돕는 통합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제한적이다. 일부 지자체나 민간 차원의 한국어 교육, 생활 안내가 있을 뿐, 국가 차원의 일관된 사회통합 경로가 마련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난민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문턱이 높은 인정 심사로 ‘되느냐, 안 되느냐’만 가르는 구조 대신, 일정한 조건 아래 단계적 체류 권한을 부여하고 언어 교육과 직업훈련을 연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사회 통합에 성실히 참여한 사람에게 정착의 길을 열어주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유럽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접근법이다. 경제적 이주민도 단기 인력 수급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장기 체류 가능성이 있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언어·교육·지역 적응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체류와 정착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설계해야만, 외국인 이주민과 난민을 둘러싼 이질감과 문화적 불안, 막연한 혐오 역시 줄일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 46년 뒤 인구 절반 아래로…이민 확대는 불가피국가데이터센터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줄어 2072년에는 약 36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현재 70% 안팎에서 2072년 45% 수준까지 떨어지고,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약 17%에서 46% 안팎까지 치솟는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 되고,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회로 가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 이민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필요다.난민·망명 제도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이민과 난민을 구분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 바라보거나, 반대로 철저히 분리만 해 두고 통합의 경로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유입 확대는 불안의 대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인구를 보충하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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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자 국가’ 미국도 몸살인데… 한국에선 이민청 논의가 사라졌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충남 천안 면 단위 마을에 친지가 살고 있어서 종종 내려가는데, 가끔 장 보려고 번화가 마트로 나가면 생각보다 외국인이 많이 보여 깜짝 놀란다. 인근 공장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여기가 외국인가, 한국인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이 더 많이 보일 때도 있다. 마트에도 외국인들을 위한 식품, 잡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최근 천안시 인구 통계에 따르면 시내 거주 외국인 수는 4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6% 정도라고 한다. 흔히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이면 다문화 사회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천안은 이민청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감시 넘어 관리와 통합 위해 고안된 이민청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으로 많은 것들의 시간이 멈춰버리거나 지체됐다. 그중 하나가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 논의다. 이민청은 본래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외국인본부’가 수행하던 업무를 ‘청(Agency)’으로 격상시켜 늘어나는 외국인들을 관리함은 물론 저출산 시대, 이민을 적극 유치하고자 고안된 기관이다. 단순히 국경을 넘는 사람을 감시하는(출입국)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외국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겠다는(이민관리) 국가적 의지를 담았다.실제 2024년 발의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흩어진 외국인 정책을 이민청이라는 하나의 ‘컨트롤 타워’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비자 발급부터 고용 관리, 다문화 가족 지원, 나아가 난민 정책까지 한곳에서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화답하듯이 외국인 비율이 높은 안산, 김포, 천안 등 10여 개 지자체가 사활을 건 유치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계엄 전후로 창설 이야기는 멈춰버렸다. 모든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지금까지 2년째 떠오르지 않고 있다.● 대구 인구보다 많은 외국인…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에 들어섰다. 2024년 말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이미 250만 명을 넘었다.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약 237만 명)보다 많다. 특히 전남 영암(17.3%), 충북 음성(15.7%) 등 지방의 많은 시군은 이미 외국인 없이는 지역 경제가 지탱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앞으로도 외국인 이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과거에는 단순노동 위주의 외국인 근로자들만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엔 K컬처의 인기로 한국의 문화·경제적 위상이 오르면서 고학력을 보유한 고급 인재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만 해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매년 발표하는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대학 재적학생이 약 300만 명이니 100명 중 7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동대문구 등 대학 밀집 지역에선 ‘외국인 유학생 때문에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이렇게 외국인 유입이 늘고 그 양상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큰 그림에서 보고 정책을 만들거나 조율할 담당 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미래이기에 이민자를 늘리는 건 국가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 AI가 대체? 기술적·비용적 한계일각에서는 출생아 수가 반등하는 등 인구 문제가 호전되고 있고, 설령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인공지능(AI)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에 이민 대응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출생아 수가 소폭 늘었을 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8명대 전후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더욱이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늘어 1.0명을 넘어선다고 해도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부모 두 명이 만나 한 명만 낳는다면 매 세대 인구 절반이 증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년 이미 사망이 출생을 앞서는 ‘데드크로스’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72년 한국의 인구는 3622만 명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더 많이 줄어들 것이다. AI가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책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무직의 업무 효율은 높일 수 있으나 돌봄 서비스, 농어촌의 수확, 건설 현장의 인력 같은 노동을 완벽히 대체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피지컬 AI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복잡하게 뒤얽힌 건설 현장의 배근 작업을 로봇과 AI가 사람만큼 정교하고 저렴하게 수행하는 덴 기술적·비용적 한계가 있다. 인구 감소로 소비의 주체인 ‘사람’이 줄어드는 내수 시장의 붕괴도 AI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美 ICE 혼란은 반면교사이민청 설립 논의는 2024년 당시 법안 발의를 넘어 구체적인 조직 설계안까지 도출된 상태였다.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 전담팀을 구성해 인력 규모와 예산안 검토를 마쳤고, 국회에서도 여야의 공감 속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지자체들도 전담 부서까지 신설했다. 물론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청’ 하나를 만드는 일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구전략기획부, 이민청 같은 부처를 신설하기보다 국무총리실 직속이 될 인구위기대응위원회(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강화하거나 기존 부처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무부(비자), 고용부(노동), 여가부(가족), 교육부(유학생)로 파편화된 행정을 하나로 묶어줄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분명 필요하다. 지난달 법무부가 지역체류지원과와 동포체류통합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부처 내 쪼개진 과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미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보여주는 혼란은 이민 유입 단계부터 정교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나중에 어떤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정치가 멈춰 서 있는 동안에도 천안의 마트 풍경은 매일 조금씩 더 낯설게 변해갈 것이다. 정부가 이민 정책에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최소한 그 계획이나 방향성이라도 제시되길 바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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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생들은 어쩌다 ‘먹튀’, 불법체류자가 되었나[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한국 대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에 장학금까지 받고도 취업이 어려워 돌아가는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 이것저것 혜택을 받고 ‘먹튀’하게 된달까요.”과거 취재 도중 만난 한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의 말이다. 그는 유학생으로 한국에 와 취업하고 이후 귀화까지 해 정착한 드문 경우다. 지금은 한국을 찾는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귀화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 유학까지 온 친구들이 많은데, 정착까지 이르는 길이 험난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다”고 했다.그의 말처럼 유학생 상당수는 정부와 대학,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취업하거나 정주하는 데 실패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2024년 기준 국내 대학·어학당에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10명 중 1명 이상이 졸업 이후 합법 체류의 출구를 찾지 못해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親韓 유학생들, 현실적 장벽 막혀 고국으로 본의 아니게 ‘먹튀’2025년 12월 발간된 한국이민정책학회보(제8권 제3호)에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졸업 이후’를 추적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국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뒤 취업과 체류 자격 전환을 시도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조사 결과 유학생들이 한국에 남지 못한 이유는 졸업 이후 정착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경로가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졸업 후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구직(D-10) 비자는 취업 준비를 이유로 국내 체류를 허용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정규 취업은 물론 아르바이트도 제한돼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어려웠다. 체류를 연장하려면 통장에 500만 원 이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졸업 직후 이 조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았다.취업에 성공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유학생이 한국에서 계속 일하며 체류하려면 전문인력(E-7) 비자로 전환해야 하는데, 대학 전공과 직무의 엄격한 연관성,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요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이나 취업 성과와 무관하게 비자 전환이 좌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결국 대학과 지역사회가 장학금과 교육, 각종 지원을 통해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투자가 졸업 이후 정착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채 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의 말처럼, 본의 아니게 많은 지원을 통해 길러낸 고급 인력이 ‘먹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었다.● ‘순환인력 →정주인력’ 정책 패러다임 전환했는데…부족한 유학생 정주 지원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한 바 있다. 과거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노동 위주의 ‘순환 인력’으로 관리했다면, 이제는 한국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는 인력, 특히 숙련·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 인력을 ‘잠재적 정주 인구’로 규정하고, 체류 연장과 비자 전환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스터디 코리아 3.0’을 내놓으며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외국인을 ‘잠시 쓰고 돌려보내는 인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다.정부가 이런 전환에 나선 건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22년 약 5167만 명에서 2072년 약 36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약 3674만 명에서 1658만 명 수준으로 반 토막 나고, 고령 인구 비중은 17.4%에서 47.7%까지 치솟는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급격히 사라지는 것이다.출생아 수가 최근 2년간 소폭 반등했지만 구조적 저출산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명대에 머물고 있다. 인구 유지를 위한 대체출산율 2.1명(남녀 2명이 2.1명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된다는 뜻)과는 큰 격차가 있다. 출생만으로 인구 감소를 되돌리기 어려운 조건에서 외국 인력 유입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대응이다.● “국내 입국 유학생 10명 중 1명 불법 체류 상태”그러나 정착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고급 인력을 한국에 머물게 할 유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유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스스로 한국의 교육기관을 선택해 공부한 인력들이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정착 가능성과 정책적 유인의 정합성이 가장 큰 집단이다. 그럼에도 상당수는 졸업과 동시에 한국을 떠난다. 