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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가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은 같았다. 동아일보는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이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계엄을 막은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날의 염원이 잊혀지면 다음 위기에서는 민주주의가 버티지 못한다”는 경고였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 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뛰어나와 국회로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 불안과 혼란 속에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군경과 마주한 시민들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집을 나서며 혹시 구금될 상황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 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담장 앞에서 겁이 밀려왔지만,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부부는 그 ‘즉석 사다리’를 붙잡고 담을 넘었다.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33)는 처음에는 ‘혹시라도 표결이 무산돼 잡혀가는 건 아닐까’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서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용기가 났다고 했다.● 본회의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 시스템을 가동할 기술 인력이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는 그 역할을 맡았다. 가까스로 국회에 도착했을 때 그를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그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말을 거는 등 시선을 돌려 도움을 줬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39) 김영완 주무관(51)은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본관 1층으로 달려갔다. 진압군이 깨진 유리를 군홧발로 밟으며 들어서고 있었다. 박 주무관은 군인이 든 소총 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모였던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수백 명이 따라 불렀다. 박민상 씨(25)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이었다”고 했다. 한광섭 행정사(56)는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상식 있는 사람들 덕분에 권력의 오작동을 멈출 수 있었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남았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계엄 해제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때 희생된 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며 국회를 지킨 배경을 설명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누군가는 가족과 집에 있다가, 또 누군가는 국회에서 근무하다가 그곳으로 향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는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 하나로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뛰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시민들은 처음엔 믿기 힘든 ‘당혹’을, 이후엔 모여든 사람 속에서 ‘연대’를, 그리고 계엄 해제 순간에는 ‘안도와 벅참’을 떠올렸다고 공통으로 증언했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섰던 군·경은 ‘고통’과 ‘후회’를 털어놨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평범한 화요일 밤을 보내던 중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신발을 챙겼다. 강남구 자택에서 국회까지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기 낸 이들도 있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암울한 미래가 머리에 그려졌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게 할 순 없었다.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가서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한 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심했다. ‘어차피 잠 자긴 글렀는데, 머릿수라도 보태는 게 낫겠지.’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뒤숭숭하다. 어디 나가지 말아라.” 김 씨는 “네”라고 대답하면서 길을 나섰다.마포구에 살던 이석찬 씨(33)는 국회를 향해 무작정 달렸다. 빌릴 수 있는 따릉이가 한 대도 없었고, 택시도 안 잡혔다. 박민상 씨(25)는 연인과 저녁을 먹고 귀가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누구에게 설명할 정신도 없이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상공에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잠든 임산부 아내에게 차마 ‘국회로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차를 끌고 나왔다. 그는 “장갑차가 진입한다면 내 차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향했다”고 했다.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밤중 4시간 동안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담 넘고 3겹 스크럼… 연대가 솟았다”혼란한 마음을 안은 이들이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시민들은 군·경이 마주 선 자리에서 긴장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강동구 자택을 나서며 혹시 모를 구금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국회 담에 걸린,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는 순간 불안감이 사라졌다. 김 씨 부부는 그렇게 ‘즉석 사다리’를 붙들고 담을 넘었다.국회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는 처음에는 다들 ‘혹시라도 표결이 실패해 우리가 잡혀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같은 두려움을 안고 나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는 ‘잡혀가면 잡혀가는 거지. 설마 죽이기까지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스크럼에 섰다.군·경과의 충돌을 막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강영수 노무사는 “격해지는 순간마다 오히려 시민들이 경찰을 말렸다”고 했다. “이분들도 갑자기 끌려나온 거라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본회의 시스템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국회에는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도 있었다. 본회의를 열어도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도 그중 한 명이었다.3일 오후 11시 40분경 이 이사가 국회에 도착했을 때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눈짓을 줬다. ‘내가 막을 테니 들어가라’는 의미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이 이사는 바리케이드를 디딤돌 삼아 담장을 넘었고, 본관까지 전력 질주했다. 가까스로 도착해 투표 시스템을 열었는데, 투표 단말기가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작동했다. 천운이었다.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 주무관(39)은 의원회관에서 당직을 서던 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 본관 1층으로 달려가니 군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깨진 유리조각이 군화에 밟히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군인이 든 소총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가결 후 환호보다 컸던 안도의 한숨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벅찬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석찬 씨는 “가결 직후 환호성보다 ‘휴’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더 컸다”고 했다. 이내 국회 밖에서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수백 명의 시민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박민상 씨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하지만 계엄 해제 직후에도 사람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국회 앞에 있었던 한광섭 행정사(56)는 “돌아보면 ‘우리가 이겼다’는 승리감도 분명 있었지만, 그땐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훨씬 컸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시민은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과거가 현재를 붙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을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을 직접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날 희생된 이들을 떠올리며 살아왔다”며 “그때 누군가가 지키지 못했다면, 이번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18 때 어른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계엄 1년. 그날 국회를 지킨 시민 15명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들이 계엄을 막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국회 앞에 켜졌던 불빛과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야, 다음 비상 상황에서도 민주주의가 버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스스로에게 자긍심…인간에 대한 신뢰 생겨”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 당시 국회로 달려와 군 병력에 맞섰던 시민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성하는 내밀한 기억으로 남았다. 