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정동진

동아일보 사회부 사건팀

구독 0

추천

안녕하세요. 사회부 사건팀 정동진입니다. 모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haedoji@donga.com

취재분야

2026-03-30~2026-04-29
사회일반62%
사건·범죄12%
문화 일반12%
사고8%
인사일반4%
지방뉴스2%
  • 한국 온 젠슨 황 장녀 대학 강연 “AI 로켓 올라타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서울대 강연에서 “두려워 말고 인공지능(AI)이라는 로켓에 올라타라”고 조언했다.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AI 시대의 리더십: 여성들의 목소리’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황 이사는 “많은 사람이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하지만, 일의 ‘과업(task)’과 ‘목적(purpose)’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서 피지컬 AI 분야를 담당하는 황 이사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 논의를 위해 방한한 일정 중 서울대 강연을 가졌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일이 단순히 코드를 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코딩은 하나의 과업일 뿐”이라며 “진짜 역할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14시간 전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젠슨 황 장녀 “두려워 말고 ‘AI 로켓’ 올라타라” 서울대서 강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 매디슨 황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서울대 강연에서 “두려워 말고 인공지능(AI)이라는 로켓에 올라타라”고 조언했다.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AI 시대의 리더십: 여성들의 목소리’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황 이사는 “많은 사람이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하지만, 일의 ‘과업(task)’과 ‘목적(purpose)’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서 피지컬 AI 분야를 담당하는 황 이사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 논의를 위해 방한한 일정 중 서울대 강연을 가졌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일이 단순히 코드를 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코딩은 하나의 과업일 뿐”이라며 “진짜 역할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했다. AI 시대에 사회과학 등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황 이사는 “인간과 로봇 간 상호작용도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인재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2시간 전
    • 좋아요
    • 코멘트
  • 고유가 속… 전기자전거로 ‘위험한 개조’

    회사원 권모 씨(44)는 최근 10년 넘게 탄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중동 상황으로 기름값이 치솟은 데다 8일 공영주차장에서 차량 5부제가 시행되자 자가용 대신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기로 한 것. 그는 “전문업체에 맡기면 개조할 수 있다고 들었다”라며 “성능 좋은 배터리를 찾는 대로 개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사각’ 전기자전거 개조 기승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승용차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면서 일반 자전거보다 속도가 빠른 전기자전거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반 자전거를 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기자전거 개조’를 검색해 보면 산악자전거나 저가·중고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하는 영상이 수십 건 나타난다. 주로 모터로 페달이나 바퀴에 힘을 보태 속도를 높이는 개조 키트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개조용 키트와 배터리는 작동 방식에 따라 1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다양하다. 서울의 한 자전거 판매업자는 “자전거를 좀 만진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셀프 개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자전거가 ‘운전은 불법인데 개조에 대한 제재 조항은 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 자전거법상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전기자전거를 운전하면 과태료 4만 원이 부과된다. 속도 제한 위반과 배터리 화재 등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개조 키트 판매점은 ‘전기자전거의 법정 최고 속도인 시속 25km보다 빠른 30km로 달릴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반면 개조 행위 자체는 법령으로 금지돼 있지 않은 사각지대에 있다. 전기생활용품안전법상 KC 인증을 거치지 않은 전기자전거 완성품을 팔면 처벌될 수 있는데, 개조한 자전거는 부품만 KC 인증 대상이다. 법무법인SC 서아람 변호사는 “법에 관련 조항 자체가 없어 개조 업자는 처벌받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단속도 어렵다. 달리는 자전거를 일일이 세우기도, KC 인증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교통경찰은 “KC 인증 여부를 현장에서 구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 화재 1년 새 2배로더 큰 문제는 임의로 개조한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시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KC 인증을 거친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등에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설계가 적용되지만, 개조된 자전거는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일반 자전거는 전기자전거에 비해 안정성,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 충격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전기자전거 무단 개조가 화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자전거 화재는 총 61건으로 전년 29건 대비 2.1배로 늘었다. 교통 전문가들은 관련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변호사는 “(전기자전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입법을 방치하면 안전 운전 위반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무단 개조 행위 등을 규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2026-04-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복대행 수법, ‘박사방’ 조직과 유사…수사 확대”

    돈을 받고 남의 집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는 등 ‘보복 대행’을 일삼은 일당이 배달의민족 외의 기관에서도 개인정보를 빼낸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보복 대행 조직의 범행 구조가 과거 텔레그램을 통해 성 착취 영상을 조직적으로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고 전담수사팀을 꾸렸다.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6일 “보복 대행 조직의 운영자와 공범, 정보 제공책, 실행자 등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40대 여모 씨는 배달의민족 외주사의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회원 주소 등 약 1000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뒤 이를 수천만 원에 넘겼다. 이들 일당은 배달의민족 외주사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도 개인정보를 빼낸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경찰은 이번 보복 범행 구조가 2020년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통한 ‘박사방’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개인 정보를 탈취·제공하는 정보 전달책과 영상 제작·유포를 맡은 행동 요원 등으로 역할을 배분한 조직적 범행 방식이 비슷하다는 것. 경찰은 텔레그램 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전문가 2명을 양천경찰서에 배치해 관련 전담수사팀을 꾸렸다.경찰 조사 결과 보복을 의뢰한 사람 중에는 온라인 범죄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범죄에 사용 중인 대포통장의 입출금이 정지되자 “신고자를 보복해 달라”고 의뢰했고, 실제 범행이 이뤄졌다. 경찰은 의뢰자에게도 범죄 교사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경찰은 또 보복 대행 조직이 전국에 퍼져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5건의 보복 대행 범죄와 관련된 2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금전 거래가 오간 것을 근거로 전문 보복 대행업체가 범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6-04-06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이번엔 ‘탈북 마약왕’… 국내서도 교도소 수감중 마약 밀반입 지시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마약 사범 최정옥이 국내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외부 조력자를 통해 마약 밀반입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옥은 다른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 사범들과 편지 등을 주고받으며 ‘옥중 마약 거래’를 벌인 혐의로 공범들과 지난해 추가 기소됐다. 필리핀 교도소에서 131억 원대 마약을 유통한 박왕열처럼 국내 마약 사범들도 수감 중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최정옥, 옥중 편지·접견으로 마약 밀수 3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8월 25일 최정옥과 공범 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정옥은 2022년 1월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같은 해 4월 국내로 송환돼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 징역 23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최정옥은 교도소 수감 이후에도 광주교도소 수감자 임모 씨, 대구교도소 수감자 윤모 씨와 서신을 주고받으며 마약 밀반입을 논의했다. 최정옥은 외부 공범자 3명을 통해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6억2000만 원 상당의 필로폰 6251g과 6500만 원 상당의 케타민 약 1kg을 태국 현지 마약상으로부터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조력자 3명도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최정옥은 임 씨에게 “수감 중이라 직접 움직이기 어려우니 밖에서 일을 처리해 줄 사람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중개책을 소개받아 직접 교도소에서 6차례 접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정옥은 중개책에게 자신이 거래하던 태국 마약상과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으로도 드러났다. 최정옥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으로 2018년부터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국내에 수십억 원대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박왕열 등과 함께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렸다.● “131억 원대 마약 유통” 박왕열 구속 송치 경기북부경찰청은 3일 박왕열을 구속 송치하며 131억 원대의 마약을 밀수·유통한 혐의와 범죄단체 조직 혐의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박왕열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로 밀반입한 마약류는 총 17.7kg으로 시가 63억 원어치에 달한다. 여기에 마약 판매대금까지 합산하면 전체 범죄 규모는 약 13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박왕열의 가상자산 지갑 47개에서 파악된 96억5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도 범죄수익으로 보고 추적해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박왕열의 마약 투약 정황도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감정 결과 박왕열에게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 안에서 1년 넘는 기간 동안 매달 1, 2차례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기존에 파악한 공범 236명 외에 30명을 추가로 특정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을 송치받은 의정부지검은 박왕열 사건을 수원지검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로 이송했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4-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배민 외주사 위장취업해 ‘보복 대행’ 일당 2명 구속 송치