이들을 국내에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2026년 한국이민학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대학이나 어학당에 다니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10명 중 1명 이상이 체류 기간 초과나 자격 외 취업 등으로 불법체류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합법적으로 취업하고 체류 자격을 전환할 수 있는 통로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계속 한국에 남아 일하고 싶어도 제도적 출구를 찾지 못해, 불법체류 상태로 내몰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영주권 제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일정 기간 이상 체류했을 뿐 아니라, 높은 소득 기준과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세금을 내더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 영주권 문턱에서 좌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캐나다는 유학생 출신 이민자의 경우 졸업 후 취업을 거쳐 약 5년 안팎이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반면, 한국에서는 20년 가까이 걸린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캐나다는 직무 경력과 체류 이력, 언어 능력을 중심으로 심사하고 소득은 핵심 기준으로 삼지 않는 반면 한국은 정착을 요구하면서도 높은 소득과 반복적인 비자 갱신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 유입뿐 아니라 정착까지 감안한 유기적인 제도 설계 필요해외국인 정책은 이제 ‘유입’과 ‘정착’을 따로 놓고 설계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가 학업과 취업을 거쳐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비자 체계와 노동시장, 지역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졸업 이후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 소득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체류 자격 전환, 중앙정부와 대학·지자체·기업이 연결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유학생과 외국 인력이 ‘본의 아니게 먹튀’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데려오는 정책을 넘어 함께 살아갈 준비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할 때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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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지컬 AI’ 시대, 자녀들을 모두 ‘AI 기술자’로 키워야 하는가[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에서 올해 가장 큰 화두는 ‘피지컬 AI(Physical AI)’였다. 피지컬 AI란 소프트웨어로서의 인공지능이 로봇·기계·센서 같은 물리적 몸을 갖고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며 판단하고 작동하는 기술을 말한다. 화면 속에서 답을 내놓던 AI가 공장과 병원, 물류창고와 가정으로 내려와 실제 노동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대통령도 최근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피지컬 AI”라고 공언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저출산·고령화 이슈도 AI라는 화두를 입고 탈바꿈했다. 청년의 감소와 고령 인구의 증가로 생긴 노동 공백을 AI가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실이 사라지고 AI수석실이 신설되며 인구비서관이 그 아래 놓인 조직 개편 역시 이런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저출산 사회를 피할 수 없는 한국에서 AI는 이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를 돌파할 유력한 해법이 됐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며 많은 부모들은 불안감과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애들도 AI 기술이나 코딩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냐? 다른 거 배워선 진학도, 취업도 안 될 것 같은데.” 최근 만난 두 아들의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과연 AI의 발전은 AI 기술자들을 대거 필요로 하게 될까?● WEF “AI와 노동, 네 갈림길의 미래”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 수장들이 모여 경제·기술·사회 변화의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민간 싱크탱크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달 7일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2030년 일자리의 네 가지 미래(Four Futures for Jobs in the New Economy: AI and Talent in 2030)’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AI와 노동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네 가지 갈림길을 제시한 보고서다.첫 번째 시나리오는 ‘초가속 진보(Supercharged Progress)’다. AI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노동시장도 그 속도를 따라가며 ‘AI 중심 경제’로 급전환하는 경우다. 유통회사 본사에서는 사람이 엑셀을 붙잡고 계산하는 대신 여러 AI 에이전트에게 “이번 주 전국 매장 발주·가격·프로모션을 통합 설계하라”고 지시하고, 사람은 결과를 조정·감독하는 ‘에이전트 지휘자(orchestrator)’ 역할로 이동한다. 생산성과 혁신은 크게 뛰지만 변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안전망과 윤리, 거버넌스가 뒤처질 수 있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와 새 직무가 생겨나는 속도가 맞물리지 않으면 사회적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WEF는 경고한다.두 번째는 ‘대체의 시대(The Age of Displacement)’다. AI는 초고속으로 진화하는데 교육과 재훈련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현장이 ‘자동화로 도주’하는 경우다. 콜센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과거에는 상담원이 민원과 해지, 요금제를 처리했지만 이 시나리오에서는 에이전트형 AI가 고객 응대부터 환불 규정 적용, 서류 작성까지 맡고 사람은 일부 예외 상황만 처리한다. 기업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자동화를 더 서두르고, 그 결과 실업이 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사람과 AI, 팀이 되는 노동세 번째는 ‘코파일럿 경제(Co-Pilot Economy)’다. AI 발전은 비교적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대신 ‘AI를 다루는 기본기’가 넓게 퍼져 대규모 해고가 이뤄지진 않지만 많은 업무가 재구성되는 미래다. WEF는 AI 거품 붕괴와 같은 국면을 거치며 기업들이 환상을 내려놓고, 전면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별·과제별로 실용적인 AI 도입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한다. 병원 행정에서는 간호사가 차트 요약과 보험 서류, 환자 안내를 AI에 맡기고 환자 돌봄과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제조업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AI 코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점검과 분석을 수행하며 숙련을 빠르게 쌓는다. 사람의 자리가 사라진다기보다, 사람과 기계가 팀을 이루는 구조가 일반화되는 모습이다.마지막은 ‘정체된 진보(Stalled Progress)’다. AI도 천천히 발전하고 노동자의 역량도 이를 따라가기엔 부족해 업무방식의 대전환 대신 기존 방식에 AI를 조금씩 덧대는 미래다. 비용 압박과 단기 성과 경쟁 탓에 기업과 조직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부와 기업은 보수적으로 AI를 활용한다. 사무직에서 문서 작성이나 번역 일부만 AI가 맡을 뿐, 의사결정 구조와 업무 흐름은 그대로여서 혁신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대신 자동화가 덜 미치는 숙련 기술직과 현장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AI 역량을 가진 기업과 지역만 성장하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이 네 가지 시나리오는 나라마다 다르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산업과 직군에 따라 서로 다른 시나리오가 동시에 펼쳐질 수 있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AI의 발전 속도와 그 변화에 노동·교육·정책이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다. 이 말인즉 어떤 경우든 미래에 필요한 것은 AI 기술자만이 아니라 근로자의 교육과 재훈련, 기업의 도입 방식을 시행·결정하고, 안전망과 거버넌스에 따라 이를 관리할 기존 직군, 그리고 새로운 직군이라는 점이다. ● 맥킨지 “AI 확산이 곧 일자리 소멸은 아니다”물론 단순노동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는 상당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 ‘AI 시대의 협업: 에이전트·로봇·인간(Agents, Robots, and Us: Skill Partnerships in the Age of AI)’은 AI와 로봇의 확산이 곧 인간 노동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오히려 판단과 의사소통, 조정과 창의, 책임 있는 결정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보고서는 고객 응대, 공급망 관리, 의료 행정 등에서 AI가 자료 분석과 초안을 맡고, 사람은 결정의 맥락을 해석하며 이해관계자 간 충돌을 조정하는 역할로 이동할 것이라 설명한다. 기업 콜센터에서 AI가 상담 이력을 요약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고객의 감정 상태를 읽고 예외 상황을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 상담원의 몫인 식이다. 제조업과 물류에서도 로봇과 AI가 작업을 수행하되 공정 변경이나 안전 판단, 예상치 못한 오류 대응은 사람이 담당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핵심은 AI를 만드는 소수의 개발자보다, AI를 이해하고 함께 일할 줄 아는 다수의 노동자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진다는 점이다. 맥킨지는 이를 ‘AI 유창성(AI fluency)’이라 부른다. 코딩 능력이 아니라 AI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언제 맡기고 언제 개입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WEF가 말한 ‘코파일럿 경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모두를 기술자로 키울 필요는 없다‘문송합니다’에 이어 AI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학생들의 이공계 쏠림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최근 만난 취재원은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다른 건 몰라도 공대나 이학계열에 진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들은 AI 시대에 우리 모두가 AI 전문가나 이공계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AI가 뜬다며 코딩 학원에 보내고 이공계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발상은, 사법권이 힘이 세니 법대를 보내고 의사가 돈을 잘 버니 의대에 보내자는 식의 단기적 계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AI가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할수록, 교육은 인간에게 더 높은 창의성과 더 깊은 판단,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교육과 진학 구조로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으며, 사회적으로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고력과 판단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수능에 맞춰 문제를 외우고 반복 학습에 익숙해진 교육,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스펙 쌓기에 몰입하는 대학 생활이 그런 인재를 충분히 길러낼 수 있을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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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미지]저출산은 그대로인데 ‘계획’이 사라졌다

    결국 해를 넘겼다. 올해부터 시행돼야 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6∼2030)이 해가 바뀌도록 나오지 못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5년마다 수립돼 온 국가 종합계획이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방향을 제시했듯이 이 기본계획은 인구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의 큰 틀과 방향을 정해 왔다. 한국은 1980년대 초 합계출산율 2.0명 미만의 저출산 단계에 진입했고, 2002년에는 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출산율 하락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자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첫 기본계획을 시행했다. 1∼4차 계획을 거치며 육아휴직, 출산장려금, 무상보육, 아동수당 등 현재 우리가 아는 저출산 대응의 기본 정책들이 도입·정착됐다. 기본계획이 없었다면 부처별로 흩어졌을 출산·육아 정책이 이처럼 빠르게 체계를 갖추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계획은 연말까지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결국 시행 연도를 넘겼다. 최소한 전년도 말에는 큰 틀이 나와야 첫해 예산과 인력을 배분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 법에 근거한 국가 계획이 일정조차 지키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정치 혼란 속에 범부처 논의는 공전했고, 정권 교체 이후엔 그 동력이 더 약해졌다. 기본계획을 이끌어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새 인선 없이 사실상 방치됐다. 전 정부가 임명한 부위원장이 위원회를 이끄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지난해 9월 저고위를 인구전략기획위원회로 개편하겠다는 구상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저고위 관계자는 “조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관계 부처들과 기본계획을 논의하기 더욱 어려운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대통령도 무관심했다. 명목상 저고위 위원장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저고위 회의를 열거나 주재하지 않았다. 청와대 내 인구 정책 조직은 비서관급으로 축소됐고, 그 비서관 자리마저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째 공석이다. 위원회 개편을 포함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 논의 역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류에는 출생아 수와 출산율 반등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2023년 0.72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합계출산율은 엔데믹과 혼인 증가에 힘입어 반등 중이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출생아 수가 2년 연속 늘며 26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출생아 수는 여전히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구는 6년째 감소 중이며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저출산 위기를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지표는 아직 없다. 무엇보다 지금의 소폭 반등도 지난 1∼4차 기본계획을 거치며 쌓아 온 정책의 결과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그동안의 노력으로 출생아 수가 조금이라도 늘고 있는 지금 노를 더욱 힘차게 저어야 한다. 일·가정 양립, 남성 육아 참여 확대, 다양한 가족 인정 등 남은 과제가 아직 산적해 있다. 일부 수치들이 조금 개선됐다고 안심하고 손을 놓는다면,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반복돼 온 ‘안심의 패착’을 또 한 번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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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 여전한데 ‘계획’이 사라졌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출생아 수가 연일 전년 또는 전월 대비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중장기적으로 이끌어야 할 정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해를 넘기고도 발표되지 못했다.