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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기 싫어 늦게까지 회식을 안 해요.”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종환 씨(30)는 반년 전 귀갓길에 탑승한 택시가 과속과 급정거를 반복해 앞좌석에 머리를 들이받는 경험을 했다. 박 씨가 천천히 가달라고 했지만 기사는 되레 ‘이 정도도 무섭냐’며 웃었다고 한다. 박 씨는 그 뒤로 심야 시간대에는 택시를 타지 않고 있다.택시의 속도위반 건수가 전체 운수업종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택시 과속으로 승객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라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3일 취재팀이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 버스와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의 교통법규 위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들의 속도위반 건수는 모두 1126건이었다. 그중 개인과 법인택시의 속도 위반은 882건(78.3%)으로 5대 중 4대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택시 과속으로 인해 승객이 사망하는 사례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전북 완주군의 한 편도 1차로에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시속 153km로 내달리던 택시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승객 3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택시가 제한속도 시속 50km인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시속 100km에 가깝게 과속을 하다가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승용차와 충돌해 뒷자리에 타고 있던 20대 일본인 관광객 부부의 생후 9개월 된 딸이 사망했다.실제 택시 과속이 많은 심야 시간대에 발생하는 사고의 치사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택시가 일으킨 사고 1만2248건 중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에 발생한 사고는 3464건(28.3%)이었다. 반면 사망자는 84명 중 절반인 42명이 심야 시간대에 몰렸다.해외에서도 한국 택시의 과속 운전에 대한 경험담이 나올 정도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저팬에 공유된 국내 택시 사고 뉴스에 한 일본인 누리꾼은 “밤에 김포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를 탔는데 시속 130km로 달려 너무 무서웠다”는 댓글을 달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과속할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세미 월급제’를 도입하고 주행 기록계 등 첨단 안전장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윤진(국제부) 임유나(산업2부) 주현우(경제부)최효정(사회부) 한채연(산업1부) 기자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반경, 충남 공주시 서산영덕고속도로 유구 나들목(IC) 인근. 평범한 승용차로 위장한 암행 순찰차가 도로 흐름에 맞춰 시속 110km로 정속 주행 중이었다. 그때 하얀색 1t 트럭 한 대가 쏜살같이 순찰차 옆을 스쳐 지나갔다. 트럭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차로를 종횡무진하며 속도를 높였다. 순찰차에 탄 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임지훈 경장이 트럭 후미를 향해 속도 측정기를 겨냥하자 액정에는 150km가 찍혔다. 순찰차는 즉각 경광등을 켜고 추격을 시작했다. 사이렌을 울리며 5분가량 이어진 추격전 끝에 트럭은 갓길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50대 남성은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경찰이 순찰차에 기록된 고화질 영상을 보여 주자 그는 그제야 “집들이 약속에 늦어 마음이 급했다”며 속도위반 사실을 시인했다. 취재진이 그렇게 빨리 달리면 안 되는 것을 몰랐냐고 묻자 운전자는 멋쩍게 웃으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라고 답했다. 이 운전자는 결국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을 물게 됐다.●“졸려서 빨리 가려고” 황당한 변명까지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속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380건에 달한다. 이 사고들로 246명이 목숨을 잃었고, 2308명이 부상을 입었다. 과속 사고 건수는 2022년 1215건으로 잠시 줄어드는 듯했으나, 이후 다시 고개를 들며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은 실제 수치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거리 미확보 등 다른 위반 사항을 동반하면 통계상 ‘과속 사고’로 집계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진이 지난달 30일 서산영덕고속도로의 암행 단속 현장에 동행해 보니 1시간 만에 차량 5대가 과속으로 줄줄이 적발됐다. 한 흰색 승용차는 시속 135km로 순찰차 옆을 스쳐 지나가더니, 갓길을 오가며 대형 화물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파고드는 칼치기(급차로 변경)를 감행했다. 순찰차가 멈춰 세우자 건설 현장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는 50대 운전자는 “너무 졸려서 빨리 다음 휴게소로 가서 잠깐 눈을 붙이려 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과속 및 갓길 주행으로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30점을 물게 됐다. 임 경장은 “통행량이 적은 도로나 아침 시간대에는 1시간에 10대씩 단속되기도 한다”며 “특히 화물차가 과속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성능 올라가자 과속 증가… “초과속은 형사처벌”현행 도로교통법상 제한속도를 초과해서 달리면 과태료나 범칙금이 부과되며, 위반 속도가 높을수록 처분 수위도 올라간다. 특히 2020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과속은 단순 과태료 처분을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됐다. 제한속도를 시속 80km 이상 초과하는 ‘초과속 운전’의 경우 3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제한속도보다 시속 100km 이상 초과한 상태로 3회 이상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하지만 이러한 법적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위반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등 운전자들은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시내 속도위반 건수는 2020년 104만여 건에서 2022년 184만여 건, 2024년에는 185만여 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앙선 침범이나 주정차 위반 등 다른 법규 위반 사례가 감소한 것과 정반대의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내연기관 차량의 전반적인 성능 상향 평준화가 과속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의 가속 성능은 좋아진 반면, 운전자의 안전 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신호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는 단속 카메라 때문에 ‘정속 주행을 하면 오히려 흐름에 뒤처져 손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무법 천지가 된 심야 고속도로 심야 시간대의 고속도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반경 취재팀은 서울 경부고속도로 한남 나들목에서 판교 나들목에 이르는 약 17km 구간을 직접 주행하며 실태를 파악했다. 한남대교를 지나 시속 80km 단속 구간이 끝나기 무섭게 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1차로로 몰려들었다. 서초구 만남의광장 휴게소를 지날 무렵에는 차가 비교적 적은 하위 차로를 이용해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곡예운전 차량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제한속도를 지키며 주행 중인 취재 차량 뒤에 바짝 붙어 상향등을 켜며 위협하는 승합차도 있었다.