    배달의민족 외주사의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고객 정보를 빼돌리고 이를 ‘보복 대행’ 범죄에 악용한 40대 남성 등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 같은 보복 대행 범죄 피해가 전국에서 53건 신고돼 가담자 4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2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배달의민족 외주사의 상담사로 위장 취업한 뒤 여기서 얻은 개인정보를 보복 대행 범죄 조직에 넘긴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40대 여모 씨와 그에게 위장 취업을 지시한 30대 이모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보복 대행 범죄란 일정 대가와 함께 원한이 있는 사람의 주거지 등에 해코지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일당도 텔레그램에 ‘보복 테러’ 의뢰 채널을 개설한 뒤 돈을 받고 서울 양천구와 경기 시흥시 일대에서 다른 사람의 주거지 앞에 오물을 뿌리거나 욕설이 담긴 낙서를 하는 등 테러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여 씨는 배달의민족 회원 주소 등 약 1000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일부를 조직에 넘겼다. 이 조직의 총책인 30대 정모 씨는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1월에는 현장에서 보복 테러를 직접 수행한 30대 행동대원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청은 1월 이후 전국에서 피해가 신고된 보복 대행 범죄를 53건으로 집계하고 집중 추적을 벌여 이 중 45건과 관련된 40명을 입건했다. 부산에서는 피해자의 사무실에 침입해 페인트를 뿌리고 비방성 유인물을 뿌린 30대 남성 등이 붙잡혔다. 경기 수원시 등에선 건당 60만∼80만 원을 받고 피해자 주거지 현관문에 인분을 뿌린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이 중 중간책 3명과 관련된 사건은 양천경찰서에서 병합 수사하고 다른 피의자들과 의뢰자들은 각 시도 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또 보복 대행 일당과 피싱 등 범죄 조직 간의 연관성이나 복수의 조직이 존재할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할 방침이다. 또 보복을 의뢰한 이들에 대해서도 주거침입,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에 대한 교사범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4-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배민 외주사 취업해 개인정보 빼내…‘보복 대행’에 넘긴 2명 송치

    배달의민족 외주사의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고객정보를 빼돌리고 이를 ‘보복 대행’ 범죄에 악용한 40대 남성 등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 같은 보복 범죄 피해가 전국에서 53건 신고돼 가담자 4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2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배달의민족 외주사의 상담사로 위장 취업한 뒤 여기서 얻은 개인정보를 보복 대행 범죄조직에 넘긴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40대 여모 씨와 그에게 위장 취업을 지시한 30대 이모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보복 대행 범죄란 일정 대가를 받고 원한이 있는 사람의 주거지 등에 해코지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일당도 텔레그램에 ‘보복 테러’ 의뢰 채널을 개설한 뒤 돈을 받고 양천구와 경기 시흥시 일대에서 다른 사람의 주거지 앞에 오물을 뿌리거나 욕설이 담긴 낙서를 하는 등 테러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여 씨는 배달의민족 회원 주소 등 약 1000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일부를 조직에 넘겼다. 이 조직의 총책인 30대 정모 씨는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1월에는 현장에서 보복 테러를 직접 수행한 30대 행동대원이 검찰에 넘겨졌다.경찰청은 1월 이후 전국에서 피해가 신고된 보복 범죄를 53건으로 집계하고 집중 추적을 벌여 이 중 45건과 관련된 40명을 입건했다. 부산에서는 피해자의 사무실에 침입해 페인트를 뿌리고 비방성 유인물을 뿌린 30대 남성 등이 붙잡혔다. 경기 수원시 등에선 건당 60만~80만 원을 받고 피해자 주거지 현관문에 인분을 뿌린 사례도 있었다.경찰은 이 중 중간책 3명과 관련된 사건은 양천경찰서에서 병합 수사하고 다른 피의자들과 의뢰자들은 각 시도 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또 보복 일당과 피싱 등 범죄 조직 간의 연관성이나 복수의 조직이 존재할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할 방침이다. 또 보복을 의뢰한 이들에 대해서도 주거침입,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에 대한 교사범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4-02
    • 좋아요
    • 코멘트
  • ‘종일제 영어유치원’ 운영 제한, ‘놀이식 교육’은 허용… 기준 논란

