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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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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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3%
국제교류3%
  • ‘중국(대만)’ 표기에 뿔난 대만 “韓國→南韓 변경”

    한국이 지난해 2월부터 도입한 전자입국신고서에 대만을 ‘중국(대만)’이라고 표기하는 것에 반발해 대만 또한 출입국 관련 서류에 ‘한국’을 ‘남한’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18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앞서 1일부터 대만 외국인 거류증의 한국 명칭을 남한으로 바꿨다. 한국이 대만을 부당하게 중국(대만)이라고 표기하고 있는 만큼 대만 또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게 대만 측 주장이다. 또 한국이 31일까지 중국(대만) 표기에 관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외국인 거류증 외에 전자입국등록표에서도 한국을 남한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대만 측은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의 출발지·목적지 선택 항목에 대만이 ‘China(Taiwan)’로 표시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본 등은 출입국 신고서와 비자 표기에서 대만을 ‘Taiwan’으로만 표기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인해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국가 지위 표기에 제약을 받아 왔다. 대만 측은 이 건에 관해 오랫동안 한국에 시정을 촉구했지만 한국이 표기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며 “한국이 대만의 요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조속히 수정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지난해 12월에도 이 건에 관해 한국에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당시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은 “한국이 대만 인민의 의지를 존중하고 지역의 번영·발전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이 대만으로부터 많은 무역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대만 측 요청에 소홀하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반면 외교부 측은 “정부는 한국과 대만의 비공식 실질 협력에 대한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하에 제반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표기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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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하메네이 아들 모즈타바 vs 호메이니 손자 하산

    632년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숨졌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후계자 분쟁이 발발했다.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피가 섞인 사람만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며 그의 사촌 동생 겸 사위 알리를 추대했다.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후원자인 부호 아부 바크르를 내세웠다. ‘정통성’에서 앞섰으나 ‘영향력’이 뒤진 알리는 수니파 극단 세력에게 살해당했다. 시아파는 이 죽음을 순교로 여긴다. 즉, ‘혈통’과 ‘순교 서사’는 시아파의 상징이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가 8일 새 최고지도자로 뽑혔다. 강경보수 성향인 모즈타바가 선출된 것은 외부의 적에 대한 결사항전의 의미가 크나 ‘피’를 중시하는 시아파의 특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모즈타바는 이번 공습으로 부친, 모친, 아내, 여자 형제, 조카 등을 모두 잃었다. 이란 강경파엔 이 또한 순교 서사다. 모즈타바가 언제까지 권력을 유지할지는 모른다. 다만 하메네이 제거에 미국보다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모즈타바 또한 축출하겠다고 벼른다. 이에 이번에는 권력을 잡지 못했지만 언제든 권력 중심부에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혁명 원로의 후손 하산 호메이니도 주목받고 있다. 하산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켜 신정일치 체제를 확립한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다. 모즈타바의 후계자 확정 전 로이터통신 등은 하산도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 꼽았다. 하산의 장점은 조부와 본인 모두 드러난 과오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호메이니는 혁명 후 10년간 집권하다 자연사했다. 장기 집권했다면 그 또한 하메네이처럼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했을지 모르나 어쨌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당시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도 없었다. 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이란 젊은 층에게 호메이니는 ‘영향력은 막대하나 나와는 큰 연관이 없는 역사 속 인물’이다. 호메이니 사후 37년간 집권한 하메네이는 다르다. 그의 반대파 탄압은 2002년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진 후 본격화했다. 서방의 핵 제재로 경제난이 가중되는데 하메네이는 시아파의 영향력 확대와 군사력 증강에만 골몰했다. 그런데도 유류세 인상 반대, 히잡 의문사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발발할 때마다 총칼로 틀어막았다. 그 과정 또한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부친을 도와 유혈 진압을 주도한 모즈타바에 대한 불만 또한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하메네이는 생전 호메이니의 무덤을 참배할 때마다 하산을 대동했다. 호메이니의 후광을 통해 집권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강화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하산은 여성 인권 등을 중시하는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비판한 적도 있다. 훗날 하산이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 잡게 된다면 지금 같은 개혁 성향을 유지할지 알 수 없다. 다만 모즈타바의 권력 세습, 지도자 물망에 오르내리는 하산의 사례는 이란 이슬람 혁명의 정당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도 알려준다. 세습 반대는 그저 군주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였음을 혁명세력 본인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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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10명중 1명 만성콩팥병…정부가 치료비 일부 지원해야”

    대한신장학회가 최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대표 발의한 ‘만성콩팥병 관리법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조속한 국회 통과를 24일 촉구했다. 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이 손상되거나 기능 감소가 지속되는 현상으로 심뇌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한다.이번 법안은 이 만성콩팥병을 단순한 만성질환이 아닌 생명유지와 직결된 ‘생존형 만성질환’으로 규정하고, 예방·진단·치료·재활의 전 단계에 걸쳐 국가가 책임지는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현재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약 1명꼴로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다. 고령화, 비만·당뇨병·고혈압 등의 증가로 최근 10년간 환자 수와 진료비가 모두 두 배 이상 급증해 사회 전반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신장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말기콩팥병에 이르는 환자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만성콩팥병으로 투석 및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막대한 의료비 부담에 직면한다. 2024년 ‘말기콩팥병 환자 중심 치료를 위한 정책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혈액투석 환자의 인당 연간 총 진료비는 2736만 원, 복막 투석 환자는 연 1941만 원에 달했다. 2023년 기준 투석 치료에 따른 연간 건강보험 재정 지출 또한 약 2조6000억원에 이르렀다.대한신장학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만성콩팥병관리위원회를 두어 관리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고, 연구·등록 통계·예방 사업 등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말기콩팥병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석 치료의 질 향상, 환자 안전을 위해 인공신장실에 대한 인증제 또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 겸 서울의대 교수는 “1년에 150일 이상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콩팥병의 관리는 개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된다면 오랫동안 고통 받아온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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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日 정계 변화 이끄는 신생 정당의 약진