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주행하는 동안 취재 차량을 추월해 지나간 차량은 총 30대에 달했다. 이 중 택시가 21대로 가장 많았고, 일반 승용차 6대, 전기차 3대 순이었다. 밤 12시 무렵 만남의광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병우 씨(36)는 “밤만 되면 칼치기를 하며 과속하는 차량이 많아 무서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테슬라 운전자 조모 씨(31)는 “흐름이 빠른 밤에는 오히려 속도를 내는 것이 뒤차와의 사고를 막는 길 아니냐”며 과속을 정당화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차량이 단독으로 주행할 때 사고가 나지 않는 수준으로 정해졌다는 걸 고려해 ‘절대 과속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에 보고된 한 스웨덴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속도가 시속 1km 늘 때마다 제한속도 시속 120km인 도로에서는 사고가 날 확률이 2% 늘어났고, 제한속도 시속 50km인 도로에서는 사고 확률이 4%까지 늘었다. 김선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러 차가 함께 속도를 낼 때는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한속도를 ‘주행 권장 속도’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윤진(국제부) 임유나(산업2부) 주현우(경제부)최효정(사회부) 한채연(산업1부) 기자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올 들어 3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하부 조직원 검거를 넘어 해외 거점의 ‘몸통’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수사 패러다임을 전환한 결과다. 다만 전통적 보이스피싱이 위축된 자리에 ‘노쇼 사기’나 ‘투자 리딩방’ 등 신종 사기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풍선 효과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보이스피싱 윗선 치니 피해 1400억 줄어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의 한 임대주택을 급습한 현지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이던 한국인 11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한국 공무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으니 결백을 증명하려면 돈을 보내라”는 식으로 국내 피해자의 돈을 뜯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된 피해액은 약 30억 원 규모였다. 태국에 파견된 우리 경찰 협력관이 1월 말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현지 경찰과 협조해 거점을 특정한 결과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공조 작전 덕분에 올해 1분기(1∼3월) 보이스피싱 피해는 1702억 원으로 전년 1분기(3116억 원)보다 4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발생도 5878건에서 3422건으로 41.8% 줄었다.이는 검거 인원의 ‘질적 변화’ 덕분으로 풀이된다. 전체 검거 인원은 지난해 6218명에서 올해 6904명으로 11.0%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 등 윗선 검거는 70명에서 3.3배인 232명으로 늘었다. 구속 인원도 275명에서 439명으로 1.6배가 됐다. 하부 조직원 수십 명을 입건하는 것보다 범죄 설계자인 윗선 1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범죄 억제에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캄보디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한국인 368명으로부터 516억 원을 뜯어낸 일명 ‘송민호파’ 25명도 현지에서 검거됐는데, 이 중 10명이 윗선이었다. 문병구 충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2계장은 “과거엔 해외 조직원들의 거점을 파악해도 검거까지 여러 달이 걸렸지만, 최근엔 그 기간이 1, 2주 정도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해외 조직도 2주면 검거… 풍선 효과 주의해야이는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사기) 범죄 사태 이전 3명에 불과했던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이 지난달 기준 13명으로 늘어나는 등 국제 공조 인프라가 강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정수온 경찰청 동남아시아공조계장은 “과거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제는 현지 수사당국과 직접 실시간으로 첩보를 주고받는 식으로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에 파견된 대검찰청 소속 검찰수사관은 지난해 필리핀 이민청의 수배자 추적대(FSU)와 공조해 현지 정보원을 가사 도우미로 가장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투입하는 등 합동 작전을 벌인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부는 국내 피해자에게서 1억3000만 원을 뜯어낸 이들 조직원 4명을 지난달 28일 구속기소했다. 이에 따라 사기 범죄로 국내에 송환된 피의자는 2024년 383명에서 지난해 480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3월까지 264명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문 계장은 “최근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48)처럼 현지 총책을 신속히 국내로 압송하면 추가 범행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 윗선이 압박받자 사기 범죄는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을 사칭해 물건을 대량 주문한 뒤 대금을 가로채는 노쇼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6월 104억 원에서 올해 1월 209억 원으로 반년 만에 2배가 됐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으며, 범죄 조직은 ‘보복 대행’ 등 신종 범죄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 수법이 교묘해질수록 피해를 막으려면 도로에서 ‘방어운전’을 하듯 시민의 경각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주요 국가 등에서 ‘오토바이는 보행로로 다니지 않는다’는 상식이 교통 문화로 자리 잡는 데엔 각종 의무 교육과 자격시험이 큰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배달용 오토바이로 흔히 사용되는 125cc 이하의 이륜차를 몰기 위해서는 ‘강제 기초 훈련(CBT)’을 이수하고 ‘DL196’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훈련은 총 5단계로 구성되며, 단순 이론이 아닌 실제 조작법과 도로 주행 능력을 꼼꼼히 평가한다. 면허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교육을 새로 받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돼 배달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박탈된다. 프랑스는 2024년 1월부터 모든 배달 플랫폼에 라이더 안전 교육과 장비 제공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했다. 이를 어길 시 최고 37만5000유로(약 6억5000만 원)의 벌금을 물릴 만큼 제재 수위가 높다. 국내에서도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따라 올해 12월 3일부터 배달 플랫폼은 라이더와 계약하기 전 교통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법 시행을 앞두고도 실제 교육을 담당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이륜차 실습 시설은 경북 상주, 경기 화성, 강원 인제 등 전국 6곳에 불과하다. 연간 배달업 신규 종사자가 2만∼5만 명으로 추산되고 1곳당 연간 교육 인원이 1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센터 확충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전국에 최소 24곳 이상의 교육 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우선 온라인 교육 과정과 기존 6개 실습장을 병행 운영할 방침이다. 이어 2031년까지 전국 24곳에 실습 교육장을 마련하고 전문 강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실질적인 운전 습관 교정을 위해 실습장 추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윤진(국제부) 임유나(산업2부) 주현우(경제부)최효정(사회부) 한채연(산업1부) 기자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부아앙∼!’ 