    정부가 사실상 ‘종일반 영어유치원’(영어학원)을 제한하는 초강력 대책을 꺼내 든 것은 ‘4세·7세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사교육 대상이 저연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6세 미만의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절반이 사교육을 받았고, 1인당 월평균 33만 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영유아 학원 가운데 놀이 교구를 활용해 체험 위주의 교습을 하는 곳이 많아 정부가 금지하려는 ‘주입식 교습’을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를 피해 ‘놀이형 사교육’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음지로 더 숨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어유치원’ 하루 3시간 이상 교습 금지1일 교육부의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만 3세 미만에게 ‘인지 교습’을 전면 금지하고, 3세 이상 유아에게는 ‘인지 교습’ 시간을 하루 3시간(주당 15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연내 학원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인지 교습은 국어, 영어, 수리 등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한 학원의 주입식 강의를 뜻한다. 예를 들어 강사가 ‘A는 Apple’이라고 칠판에 적고 아이들에게 10번씩 따라 읽게 하거나, 숫자 카드를 보여주며 1부터 100까지 순서대로 외우게 하고 틀리면 다시 반복시키는 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세 미만은 오감과 신체 활동으로 생존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며 “과도한 주입식 교육은 아동 발달을 저해한다”고 했다. 아울러 유아의 학습 결과를 점수, 등급, 순위 등으로 표시해 성적표를 발송하는 식의 비교·서열화도 금지할 방침이다. 앞서 학원법 개정을 통해 올해 10월부터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도 금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일제 영어유치원이 무조건 문을 닫는다는 뜻은 아니고 3시간까지만 주입식 교습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인지 교습의 기준을 담은 지침서나 사례집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또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반 학원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신설하고, 기존 과태료도 1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신고 포상금도 현행 1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대폭 높인다.● 학부모-교원단체 “실효성 의문” 그 대신 아동의 신체 발달과 감각적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 교육이나 돌봄 예체능 교습은 계속 허용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많은 영유아 학원들이 율동이나 상황 체험 등으로 영어나 수학을 가르치는 식으로 교육 방식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놀이학교나 놀이식 영어유치원을 표방하는 학원들은 이런 식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6세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강모 씨(37)는 “학부모들이 제재가 없는 놀이형 영어유치원을 찾을 것”이라며 “지금도 놀이형 학원은 비싼데 가격이 더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영어유치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 원, 놀이학원은 116만7000원에 달했다. 직장인 허모 씨(39)는 “과거 중고교 과외를 금지했을 때처럼 영유아 사교육도 음지로 숨어들어 더 비싼 비밀 교습소가 생겨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사교육 경감이라는 대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근본 해법이 빠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거나 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규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국공립 유치원 교육의 질을 높여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수요 억제 없이 단속 정책만으로는 고액 비밀 과외나 변칙 사교육의 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5년후 설계수명 넘기는 풍력발전기 208개 “교체 서둘러야”

    23일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기 점검 도중 발생한 화재 사고는 향후 5년 안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할 노후 기기의 안전 우려를 드러낸 전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이후 최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5건의 풍력발전기 화재 및 붕괴 사고 중 4건은 전부 설계 수명(20년)을 넘겼거나 임박한 기기에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개별 사고가 아니라 20년 전 풍력발전기 보급 확대에만 급급해 사후 관리 대책을 놓친 ‘예고된 인재’로 보고 대책을 촉구했다.● ‘시한폭탄’ 풍력발전기, 5년 내 200기 넘어지난달 초 풍력발전기 사고가 잇따르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비슷한 위험에 처한 전국 114기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했다. 그 결과 26기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 블레이드(날개)에서 균열이 발생한 경우가 7기로 가장 많았다. 기어박스나 변압기 등이 파손된 사례는 6기였고, 블레이드와 몸통을 연결하는 피치베어링이 고장 나 진동이 심한 사례는 4기였다. 구조물 부식 등 노후화로 폐기해야 하는 경우는 3기였다. 고장 난 부품이 단종돼 정비가 불가능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는 하나같이 대형 안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 결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호 한국해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거대한 구조물을 회전하게 하는 베어링, 기어박스 등을 오래 사용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금속끼리 부딪치다가 파손되거나 순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열이 발생해 대형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3명이 숨진 영덕 풍력발전기 사고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원인이 됐다. 문제는 노후화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기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치한 지 20년이 넘은 풍력발전기는 3월 기준 총 80기에서 2031년 기준 208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풍력발전기는 바람 자원이 풍부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설치에 따른 국고 보조금을 환영한 영남과 강원 등에 주로 설치됐는데, 노후 풍력발전기 대다수도 경북 영덕(23기)과 영양(41기), 강원 평창(32기), 횡성(20기) 등에 주로 분포돼 있다.● ‘쥐어짜기’ 부추기는 수익 구조 이런 노후화 우려를 알면서도 운영사들이 노후 설비 가동을 강행하는 것은 수익 구조 때문이다.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풍력발전기 단지는 신규 설치에 따른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 데 통상 10∼15년이 걸린다. 한국전력공사는 노후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도 같은 값에 사준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오래 운영할수록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학과 교수는 “1년이라도 더 가동할수록 운영사의 수익이 늘어나다 보니 안전 보강보다는 가동 연장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민간 풍력 시대를 열며 끼운 첫 단추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설계 수명을 넘겨도 3년 단위 정기 검사만 통과하면 기기 철거나 교체를 강제할 규정은 없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보급에만 치중했을 뿐 설비가 수명을 다했을 때 어떻게 안전하게 정리할 것인지는 법에 담지 않았다. 반면 영국과 독일 등에선 철거 상황을 대비해 풍력발전기의 철거 비용을 예치해야 설치 허가를 내준다. 외국산 기종에 의존한 초기 보급 정책에 따른 ‘정비 절벽’도 한계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외국산 모델은 제조사의 보증 기간이 끝났거나 부품이 단종된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적기 대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구형 모델들의 경우 부품이 없고 서비스 기간도 지나 정비할 방도조차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계 수명이 지난 풍력발전기의 전기 값을 싸게 책정하거나 고장이 잦은 곳에 대해선 해체 적합성을 평가하는 등 안전 우려가 큰 기기의 교체를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철도나 댐 등 국가 기반 시설물처럼 설치 후 20년이 지난 풍력발전기도 매년 점검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3-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왜 새치기해” 기름값 싼 주유소서 흉기 위협