국회 앞에서 뛰고, 붙잡고, 밀치며 서로를 확인했던 순간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를 되살린 시간이었고, 동시에 ‘그날 그곳에 있었던 나’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김영완 주무관(51)은 지금도 국회를 지킨다. 언성을 높이는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늦은 밤에 불 꺼진 국회를 순찰하는 일상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예전에 국회는 직장으로서 의미가 더 컸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공간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대학원생 김규리 씨는 최근 졸업 논문 심사를 앞두고 부쩍 바빠졌다. 김 씨는 비상계엄 이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지만, 계엄 당일 이후 꾸준히 집회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예비 심사를 앞두고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때였는데, 시민들과 연대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며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순간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최영신 씨는 “계엄 직후 한동안 군 헬기가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렸다”면서도 “현장에서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던 경찰과 군인을 목격하며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한일환 씨는 “1년 전 비상계엄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이젠 교단에 서야 하는 동력이 되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그는 “그날 현장에 있던 내가 잡혀갔다면 똑같이 말하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전엔 사회생활에서 튈까 조심했지만, 이제는 해야 할 말은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박유수 주무관은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말을 더듬게 된다고 한다. 13년간 방호 업무를 해왔지만, 그날만큼 급박한 순간은 없었다. 본 회의장 2층에서 수십 명의 군인을 마주한 순간은 큰 충격으로 남았다.시민들은 계엄 이후 양극화된 사회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씨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취약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계엄 속보를 접한 순간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망설임 없이 국회로 향한 직장인 류호성 씨(34)는 “계엄은 시민들의 힘으로 하루 만에 끝났지만, 군부독재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중대한 사안이었다”며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황인수 신부는 지금의 상황을 ‘솔로몬의 재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계속 서로를 적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반쪽짜리 아기라도 차지하겠다는 식으로 자기 이익만 앞세우면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서로를 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가정집, 백화점, 어린이집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 12만여 대가 해킹돼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렇게 탈취한 영상을 불법 촬영물로 편집·판매한 이들을 붙잡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0일 IP 카메라 해킹 피의자 4명을 검거하고, 영상물을 성착취물로 제작·판매한 A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로 공범 관계는 아니며 각자 별도의 방식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카메라에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IP 카메라는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어 가정에서는 자녀나 반려동물 모니터링,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방범용으로 널리 쓰인다. 피의자들은 이런 특성을 악용해 보안 설정이 취약한 카메라를 무작위로 찾아내 접속했고, 내려받은 영상을 성착취물이나 ‘몰카’ 형식으로 재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된 장소는 백화점, 병원, 사진관, 코인노래방, 폴댄스 연습실, 음식점, 어린이집 등 업종과 공간을 가리지 않았다. 비밀번호가 단순하거나 여러 기기에 동일하게 설정된 취약점을 노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20대 남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6만3000대의 카메라를 해킹해 545개의 불법 영상을 제작했다. 이후 해외 불법 사이트에 팔아 3500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인 30대 남성도 7만 대를 해킹해 648개 영상을 제작·판매해 약 1800만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올린 영상이 해당 해외 사이트의 최근 1년 게시물 중 62%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30대 자영업자는 1만5000대를, 30대 회사원은 136대를 해킹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자영업자는 해킹 영상 일부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까지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 촬영물을 구매하거나 시청한 이용자 3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해외 서버 기반의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는 인터폴 등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피해가 확인된 장소 58곳에 비밀번호 변경 및 기기 점검을 안내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력해 영상 유출 위험이 높은 IP 카메라 제조사·유통사·사업장도 점검하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전담 경찰관 지정, 삭제·차단 요청 지원 등 보호 조치도 병행하며,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쿠팡의 이번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은 쿠팡에서 이미 퇴직한 중국 국적 직원의 소행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쿠팡 측은 경찰에 ‘신원불상자’를 대상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에 제출한 사건경위 보고서에는 전 중국 국적 직원이 쿠팡의 해외 서버를 통해 국내 메인 서버에 무단 접근했다는 등 범행 정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 체류 중 개인정보를 빼돌린 뒤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경찰과 쿠팡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퇴사 후 해외로 나간 상태에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며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유출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회사 측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전 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이메일 발송자가 빼돌린 개인정보를 이미 제3자에게 전달하거나 판매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디지털 포렌식 등 추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쿠팡 서버의 인증 절차, 즉 로그인 과정 자체가 취약한 점이 이번 정보 유출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최초 신고서에 따르면 공격자는 ‘유효한 인증 없이 접근한 기록이 발견됐고, 서명된 액세스 토큰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돼 있다. 액세스 토큰은 특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유통업계는 해당 직원이 IT 개발자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적 직원이라면 개인정보 접근 프로세스 개발자일 가능성이 있다”며 “쿠팡 정도 규모의 보안 체계를 고려하면 직원 단독 범행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30일 중국 국적 직원의 소행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의 영역”이라며 “저희는 경찰과 정부 기관에 적극 협조 중이며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면 그런 부분은 명확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보 유출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외국 기업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쿠팡은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하다 보니 쿠팡 고객 정보는 국내 소비자를 겨냥하는 다른 업체에 매력적인 표적”이라며 “유출된 내용이 한국 시장을 공략할 때 유용한 내용이다 보니 다크웹 같은 곳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수백억 원에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출 사고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최대 경쟁자인 쿠팡을 흔드는 사건이 터진 것”이라며 “유출된 정보들이 C커머스로 흘러들어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가 해킹으로 44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합병을 공식화한 다음 날 대규모 해킹 사고가 난 것이다. 6년 전 같은 날인 2019년 11월 27일에도 북한 정찰총국 산하 조직의 해킹으로 580억 원가량의 가상자산이 유출된 바 있다. 업비트는 27일 오전 4시 42분경 약 445억 원에 해당하는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의 가상자산이 업비트가 지정하지 않은 알 수 없는 지갑 주소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자산은 솔라나를 포함한 총 24개의 가상자산이다. 