    “의원에겐 세 개의 ‘반(バン)’이 필요하다.” 세습 정치의 전통이 강한 일본의 오랜 관행을 뜻하는 말이다. 각각 지반(지역기반), 간판(인지도), 가방(돈)을 뜻한다. 세 단어의 일본어 발음이 모두 ‘반’으로 끝나 유래했다. 2023년 2월 마이니치신문 또한 일본 의원 중 30%가 세습 정치인이라고 분석했다. 참의원(상원) 248명, 중의원(하원) 465명을 합한 713명 중 약 240명이 가문의 후광을 통해 의회에 입성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높은 세습 의원의 비중, 사실상 일당 체제를 구축한 집권 자민당의 존재는 얼핏 일본의 정치 발전 속도가 세계 4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21세기 들어 총리, 의원, 장관 등 고관대작 부친 혹은 조부를 두지 못했음에도 총리에 오른 인물은 농부의 아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회사원의 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 정도가 고작이다. 다만 최근 일본 주요 선거의 결과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 준다. 8일 중의원 선거에서는 지난해 5월 창당한 신생 정당 팀미라이(탈·脫이념)가 비례대표 11석을 얻었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선 참정당(강경 보수)이 기존 2석을 15석으로 늘렸다. 이 외에도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민주당(온건 보수), 2021년 10월 중의원 선거의 일본유신회(강경 보수),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의 레이와신센구미(강경 진보) 등도 팀미라이에 맞먹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 정당은 모두 창당 초기에 치른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냈다. 인공지능(AI) 엔지니어 겸 공상과학 영화(SF) 작가 출신인 안노 다카히로 팀미라이 대표(36)를 비롯해 각 당의 대표 또한 대부분 비(非)정치인 출신의 3040세대다. 각 당의 이념 또한 좌우를 폭넓게 아우른다. 그만큼 일본 정치의 역동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생 정당들은 고령화, 성장 둔화 여파로 세대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자민당도, 기성 야당도 모두 싫다’는 유권자 집단을 각각의 개성으로 공략하고 있다. 팀미라이는 교육 및 보육 지원 강화, 디지털 민주주의 등을 중시한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는 참정당은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제한 등 강경한 반(反)외국인 정책을 내세운다. 레이와신센구미는 최저임금 인상, 학자금 부채 탕감, 원전 금지 같은 강성 진보 정책이 트레이드마크다. 8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해도 다카이치 총리 또한 거듭된 신생 정당의 돌풍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그의 숙원인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을 달성하려면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참의원의 40.7%에 불과한 101석만 차지하고 있어 개헌에는 반드시 신생 정당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비주류 신생 정당이 일본 정계 내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정계의 빠른 변화 속도가 이제 사회 전반의 마지막 금기처럼 여겨지는 여성 일왕, 부부별성제 도입 논의 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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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블루타이드’ 확산 방해하는 트럼프

    1979년 중미 니카라과에서 강경 사회주의 정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이 집권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은 자신의 앞마당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급기야 적성국인 이란에 자국산 무기를 몰래 팔고 그 돈을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 반군에 지원해 정권 교체를 시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콘트라 반군으로부터 건네받은 마약을 암시장에서 팔아 공작금도 조달했다. 이 ‘이란-콘트라 사건’은 미국이 중남미에 지은 일종의 원죄(原罪)로 꼽힌다. 1973년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부 정권이 약 3만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더러운 전쟁(Dirty War)’ 또한 각각 미국의 지원, 묵인하에 이뤄졌다. 이로 인해 생겨난 뿌리 깊은 반미 감정은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중남미 전역에서 좌파 정권이 연쇄 탄생하는 ‘핑크타이드(pink tide)’의 한 원인이 됐다. 약 사반세기 동안 건재했던 핑크타이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꺾이는 분위기다. 대선을 치른 칠레 볼리비아 온두라스 에콰도르에서 모두 우파 지도자가 등장했다. 이달 1일 코스타리카 대선에서도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 5월 대선을 앞둔 콜롬비아에서도 역시 우파 후보가 지지율 선두권을 달린다. 이미 우파 지도자가 집권 중인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등을 감안하면 우파 정권의 연쇄 집권을 뜻하는 ‘블루타이드(blue tide)’가 완연하다. 만약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도 우파 후보가 승리한다면 핑크타이드 종식론까지 나올 수 있다. 블루타이드의 배경은 좌파 정권 치하의 경제난과 강력범죄 급증이다. 무상 복지는 고질적인 경제난을 심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약탈과 살인이 판을 치자 사람들은 나라를 등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약 24.7%인 790만 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산디니스타 출신의 좌파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1985∼1990년, 2007년∼현재)가 장기 집권 중인 니카라과에서도 2022년 기준 국민의 17%인 110만 명이 탈출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달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축출은 우연이 아니다. 민심 이반이 없었다면 미국이 군사력만으로 타국의 현직 대통령을 그토록 쉽게 생포할 수 있었을까. 쿠바 또한 1959년 공산 혁명 후 67년간 국민을 배부르게 해 주지 못했다. 미국이 ‘올해 안 쿠바 정권 교체’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확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주요국의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친미 성향 아르헨티나의 중간선거 때는 400억 달러(약 58조 원)의 통 큰 지원을 약속했다. 그가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대선 때도 어떤 식으로든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몇몇 행보는 중남미의 친미 정권을 늘리겠다는 자신들의 목표와 상충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9월 카리브해의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는 과정에서 선박 잔해에 매달린 생존자 두 명에 대한 추가 공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저항 능력을 상실한 상대를 죽이는 건 전쟁 범죄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출 발언 또한 언제든 반미 감정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 본산을 자처하면서도 과거 중남미 곳곳에서 각종 불법 공작과 마약 밀매를 자행했다. 그 과오가 남긴 상흔이 아직 깊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중남미 좌파 정권의 실정으로 미국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 지금, 무리한 군사 작전과 경솔한 언행으로 일관한다면 역내에는 다시 핑크타이드가 맹위를 떨칠 수도 있을 것이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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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화낼 일인가? [책의 향기 온라인]

    ◇이게 화낼 일인가?·박기수 지음·예미‘이게 화낼 일인가?’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닌 ‘중독’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분노가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 분노를 표출했을 때 얻는 일시적 해소감, 이로 인해 다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설명한다. 즉, 화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반드시 관리해야 할 문제로 본다.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화가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반응’일 때가 많다고 진단한다. 또 화를 생존의 도구로 사용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부터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 분노까지 폭넓게 짚는다.화를 줄이기 위한 해법 역시 단기적인 감정 조절이 아니라 수면, 운동, 호흡, 생활 리듬 같은 건강한 습관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감정을 다스려야 삶의 구조 자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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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트럼프의 그린란드 야욕에 빌미 준 덴마크의 과오