    미국과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름값이 싼 주유소에서 주유 순서를 기다리다가 새치기를 당하자 흉기를 꺼내 협박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3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오후 3시 반경 영등포구 도림동의 한 알뜰주유소에서 다른 운전자를 흉기로 위협한 30대 남성을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주유 순서를 기다리던 중 다른 차량이 끼어들자 “왜 새치기하느냐”며 자신의 차량에 보관하던 캠핑용 도구를 흉기 삼아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남성은 범죄 전과가 없고 범행 당시 술을 마셨거나 약물을 투약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범행이 벌어진 주유소는 인근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싸 이란 전쟁 이후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해당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859원, 1849원으로 인근 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저렴했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이란 전쟁 이후) 주말에는 주유하려는 차들이 100m가량 이어질 정도로 손님이 많이 몰린다”고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3-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코파이 재판’ 논란후… 생계형 경미범죄, 즉결심판-훈방 늘어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의 한 마트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여성이 소시지를 훔치다 붙잡혔다. 손녀와 단둘이 생활하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배를 곯는 손녀가 좋아하는 간식이라 가져다주고 싶었는데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사정을 참작해 사건을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했고, 위원회 심사를 거쳐 일반 형사 절차보다 가벼운 즉결심판 절차로 넘겼다.이처럼 최근 경찰이 사회적 약자들의 생계형 범죄나 우발적 범죄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훈방시키거나 즉결심판에 회부하는 등 감경 처리한 사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미한 범죄까지 모두 검찰에 넘겨 법원의 정식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전과자로 만들기보단 경찰 단계에서 감경 처분한다는 취지다.● 경미범죄심사위 사건 1년 새 70% 급증경미범죄심사위는 소액 절도나 무전취식 등 경미한 형사사건으로 인한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막고 피의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2015년 도입된 경찰 내부 심사기구다. 위원회는 경찰서장, 과장급 경찰관과 변호사 등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일반 형사사건이 경찰 수사와 검찰 송치, 공소 제기 절차를 거쳐 재판까지 진행되는 것과 달리 경찰이 즉결심판을 청구한 사건은 검사의 공소 제기 없이 바로 법원에 회부된다. 법원은 즉결심판에서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을 선고할 수 있지만 일반 재판에서 선고되는 벌금형과 달리 전과기록으로 남지 않는다.2월 서울의 한 대학생은 학교에서 주운 교통카드를 사용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분실자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용 금액은 약 3만 원.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죄송하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여기에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경찰은 사건을 경미범죄심사위에 회부했고 심사 결과 즉결심판 처분이 내려졌다.이런 흐름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1월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에 회부된 인원은 5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0명에 비해 70.6% 증가했다. 연간 회부 인원도 2024년 7840명에서 지난해 1만670명으로 늘었다. 경미범죄심사위 확대는 ‘초코파이 사건’ 등 소액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1월 한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어치 간식을 먹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만 원을 선고받은 한 보안업체 직원은 논란 끝에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각박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이 사건과 관련해 “경미하고 처벌 가치가 낮은 사건은 기소하지 않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회적 약자 보호 장치로”현장 경찰들도 경미범죄심사위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사건이 몰리면서 수사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건 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것. 경미범죄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상융 변호사는 “경미범죄심사를 활성화하면 경찰이 중요한 사건을 처리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며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하고 재판해야 하는 검찰과 법원에도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사회적 약자나 청년층이 소액 범죄 등으로 전과자가 되는 낙인효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서울 한 경찰서의 형사과장은 “경미범죄심사 확대가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그렇다고 무조건 소액 사건이라고 해서 경미범죄심사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정상참작 기준표에 따르면 범행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거나 생계형·우발적 범죄인 경우, 피해자와 합의가 된 경우 등이 경미범죄에 해당된다.다만 이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수사민원상담센터에서 활동했던 유왕현 변호사는 “일선 경찰관의 선의나 재량에 기대 운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보다 촘촘히 정비해 회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 숨져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고문 기술자’로 불리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인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8·사진)가 25일 숨졌다. 이 씨는 2023년 부인과 사별한 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였다. 1970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 씨는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일했다. 1980년대 공안 사건을 수사하며 전기·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1985년에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강제 감금하고 고문했다. 김 전 장관은 평생 고문 후유증을 앓았고, 역시 이 씨에게 고문당했던 납북 어부 김성학 씨는 장애인이 됐다. ‘남영동 1985’ 등 군사정권 시대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수사관은 그를 모티브로 삼았다. 1981년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학림 사건’으로 체포돼 이 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이근안이 진실로 사과를 했다면 본인도 구원을 받았을 것이고 피해를 입었던 여러 사람들의 응어리진 한도 많이 풀렸을 것”이라며 “그래야 역사의 화해가 되는 것인데, 그가 마지막에 그런 길을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관절 뽑기, 전기 고문 등 악랄한 고문 수법을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실명을 감췄다. 대신 ‘박 중령’, ‘불곰’ 등으로 불렸던 이 씨는 1988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 이후 수배 대상이 된 이 씨는 우편으로 사표를 낸 뒤 잠적했다. 11년의 도피 뒤 1999년 자수했고 이듬해 고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2006년 출소 후 개신교 목사가 되며 종교 활동에 나섰지만 2012년 목사직에서 면직됐다. 그는 2012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그때는 사상범을 잡는 게 애국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고문 피해자를)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이 씨의 사망 소식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6-03-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문 기술자’ 이근안 88세로 사망…마지막까지 사과 없었다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고문 기술자’로 불리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인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8)가 25일 숨졌다. 이 씨는 2023년 부인과 사별한 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였다.1970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 씨는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일했다. 1980년대 공안 사건을 수사하며 전기·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1985년에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강제 감금하고 고문했다. 김 전 장관은 평생 고문 후유증을 앓았고, 역시 이 씨에게 고문당했던 납북 어부 김성학 씨는 장애인이 됐다. ‘남영동 1985’ 등 군사정권 시대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수사관은 그를 모티브로 삼았다.1981년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학림사건’으로 체포돼 이 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이근안이 진실로 사과를 했다면 본인도 구원을 받았을 것이고 피해를 입었던 여러 사람들의 응어리 진 한도 많이 풀렸을 것”이라며 “그래야 역사의 화해가 되는 것인데, 그가 마지막에 그런 길을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그는 관절 뽑기, 전기 고문 등 악랄한 고문 수법을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실명을 감췄다. 대신 ‘박 중령’, ‘불곰’ 등으로 불렸던 이 씨는 1988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 이후 수배 대상이 된 이 씨는 우편으로 사표를 낸 뒤 잠적했다. 11년의 도피 뒤 1999년 자수했고 이듬해 고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2006년 출소 후 개신교 목사가 되며 종교 활동에 나섰지만 2012년 목사직에서 면직됐다. 그는 2012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그때는 사상범을 잡는 게 애국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고문 피해자를)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이 씨의 사망 소식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6-03-26
    • 좋아요
    • 코멘트
  • “BTS 기억할 특별한 굿즈”… 본보 특별판 인기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면서 오늘의 기억을 떠올리려고요. 다른 굿즈와 함께 소중히 보관할 겁니다.” 21일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9시간 남짓 앞둔 오전 10시 20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앞은 동아일보가 무료로 배포한 ‘BTS 컴백 기념 동아일보 특별판’을 받기 위해 줄을 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10시 30분 배포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특별판을 받아본 일본 팬 가나코 씨(47)는 특별판을 펼쳐 보이며 “오래오래 소장할 것”이라고 밝혔다.BTS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동아미디어센터와 KT 광화문빌딩 West, 서울광장 등에서 배포된 특별판은 팬들의 소장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팬들은 특별판을 든 채 기념사진을 찍었고, “한정판 굿즈의 원조”라며 웃는 한국인 팬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혹여 수량이 다해 받지 못할까 급히 배포처로 뛰어가는 팬들의 모습도 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특별판이 몇 시부터 어디서 배포되는지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SNS에서 팔로어 14만 명에게 한국 소식을 알리는 태국인 피라팟 디사팃쿤 씨(47)는 특별판 사진과 함께 “지하철 광화문역 5번 출구 쪽에서 받을 수 있으니 서두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하는 기분을 선사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특별판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어디서 받으셨냐”고 묻는 외국인의 모습도 보였다.배포가 시작되자 BTS 팬 계정에는 특별판 수령을 인증하는 사진과 함께 “기다렸다” 등의 글이 일제히 게시됐다. 한현희 씨(33)는 “특별판은 한정판이라 소장 가치가 있어 굿즈의 개념으로 간직하려 한다”고 말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손난로 나누고, 장애인에 자리양보… 안전 지켜낸 ‘에티켓 아미’