솔라나 플랫폼은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가상자산 플랫폼이다. 업비트는 비정상적인 출금 행위를 인지하자마자 회원 자산 보호를 위해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면적인 점검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및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마쳤다. 오경석 업비트 대표는 “회원들의 자산에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액 업비트의 자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라 해킹과 전산 사고 등에 대비한 업비트의 준비금은 9월 말 기준 670억 원이다. 앞서 업비트는 6년 전인 2019년 11월 27일 같은 날 당시 시세로 580억 원에 달하는 이더리움 34만2000여 개를 탈취당한 바 있다. 당시 해킹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와 ‘안다리엘’의 범행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업비트는 피해 자산 전액을 회사 자산으로 충당해 고객 피해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해킹이 재발한 것에 대해 보안의 허술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분야의 한 변호사는 “보안 허점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 준다”며 “업비트가 해킹 사실을 늦게 알리는 바람에 이용자가 자산을 늦게 인출했을 수 있으니 ‘늑장 고지’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이날 발생한 업비트 해킹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업비트 해킹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하고, 운영사인 두나무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대통령실은 27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 상향, 해외주식 보유세 신설 등 내용이 담긴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허위 담화문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며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 명의의 허위 담화문이 온라인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해당 담화문을 발표한 사실이 없으며 담화문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고 했다.이날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국민 담화문’이란 제목으로 유포된 이 글에는 “지금 우리 경제는 심각한 외환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보유액이 빠른 속도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 현행 22%에서 40%로 상향하고, 해외주식에 연 1% 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대통령실은 “대통령 명의를 도용한 허위 조작 정보의 유포는 매우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대통령실은 허위 조작 정보의 생산, 유포 행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허위 담화문 유포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유포 경위를 추적하여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가 해킹으로 44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2019년 11월 27일 북한 정찰총국 산하 조직의 해킹으로 580억 원가량의 가상자산이 유출된 지 6년이 지난 같은 날 대규모 해킹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공교롭게도 전날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을 공식화했다.업비트는 27일 오전 4시 42분경 약 445억 원에 해당하는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의 가상자산이 업비트가 지정하지 않은 알 수 없는 지갑 주소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자산은 솔라나를 포함한 총 24개의 가상자산이다. 업비트는 비정상적인 출금 행위를 인지하자마자 회원 자산 보호를 위해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면적인 점검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및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마쳤다. 오경석 업비트 대표는 “회원들의 자산에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액 업비트의 자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라 해킹과 전산사고 등에 대비한 업비트의 준비금은 9월 말 기준 670억 원이다.앞서 업비트는 6년 전인 2019년 11월 27일 같은 날 당시 시세로 580억 원에 달하는 이더리움 34만2000여개를 탈취당한 바 있다. 당시 해킹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와 ‘안다리엘’의 범행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업비트는 피해 자산 전액을 회사 자산으로 충당해 고객 피해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공교롭게 같은 날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보안의 허술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산자산 분야의 한 변호사는 “보안 허점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업비트가 해킹 사실을 늦게하는 바람에 이용자가 자산을 늦게 인출했을 수 있으니 ‘늑장 고지’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다만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렉스셰어스 아시아의 오기석 사업 대표는 “한국 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게 될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다만, 해킹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의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이날 발생한 업비트 해킹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업비트 해킹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하고 운영사인 두나무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보이스피싱 등으로 검거된 조직폭력배(조폭)의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불법 사금융이나 주민 상대 협박 등으로 검거된 조폭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폭들이 협박이나 갈취 등 전통적인 수익 모델에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른바 ‘디지털 조폭’으로 변화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이버 범죄 조폭, 15배로 급증26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간 조직폭력배 특별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조폭은 총 236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보이스피싱, 스캠 사기, 온라인 도박 등으로 검거된 이들의 비중은 전체의 56.3%(1330명)였다. 상습 협박, 갈취·폭행 등으로 검거된 조폭(645명·27.3%)과 불법 사금융, 대부업 등으로 붙잡힌 조폭(388명·16.4%)을 합한 수치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협박, 갈취, 사채 등을 하는 전통적인 조폭보다 피싱, 스캠 등으로 돈을 버는 일명 ‘디지털 조폭’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2021년엔 디지털 조폭 비율이 전체 조폭 중 5.1%(84명)에 그쳤지만, 2023년 20%를 넘어선 뒤 지난해엔 1330명이나 됐다. 4년 새 15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올 상반기(1∼6월)에도 디지털 조폭은 전체의 34.9%(466명)에 달했다. 경찰은 조폭이 더이상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한 갈취나 이권 개입 등으로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없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돈이 되는’ 범죄인 피싱, 스캠 등 온라인 범죄로 범행 유형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해당 통계에서 집계되는 조폭이란 경찰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관리 대상으로 지적한 조폭 및 이들의 추종 세력 등을 의미한다. 경찰은 “통계에 포함되는 조폭들은 흔히 ‘OO파’라고 지칭되는 계보가 있는 조폭들”이라며 “조폭으로 인한 피싱 스캠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폭은 전국에 선후배, 형-동생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상위 조직에 ‘상납금’을 바쳐야 하는 특성 때문에 기존 피싱 스캠 조직보다 더 대규모로 범행을 한다는 것이다. 전인재 강원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장은 “위계질서와 상호 유대관계가 깊은 폭력조직원들이 피싱 스캠 등에 개입할 경우 검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등 해외 연계 범죄도 늘어나 이러한 조폭들은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근거지로 벌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과도 무관치 않다. 