    2022년 5월 덴마크 공영방송 DR은 자국 정부가 1960, 70년대 그린란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여성 4500여 명을 상대로 자궁 내 피임 기구를 강제 삽입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그린란드 여성은 약 9000명. 전 여성의 절반을 실험실 생쥐 취급하며 산아 제한에 나선 것이다. 피해자 중에는 초경조차 안 한 12세 소녀도 있었다. 덴마크 사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정부는 진상 조사를 이유로 사과를 차일피일 미뤘다. 2019년부터 집권 중인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첫 보도 후 3년 3개월이 흐른 지난해 8월 27일에야 사과했다. 이 사과는 100% 진심일까. 총리의 사과 당일 덴마크 외교부는 최소 3명의 미국인이 그린란드에서 친(親)미국 여론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마크 스트로 주덴마크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 등은 사과의 또 다른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9년 8월 처음 그린란드 구매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병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미국에 맞서려면 그린란드인의 분노부터 달래야 하니 뒤늦게 덴마크 정부가 사과했다는 의미다. 세계 곳곳에서 주권 개입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이를 문제 삼는 덴마크 또한 그린란드에 적지 않은 과오가 있다. 그린란드가 태초부터 덴마크 땅이었던 것도 아니고 양측의 인종, 문화, 역사적 동질성도 거의 없다. 덴마크는 1814년 노르웨이로부터 그린란드를 넘겨받았다. 1953년 본토에 편입시킨 후 ‘동화’라는 명목으로 강제 덴마크어 교육, 덴마크 가정으로의 어린이 강제 입양 등을 일삼았다. 강제 피임 수술 또한 1990년대까지 행해졌다. 그린란드가 2009년 자치권을 획득하지 않았다면 이누이트족 탄압 사실이 아직 묻혀 있을지 모른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그린란드인의 본심 또한 “미국도 덴마크도 싫다. 독립만 원한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악마화하는 것이 잠깐의 기분 전환은 될 수 있다. 그러나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의 안보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구 약 600만 명의 덴마크, 약 5만7000명의 그린란드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보 우산에 의존한다. 덴마크 정규군은 고작 2만1000여 명. 대규모 지상전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덴마크 본토를 점령했을 때 그린란드를 지킨 주체는 미국이었다. 미국이 합병 의사를 철회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2일 “트럼프는 서둘러야 한다. 주민 투표를 실시하면 그린란드인 전체가 러시아 편입에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덴마크 입장에선 ‘미국이 머뭇대면 우리가 그린란드를 먹겠다’는 러시아, 차이나 머니로 그린란드에 공항 등 각종 인프라를 건설해 주겠다는 중국이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즉, 그린란드를 둘러싼 논란은 ‘안보는 자강(自强)’이라는 평범하지만 냉혹한 교훈만 일깨워줄 뿐이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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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뉴욕은 ‘affordable’ 하지 않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인구는 약 850만 명. 인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에 집이 있지만 뉴욕시로 통근하는 이들을 포함한 광역권 인구는 2350만 명이 넘는다. 뉴욕 광역권의 국내총생산(GDP)은 캐나다 혹은 브라질의 GDP와 맞먹는 2조1600억 달러(약 3175조 원)다. 이 공룡 도시는 만성적인 주거용 부동산 부족에 시달린다. 꿈과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은 넘치는데 새 집을 지을 땅은 부족하고 건축 관련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까다롭다. 올 5월 기준 주거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1.65%. 사실상 빈집이 없다는 뜻이다. 내년 1월부터는 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정책까지 시행된다. 향후 4년간 뉴욕을 이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공공 임대주택 중 특히 저렴한 약 100만 채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정치 구호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뉴욕(affordable NY)’이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렌트카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뉴욕 맨해튼의 평균 임대료는 5632달러(약 830만 원). 한 해 전보다 11.9% 뛰었다. 맘다니 당선인은 현재 뉴욕 아스토리아의 2300달러(약 338만 원)짜리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그는 자신이 사는 이런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시켜 서민 주거난을 해결하겠다고 외친다. 얼핏 좋은 정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의 많은 문제가 그렇듯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임대료를 동결하면 일부 세입자가 혜택을 받을 순 있다. 하지만 수익 창출의 기회가 사라진 집주인은 굳이 개보수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해당 주택과 일대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진다. 임대료를 영원히 동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맘다니 당선인이 4년 후 시장일지 알 수 없고, 재산권을 침해받는 집주인들이 소송에 나서면 시장 임기 내에 해당 정책의 실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 사이 임대료 동결 규제에서 제외된 주택은 물가 등을 반영해 지금보다 훨씬 오를 것이고 잠시 임대료 동결 혜택을 봤던 세입자들은 사실상 더 좋은 집으로 옮겨갈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시 운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가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벌어들인 돈은 370억 달러(약 54조3900억 원). 전체 지방세의 약 절반이다. 이 돈으로 약 28만 명의 시 공무원이 월급을 받는다. 임대료가 동결된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낮을 것이고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도 적을 가능성이 크다. 세수(稅收)가 늘지 않으면 공무원 월급을 올려주기 어렵다. 무상 버스와 보육 등 맘다니 당선인이 외치는 각종 복지 정책의 재원도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잘 알려진 대로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당선인의 부모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몇 년간 거주하다 뉴욕으로 건너왔다. 인도와 아프리카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웠다면 굳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주를 거듭했을까. 불과 7년 전까지 미국 시민권자도 아니었던 맘다니 당선인이 뉴욕의 수장에 오른 것 또한 이 도시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뉴욕으로 오는 행렬이 있는 한 뉴욕이 생활비가 저렴한 도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일 수도 베를린 또한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임대료 상한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정책이 중단되자 16개월간 억눌렸던 임대료 상승세만 가팔라졌고 저소득층은 포츠담 같은 인근 도시로 밀려났다. 부동산 가격을 통제해 성공한 사례가 없음에도 각국의 수많은 정치인이 이를 도입하거나 하려는 것 자체가 이 정책이 ‘대증(對症)’ 요법임을 보여 준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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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美中 패권 전쟁의 새 전선, 양자 컴퓨팅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양자 인터넷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이색적인 발표를 내놨다. 양자 인터넷은 정보량이 늘면 속도가 느려지는 일반 인터넷과 달리 양이 증가해도 속도가 유지된다. ‘0’과 ‘1’만 구분할 수 있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공존시킬 수 있는 양자 컴퓨터의 특성 덕이다. 