13일 오후 7시 반경 서울 영등포시장사거리.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 사이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파고들었다. 대각선으로 사거리를 가로지른 오토바이는 보행로 위로 거침없이 올라섰고, 행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섰다. 취재팀이 지켜본 1시간 동안 보행로를 주행한 오토바이는 17대에 달했다. 이곳은 경찰청이 지난달 16일부터 번호판 인식 단속 장치를 시범 설치해 이륜차의 보행로 통행을 단속한 전국 5곳 중 1곳이다. 단속 표지판이 무색하게 한 달간 이곳에서만 415건, 전국적으로는 978건이 적발됐다. ‘차는 찻길, 사람은 보행로’라는 수칙은 상식이고, 위반은 범칙금 4만 원에 벌점 10점이 부과되는 범법 행위다. 하지만 배달 산업이 커지고, ‘다들 어기니까’라는 방심이 겹치면서 보행로는 ‘무법 오토바이’의 무대가 됐다.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88명으로 전년보다 7.5% 늘었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2549명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핵심 원인이 됐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로드 리부트: 사망 제로를 향해’를 통해 무너진 도로 위 질서를 점검한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느슨해진 안전 의식을 다시 습관으로 안착시키자는 취지다. 첫 회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오토바이의 보행로 통행 실태를 조명했다.오토바이, 인도 보행자 사이 ‘칼치기’… 시민들 “부딪힐까 겁나”로드 리부트: ‘사망 제로’를 향해 〈1〉 인도를 보행자에 돌려주자 폭 2m 길 보행자 어깨 스칠듯 질주… “속도 빨라 아이들 크게 다칠라 걱정”5곳 시범단속, 하루 32건꼴 적발보행로 인명사고 매년 200명 이상… “라이더 인식변화 교육 시급” 지적배민, 연 1만 명 라이더 안전교육“저기 좀 봐.” 1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사거리의 보행로에서 헬멧을 쓰던 배달 기사가 머리 위를 가리키며 동료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가 가리킨 건 경찰이 설치한 ‘이륜차 보행로 통행 단속 장비’ 안내 표지판이었다. 잠시 표지판을 응시하던 운전자는 이내 오토바이에서 내려 차체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건널목을 건넜다. 오토바이를 끌고 이동하는 이른바 ‘끌바’였다. 이날 취재팀이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현장에서 목격한 18대의 오토바이 중 단속 장비를 의식해 끌바를 선택한 운전자는 그가 유일했다. 나머지 17대는 보행자 사이를 누비며 보행로를 차로처럼 질주했다.● 단속 비웃는 ‘보행로 폭주’, 1시간에 17대 주행이 사거리는 평소 오토바이 관련 사고와 보행로 통행 민원이 빗발치는 곳이다. 경찰청이 지난달 16일부터 번호판 인식 단속 장비를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인 전국 5개 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의 실태는 ‘단속’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했다. 보행로를 침범한 이들은 대부분 배달용 스쿠터 운전자였다. 배달 시간을 단 몇 초라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차로와 보행로 경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음식점까지 걸어가는 게 원칙이지만, 이들은 보행자의 어깨를 스칠 듯 지나쳐 가게 문 앞까지 오토바이를 몰았다. 현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한 스쿠터는 가게에서 음식을 픽업한 뒤 폭 2m 남짓한 좁은 보행로를 20m 이상 주행해 도로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걷던 남성이 급히 멈춰 서며 아이를 자기 몸 뒤로 숨기기도 했다. 보행자의 등 뒤 사각지대에서 빠른 속도로 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앞에서 시민들은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회사원 허모 씨(39)는 “보행로나 건널목에서 오토바이가 옆을 지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속도도 빨라 어린아이들이 크게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러한 ‘무법 주행’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 달간 이곳 영등포시장 사거리에서만 총 415건의 보행로 통행이 적발됐다. 울산 중구 병영 사거리(457건)를 포함해 서울 중랑구 상봉역 앞 교차로(68건), 경기 수원시청 앞(19건) 등 전국 5개 지점의 전체 적발 건수는 978건에 달했다. 단속 장비가 번호판을 찍고 있는데도 하루 32건꼴로 위반이 이어진 셈이다.● 가중 처벌에도 사고 속출, ‘자토바이’ 사각도현행 도로교통법 제13조는 차량 운전자의 차도 통행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이를 어기고 보행로로 주행할 경우 벌점 10점에 범칙금 4만 원(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 단순 법규 위반을 넘어 보행로에서 보행자와 충돌해 인명 피해를 내면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보행로 위 인명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보행로에서 오토바이와 부딪혀 다친 사람은 최근 5년간 매년 200명 이상 발생했다. 2021년과 2022년, 그리고 지난해엔 각각 1명의 보행자가 오토바이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새로운 사각지대도 등장했다. 이른바 ‘자토바이’로 불리는 고출력 전기자전거다. 외형은 오토바이와 흡사하지만 번호판이 없어 현재의 지능형 단속 장비로는 적발이 불가능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최고 속도가 시속 25km 미만인 기기는 자전거로 분류돼 번호판 부착이나 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 “단속은 임시방편, ‘기본’ 세우는 교육 시급” 경찰은 6월까지 주요 지점에서 번호 인식 장비로 오토바이의 보행로 통행 위반을 시범 단속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를 분석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명대 이하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오토바이의 보행로 침범을 비롯해 일상에서 당연시되는 위법 운전 습관이나 ‘빨리빨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단속만큼이나 운전자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주재홍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은 “전국적으로 오토바이 운전자를 실질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확충해 운전 습관 자체를 교정하는 교통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오토바이의 보행로 침범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경기 하남시에 ‘배민라이더스쿨’을 운영하며 지난해 5700명에 이어 올해 1만 명의 라이더에게 안전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 과정에는 보행로 주행의 위험을 경고하고, 실제 현장에서 끌바를 습관화하는 실습이 포함된다. 도로교통공단도 지난해 배달 플랫폼과 함께 소속 라이더 등 2만5260명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교육을 진행했다. 14일 교육에 참여한 마모 씨(61)는 “범칙금을 낸 적이 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보행로 주행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윤진(국제부) 임유나(산업2부) 주현우(경제부)최효정(사회부) 한채연(산업1부) 기자}