    21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는 국적과 세대의 경계를 허문 거대한 축제의 무대로 변신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유아부터, 처음 만난 해외 팬과 함께 밤을 새운 40대 여성, 휠체어를 탄 60대 부부, 무대가 끝난 뒤에도 남아 쓰레기를 주운 일본인 팬까지. 주최 측 추산 10만4000여 명(행정안전부 추산 6만2000명)이 모인 광장은 각양각색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취재팀은 공연 전후 27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며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D-24시간(20일 오후 8시)공연을 24시간 앞둔 광장 일대는 설치 작업이 막바지인 무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일찍부터 몰린 팬들로 북적였다. 딸 이체리 양(4)을 목말 태우고 온 이규한(33) 강초이(26) 씨 부부는 “BTS가 리허설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 아쉽지만 벌써 축제 분위기가 나서 흥이 난다”고 말했다. 이경희(60) 박태수 씨(64) 부부도 “아미들과 공연 전날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광화문으로 왔다. 내일 ‘왕의 길’을 걸어 나와 공연할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밤 12시가 가까워져 오자 노숙을 준비하는 팬들도 보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에미나 후세이노바 씨(25)는 “BTS가 좋아 한국으로 유학까지 왔다”며 “공연이 기대돼 추위도 안 느껴진다”고 했다. 이날 에미나 씨와 BTS라는 공통 관심사로 하루 만에 친구가 됐다는 박소연 씨(43)는 그가 무사히 밤을 새우도록 종합비타민과 손난로, BTS 풍선, 굿즈 등을 손에 꼭 쥐여줬다. 인근 24시간 운영 커피숍에는 21일 새벽에도 BTS의 새 앨범을 들으며 몸을 녹이는 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온 하니사 씨(45)는 오전 3시 “티켓이 없지만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 왔다”며 “엄마와 자매가 하늘나라로 떠나 슬퍼하던 시기에 접한 BTS 노래가 나를 위로했다”고 말했다.동이 트는 오전 6시가 되자 팬들의 설렘이 고조됐다. 이순신 장군상 인근에선 미국에서 온 헤더 사하지안 씨(29), 영국 유학생 무스달리파 아하메드 씨(20),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투이 둥 씨(20)가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현장에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응우옌 씨는 옆에 있는 일본인에게 “ARMY?”라고 물으며 서로 가진 굿즈를 보이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50대 일본인 팬 미즈타니 아즈사 씨는 BTS 공연을 보러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친구 사카시타 요시코 씨와 나고야에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21일 오전 7시부터 공연장 인근에 도착해 사진을 찍던 아즈사 씨는 “공연 후에는 지민이 다녀와서 유명해진 ‘약수삼계탕’ 등 ‘BTS 성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D-8시간(21일 낮 12시)공연장으로 통하는 검문검색대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설치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기 위해 검문소마다 40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경찰과 서울시 직원들은 비좁은 이동로에서 인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이동하셔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안내했다. 한 50대 여성이 가스 분사기와 전기 충격기를 소지한 채 입장하려다 차단당해 일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한 결과 호신용으로 파악되면서 현장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통제 구역 인근의 일부 행인과 점포 주인이 통행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시민 대다수는 “혹시 모를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해선 따라야 하는 조치”라며 수긍하는 모습이었다.한국의 고궁과 아리랑을 콘셉트로 한 공연에 ‘드레스 코드’를 맞춘 팬도 눈에 띄었다. 미얀마에서 온 따진 미인 미옛 우 씨(28)와 이래떠 씨(21)는 BTS 아리랑 콘셉트에 맞춘 빨간색의 한복을 입고 검문소를 통과했다. 유학생인 이들은 “BTS에 빠지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게 돼 이렇게 복장을 갖춰 입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글로벌 팬들은 ‘K-푸드’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네팔 출신 유학생 라마상기 씨(20)와 카트리 카루나 씨(19), 라이 로사니 씨(19)는 점심으로 불닭볶음면과 김밥을 사서 먹었다. 라마상기 씨는 “네팔에서 처음 먹었는데 맵지 않고 입맛에 맞았다”며 웃었다. 독일에서 온 루이자 씨(25), 차비아 씨(23), 소피아 씨(22)도 “점심과 저녁으로 먹을 김밥도 숙소 근처에서 챙겨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D-30분(오후 7시 반)공연을 30분 앞둔 행사장 주변에서는 장애인의 관람을 위해 시민들이 길을 터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최희욱(65) 씨와 이기상(69) 씨 부부가 관람석에 들어서자 다른 이들은 선뜻 길을 터줬다. 박제경 씨(69)도 “다른 팬들이 많이 배려를 해줘서 들어오기 수월했다”며 “내 나이에 광화문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하는 걸 언제 보겠나 싶어서 직접 전화로 예매했다”고 말했다.공연의 막이 오르자 국적과 직업의 경계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광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글로벌 팬들은 멜로디에 맞춰 일제히 ‘BTS’를 연호했고,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관들도 흥으로 몸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관람객 10명 중 4명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일 정도로 현장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부산에서 온 권모 씨(34) 가족은 할아버지부터 유모차에 탄 손자까지 3대가 나란히 자리를 지켰다. 권 씨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BTS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있다. BTS는 세대와 사돈을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다”고 했다. 손자와 함께 온 이모 씨(64)는 “트로트만 좋아했는데, BTS가 ‘아리랑’이라는 곡으로 공연한다니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김길성 씨(69)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현장을 찾아서 신문지 한 장을 바닥에 깔고 하염없이 스크린 앞자리를 지켰다. 김 씨는 “우리나라를 빛낸 사람들을 직접 응원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여행차 한국을 찾은 모이라 하비 씨(64)와 씨에라 맥크나일 씨(70)는 “다리가 아프지만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은숙(63) 임정용(67) 씨 부부는 반려견 아리(12)·초롱(10)을 ‘개모차’에 태운 채 공연을 즐겼고, 한 60대 남성은 무대가 시작되자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연신 ‘인증샷’을 남기며 축제를 기록했다. 마지막 앙코르곡 ‘소우주’가 흐르자 중년 남성부터 20대 외국인까지, 일면식 없는 이들이 마치 ‘군무’를 추는 듯 멜로디에 몸을 흔드는 장관이 연출됐다.#D+2시간(오후 10시)모든 무대가 오후 9시경 종료됐지만 축제의 여운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이어졌다. 많은 팬이 공연장에 남아 뒷정리를 도왔다. 가즈코 사쿠라이 씨(62)는 ‘아미 자원봉사단’ 동료들과 함께 객석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오후 10시 20분까지 남아 청소한 그는 “처음 왔을 때보다 (광장을)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함께 뒷정리에 참여한 BTS 팬 유모 씨(45)는 “모든 아미의 문화다. 응당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종로구 소속 환경미화원 이재성 씨(47)는 “행사의 규모를 고려하면 쓰레기가 많이 남지 않은 편이었다”고 했다. 미화원의 광장 청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예정보다 이른 오후 10시경 마무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의식이 발전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 2026-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불타는 차 안, 아내의 마지막 눈빛 선한데”…산불 1년, 남겨진 사람들[더뎁스]