이를 추진한 사람은 폴 다바르 당시 미국 에너지부 차관. ‘전대미문의 보건 위기에 천문학적 세금을 들여 상용화 시점도 불분명한 사업을 추진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했다. 그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양자 인터넷”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또 차관 재직 당시 에너지부의 양자 연구 예산을 5배로 늘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야인이 된 그는 보어퀀텀테크놀로지라는 양자 컴퓨팅 회사를 차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상무부 부장관으로 발탁돼 양자산업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바르 부장관이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등 주요 양자 컴퓨팅 업체에 각 1000만 달러(약 146억 원)를 지원하는 대신 이들 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은 바이든 전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법(CHIPS act)에서 충당하고 다바르 부장관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보어퀀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이 지분 매입 대상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집권 1기부터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도입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산업 육성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 준다. 중국 또한 지난달 20∼23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2026∼2030년 5년간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릴 산업으로 양자 컴퓨터, 6세대(6G) 통신, 수소 및 핵융합 에너지 등을 지목했다. 내수 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는 우려가 높지만 우선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봉쇄를 타개하겠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담겼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중국 양자 연구소 ‘CHIPX’와 관련 기업 ‘튜링퀀텀’이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1000배 빠른 양자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미국 IBM 또한 4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양자 컴퓨터 칩 ‘룬’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주요 2개국(G2) 정부와 민간 기업이 양자 컴퓨터에 이렇듯 사활을 걸고 있고 한국 또한 이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양자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 못지않게 사회 전반의 관심과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채은미 저) 같은 양질의 교양 도서가 더 많이 출간되고 읽혀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양자 연구 및 강의 또한 대폭 늘어나야 한다. 수준 높은 양자 역학 논의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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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실리콘밸리의 996 근무, 한국의 주 4.5일제

    “996 근무는 ‘축복’이다. 이 제도가 없으면 중국 경제는 활력과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는 2019년 4월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던 996 근무, 즉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는 주 72시간 근무제를 칭송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현대판 노예제” “근로자를 착취하는 경영자”란 비판이 일었다. 분배를 중시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기)’ 정책을 강조했던 중국 당국 또한 2021년 72시간 근무를 법으로 금했다. 중국에서 사라진 듯했던 이 문화가 최근 미국에서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각국 언론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뉴욕 월가의 금융사, 법률회사 등에서도 주 70시간 이상 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속속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의 패권을 두고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근무 조건에 주 6일, 70시간 이상 근무를 내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에 일격을 얻어맞은 미국 빅테크 업계로선 “생존이 시급한데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찾을 겨를이 있느냐”란 생각을 가질 법하다. 일부 스타트업은 주 7일 근무까지 자청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소나틱’은 채용 공고에 “일주일 내내 대면 근무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 대신 숙소, 음식 배달, 데이트앱 무료 구독 등을 지원한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릴라’ 또한 직원 80명 전원이 996 근무를 한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4일 팟캐스트 ‘올인’에 출연해 “중국의 워라밸은 996이다. 당국이 불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다들 그렇게 일한다”며 “우리의 경쟁자는 중국”이라고 996 근무를 옹호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또한 “주 60시간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최적 지점”이라고 했다. 이 세상의 모든 근로자가 주 72시간 일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열심히 일해서 남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일부 근로자의 의욕과 열의를 제도로 꺾는 일 또한 지양해야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대만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5127달러(약 1억2258만 원)로 한국보다 2만 달러(약 2880만 원) 이상 많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의 명목 1인당 GDP 또한 2003년 이후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한국이 눈에 띄는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주 4.5일제 근무 논의가 제기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경쟁 없이 소위 ‘이자 장사’로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보는 업계가 사회 전반의 경쟁력 약화에 앞장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슐랭 스리스타 셰프 안성재는 “지금의 워라밸을 지키면 미래의 워라밸은 없다”고 단언했다. 남들보다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은 보상과 과실을 바라는 건 궤변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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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전승절 통해 역사왜곡 강화하는 중국

    1945년 9월 2일 일본 도쿄만에 정박한 미국 미주리함의 갑판.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 당시 일본 외상이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을 공식화한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승전국인 미국, 영국, 옛 소련, 중국 등의 주요 관계자 또한 이 문서에 속속 이름을 남겼다. 당시 중국 측 대표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의 최측근 쉬융창(徐永昌) 중장. 장 주석은 하루 뒤인 같은 해 9월 3일 항복 문서를 전달받았고 이 날을 ‘전승절’로 정했다. 국민당 치하의 중국이 주도적으로 나섰기에 일본을 이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사실이 보여주듯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항일 주역은 국민당이었다. 중국공산당 또한 일부 전투에서 유격전으로 싸웠으나 국민당의 ‘보조’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힘을 소진한 국민당은 공산당과의 내전에서는 졌고 대만으로 패퇴했다. 그간 중국의 역대 지도자는 자신들이 주역이 아닌 전승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르다. 그는 집권 이듬해인 2014년 전승절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2015년 전승절 70주년, 올해 전승절 80주년에는 연달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또 당시 국민당의 역할을 모조리 부정하고 공산당의 치적만 부각시키고 있다. 시 주석의 역사 책사로 꼽히는 취칭산(曲靑山) 중국공산당 중앙당사·문헌연구원장의 행보를 보자. 그는 열병식 직후인 지난달 8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공산당이 ‘중류지주(中流砥柱·역경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기둥)’ 역할을 한 것이 항일 전쟁의 승리 열쇠”라는 글을 실었다. 