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돼 온 이 계획은 지난해로 제4차 계획이 마무리됐고, 올해부터 제5차 계획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연말까지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다.통상 연말까지 기본계획이 확정돼야 다음 해 관련 예산 편성과 집행이 가능하다. 계획 수립이 지연되면 범부처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출생아 수와 출산율이 반등 조짐을 보이자 저출산 대응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 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무상보육, 아동수당…기본계획 거치며 자리잡아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근거해 5년 단위로 수립된다. 1차 계획은 2005년 확정돼 2006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이미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 단계에 진입한 상태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 급락과 출생아 수 감소 경고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지 않았고, 뒤늦게 이를 물리며 대응에 들어갔다. 1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출산·양육 부담 완화와 보육 인프라 확충, 일·가정 양립 기반 마련이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출산장려금 도입, 육아휴직 제도 정비 등이 이때 본격화됐다. 목표는 출산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2차·3차 계획을 거치며 무상 보육, 아동수당, 맞벌이 지원, 여성 고용 유지 정책 등이 우리가 현재 아는 많은 저출산 대응 정책들이 확립됐다. 기본계획이 없었다면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출산·육아 정책이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다. 기본계획의 존재 이유는 각 부처가 제각각 추진하던 정책을 하나의 큰 틀로 묶어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었다. ● 올해부터 5차 계획 시작인데 기본 얼개도 안 나와그러나 제5차 계획이 시작돼야 할 2026년인데 기본계획은 아직 얼개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정부가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전년도에 계획을 확정해 예산과 인력, 관련 법·제도 정비를 마친 뒤 다음 해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될 때까지 계획은커녕 그 방향성이나 주요 목표조차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계획 수립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024년부터 범부처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정권 교체를 전후로 대통령 주재 공식 회의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간 실무 협의는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법에 근거한 공식 조정·의사결정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기본계획이 지연되면 세부 정책 역시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큰 틀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각 부처가 역할을 나누고, 그에 맞춰 예산과 인력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범부처 정책은 단기·단발성 대응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법이 정한 계획 수립 의무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정책 공백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 저출산 정책 관심 빠르게 식어…인구비서관도 공석사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출생아 수와 출산율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저출산 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 발 물러난 분위기다. 2024년 하반기부터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몇 달간 출산율 역시 전년 동월 대비 반등을 기록했다.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 수준으로 소폭 상승했고, 2025년에는 0.8명대 진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이 같은 지표 변화와 맞물려 저출산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주재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그동안 저고위가 실질적인 힘이 없는 조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인구부 신설 등 조직 개편 논의가 제기됐지만, 이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통령실 인구정책비서관 자리도 여전히 공석이다.● 출산율 반등한대도 부모 수가 줄어 인구 감소는 불가피그러나 출산율 반등을 이유로 안도하기에는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여서, 수치가 다소 오르더라도 구조적 위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0.72명이 0.78명이나 0.8명으로 올라간다 해도 ‘초저출산 국가’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더 큰 문제는 출생아 수 자체가 이미 크게 줄어 합계출산율이 반등하더라도 인구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순한 계산만 해봐도 인구가 얼마나 줄어들지 알 수 있다. 남녀 각 10명씩 20명이 평균 0.7명을 낳으면 출생아 수는 7명이지만, 부모 세대가 10명으로 줄어든 뒤 평균 1.0명을 낳아도 출생아 수는 5명에 그친다. 2010년대 중반 연간 40만 명에 달하던 출생아 수는 현재 20만 명대로 반토막이 났다. 부모 세대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출산율이 소폭 반등해도 출생아 수는 구조적으로 늘기 어렵다. 지금 줄어든 아이들은 20~30년 뒤 부모 세대가 될 것이다.● 현재의 반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지금의 반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는 여전히 출생아 수를 늘리고, 보육 환경과 육아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저효과로 반등이 나타났을 뿐, 출산율이 언제 다시 정체하거나 하락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청년 다수는 여전히 출산을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아이를 둘 이상 낳기를 원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부부 두 명이 평균 두 명 이상을 낳지 않는 한 저출산은 구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정부가 너무 늦기 전에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처한 그 어떠한 위험보다도 큰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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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등이냐, 보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아동수당 지역 차등지급 논란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보편적으로 줄 것인가, 차등을 둘 것인가. 이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아동수당의 발목을 잡았다.만 8세 미만으로 한정된 아동수당을 내년부터 만 9세 미만, 즉 만 8세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지역별 차등지급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첫 확대 수당 지급도 불투명하다.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아동수당 예산으로 2조4806억 원을 편성했고, 국회 예산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돈이 있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또 다시 ‘차등지급’ 논쟁…“비수도권 인프라 부족” vs “수도권은 물가 비싸”정부안은 비수도권과 인구 감소 지역 아동에게 월 5000원에서 최대 2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른 인구 감소 지역 44개 시군구에는 월 1만 원, 이 중 낙후 지역으로 분류된 40개 시군구에는 월 2만 원을 더 준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83개 비수도권 시군구 아동에게는 월 5000원이 추가되고, 지역화폐로 받을 경우 1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정부는 비수도권의 돌봄 인프라 부족을 지역별 차등지급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의 어린이집 미설치 비율은 2.4%에 불과한 반면, 수도권은 24.0%에 달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도 수도권이 26.5%로 비수도권(20.8%)보다 높다.하지만 야당은 되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수도권은 물가와 주거비가 높아 오히려 양육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며 지역만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월 5000원이나 1만 원 더 주는 것이 실질적인 양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입 때는 소득에 따른 차등 논란…상위 10% 제외했다 다시 전체 지급 소동아동수당은 도입 때부터 차등 지급과 관련한 논쟁에 시달려 왔다. 2018년 7월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출발했지만, ‘있는 집에도 왜 주느냐’는 반발 속에 소득 하위 90% 가구로 대상을 제한했다. 상위 10% 가정 아동은 혜택에서 제외됐다.그러나 아동수당은 소득 지원 정책이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지원인데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시행 6개월 만인 2019년 1월 전면 보편 지급으로 전환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일부 아동은 수당을 받지 못했고, 몇 달 새 생일이 지나 연령 기준에서 벗어나 영영 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지금의 갈등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에게 동일하게 주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지역이나 여건에 따라 차등을 둘 수 있는가 라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차등지급의 유혹, 반복되는 부작용차등지급은 겉보기엔 더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번 차등 기준을 열어두면 또 다른 기준이 뒤따르기 쉽다. 지역 다음에는 소득, 그 다음에는 가구 형태가 논의될 수 있다. 더구나 지역의 경우 그 안에서도 사정이 제각각이라 형평성에 맞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인천 강화군에 사는 중산층 아동이 서울의 저소득층 아동보다 더 많은 수당을 받는다면 ‘과연 형평성에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차등에 따라 행정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도 뒤따른다.차등지급 논쟁이 붙는 순간 지금처럼 논쟁으로 제도 자체가 멈춘다는 점도 문제다. 2018년 소득 기준 논란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도가 지연되는 동안 피해를 보는 쪽은 아이들이다. 과거엔 상위 10% 아동이었고, 이번에는 만 8세 아동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혜택에서 제외됐던 상위 10% 아동 가운데는 제도가 바뀐 뒤에도 연령 기준을 넘어 결국 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연령 확대가 더 시급기본적으로 아동수당은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거나 특정 지역을 살리기 위한 수당이 아니라 아이에게 주어지는 기본권적 수당이다. ‘평등’을 맞춰야 하는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란 이야기다. 현 아동수당도 2019년 보편 지급으로 전환하면서 제도의 안정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세계 흐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동수당을 보편 지급으로 운영하고, 소득이나 지역에 따른 차이는 주거·교육·세제 정책 등 다른 제도로 보완한다.지금 아동수당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실 차등지급이 아니라 연령 확대다. 한국은 제도 도입 7년이 지나서야 겨우 만 8세까지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아동수당’이 아니라 ‘영유아수당’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붙는다. 스웨덴은 만 18세 미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프랑스와 캐나다도 18세 미만을 기본으로 삼는다. 독일은 직업훈련이나 대학 교육을 받는 경우 만 25세까지 아동수당을 연장 지급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현재 중학생까지인 수당을 고등학생까지 더 확대할 예정이다.반면 세계 꼴찌 합계출산율, 초저출산 국가 대한민국의 아동수당은 만 0~5세로 시작해 제도 운영 8년째인 이제 겨우 8세에 도달했다. 야당에서 “지역 차등에 쓸 돈이 있으면 연령을 더 늘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프라와 여건 격차는 별도 정책으로 해결정부는 법이 늦게 통과되더라도 소급분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통과가 지나치게 늦어질 경우 모두 소급이 가능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소득 기준 논란에서 보듯, 차등지급은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지역 차등은 향후 대도시 가정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다. 아이들의 보편적 복지가 또 다른 갈라치기 논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편 수당은 보편 수당대로, 인프라와 여건의 격차는 그에 맞는 정책으로 풀어가는 접근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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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디는 맘카페 출입 안될까요?”[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얼마 전 독자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아버지였다.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지만 육아 정보가 공유되는 맘카페는 여전히 ‘맘만의 공간’으로 남아있어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많은 맘카페가 무분별한 가입을 막고 커뮤니티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가입 단계에서 엄마 혹은 여성을 확인한다. 육아에 얼마나 관여하는지와 상관없이, 아빠들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엄마·여성 인증해야 하는 맘카페 엄마들이 모이는 온라인 공간, 맘카페는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사실상 핵심 정보망이다. 나 역시 출산 전 준비물부터 산후조리원 선택, 출산 이후 필요한 것들까지 정보 대부분을 맘카페에서 찾았다. 물론 개개인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곳이다 보니 공신력이 떨어지는 정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맘카페가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육아 선배들의 경험과 그에 기반한 생활 정보, 그리고 조언이다.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방이 한 개뿐인 집에서 아이를 혼자 재우는 게 가능할까’ 같은 질문은 포털 검색이나 전문가 상담만으로는 답을 얻기 어렵다.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은 부모들의 시행착오와 조언, 즉 집단지성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이다.