강원경찰청은 20일 캄보디아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조직에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유통한 조직원 59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는 강원,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 4개 폭력조직원 11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전원 20∼30대로 교도소 수감, 전국 폭력조직 간 연합 활동을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발견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을 유기한 이들 중 한 명도 경북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였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이들이 보이스피싱 등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송환 후 관련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조폭들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면서 범죄의 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디지털 공간이 익숙한 MZ세대로 조폭 연령대가 옮겨가며 자연스레 범행 유형도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이들이 조직의 윗선으로 올라가 범행이 커지기 전 신속한 수사와 검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부고장·청첩장 등으로 위장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120억 원을 편취한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 조직 13명을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베트남 고급 아파트 인근에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든 대형 가방이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외교 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호찌민에서 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파란색 대형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됐다. 시신은 인근 건물 경비원과 행인이 ‘가방에서 악취가 난다’고 현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건물 주변을 통제한 뒤 시신을 수습해 신원을 파악했고, 조사 결과 30대 한국인 남성으로 드러났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호찌민의 ‘랜드마크 81’이라는 지상 81층짜리 빌딩 앞이었다. 해당 빌딩은 저층부에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 상업 공간이 들어서 있고, 상층부에는 아파트와 호텔이 입주해 있다. 해당 빌딩은 461.2m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이 남성은 이곳에 공유숙박을 통해 방을 빌려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국인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방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비원 등이 다가오자 가방을 버려둔 채 도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 등은 아파트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신을 유기한 용의자 남성 2명이 해당 아파트에 단기 임대로 거주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소셜미디어에는 파란색 가방이 빌딩 앞에 놓여 있거나 현지 경찰이 가림막을 두르고 조사를 하는 장면 등이 찍힌 사진이 게재돼 있다. 특히 30대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이 앞뒤에서 파란색 가방을 밀고 끌면서 이동하는 사진도 ‘시신 가방을 운반 중’이라며 올라왔다. 해당 사진의 남성들은 몸에 문신을 한 채 고가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메거나 신발을 신은 모습이다. 외교 당국은 현지 경찰을 통해 남성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가족에게 장례 절차 등을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호찌민 총영사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지 공안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현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베트남 고급 아파트 인근에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든 대형 가방이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24일 외교 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호찌민에서 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파란색 대형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됐다. 시신은 인근 건물 경비원과 행인이 ‘가방에서 악취가 난다’고 현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건물 주변을 통제한 뒤 시신을 수습해 신원을 파악했고, 조사 결과 30대 한국인 남성으로 드러났다.시신이 발견된 곳은 호찌민의 ‘랜드마크 81’이라는 지상 81층짜리 빌딩 앞이었다. 해당 빌딩은 저층부에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 상업 공간이 들어서 있고, 상층부에는 아파트와 호텔이 입주해 있다. 해당 빌딩은 461.2m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이 남성은 이곳에 공유숙박을 통해 방을 빌려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국인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방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비원 등이 다가오자 가방을 버려둔 채 도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 등은 아파트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신을 유기한 용의자 남성 2명이 해당 아파트에 단기 임대로 거주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파란색 가방이 빌딩 앞에 놓여 있거나 현지 경찰이 가림막을 두르고 조사를 하는 장면 등이 찍힌 사진이 게재돼 있다. 특히 30대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이 앞뒤에서 파란색 가방을 밀고 끌면서 이동하는 사진도 ‘시신 가방을 운반 중’이라며 올라왔다. 해당 사진의 남성들은 몸에 문신을 한 채 고가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메거나 신발을 신은 모습이다.외교 당국은 현지 경찰을 통해 남성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가족에게 장례 절차 등을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호찌민 총영사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지 공안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현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하기 전 ‘바다의 관제탑’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를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VTS 관제사 1명당 책임져야 하는 해역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관제사 과실 여부를 넘어 업무 과중, 장비 활용 방식 등 관제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크기의 해역을 1명이 감시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3분경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약 1.6km 항해하다가 3분 후인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충돌했다. 하지만 담당인 목포 VTS 관제사는 이를 경고하지 않았고, 배가 좌초한 뒤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과 충돌 위험을 선박에 경고하는 VT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경은 “사고 당시 이미 경로를 이탈한 또 다른 선박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담당 관제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목포 VTS는 선박이 족도에서 300m 이내로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파악 중이다. 목포 VTS 측은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소형 선박에 대한 경보가 너무 자주 울려서 정상적인 관제에 방해가 돼 평소 끄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제사 사이에서는 ‘1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론도 나온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진도에서 목포까지 총 352㎢로 하루 평균 260척이 오간다. 이 중 사고 지점이 포함된 3번 섹터는 147.2㎢²로 경기 성남시(141㎢)보다 넓다. 이 섹터를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마다 교대로 관제한다. 즉, 성남시보다 넓은 해역을 관제사 1명이 맡는 구조다.● 세월호 이후 관제사 1명당 해역 1.3배로관제사 1명이 담당하는 해역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감시 대상을 지속해서 넓혀 왔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총 1만9336㎢였던 전국 VTS 관제 면적은 이달 기준 4만3908㎢로 2.3배로 넓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제사 인력은 347명에서 611명으로 1.8배로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제사 1명당 평균 담당 해역은 55.7㎢에서 71.9㎢로 1.3배로 늘었다. 관제사들은 “담당 해역 내 모든 상황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신호등도 없이 조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해상에서 급정거하는 선박이나 탐지가 어려운 소형 배 등 수십 척이 뒤엉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려면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를 늘리지 않고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은 업무 과중을 발생시켜 해상교통안전 역할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한국은 VTS 관할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다”며 “중점 감시 해역 지정이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사의 피로도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타실 비운 선장에게도 구속영장 신청 한편 해경은 23일 중과실치상과 선원법 위반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선장 김모 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난 곳처럼 좁은 수로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특히 김 씨가 최근 2년 동안 좁은 해역을 통과할 때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한 번도 지휘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습관적인 이탈이 사고의 배경이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에 앞서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는 사고 당시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하기 전 ‘바다의 관제탑’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를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VTS 관제사 1명당 책임져야 하는 해역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관제사 과실 여부를 넘어 업무 과중·장비 활용 방식 등 관제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크기의 해역을 1명이 감시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3분경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약 1.6km 항해하다 3분 후인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충돌했다. 