특히 취 원장은 일본군이 만주를 침략한 1931년부터 공산당이 항일을 주도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보다 훨씬 이전이라고 강조했다. 서구 주요국이 파시즘에 대적하기 전부터 공산당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역사 인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절대 다수의 역사학자는 중일 전쟁의 발발 시점을 베이징에 주둔하던 일본군 병사가 실종된 1937년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으로 본다. 반면 중국은 최근 주요 교과서 등에서 전쟁의 발발 시점을 만주사변으로 바꾸고 있다. ‘동북공정’ 등에서 보듯 주변국과 얽힌 역사를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중국의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공산당에 유리하지 않은 역사까지 노골적으로 미화하며 수많은 문건과 자료로 입증된 국민당의 기여를 무시한다. 이는 결국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시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경제의 발전 기틀을 마련한 덩샤오핑(鄧小平)도 이루지 못한 대만 통일을 꿈꾸고 있다. 국민당의 업적을 폄훼해야 통일 시점이 빨라질 것이며 중국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서사 또한 구축하려 하는 그의 속내가 역사왜곡 시도에서 엿보인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러시아가 중국 공수부대의 낙하산 훈련 등을 지원하고 군수물자 이동 방법 또한 공유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최신의 실전 경험을 쌓은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대만 침공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시 주석은 열병식 당시 자신보다 오래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번 세기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불로장생을 꿈꾸는 두 권위주의 지도자의 협력이 대만해협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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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협동과정 2026년 전기 신입생 모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이 부동산학 석·박사 과정의 2026년 전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원서 접수는 다음달 15~22일 진행된다.이번 과정의 교수진은 연구자, 도시재생 전문 변호사, 전직 고위 공무원, 현직 공공기관장 등 부동산학에 대한 학술적 역량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들이다. 또 서강대 경영, 도시경제, 컴퓨터공학, 법학 교수진과의 협업을 통해 학제 간 융합 교육도 실현하고 있다.특히 2024년부터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와 석사과정 이중 학위제를 운영 중이다. 토플 92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한다. 서강대에서 3학기(18학점 이상),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1학기(16학점)를 이수하면 두 학교의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신입생 선발은 서류 심사 및 구술·면접 전형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서강대 일반대학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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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젠슨 황도 걱정하는 전력난… ‘뉴노멀’이 된 원전 회귀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2일 대만을 찾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인 TSMC 관계자들과 만났다. 엔비디아 제품의 상당수는 TSMC에서 생산된다. 황 CEO는 취재진에게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을 위해 여러 형태의 에너지가 개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루 뒤 대만에서는 석 달 전 폐쇄된 남부 마안산 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전체 투표자의 74%인 약 434만 명이 찬성해 반대(약 151만 명)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찬성표가 전체 유권자의 25%(약 500만 명)를 넘어야 한다는 법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결이었다. 그러나 원전 재가동을 바라는 민심이 상당함을 보여줬다. 대만 언론들은 황 CEO의 하루 전 발언 또한 원전 재개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풀이했다. 대만은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1980년대 총 6기의 원전을 운영했다. 당시 대부분의 전력을 원전에서 충당했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환태평양지진대에 위치한 대만 원전의 안전 우려가 고조됐다. 2016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 또한 탈(脫)원전 정책을 적극 시행했다. 이 여파로 6기의 원전이 모두 폐쇄됐고 현재는 천연가스, 석탄 등 화력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탈원전이 시작된 후 대만은 만성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6월에도 엔디비아, 폭스콘 등이 있는 타이베이의 네이후 과학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해 3000여 개 입주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졌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TSMC의 전력 소비량은 대만 전체 전력 사용량의 8%를 차지한다. TSMC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대량 생산함에 따라 2030년에는 이 비중이 2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화석 에너지에만 의존하기엔 국가 전체의 위험 부담이 크다. 대만 경제는 반도체 업계의 실적 호조 덕에 올 2분기(4∼6월)에 지난해 2분기보다 8.0% 성장했다. 중국이 사실상 장악해 자본 및 인재 유출이 심각한 홍콩, 전 분기 대비 기준으로 올 1분기(1∼3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고 2분기 성장률 또한 고작 0.6%에 그친 한국과 대조적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됐다면 대만 경제가 8%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원전은 완전무결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에너지보다 경제성이 우수하고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점도 자명하다. AI 시대의 도래,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기후 변화 여파 등으로 이탈리아 벨기에 리투아니아 덴마크 스웨덴 등 탈원전을 추진했던 유럽 주요국 또한 최근 속속 ‘원전 회귀’를 선언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 확률이 지극히 낮은 원전 사고만을 이유로 원전 반대를 외치는 일각의 주장은 그야말로 공허하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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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트럼프 사면 거부한 ‘마가 그래니’

    “저는 유죄입니다. 저의 사면은 미국, 법치주의, 의회 경찰에 대한 모독입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사는 73세 백인 여성 패멀라 헴필 씨는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 그는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해 내내 ‘선거 사기’를 외쳤다. 급기야 유방암 투병 와중에도 2021년 1월 6일 다른 마가들과 수도 워싱턴 의회로 돌진했다. ‘마가’와 ‘할머니(granny)’를 합한 ‘마가 그래니’로 불렸던 그에겐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 이들의 난입으로 5명이 숨졌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의회를 지키던 경찰관들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헴필 씨는 죄를 인정했다. 그는 2022년 5월 징역 60일, 벌금 500달러(약 70만 원)를 선고받았다. 얼마 후 교도소에서 형기도 채웠다. 그는 수감 과정에서 자신이 법과 민주주의를 어겼음을 깨닫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당일인 올 1월 20일 헴필 씨를 포함해 의회 난입에 가담한 약 1500명을 사면했다. 헴필 씨는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원치 않는 사면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각국 언론에 ‘사면의 부당함’도 호소했다. 그는 올 6월 CBS방송 인터뷰에서 “유죄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사면을 받고 어떻게 밤에 잠을 잘 수 있겠느냐. 그날 의회에 있던 모든 사람은 죄인”이라고 했다. 영국 BBC와 만났을 때는 “사면을 받아들이면 트럼프의 ‘거짓’과 ‘가스라이팅’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미국은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다. 