하지만 아빠들은 이런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요즘은 육아 오픈채팅방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들 역시 여성임을 확인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업주부 98%가 여성…“외로움·고립감, 아빠가 더 심해”육아 아빠들이 느끼는 불편은 정보 접근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육아와 관련된 각종 모임이나 관계망에도 모종의 벽이 존재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학부모 모임, 행사, 알림장 네트워크 역시 엄마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 육아휴직을 한 아빠들을 취재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털어놓은 고충 중 하나가 외로움과 고립감이었다. 육아휴직을 해보니 회사에서의 불이익이나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보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면서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점이 더 힘들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아버지는 “엄마들이 종일 아이만 보다 산후우울증을 겪는다고들 하는데, 종일 아이만 보고 만날 사람도 없는 걸론 아빠들이 더하다”고 말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여전히 전업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비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 전념자’는 약 67만 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이 약 65만8000명으로 98%를 차지했다. 전업으로 육아를 맡는 ‘전업주부 아빠’는 전국적으로 1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육아 동지를 만들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 ‘100인의 아빠단’ 등 정부 지원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도 아빠 육아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시작된 ‘100인의 아빠단’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서 기수별로 운영되는 100인의 아빠단은 육아를 전담하거나 육아에 관심 있는 아빠들이 모여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돕는 모임이다.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같은 고민을 하는 아빠들을 만나면서 육아가 덜 막막해졌다”거나 “육아 동지가 생겨서 행복하다”라는 반응이 많다. 지인도 100인의 아빠단에서 주최한 여행 모임에 다녀왔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지자체 단위에서는 아빠 육아학교·공동육아 프로그램 등도 운영되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같은 제도도 아빠 육아를 지원하고 늘리기 위한 제도들이다. ● 아빠 육아휴직 3명 중 1명…맘카페는?육아를 분담하는 아빠는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1∼9월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14만1909명 가운데 남성은 5만2279명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지난해 남성 비중(31.6%)보다 늘었고, 10년 전인 2015년(5.6%)과 비교하면 7배 가까이 증가했다.육아휴직만 늘어난 건 아니다. 요즘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아빠 손을 잡고 등원·등교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혼자 외출 나온 아빠들도 낯설지 않다. 얼마 전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빠들끼리 아이를 데리고 나와 만나는 모습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아이 놀이와 학습에 엄마보다 더 적극적인 아빠도 꽤 있다. 우리 집만 해도 아이들 과제나 준비물은 남편이 더 많이 챙긴다.육아의 풍경이 달라진 만큼, 아빠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사회 분위기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최근 ‘산모교실’이 ‘부모교실’이나 ‘예비부모 교육’으로 바뀌고, 한때 ‘녹색어머니회’로 불리던 학교 모임이 ‘녹색학부모회’나 ‘학부모회’로 이름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런 차원에서 맘카페들도 문턱을 조금 낮춰보면 어떨까. 부모임을 인증해 가입을 허용하거나, 아빠 전용 게시판 하나쯤 두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육아하는 아빠들이 더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맘카페’ 옆에 ‘대드(dad)카페’나 ‘파파(papa)카페’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날도 오지 않을까.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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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에 더 약한 쪽방-노숙인, 더 자주 들여다본다

    “늘 버려지던 현수막과 솜인데 이렇게 보온재로 재탄생시킨 건 처음이에요. 동파도 막고 재활용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8일 서울 종로패션종합지원센터 관계자가 말했다. 봉제 공장이 몰려 있는 창신동에서는 매일 폐원단과 솜, 현수막이 쏟아진다. 올 1월 문을 연 센터는 이 자재들을 재단·제작·검토 과정을 거쳐 계량기 동파를 막는 보온재 100개로 만들었다. 종로구는 이를 한파 취약계층 100가구에 배부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오면서 서울 자치구들도 각 지역 여건에 맞춘 겨울철 특별보호 대책을 서둘러 가동하고 있다. 한파쉼터 확충부터 방문건강관리 강화, 노숙인 보호, 한파 대피 목욕탕,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까지 ‘생활권 안전망’과 ‘취약계층 집중 보호’가 두 축이다.● 한파쉼터·방문간호 확대올겨울은 첫눈과 강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데다 기온 변동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2∼1월 사이 중국 내륙에서 확장하는 찬 공기의 영향이 잦아 강한 한파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시적 기온 급강하가 평년보다 많은 겨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치구들은 ‘일상형 한파 대응’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중랑구는 주민들이 추위 걱정 없이 머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쉼터’ 확충에 나섰다. 지난해 68곳이던 한파쉼터를 올해 87곳으로 늘리고, 도서관·복지관·체육센터·청년청 등 일상적으로 이용 가능한 시설 19곳을 추가했다. 한파특보가 발령되면 동주민센터 쉼터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 어르신과 주거 취약계층이 별도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버스정류장에는 추위쉼터·스마트쉼터·온열의자를 설치해 이동 중 체감 추위를 낮췄다. 서대문구는 홀몸노인·장애인·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을 돌보기 위한 방문 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14개 동주민센터에 배치된 24명의 방문간호사가 내년 3월 15일까지 비상 체계를 유지한다. 가정방문·전화상담을 통해 만성질환 모니터링, 생활습관 개선, 재난 대비 행동요령 등을 안내한다. 장갑·넥워머 등 방한용품도 함께 제공하며, 한파특보 발령 시 모니터링 빈도도 높인다.● 노숙인·쪽방·주거 취약층 보호도 강화영등포구는 ‘한파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사람들’을 위한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과 서울교 하부 등 노숙인·쪽방 주민 밀집 지역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노숙인 거리상담반을 24시간 3교대로 운영한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와의 야간 합동 순찰을 통해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응급 잠자리 연계·방한용품 지원·의료기관 안내 등 현장 대응도 강화했다. 쪽방촌 내 ‘요셉의원’ 이전으로 생긴 의료 공백은 영등포역 인근 보현희망지원센터의 무료 진료로 메우고 있다. 관악구는 한파특보 발령 시 야간(오후 6시 이후) 난방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을 위해 ‘한파 대피 목욕탕’을 운영한다. 지정된 민간 목욕탕 2곳에서 입장료·찜질복·수면이불 등 기본 이용료를 지원한다. 동주민센터는 대상자 상담·선정과 긴급복지 연계를 맡아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도봉구는 난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신청을 안내하고 있다.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 중 고령자·영유아·장애인·임산부 등이 포함되면 지원 대상이며, 가구원 수에 따라 29만5200원∼70만1300원이 지원된다. 방문·온라인 신청 모두 가능하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 대리 신청도 허용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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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비 50만 원, 조리원비 5000만 원…‘조리원 호캉스’ 시대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인생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 “당신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몇 가지 꼽아보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출산 직후’를 넣을 것이다. 9개월 넘게 이어진 인고의 시간과 끔찍한 진통을 견디고 마침내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그 짜릿한 해방감과 홀가분함, 벅찬 감동은 언어로 다 표현될 수 없다. 내 경우 셋째까지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말 그대로 ‘자연분만’을 했던 터라, 고통의 끝에 찾아온 그 기쁨은 더 각별했다.출산 후 산모는 이른바 ‘조리원 천국’이라 불리는 특별한 휴식기를 갖는다. 나 역시 네 아이를 출산할 때 모두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보건복지부 ‘산후조리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산모의 79.8%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고 한다. 병원 입원이나 기타 사정으로 이용이 어려운 산모들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산모가 조리원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이 ‘천국의 입장료’가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병원비는 보험급여와 각종 지원 덕에 낮아진 데 반해,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산후조리원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출산 전후 준비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이 됐다.● 1990년대 후반 출현… 전국 500여 곳으로산후조리원은 말 그대로 산모가 마음껏 쉬고 회복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전문 간호 인력과 조리사가 상주하며 산모의 회복을 돕고 신생아 돌봄, 모유수유 교육, 영양식 등을 제공한다.지금과 같은 형태의 시설은 1990년대 후반(1999년경 서울 강남 지역)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이후 전문 산후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한국형 산후조리 문화’가 자리 잡으며 그 분위기를 타고 급격히 확산됐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약 500곳(2023년 말 510곳)이다. 전국 산부인과가 1400여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부인과 세 곳 중 한 곳꼴로 조리원이 있는 셈이다.산모가 조리원에 머무는 기간은 선택하기 나름이지만, ‘2주’ 이용이 전체의 약 70%로 가장 많은 선택지로 알려져 있다. 보통 산모는 이 2주간 조리원이 제공하는 식사, 신생아 관리 서비스는 물론 산모 회복 프로그램, 산후 교육 등을 받는다. 아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신생아실에서 전문 인력의 관리를 받으며 지낸다. 산모의 충분한 휴식을 돕기 위해서다. 모유도 유축해 보내면 조리사가 분유병에 담아 먹여주고, 분유를 원하면 분유도 제공한다. 목욕, 수유 간격 관리, 재우기 등 ‘육아 첫 2주’의 거의 모든 것을 조리원이 도맡는다. 그 사이 산모들은 각자의 방에서 쉬거나 조리원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청소·세탁도 모두 직원들이 해주니 정말이지 천국이 따로 없다. ● 2주에 5000만 원까지… 병원비의 100배문제는 이 ‘천국의 비용’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 일반실(2주) 평균 비용은 490만 원에 달한다. 2023년 420만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17% 가까이 오른 수치다.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30만~40만 원씩 꾸준히 상승한 셈이다.부산의 경우 상승률이 3년간 29%에 달했다. 2023년에는 평균 262만 원이었던 평균 산후조리원 2주 비용이 지난해 304만 원, 올해 상반이 336만 원으로 증가했다. 2주 금액을 하루 단가로 환산하면 30만~40만 원꼴이니 “호텔 같은 객실에 묵는 셈 치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호텔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방에 식사와 산후관리 서비스를 더하려면 금액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이 이제는 사실상 출산 과정의 필수 단계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결코 ‘괜찮다’고 말할 순 없을 듯하다. 자연분만 시 산모가 부담하는 병원비가 평균 30만~6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산후조리원 2주 비용은 병원비의 평균 8배에서 15배, 많게는 100배 이상에 달하는 셈이다.● 초저출산 → 고급화 경쟁 → 비용 상승… 악순환의 고리근래 조리원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배경에는 출생아 감소가 있다. 초저출산으로 고객이 줄어들자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고급화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경쟁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2주 이용료가 5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조리원까지 등장했다. 한 유명 연예인이 이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사실 이곳은 최근뿐 아니라 과거에도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내가 첫째, 둘째를 낳았던 시절만 해도 2주 이용료가 3000만 원대였는데, 그새 가격이 더 뛴 것이다. 하루 200만 원이 넘는 셈이니 웬만한 특급호텔 스위트룸보다 비싸다.이런 고가 조리원들은 고급 침구와 방별 공기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신생아는 개별 신생아실에서 24시간 상주 간호사가 관리한다고 선전한다. 전담 산후관리사 1:1 배정, 산모 체질에 맞춘 한방 회복 프로그램, 랍스터·한우 등이 포함된 호텔식 코스 메뉴급 식사, 림프 관리, 물리치료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사실상 산모 버전의 ‘호캉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연예인급이 아니지만 2주 500만~1000만 원대 조리원에도 예약자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올 4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 총액이 421만 원이니, 이용료만 직장인 한두 달 월급인 셈이다.● 비용≠안전…공공산후조리원 등 저렴한 가격에 양질 서비스지자체들은 산모들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대부분 2주 기준 200만 원대여서 민간보다 훨씬 저렴하고, 인력과 시설도 공공 시스템 안에서 운영되니 기본 신뢰도도 높다. 이용료가 민간의 절반 이하로 형성돼 있다는 사실은 공공의 지원 덕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간 조리원 가격이 그만큼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무엇보다 비용이 높다고 만족도나 안전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출산하던 시기에는 공공 조리원이 없었지만, 여러 곳을 비교해보고 결국 100만~200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조리원을 선택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음식, 청결, 신생아실 관리 등 꼭 필요한 요소는 충분했고,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반면 2019년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조리원에서 로타바이러스 집단감염으로 신생아 수십 명이 확진되는 등 사건사고는 고급 조리원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 필요한 건 ‘프리미엄 침구’가 아니라 ‘더 좋은 조리 환경’산후조리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산모의 안전, 그리고 산모가 마음 편히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프리미엄 침구나 호텔급 어메니티, 각종 마사지처럼 산후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크지 않은 요소들이 비용을 과하게 끌어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출산지원금과 바우처가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산모 개인에게 지원금을 쥐여주는 방식보다, 시설을 잘 관리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운영하는 조리원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지도 고민해 봐야겠다. 