하지만 담당인 목포 VTS 관제사는 이를 경고하지 않았고, 배가 좌초한 뒤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과 충돌 위험을 선박에 경고하는 VT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해경은 “사고 당시 이미 경로를 이탈한 또 다른 선박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담당 관제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목포 VTS는 선박이 족도에서 300m 이내로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파악 중이다. 목포 VTS 측은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소형 선박에 대한 경보가 너무 자주 울려서 정상적인 관제에 방해가 돼 평소 끄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관제사 사이에서는 ‘1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론도 나온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진도~목포까지 총 352㎢로 하루 평균 260척이 오간다. 이 중 사고 지점이 포함된 3번 섹터는 147.2㎢로 경기 성남시(141㎢)보다 넓다. 이 섹터를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마다 교대로 관제한다. 즉, 성남시보다 넓은 해역을 관제사 1명이 맡는 구조다.● 세월호 이후 관제사 1명당 해역 1.3배로관제사 1명이 담당하는 해역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감시 대상을 지속해서 넓혀 왔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총 1만9336㎢였던 전국 VTS 관제 면적은 이달 기준 4만3908㎢로 2.3배로 넓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제사 인력은 347명에서 611명으로 1.8배로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제사 1명당 평균 담당 해역은 55.7㎢에서 71.9㎢로 1.3배로 늘었다.관제사들은 “담당 해역 내 모든 상황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신호등도 없이 조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해상에서 급정거하는 선박이나 탐지가 어려운 소형 배 등 수십 척이 뒤엉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려면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를 늘리지 않고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은 업무 과중을 발생시켜 해상교통안전 역할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한국은 VTS 관할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다”며 “중점 감시 해역 지정이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사의 피로도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타실 비운 선장에게도 구속영장 신청한편 해경은 23일 중과실치상과 선원법 위반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선장 김모 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난 곳처럼 좁은 수로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특히 김 씨가 최근 2년 동안 좁은 해역을 통과할 때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한 번도 지휘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습관적인 이탈이 사고의 배경이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그에 앞서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는 사고 당시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가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보느라 항로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의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VTS)도 항로 이탈을 사전에 경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16분경 승객과 선원 267명이 탄 퀸제누비아2호를 좌초시켜 승객 30여 명의 부상을 초래한 혐의(중과실치상)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 족도와 충돌하기 3분 전인 오후 8시 13분경 1.6km 떨어진 해역에서 항로를 도착지인 목포삼학부두 쪽으로 틀지 않고 시속 43km로 직진해 선체를 암초에 충돌시킨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퀸제누비아2호는 자동항법장치로 움직였다. 박 씨는 초동 조사에서 “방향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휴대전화로 네이버 뉴스를 보는 등 잠시 한눈을 팔다가 운항을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족도와 충돌하기 100m 전에야 충돌 위험을 알게 돼 항로를 미처 변경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해경은 박 씨가 암초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레이다 장비가 있는 좌석에 앉았는데도 이를 사전에 알지 못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선장 김모 씨(65)가 자리를 지키지 않은 이유도 조사하고 있다. 선원법과 이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곳과 같은 좁은 수로에서는 선장이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하지만, 당시 김 씨는 조타실을 비운 상태였다고 한다. 김 씨는 중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퀸제누비아2호가 사고 발생 직전 약 3분간 통상 경로를 이탈해 무인도로 향했지만 VTS가 경고음을 울리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퀸제누비아2호와 목포 VTS는 해당 해역에 들어섰을 때 관례로 교신한 것 말고는 연락한 기록이 없다. 목포 VTS는 사고 직후 박 씨의 신고를 받고 좌초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119에는 승객이 먼저 신고했다. 한편 해경의 구조작전으로 승객과 선원은 사고 발생 3시간 10분 만인 19일 오후 11시 30분경 모두 구조됐다. 좌초 충격 여파로 30여 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해역은 좁고 물살이 빠른 위험 구간이어서 운항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며 “과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안 여객선 좌초]항해사, 폰으로 뉴스 보다가 충돌좁은 물길에선 ‘자동’보다 ‘수동’ 안전… 선원법엔 ‘선장이 직접 배 지휘’ 규정조타수 방향 틀지 않은 이유도 조사… 사고선박 4년새 6회 고장 운항 멈춰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된 2만6546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사고를 조사 중인 해양경찰은 20일 일등항해사로부터 “배를 자동으로 설정해 두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좁은 수역을 지날 때 직접 배를 지휘해야 할 선장은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안전을 총괄할 인력의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이 빚은 전형적 인재(人災)라는 점이 해경 초기 조사에서 나타난 것이다.● 위험 해역서 수동 운항 안해해경 조사에 따르면 사고가 난 신안군 해역은 ‘천사(1004)의 섬’이라는 별칭처럼 무인도와 암초가 많고, 그사이 좁은 물길을 오가는 연안 여객선이 빈번한 곳이다. 이런 협수로에서는 안전을 위해 자동 조종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선장이나 항해사가 지휘하고 조타수가 그에 따라 직접 수동으로 운전하는 것이 사실상 원칙이라는 게 해경과 전문가의 공통된 설명이다. 자동 조종장치는 완만한 운항에는 적합하지만,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땐 대응이 늦어 좁은 물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김황균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브리핑에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협수로에서는 원칙적으로 (자동 조종장치를) 끄게끔 돼 있다. 수동으로 (조종)하게 돼 있다”고 했다. 박상원 전남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도 “좁은 물길에서는 배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조타수와 그를 지휘하는 항해사가 2인 1조로 직접 앞을 보면서 조종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해경의 초기 조사 결과 일등항해사 박모 씨(40)는 사고 지점을 향해 자동 조타를 설정한 상태에서 수동으로 전환할 시기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초기 진술에서는 “변침(방향변경)하는 시기가 늦었다. 수동으로 방향을 전환하려 했지만 방향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후 “자동 조종으로 놓고 휴대전화로 네이버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박 씨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예정이다.사고 당시엔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41)가 홀로 키를 잡았다. 그가 배가 경로를 벗어났는데도 방향을 틀지 않은 이유도 조사 대상이다. 업계에선 선원 인력난 때문에 외국인 조타수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직접 지휘’ 규정에도 선장은 조타실 비워퀸제누비아2호 선장인 김모 씨(65)는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과장은 “당시 선장은 근무 시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좁은 물길을 지날 때는 (선장이) 규정상 조타실에 나와야 하는데 평소에도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선원법 9조 1항은 좁은 수로를 지날 때 선장이 직접 배를 지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휴식 시간에는 일등항해사에게 조종을 맡길 수 있지만, 좁은 수로를 지나거나 항구를 출입하는 등 선박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때는 직접 지휘해야 한다.