대통령 탄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연방법 위반에 대한 사면권을 현직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다른 많은 나라와 달리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사면도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집권 1기 막바지인 2020년 12월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 당시 풀려난 이들의 면면을 보자. 우선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사태 때 허위 증언, 증인 매수 등을 저지른 최측근 겸 전 개인 변호사 로저 스톤이 있다.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이며 과거 사업가 시절부터 탈세, 증인 매수, 금융 사기 등을 저질렀던 사돈 찰스 쿠슈너도 포함됐다. 2007년 9월 이라크 바그다드 니수르 광장에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기관총 등을 난사해 민간인 17명을 학살한 미국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 관계자 4명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4명 중 1명은 종신형, 나머지 3명은 각각 30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단숨에 자유인이 됐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또한 집권 막바지인 지난해 12월 탈세, 불법 총기 소지 등으로 기소된 아들 헌터를 사면했다. 현직 대통령 자녀의 첫 사면이었다. 헌터의 유죄 확정 당시 “법을 존중한다. 사면하지 않겠다”더니 불과 반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2001년 1월 임기 종료 약 2시간을 앞두고 마약 밀매로 복역했던 이부동생 로저를 사면했다. 사면권은 전제군주 시절의 잔재다. “네 죄를 사하노라”라는 군주의 한마디로 여러 죄수가 풀려났다. 종종 군주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제도로 기능했기에 ‘은사(恩赦)’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호칭이 붙었다. 다만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정착된 21세기에 굳이 대통령이 광범위한 사면권을 가져야 할까. 미국에서 볼 수 있듯 권력자의 친인척 및 측근에게만 적용되고 전쟁 범죄를 저지른 이와 잡범(雜犯)까지 혜택받는 사면이라면 더 그렇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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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지구촌에 부는 ‘中 부동산 쇼핑’ 경계령

    전미부동산협회(NA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외국인은 총 560억 달러(약 78조4000억 원)어치의 미국 주택을 구입했다. 이 중 24.5%인 137억 달러(약 19조1800억 원)를 중국인이 샀다. 외국인이 매수한 미국 집 네 채 중 한 채가 중국인 소유란 뜻이다. 특히 미 50개 주 중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외국인 주택 구매의 36%가 중국인에 의해 이뤄졌다. 브룩 롤린스 농림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달 8일 수도 워싱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 장관은 중국 등 외국 적대 세력(foreign adversaries)의 농지 매입을 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한 미국 농지 또한 약 1214km²로 2대 도시 로스앤젤레스 면적과 맞먹는다. 중국 자본은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도 알짜 부동산을 사들인다. 올 5월 미쓰비시UFJ의 자료에 따르면 도쿄 중심부 신규 아파트 구매자의 20∼40%가 외국인이었다. 대부분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3년 7월∼2024년 6월 호주의 거주용 부동산을 가장 많이 매입한 외국인이 중국인이라고 보도했다. ‘차이나 머니’가 주요국의 주택 빌딩 토지 등을 대거 매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현지인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각국이 속속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한 이유다. 2023년 1월부터 2년간 비(非)거주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전면 금지했던 캐나다는 이를 2027년 1월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호주 또한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구축이 아닌 신축 매입만 허용한다. 호주 싱가포르 등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매 시 내국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매긴다. 플로리다주 등 미국 일부 주는 연방정부와는 별도로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기 불황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사실상 외국인과 자국민이 동등한 조건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총선 결과를 결정지었다. 올 6월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의 최대 승자로 꼽히는 신생 정당 참정당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억제’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 3년 전 2석에 불과했던 의석을 15석으로 늘렸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지켜지는 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차별은 곤란하다. 다만 상호주의 원칙에서 볼 때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인은 중국 부동산을 사는 외국인보다 훨씬 큰 혜택과 이점을 누린다. 중국에서는 국가만 토지를 소유할 수 있고 개개인은 건물 소유권만 한시적으로 갖는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 시가총액은 7158조 원. 지난해 명목 GDP(2557조 원)의 약 2.8배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아니라 ‘탈세’에만 일부 메스를 적용하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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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고령의 장기집권 지도자가 악화시키는 중동 갈등

    원래부터 ‘세계의 화약고’이며 최근 각종 분쟁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중동의 상당수 지도자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가 집계한 올해 인류의 기대 수명(73.5세)보다 오래 살았고, 집권 기간 또한 종신에 가까울 만큼 길다는 것이다. 이들은 권위주의 통치 방식으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집권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86),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6),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90)이 대표적이다. 세 사람은 각각 36년, 17년 8개월, 20년 이상 집권 중이다.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의 이슬람 혁명 세력이 쫓아낸 레자 팔레비 전 국왕의 재위 기간은 38년. 2500여 년간 존속했던 페르시아 군주제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혁명을 일으켰는데, 정작 하메네이의 집권 기간이 전 국왕에 버금간다. 팔레비 정권은 비밀 경찰 ‘사바크’로 반대파를 숙청했다. 젊은 시절 사바크의 감시에 시달렸던 하메네이 또한 종교 경찰 ‘가시테 에르셔드’를 통해 반대파,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 등을 마구 잡아들였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가 부친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 또한 “신정일치 체제가 세습 군주제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6월∼1999년 7월, 2009년 3월∼2021년 6월, 202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단 한 명이 약 23%의 기간을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부패 혐의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이란과의 전쟁에 골몰하는 이유 또한 ‘실각하면 곧바로 감옥행’인 자신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2005년부터 PA를 이끌고 있는 아바스 수반은 20년째 무능과 부패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집권 2년 만에 PA가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하마스에 내줬다. 수 차례 부패 의혹에 휩싸였고 이스라엘의 탄압을 이유로 총선 실시도 거부한다. 현재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넘어 PA가 다스리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예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모두 직접 통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풍전등화 상황인데도 아바스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빈약하다. 세 사람은 절묘한 ‘적대적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메네이와 아바스는 반(反)이스라엘과 반미를 내세워 장기 집권을 정당화한다. 네타냐후 역시 본인 같은 강한 지도자만이 이슬람 국가에 포위된 이스라엘을 지켜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위주의 통치자가 ‘외부의 적’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중도파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 적대적 공생은 미국과 옛 소련의 냉전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당시 두 나라의 강경파들은 서로를 ‘악(惡)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를 자신들의 세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세 지도자의 집권 동력 또한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다. 집권 연장에는 ‘적’이 꼭 필요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말살하려 들수록 상대방을 도와주는 모순에 빠진다. 세 지도자가 언제까지 집권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들의 통치 방식이 바뀌지 않고 이들을 견제할 합리적인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중동의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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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영국과 러시아의 21세기 ‘그레이트 게임’