    더뎁스(The Depth)는 사건과 사고 뒤에 숨겨진 입체적인 맥락을 파헤치는 시리즈입니다. 현장의 소음에 가려진 핵심 쟁점을 파고들어 ‘왜’와 ‘어떻게’를 선보이겠습니다.결혼기념일을 닷새 앞둔 지난해 3월 26일. 김수태 씨(65)는 그날이 사랑하는 아내와의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를 덮친 산불은 김 씨의 보금자리와 사과 농장뿐 아니라 부인 김수정 씨(당시 59세)까지 앗아갔다. 세찬 바람을 타고 불길이 수정 씨의 차를 덮친 것. 화마로 휩싸인 차 안에서 수정 씨를 구하려던 수태 씨의 얼굴에는 선명한 화상의 흔적이 남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수태 씨는 아직 서울과 안동을 오가며 화상 치료를 받고 있다. 그날의 상처로 마을을 떠날까 고민도 했지만, 그를 붙잡은 건 박곡리 이웃들이었다. 혼자 남은 수태 씨가 끼니를 거를지 걱정이 된 주민들은 그에게 반찬을 나눠 주었고 타버린 과수원을 다시 가꿔 함께 살아가자고 했다. 11일 박곡리에서 만난 수태 씨는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살아야지요. 다시 살아난 과수원을 보면 아내도 먼 곳에서 좋아하지 않겠는교.”● 가족 잃었지만 마을에 남은 사람들지난해 3월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10만 ha(헥타르)가 넘는 산림뿐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도 집어삼켰다. 피해 지역 곳곳에는 1년이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이달 5일과 11일에 걸쳐 만난 유가족들은 “이웃의 위로와 지지 덕에 살아가고 있다”고 입 모았다. 5일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에서 만난 장옥자 씨(85)는 지난해 3월 산불로 가족 4명을 한 번에 잃었다. 산불이 마을을 덮친 그해 3월 25일, 옥자 씨의 아들(당시 60세) 부부는 처남댁을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 이들은 산불이 진화된 뒤 계곡 옆 길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달 28일 처남도 끝내 숨을 거뒀다.당시 옥자 씨는 첫째 딸로부터 소식을 듣고 “숨이 콱 막혔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날 입은 마음의 상처로 몸에 염증이 도지는 등 건강까지 나빠졌다. 약 1년을 포항시와 서울 등지의 병원을 전전하다가 지난달 말 다시 화매리로 돌아왔다. 옥자 씨는 “시집와서 이곳에서 애들까지 다 키운 정든 곳”이라며 “남은 생은 마을 주민들과 같이 아픔을 이겨내며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도 옥자 씨의 집에는 그를 찾는 이웃 주민 3, 4명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 피해 주민 87% PTSD 위험… 3명 중 1명은 “심리 지원도 효과 없어”수태 씨와 옥자 씨처럼 무너진 터전 위에서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위태롭다. 1년이 지났음에도 주민들의 마음속엔 ‘꺼지지 않은 불길’이 일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등 3개 단체가 17일 공개한 ‘2025 초대형 영남 산불 피해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 피해 주민의 87%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열 명 중 아홉 명은 여전히 화마의 기억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그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년간 2만 3468건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며 트라우마 극복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달랐다. 심리 지원을 받은 이들 중 35%는 “효과가 없었다”고 답해 ‘효과적(32%)’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행정이 ‘상담 건수’라는 성과 지표를 쌓아 올리는 동안, 정작 피해 주민 절반 이상(58%)은 지원의 손길조차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결국 단기적인 상담 프로그램만으로는 이들의 깊은 상흔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학적인 치료를 넘어, 주민들이 서로를 보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 회복’ 중심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아내의 숨결이 남은 과수원에서 다시 사과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수태 씨의 간절함. 잿더미 위에서도 기어이 ‘평범한 내일’을 꿈꾸는 옥자 씨의 소망. 무너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끝내 터전에 남기로 한 이들의 결심은 정말 우리가 보듬지 못할 욕심일까.안동·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안동·영양=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3-22
    • 좋아요
    • 코멘트
  • 인파 본격적으로 몰리는 광화문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약 3시간 앞둔 오후 5시를 전후해 광화문광장 곳곳에 설치된 31곳의 보안검색대에는 티켓 없이 공연을 관람하려는 팬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는 3만~3만2000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이전부터 ‘명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종문화회관 인근 W4 검색대 앞에는 1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며 약 40m 긴 줄이 생겨 있었다. 라무니온 베카 씨(43)는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목발 투혼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무릎 수술 이후 무릎이 약해져 목발에 의지하고 있다”며 “오늘 많이 걷고, 또 스탠딩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목발을 챙겨 왔다”고 설명했다.티켓이 없어도 무대 정면과 가장 가깝게 공연을 볼 수 있는 구역 쪽으로 사람들이 계속 몰리자 경찰은 추가로 펜스를 설치해 추가 진입을 막았다. 일부 팬이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순 없느냐”고 묻자 경찰은 “형평성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다. 명당과 가까운 E1 검색대 앞에도 수십 명의 긴 줄이 늘어섰다. 팬들은 BTS 컴백 앨범 ’아리랑’을 대표하는 빨간색 옷을 맞춰입고 앉아서 함께 점심을 나눠 먹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뎀티 씨(35)는 “1시간 정도는 금방 기다린다”며 웃었다.이란에서 온 아니사 아슈로바 씨(22)는 오전 10시부터 C구역 펜스 옆 통행로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슈로바 씨 앞으로 사람들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C구역 대형 스크린이 정면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명당’을 차지했기 때문. 그는 “편의점에서 초콜릿과 쿠키 같은 간식을 미리 사왔다. 10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관람객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자 경찰과 안전요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길을 열어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오후 3시 40분경 현대해상 건물 앞에서 휠체어를 탄 최희욱 씨(65)와 남편 이기상 씨(69)가 도움을 요청하자 안전요원 및 경찰 등 6명이 붙어서 이동하는 길을 열어주고, 장애인 관람석으로 이동하는 길을 안내했다. 최 씨는 “검색대에서는 80m 정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다른 분들이 양보해주셔서 우리가 먼저 들어올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검색대 곳곳에는 시민들이 반납한 라이터, 커터칼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위험한 물건을 가져온 시민들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 4시 40분경 교보문고 앞 E5 검색대에선 한 중년 남성의 가방 안에서 주황색 테이프로 감싼 과도가 발견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과도를 발견한 경찰이 “과도를 두고 가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설명하자 이 남성은 “어차피 검색대를 통과해 서대문 방향으로 다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남성은 발길을 돌렸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 2026-03-21
    • 좋아요
    • 코멘트
  • “우리에겐 ‘BTS마스’ 이브”…전날부터 광화문 집결한 아미들