퀸제누비아2호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가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운항관리규정에도 ‘율도 부근 등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에는 선장이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고 지점이 바로 율도 부근이다. 해경은 김 씨도 중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항해기록장치(VDR)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박 교수는 “사고 지점은 평소 사고가 거의 없었던 곳으로, 적절히 변침만 했어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구역”이라며 “당직 중 경계 유지, 좁은 수역에서의 수동 조타 등 기본 중 기본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사고 선박, 4년 새 6차례 고장퀸제누비아2호는 취항 이후 최근 4년여간 6차례 고장으로 운항을 멈췄다. 2021년 12월 ‘비욘드 트러스트호’라는 이름으로 인천∼제주 항로에 처음 투입됐는데, 취항 46일 만에 엔진 고장으로 운항이 중단되는 등 고장이 반복됐다. 다만 2022년 10월과 지난해 2월 선박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올 1월 제주항 부두 접안 과정에서는 강풍으로 인해 부두와 접촉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관계자는 “가벼운 접촉이라 정기적인 안전 점검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비욘드 트러스트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약 7년 8개월 만에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된 여객선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선박 소유주는 변동됐다. 첫 취항 당시 운항사였던 ‘하이덱스 스토리지’에서 2023년 12월 씨월드고속훼리가 선박을 인수했고, 이번 사고 전까지는 목포∼제주 항로에서 운항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규정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라며 법령 보완과 반복 교육을 통한 안전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석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국내 연안 여객선의 안전 운항 규칙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련 법령을 손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목포=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한채연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졸업}

경찰 공무원의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을 조사할 담당자로 2022년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에 참석했다가 좌천된 황정인 충남 서산경찰서장(총경·사진)이 내정됐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황 총경은 ‘헌법 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내정됐다. 정부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이끄는 경찰 TF에 황 총경을 보내 총 3개 반, 15명을 지휘하는 팀장을 맡길 예정이다. TF 구성이 완료되면 경찰은 자체 감사 인력에 외부 전문가까지 활용해 조직 내부에서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를 솎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대 7기인 황 총경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이던 2022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에 참석한 후 2023년 2월 경정급 직무인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계장으로 사실상 좌천 발령됐다. 이후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거쳤다. 경찰은 21일까지 조사팀 구성을 완료하고 경찰 공무원들의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황 총경은 2017년 한 지상파 방송 기자에게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총경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 공무원의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을 조사할 담당자로 2022년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에 참석했다가 좌천된 황정인 충남 서산경찰서장(총경)이 내정됐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황 총경은 ‘헌법 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내정됐다. 정부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이끄는 경찰 TF에 황 총경을 보내 총 3개 반, 15명을 지휘하는 팀장을 맡길 예정이다. TF 구성이 완료되면 경찰은 자체 감사 인력에 외부 전문가까지 활용해 조직 내부에서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를 솎아낼 전망이다.경찰대 7기인 황 총경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이던 2022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에 참석 후 2023년 2월 경정급 직무인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계장으로 사실상 좌천 발령됐다. 이후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거쳤다. 경찰은 21일까지 조사팀 구성을 완료하고 경찰 공무원들의 계엄 가담 여부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공직자의 12·3 비상계엄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구성 작업이 1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날 TF를 구성하라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가 49개 중앙행정기관에 전달됨에 따라 각 기관은 TF 규모 및 구성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공직사회 내 동요도 커지는 상황이다.● 관가에선 ‘음해성 투서’ ‘휴대전화 감찰’ 우려도 12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총리실은 전날(11일) 비상계엄 관련 조사 대상인 49개 중앙행정기관에 TF 구성 지시와 관련 지침을 전달했다. 군과 경찰, 기획재정부 등 12개 집중 점검기관은 다른 기관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군이나 경찰처럼 다수 인원이 비상계엄에 관여한 조직은 다른 기관처럼 10명의 인원만으로 TF를 운영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군 TF에는 군인이 아닌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히 총리실은 군의 경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에 계엄군이 출동한 경위, 12월 4일 계엄 해제가 의결된 뒤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장성 등을 태운 버스가 서울로 향한 점 등은 반드시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각 기관은 즉각 TF 구성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현재 TF 구성 방식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미 8월부터 감사관실 주도로 계엄 가담 부대 장성 및 영관급 장교 대상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진행해왔다. 특히 중장 이하 장성 인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대적인 인적 쇄신 전망이 나오는 만큼 진급 경쟁자를 막판 탈락시키기 위해 음해성 투서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비상계엄 관련 내부 회의록 등을 점검하며 조사를 준비 중이다. 경찰청은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필요시 기획조정·경무 기능 인력을 추가 차출해 TF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은 기동대 등 최소 1500명이 국회 봉쇄 등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찰 내부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일 현장에 동원됐던 기동대는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지만, 그 사실을 언급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총경이나 경정 이상급 간부는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결과에 따라 인사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세종 관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기재부는 21일까지 기획조정실 내에 자체 TF를 꾸리고 조사 대상, 행위 등을 정할 계획이다.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된 기재부는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계엄 예비비 관련 의혹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사회에선 수사 방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제보가 나오면 대면 조사에 이어 업무용은 물론이고 개인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하는데, 미제출 시 가중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사실상 강제 조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개인 휴대전화 조사는 공무원 내부 감찰 수준으로 필요시에만 본인 동의하에 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별건 수사처럼 다른 내용까지 찾아내 징계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尹 걱정한 공직자, 인사 불이익이라도 줘야”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일제히 TF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특검도 밝히지 못한 것을 어떻게 밝힌다는 것인가’라는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 질의에 “특검에서 (수사를) 하고 그것을 꼭 법원에서 처벌하는 것 말고도 징계 사유가 있는지 한번 볼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내란 동조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컨대 윤석열에게 안 좋은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걱정하는 언행으로 부하들의 지탄을 받았던 공직자가 있다”며 “(그런 공직자는) 증거가 없으면 징계는 못하더라도 상당한 소명이 이뤄진 경우라면 인사상 불이익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투서로 인한 부작용 우려에 대해선 “민주 정권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배터리의 작은 파손도 방치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이천시의 한 전기차 전문 정비소. 