    “러시아가 영국의 물, 가스, 전기 공급을 마비시키려 한다.”(토비아스 엘우드 전 영국 국방장관)“스타머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을 고조시켰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최근 영국과 러시아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가 서로를 향해 내놓은 발언이다. 두 나라가 교전 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이 서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올 1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러시아 견제를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향후 100년간 두 나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100년 동반자 협정’도 맺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 또한 지난달 초 세르비아, 코소보 등 동유럽 발칸반도 일대를 방문해 역내 국가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발칸반도 내 인종 및 종교 갈등을 부추기고 이로 인한 사회 불안정을 해소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곳곳에서 개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시기 영국 더타임스는 핵미사일을 탑재한 영국의 ‘뱅가드’ 잠수함 4척을 감시하기 위해 러시아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영국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러시아와 맞서려면 군사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게 엘우드 전 장관의 주장이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00년 동반자 협정’ 체결 당시 “우크라이나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스타머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권력이 유한한데 그들이 물러나면 누가 이 협정을 기억조차 하겠느냐고 조롱했다. 최근 러시아 고위 관계자 3명 또한 로이터통신에 “이제 영국이 모스크바의 주요 적대 세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영국이 주요국 최초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전차를 지원했고,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려 하며, 전 세계의 반(反)러시아 여론을 결집시키는 데 앞장선다는 점 등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으로 바쁜 사이 영국과 러시아가 일종의 21세기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벌이고 있다. 그레이트 게임은 19세기 내내 대영제국과 러시아가 인도, 중앙아시아, 극동, 흑해 등 유라시아 전체에서 벌인 각축전이다. 이 갈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21세기에도 재연되는 모양새다. 두 나라가 당시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크림전쟁(1853∼1856년)의 무대가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영토 분쟁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은 그레이트 게임의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희생양이 됐다.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1885년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했다. 이후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은 숙적 러시아와 싸우는 일본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한국을 합방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한반도가 21세기 그레이트 게임의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군대를 파병했음을 시인했다. 2023년 12월 워싱턴포스트(WP) 또한 그해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한 155mm 포탄의 수가 전 유럽 국가의 공급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한국과 북한이 일종의 ‘대리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개화파’와 ‘척사파’의 극한 대립에 시달렸으며 국제 정세에도 무지했던 구한말 조선은 오판과 실책을 거듭하며 망국(亡國)의 길로 들어섰다. 강대국 간 패권 다툼에서 희생됐던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제 정세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국가 차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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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대서양 동맹의 종말, 격화하는 印太 군비 경쟁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난달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만났다. 호주는 2021년 9월 미국, 영국과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맺고 미국산 핵 동력 잠수함을 최대 5척 구매하기로 했다. 말스 장관은 이에 따라 미국에 주기로 한 3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중 5억 달러(약 7500억 원)를 이번 방문에서 지급했다. 오커스가 체결될 때 미국과 호주의 정상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스콧 모리슨 전 총리였다. 이제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호주 총리는 앤서니 앨버니지로 바뀌었지만 정권 교체에도 두 나라의 군사 협력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확고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 80년간 유지됐던 미국과 서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일종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서유럽의 오랜 적국인 러시아와 밀착했고, 집권 1기 때보다 강하게 방위비 증액을 유럽에 요구하고 있다. 유럽 또한 ‘안보 자강’을 외치며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양측은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 종전 후 옛 소련의 공산주의를 함께 물리쳤다는 자부심으로 강하게 뭉쳤다. 그러나 ‘돈’과 ‘힘’의 논리 앞에서 굳건했던 동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이 여파는 인도태평양에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중국 또한 이런 미국에 맞서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역내 주요국 또한 군사력 강화에 열심이다. 우선 미국, 호주 못지않게 중국 견제에 주력하는 일본은 오커스 참여를 노린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실시된 오커스 3국의 해상 훈련 때 옵서버로 참가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는 아예 “오커스에 ‘일본(JAPAN)’을 추가해 ‘조커스(JAUKUS)’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만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인 국방 예산을 3%로 늘리겠다고 18일 밝혔다. 올여름 연례 군사훈련 ‘한광훈련’ 때는 아예 중국의 2027년 침공을 가정하고 대비하기로 했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이 ‘2027년’이라는 구체적 시점을 명기하고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비하는 건 처음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 중인 필리핀도 미국,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 나라 정상은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사상 최초로 대면 회담을 가졌고 올 1월에도 온라인으로 회동했다. 이에 맞서 중국 역시 올 국방 예산을 한 해 전보다 7.2% 증가한 1조7800억 위안(약 356조5000억 원)으로 5일 책정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첫해인 2013년 7200억 위안(약 144조2000억 원)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이 같은 행보를 보노라면 리더십 공백에 처한 한국의 상황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각자도생과 군비 증강이 ‘뉴 노멀(new normal·새 기준)’이 된 시대. 한국의 안보는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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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하정민]트럼프에 드리운 체임벌린의 그림자