경찰청이 ‘MZ(밀레니얼+Z)세대 조직폭력배’를 겨냥해 36년 만에 범죄단체 관리 체계를 개편하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온라인에서 세력을 넓히는 MZ 조폭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 ‘폭력단체’ 중심의 감시망을 ‘범죄집단’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조직범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관리체계 개편 계획’을 마련해 이달 초 시도 경찰청에 하달했다. 1990년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유지되어 온 조폭 관리 지침을 시대 변화에 맞춰 큰 폭으로 수정한 것이다. 계획의 골자는 관리 대상을 기존 폭력조직 중심에서 ‘조직적으로 통솔 체계를 갖춰 범행하는 단체’로 넓히는 것이다. 즉, 폭행과 협박 등 폭력범뿐 아니라 마약 유통이나 온라인 사기범 가운데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이들까지 감시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경찰이 조폭 관리 명단에 신규 조직을 등재하려면 폭력행위처벌법상 ‘폭력단체’에 해당해야 했다. 폭력 행위를 지속하려는 목적과 지휘 체계가 뚜렷해야 조폭으로 본 것이다. 기존 관리 대상 조직에 신규 조직원을 포함해 감시할 때도 폭력 행위와 조직 가담 등 활동성이 모두 확인돼야 했다. 따라서 폭력을 부분적인 수단으로만 쓰거나 아예 동반하지 않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이나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범죄 조직에는 대응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이런 ‘디지털 조폭’도 관리 대상으로 포괄한다. 연 1회 신규 조폭 등재 여부를 심사하던 방식도 ‘상시 심사’로 바꾼다. 범죄단체 구성이나 활동 혐의로 기소되면 즉시 시도 경찰청이 심사위원회를 열어 관리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관련 조직이 프로젝트 형태로 모여서 범행한 뒤 해산하는 등 민첩해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관리 대상으로 선정되면 각 시도 경찰청 내 조폭 관리 전담 인력이 활동을 감시하고, 기존 조폭과의 연관성 여부를 들여다본다. 이들이 관련된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 각 광역수사대 조폭전담팀이 수사에 착수한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20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우회전을 하며 보행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를 그대로 지나쳤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여성 보행자가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걸음걸이가 조금만 빨랐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해당 승용차는 곧바로 경찰에 단속돼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을 부과받았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6월 19일까지 두 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인다.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20분부터 3시까지 40분 동안 대치역 사거리에서는 승용차 1대와 오토바이 2대 등 3대가 우회전 통행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앞서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18단지 사거리에서도 5대가 일시정지 의무를 어겨 단속됐다. 경찰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우회전 집중 단속을 벌였다. 경찰이 강조하는 핵심은 ‘우회전 시 일단 멈춤’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운전자는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일 경우 보행자 신호와 관계없이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또 전방 신호가 녹색이더라도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인 상황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일시 정지해야 한다. 하지만 도로 곳곳에서 상당수 차량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버스가 우회전을 시도해 보행자가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단속된 운전자는 “서행이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로 75명이 숨졌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49명의 2.9%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은 36.3%지만 우회전 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56%로 보행자 비중이 높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지난해 10월 비상장 공모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127명을 속여 18억 원을 뜯어낸 ‘MZ(밀레니얼+Z)세대 조직폭력배’ 5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로 구성된 이들은 “명령에 복종한다” 등 행동강령을 세우고 이를 어기면 구타하는 등 전형적인 폭력조직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이 관리하는 ‘조폭 명단’에는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MZ 조폭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지만 경찰의 감시망은 여전히 유흥업소 등에 머물러 있어 재범 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MZ 조폭 1.5배로 늘었는데 명단은 ‘고령화’20일 동아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경찰청 ‘전국 범죄단체(조폭) 조직과 구성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209개 범죄단체 5627명의 조직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30대는 2018명(35.9%)이었다. 2023년 2067명(37.1%)에 비해 그 규모와 비율이 모두 줄었다. 이 통계만 보면 전국의 조폭은 고령화하고 있고, 새로 유입되는 ‘젊은 피’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검거된 범죄조직 구성원 대다수는 10∼30대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로 638명이 새로 검거됐는데, 그중 538명(84.3%)이 40세 이하였다. 이는 2023년 364명보다 약 1.5배로 급증한 규모다. 실제로는 젊은 조직원이 활발히 범행을 저지르고 있지만, 경찰에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감시망 밖에서 활동하는 MZ 조폭의 사례는 전국에서 확인된다. 올 1월 부산경찰청에 적발된 2조 원대 ‘양방 베팅’ 온라인 도박 조직 23명은 길에서 선배를 만나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굴신 경례’를 했고 일부는 ‘칠성파’의 추종 세력으로 활동해 왔지만 모두 경찰 명단엔 없었다. 과거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송치된 전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서는 조폭으로 인지하고 수사해 검거까지 했지만 정작 경찰의 관리 명단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에서 마약류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남’ 신모 씨(당시 28세)는 도박 사이트 국내 총판으로 밝혀졌는데, 그와 얽힌 조직원 101명 중 신 씨를 포함한 92명은 조폭 관리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플랫폼 조폭’으로 진화, 1990년대식으론 못 잡아”이는 경찰의 낡은 조폭 관리 체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1990년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에 따라 조폭의 재범 억제를 위해 명단을 관리해 오고 있는데, 대다수는 ‘OO파’ 등 지역 중심 조직의 구성원이다. 과거 룸살롱이나 도박장 등을 기반으로 특정 지역을 장악하는 ‘나와바리(繩張り·영역) 조폭’이 주류였기에 이런 체계가 갖춰진 것이다. 반면 최근 등장한 MZ 조폭은 특정 범죄를 위해 전국에서 모였다가 해산하는 ‘프로젝트형 조직’에 가깝다는 게 일선 형사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사무실을 단기 임차해 단체 생활을 하거나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며 온라인 도박이나 투자 리딩 사기, 보이스피싱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과거처럼 조폭을 밀착 접촉하기 어려운 점도 현장의 고충이다. 