솔직히 말하면 조리원 비용을 많이 들이느니 그 돈을 아껴 퇴소 후 영양가 있는 식사와 산후 회복 한약, 필요한 산후도우미 서비스에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산모의 회복과 모자 건강을 위해 무엇이 좋은 방향인지 산모들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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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6%와 -5732명의 경고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출생아 수 반등의 흐름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생아 수는 2만236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했다. 같은 달 혼인 건수도 1만8462건으로 20.1%나 늘었다. 월별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 대비 이 정도로 오른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서울·부산·경기 등 거의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증가가 나타난 점도 눈에 띈다.출생아 증가에 힘입어 9월 기준 월별 합계출산율은 0.85명으로 0.06명 반등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이 3년 만에 0.8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가를 이끈 30대 후반 출산…만혼이 만든 새로운 출산축출생아 증가의 핵심 요인은 ‘30대 후반의 출산 확대’로 분석된다. 35~39세 여성의 1000명당 출생아 수가 전월 대비 6.3명 늘었고, 30대 초반 여성도 4.4명 증가하며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만혼 흐름이 굳어지면서 과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담당했던 출산의 중심축이 자연스럽게 30대 중후반으로 이동한 것이다.실제 2024년 기준 남성 초혼 평균연령은 33.9세, 여성은 31.6세였다. 여성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로 역대 가장 높았고, 첫째 아이 출산 평균도 33.1세까지 올랐다. 1995년의 초혼 연령(남성 28.5세, 여성 25.7세)과 비교하면 결혼은 약 5~6년, 출산은 약 7년 늦어진 셈이다. 한 세대 만에 결혼·출산의 시간표가 크게 재편됐다.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주거를 마련하는 등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연령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있다. 요즘 30대의 라이프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건강 관리, 운동, 취미, 자기계발 등이 일상화되면서 30대는 예전의 ‘중년 초입’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포티가 있다면 그들은 영써티랄까. 외모와 생활양식 모두 20대 못지않게 젊고 활동적인 30대가 많다. 이런 경향은 출산을 30대 후반까지 미루더라도 크게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결혼한 대학 후배만 해도 20년 가까이 연애 끝에 남녀 각각 마흔과 서른다섯에 결혼에 골인했다. 앞으로도 30대 후반 여성의 출산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만혼·만산에 줄어드는 ‘둘째의 시간’어느 연령대서든 출산이 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는 만혼자들의 경우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통상 출산 후 휴가나 휴직을 갖고 직장에 복직하는 걸 감안하면 첫 임신부터 다시 둘째를 고민하기까지 3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다. 30대 후반에 첫째를 낳은 여성이라면 둘째를 가질 수 있는 ‘생물학적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셈이다. 남편의 연령이 평균적으로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둘째를 출산한다고 가정할 때 남편의 나이는 40대 초중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부모 입장에서도 향후 양육을 생각하면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이 때문에 출생아 구성은 첫째아 중심으로 더욱 기울고 있다. 9월 출생아 중 첫째 비중은 63.3%로 전보다 증가했고, 둘째·셋째 비중은 감소했다. 만혼·만산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1자녀 가구 고착화’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다.실제 “둘째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지인 가운데도 3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를 가진 이들은 많지만, 둘째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포기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생물학적 시계 뿐 아니라 자녀 양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2명 이상의 자녀는 갈수록 택하기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 2명이 1명도 낳지 않는다면…9월에도 5732명 인구 자연감소인구를 유지하려면 2명이 2명은 낳아야 한다.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한다. 다음 세대가 현 세대 인구를 그대로 대체하기 위한 출산율이다. 영아사망률 등을 고려해 보통 2.1명을 선진국의 대체출산율로 본다. 한국은? 두 명은커녕 OECD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0명대를 장기간 이어온 국가다. 대만·싱가포르·일본도 초저출산에 포함되지만, 한국처럼 0명대가 8년 넘게 지속된 사례는 없다. 인구학에서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상황만 따로 떼어서 ‘초저출산’ 상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은 사실상 ‘극초저출산’ 혹은 ‘초초저출산’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처럼 2명이 1명도 낳지 않는 식이라면 다음 세대 수는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아무리 출산율이 0.8명으로 오른다 해도 전체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한국은 유럽과 일본처럼 이민이 많거나 외부 유입이 다양한 구조도 아니어서, 인구 구조의 급격한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 증가라는 희소식에도 마냥 팡파레를 울릴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인구 자연 감소는 이번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2025년 9월 자연증가(출생 - 사망)는 -5732명으로 마이너스 수치를 나타냈다.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3.9% 줄긴 했지만, 3분기 전체 사망자는 8만5051명으로 출생아(6만5039명)보다 2만 명 이상 많았다. 사망자의 연령별 구성에서도 8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상승했다. 사망자 집단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된 셈이다. 이는 앞으로 자연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금, 요양급여 등 5년 내 한계통계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책 효과로 출생아는 늘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의 큰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출생아 증가’와 ‘자연감소 확대’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맞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출생아 반등이 긍정적 지표로 읽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인구 규모를 줄일 것이다. 출생아 증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의 ‘가속화’에 대비한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출산 지원정책과 더불어 인구가 줄어도 경제·사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동·연금·지역정책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고령화로 연금과 요양급여 등이 한계에 이르는 데 단 5년이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시적 반등의 기쁨에 머무를 시간이 아니다. 이번 통계는 출생아 증가의 흐름을 살릴 기회이자, 인구 감소 시대를 정면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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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어디까지 커닝이고 어디부터 러닝일까[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아이와 함께 있으면 처신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 혼자라면 초록불이 깜빡일 때 후다닥 뛰어 건널 텐데 아이와 함께라면 “깜빡일 땐 기다려야 해”라고 말하고 멈춰 서고, 함께 게임을 할 때도 “꼼수는 안 된다”며 한결 더 정직하게 임한다. 남이 보든 안 보든 몸가짐도 더욱 바르게 하게 됐다.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적이나 성취를 떠나, 아이가 바르고 올곧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그런 부모의 입장에서 근래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유수 대학에서 잇따라 드러난 인공지능(AI) 커닝 사태였다. 도구와 수법이 무엇이었는지를 떠나, 많은 학생이 그토록 쉽게 양심의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안겼다. ● 명문대에서 잇따라 드러난 ‘AI 커닝’지난 9일 연세대는 지난달 말 신촌캠퍼스 3학년 대상 교양 수업 중간고사에서 40명 넘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온라인 시험에서 최소 40여 명의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캡처해 유출하거나, 촬영 화면을 고의로 가리고 챗GPT 같은 생성형 AI 프로그램으로 답을 구했다.연세대 사례가 보도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고려대 사례가 이어졌다. 고려대에서는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집단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안암캠퍼스 한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일부 수강생이 오픈채팅방에 시험 문제를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았다. AI 도구로 답안을 작성한 정황도 파악됐다.곧이어 서울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역시 지난달 치러진 서울대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다수의 학생이 AI를 이용해 문제 풀이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른바 ‘SKY’라 불리는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 세 곳에서 모두 부정행위가 확인된 것이다.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모인다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실망스럽지만, 더 우려스러운 건 이 세 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다른 수업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답하거나, “이미 흔하다,” 심지어 “이번에 걸린 곳들은 재수가 없어 걸린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 “나만 안 쓰면 손해”…‘유능한 도구’ 사용에 큰 죄책감 느끼지 않아입시와 취업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집단 부정행위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2년 서울대 경영대학에서는 경제원론 시험 문제가 외부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강사가 직위해제되고, 학교가 전체 성적을 다시 산정하는 일이 있었다. 2015년 전북대 의대에서는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일부 정답을 돌려본 의혹이 확인돼 7명이 징계를 받았다.고교 단계로 범위를 넓히면 사례는 더욱 많다. 2017년 숙명여고에서는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시험지를 여러 차례 유출해 쌍둥이 자녀의 성적을 올린 이른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같은 해 전북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는 새벽에 학교에 들어가 수학·영어 등 기말고사 시험지를 훔쳐 돌려본 학생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학년도 수능 때 광주·전남 지역에서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정답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300명 넘는 성적이 무효 처리된 사건도 있었다.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특히 눈길을 끈 건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시험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AI라는 ‘유능한 도구’가 결합하는 순간, 학생들의 윤리적 기준이 더욱 쉽게 무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은 이에 대해 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기사들을 보면 “나만 (AI 사용) 안 하면 손해”라는 식으로 답한 학생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떻게 선하게 쓸 것인가’ 교육과 합의 필요해사실 ‘AI라는 새롭고 유능한 도구를 어떻게 선하게 쓸 것인가’ 하는 윤리적 고민은 국제적으로도 화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AI를 기존 컴퓨터나 검색 툴 같은 단순 ‘도구’로 인식해 시험·보고서에 활용하는 것을 큰 부정행위로 여기지 않는 인식들이 확인된다. 실제 해외 유명 대학에서도 AI를 활용한 집단 부정 사례들이 다수 적발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긴 하다. 보고서 주제 선정과 기본 구조는 내가 잡았지만 초안만 AI에게 쓰게 한 뒤 문장을 다듬어 제출한 경우는 부정일까 아닐까. 시험 전에 “수업 자료를 모두 분석해서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정리해 달라”고 AI에게 요청해 그 요약본만 보고 공부했다면 이는 편법일까. 시험 중 AI에 정답을 직접 묻지 않고 단순 개념 설명이나 접근 방법만 확인했다면 이것도 부정행위로 봐야 할까.기술의 발달 속도는 윤리 규범과 제도 정비보다 훨씬 빠르다. 이런 회색지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헷갈리니 일단 금지하자”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아무리 감독과 제재를 강화해도 모든 부정행위를 걸러낼 수는 없다.어디까지를 ‘학습을 돕는 도구’로 보고, 어디부터를 ‘정직을 훼손하는 행위’로 볼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쌓아야 한다. 동시에 AI 기술 사용법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감각을 아이들 마음속에 심어 주는 교육도 필요하다.● 결과 위해서라면 편법과 꼼수 눈감는 사회 분위기도 성찰해야더불어 이 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돌아봐야 한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식의 결과주의,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순진한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 분위기가 청년들에게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 편법은 괜찮다’는 메시지를 줘 온 게 사실이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과정의 꼼수쯤은 눈감아 주는 문화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AI 윤리교육을 강화해도 말로만 남을 것이다. AI 시대가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시대라지만, 그 바탕에는 오히려 가장 오래된 덕목인 정직과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정직하게 쌓은 과정이 장기적으로 더 큰 힘을 갖는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일 것이다.AI 커닝 사태를 계기로 많은 대학이 시험 관리와 감독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기술적·행정적 조치와 함께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놓고 살아왔는지 성찰하는 논의가 병행하길 바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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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에 ‘영포티’ 열풍[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젊어 보이는 40대, 이른바 ‘영포티(Young Forty)’가 몇 달째 화제다. 