하부 배터리가 손상된 1t 전기 화물차를 점검하던 박영진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이날 광주에서 들어온 이 차는 도로 위 튀어 나온 배수로 덮개에 부딪히며 차 바닥에 있던 배터리 케이스에 손바닥만 한 금이 갔다. 사고 직후에는 주행에 문제가 없었지만 일주일 뒤 도로 한복판에서 갑작스레 시동이 꺼졌다. 금 간 틈새로 빗물과 습기가 들어가 배터리 회로를 손상시킨 것이다. 곧장 견인해 추가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3일에 1대꼴” 늘어나는 배터리 손상국내에 등록된 전기차가 9월 기준 85만 대를 넘어서면서 배터리 손상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박 대표는 “정비소에 배터리 손상 차량이 들어오는 빈도가 사흘에 한 대꼴”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돌로 인한 사고가 잦다. 전기차 구조상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어 과속방지턱 등 도로 요철이나 돌출물과 부딪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배터리셀에 직접 충격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케이스에 균열이 생기면 그 틈새로 수분이 유입되거나 이슬이 맺혀 내부 회로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2∼2024년 접수된 전기차 배터리 손상 사고 405건을 분석한 결과, 다른 물체와의 접촉·충돌이 338건(83.5%)으로 고장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충돌한 물체는 △도로 낙하물·돌출물(42%) △방지턱·연석(24%) △맨홀·배수구 덮개(11%) 순이었다. 사고가 가장 많은 차종은 화물차로, 전체의 59.5%를 차지했다. 박 대표는 “전기 화물차는 앞바퀴와 배터리 사이에 약 70cm의 공간이 있어, 차체가 충돌로 떠올랐다가 떨어질 때 배터리 케이스 모서리에 충격이 직격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한국교통안전공단은 “폭우가 예보된 날에는 가급적 전기차 운행을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 수심이 깊은 구간이나 도로 요철이 심한 지점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작은 충격도 점검을”… 겨울철엔 지연 고장 주의에어컨 고장도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이다. 전기차는 에어컨이 실내 냉방뿐만 아니라 배터리 온도 조절까지 맡기 때문에, 냉매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과열과 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많은 영업용 화물 전기차는 냉각 기능 이상으로 시동이 꺼지는 사례가 잦다. 이날 정비소를 찾은 화물차 운전사 신모 씨(61)는 “에어컨 고장이 곧 배터리 고장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어 서둘러 수리를 맡기러 왔다”고 말했다.사고 이후 즉시 고장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엔 이상이 없다가 일주일 이상 지나 배터리 손상이 확인된 사례가 전체의 23.7%에 달했다. 특히 강우량이 많아 손상된 틈 사이로 수분이 유입되기 쉬운 여름에 사고가 잦았지만 겨울철 눈길을 달린 후에도 비슷한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전문가들은 빠른 점검과 수리를 강조했다. 김승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날씨가 온화할 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계절이 바뀌면서 지연 고장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소 박원필 수석연구원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배터리 전체 교체가 아닌 부분 수리만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제조사 ‘무상 점검’ 활용해야”정부는 배터리 사고 예방을 위해 제작사와 협력해 무상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벤츠·테슬라 등 14곳이 참여해 배터리 상태, 냉각 시스템 이상 여부, 하부 충격 등의 항목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구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탑재한 일부 차종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제공하며, 미이행 리콜 여부까지 함께 점검받을 수 있다.정부도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올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시행해, 제작사가 자체 인증하는 방식에서 정부가 직접 배터리 안전을 확인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가 내구성·열충격·침수·과충전·진동 등 12개 안전 시험 항목을 통과해야만 출고·판매가 가능해진다.배터리 이력도 관리하고 있다. 배터리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제조·출고·정비·교체·폐기 등의 모든 이력을 등록 정보에 남김으로써, 사고 발생 시 결함 여부를 신속히 추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박용선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전기차는 보급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안전 관리 체계도 미래 차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배터리의 경우 사전 안전 확보와 전 주기 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전기차 화재 10배 급증… 지하주차장 ‘불덩이’ 막을 대책 없어절반은 주행 아닌 주차-충전 중 발생“과충전 막을 ‘스마트제어’ 기능 시급”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며 전기차 화재 사고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등 대형 사고 이후 여러 예방 대책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치거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6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7건에 그쳤던 전기차 화재 사고는 지난해 7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사고 가운데 33건(45.2%)은 주행 중이 아닌 주차나 정차, 충전 도중 발생했다. 장소별로는 26건이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이 중에서도 7건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즉시 상황을 인지하고 신고할 수 있다. 반면 주차나 충전 중에 발생하는 화재는 초기에 인지하고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상가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를 기점으로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설비 설치,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 옥외 이전 등의 내용이 담긴 조례를 내놨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의무로 규정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갖추기 쉬운 일반 소화설비는 전기차 화재 진압에 효과가 없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려면 배터리를 물에 담그는 수준의 소화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전기차 화재 전용 소화설비를 갖출 순 있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결국 비용의 문제”라며 “인구과밀 구조를 고려하면 지하 주차장 충전시설을 전부 건물 바깥으로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충전 방지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공용충전기 44만3184개 중 39만2443개가 완속충전기다. 급속충전기는 5만741개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급속충전기는 충전 제어 기능을 갖춰 충전 용량의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충전을 멈추도록 제어할 수 있다”며 “완속충전기는 이 기능이 없어 과충전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량을 낮출수록 화재 위험이 낮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결과”라며 “공용충전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완속충전기를 충전 제어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제어 충전기 등으로 교체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부터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신용대출에 더해 결혼 자금으로 받아둔 오피스텔까지 팔아서 주식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최근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4일 증권사에서 신용대출로 2000만 원을 받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에 투자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투자 직후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700만 원을 손해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씨는 “주변에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친구들을 보니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크게 느껴 투자를 결정했다”며 “월급만 모아선 죽을 때까지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2030 영끌 개미들 “소득만으론 부동산 못 사”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벼락거지가 됐다”고 좌절하던 무주택 청년들은 코스피 4,000 돌파를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간 주식 시장에서도 남들보다 뒤처져 또다시 벼락거지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집값이 오르고 주가도 단기간에 급등하다 보니 집도 주식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이중으로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김모 씨(28)도 올 4월 변호사 자격증을 받자마자 은행에서 법조인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마련한 8000만 원을 엔비디아와 테슬라, 아이온큐 등 미국 주식에 6000만 원, 가상자산과 선물에 각각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2030세대가 늘다 보니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8224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표적인 투자 심리 지표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도 5일 기준 88조27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처음 8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90조 원 턱밑까지 오른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잔액 총액을 뜻한다. 