한 강력계 형사는 “조폭이 ‘왜 나를 미행하느냐’며 법적 책임을 묻는 일까지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 조폭 등록은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로 송치된 이들 중 죄질이 나쁘거나 재범 위험이 큰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범죄조직선정위원회’에서 연 1회만 결정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완책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조폭을 ‘폭력조직’이 아닌 ‘조직적 범죄집단’으로 재정립하고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MZ 조폭은 SNS에서 외제차 등 재력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런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을 지낸 이구영 변호사는 “지역 경찰청별로 조직범죄 전담팀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내림세를 이어오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가 급증하면서 전체 사망자 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16일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4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2521명)보다 28명(1.1%)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사망자 증가의 결정적 요인은 ‘고령화’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43명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도로 위 사망자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운전자가 연루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구체적인 지표를 보면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2024년 4만2369건에서 지난해 4만5873건으로 8.3% 늘었다. 같은 기간 관련 사망자 역시 761명에서 843명으로 10.8% 증가했다. 65세 이상 보행자의 교통사고도 전년 대비 1.7% 증가한 1만1498건을 기록했다.이는 인구 구조 변화와 직결된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고,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도 563만 명으로 8.9% 늘어났다. 운전대를 잡거나 도로에서 걷는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사고 위험 노출 빈도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경찰은 고령 운전자의 실수를 기술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고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반면 고령자 사고를 제외한 다른 지표들은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9만3889건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고, 부상자도 2.4% 감소한 27만175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주 운전 사고는 1만351건으로 전년보다 6.2% 줄었으며, 관련 사망자도 121명으로 12.3% 감소했다. 화물차 교통사고 역시 1.0% 줄어들며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배달 수요와 연동된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388명으로 전년(361명) 대비 7.5% 증가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청은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2개월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2023년부터 도입된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켜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는 총 1만4650건이 발생해 75명이 숨지고 1만8897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명은 보행자였고, 이 중 28명(66.7%)은 승합차나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이 36.3%인 점과 비교하면 우회전 사고는 보행자에게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우회전 보행 사망자 중 65세 이상은 23명이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교차로 등에서 우회전하려는 경우, 진행하던 방향의 신호가 빨간불이면 정지선·건널목·교차로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 파란불이라도 우회전 방향 건널목에 사람이 있으면 멈춰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를 기준으로 범칙금 6만 원, 벌점 10점이 부여된다. 경찰은 우회전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을 하는 한편 차체가 상대적으로 커 우회전 시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버스·화물차 등의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교육·홍보도 실시할 방침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청은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2개월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2023년부터 도입된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켜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는 총 1만4650건이 발생해 75명이 숨지고 1만8897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명은 보행자였고, 이 중 28명(66.7%)은 승합차나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이 36.3%인 점과 비교하면 우회전 사고는 보행자에게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우회전 보행 사망자 중 65세 이상은 23명이었다.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교차로 등에서 우회전하려는 경우, 진행하던 방향의 신호가 빨간불이면 정지선·건널목·교차로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 파란불이라도 우회전 방향 건널목에 사람이 있으면 멈춰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를 기준으로 범칙금 6만 원, 벌점 10점이 부여된다. 경찰은 우회전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을 하는 한편 차체가 상대적으로 커 우회전 시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버스·화물차 등의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교육·홍보도 실시할 방침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된 첫 사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특수활동비 결제 의혹’ 무혐의 처분을 둘러싼 고발 건인 것으로 확인됐다.13일 공수처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과 해당 사건을 담당한 부장검사를 상대로 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피고발인이 검사인 사건은 관련 법령에 따라 공수처로 넘겨야 하는 의무 이첩 대상이다.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4월 9일 기준으로 총 104건의 법왜곡죄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했다”며 “이 중 2건은 이송했다. 이송된 사건 중 1건은 대상자가 검사로 의무적 통보 대상에 해당해 공수처로 넘겼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2년 3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여사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김 여사가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의류를 구매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약 3년 5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8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검찰은 이후 같은 해 10월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올해 1월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 역시 지난달 추가 수사로도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이에 서민위는 지난달 30일 박 지검장과 이주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를 법왜곡,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지난달 12일 재판소원제 시행 이후 지금껏 헌법재판소가 190건이 넘는 재판소원 청구를 사전 심사했지만 전부 사전심사 단계에서 탈락했다. 