처음 이 말이 등장했을 때는 젊은 패션과 소비, 취미를 즐기며 활기차게 산다는 긍정적 이미지로 쓰였다는데, 언제부턴가 ‘젊어 보이려 애쓰는 중년’을 뜻하는 조롱의 뉘앙스가 덧붙었고 요즘엔 온라인상에서 각종 밈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7, 8년 전에도 있었던 ‘영포티’ 비판 사실 이전의 영포티가 내내 긍정적인 의미였던 건 아니다. 과거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영포티를 비판하는 글이 적지 않았다. 젠더적 시각에서의 비판도 있었다. 영포티라는 단어가 성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영포티라고 하면 ‘남성’을 떠올린다. 2017년 통계청이 영포티를 ‘새로운 아재 문화’와 연결 지어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기사나 칼럼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20대 여성 사회 초년생과 사랑에 빠지는 서사를 지적하며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타자화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지금도 영포티를 비판할 때면 흔히 ‘20대 여직원이 날 좋아하나 착각하는 40대 상사’의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영포티가 다시 비난의 표적이 된 이유로 청년 세대의 위기감이 지목된다. 가진 것 없는 20대들이 “젊음마저 침범당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를 갖춘 40대 중년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청춘을 상징하는 ‘젊음’이 40대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확장되자, 그에 대한 반감이 혐오로 표출된 셈이다.● 피규어 즐기는 ‘키덜트’…영포티,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냐물론 40대 입장에선 억울할 것이다. 영포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나이키·아디다스·마블 같은 브랜드는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소비해 온 문화 코드이기 때문이다. 젊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젊을 때 향유하던 문화를 계속 소비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들의 항변처럼 젊게 살고자 하는 중년 문화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키덜트(kidult)’로 불리는 소비층이 시장의 큰 축을 차지했다. 젊은 문화를 넘어 과거 어린이들의 문화로 여겨지던 게임, 장난감, 캐릭터 굿즈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어른들이다. 실제 요즘 이들 매장에 가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훨씬 많다. 레고 매장만 봐도 유아용 ‘듀플로’ 제품을 제외하면, 일반 제품을 구경하고 구입하는 사람 대부분이 어른들이다. 닌텐도, 피규어, 프라모델, 보드게임 매장 역시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더 많다. 내 주변에도 청소년들의 전유물 같던 취미를 즐기는 40대가 많다. 모바일 게임은 물론, 컬러링북 채색, 애니메이션 굿즈 수집, 미니어처 가구 만들기까지 다양하다.삶의 주기가 늦춰지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혼과 늦은 출산으로 인생 주기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과거 ‘아저씨’로 불리던 30대는 청년, 40대는 젊은 아저씨가 됐다. 20년 전만 해도 40대라 하면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오고 ‘애가 둘 이상 딸린’ 가장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지금의 40대는 다르다. 배가 나오지 않은 건 물론이고 결혼하지 않은 경우도 태반이다. 고령화로 한국의 중위연령도 30대 초반에서 45세로 상승했다. 이제 40대는 사회의 중심 세대다. 과거 청년들의 자리를 그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 ‘영’한 아동청소년들 놀이 문화는 사라져중장년층이 ‘영’한 문화로 넘어오는 새,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영’한 세대인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이런 놀이 문화에서 밀려났다. 한국 아동청소년의 놀이 시간이 국제적으로 매우 짧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은 모든 아동이 연령에 맞는 휴식과 놀이,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놀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아동의 전인적 성장과 행복을 위한 기본적 인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2024 아동행복지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여가 시간은 평균 1시간 32분으로 5년 전보다 더 줄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평일 자유시간이 1시간 미만인 학생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는 9~17세 아동 중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42.9%였지만, 실제로 놀았다는 비율은 18.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실제 요즘 놀이터만 봐도 종일 썰렁하다. 그나마 아이들이 모이는 시간은 오후 8시 넘어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는 때다. 학원을 전전하느라 그 시간이 돼야 겨우 자유시간이 나는 것이다. 밤 9시에 퇴근할 때, 그제야 가방을 메고 귀가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적잖이 본다. ● ‘정규수업 외에도 4시간 이상 공부’…놀 시간 없는 韓 아이들지난해 여성가족부 ‘사교육 참여 및 시간’ 통계에서 초·중·고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78.5%였고, 초등학생의 경우 10명 중 약 4명(40.2%)이 정규 수업 후 하루 3시간 이상 공부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습시간’ 통계에서도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정규 수업 외 학습(방과후 수업, 학원수업, 과외, 자습 등) 시간이 “4-5시간”이라는 비율이 10.4%, “6시간 이상”의 비율도 3.7%에 달했다. 아동청소년들이 놀 공간도 부족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데려갈 곳이 많았는데 요즘은 주말마다 어디 놀러갈지 찾는 게 숙제다. 중학생이 된 우리 첫째가 친구들과 만나면 주로 가는 곳은 노래방이나 영화관, 방탈출 카페 같은 상업시설이다. 성인들을 위해 만든 공간에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가 덧붙은 것이지, 아동청소년을 위한 놀이 공간이라 할 수는 아니다. 지자체 역시 유아용 놀이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데 반해 청소년을 위한 공간엔 관심이 적다. ● 아이들 줄어들며 생긴 문화·경제적 공백, 어른들이 메워이렇게 아동·청소년의 입지가 좁아지는 사이, 그들의 인구도 급감했다. 1990년대 초 0~14세 인구가 약 1400만 명이던 것이 현재는 600만 명 미만으로, 3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아이들이 사라진 문화와 소비의 빈자리를 어른들이 채웠다. 어쩌면 영포티로 대표되는 ‘젊음화(化)’와 ‘청춘화’ 현상은, 아이들이 줄어들며 생긴 문화적·경제적 공백을 메우려는 산업계의 전략과 어른 세대의 욕망이 맞물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젊음의 불균형’이 영포티라는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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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우리 모두 ‘길 위의 느린 보행자’가 된다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얼마 전 쉬는 날 아이와 길을 걷다가 식겁한 경험을 했다. 교차로가 있는 8차선 도로를 건너려 횡단보도에 서 있었는데, 아이가 말했다.“엄마, 저 할아버지는 왜 초록불로 안 바뀌었는데 건너가시지?”시선을 돌리니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고령의 어르신 한 분이 차도로 들어서고 계셨다. 가까운 차로의 차량은 멈춰 있었지만, 맞은편 차도는 여전히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어르신은 고관절이 불편하신 듯 보폭이 좁고 걸음이 느렸다. 초록불이 켜져도 다 건너지 못할까 봐, 미리 발을 떼신 모양이었다.곧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었다. 보행 신호는 수십 초간 이어졌다.8살 막내와 느긋하게 걸어 건너편에 도착했지만, 어르신은 여전히 중앙선쯤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어, 어 안 되는데” 하는 새 맞은편 교차로에서 좌회전 차량들이 어르신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아이와 나는 “멈춰요! 사람 있어요!”를 외치며 팔을 흔들었다. 다행히 지나던 젊은 행인 두 명이 차도로 뛰어들어 어르신을 부축해 길을 건넜다.● 8차선 도로, 50초도 버거운 노인들“엄마, 우리 할아버지도 저렇게 길을 못 건너게 되면 어떡해?”길을 건너온 아이가 던진 질문에 심란해졌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도로뿐 아니라 부모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칠순을 넘긴 양가 부모님은 이미 근골격계나 시력 등 노화로 인해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빨간불로 바뀐 8차선 한가운데 부모님이 서 계신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보행 신호 시간은 보통 ‘1m를 1초에 걷는다’는 기준으로 계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행자 신호 시간은 ‘보행 진입 7초 + 횡단보도 길이(m)당 1초’다. 정부는 최근 고령자 통행이 많은 구간의 기준을 ‘1m당 1초’에서 ‘0.7m당 1초’로 완화했다.이를 8차선 도로(폭 약 26m)에 대입하면 일반 구역은 약 33초, 노인·어린이 보호구역은 약 44초, 주요 교차로에서 신호를 3~6초 연장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33~50초 사이가 된다. 보통 성인은 1m를 1~1.5걸음에 건너기에 충분한 시간이다.하지만 고령자는 1m당 네댓 걸음이 걸릴 수 있다. 앞서 본 어르신만 해도 1m 걷는 데 5초가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실제 거리에서는 수많은 어르신이 매일 ‘빨간불 중간’에 멈춰 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대수명은 늘고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비건강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인구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카드 대면 보행 신호 늘고, 알아서 늘려주고가장 손쉬운 해법은 신호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신호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보행 시간이 길어지면 차량 대기 시간이 늘고, 도심 교통 혼잡도 커진다.이런 딜레마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걸음이 느린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 횡단보도 초록불 시간을 늘려주는 교통카드를 도입했다. ‘그린 맨 플러스(Green Man Plus)’ 제도다. 노인·장애인용으로 발급된 카드를 신호등 기둥의 단말기에 갖다 대면 초록불이 3초에서 최대 13초까지 연장된다. 2009년 5개 교차로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는 1000곳 이상으로 확대됐다. 모든 신호 시간을 일괄적으로 늘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시간을 더 주는 방식이다. 보행자가 카드를 갖다 대지 않아도 신호등이 알아서 ‘스마트’하게 작동하는 방법도 있다. 영종·청라국제도시 등에 추진되는 스마트 횡단보도는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사람을 인식해, 아직 차도에 보행자가 남아 있을 경우 보행 신호를 자동적으로 5~10초 연장하는 기능을 갖췄다.도로 자체를 스마트하게 바꾸려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행자·차량 신호 중첩(Overlap) 운영’ 방식은 교차로 구조와 교통량을 분석해 보행자 신호와 차량 신호를 일정 구간 겹쳐 운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보행자가 진입할 때는 차량이 잠시 멈추고, 횡단이 끝나갈 즈음엔 다른 방향 차량이 움직이도록 신호를 배분한다. 교통 혼잡이 큰 도심에서는 실시간 교통량을 분석해 보행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스마트 교차로’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47년 뒤면 길을 건너는 보행인 절반이 노인 초록불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보행자 잔여시간 표시등’, 빨간불 잔여시간을 알려주는 ‘적색 잔여시간 신호등’도 신호 시간을 바꾸지 않고 위험을 줄이는 장치다. 원래는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겐 다음 신호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예고등’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전에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당시 취재한 어르신들도 “빨간불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으니, 때맞춰 일어나 건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72년이면 한국의 중위연령은 63.4세가 된다. 길을 건너는 사람 절반이 노인이 될 거란 이야기다. 지금은 길을 건너시던 그 어르신이 ‘남의 부모님’일지 몰라도, 머지않아 그 자리에 서 계실 분은 우리의 부모님이고, 언젠가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번번이 어르신들 곁에서 길을 건너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나도 네 명의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이자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많은 시간을 부모님께 할애하긴 힘들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아도 횡단보도 위 노인들이 안전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언젠가 우리 모두 길 위의 느린 보행자가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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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 초대석]“‘천년 고도’서 국제무역 새판 논의… 미중 함께 ‘경주 선언’ 기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전 세계 면적의 46.1%를 차지한다. 인구는 29억1000만 명, 국내총생산(GDP)은 62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62.2%에 달한다.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위해 1989년 창설된 공동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의 32차 정상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21개 회원국·지역의 정상, 대표단, 경제인 등 6000여 명이 한국을 찾는다. 특히 이번 회의는 자유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제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시점에 열려 주목된다. 그 갈등의 중심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6년 만에 회동한다.》한국은 2005년 부산에서 13차 회의를 개최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천년의 고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슬로건으로 유치를 이끈 경주에서는 역사적 순간을 맞기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민선 7·8기 경주시장을 맡아 정상회의 유치를 이끈 주낙영 시장(65)은 24일 “경주에서 천년의 유산이 내일의 혁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경주가 글로벌 행사를 상시 유치할 수 있는 도시로 도약하고, ‘동양의 다보스(매년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 상황은…. “주요 시설은 이번 주까지 대부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유치가 결정된 지난해부터 1년여간 행정력을 총동원해 준비했다. 