    “오늘 이 친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당장 언니, 동생, 친구 사이가 됐습니다.”약 4년 만에 돌아오는 BTS 광화문 공연을 약 19시간 앞둔 21일 0시 53분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미술관 인근 돌계단, 박소연 씨(43)는 각각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글로벌 아미’인 후세이노바 에미나 씨(25)와 제이니예바 노자닌 씨(19)와 하루 만에 친구가 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풍선 장식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박 씨는 밤새워 대기할 에미나 씨와 노자닌 씨를 위해 종합비타민이랑 핫팩 등과 BTS 풍선, 배지 등 굿즈를 손에 꼭 쥐여줬다.전날 밤부터 광화문 일대는 이미 K팝 공연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 글로벌 팬들이 전야제’를 벌이고 있었다. 일부 팬은 공연이 잘 보이는 자리에서 노숙하면서도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학창 시절 BTS의 ‘상남자’ 뮤직비디오를 보고 팬이 됐다는 에미나 씨는 한국 문화와 산업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올해 3월 성신여대 글로벌한국학과에 입학했다. 한복을 입고 20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기 시작한 에미나 씨는 “아미들이 직접 제작한 콘서트 일대 홈페이지에서 음식점, 공중화장실 등 정보를 얻으며 밤을 지새울 계획”이라며 “콘서트에 대한 설렘에 춥지 않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비단 젊은 팬뿐 아니라 3인 가족과 60대 부부까지 세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전야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광장은 붐볐다. 오후 10시 15분경 딸 이체리 양(4)을 목말을 태우고 이동하는 이규한 씨(33), 강초이 씨(26) 부부는 “리허설하는 BTS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못 봐서 아쉽지만, 사람도 많고 축제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이경희 씨(60)와 박태수 씨(64) 부부도 “아미들과 공연 전날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광화문으로 왔다. 내일 ‘왕의 길’을 걸어 나와 공연할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공연 당일인 21일 오전 6시가 되자 경찰은 공연장과 그 일대를 펜스로 통제하고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해 금속탐지기(MD)를 동원해 팬들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시작했다. MD 내부 구역에서 만난 50대 일본인 팬 미즈타니 아즈사 씨는 BTS 공연을 보러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친구 사카시타 요시코 씨와 나고야에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아즈사 씨는 “공연 후에는 지민이 다녀와서 유명해진 ‘약수삼계탕’ 등 ‘BTS 성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거나 구역 안의 입장이 지연되지는 않았으나, 정보 혼선이 빚어져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6시경 미국 대사관 인근 통제구역, 경찰 통제선은 관람객과 일반 시민이 모두 통과 가능하지만 경찰 혼선으로 광화문역으로 가는 시민의 통행을 금지한 것이다. 일부 시민은 “역으로 가려면 이쪽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어쩌라는 것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 2026-03-21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괴물 산불’ 1년, 몇안되던 사람마저 떠난다