시행 전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아직까진 본격적인 심리를 받는 사건이 한 건도 나오지 않은 것. 법원 안팎에선 “헌재가 명백하게 기본권 침해가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헌재 “단순한 재판 불복은 안 돼”9일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재판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는 총 358건, 하루 12.8건꼴로 접수됐다. 대법원을 거친 사건뿐만 아니라 1, 2심 판결 취소를 구하는 사건도 다수 있었다. 재판소원 제도가 시작되면서 헌재는 매주 화요일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회의를 열어 청구된 사건들이 본안 판단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사전 심사하고 있다. 이 문턱을 넘은 사건에 대해서만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가 재판을 취소할지 본격 심리하게 된다. 현재까지 본안에 올라간 사건은 한 건도 없다. 1∼3차 사전심사에 올라간 194건은 모두 각하 결정으로 걸러졌다. 이 과정에서 헌재는 “단순한 재판 불복은 재판소원의 청구 사유가 아니다”라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한 장영하 변호사, 유튜버 쯔양을 협박한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낸 재판소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 징역 3년이 확정됐고 이후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두 사건을 모두 각하한 헌재는 “재판소원은 비상적 성격을 가지는 기본권 보호 제도”라고 결정문에 못 박았다. 개인의 권리 구제 차원을 넘어 헌법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어야 재판소원 청구 대상이라는 걸 분명히 한 것. 헌재는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한 경우는 재판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94건 중 절반이 넘는 128건(66%)이 청구 사유를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됐다.확정 판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청구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1호 사건’으로 접수된 시리아 난민 강제퇴거명령 취소 사건도 청구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재판소원은 2월 10일 이후 확정된 판결에 대해 30일 이내 청구해야 한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본안 회부의 기준을 예상보다 더 엄격하게 잡고 있다. ‘4심제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도를 장기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소원 도입 당시 모델이 된 독일에서도 사전심사를 통해 재판소원 청구를 엄격하게 걸러내고 있다. 지난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심리한 재판소원 4151건 중 인용된 건 49건(1.1%)에 불과하다. 2024년 인용률은 0.8%였다. 대만의 재판소원 인용률도 매년 0.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연구관 증원하고 임시청사 설립도 헌재는 연구 인력을 늘리는 등 보다 정교한 재판소원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연구관 20명을 연내 새로 채용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현재는 헌재 연구관 70여 명 중 8명이 재판소원 사전심사를 전담하고 있다. 본안 회부 사건이 나오면 재판소원 연구관을 늘릴 계획인데, 증원되는 20명 중 대부분이 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인력 증원에 대비해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 건물 한 층에 임시청사를 세우기로 하고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검찰 및 법원과 수사·재판 기록 송부 문제를 둘러싼 협의도 진행 중이다. 재판소원과 함께 도입된 법왜곡죄 역시 서울경찰청에만 조희대 대법원장 등 법관과 검사, 경찰 등 91명이 고발됐지만 아직 결론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조 대법원장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됐고 나머지 사건은 일선서에서 수사 중이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통일교 청탁 명목 샤넬 가방 수수 혐의 등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사진)에 대해 특검이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8일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 결심공판에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의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이 매우 크다. 원심의 선고량(징역 1년 8개월)은 너무 가벼워 항소심에서 바로잡아 달라”며 이처럼 구형했다. 벌금 20억 원과 9억6958만 원의 추징도 함께 요청했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피고인 신문에선 특검 측 21개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특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해 “거래량이 폭증할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는 질문엔 헛웃음을 지으며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항소심 선고는 28일로 예정됐다. 한편 ‘3대 특검’이 못다 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를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등으로부터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을 받는 과정에 최 씨도 관여했는지 추궁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파란불일 때 진입했는데 왜 나만 잡는 거예요.” 7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삼거리 교차로.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60대 남성이 단속하던 경찰관의 손짓에 차를 도로변으로 옮겨 멈춰 세운 뒤 “내 앞에 있던 차량과 뒤따르던 차량도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항의했다. 이 운전자는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이긴 했지만 이미 다른 방향 도로의 통행을 막을 정도로 정체된 상태에서 교차로에 진입해 ‘꼬리물기’로 단속됐다. 연신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경찰은 운전자에게 범칙금 4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부과했다.● 서울 전역서 1분에 6대꼴로 단속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연세대 앞 교차로와 서울 송파구 신천나들목 일대, 서울 서초구 양재나들목 일대 등 주요 교차로와 전용도로 진·출입로 45곳에서 출근길 꼬리물기와 끼어들기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이날 연세대 앞 교차로에서는 꼬리물기로 좌회전한 승용차 탓에 다른 방향 차로가 막히면서 버스와 택시가 뒤엉키는 혼잡한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양재나들목을 빠져나가는 도로에선 끼어드는 차량과 끼워주지 않으려는 차량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은 경광봉을 들고 도로 중앙에서 끊임없이 손짓하며 법규 위반 차량을 이동시켰다. 단속된 운전자들은 대부분 “앞차를 따라가다가 신호를 못 봤다”며 수긍했지만, 일부는 “어쩔 수 없는데 너무하다”며 “신호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양재나들목에서 서울 방면으로 나가기 위해 좌회전 차선으로 끼어들다가 단속된 한 고속버스 운전사는 “과천 쪽에서 오는 직진 차량이 너무 많아서 좌회전을 하려면 끼어들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걸 단속하는 것이 맞느냐”며 “끼어들기를 못하면 하루 종일 도로에 서 있어야 한다. 