인프라는 공정 98%로 대부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회의가 열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전면 리모델링해 재구성했다. 국제미디어센터도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VIP 숙소를 포함해 특급호텔,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 총 1만3000여 객실을 확보했다. 포항·김해공항과 연계한 셔틀버스 체계도 마련했고, 행사 기간에는 친환경 전기·수소 버스를 투입한다. 총리께서 네 번이나 내려오셨다. 장차관님들도 수시로 경주에 오고 있다. 힘들지만 그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니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시운전을 거쳐 완벽하게 준비하겠다.” ―미중 정상이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주석도 참석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중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 향후 국제무역 질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시 주석도 참석을 결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안전과 의전을 최우선으로 준비하고 있다. 주요 정상들은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도착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 그렇듯 헬기를 타고 미군기지 비행장에 내리지 않겠나 싶다. 보문관광단지와 화백컨벤션센터 일원을 특별교통대책구역으로 지정해 대표단 전용 차량 동선을 별도 관리할 계획이다.” ―회의 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 같다. “미중 양국 정상이 온다면 말 그대로 ‘장이 서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열 것이고, 두 정상을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경주를 찾을 것이다.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최대 규모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 수행 인원만 550명 수준이라고 들었다. 미중, 한미, 한중 등 주요 양자회담도 잇따를 것이다. 회의 중요도가 한층 커졌다.” ―세계적인 기업인들이 많이 참석한다. “정상들만큼 주목해야 할 게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온다는 사실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글로벌 CEO들을 3000명 이상 부르겠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CEO들까지 합치면 경제인만 5000∼6000명인 대규모 서밋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젠슨 황을 비롯해 글로벌 CEO들이 회의를 열고 기조연설도 할 예정이다.”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회의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경주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이런 경주에서 세계무역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전환점의 회의가 열린다는 건 매우 상징적이라 생각한다.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도 중요한데, 관련한 4대 강국 정상이 경주에 모이는 것이다. 과거의 유산 위에서 새로운 무역 질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경주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식 만찬장이 바뀌면서 논란이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 만찬장을 지었는데, 준비위원회에서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 의결하면서 ‘혈세 낭비’ 지적이 나왔다. 애초 기왕 경주에서 행사한다면 한국 전통의 미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곳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불국사까지 고려했다. 그런데 정상들이 오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려서 안 되겠더라. 중앙정부와 협의해 경주박물관 중정에 건물을 지어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만찬 때 식사뿐 아니라 식사에서 볼 공연도 멋있게 해야 한다고 무대를 크게 잡다 보니 만찬 공간이 좁아졌고, 수용 인원이 225명으로 줄었다. 미중 정상이 온다면 참석자가 어마어마할 게 아닌가. 박물관은 차량 동선도 아주 복잡할 거라고 하더라. 정부에서 그렇게 설명하니 우리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아쉽지만 많은 분이 참석할 수 있도록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 목조건축이라 조리가 어렵다거나 화장실이 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기존 만찬장은 어떻게 되나. “정상·글로벌 CEO 회담 장소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예를 들어 미중 정상회담을 박물관에서 여는 식이다. 전 세계에 13점 있는 금관 중 경주에 있는 6점을 한자리에 모아 최초로 특별전을 할 계획인데, 그때 전시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되고 있다.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1박 5000만 원 바가지 숙소’ 논란도 제기됐다.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했는데, 예약 사이트에 성수기 최고가가 노출되면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다만 숙박업소들 요금이 평상시 대비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숙박업계와 ‘상생요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합리적 가격 질서를 유도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숙박업소 관계자들에게 시장 명의의 서한도 보냈고, 교육도 시행 중이다. 숙소 위생에도 신경 쓰고 있다. ‘깨끗함이 최고의 환대’라는 생각으로 경북도와 함께 숙소 위생감시원을 운영 중이다. ‘손님들을 뜨내기 취급해선 안 된다. 경주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가야 다음에도 다시 경주를 찾을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반 관광객 맞이 준비는…. “주요 정류장에 영어·중국어·일본어 표지판을 정비하고 ‘스마트 경주’ 앱과 연계해 AI 기반 실시간 번역 서비스도 지원한다. 세계유산 야간 개장, 신라 고취대 공연, 황리단길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했다. 사실 경주가 세계 100대 관광지 중 한 곳이고 ‘타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수 언론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도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소개되는 곳인데, 과연 그만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스스로에게 의문이었다. 과거 APEC 정상회의 개최지들을 보면 행사를 계기로 관광을 발전시켜 이후 관광객이 5, 6배씩 늘어난 곳이 많다. 경주도 이 기회에 시설과 내용을 고양하고 인지도를 높여서 세계 100대가 아닌 50대 관광지 안에 들어보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경주 APEC이 어떤 행사로 기억되길 바라나.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회원국들이 모인다. 유의미한 내용을 담은 ‘경주 선언’이 나온다면 경주는 세계사에 남을 것이다. 역사책에서 배우는 ‘카이로 회담’, ‘포츠담 선언’을 보라. 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 독립을 보장한 회담, 전쟁 막바지 독일 처리 문제와 일본 최후통첩을 논의한 회담이다. 이번 회의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경주도 세계인의 입에 오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같이 선 자리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경주 회의가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포스트 APEC’ 계획은…. “APEC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 부산은 정상회의 이후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보존·발전시켜 명소로 만들었다. 경주는 유치 결정이 늦어 새 행사장을 짓지 못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했다. 행사가 끝나면 기존 시설 사용을 위해 APEC 관련 시설은 철거해야 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APEC 기념관’을 별도로 꾸리려 한다. 정상회의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정상들이 앉았던 의자, 사용했던 물건도 전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 옆에 트럼프 등신대를 세워 기념 촬영도 가능하게 하고 싶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광장에 APEC 기간 대한민국의 산업·기술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장이 설치될 예정인데, 이곳을 기념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원 내 ‘APEC 기념의 숲’도 조성할 구상이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PEC은 경주만의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품격을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다. 성공은 경주의 역량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환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민이 민간 외교사절이 돼 손님맞이를 잘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시기에 경주시장을 맡은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협조해 주시는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경주는 ‘천년의 미소’로 세계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주낙영 경주시장(65)△경북 경주 출생△대구 능인고 졸업△성균관대 행정학과 학사△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아이오와대 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석사△경북대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29회 행정고시 합격△경상북도 행정부지사△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장△민선 7·8기 경주시장경주=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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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미지]나홀로 출동, 징계로 못 막아… 인력-시스템 재설계해야

    “물이 차올라서 (추가 구조 인력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거든요?” 11일 새벽, 갯벌에 고립된 남성을 구하러 홀로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는 파출소 팀장에게 무전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추가 인력은 오지 않았다. 당직자 4명은 규정된 3시간의 휴게 시간을 훌쩍 넘긴 6시간 동안 쉬라는 지시를 받고 잠들어 있었고, 팀장은 그들을 깨우지 않았다. 결국 34세의 젊은 경찰은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고립된 남성에게 벗어준 채 차디찬 바다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다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규정을 어기고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간부들은 대기 발령됐고 징계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몇몇의 무거운 징계로 끝나선 안 된다. 올 초 나온 해양경찰청의 ‘중기 인력 관리 계획(2026∼2029)’에 따르면 자연재해, 해상사고로 인한 구조·구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반해, 인력 증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2029년 필요 인력 대비 실제 근무 인력이 1792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수다. 이런 인력 부족은 현장에서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미 2023년 자료에서도 해경 현원은 기준 정원보다 199명 부족했는데, 이 중 179명이 경찰소, 파출소 등에서 미달했다. 문제는 상황이 크게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야간·비상 출동이 잦고 보수와 처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해경의 직업으로서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파출소가 휴게 시간을 규정보다 길게 보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 소방, 군 등 다른 ‘MIU(Man In Uniform)’ 직군 전체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군 인력이 줄면서 의무경찰제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육상 경찰도 지방 인력을 서울로 차출하는 횟수가 최근 2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전체 인력은 제자리걸음이거나 감소세다. 서울에서만 2023년 순경 4626명이 결원 상태라고 한다. 5년 이하 신참 경찰들의 ‘엑소더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방공무원 노조도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 투입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2023년 전북 김제에서도 새내기 소방관이 홀로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소방관이 근무한 안전센터 근무인력은 정원보다 3명이나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출산·고령화로 이런 인력난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출생아 수는 더욱 급감했고, 이제 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공공안전 현장은 전에 없이 심각한 인력 가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인력 편성과 근무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순찰·출동 거점을 통폐합하고, 해경이 인력 부족으로 도입한 야간 드론 순찰처럼 드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작지만 효율적인 ‘스마트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더불어 MIU 직군의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호주머니가 가벼우면 허리가 굽는다’는 말처럼, 합당한 보상과 처우 없이 긍지와 명예를 기대할 순 없다. 숭고한 희생은 그 사회와 시스템이 숭고하지 않음을 증명할 뿐이다.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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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미지]탑골공원 바둑판 철거로 본 韓 고령사회의 민낯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이 등장한다. 게임 호객꾼 ‘딱지맨’이 공원에서 어르신과 노숙인들을 상대로 참가자를 모집하는 장면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탑골공원은 이처럼 갈 곳 없는 어르신과 노숙인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묘사돼 왔다. 언론 보도에서는 ‘어르신 놀이터’ ‘노숙인 성지’ 같은 표현도 흔히 쓰인다.최근 종로구가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며 공원 담장 옆 바둑·장기판을 철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어르신들이 모여 게임을 하다 말다툼과 몸싸움이 잦았고, 노상방뇨 같은 불쾌한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른 시민들의 이용이 어렵다는 게 구청 측이 설명한 철거 이유다. 하지만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환경을 개선하면 될 일을 굳이 어르신들의 놀이 공간 철거로 해결하려 했느냐는 반론도 뒤따랐다. 노인 혐오와 낙인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구청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 탑골공원에서는 노인·노숙인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상인들은 “상권이 죽는다”는 불만을 거듭 제기해왔다. 