    “독일에서 평화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peace for our time)’입니다.” 1938년 9월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총리는 독일 뮌헨에서 독일계가 많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나치 독일에 양도하는 ‘뮌헨 협정’을 맺었다. 여섯 달 전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나치 독일이 더 이상 영토를 확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귀국한 체임벌린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 앞에서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며 그 유명한 ‘우리 시대의 평화’를 외쳤다. 1919년 탄생한 신생 독립국 체코슬로바키아는 이 협정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강대국 독일이 영토 일부를 삼키고 또 다른 강대국 영국이 이를 지지하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체임벌린에게도 명분은 있었다. 무엇보다 제1차 세계대전, 대공황 여파 등으로 경제가 좋지 않았다. 약소국 체코슬로바키아를 희생시켜서라도 전쟁을 피하겠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다만 평화는 고작 6개월짜리였다. 나치 독일은 1939년 3월 체코 전체를 합병했다. 같은 해 9월 폴란드도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체임벌린은 1940년 5월 실각했고 반년 후 숨졌다. 영국 또한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미국에 넘겨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인 친(親)러시아 노선으로 일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노라면 체임벌린이 떠오른다.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고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맺어 그간의 군사 지원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미국의 이해관계로만 보자면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2000년 집권 후 권위주의 통치로 일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냐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때 모두 “이곳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곳은 어디든 침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오스트리아와 주데텐란트를 손에 넣고 폴란드로 진격할 때 나치 독일도 같은 이유를 댔다. 러시아군, ‘푸틴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러시아 민간 군사회사 바그너그룹은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죄수들까지 전쟁에 동원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부차, 이르핀, 모티진, 보로댠카, 호스토멜 등 곳곳에서 민간인을 집단으로 학살했다. 손발이 묶여 저항할 수도 없는 시민을 러시아가 대거 살해한 광경을 전 세계가 목격한 게 불과 3년 전이다. 이런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발트 3국, 몰도바, 폴란드 등과도 갈등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이 중국, 북한 등에 ‘잘못된 판단’을 할 신호를 주지 않을 것으로 자신할 수 있는가.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해 6월 영국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세계의 제국주의가 부활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지난달 CNN의 유명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체임벌린과 뮌헨 협정을 거론했다. 그는 “유럽에 있는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1999년 12월 BBC는 역사가, 정치인, 평론가 등을 상대로 20세기 영국 총리 20명의 순위를 매겼다. 1위는 체임벌린의 후임자이며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체임벌린은 19위였다. 1956년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패해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을 뺏긴 앤서니 이든 전 총리가 없었다면 체임벌린이 ‘꼴찌’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조사를 실시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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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하정민]언론인 개인을 공격하는 트럼프에 대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뉴욕타임스(NYT), CNN 같은 주류 언론을 ‘국민의 적’ ‘허위 정보’라고 비판했다. 특히 쿠바계인 짐 아코스타 전 CNN 기자(54)와의 대립은 적잖은 화제가 됐다. 그의 부친은 쿠바 미사일 위기,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압제 등을 피해 1962년 미국으로 건너온 난민이다. 아코스타는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델의 동생으로 당시 쿠바 최고 지도자였던 라울을 마주했다. 그는 라울에게 카스트로 정권의 독재와 인권 탄압에 관한 송곳 같은 질문을 퍼부었다. 훗날 “이때가 기자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라며 “폭군에게 고개를 숙여도 좋은 때는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2세대 이민자인 그는 트럼프 1기의 반(反)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8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 아이티, 아프리카 국가 등을 ‘거지 소굴(shithole)’로 폄훼했다. 아코스타는 당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표현을 썼냐”고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가”라고 외쳤고 참모진이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 같은 해 11월 그가 중남미 불법 이민자 행렬 ‘캐러밴’에 관한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또 화를 내며 “무례하고 끔찍한 인간”이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자 CNN 측은 오전 10시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아코스타에게 시청률이 낮은 심야 시간대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좌천성 인사에 반발한 그는 “권력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란 말을 남기고 지난달 28일 퇴사했다. 다만 이 실직은 트럼프 측의 압박이 아닌 CNN 측의 ‘알아서 눈치 보기’ 성격이 강했다. 문제는 집권 2기의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이 계속해서 비판적인 언론인에게 노골적인 해고 압박을 가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루스소셜에 워싱턴포스트(WP)의 흑인 남성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을 거론하며 “무능하다. 즉시 해고돼야 한다”고 썼다. 하루 전 로빈슨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폐지 시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같은 논란이 많은 인사의 기용을 비판한 칼럼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로빈슨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대선 캠페인을 논평한 칼럼으로 2009년 퓰리처상(논평 부문)을 수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그의 성향도 문제 삼으며 “한심한 급진 좌파”라고 했다. 같은 날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또한 DOGE 일부 직원의 인종차별적 행태를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백인 여성 기자 캐서린 롱에 대해 “역겹고 잔인하다. 해고돼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NYT, 폴리티코 등 일부 매체의 구독 계약을 해지했고 공영방송 PBS에 대한 지원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이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권력자가 언론과 불화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언론인 개개인을 직접 거론하며 ‘밥줄’까지 끊으려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임기가 유한한 정치 권력이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스스로 졸렬해질 뿐이라는 점을 진정 모를까.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하라면 후자를 택하겠다”는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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