요즘엔 기름값도 비싼데 하루에 17만 원 벌어서 딱지 떼면 나한테 떨어지는 돈이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끼어들기는 차선이 실선이든 점선이든 상관없이 줄을 서 있는 차량 앞으로 들어가면 다 해당된다”며 “꼬리물기는 교차로의 황색 정차지대에 정차하면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신호가 파란불이라고 무조건 앞차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다.● “끼어들기, 꼬리물기로 2차 사고 위험” 불과 1시간가량 이어진 단속에선 끼어들기 231건, 꼬리물기 91건 등 총 358건이 적발됐다. 1분에 6대꼴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 이 가운데 범칙금 등 현장 단속 조치는 243건이었고, 계도 조치는 115건이었다. 지난해 11월 3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약 5개월간 꼬리물기, 끼어들기로 경찰에 단속된 차량은 총 2만3825건으로, 이전 해 같은 기간 9953건이 단속된 것에 비해 139.4%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꼬리물기나 끼어들기가 특히 교통 흐름을 막고 또 다른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꼬리물기와 끼어들기를 포함한 교차로 위반 사고는 1만246건 일어났고 이로 인해 31명의 사망자와 1만506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차량 접촉사고는 속도 차이가 클 때 나는데, 끼어들려고 속도를 줄이면 다른 차량이 추돌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이 같은 운전 행태는 단속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파란불일 때 진입했는데 왜 나만 잡는 거예요.”7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삼거리 교차로.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60대 남성이 단속하던 경찰관의 손짓에 차를 도로변으로 옮겨 멈춰세운 뒤 “내 앞에 있던 차량과 뒤 따르던 차량도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항의했다. 이 운전자는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이긴 했지만 이미 다른 방향 도로의 통행을 막을 정도로 정체된 상태에서 교차로에 진입해 ‘꼬리물기’로 단속됐다. 연신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경찰은 운전자에게 범칙금 4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부과했다.● 서울 전역서 1분에 6대 꼴로 단속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연세대 앞 교차로와 서울 송파구 신천나들목 일대, 서울 서초구 양재나들목 일대 등 주요 교차로와 전용도로 진·출입로 45곳에서 출근길 꼬리물기와 끼어들기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이날 연세대 앞 교차로에서는 꼬리물기로 좌회전한 승용차 탓에 다른 방향 차로가 막히면서 버스와 택시가 뒤엉키는 혼잡한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양재나들목을 빠져나가는 도로에선 끼어드는 차량과 끼워주지 않으려는 차량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들은 경광봉을 들고 도로 중앙에서 끊임없이 손짓하며 법규 위반 차량을 이동시켰다.단속된 운전자들은 대부분 “앞차를 따라가다가 신호를 못봤다”며 수긍했지만, 일부는 “어쩔 수 없는데 너무하다”며 “신호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양재IC에서 서울 방면으로 나가기 위해 좌회전 차선으로 끼어들다가 단속된 한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과천에서부터 오는 직진 차량이 너무 많아서 좌회전을 하려면 끼어들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걸 단속하는 것이 맞느냐”며 “끼어들기를 못하면 하루종일 도로에 서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기름값도 비싼데 하루에 17만 원 벌어서 딱지 떼면 나한테 떨어지는 돈도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경찰 관계자는 “끼어들기는 차선이 실선이든 점선이든 상관없이 줄을 서 있는 차량 앞으로 들어가면 다 해당된다”며 “꼬리물기는 교차로의 황색 정차지대에 정차하면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신호가 파란불이라고 무조건 앞차를 따라가면 안된다”고 했다.● “끼어들기, 꼬리물기로 2차 사고 위험”불과 1시간가량 이어진 단속에선 끼어들기 231건, 꼬리물기 91건 등 총 358건이 적발됐다. 1분에 6대 꼴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 이 가운데 범칙금 등 현장 단속 조치는 243건이었고, 계도 조치는 115건이었다.지난해 11월 3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5개월간 꼬리물기, 끼어들기로 경찰에 단속된 차량은 총 2만38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53건이 단속된 것에 비해 139.4% 늘어났다.전문가들은 꼬리물기나 끼어들기가 특히 교통 흐름을 막고 또 다른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꼬리물기와 끼어들기를 포함한 교차로 위반 사고는 1만246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31명의 사망자와 1만506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차량 접촉사고는 속도 차이가 클 때 나는데, 끼어들려고 속도를 줄이면 다른 차량과 추돌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이같은 운전 행태는 단속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고문 기술자’로 불리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인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8·사진)가 25일 숨졌다. 이 씨는 2023년 부인과 사별한 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였다. 1970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 씨는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일했다. 1980년대 공안 사건을 수사하며 전기·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1985년에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강제 감금하고 고문했다. 김 전 장관은 평생 고문 후유증을 앓았고, 역시 이 씨에게 고문당했던 납북 어부 김성학 씨는 장애인이 됐다. ‘남영동 1985’ 등 군사정권 시대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수사관은 그를 모티브로 삼았다. 1981년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학림 사건’으로 체포돼 이 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이근안이 진실로 사과를 했다면 본인도 구원을 받았을 것이고 피해를 입었던 여러 사람들의 응어리진 한도 많이 풀렸을 것”이라며 “그래야 역사의 화해가 되는 것인데, 그가 마지막에 그런 길을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관절 뽑기, 전기 고문 등 악랄한 고문 수법을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실명을 감췄다. 대신 ‘박 중령’, ‘불곰’ 등으로 불렸던 이 씨는 1988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 이후 수배 대상이 된 이 씨는 우편으로 사표를 낸 뒤 잠적했다. 11년의 도피 뒤 1999년 자수했고 이듬해 고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2006년 출소 후 개신교 목사가 되며 종교 활동에 나섰지만 2012년 목사직에서 면직됐다. 그는 2012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그때는 사상범을 잡는 게 애국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고문 피해자를)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이 씨의 사망 소식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실거래가보다 1억8000만 원 비싸게 샀다고 신고해 시세를 띄운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판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26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시세조작범 3명을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거래를 주도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지인을 매도인으로, 가족은 매수인으로 각각 꾸며 아파트값을 올려 판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5개월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부동산 사범 1493명을 단속해 그중 7명을 구속했다. 