최근 영끌 주식 투자에 나선 청년들은 과거와 달리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론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연구원으로 취직한 박모 씨(31)는 “아무리 오래 돈을 벌었더라도 소득만으로는 서울 아파트 구매는 불가능한 수준이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주택청약종합통장 가입 계좌 수는 2511만5926좌로, 지난해 9월 2542만3635좌에 비해 30만7709좌(1.2%)가 줄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혼인 청년들은 청약 당첨으로 집을 마련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청약 계좌가 줄어든 것”이라며 “그 돈을 빼서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 “청년의 몸부림, 실패하면 타격 커”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이런 투자 열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놓인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지금의 영끌 투자는 청년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청년이든 중년이든 살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한데 집값이 너무 올라 본인 소득으로는 집을 마련할 방법이 없으니 한 번에 큰돈을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년층은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경제적인 독립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젊은층들은 한 번의 영끌 투자가 실패할 경우 평생의 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나 계획이 있어야 체계적인 재무 관리가 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며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 씨(31)는 최근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받아 급하게 1억 원을 마련한 뒤 모두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이직을 알아봤는데 괜찮은 기업은 자리가 없다”며 “집값이 갈수록 높아져 집을 살 기회도 멀어지니 위험해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 고지를 돌파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자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30 청년세대는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을 만큼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에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8224억 원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 9월 25조6540억 원을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8월 1일 기준 21조7699억 원에 비해 불과 석 달 만에 4조525억 원(18.6%)이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6조626억 원으로 처음 16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15조 원을 처음 넘긴 지 8거래일 만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현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로 ‘영끌 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가 정해 놓은 담보비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하락한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야 하거나, 원금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 추이도 증가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대출 잔액은 39조4671억 원으로 두 달 전보다 6778억 원(1.8%) 늘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도 주식시장 과열의 지표 중 하나로 꼽는다. 30대 회사원 정모 씨는 “부동산에 이어 주식과 관련해서도 벼락거지가 됐다고 한탄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며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면서 빚투라도 해서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산 격차 심화, 불안한 미래 걱정에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며 “다만 전략적 투자라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신용대출에 더해 결혼 자금으로 받아둔 오피스텔까지 팔아서 주식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최근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4일 증권사에서 신용대출로 2000만 원을 받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에 투자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투자 직후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700만 원을 손해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씨는 “주변에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친구들을 보니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크게 느껴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결국 집값이 너무 올라 버린 게 최근 투자 열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만 모아선 죽을 때까지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2030 영끌 개미들 “소득만으론 부동산 못 사”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벼락거지가 됐다”고 좌절하던 무주택 청년들은 코스피 4,000 돌파를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간 주식 시장에서도 남들보다 뒤처져 또다시 벼락거지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집값이 오르고 주가도 단기간에 급등하다 보니 집도 주식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이중으로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김모 씨(28)도 올 4월 변호사 자격증을 받자마자 은행에서 법조인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마련한 8000만 원을 엔비디아와 테슬라 아이온큐 등 미국 주식에 6000만 원, 가상자산과 선물에 각각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2030세대가 늘다 보니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8224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표적인 투자 심리 지표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도 5일 기준 88조27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처음 8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90조 원 턱밑까지 오른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잔액 총액을 뜻한다. 최근 영끌 주식 투자에 나선 청년들은 과거와 달리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론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연구원으로 취직한 박모 씨(31)는 “아무리 오래 돈을 벌었더라도 소득만으로는 서울 아파트 구매는 불가능한 수준이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주택청약종합통장 가입 계좌 수는 2511만5926좌로, 지난해 9월 2542만3635좌에 비해 30만7709좌(1.2%)가 줄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혼인 청년들은 청약 당첨으로 집을 마련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청약 계좌가 줄어든 것”이라며 “그 돈을 빼서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 “청년의 몸부림, 실패하면 타격 커”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이런 투자 열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놓인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지금의 영끌 투자는 청년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청년이든 중년이든 살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한데 집값이 너무 올라 본인 소득으로는 집을 마련할 방법이 없으니 한번에 큰돈을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년층은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경제적인 독립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젊은층들은 한 번의 영끌 투자가 실패할 경우 평생의 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나 계획이 있어야 체계적인 재무 관리가 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며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재학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