1897년 조성된 국내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탑골공원은 사적 제354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유산이다. 3·1운동의 발상지로 매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이 역사적 공간이 노인·노숙인 집결지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가려지는 상황을 행정 당국이 마냥 방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그러나 노인들이 탑골공원으로 모이게 된 구조적 이유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광복과 6·25전쟁, 강남 개발 등 격변의 현대사를 따라가지 못한 수많은 노인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했다. 생계와 자녀 양육에 매달리느라 노후 준비는 뒷전이었고, 노인이 되고 나서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중심 노동시장에서 노인이 맡을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한 이들조차 경비원, 대리주차, 가방에 단추 붙이기 같은 단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다.공적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도 20% 남짓에 불과하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줄곧 최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노년기를 전기(65∼74세)와 후기(75세 이상)로 나눠 보면, 후기로 갈수록 빈곤은 더 심각하다. 근로소득이 줄고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7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50%를 넘어선다. 탑골공원을 찾는 노인의 상당수가 바로 이런 노인들이다. 고령화로 가난한 노인들이 늘면 사회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2025년 약 27명에서 2050년 74명, 2070년에는 81명에 이를 전망이다. 탑골공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틀딱충’ 같은 노인 혐오 표현은 이런 현실에서 오는 젊은 세대의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탑골공원 장기판 철거 논란은 결국 근본적 보장과 제도가 부족한 현실에서 생겨난 약자들의 집결, 그리고 그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70년이면 우리 인구의 절반 가까운 46%가 65세 이상이 된다. 고령사회의 거대한 다수가 될 노인의 경제사회적 역할을 확충해 새로운 ‘착점(着點)’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오늘의 탑골공원 갈등은 내일 또 다른 공간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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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진 전 명지대학교 총장, 청조근정훈장 받아

    유병진 전 명지대 총장(사진)이 29일 명지대 용인 자연캠퍼스에서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교육부가 수여하는 청조근정훈장은 사립학교 교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다. 유 전 총장은 교육과 연구 등 다방면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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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이 다양해지면 정말 출산이 늘어날까?[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비혼 출산이 제도화되면 정말 출산이 늘어날까요?”지난해 만난 40대 남성 취재원은 비혼 출산 제도 도입에대한 생각을 묻는 내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그래, 생각해 보면 막연히 ‘다양성이 늘면 긍정적 영향이 있겠지’라고만 생각했을 뿐, 비혼 출산 같은 변화가 실제 출생아 수나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해당 취재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비혼으로 본인들끼리 행복하게 살지, 아이를 가질지 알 수 없잖아요. 여전히 결혼은 안 했는데 아이가 있다, 이럼 다 이상하게 보는데 과연 아이가 늘까요? 난 잘 모르겠는데요.”● 눈치 보는 사회, ‘정상 가족’의 벽은 여전히 높아그의 지적처럼 비혼 제도 도입이 곧장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지는 미지수다. 한국 사회는 남과 다른 것을 경계하고 혼자 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사회다. 미국 스탠퍼드대 문화심리학자 미셸 겔펜드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법과 제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고 여기는 사회적 규범을 무형의 규범이라 정의하고, 이것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겼다. 이른바 ‘빡빡한 문화(tight culture)’ 순위다.그 결과 한국은 33개 대상국 가운데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과 함께 5위를 기록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거나 규율이 엄격한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겔펜드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무형의 규범이 강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을 벗어난 행동을 하기 어렵다.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를 드러내기보다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사실 이런 이론을 굳이 들이대지 않아도 한국이 ‘튀는 행동’을 싫어하는 사회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눈치를 보는 문화’가 뿌리 깊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정상 가족’의 틀이 공고하다. 정상 가족이란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형태라고 여기는 가족, 즉 남녀 부모와 혈연 자녀로 구성된 2세대 가족을 의미한다.● 다양성이 오히려 가족 파괴 부추긴단 우려도그런 맥락에서 다양성이 전통 가족을 허물고 가족의 유대를 약화시켜 결혼과 출산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 사회의 파편화를 부추겨 인간관계를 더 소홀히 만들고 사회적 유대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과거 읽은 글 가운데 ‘애초에 혼인의 복잡한 속박을 피하려고 혼인 밖 제도를 선택한 사람들이, 육아라는 더 큰 속박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일리가 있다. 가족 제도의 부담을 피해 새로운 가족을 택한 사람들이 더욱 큰 부담을 안기는 출산과 육아를 택하려 할까? 성소수자 결합이나 비혼 출산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늘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리라는 건 어쩌면 순진한 기대일 수 있다.실제로 프랑스에는 비혼 커플을 위한 ‘팍스(PACS)’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택한 커플이 혼인 커플보다 아이를 적게 낳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파리1대학을 졸업한 박준혁 법학 박사가 202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8~39세 PACS 커플의 46%가 자녀가 없었던 반면 혼인한 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85%의 혼인 부부가 자녀를 두고 있었다. 2011년 기준으로 보면 동거 중인 커플 가운데 PACS를 맺어 신고한 비율은 3%에 그쳐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택지 좁히면 결혼도 출산도 더 줄어들 뿐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아이를 직접 많이 낳게 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출산은 가족이라는 결합의 한 결과물일 뿐이다. 비혼 커플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통적인 기혼 커플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결혼만 고집한다면 청년들은 좁은 선택지 안에 갇혀 결혼도 하지 않고, 새로운 결합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미 전통적 기혼 부부의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비혼 커플이 기혼 커플보다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지금처럼 전통적 결혼만 인정한다면 가족 수와 출생아 수는 모두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법률혼 외에도 다양한 결합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청년들이 가족을 하나라도 더 선택하고 사회도 구성원들의 유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자면 부담스러운 결혼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그런 변화의 결과로 아이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법률혼 외 결합을 인정한 국가들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21년 기준 멕시코의 비혼 출산 비율은 70.4%였는데 합계출산율은 1.82명에 달했다. 프랑스 역시 비혼 출산 비율이 62.2%였지만 합계출산율은 1.8명(2022년 기준)이었다. OECD 39개국 가운데 비혼출산 비율이 평균 이상인 나라들의 합계출산율은 평균 1.61명이었고, 평균 미만인 나라들의 출산율은 1.45명에 그쳤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해 유명해진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출산율이 1.6명을 넘는 나라 중 비혼출산 비율이 30% 미만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콜먼 교수가 지난해 방한했을 때 만났는데 그는 한국 저출산 해법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가족…‘제이미 맘’식 획일적 육아 문화도 변하지 않을까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 결혼과 육아를 둘러싼 강박적 기준도 완화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단지 가족의 형태뿐 아니라 이상적인 결혼 시기와 나이, 배우자의 조건까지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세세히 규정해왔다. 이런 획일적 규범은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게 하고 출산을 겁내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다양한 가족 형태가 자리 잡는다면 육아의 방식 역시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명문대 진학과 전문직 취업만을 정답으로 여기는 일명 ‘제이미 맘’식 육아도 변할 수 있다. 비혼 동거·성소수·다문화·입양 가족 등 각기 다른 배경의 가족들이 만들어내는 양육 모델은 지금보다 더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결국 다양한 가족은 저출산에 유효한 해법이란 답에 이른다. 적어도 결혼과 출산의 장벽을 낮추고, 청년들이 느끼는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완화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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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이 사람을 불러모은다… 인구-경제 살리는 ‘녹색 관광지’

    “관광객들이 ‘편백나무가 기가 막히게 좋다’ 이렇게들 말씀하세요. 그럼 제 자식이 칭찬받은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내가 틀린 선택을 한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21일 경남 하동군 옥종면 편백나무 숲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김동광 씨(74)가 말했다. 편백숲은 김 씨 가족이 아버지로부터 아들까지 3대째 가꿔온 숲이다. 김 씨는 2015년 이 숲 가운데 축구장 42개 규모인 30.4ha를 하동군에 기부했다.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숲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하동군은 이 숲을 ‘하동 편백 자연휴양림’으로 조성해 2020년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휴양림에는 숲길 5.9km와 숙박시설·글램핑장·트리하우스 등이 들어섰다. 연일 많은 관광객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숲을 찾고 있다.● 지역 인구 6배 넘는 관광객이 숲 찾아 김 씨 가족은 원래 모래만 있던 민둥산을 울창한 편백나무 숲으로 바꿔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귀국 후 사업으로 모은 자금으로 민둥산 일대를 산 후 1966년부터 숲 가꾸기에 나섰다. 197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35만 그루를 심어 현재 79ha 규모, 축구장 110개를 합친 크기의 숲을 만들었다. 지금은 높이 15∼20m, 둘레 1m에 이르는 대형 편백나무 약 20만 그루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숲을 키운 공로로 김 씨 아버지는 1995년 대통령 표창을, 2000년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 씨 가족은 자신들이 가꾼 숲을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김 씨는 “좋은 산을 가족만 누리긴 아까웠다”며 “많은 사람과 함께하면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매일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방문객은 2022년 2만1742명, 2023년 2만2926명, 2024년 2만6271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휴양림이 위치한 옥종면 인구(4032명)의 6배를 넘는 수치다. 조용한 산촌은 관광지로 변모했다. 숲은 지역경제에도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주민들은 농사 외에 관광업으로 부수입을 올리고, ‘생활 인구’도 늘었다. 생활 인구는 정주 인구 외에 관광·업무 등으로 월 1회 이상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뜻하는 개념이다. 군 관계자는 “휴양림은 하동군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며 “방문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 관광지, 441억 원 생산유발 효과 숲을 관광지로 개발해 인구와 경제가 살아난 사례는 하동만이 아니다. 강원 인제군의 자작나무 숲도 대표적인 사례다. 산림청이 1970∼90년대 조성한 이 숲에는 자작나무 7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2012년 개방 이후 매년 30만 명이 찾는다. 이는 인제군 인구(3만956명)의 10배에 달한다. 산림청 추산에 따르면 자작나무 숲의 생산유발 효과는 441억 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332명에 이른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숙박업·외식업·농산물 판매가 동시에 살아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인제군 전체 인구는 최근 10년간 줄었지만 자작나무 숲이 있는 인제읍은 오히려 인구가 늘었다. 2015년 6월 9235명이던 인제읍 인구는 2025년 6월 9852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제군 전체는 3만3139명에서 3만939명으로 감소해 대조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1∼2024년 방문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휴대전화 이동 자료 7200만 건, 신용카드 사용 1억8000만 건, 신용정보 8억1000만 건을 종합한 결과, 인제군 전체 방문객 중 최대 27.6%가 자작나무 숲을 다녀갔다. 자작나무 숲 관람객 소비의 19.4%는 인제군에서 이뤄졌다. 식비(44.0%)와 물품 구매(49.1%)가 대부분이었다. 식비 비중은 숲을 찾지 않은 일반 방문객보다 1.7배 높았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 숲은 산림청이 지정한 세계적 산림관광지로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가며 울진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충북 괴산군의 산막이옛길 숲길 역시 2010년 개방 이후 매년 100만 명 이상을 유치하며 소멸 위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관광산업의 확장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한 단서로 본다. 이수광 산림과학원 산림휴먼서비스연구과 연구원은 “숲은 단순한 생태 자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생활 인구를 끌어오는 핵심 기반”이라며 “앞으로는 숲 관광을 지역 교육, 문화, 복지와 결합해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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