    6년 전 경북 안동시로 귀농했던 김진석 씨(65)는 지난해 경북 북부 일대를 덮친 ‘괴물 산불’로 집과 과수원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재난 지원금은 약 1000만 원. 더딘 주택 복구 작업과 낮은 지원금 등으로 그가 살던 임동면의 이재민 160명 중 절반이 넘는 89명은 이미 다른 시군구로 떠났다. 김 씨도 “이웃도, 미래도 없는 곳에서 더는 살 수 없다”며 경기 성남시에서 반지하방을 찾고 있다. 지난해 3월 21일 경남 산청군을 시작으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한 지 곧 1년이 된다. 당시 역대 산불 피해 최대 면적인 10만 ha(헥타르)가 넘는 마을과 산이 잿더미가 됐고, 이로 인해 집을 잃은 2563가구 중 2211가구(86.3%)는 여전히 조립식 건물 등 임시 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처럼 더딘 복구와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탓에 주민들은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안동시에선 이재민 3507명 중 328명(9.4%), 청송군에선 7669명 중 969명(12.5%)이 전출했다. 전문가들은 “안 그래도 고령화로 소멸 위기였던 지역에 대형 재난까지 겹치면서 지역 붕괴 수준의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불이 휩쓴 마을, 주민 절반 터전 떠나… 지역소멸 가속화 위기[‘괴물 산불’ 1년] ‘소멸 위험’ 안동-청송-산청서 1년간인구감소폭 10배 넘는 1301명 전출… 생계 수단 산림 복구율 69% 그쳐8개 시군 이재민 86% 임시시설 거주… “지원금으로 방 한칸도 못지어” 한숨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산불로 기록된 지난해 3월 경북 북부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피해 지역 곳곳에서 지역 붕괴 수준의 폐촌(廢村)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0만 ha(헥타르)가 넘는 마을과 산이 소실된 지 1년이 되어 가지만 주택은 물론 생계 수단이었던 산림 복구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자연재해가 촉발한 문제가 공동체의 소멸로 번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민 86%가 여전히 임시 시설에1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에서 만난 류조기 씨(79)의 집과 외양간 곳곳에는 1년 전 산불에 그을린 흔적이 선명했다. 류 씨는 산불로 평생 일군 집과 소 4마리를 잃고 재난 지원금 약 5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요즘 세상에 이 돈으로 방 한 칸이나 제대로 짓겠나”라며 “생계를 꾸려 나가기도 막막해 고향을 떠나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고 토로했다.앞서 정부는 주택이 완전히 불탄 이재민에게 재건비 등으로 1억∼1억2000만 원을, 반파된 경우 5000만∼62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치솟은 공사비와 자재비를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는 호소가 나온다. 현행 재난 지원금은 ‘최소한의 생계 구호’ 개념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피해 지역 8곳(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군, 경북 안동·의성·청송·영덕·영양)의 이재민 중 86.3%가 여전히 조립식 건물 등 임시 거주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본래 살던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어 돌아간 가구는 15%에도 못 미친다. 특히 영덕군은 이재민 780가구 중 728가구(93.3%)가 여전히 임시 시설에 머물고 있고, 청송군(90.4%)과 의성군(83.8%)도 그 비율이 높았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이재민 대다수가 고령이라서 새로 집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주민들의 생계 수단이었던 농장과 과수원, 어선도 함께 타버렸지만 마찬가지로 회복이 늦어지면서 지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영덕군 지품면에서 송이 농장을 운영했던 신두기 씨(73)는 “송이 하나만 보고 살았는데 산이 다 타버렸으니 이제 뭘 먹고 살지 고민”이라며 “주변에서만 벌써 이웃 2명이 짐을 싸서 떠났다”고 말했다. 돌미역으로 유명했던 영덕 ‘따개비 마을’도 곳곳에 철거된 건물 터만 남았다. 영양군에 사는 김모 씨(60)도 “귀농을 문의하는 발길도 뚝 끊겼다”며 “이대로 마을의 존재가 잊힐까 봐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12월까지 산림 복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1월 말 기준 복구율은 69%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어린 나무를 갓 심었다는 뜻이다. 주민의 수익 기반이 될 정도로 회복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생계 막막해 탈출” 지역 소멸 가속 우려주택과 생계를 잃은 주민은 ‘재난 난민’이 되어 고향을 등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안동과 청송, 산청 이재민 가운데 1301명이 산불 이후 다른 시군구로 주소를 옮겼다. 해당 지역 이재민의 11.6%가 넘는 수치다. 안동시 임동면의 경우 이재민 16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시군구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령화가 심해 소멸 위험 지역이었던 이들 지자체에서 초유의 재난이 벌어지면서 통상적인 인구 감소 폭의 10배가 넘는 주민이 한꺼번에 떠난 것이다. 각 지자체는 1월 29일 발효된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추가로 피해 구제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다른 지역으로 떠난 이재민을 전수 조사해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마을 단위 복구 재생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난이 지역 공동체가 통째로 소실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판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명과 공무원만 남는 마을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제 공동체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다수인 고령 이재민의 경우 단순 주거 지원을 넘어 이웃 관계망을 유지할 심리적 복구 모델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안동·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안동·영양=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 2026-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산불이 휩쓴 마을, 주민 절반 터전 떠나… 지역소멸 가속화 위기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산불로 기록된 지난해 3월 경북 북부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피해 지역 곳곳에서 지역 붕괴 수준의 폐촌(廢村)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10만 ha(헥타르)가 넘는 마을과 산이 소실된 지 1년이 되어 가지만 주택은 물론 생계 수단이었던 산림 복구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자연재해가 촉발한 문제가 공동체의 소멸로 번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민 86%가 여전히 임시 시설에1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에서 만난 류조기 씨(79)의 집과 우사(牛舍) 곳곳에는 1년 전 산불에 그을린 흔적이 선명했다. 류 씨는 산불로 평생 일군 집과 소 4마리를 잃고 재난 지원금 약 5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요즘 세상에 이 돈으로 방 한 칸이나 제대로 짓겠나”라며 “생계를 꾸려 나가기도 막막해 고향을 떠나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고 토로했다.앞서 정부는 주택이 완전히 불탄 이재민에게 재건비 등으로 1억~1억2000만 원을, 반파된 경우 5000만~62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치솟은 공사비와 자재비를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는 호소가 나온다. 현행 재난 지원금은 ‘최소한의 생계 구호’ 개념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이 때문에 피해 지역 8곳(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군, 경북 안동·의성·청송·영덕·영양)의 이재민 중 86.3%가 여전히 조립식 건물 등 임시 거주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본래 살던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어 돌아간 가구는 15%에도 못 미친다. 특히 영덕군은 이재민 780가구 중 728가구(93.3%)가 여전히 임시 시설에 머물고 있고, 청송군(90.4%)과 의성군(83.8%)도 그 비율이 높았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이재민 대다수가 고령이라서 새로 집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주민들의 생계 수단이었던 농장과 과수원, 어선도 함께 타버렸지만 마찬가지로 회복이 늦어지면서 지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영덕군 지품면에서 송이 농장을 운영했던 신두기 씨(73)는 “송이 하나만 보고 살았는데 산이 다 타버렸으니 이제 뭘 먹고 살지 고민”이라며 “주변에서만 벌써 이웃 2명이 짐을 싸서 떠났다”고 말했다. 돌미역으로 유명했던 영덕 ‘따개비 마을’도 곳곳에 철거된 건물 터만 남았다. 영양군에 사는 김모 씨(60)도 “귀농을 문의하는 발길도 뚝 끊겼다”며 “이대로 마을의 존재가 잊힐까 봐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12월까지 산림 복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1월 말 기준 복구율은 69%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어린 나무를 갓 심었다는 뜻이다. 주민의 수익 기반이 될 정도로 회복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생계 막막해 탈출” 지역 소멸 가속 우려주택과 생계를 잃은 주민은 ‘재난 난민’이 되어 고향을 등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안동과 청송, 산청 이재민 가운데 1301명이 산불 이후 다른 시군구로 주소를 옮겼다. 해당 지역 이재민의 11.6%가 넘는 수치다. 고령화가 심해 소멸 위험 지역이었던 이들 지자체에서 초유의 재난이 벌어지면서 통상적인 인구 감소 폭의 10배가 넘는 주민이 한꺼번에 떠난 것이다.각 지자체는 1월 29일 발효된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추가로 피해 구제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다른 지역으로 떠난 이재민을 전수 조사해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마을 단위 복구 재생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재난이 지역 공동체가 통째로 소실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판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명과 공무원만 남는 마을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제 공동체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다수인 고령 이재민의 경우 단순 주거 지원을 넘어 이웃 관계망을 유지할 심리적 복구 모델이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안동·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안동·영양=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 2026-03-1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