이번 단속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은 집값 띄우기와 부정 청약, 기획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비리, 농지 불법 투기 등을 부동산 시장을 해치는 8대 불법행위로 선정하고 수사해 왔다. 단속된 1493명 가운데 ‘공급 질서 교란’이 448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지 투기’ 293명, ‘집값 띄우기’ 등 불법 중개 행위 25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재건축·재개발 비리로 단속된 사례는 199명이었다.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는 219명이 농지 투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개발 호재 정보를 입수하고 실제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는데도 농지를 사들인 혐의(농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중엔 땅을 산 뒤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경작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이른바 ‘중개 카르텔’을 형성해 시장 질서를 교란한 이들도 단속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친목 단체를 만들어 비회원 중개사와의 공동 중개를 원천 봉쇄한 35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공동 중개는 매물 노출 기회를 넓혀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식이지만, 이들은 담합을 통해 시장 독점을 시도했다. 이 같은 담합은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강남 지역에서 공인중개사 ‘담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부동산감독추진단은 즉시 현장 확인 점검 및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2월 가족 회사에 재직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든 뒤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된 일가족 3명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국토교통부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혜택을 받기 위해 서류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고문 기술자’로 불리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인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8)가 25일 숨졌다. 이 씨는 2023년 부인과 사별한 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였다.1970년 7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한 이 씨는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일했다. 1980년대 공안 사건을 수사하며 전기·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1985년에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화 인사들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강제 감금하고 고문했다. 김 전 장관은 평생 고문 후유증을 앓았고, 역시 이 씨에게 고문당했던 납북 어부 김성학 씨는 장애인이 됐다. ‘남영동 1985’ 등 군사정권 시대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수사관은 그를 모티브로 삼았다.1981년 간첩 조작 사건인 이른바 ‘학림사건’으로 체포돼 이 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이근안이 진실로 사과를 했다면 본인도 구원을 받았을 것이고 피해를 입었던 여러 사람들의 응어리 진 한도 많이 풀렸을 것”이라며 “그래야 역사의 화해가 되는 것인데, 그가 마지막에 그런 길을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그는 관절 뽑기, 전기 고문 등 악랄한 고문 수법을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실명을 감췄다. 대신 ‘박 중령’, ‘불곰’ 등으로 불렸던 이 씨는 1988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 이후 수배 대상이 된 이 씨는 우편으로 사표를 낸 뒤 잠적했다. 11년의 도피 뒤 1999년 자수했고 이듬해 고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2006년 출소 후 개신교 목사가 되며 종교 활동에 나섰지만 2012년 목사직에서 면직됐다. 그는 2012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그때는 사상범을 잡는 게 애국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고문 피해자를)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이 씨의 사망 소식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실거래가보다 1억8000만 원 비싸게 샀다고 신고해 시세를 띄운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판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26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시세조작범 3명을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거래를 주도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지인을 매도인으로, 가족은 매수인으로 각각 꾸며 아파트값을 올려 판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5개월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부동산 사범 1493명을 단속해 그중 7명을 구속했다.이번 단속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은 집값 띄우기와 부정 청약, 기획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비리, 농지 불법 투기 등을 부동산 시장을 해치는 8대 불법행위로 선정하고 수사해 왔다. 단속된 1493명 가운데 ‘공급 질서 교란’이 448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지 투기’ 293명, ‘집값 띄우기’ 등 불법 중개 행위 25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재건축·재개발 비리로 단속된 사례는 199명이었다.경기 화성시 일대에서는 219명이 농지 투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개발 호재 정보를 입수하고 실제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는데도 농지를 사들인 혐의(농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중엔 땅을 산 뒤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경작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이른바 ‘중개 카르텔’을 형성해 시장 질서를 교란한 이들도 단속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친목 단체를 만들어 비회원 중개사와의 공동 중개를 원천 봉쇄한 35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공동 중개는 매물 노출 기회를 넓혀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식이지만, 이들은 담합을 통해 시장 독점을 시도했다. 이 같은 담합은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강남 지역에서 공인중개사 ‘담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부동산감독추진단은 즉시 현장 확인 점검 및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충북 청주시에서는 2월 가족 회사에 재직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든 뒤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된 일가족 3명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국토교통부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혜택을 받기 위해 서류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